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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교육 연구하는 학회조차 없었다니약학대학 교수 50여명이 현행 공급자 중심의 약학교육을 스스로 비판하며 오는 19일 '한국약학교육학회(가칭)' 발기인 총회를 개최한다. 한국약학교육 100년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의학계는 이미 30년전부터 한국의학교육학회를 창립, 활동하면서 의학도들의 교육의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만시지탄이지만 약학교육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고민하게 될 약학교육학회가 이제라도 출범하게 된것은 매우 바람직하다.현재 약학교육 현장은 매우 어수선하다. 교육연한이 종전 4년에서 6년으로 늘어나는 발전을 이뤘다지만, 실무실습 등 교육기반은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게 현실이다. 뿐만 아니라 종전 20개 약학대학에서, 2010년 15개 약학대학이 더 신설되면서 단기간 200명 이상 교수들이 신규로 채용됐다. 그야말로 약학교육의 전환기이자 혼란기라 해도 돼 과언이 아니다. 현장에서 연구하던 이들이 자리를 대학으로 옮겼거나, 인근 학문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거 약학대학으로 옮겼으니 약학교육에 대한 정체성이 바로섰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그래서 일각에선 6년제로 학제가 개편돼 3년째 약학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교수들은 약사의 직역과 직능, 약학교육의 목적, 목표, 내용, 방법 등을 제대로 정립 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여전히 일부 기득권교수의 아집과 자기합리화, 특정분야 교수의 과목이기주의 등으로 인해 약사양성교육이 굴절돼 보인다는 스스로의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누가 뭐래도, 약학교육은 우수한 전문직업인을 길러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약대 교수들의 자리 보전용은 아니라는 점에서 서둘러 약학교육은 그 자체로 진지한 연구의 대상으로 올려져야 할 것이다.세계적으로 보아도 약사직능은 위기를 맞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약료(Pharmaceutical Care) 영역을 구축하는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 약사들의 동경 대상인 미국 약사들조차 끊임없이 자신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상황이고 보면 공급자 역할을 맡고 있는 약학교육의 현장과 교수진들도 이같은 고민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이참에 현역교수들이 약사양성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6년제 약학대학 졸업생들이 사회에서 맡게될 역할에 부응하는 구체적인 교육내용, 교습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발표하게 되는 한국약학교육학회(가칭)의 창립은 그래서 매우 시의 적절하다고 본다.다만, 한가지 주문을 하자면 이 학회 역시 공급자 중심의 사고로 치닫게 되는 오류에 빠질 수 있음을 깊이 자각해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의 머릿속에서 조밀하게 구성되는 추상명사들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 약사면허가 사용되는 현장의 실태를 기반으로 삼아 교육이 설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회가 원하는, 다시말해 시장이 원하는 약사가 무엇인지 늘 염두에 두고,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서 교육 프로그램들이 개발돼야 한다는 뜻이다. 시장의 필요성을 강조해 대학내 또다른 자리를 마련하는 또다른 논리로 삼는 종전 구습은 탈피해야 한다.2013-07-16 06:34:5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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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환규 회장의 '청구불일치 사용설명서'노환규 회장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한약사회관을 찾은 것은 얼마전의 일이다. 이 일이 있은 후 조찬휘 회장이 떡을 들고 의사협회관을 찾은 것 또한 얼마전의 일이었다. 모처럼의 화해무드였다. 이 기류에 편승하듯 두 단체의 수장은 상설협의체를 만들어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토닥거려 주자고 했었다. 그런 두 남자, 채 100일이 안돼 페이스북서 째려봤고, 아예 등을 돌릴 처지에 이르렀다. 애초 의구심이 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으나, 신혼여행서 돌아와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신혼부부처럼 여운조차 만들지 못한 채 사실상 결별의 길에 들어섰다.노 회장은 7일 그가 즐겨하는 페이스북에 "전체 약국의 80% 이상에서 공급-청구불일치가 확인됐다"며 "그동안 심평원은 청구불일치 대부분의 사례가 공급된 약은 싼값, 청구된 약은 비싼값이었다고 발표하면서 의구심이 사실일 가능성을 높였다"고 지적했다. 또 갑자기 심평원이 약국 청구불일치 관련 설명회를 취소했다, 어쩌면 심평원이 입을 닫을지 모른다는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며 그 의심에 슬쩍 동조했다. 그는 "의사가 처방한 약이 환자도, 의사도 모르게 다른 약으로 바뀌었을 개연성이 높다"며 "이 때문에 환자가 무슨 약을 먹었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선 의사의 처방전 1매가 추가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조제내역서의 발행이 의무화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노 회장과 달리 SNS에 둔감한 편인 조찬휘 회장이 8일 페이스북에 응수했다. 노 회장의 글에 답문을 다는 방식이었다. 조 회장은 "성분명 처방이 실시됐다면 이런 혼란도 없었다. 리베이트로 빈번한 처방 변경이 야기돼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못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며 "이참에 성분명 처방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그는 또 "고가 주사제를 포함한 청구불일치(싼 주사제 바꿔치기) 조사가 임박했다는 데 알고 있냐"며 "그 때 나는 (노환규)회장님에게 뭐라 말씀을 드리면 되냐"고 되물었다. 이어 "2만개 약국 중 90% 이상이 지적됐다면 제도의 문제점이지 단체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려서야 되겠냐"며 "우리 서로 돕자. 약속을 어기지 말자"고 노 회장에게 주문했다.노 회장은 청구불일치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 것일까. 그는 페이스북에 쓴대로 약사들이 건보재정을 턴 중대 사건이라고 100% 믿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그 만큼 우리나라의 왜곡된 의료제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인물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만나본 그는 한시간 안에 건강보험 도입부터 지금까지 히스토리는 물론 제도들이 파생시킨 부작용을 다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였다. 이런 면에서 그는 청구불일치조사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도 모를리 없다. 그럼에도 그는 단순하게 청구불일치를 규정한다. 극단적 모형으로 단순화시켜 새로운 논쟁의 프레임을 예비하는 있는 것은 아닐까?힌트는 의사협회가 준비중인 의약분업 여론조사에서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재평가라는 말을 썼지만 실은 기존의 틀을 바꿔보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현행 강제 의약분업을 선택분업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상 수단으로 청구불일치를 사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의약분업의 두 축 중 한 곳인 약사와 약국의 손발을 묶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다. 노 회장이 청구불일치를 꺼내든 또다른 이유로 내적 리더십 강화용으로도 읽혀진다. 바로 성동격서다. 의료계의 시선을 약사들의 청구불일치에 돌려 놓음으로써 자신을 향한 비판의 수위를 낮추고 자신의 리더십 중심으로 회원들의 마음을 모으려는 의도 역시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회장의 의도는 뜻대로 관철될 수 있을까?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홀로 거울보고 카드놀이를 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못할 것이다. 상대단체와 정책 안정을 유지하려는 행정부 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삐걱거림이 느껴져 피로감이 들뿐이다.2013-07-12 12:2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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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번약국이란 말 폐기처리 할 시점이 됐다당번약국이 문제란다. 얼마전 한 방송이 그랬다. 당번약국들이 문을 열지 않아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원성을 담았다. 그리고 이 문제를 조명했다. 초등학교시절 당번이 있었다. 요즘 나오는 MBC 수목드라마 여왕의 교실에선 쪽지시험 성적이 신통찮은 학생들이 당번을 맡았지만, 예전엔 돌아가며 했다. 당번은 남보다 더 일찍 등교해 주전자에 새 물을 채우고, 컵을 닦아 정렬해 놓았다. 수업이 끝나면 칠판을 깨끗하게 지우고, 작은 양손에 지우개를 끼워 탁탁 부딪혀 분필가루를 날려버렸다. 이 때 당번은 학교안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원이자 요소였고, 그건 의무였으며, 그에겐 책임이 따랐다. 교실안에서 문제가 있을 때면 학생들은 너나없이 "당번"이라고 외쳤다. 물론 체형이 왜소한 학생이 덩치 큰 당번에겐 쉬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당번을 부르지 않더라도 온갖 굳은 일은 마땅히 당번이 해야한다고 믿었고, 학생들은 심리적 자유를 얻었다.당번약국은 법적 용어가 아니다. 당연히 사회 전반에 '당번을 선다'는 개념도 아니다. 휴일이나 명절 때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약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며 인용한 용어다. 대한약사회는 일정한 숫자의 약국 문을 열도록 협력하면서 당번약국이란 말을 스스로 썼다. 대한약사회 정관에도 언급될 만큼 익숙한 말이 당번약국이기 때문이다. 철저히 약사사회 안의 용어리는 뜻이다. 요사이 통용되는 당번약국의 출생 비밀은 알고보면 아이러니하다. '이번 주 일찍 문 닫을 약국은 어디지'라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 태어난 용어기 때문이다. 과거 70~80년대엔 좀처럼 문을 닫지 않은 약국이 골치거리였다. 당시 전문지들은 '쪽문을 열고 손님을 받은 약국을 어찌 징계한다'는 내용을 많이 보도했다. 의약분업 이후 의원따라 평일 일찍 문닫고, 주말엔 아예 문을 열지 않는 약국이 많아 당번약국이란 말이 일상화된 것과 다르다. 격세지감이다.당번약국은 작년 상비약 편의점 판매 논란을 정점으로 주목 받았다. '주말과 휴일 당번약국 잘해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을 높일테니 편의점 판매만은 하지 말아 달라'며 약사들 제시한 대안이었다. 결국 편의점 상비약 판매는 시행됐고, 당번약국이란 용어도 죽지않고 살아 남았다. 소비자들은 그래서 학생들이 '당번'이라고 불렀듯 수시로 '당번약국'을 호명하고 있다. 야박하게 들릴지 몰라도 최근들어 소비자들의 휴일 등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상비약 편의점 판매가 이뤄지는 상황이라면 당번약국이라는 용어는 폐기돼야 마땅할 것이다. 최소한 용어라도 말이다. 약사회도 이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봉사약국도 대안용어 중 하나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용어는 약사 입장에선 공감될지 모르나 일반인 입장에선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용어다. '약값 받는데 봉사약국이라고?'같은 공연한 시비도 예상된다. 이 보다 가치중립적인 휴일 근무약국 등이 무난해 보인다.가만보면 약업계엔 오해를 부를만한 용어들이 적지 않다. 이미 여러차례 지적됐지만 대체조제가 대표적이다. 대체엔 질과 양이 담보되지 못한 짝퉁의 냄새가 강하다. 동일성분 동일함량 동일제형 조제가 최적이지만 동일성분 조제라는 말이 괜찮을 것같다. 약사감시도 빼놓을 수 없다. 약사감시라면 약사(藥師)에 대한 감시로 오인되기 십상이다. 정확한 의미는 약을 둘러싼 일의 감시, 다시말해 藥事감시다. 감시라는 말도 지도나 조사라는 말이 더 객관적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藥務조사 혹은 藥務지도라는 용어가 통상의 편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심야약국도 마찬가지. 늦은 밤이라는 의미지만, 밤을 샌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그러다보니 지자체와 계약을 통해 환자가 필요한 시간이나 문을 닫고 있지만 인터폰을 활용하도록 한 심야약국조차 밤새 문을 열지 않았다는 시비에 휘말리기 십상이다. 언어가 인식을 지배한다는 점을 보면 새로운 용어선택엔 신중을 기해야 겠지만 기왕에 통용되는 말도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재정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2013-07-10 12:2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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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약 전환, 만사형통 아니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마약 추출로 사회 문제가 된 슈도에페드린 성분 함유 감기약의 전문약 전환을 최우선 대책에서 제외하고, 판매량 제한 등 다른 대안을 마련하기로 방향을 설정했다. 이는 매우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다. 식약처의 국회 현안보고에 따르면 1단계는 슈도에페드린 취급량 급증업소를 지도 점검하고 약국이 자율적으로 판매량을 제한하도록 조치하는 것이며, 이같은 조치에도 효과가 미진한 경우 마약류유통관리시스템을 구축과 함께 전문약 전환을 검토한다는 게 2단계 대책이다.사회가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필로폰 등 마약류에 대해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다. 슈도에페드린 함유 감기약이 문제가 된다면 이 역시 간과할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책의 실효성이다. 실효성이라는 면에서 볼 때 슈도에페드린 성분 함유 감기약의 전문약 전환은 빈대잡으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강할 뿐 실 이득은 없는 일이다. 빈대는 잡아 좋을지 몰라도 날아간 집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판단도 필요하다. 프로포폴 주사는 엄연히 전문약인데도 일부 의사들과 연예인들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오남용의 결과를 초래했다.슈도에페드린 성분 함유 감기약의 전문약 전환은 건강보험재정 안정화 측면서도 고려해봐야 한다. 늘어나는 건보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경증질환에 대한 비급여까지 이야기되고 있는 마당에 모든 코감기 환자마저 보험에 편입시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마땅히 감기약에서 마약을 추출하는 범죄의 연간 발생 및 사회적 비용과 전문약 전환에 따른 건보재정 증가라는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비교 검토해 보아야 할일이다. 결국 이 문제는 경찰이 도둑을 잡아 본연의 역할을 다하는 것처럼 마약 당국이 예의 주시하며 범죄를 사전 예방하고 적발하는데 주력하면 될 일이다. 이와 함께 식약처의 조치가 병행되면 충분한 조치가 될 것이다.2013-07-04 06:30:0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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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도둑놈이 아닙니다"…어느 약사의 절규'과거 고속도로 CC-TV 녹화 화면을 되돌려보니, 귀하 소유의 65오 64XX 차량이 여러차례 과속을 한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2009년 7월3일과 8월5일, 귀하가 과속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 주시기 바랍니다. 과속을 인정하신다면, 범칙금을 납부하겠다는 내용을 적어 동봉한 확인서에 서명 날인하여 30일 이내 회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첨부자료: 안내문, 확인서 각 1부, 어슴푸레 흐릿한 CC-TV 사진 2장."만일 독자 여러분이 경찰 당국에서 이같은 통보를 받았다면? 약사들이 요즘 이와 유사한 일로 난리법석이다. 이유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일로매진 중인 '의약품 공급·청구불일치 내역 확인 요청' 때문이다.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기반의 일명 청구불일치 서면조사다. '의약품 도매상 등 공급업체가 신고한 의약품공급 내역과 약국의 약제비 청구(사용) 내역'을 대조해 그 차이를 밝혀내는 방식이다. 약사들은 그 차이를 해명하려 먼지 쌓인 서류 더미를 2~3일씩 시간을 쪼개 뒤지고 있다. 약사회가 있다고는 하나 무력하기는 마찬가지로 결국 십자가는 약사 개인의 몫이다."우리는 의심한다...죄없음을 스스로 입증해 보이라"심평원의 청구불일치 서면조사는 '공급내역과 청구내역'을 견줘서 나타난 차이를 '의심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 의심은 구체적으로 약국이 저가의약품으로 조제하고, 고가의약품으로 청구함으로써 부당하게 이익을 얻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심평원의 서면조사는 "우리는 당신의 행위를 의심한다, 고로 약국이 스스로 죄없음을 입증하든가, 부당 이익을 토해내라"는 말과 같다. 사극의 흔한 장면 "네 죄를 네가 알렷다"와도 중첩되는데, 추상같은 호령앞에 떨고 있는 약국이 무려 1만곳이다."난, 도둑놈이 아닙니다." 모 약사는 데일리팜 기자를 만나자 마자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달에 겨우 2224원을 편취하려고 ml당 10원인 의약품을, ml당 14원인 약으로 허위 청구했겠습니까? 이게 뭐하자는 겁니까" 라고 반문했다. 물론 그의 항변이 서면조사 대상 1만 약국에 대한 의심을 다 설명해 주지는 못할 것이다. 1만 중엔 진실로 억울한 곳도 있을 터이고, 경미하지만 급한 김에 행한 의도적 사례도 있을 것이며, 뭐가 뭔지도 모르는 가운데 이뤄진 경우도 섞여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함을 호소하는 약사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렇다고 한다면 '입구와 출구의 의약품 종목과 수량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1만 약국을 의심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약사들이 입증한 구구한 사연들 구조적 문제로 귀착약사들이 토해낸 사연들은 한결같이 보건의약계의 구조적 문제로 귀착된다. 1만종이 넘는 보험약품과 약국 수용의 문제를 비롯해 ▶지역의사회의 처방의약품 목록 미제출 ▶사후통보 같은 대체조제 걸림돌의 존재 ▶잦은 처방변경이 빚어내는 반품 연례 행사 ▶분업초창기 원활한 조제를 위해 권장됐던 약국간 교품 혹은 빌려오기 ▶약국간 불용재고 교품 권장 관행 혹은 문화 등이 난마처럼 얽혀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단순히 공급과 약제비 청구(사용)를 비교해 위법의 가능성만 크게 보는 행정은 과연 올바른 것일까? 특히 데이터 마이닝의 출발점인 제약회사, 도매업체 등 공급자의 거래내역 보고의 오류 가능성은 감안하지 않은 채 수치상 차이를 유통의 마지막 단계인 약국에게만 입증하라는 명령은 행정권력의 오용내지 남용이다.물론 심평원이 현지조사하고 있는 1000여개 약국은 별건이다. 심평원이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차이나는 금액이 상식 밖이어서 누가 봐도 행위에 고의성이 짙은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이다. 이 들에 대해선 서면조사를 받고 있는 약사들 조차도 일벌백계 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서면조사를 받는 약사들은 수시로 데일리팜에 전화를 걸어 억울하다고 하소연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는 반면 현지조사를 받았다는 약사들은 누구도 연락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경영잘하는 모 약국이 현지조사 때문에 폐업했다는 등의 흉흉한 이야기만 나돌 뿐이다. 이들 약국을 어떻게 해야할까? 감사원 지적대로 환수조치 등 사법적, 행정적 조치를 내려야 한다. 이들은 환자를 속였고, 국고에 준하는 건보재정을 축냈기 때문이다.서면조사 약국과 현지조사 약국은 질이 다르다 그렇다면 '약 4년간 거래 금액 8억원 중 8만원의 차이를 낸 약국은 어떻게 볼것인가. 이들은 고의성을 입증하기도 힘든데다, 오히려 구조적 문제의 희생자들이다. 그런데도 이곳에 자료를 입증하라 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확약서를 쓰게 하며, 그 금액을 환수해야 옳은 일일까? 그게 추상같은 정의의 실현일까? 감사원은 본연의 직무 실현을 위해 환수하라고 지시할 수 있다. 피감기관은 당연히 그 지적을 개선하고 이행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지적을 액면 그대로 이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보건의약계의 문제를 모르는 곳이라면 몰라도 전후 사정을 꿰고 있는 심평원이라면 고의성 짙은 약국을 면밀하게 밝혀 다수의 약국에게 경계로 삼겠다고 왜 당당하게 감사원에 소명하지 않았는지 납득할 수 없다.서면조사는 참 고약하다. 4년이라는 기간 중 어느 날 이뤄진 거래내역서나, 혹은 급한 환자 때문에 이웃약국에서 약한통 빌려와 조제한 후 밥한끼 산 사연을 입증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 고약한 함정은 귀찮아서 그깟 8만원 포기하고 싶은 유혹 뒤에 숨어있다. 해당 약사야 8만원 없는셈 칠 수 있겠지만 '없는 셈 치는 순간' 이건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는 꼴이된다. 통계는 과학의 영역이지만, 때때로 진실을 왜곡하는 악마로 돌변한다. 일단 전국 약국을 2만곳으로 칠 때 만약 1만곳이 확인서를 쓰고 입증을 포기했다면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약국 절반이 싼약으로 조제하고 비싼 약으로 속여 돈을 타냈다.' 어디서 봄직한 텍스트 아닌가? 다행스럽게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쳐도 약사 집단의 덜미는 이미 남의 손에 내 줄 수 밖에 없을 것이다.행정의 원칙은 새 사회질서 구축...진실게임은 안돼심평원의 서면조사는 지금처럼 진실게임이 되어선 안된다. 기존 질서의 과오를 수정하며 새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행정의 목표이자 원칙이라고 한다면 '다수를 아마도 도둑일거야'라는 추정으로 거의 모든 약국을 이잡듯 조사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니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곳을 정밀타격해 감시의 눈이 살아있고, 법이 엄중 집행된다는 것을 다수에게 보여줘 추후 같은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별도의 팀을 만든 심평원도 힘에 겹고, 늦은 밤 셔터를 내리고 서류를 뒤적거리는 약국들도 고통스러운 소모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감사원인가? 아니다. 바로 새 질서다. 새 질서를 통해 얻게될 공익이다.약사들에게 그래도 믿을 구석은 대한약사회 뿐이다. 따라서 약사회는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럴 땐 이렇게 소명하고, 저럴 땐 또 저렇게 소명하라'는 식의 내비게이션 역할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논리의 문제를 넘어 정치력의 공간으로 접어든 사안이란 말이다. 고의성 짙은 약국 1000여곳을 몽땅 들어다 받치고서라도 고의성이 없거나 경미한 대다수 구조적 문제의 피해 약사들과 약사 직능을 구해야 내야 한다. 현장약사들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지만 그 보다는 미래 약사 직능 보전이라는 측면에서 다급하고 위중한 사안이다.2013-06-21 06:35:00조광연 -
과도한 의약품 외상 거래 관행 '이젠 그만'예정대로라면 '의약품 대금 결제기한 의무화 입법안'이 이번 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다뤄진다. 병원 등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구매했다면, 3개월 안에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안의 골자다. 이 법안은 왜곡된 갑을문화 해소나 경제민주화 차원에서도 조명받고 있지만, 실은 매우 상식적인 문제로 이번 기회에 반드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이미 약국같은 경우 10곳중 9곳이 의약품 구매대금을 3개월 안에 결제하는 것이 일반화된 가운데 병원만큼은 외상거래가 만연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매협회가 2011년 10월부터 12월까지 전국 98개 종합병원 거래 현황을 자체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의약품을 판매하고 대금을 받는데 걸린 평균일은 250일에 달했다. 자그마치 8개월인 셈인데 어떤 곳은 830일도 넘었다. 이러고서도 외상대금을 받지 못한 도매업체나, 의약품 공급의 원천인 제약회사들이 견디는 게 신통할 지경이다.지금껏 이같은 관행에 익숙했던 병원계는 결제대금 의무화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며, 도매협회와 병원협회간 자율협약을 맺어 문제를 풀어가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단체간 자율협약의 구속력이 개별 회원사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율협약은 무용지물 일뿐이다. 이 보다 병원계는 결제기일 의무화로 인해 겪게될 현실적 어려움을 모두 제시하고, 국회와 당국이 이를 적극 수용해 개선하도록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병원계는 병원들의 경영상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줄돈을 가급적 늦게 주는 것으로 해법을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은 새로운 경제질서를 만드는데 동참하면서 병원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정부와 함께 협의하고 대안을 찾는데 주력해야 한다. 제약산업 전반에 '돈맥경화'가 일어나면 궁극적으로 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병원 경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2013-06-17 06:34:5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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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마이닝이 '무결점 포청천'은 아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공급량 청구불일치 서면조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선 약사들이 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약사회는 11일 회장단 회의를 통해 '심평원 청구불일치 서면조사 중단과 함께 심평원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성명을 채택해 발표했다.일개 지역약사회가 정부기관의 행정 행위에 크게 반발하고 나선 건 심평원의 조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하는데도 계속해서 약국 조사통보가 날아오는데 따른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다 자신들의 최상급 단체인 대한약사회에 별다른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무력감도 직접 행동을 촉발시킨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심평원은 현재 '테이터마이닝에 근거한 공급불일치 자료'를 토대로 문제가 의심되는 전국 1만4000여개 약국을 순차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매달 800개씩 서면조사를 마치고 나면 심평원은 고의성이 짙을 것으로 보는 약국 1000여곳에 대해 강도 높은 현지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1만4000여 약국은 전체의 3분의 2로, 심평원의 의심을 소명해 내지 못하면 꼼짝없이 행정적 처분을 당할 위기에 몰려있다. 개인은 그나마 행정적 처분에 그치겠으나, 약사 집단은 부도덕한 곳으로 '사회적 주홍글씨'를 달게 될 위기 상황이다.성남시약사회처럼 많은 일선 약국들은 심평원이 서면조사 기준으로 삼고 있는 데이터마이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데이터마이닝이 과학적 방법론이라고는 하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의약품이 들어간 입구와 출구간 의약품의 종류와 수치가 일치하느냐'를 보는 것인데 약사들은 입구와 출구 사이에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는 '현실적 변수가 수없이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예를 들어 공급내역 보고가 시행된 2008년 1월 이후 약국의 공급량을 제로(0)로 놓고, 그 이후 입구와 출구를 보는데 공급내역 보고이전 약국이 보유했던 의약품 재고량 파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약회사와 도매업체의 부정확한 공급내역 보고라든지, 폐업한 약국과의 거래, 약국간 교품, 유효기간 임박에 따른 의약품 폐기 등 '불일치 유발 요인'은 적지 않다는 것이다.성남시약사회는 상황이 이런데도 '심평원이 우리는 의심한다, 의심을 풀려면 약국이 자료 소명을 통해 입증하라'는 식의 조사는 약국을 일단 구속해 놓고 알리바이를 입증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사정으로 소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치 부당한 이익을 취하기 위해 저가약을 쓰고도 고가약을 조제한 것처럼 몰릴 수 밖에 없는 조사는 거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심평원은 지금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성실하게 수행중이지만 이번 성남시약사회의 집단적 반발을 결코 이해단체들의 예정된 반발로만 보아선 안될 것이다. 서면조사를 받던 한 두명이 이견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집단적 문제 제기라면, 심평원도 자신의 손에 들린 잣대엔 정말 오류가 없는지 당장 다시 살펴봐야 한다. 무엇보다 3명 중 2명이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보건의료시스템이나 조사 방법론에 구조적 문제가 있지 않은지 제3자 검증방식으로 들여다 봐야 할 것이다. '번복은 없고, 억울하면 소송하라'는 식의 행정의 고질적 원칙만 고수할 상황이 아니다.2013-06-12 06:3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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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정보제공 넘어 대안내는 데일리팜데일리팜이 창간 14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의 최대 변곡점으로 평가받는 2000년 7월(실제론 한달 유예후 8월시행) 시행된 의약분업보다 대략 1년 앞선 1999년 6월 데일리팜은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였습니다. 주 2회 발행되는 인쇄 전문매체들이 여론을 주도하던 당시 상황에서 종이없는 신문으로 뉴스를 쏟아내는 데일리팜의 등장은 매우 낯선 것이었지만, 남다른 문제 의식과 빠른 뉴스 제공을 앞세워 보건의약계 여론시장에 새 지평을 열었고 그 지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때론 환호를 받으며, 또 때로는 회초리를 맞으며 오늘의 데일리팜 모습을 갖춰 온 것이니 독자 제위께 14주년을 맞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데일리팜이 14년간 의약분업 도입 과정부터 시행, 시행착오로 점철된 정착과정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았다고는 하지만, 그 역할이 독자 제위의 기대치에는 언제나 부족한 것이었음을 엄중하게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를 지적하는데는 빨랐지만, 전문언론으로서 대안을 내는데는 게을렀다고 우리는 자성합니다. 또 독자들에게 변화와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데일리팜이지만 그 스스로는 과연 보건의약계의 발전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얼마나 변화하고 혁신하려 했는지 창간 14주년을 맞아 깊이 되돌아 보고 반성하며 적극적인 해법을 강구하려합니다.환경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죽음의 그림자처럼 다가오는 고령화 사회, 고령사회, 초고령 사회는 보건의약계의 미래에 가장 큰 위협적 요소가 될 것입니다. 고령사회라는 말은 건강보험재정의 빈곤 혹은 고갈과 동일한 언어인 만큼 정부 정책 또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으로 수렴될 것은 자명합니다. 정부는 이미 치료중심 시스템에서 예방중심으로 큰 줄기를 잡고 시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의약사 등 전문인들의 역할에도 새로운 변화가 요구될 것입니다. 제네릭 비즈니스로 내수시장에 의탁해 온 제약산업도 연구개발에 매진해 그 결과물로 글로벌로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을 맞고 있습니다. 보건의약계 최대 변곡점이라는 의약분업보다 더 큰 변화는 이미 시작된 것입니다.이 지점에서 데일리팜은 창간 사시인 '국민건강, 신약강국, 의약존중'으로 돌아가 다시금 전문언론에 맡겨진 책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국민건강 증진의 쌀과도 같은 신약이 넘쳐나고 국민 건강의 파수꾼인 의사, 약사 등 전문인들이 오직 국민 건강을 돌보는데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 환경을 만드는데 선봉장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데일리팜의 강점인 빠른 뉴스를 유지하되 늘 대안을 모색하고 제안하는 책임지는 언론이 되도록 깨어있겠습니다. 우격다짐 당위론만 펴지 않고, 소근소근 말을 걸어 공감하는 여론을 조성하는데 앞장서겠습니다. 데일리팜은 창간 14주년을 맞아 다시한번 독자 제위께 전문언론으로서 사명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2013-06-03 06:34:5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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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맨바닥에 자리펴고 교재 바닥난 '약사학술제'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배웠던 알량한 지식에 나는 얼마나 더 많은 지식을 보탰을까? 모든 교육과정 보다 더 긴 세월을 보낼 동안 말이다. 직업적 이유 때문에 귀동냥한 지식 한 움큼, 별달리 할 게 없어 시간 죽이며 본 TV에서 또 한 스푼,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을 맞아 얼떨결에 잡은 교양서에서 또 얼마간을 보탠것 외엔 없다. 내 지식의 창고는 이렇게 여유롭다. "반질 반질한 000 교수님 강의 노트 봤어"라며 지적질을 했던 내가, 지금의 이 모습 그 땐 정말 상상도 못했다.대학시절 과대표였던 '남ㅇㅇ'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2년 늦게 입학한 탓에 나보다 두 살이 많았지만 대충 부르며 지냈다. 어느 날 이 친구, 몇몇 친구를 그의 하숙집 옥상으로 불러 모으더니 갑자기 촛불을 켜곤 자신이 쓴 시를 낭송하는게 아닌가. 어이상실이었다. 불려온 다른 친구들도 킥킥댔지만, 인내심 강한 이 친구 끝까지 낭송했다. 그리곤 앞으로 정기적으로 모여 돌아가며 시를 낭송하거나 자기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자고 제안했다. "거울보고 혼자해"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진지한, 너무도 진지한 그의 태도에 동의하고 말았다. 이 모임은 그 후 꽤 오랫동안 지속됐고, 요즘 생각해도 괜찮은 추억의 한편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리더십을 보았고, 나의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게됐다면 과대포장일까?지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요즘 평생교육이란 말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특히 약사같은 전문직업인의 경우 다람쥐 도토리 모으듯 지식의 창고에 새로운 학술정보를 채우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운 시대다. 올해 8회를 맞은 경기약사학술제는 약사들의 지식재충전 의지를 잘 보여줬다. 예년에 견줘 2000명 정도 참여할 것이라고 경기도약사회는 예상했지만, 실제론 3000명이나 모여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약사들은 자리가 부족하자 맨바닥에 자리를 펴고, 수강하는 열성을 보였으며 점심 시간에는 식당의 재료가 모두 동이나는 통쾌한 장면도 연출됐다고 한다. 물론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다.일각에선 학술제의 대성황을 두고 연수평점 때문이라고 간편하게 말하지만, 이 보다는 함삼균 회장 등 초선 신임집행부의 열정, 조양연 학술담당 부회장의 탄탄한 기획, 변화를 절감하는 약사들의 욕구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어설프게 첫 발을 내딛었던 경기약사학술제는 이제 8회째를 맞아 성숙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당뇨 증상과 진단, 당뇨의 일반적 관리, 당뇨환자 구강관리, 당뇨환자 복약지도 등 질환을 A부터 Z까지l 패키지로 다뤘다. 그런가 하면 약국세무와 재무 관리, 일반약 셀링포인트, 개인정보법 이해, 약사법 규제와 헬스케어 시장의 변화 등 거시적 사안과 미시적 사안을 균형있게 다뤘다. 참석자들은 이를 좋게 평가했다. 전문가부터 일선약사까지 나선 발표자 역시 괜찮았다고 했다.누가 뭐래도 약사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교육에서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병의원에서 처방전이 나오고 그에 따라 약국이 조제하는 이 시스템이 영구불변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행 시스템이 철저히 치료에 기반한 것이라면, 고령화 사회 혹은 고령사회가 펼쳐지는 미래는 예방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건보재정이 압박 받을수록 고혈압 당뇨 등 비용이 많이드는 만성질환을 사전에 관리함으로써 비용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은 변화될 수 밖에 없다. 경기학술제 같은 학술행사는 그래서 '미래를 대비하자'라는 허무한 구호보다 더 강력하게 약국의 형질을 미래 환경에 맞춰 바꾸는 역할과 기능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2013-05-21 12:2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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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센 품질관리 인식 이 정도였나한국얀센 공장의 GMP 실태 조사 결과 '타이레놀 시럽제 이외 4개 품목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16일 식약처의 발표는 실망스러운 수준 을 넘어 분노마저 치밀게 한다. 품질 만큼은 절대 양보하지 않는다는 게 그동안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내건 제일의 가치이고 보면, 이번 한국얀센의 조사 결과는 회사의 그동안 태도와 견줘 매우 이율배반적이다.어린이들이 복용하는 일부 타이레놀시럽에서 제조공정상 이유로 함량 초과 등 문제가 발생, 식약청에 보고하고 스스로 회수폐기하겠다고 밝혔을 때 만해도 품질유지에 대한 회사의 태도는 믿을 만했다. 그러나 막상 GMP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얀센의 품질관리 인식은 낙제점이었다. 어리이타이레놀시럽제와 같은 공정을 쓰는 니조랄의 문제는 그렇다쳐도 공정밸리데이션 미실시는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얀센은 어린이 주의력 결핍에 따른 이상행동(ADHD)에 쓰이는 콘서타오로스서방정 18mg 등 3개 품목에 대해 설비를 변경하고서도 공정밸리데이션을 실시하지 않고 그대로 생산해 결국 1개월 제조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공정밸리데이션이 뭔가. 쉽게 설명해 100번 의약품을 생산해도 100번 같은 품질이 보증되도록 하는 공정조율이 아닌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도 이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고, 제약회사들도 시험생산으로 의약품을 버려가면서까지 공정밸리데이션을 입증하는 것이다. 얀센이 밸리데이션을 시행하지 않은 것은 결국 품질보다 시생산으로 버려질 돈을 중시한 결과나 다름없다. 얀센은 이번 파동을 계기로 다시한번 품질관리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식약처는 이같은 GMP 공장 실태조사에 이어 시중에 유통중인 39개 품목을 수거해 검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6월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라고 한다. 식약처는 이번 얀센의 사건을 계기로 의약품 품질 확보에 더 철저히 임해야 할 것이다. 이미 GMP의무화와 함께 공정 등 모든 밸리데이션을 의무화한 만큼 제약회사들이 이를 제대로 준수하도록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모든 문제는 제도가 없어서 발생하는 것보다 있는 제도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참에 시행하다 슬그머니 사라진 GMP차등평가 등 고품질 유인책도 되 살펴봐야 할 것이다.2013-05-20 06:30:0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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