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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상폐 유예 '위험한 호재'가 쏟아진다[데일리팜=이석준 기자] 퇴출 시계가 6개월 늦춰졌다.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 강화가 내년 7월로 미뤄졌다. 코스피는 500억원, 코스닥은 300억원 기준을 피할 시간을 반년 더 벌었다. 유예는 구제가 아니다. 기준을 없앤 것도 아니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벌써 ‘살아남을 시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제는 일부 기업이 이 시간을 실적 개선보다 주가 부양에 쓸 수 있다는 점이다.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단순하다. 시가총액이 기준을 밑도는 상태가 일정 기간 이어지면 상장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확실한 해법은 돈을 버는 것이다. 매출을 늘리고 적자를 줄여 시장의 평가를 바꾸면 된다. 하지만 사업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신약을 개발하거나 품목을 도입해도 당장 실적에 반영되기 어렵다. 생산시설 투자도 마찬가지다. 6개월 안에 본업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반면 주가를 움직이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신사업 진출, 대규모 공급계약, 해외 사업 추진, 전략적 투자 소식이 나오면 단기간에 투자자가 몰릴 수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비만·탈모 치료제처럼 시장이 선호하는 소재가 붙으면 반응은 더 빨라진다. 이른바 ‘위험한 호재’가 등장할 수 있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당장 상장폐지되지 않을 테니 주식을 사두라”는 제안까지 나온다. 퇴출 유예를 투자 호재로 둔갑시킨 위험한 셈법이다. 공시 자체가 거짓이라는 뜻은 아니다. 신사업을 검토하거나 협력 논의를 시작한 것도 사실일 수 있다. 다만 초기 검토를 사업 확정처럼 포장하고, 양해각서를 매출로 이어질 계약처럼 부풀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금과 인력,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계획은 호재가 아니라 주가를 붙잡기 위한 문장에 가깝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이런 포장이 특히 쉽다. 연구개발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후보물질 도입이나 공동연구 계약만으로도 미래 매출을 크게 제시할 수 있다. 해외 진출 역시 허가 신청과 유통 계약, 초도물량 공급, 실제 시장 안착 사이에 큰 간격이 있다. 투자자는 발표의 크기보다 실행 조건을 봐야 한다. 계약 상대방은 누구인지, 계약금이 오갔는지, 최소 구매수량이 있는지, 해지 조건은 무엇인지 따져야 한다. 신사업이라면 필요한 자금과 인력, 구체적인 일정이 확인돼야 한다. ‘추진’, ‘협의’, ‘검토’만 반복된다면 한 번 더 의심할 필요가 있다. 더 위험한 신호도 있다. 호재 발표 전후로 최대주주나 주요 주주의 지분 매각, 전환사채 전환, 유상증자가 이어지는 경우다. 발표가 회사의 성장을 위한 것인지, 자금 조달과 주식 매도를 돕기 위한 것인지 구분해야 한다. 시가총액 기준 유예는 일시적인 시장 충격을 줄이는 안전장치다. 기업에 억지로 주가를 올릴 시간을 준 조치가 아니다. 기업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대신 6개월 동안 재무구조와 사업 경쟁력을 보완해야 한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도 유예 결정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 기준 미달 우려 기업이 내놓는 계약과 신사업 공시를 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계획이 반복해서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기업, 발표 직후 자금 조달과 지분 매각이 이어지는 기업은 집중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퇴출 시계는 멈추지 않았다. 단지 6개월 늦춰졌을 뿐이다. 그사이 기업의 체질이 달라지지 않으면 결론도 바뀌기 어렵다. 남은 시간이 짧을수록 말은 커질 수 있다.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화려한 호재가 아니다. 이를 실제 매출과 현금으로 바꿀 능력이다. 상폐를 피하려고 만든 호재라면 약효는 짧고 후유증은 길다.2026-09-28 06:27:44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접종률 80% 해낸 NIP, 다음 과제는?[데일리팜=어윤호 기자] 80%가 넘는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부분은 이미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고 있다.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을 통해 매년 무료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접종률만 놓고 보면 훌륭한 성적표라 할 수 있다. 많이 맞히는 데 성공했다면, 이젠 얼마나 보호하고 있는지 볼 차례다. 백신은 맞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말 그대로 질환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고령층 백신 접종을 들여다 봐야 하는 이유다. 노인은 노화에 따른 면역체계 변화, 이른바 면역노화로 백신 접종 후 면역반응이 감소할 수 있다. 복합만성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아 인플루엔자 감염 이후 입원이나 중증화, 사망으로 이어질 위험도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국내 8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연구에서 2023~2024절기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백신 예방효과는 약 13.5%로 추정됐다. 특정 절기의 연구 결과를 전체 고령층에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기존 예방접종 체계의 보호 효과를 살펴볼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접종률 80%와 예방효과 13.5%, 두 숫자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의미하는 바도, 산출되는 방식도 다르다. 그래도 질문은 남는다. 고령층의 낮은 면역반응을 고려해 개발된 것이 고용량 또는 면역증강 백신 등 강화된 인플루엔자 백신이다. 고용량 백신은 표준용량보다 4배 많은 항원을 포함해 보다 높은 면역반응을 유도하도록 개발됐다. 65세 이상 약 3만2000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는 표준용량 백신 대비 인플루엔자 예방에 있어 24.2% 높은 상대적 예방효과를 보였다. 해외에서는 이미 고령층의 연령과 위험도를 고려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65세 이상에서 고용량, 재조합 또는 면역증강 인플루엔자 백신을 우선 권고한다. 일본은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검토해 올해 10월부터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에 포함할 예정이다. 적용 연령과 대상은 다르지만 고령층의 위험도를 고려해 우선 보호가 필요한 집단부터 공공 지원을 시작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국내에서도 단계적 도입이 논의되는 만큼, 해외 사례는 우선접종 대상과 확대 방향을 검토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관련 논의는 이어지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2023년 성인 예방접종 권고안에서 65세 이상 고령층에 고용량 또는 면역증강 인플루엔자 백신을 권고했다. 최근에는 대한노인회와 의료계, 국회에서도 고령층의 연령과 위험도를 고려한 예방접종 전략과 고면역원성 백신에 대한 국가 지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검토에 들어갔다. 정통령 질병관리청 의료안전예방국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초고령사회 고령층 인플루엔자 예방 정책 혁신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국내 데이터 확보에는 일부 제한이 있지만 고면역원성 백신의 임상적 우월성은 명확하다"고 평가했다. 고령층의 면역 저하 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백신으로의 전환 필요성에도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문제는 재정이다. 새로운 백신을 NIP에 포함하는 데 임상적 근거만으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비용효과성과 재정 여건을 따져야 하고, 한정된 예산에서 누구에게 먼저 적용할지도 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단계적 도입의 기준은 무엇이어야 할까. 우선접종 대상의 선정뿐 아니라 향후 적용 연령을 확대할 시점과 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필요하다. 언급했듯, 고령층은 이미 10명 중 8명 이상이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는다. 그러나 같은 65세 이상이라도 연령과 기저질환, 감염 이후 중증화 위험은 같지 않다. 접종률이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서로 다른 위험을 가진 고령층의 보호 수준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접종률 80%는 NIP의 성과다. 훌륭한 성적표를 챙겼다면, 다음 과목도 노려볼 때가 됐다.2026-09-21 06:00:46어윤호 기자 -
[데스크 시선] 신약개발, 독주보다 빛난 합주[데일리팜=이석준 기자] 국내 44호 신약은 한 회사가 만들지 않았다. 비임상과 제제개선, 임상·허가, 원료 생산을 국내 제약사 4곳이 나눠 맡았다. 안구건조증 치료제 레코플라본 얘기다. 시작은 동아에스티였다. 초기 비임상 연구를 수행했다. 지엘팜텍은 2017년 물질을 도입해 제제개선과 원료 합성공정 개발, 초기 임상을 진행했다. 아주약품은 임상 2상부터 합류했다. 임상 3상과 품목허가를 책임졌다. 이니스트에스티는 국산 원료 생산을 맡았다. 역할은 달랐다. 목표는 같았다. 동아에스티가 가능성을 확인했고 지엘팜텍이 신약으로 다듬었다. 아주약품은 허가로 연결했고 이니스트에스티는 상용화 기반을 채웠다. 어느 한 곳도 조연은 아니었다. 후보물질이 있어도 임상에 실패하면 신약이 될 수 없다. 허가받아도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제품을 내놓기 어렵다. 네 회사의 전문성이 차례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신약이 탄생했다. 신약개발에는 많은 것이 필요하다. 후보물질을 찾는 기술이 있어야 한다. 임상을 설계하고 허가당국을 설득할 경험도 필요하다. 원료와 완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시설까지 갖춰야 한다. 한 회사가 모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자금과 인력이 제한된 중견·중소 제약사에는 높은 장벽이다. 레코플라본은 해법을 보여줬다. 부족한 역량을 새로 갖추느라 시간을 보내기보다 해당 분야에 강점이 있는 회사를 끌어들였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했다. 혼자서는 어려웠던 일을 함께 완성했다. 비슷한 장면은 장기지속형 주사제에서도 나타난다. 대웅제약과 종근당은 각각 개발 중인 탈모 치료제의 생산 파트너로 위더스제약을 택했다. 성분도 다르다. 대웅제약·인벤티지랩 제품은 피나스테리드, 종근당 제품은 두타스테리드 기반이다. 개발 주체도 별개다. 생산기지는 위더스제약 안성공장으로 모였다. 위더스제약은 269억원을 먼저 투자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전용공장을 지었다. 연간 생산능력은 250만 바이알이다. 미립구 크기를 균일하게 구현하는 마이크로플루이딕 공정과 무균 생산체계도 갖췄다. 개발사는 임상과 허가에 집중한다. 위더스제약은 연구실에서 만든 제형을 상업 생산 규모로 재현한다. 제품마다 별도 공장을 짓지 않아도 된다.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맡는 구조다. 레코플라본과 위더스제약 사례는 형태가 다르다. 하나는 신약개발 전 과정을 국내 4개사가 나눈 사례다. 다른 하나는 개발과 상업 생산을 분담한 사례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신약개발의 경쟁력이 더 이상 한 회사가 보유한 역량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협업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개발 일정이 어긋나거나 한 곳에서 품질 문제가 생기면 전체 사업이 흔들린다. 성과와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도 명확해야 한다.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레코플라본은 2027년 하반기 출시가 목표다. 위더스제약이 생산을 맡은 탈모 주사제는 임상과 허가를 통과해야 한다. 협업의 최종 성적표는 안정적인 생산과 시장 안착이다. 그래도 방향은 확인됐다. 좋은 후보물질을 찾는 능력만큼 좋은 파트너를 찾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모든 악기를 한 사람이 연주할 필요는 없다. 각자의 음이 정확하면 독주보다 합주가 오래간다.2026-09-14 06:00:40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약가인하 '예외'도 인정해야 한다[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정부 약가인하 제도의 작동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대상 약품의 기준 요건, 적용 시점, 인하율, 동일성분 의약품 수 등 수많은 변수와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기등재 의약품 약가인하 시점을 내년 4월로 잡은 배경 역시, 이처럼 복잡한 산식을 수만 개 품목에 일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문제는 정부와 제약사가 세부 사항을 조율한다 해도, 현행 제도의 틈새에서 억울한 피해 품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예외 구제 시스템이 없다면 업계는 또다시 지난한 소송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그 뒤에는 행정 공백과 시장 혼란이라는 더 큰 후폭풍이 남는다. 최근 마더스제약이 복지부를 상대로 낸 약가인하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승소한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고등법원은 마더스제약의 생약제제 '스토엠정' 등 3개 품목에 내려진 약가 15% 인하 처분이 부당하다는 손을 들어줬다. 해당 품목들은 2021년 기준요건 재평가 당시 '자체 동등성 미입증'을 이유로 약가가 깎였다. 하지만 입증하지 못한 데에는 제약사의 태만이 아닌 구조적 이유가 있었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조차 생약제제 동등성 입증 방안을 확정하지 못해, 약가인하 처분 이후에야 동등성 재평가를 공고했기 때문이다. 입증할 기준조차 없는데 입증하지 못했다며 가격을 깎은 셈이다. 재판부가 처분의 합리성과 타당성 결여를 지적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향후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식약처 동등성 재평가 대상인 생약제제에 가해진 기존 약가인하 처분은 원천적으로 위법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미 약가 인하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한 제약사들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5년 만에 대규모로 단행되는 이번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에서도 동일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획일적인 잣대로 모든 의약품을 재단하려 들면 마더스제약 사례와 같은 사각지대는 언제든 발생한다. 예외적 상황을 행정이 유연하게 수용하지 못하면, 결국 시시비비는 사법부로 넘어간다. 불필요한 소송 비용과 행정력 낭비는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치환된다. 이번 기등재 약가 재평가에는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제도적 모순으로 피해를 보는 특수·예외 품목을 사전에 걸러내고 검토할 수 있는 정교한 구제 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2026-09-07 06:00:40이탁순 기자 -
[데스크 시선] 같은 오너 2세, 서로 다른 시대의 숙제[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오너 2세들을 만났다. 모두 1990년대생이다. 젊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나이만으로 이들을 판단하는 건 맞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는 젊었지만 생각까지 어리지는 않았다. 공식적인 경영 경력은 길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와 업계를 접한 시간까지 짧은 것은 아니었다. 오너 일가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며 회사의 부침을 지켜봤고,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경영과 업계의 고민도 자연스럽게 접해왔다. 직함을 달기 전부터 나름의 경영 수업을 받아온 셈이다. 이들도 자신보다 어린 세대와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다. 2000년대생 직원들과 일하다 보면 생각하는 방식과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고 했다. 흔히 1990년대생과 2000년대생을 MZ세대로 묶지만 그 안에서도 세대 차이는 생기고 있었다. 반대로 이들은 1950년대생 업계 원로를 찾아 의견을 구했다.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제약업계에 몸담은 사람에게 회사와 경영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새로운 세대라는 이유로 과거의 경험을 밀어내지 않았다. 한쪽에는 1950년대생 원로가 있고 다른 쪽에는 2000년대생 구성원이 있다. 그 사이에 1990년대생 오너 2세들이 서 있다. 위 세대의 경험을 이해하면서 아래 세대의 생각도 읽어야 하는 자리다. 오래된 방식을 무조건 따를 수도, 새로운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다. 문득 ‘오너 2세’라는 말이 너무 많은 것을 하나로 묶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약업계에는 1960년대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서로 다른 2세들이 있다. 나이 차이만 30년에 달한다. 부모가 창업주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회사를 물려받은 시대와 그때 회사가 처한 상황은 같지 않았다. 누군가는 선대가 일군 회사를 지켜야 했고, 누군가는 제네릭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연구개발과 외형 확대를 고민해야 했다. 지금 등장하는 젊은 2세에게는 앞선 세대의 경험과 새로운 세대의 요구를 함께 담아야 하는 숙제가 놓였다. 필요한 것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선대의 경험 가운데 무엇을 이어가고, 달라진 환경에 맞춰 무엇을 바꿀지 결정하는 일이다. 결정은 결국 이들의 몫이다. 원로의 조언을 듣고 젊은 직원과 소통한다고 경영 능력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들은 것을 자신의 판단으로 바꾸고 실제 경영에 담아야 한다. 그 선택이 맞았는지는 회사의 변화와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오너 2세’는 출발점을 설명할 뿐이다. 경영의 결과까지 말해주지는 않는다. 같은 이름으로 불려도 이들이 넘겨받은 회사와 마주한 시대는 다르다. 답해야 할 질문도 같을 수 없다. 이날은 ‘젊은 2세’라는 말보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가 먼저 보였다.2026-08-31 06:00:44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명분 없는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정책[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2월 24일이면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골자로 한 개정 의료법이 본격 시행된다. 국회가 오랜 논의와 사회적 타협 끝에 마련한 법안의 핵심은 '제한적 재택수령'이다. 거동이 불편한 장기요양 수급자와 등록 장애인, 지리적 한계에 부딪힌 섬·벽지 주민, 감염병 확진자 및 희귀질환자 등 정작 도움이 절실한 의료취약계층을 위해 약 배송의 길을 열어두되, 일반 환자는 약국을 직접 방문해 대면 복약지도를 받는 안전장치를 뒀다. 그런데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인 지금, 정부가 뜬금없이 모든 비대면진료 환자로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겠다며 판을 흔들고 나섰다.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이 합동으로 내놓은 이번 발표는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린 '명분 없는 급발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어떤 제도든 입법 후 시행 과정을 거치며 현장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데이터와 평가를 토대로 보완하는 것이 상식적인 국정 운영의 순서다. 12월에 열릴 제한적 약 배송조차 실제로 가동해보지 않았다. 의약품 변질 위험, 오배송 및 분실 사고, 서면 복약지도의 한계 등 현장에서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단 하나의 평가 지표도 축적되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 편의와 접근성'이라는 포장지를 앞세워 전면 확대를 위한 추가 법 개정부터 외치는 것은 명백한 본말전도다. 시점과 배경을 들여다보면 의구심은 더욱 짙어진다. 발표가 나온 날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을 제한하는 '닥터나우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였다. 플랫폼 업계의 오랜 숙원이던 '전면 약 배송' 카드를 꺼내 든 주체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복지부가 아니라 규제 완화와 스타트업 육성을 외치는 국무조정실과 중기부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인 대면 원칙과 복약지도의 안전성보다, 특정 플랫폼 산업계의 이해관계와 '혁신'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가 정책 우선순위를 가로챈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주무 부처인 복지부마저 이러한 속도전에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는 후문은 이번 정책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방증한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고위 관계자도 "중기부 등 산업 부처를 축으로 비대면진료 처방약 배송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외 공식화했지만, 이는 당의 입장과 차이가 크다"면서 "비대면진료는 아직 본사업, 정식 제도화가 시행도 되지 않았다. 지금 처방약 전면 허용을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점은 주목해 봐야 한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이나 배달 음식이 아니다. 잘못 투약되거나 오남용될 경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공공재다. 플랫폼이 진료 중개부터 처방전 전송, 조제약 배송까지 전 과정을 장악하게 될 때 초래될 특정 대형약국 쏠림과 동네 단골약국의 붕괴는 결국 국민 건강권 침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소통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전면 확대'라는 결론을 정해두고 추진하는 협의체에 약사사회가 등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시작도 안 한 법을 흔들며 산업 논리에 편승하는 정책에는 명분이 없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생각한다면, 설익은 '전면 확대' 드라이브를 멈추고 12월로 예정된 취약계층 중심의 제한적 재택수령 제도가 안전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세부 가이드라인 정비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다.2026-08-24 06:00:42강신국 기자 -
[데스크 시선] 일반약 살릴 더 큰 수가 필요하다[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표준제조기준(표제기) 개정을 통해 새로운 카테고리의 일반의약품이 더 쉽게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의약품 표준제조기준에 추가되는 일반의약품은 별도의 안전성·유효성 심사 없이, 10일 이내 처리 가능한 신고만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으로 비타민 중 정제와 액제가 함께 포장된 이중제형, 글리시리진산·메퀴타진 성분 감기약, 인도메타신·피록시캄·펠비낙 외용진통제, 히드로코르티손·히드로코르티손아세테이트·프레드니솔론·프레드니솔론아세테이트 외용 진양제가 한결 쉽게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이중제형 비타민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외품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된다면 약국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접근성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식약처는 지난해에도 표제기 개정을 통해 새로운 성분의 감기약 등에 문호를 열며 다양한 일반약의 시장 진입을 유도했다. 모두의 성에 차지는 않겠지만, 식약처의 이러한 표제기 확대 노력은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오래전 일이지만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일반의약품 시장은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에 밀려 오랫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값싼 처방약에 수요가 쏠리면서 일반약(OTC) 산업의 기반도 크게 약화됐다. 제약사들 역시 막대한 홍보·광고 비용이 드는 OTC 제품 투자를 소홀히 하면서, 수요도 공급도 저조한 시장으로 전락했다. 다만 일반의약품만의 독자적인 장점이 있기에 시장을 살리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더욱이 처방약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약가 인하 기조, 약국의 수익성 제고, 소비자 접근성 확보 등을 이유로 최근 일반의약품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다시 커진 상황이다. 표제기를 통해 길을 열어주면 제약사는 제품 개발 투자 비용을 아끼고 시장에 빠르게 진출해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약국 역시 소비자 눈길을 끌 수 있는 제품이 늘어나 경영상 실질적인 이득을 얻는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의사 진료 없이 손쉽게 약을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해진다. 하지만 표제기 확대만으로는 만성 침체에 빠진 일반약 시장을 살리기에 역부족이다. 표제기로 신설되는 제품들이 해외나 건강기능식품·의약외품 시장에서는 이미 흔히 보던 것들이라 시장에서의 신선도도 떨어진다. 결국 소비자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일반의약품 카테고리를 풍성하게 만들려면,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전문의약품을 대거 일반의약품으로 재분류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느라 의약품 재분류에 미온적이다. 전문약을 일반약으로 바꾸는 것은 의사 눈치를 보고, 일반약을 전문약이나 안전상비의약품으로 변경하는 것은 약사 눈치를 보다 보니 결국 어느 것 하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 대규모 재분류가 이뤄진 2012년 이후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 정부가 약속했던 '상시 재분류 시스템'은 이익단체의 갈등 속에서 사실상 멈춰 서 있다. AI 시대를 맞아 정보 접근성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지금, 정책의 우선순위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가 아닌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에 두어야 한다. 일반의약품 시장 활성화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제약업계와 신제품 부족에 시달리는 약국, 그리고 의약품 구매 편의성을 바라는 소비자 모두에게 이로운 일이다. 정부는 단순히 표제기 확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전문약의 일반약 재분류 확대라는 보다 전향적인 정책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2026-08-18 06:00:42이탁순 기자 -
[데스크 시선] 희귀질환 신속등재 시범사업, 후회는 사치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는 신약의 평가기간을 단축해 보험급여 등재 속도를 올린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들에게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 질 정책방안이다. 말처럼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해당 제도들은 항상 실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 왔다. 여전히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렵거나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목표로 제시했던 기간 내 등재가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법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최종 등재까지 100일의 기간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기간은 중요한 게 아니다. 파격은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을 모두 생략하고 A8 조정 최저가의 90% 수준에서 예상 청구액 협상마저 생략해 선등재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시범사업 대상 약제는 산정특례 대상 질환 치료제로 희귀암은 제외된다. 허가를 받았거나 심사 중이거나 신청 예정인 약제여야 하며, A8개국 중 3개국 이상 등재된 약제는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달(8월)까지 접수를 받고 10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경평면제 약물에 상응하는 약가를 부여한다는 시범사업의 혜택은 제약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매달려왔던 '선등재 후평가'의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염원이 이뤄졌는데, 업계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제약업계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근거 생산을 통한 사후평가이다. 정부는 실사용 레지스트리를 구축하여 임상성과 관련 RWE 자료를 산출하고 평가 재 후 5년 시점에 현행 유지, 약가 일부 인하 또는 전액본인부담까지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RWE 데이터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정에 따라, 5년 후 사실상 비급여 전환도 가능한 셈이다. 이는 다국적사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본인들의 보유 약제에 공식적으로 '효능이 없는 약'이란 명찰을 달아주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단 얘기다. 여기에 지금까지 등재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았던 '환자 치료 지속성 보장계획'이 필수 제출 서류로 등장한다. 정확한 가이드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지의 장치는 망설임을 가중시키고 있다. 암환자 대비 기대여명이 높은 희귀질환치료제 대상 시범사업인 만큼, 총액제한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앞에서 열어주고 뒤에서 조이면 된다"고 주장해 온 것은 업계다. 당연히 파격엔 리스크가 따른다. 시범사업은 본사업을 위한 시험대다. 적극적으로 제약사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안정적인 본사업의 윤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정부 역시 트럼프 정부의 MFN 여파에 따른 신약 접근성에 우려를 갖고 있다. 신약을 위해 변해야 한다는 기조 속에 시작되는 시범사업이다. 고의적 무관심 속에 제도가 사장되지 않기를 소망한다.2026-08-10 06:00:42어윤호 기자 -
[데스크시선] AI 시대, 사라질 MR과 더 강해질 MR[데일리팜=이석준 기자] AI가 모든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할 수 있는 일부터 대신할 뿐이다. 반대로 AI를 자신의 무기로 만드는 사람은 이전보다 강해진다.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다. 제약 영업사원(MR)도 이 변화를 맞닥뜨렸다. 제품 정보는 AI가 더 빨리 찾는다. 논문과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리하고, 매출과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다. 어떤 의료진을 만나야 할지 우선순위도 제시한다. 과거 MR의 지식과 경험에 의존했던 일의 상당 부분을 AI가 도울 수 있게 됐다. 그렇다면 MR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만남'이다. 제약 영업에서 MR의 본질은 의료진을 만나는 데 있다. AI가 정보를 아무리 잘 정리해도 의료진을 직접 만나지는 못한다. 상대의 반응을 읽고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며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것도 사람의 몫이다. 과거에는 자주 만나는 것 자체가 MR의 경쟁력이었다. 의료진과 접점을 늘리고 관계를 쌓는 과정에서 제품 정보를 전달하고 처방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이제는 다르다. 의료진도 AI를 활용해 필요한 정보를 직접 찾는다. 제품 정보나 논문을 확인하기 위해 MR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으로 의료진을 만날 이유는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만남'은 더 중요해졌다.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났을 때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해진 것이다. 많이 아는 것보다 잘 설명해야 한다. 의료진의 질문을 이해하고 근거를 바탕으로 답해야 한다. 같은 데이터라도 상대의 상황에 맞게 해석하고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AI는 이 만남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 만나야 할 고객을 찾는다. 방문 전에는 예상 질문과 반론을 AI와 연습한다. 실제 만남에서 부족했던 부분은 다시 분석하고 다음 방문에 반영한다. 교육 역시 제품 지식을 외우는 데서 실제 상황을 반복해서 훈련하는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결국 AI 시대 제약 영업의 변화는 단순하다. AI가 잘하는 일은 AI에 맡기고, 사람은 사람이 잘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정보 검색과 분석에 쓰던 시간을 의료진과의 대화와 신뢰 형성에 더 쓰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AI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다. AI를 활용해 의료진과의 한 번의 만남을 얼마나 가치 있게 만드느냐다. 제약사에도 같은 숙제가 남는다. AI 프로그램 하나를 도입한다고 영업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가 덜어준 일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MR을 어떤 역할에 집중시킬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 MR의 미래도 갈릴 수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과 반복 방문에 머무는 MR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대로 AI에 맡길 일은 맡기고 의료진과의 만남에 집중하는 MR의 가치는 커질 수 있다. 결국 답은 다시 사람에게 돌아온다. AI가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만큼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해야 한다. AI가 대신할 MR과 AI로 강해질 MR. 그 갈림길에 국내 제약 영업이 서 있다.2026-08-03 06:00:46이석준 기자 -
[데스크 시선] 다가오는 혼란의 시기와 정부 능력 시험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지난 1년 가까이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약가제도 개편 시행이 임박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5월 행정예고한 제네릭 약가인하 내용을 담은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이 두 달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다음 달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편 약가제도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약가 상한선이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가는 내용이 핵심이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제네릭 약가가 16.0% 깎이는 셈이다. 제약업계는 개편안 확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실질적으로 반영됐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례로 항생 주사제 약가우대 실효성이 지목된다. 항생 주사제는 68%까지 약가를 우대해주는 내용이 개편안에 포함됐다. WHO ATC 코드 기준 J(전신용 항감염제)로서 투여경로 및 제형이 주사제인 항생 주사제가 약가 우대 대상이다. 항생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페니실린 계열이나 세팔로스포린 계열 의약품이 해당된다. 처방 현장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항생 주사제의 약가를 높여줘 생산 동력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업계의 반응은 냉담하다. 항생 주사제는 생산 업체가 적은데다 이미 수십개의 품목이 등재된 제품이 많아 실제 혜택을 받는 제품은 극히 드물다는 이유에서다. 항생 주사제가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직접 생산과 동일 제품 3개 이하 등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페니실린 제제와 세팔로스포린 제제 등 주요 항생 주사제는 다른 의약품과 분리된 별도 공장이 필요해 원가 구조가 열악하고 생산 업체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원가율이 높은 항생 주사제의 약가가 낮아지면 채산성이 맞지 않아 생산 포기 업체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약가제도 개편 이후 항생 주사제의 약가 하락에도 약가 우대를 받는 제품이 많지 않으면 필수 의약품 수급난이라는 부작용이 현실화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인하 작업이 시작되면 업계 내 잡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기존 의약품을 2012년 이전과 이후 등재된 그룹으로 구분해 개정 산정률 45%까지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제네릭과 제네릭 등재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이 약가인하 대상이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 인하에 따른 손실이 가장 큰 고민이다. 예를 들어 연 매출 100억원 규모 제품의 약가가 53.55원에서 45원로 내려가면 산술적으로 연간 16억원의 매출이 감소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히 계산해도 1개 제품의 영업이익이 16억원 증발한다. 여기에 최고가 요건 미충족 시 인하율 확대는 제약사들에 또 다른 경영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최고가 요건 미충족시 적용되는 인하율은 15%에서 20%로 확대된다. 2020년 7월부터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최고가 53.55%를 받을 수 있는 기준 요건이 도입됐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2개 요건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는 구조다. 15% 인하율을 적용하면 제네릭 최고가 산정 기준 53.55%가 1개 요건 미충족시 45.52%, 2개 요건 미충족시 38.69%로 내려간다. 제네릭 산정 기준 45%와 최고가 요건 미충족 인하율 20%를 적용하면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은 36%, 2개 미충족 제네릭은 28.8%로 낮아진다. 최고가 요건 1개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는 현행보다 20.9% 인하되고 2개 미충족 제네릭은 현재보다 25.6% 내려간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생동성시험 미수행 제네릭에 대해 20.9%의 약가인하를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기준 요건 미충족 제네릭의 약가인하율을 수용했을 때 수익성이 크게 훼손되는 제품에 대해서 생동성시험 수행 등으로 약가인하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강구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면서 생동성시험 수행 건수가 급증하면서 제약업계에 큰 혼란이 펼쳐진 이력이 있다. 지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2023년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제약사들은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해 기허가 제네릭 제품에 대해서도 생동성시험에 착수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정책간의 시간차도 큰 변수다. 혁신형제약기업 제도와 개편 약가제도 시행 시기의 시간차에 따른 엇박자도 예상되는 혼선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매출액 대비 R&D 비율에 따라 제네릭 약가를 가산하는 내용이 담겼다.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혁신성을 평가해 약가우대 자격을 부여하는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일정은 이보다 뒤로 밀려 있다. 복지부는 8월부터 신청 접수를 시작해 12월 말에야 최종 명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되는 준혁신형 제약기업 역시 50%의 산정률을 최대 4년간 적용받는다. 기등재 의약품 조정 시에도 혁신형은 4년간 49%, 준혁신형은 3년간 47%의 약가 가산이 적용된다. 제약업계에서는 이러한 공백이 기업의 경영 방침과 R&D 투자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신규 제네릭 출시를 앞둔 기업들의 경우, 불과 몇 개월 차이로 산정률이 5~15%p까지 차이 날 수 있어 출시 시점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개편 약가제도의 실제 시행 시점을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결과 발표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의 복잡성이다. 정작 실무진도 제도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쏟아질 만큼 제도가 복잡해지면서 향후 운영 과정에서 불거질 혼선과 부작용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면서 복잡하고 소모적인 기준 요건을 폐지할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새 제도에서는 기준 요건은 더욱 강화되면서 계산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 때마다 숱한 부작용이 노출됐고 뒤늦게 정부는 수습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예를 들어 개편 약가제도에서 양도·양수 의약품의 약가 승계를 차단하는 규정이 담겼다. 상속이나 합병을 제외하고 의약품의 판권이 다른 기업으로 이전하면 원칙적으로 동일 제품 최저가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0년 약가제도 개편으로 양도·양수 의약품도 계단식 약가제도의 적용으로 동일 제품 중 최저가로 등재됐다. 의약품 허가권이 다른 업체로 변경되는 양도·양수의 경우 급여 삭제와 재등재 절차를 거친다. 기존에 등재됐던 제품이라도 삭제 이후 신규 등재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계단형 약가제도 적용이 불가피했다. 업계가 이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자 복지부는 일부 제도를 개선했다. 제조업자 지위 승계, 수입·제조허가 전환, 동일 제품 재허가 등 특정 사례에는 삭제된 제품의 최종 상한금액과 동일가를 산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러자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높은 약가의 제네릭을 사고파는 행위가 빈번해졌다. 과연 정부가 대대적인 제도 개편을 시행하면서 사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을까. 정부의 제도 개편이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까. 정부의 실력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2026-07-27 06:00:46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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