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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온누리체인의 메가약국 논란을 보며[데일리팜=강혜경 기자] 대한민국 1위 약국체인 온누리H&C의 '메가·프라임' 사업 추진을 놓고 약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변화하는 유통 트렌드와 중대형 약국을 선호하는 예비 가맹점주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체인 본사의 생존 전략과, 인근에서 수년간 브랜드를 함께 키워온 기존 가맹약사들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가맹약사들의 비상협의체 구성 움직임과 지역 약사회의 공식 질의로까지 이어지며 절충안 마련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 속에서 본사의 고민을 온전히 부정하기는 어렵다. 가맹 약국의 정체와 감소, 기존 약국 모델의 한계, 드럭스토어 형태의 대형 약국 등장,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체인 본사 역시 매출 보전과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 다각화가 절실했을 것이다. 정체가 곧 도태를 의미하는 유통 시장에서 중대형 약국 모델인 '메가·프라임'이라는 새로운 카드는 본사 입장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갈등의 핵심은 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변화의 방식'에 있다. 온누리라는 브랜드가 국내 No.1 체인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수십년간 현장에서 브랜드를 지켜온 가맹 약사들의 신뢰와 헌신이었다. 특히 '메가'라는 단어가 주는 거대함과 압도감은 현장 약사들에게 상권 포식자나 거대 자본의 침투를 연상시키며 심리적 거부감을 한층 키웠다는 분석이다. 근거리 내에 대형 프리미엄 매장이 들어설 수 있다는 불안감은 단순한 밥그릇 싸움을 넘어, 본사의 배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기존 회원들에 대한 충분한 설득과 상권 보호 협의 등이 선행되지 않았다면 아무리 명분 좋은 혁신이라고 내부 반발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생의 정교함이다. 본사는 메가·프라임 모델 도입시 기존 가맹약국의 입점 거리 제한 및 상권 보호 기준을 더욱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형화의 혜택이 메가 매장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기존 소형·중형 가맹점에도 대형화에 맞설 수 있는 내실있는 전용 물류·마케팅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 탈퇴가 아닌 상생을 택하고자 하는 가맹약사들 역시 공식적인 소통 창구를 통해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며 함께할 수 있는 방향을 찾는 편이 현실적인 대응방안일 수 있다. 본사와 가맹점은 적이 아닌 운명공동체다. 거센 트렌드의 파도 속에서 온누리가 진정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외형의 메가와 더불어 회원들과 쌓아온 신뢰의 크기도 점검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2026-08-14 06:00:38강혜경 기자 -
[기자의 눈] 공단 특사경법 서두르되 만반의 준비해야[데일리팜=정흥준 기자]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이 국회의 법안 통과라는 마지막 단추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실이 건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는 불법 개설 요양기관들에 의한 재정누수 문제가 얼마나 참담한지를 보여준다.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누수액(미징수액)이 무려 2조 6500억원에 달한다. 전체 환수결정액 2조 9천억원 중 실제 거둬들인 돈은 9%대에 불과하다. 특히 면허대여약국의 경우 환수결정액 약 7056억 원 중 미징수율이 92.2%에 달했다. 현행 조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고, 조속한 특사경 도입이 절실한 이유다.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에 따라 특사경에 대한 검사 지휘권이 사라진다. 일각에서는 검찰 지휘권 공백을 이유로 공단 특사경 도입을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부 통제가 약화된 상황에서 권한이 주어지면 과잉 수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 특사경 인력들의 법률 지식과 수사 경험 부족 등 비전문성을 문제 삼으며 수사 오남용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사 지휘권이 사라지고,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특사경 도입을 전면 백지화하자는 주장은 과하다. 2조 6000억원에 달하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보공단도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전담 TF를 꾸리고 재정당국으로부터 31명의 수사 인력 증원까지 승인받으며 하드웨어 세팅을 마쳤다. 이제는 일부 우려가 현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공단 스스로 투명성과 전문성을 입증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인권 침해나 권한 남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고도화된 수사 매뉴얼을 정립하고, 수사 인력에 대한 강도 높은 직무와 윤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면 될 일이다. 최근 국회에서는 약국의 불법 개설·운영 범죄로 수사 관할을 명확히 하는 법안(서미화 의원안)이 발의되는 등 입법적 보완도 이뤄지고 있다. 국회는 더 이상 주변 상황을 이유로 법안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된다. 입법이 지체될수록 불법 사무장과 면대업주들에 의한 재정 누수액만 늘어날 뿐이다. 소모적인 공방을 멈추고 신속히 마지막 단추를 꿰 누수의 구멍을 막아야 한다. 그 이후의 책임은 만반의 준비를 갖춘 건보공단이 스스로 입증해야 할 몫이다.2026-08-13 06:00:38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특허 5위와 블록버스터 0개의 아이러니[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특허 출원‧등록 건수와 피인용 건수는 한 국가의 기술력과 산업 체력을 가늠하는 보편적인 잣대다. 특히 원천 기술 확보와 독점적 권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그 가치가 더욱 절대적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내놓은 ‘글로벌 바이오 상장기업 특허 분석 보고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K-바이오의 현주소를 명확히 드러낸다. 최근 15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허 출원·등록 건수는 세계 5위 수준으로 집계됐다. 후발 주자로 출발해 단기간에 R&D 저변과 파이프라인을 끌어올린 성과다. 그러나 이러한 정량적 지표 뒤편에는 씁쓸한 질문이 남아있다. 특허 순위가 세계 5위까지 치솟는 동안, 왜 우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 내놓지 못했을까. 답은 보고서의 또 다른 숫자에 있다. 특허 1건당 영향력을 뜻하는 질적 지표(피인용 수)에서 한국은 세계 21위(0.53)에 머물렀다. 최상위권인 아일랜드(3.74)나 미국(1.36)은 물론, 일본(0.92)이나 중국(0.70)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하다. 하나의 기술을 해외 주요국에 동시에 출원해 권리를 묶는 '패밀리 특허' 규모 역시 주요 분석 대상국 중 하위권에 그쳤다. R&D 현장의 진단은 냉정하다. 그간 R&D 성과를 외부에 증명하거나 투자 유치를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특허 건수'를 우선시해 온 관행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 기초 연구 단계의 출원은 활발했지만, 막대한 비용과 거시적 IP 전략이 필요한 글로벌 출원이나 상업화 단계의 '알짜배기 권리' 확보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결국 이번 보고서에너 드러난 '특허 5위'라는 숫자는 K-바이오가 축적해 온 양적 저변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제는 '질적 성숙'이라는 진짜 시험대에 올랐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언제까지 '특허 몇 건을 출원했다'는 수치에 만족할 수는 없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통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핵심 권리를 선점하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확보한 독점적 권리만이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상이나 특허 분쟁에서 실질적인 방어막이 되며, 처방과 매출이라는 결과물로 연결될 수 있다. 그간 특허 출원을 중심으로 R&D의 양적 확장을 이뤄낸 K-바이오가 '특허 5위'라는 숫자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라는 질적 결실로 넘어가길 기대한다.2026-08-12 06:00:40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쌍둥이 제네릭 난립…1+3 규제와 디테일[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가 제네릭(복제약) 난립을 막고 국내 제약 산업의 신약 연구개발(R&D) 체질 개선을 도모하겠다며 도입한 '제네릭 1(수탁사)+3(위탁사) 제한 규제'가 시행된 지 5년여가 지났다. 하나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생동성 시험) 자료로 허가받을 수 있는 제네릭 품목 수를 원천 제조사(수탁사) 1곳당 위탁 제약사 3곳, 총 4개로 제한한 이 제도는 발표 당시 제약업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국내 의약품 시장을 들여다보면 과연 제네릭 난립 구조가 해소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규제 적용 이전 '기등재 제네릭'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1+4 이상' 제네릭 비중이 80%에 달하는 현실이 변화없이 유지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제도 시행 전 이미 허가를 얻어 시장에 진입해 있던 1+4 이상 택갈이 묶음 제네릭들은 여전히 시장 점유율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보건복지부가 14년만의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을 시행하면서 수 십여개 묶음 제네릭 약가가 일괄 인하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1개 성분 다품목 제네릭이 무제한 시장 경쟁을 벌이게 되는 현상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시점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1+3 공동생동 규제를 합리적으로 선진화하기 위한 입법·행정 노력이다. 1+3 공동생동 규제를 1이나 1+1 등으로 강화하는 입법 필요성을 고민하는 동시에 단순 제네릭이 아닌 개량신약과 자료제출의약품에 대해서는 1+3 규제를 일부 완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제약업계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제네릭 숫자만 줄이는 일차원적 규제 강화는 오히려 자체 개발 능력이 부족하지만 독자적인 제형 기술이나 개량 여지를 가진 중소·벤처 제약사의 신약·개량신약 진입 사다리마저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단순 숫자 쳐내기를 넘어 '디테일하고 섬세한 구조개혁'으로 진화해야 한다. 먼저 개량신약과 단순 제네릭을 명확히 구분하는 맞춤형 규제 정비가 시급하다. 복합제나 제형 변경 등 유의미한 임상적 개선을 입증한 개량신약마저 일반 제네릭과 동일한 공동생동·임상 잣대로 묶어 규제하는 건 제약사의 R&D 의지를 꺾는 요인이다. 이와 함께 기등재 제네릭에 대한 실질적인 구조조정 기전도 마련해야 한다. 단순 허가 건수 제한에 머물 게 아니라, 약가 제도 개편과 연계해 품질 관리 기준(GMP) 평가, 자체 생동성 입증 여부에 따른 약가 차등제를 한층 고도화해야 한다. 위탁 생산에만 의존하면서 자체 R&D 투자가 전무한 기등재 품목에 대해 스스로 시장 퇴출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경제적 유인 설계가 필요하다.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이 이달(8월)부터 시행되면서 국내 제약사 대다수는 약가가 53.55%에서 45%로 일괄 인하하는 경영 타격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됐다. 1개 성분 당 수 백여개 제네릭이 허가되는 기형적인 시장 환경을 개선해 글로벌 신약 강국으로 한 걸음 더 내딛으려면, 국내 제약업계를 제대로 파고들어 혁신과 단순 복제를 선별하는 디테일한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 이제부터 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간이다. 제네릭 다품목 구조의 뿌리를 흔들 수 있는 섬세하고 다각적인 행정과 정책 로드맵 수립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2026-08-11 06:00:44이정환 기자 -
[데스크 시선] 희귀질환 신속등재 시범사업, 후회는 사치다[데일리팜=어윤호 기자]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판단되는 신약의 평가기간을 단축해 보험급여 등재 속도를 올린다.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층들에게 바람직하다고 받아들여 질 정책방안이다. 말처럼만 된다면야 좋겠지만, 해당 제도들은 항상 실효성에 대한 도전을 받아 왔다. 여전히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렵거나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많아 목표로 제시했던 기간 내 등재가 성공한 사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제법 파격적인 카드를 내밀었다. '희귀질환치료제 신속등재 시범사업'은 최종 등재까지 100일의 기간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기간은 중요한 게 아니다. 파격은 경제성평가와 약가협상을 모두 생략하고 A8 조정 최저가의 90% 수준에서 예상 청구액 협상마저 생략해 선등재 혜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시범사업 대상 약제는 산정특례 대상 질환 치료제로 희귀암은 제외된다. 허가를 받았거나 심사 중이거나 신청 예정인 약제여야 하며, A8개국 중 3개국 이상 등재된 약제는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달(8월)까지 접수를 받고 10월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경제성평가를 생략하고 경평면제 약물에 상응하는 약가를 부여한다는 시범사업의 혜택은 제약업계가 그동안 줄기차게 매달려왔던 '선등재 후평가'의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염원이 이뤄졌는데, 업계의 표정은 심드렁하다. 제약업계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부분은 근거 생산을 통한 사후평가이다. 정부는 실사용 레지스트리를 구축하여 임상성과 관련 RWE 자료를 산출하고 평가 재 후 5년 시점에 현행 유지, 약가 일부 인하 또는 전액본인부담까지 부여하겠다는 입장이다. RWE 데이터 자체에 대한 논란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정에 따라, 5년 후 사실상 비급여 전환도 가능한 셈이다. 이는 다국적사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본인들의 보유 약제에 공식적으로 '효능이 없는 약'이란 명찰을 달아주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단 얘기다. 여기에 지금까지 등재 시스템에 존재하지 않았던 '환자 치료 지속성 보장계획'이 필수 제출 서류로 등장한다. 정확한 가이드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지의 장치는 망설임을 가중시키고 있다. 암환자 대비 기대여명이 높은 희귀질환치료제 대상 시범사업인 만큼, 총액제한에 대한 부담도 존재한다. 용기가 필요하다. "앞에서 열어주고 뒤에서 조이면 된다"고 주장해 온 것은 업계다. 당연히 파격엔 리스크가 따른다. 시범사업은 본사업을 위한 시험대다. 적극적으로 제약사들이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안정적인 본사업의 윤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정부 역시 트럼프 정부의 MFN 여파에 따른 신약 접근성에 우려를 갖고 있다. 신약을 위해 변해야 한다는 기조 속에 시작되는 시범사업이다. 고의적 무관심 속에 제도가 사장되지 않기를 소망한다.2026-08-10 06:00:42어윤호 기자 -
[기자의 눈]수술로봇, 한국의 강점을 수출하려면[데일리팜=황병우 기자]국산 수술로봇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의 빈틈을 찾고 있다. 다빈치가 자리 잡은 복강경 수술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정형외과와 뇌수술, 신장결석 등 특정 술기에 집중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선두 기업이 구축한 시장을 그대로 따라가기보다 국내 기업이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부터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도전에서 주목할 부분은 로봇 기술만이 아니다. 한국은 의료진의 높은 술기 수준과 새로운 의료기술을 빠르게 임상에 적용하는 역량을 갖춘 시장이다. 글로벌 수술로봇 선도기업인 인튜이티브도 한국 의료진의 숙련도와 로봇수술 활용 역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로봇수술은 장비의 성능만으로 결과가 결정되지 않는다. 의료진의 술기와 장비 활용 경험, 병원의 수술실 운영체계가 결합돼야 임상적 가치가 만들어진다.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한국 의료진과 함께 축적한 수술 경험 자체가 해외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레퍼런스의 가치도 여기에 있다. 어느 병원에 몇 대를 설치했는지를 넘어 실제 수술 건수와 적용 술기, 환자 결과, 의료진의 학습 과정이 쌓여야 한다. 국내에서 검증된 장비와 수술법,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제시할 수 있다면 해외 병원이 감수해야 하는 도입 부담도 낮출 수 있다. 특히 국산 기업이 공략하는 분야 가운데에는 글로벌 선도 플랫폼과 직접 경쟁하지 않는 영역도 적지 않다. 국내 의료진이 새로운 술기를 개발하고 기업이 이를 장비 개선에 반영한다면 특정 수술 분야에서 한국형 표준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장비 한 대를 수출하는 것을 넘어 의료진 교육과 수술 프로토콜, 임상 데이터를 함께 수출하는 구조다. 이러한 선순환은 기업의 힘만으로 만들기 어렵다. 신생 의료기기 기업이 충분한 국내 임상경험을 확보하려면 병원의 참여가 필요하고, 병원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려면 비용과 안전성에 대한 부담을 넘어야 한다. 임상 근거를 만들기 위한 시간과 비용도 상당하다. 정책 지원 역시 단순한 연구개발비나 장비 구매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공병원 실증이 실제 수술과 장기적인 데이터 축적으로 이어지고, 그 결과가 해외 인허가와 수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의료진 교육과 유지보수 체계, 현지 파트너 발굴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필요도 있다. 로봇수술의 임상적 가치를 평가할 제도적 논의도 병행돼야 한다. 일괄적인 급여 적용이 어렵다면 술기별 유효성과 안전성, 환자 편익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사용 기회를 확보하지 못한 제품이 해외에서 충분한 신뢰를 얻기는 쉽지 않다. 한국 수술로봇 산업의 강점은 로봇팔이나 소프트웨어에만 있지 않다. 높은 수준의 의료진과 임상현장, 이를 빠르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는 기업이 함께 존재한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국산 수술로봇이 찾은 빈틈에 한국 의료진의 술기와 임상 데이터가 더해진다면 국내 레퍼런스는 해외 수출을 이끄는 자산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아니라 이 강점들이 실제 산업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정책적 고민이다.2026-08-07 06:04:15황병우 기자 -
[기자의 눈] 출구 없는 바이오 공시 규제, 혁신 막는다[데일리팜=차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또다시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에 나섰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업가치 산정 근거를 구체화하고 기술이전 계약의 구체적인 조건을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당국은 정보 비대칭을 줄여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공시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정책 취지는 타당하다. 자본시장의 신뢰는 충분한 정보 공개에서 시작한다. 그동안 임상 성과나 기술이전 규모가 과도하게 포장되거나 공시와 언론보도 간 정보 불일치로 투자자가 혼란을 겪어왔던 점을 고려하면 이런 세부 기준 마련과 가이드라인 도입은 반길 만한 변화다. 문제는 정책의 무게중심이다. 최근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추진된 제도 개선은 대부분 투자자 보호와 규제 강화에 집중돼 있다. 당국은 공모주 가격을 정하는 기관투자자의 참여 기준을 높였고 기관투자자가 배정받은 주식을 일정 기간 팔지 못하게 하는 의무보유 확약도 확대했다. 여기에 이번에는 기업가치와 연구개발 성과에 관한 공시 의무까지 한층 더 촘촘하게 바꾼 것이다. 반면 투자금 회수 통로를 넓히기 위한 정책은 제자리걸음이다. 현재 국내 바이오벤처와 투자자에게 IPO는 사실상 유일한 엑시트 수단이다.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기업을 매각하거나 보유 지분을 넘겨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드물기 때문이다. 성장 단계나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상당수 바이오벤처가 상장에만 매달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이를 해소하려는 정책적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IPO와 공시, 상장관리 제도는 계속 손질하면서도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활성화하거나 기업의 인수 참여를 끌어낼 정부 유인책 마련은 요원하다. 정부가 투자금 회수를 위한 출구전략은 마련하지 않은 채 상장 문턱만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회수가 막히면 벤처캐피털은 기존 펀드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새 펀드를 조성하기 어려워진다. 신규 투자 재원이 줄면서 가장 먼저 초기 바이오벤처로 흘러가는 자금이 마른다. 기술력이 있어도 임상 진입과 후속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 일정을 늦추거나 파이프라인을 중단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M&A나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되지 못한 채 정부 지원금이나 반복적인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에 의존해 연명한다. 유망한 기업에는 돈이 가지 않고 성과가 부진한 기업에는 자금과 인력이 묶이는 구조다. 결국 혁신기업은 성장 기회를 잃고 이른바 '좀비 바이오'만 시장에 남게 된다. 투자자 보호는 자본시장의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보호만 있고 회수는 없는 시장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이제 정책의 초점도 '어떻게 상장시키고 관리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회수하고 다시 투자하게 만들 것인가'로 옮겨야 할 때다. 기업의 인수 부담을 낮추는 세제 지원과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M&A와 구주 매각 등 다양한 엑시트 경로를 열어주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회수된 자금이 다시 혁신기업으로 흘러가고 국내 바이오 생태계도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갖출 수 있다.2026-08-06 06:04:25차지현 기자 -
[기자의 눈] 한미약품 둘러싼 '설'…팩트와 의혹의 경계[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국내 첫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출시가 눈앞이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하반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역대 최대 실적도 기록했다. 본업과 연구개발 성과만 놓고 보면 어느 때보다 주목받을 시기다. 하지만 최근 한미약품을 둘러싼 이야기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재점화 가능성과 지분 재편, 오너 일가의 법인카드 사용 의혹 등이 잇따라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과 아직 검증되지 않은 의혹, 시장의 추측이 뒤섞이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을 둘러싼 의혹은 당연히 검증돼야 한다. 상장사의 지배구조와 경영 투명성은 투자자와 시장이 엄격하게 따져야 할 문제다. 문제가 확인된다면 책임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의혹을 검증하는 것과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에 또 다른 해석을 더해 사실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경영권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일수록 누가 어떤 주장을 했는지,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지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제기된 법인카드 사용 의혹도 마찬가지다. 송영숙 회장 일가의 사적 사용 의혹이 제기됐지만 한미그룹은 이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 회사는 의혹 제기에 활용된 자료에 사후 비용 환입이나 결제 취소 등이 반영되지 않았고, 백화점과 명품점 결제 역시 임직원과 주요 고객을 위한 선물 구입 등에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해명만으로 의혹이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사실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결국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사실 확인과 검증이다. 그 사이 한미약품의 사업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4672억원, 영업이익은 1311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로수젯과 아모잘탄패밀리 등 주력 품목이 성장했고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도 실적에 반영됐다. 하반기에는 에페글레나타이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비만·대사 분야에서는 차세대 비만 삼중작용제 HM15275와 근육 증가 비만치료제 HM17321 등 후속 후보물질의 글로벌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이런 성과를 이유로 오너가를 둘러싼 의혹에 눈을 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기업의 성과와 오너가의 문제를 각각 사실에 근거해 평가해야 한다. 신약의 경쟁력은 임상 데이터와 시장성으로, 경영진을 둘러싼 의혹은 확인된 사실과 책임으로 판단하는 것이 맞다. 한미그룹에도 책임은 있다. 2024년부터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은 시장의 피로감을 키웠다. 지배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면서 작은 지분 변화나 오너가 관련 이슈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었다. 이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것 역시 회사가 풀어야 할 과제다. 의혹은 철저히 검증돼야 하고 잘못이 확인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또 다른 추측을 낳고, 그 추측이 다시 사실처럼 소비되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한미약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오너가를 둘러싼 '설'이 아니라 확인된 사실이어야 한다.2026-08-05 06:04:10최다은 기자 -
[기고] 편의점 상비약 확대, 대한약사회는 왜 방관하는가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법정 한도인 20개까지 확대하고, 약국이나 24시간 편의점이 없는 지역에서는 일반 소매점까지 상비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위한 고시 개정과 약사법 개정을 올해 12월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구체적 시한까지 못 박았다. 이미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부처 내부 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이다. 이는 단순한 '검토'나 '논의'가 아니라 정부가 정치적 완결성을 갖추고 일정표까지 확정한 기정사실화된 정책이다. 대한약사회는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합의한 바 없다"는 원론적 입장문 한 장을 낸 것 외에 사태가 이렇게 진행되도록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정부가 응할 이유 없는 '약정협의체'에 매달리는 집행부 대한약사회는 보건복지부와의 '약정협의체'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대통령 보고를 마치고 고시 개정과 법 개정이라는 행정·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협의체는 법적 구속력도, 정책을 되돌릴 권한도 없는 임의의 대화 채널일 뿐이다. 정부 입장에서 이미 결정된 정책 방향을 협의체 테이블 위에서 양보할 유인은 어디에도 없다. 결국 협의체는 정부에게는 '약사회와 대화했다'는 명분을 쌓아주는 절차적 알리바이로 기능할 뿐이며 약사회에게는 아무런 지렛대도 주지 못한다. 무기력한 집행부, 회원의 신뢰를 잃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의 온상이 된 편의점약 확대를 지금까지 온 힘을 다해 막아왔다. 이런 노력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려 하는 지금이 대한약사회 역사상 가장 엄중한 국면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집행부는 총궐기대회 하나 구체적 저지 로드맵 하나 제시하지 못한 채 침묵하고 있고 해외 학회 일정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호, 통재라… 이런 엄중한 시기에 사태 파악이 안 되는가? 부디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과연 8만 약사회원은 지금의 대한약사회를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이제는 답해야 할 때다 대한약사회 집행부에 묻는다. 정말 직을 걸고 편의점약 확대를 막아낼 각오가 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옳다. 창고형약국, 편의점약 확대, 약 배달, 한약사 문제. 지난 1년 6개월 동안 집행부가 매듭지은 현안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 지금 이 순간, 8만 회원 앞에 엄중히 사과부터 해야 한다. 대한약사회가 지금처럼 무기력한 태도를 계속한다면 편의점약의 대폭 확대로 국민건강을 지켜온 약사 직능 전반의 근간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를 위한 대화가 아니라 물러설 곳 없는 싸움이다. [필자 약력]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현 광명시약사회장 -현 경기 분회장협의회 회장2026-08-04 12:04:30민필기 경기 분회장협의회장 -
[기자의 눈] 초고령사회가 바꾸는 신약의 가치[데일리팜=손형민 기자]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의료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가 중요한 시대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 현장뿐 아니라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과거 신약의 가치는 기존 치료제 대비 얼마나 질병 진행을 늦췄는지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항암제는 전체생존기간(OS)과 무진행생존기간(PFS), 심혈관질환 치료제는 심혈관 사건 감소, 만성콩팥병 치료제는 투석 시점 지연 등이 대표적인 평가 지표였다. 지금도 이러한 지표는 신약의 효과를 입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임상시험을 보면 변화가 읽힌다. 환자보고결과(PRO), 건강 관련 삶의 질(QoL), 증상 악화까지의 시간, 입원 및 재입원 감소, 신체 기능 유지 등 환자가 실제 치료 과정에서 체감하는 결과를 주요 평가변수로 제시하는 사례가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에는 부가적인 결과로 여겨졌던 삶의 질이 이제는 신약의 임상적 가치를 설명하는 핵심 근거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임상시험 설계가 달라졌다는 의미만은 아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의료가 추구하는 목표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고령 환자에게 치료의 성공은 생존기간 몇 개월을 더 확보하는 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을 유지하고, 반복적인 입원을 줄이며, 독립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예방 분야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백신과 예방 치료는 감염을 얼마나 막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중증으로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고 입원을 줄이며, 건강한 일상을 유지하는 효과까지 함께 강조한다. 예방 전략이 감염 예방을 넘어 건강수명 연장과 의료 부담 감소의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도 이러한 흐름과 맞닿아 있다. 결국 예방과 치료는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예방은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치료는 질병을 관리하면서 환자의 삶을 최대한 지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질병을 막고, 조기에 발견하며, 적절히 치료하고, 이후에도 일상을 유지하도록 돕는 전주기적 관리가 새로운 의료의 가치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신약의 경쟁력도 단순히 강력한 약효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치료가 환자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 역시 함께 평가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도 임상시험에서 삶의 질과 환자보고결과를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치료의 가치를 설명하고 있다. 이는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의료의 방향을 가장 먼저 보여주는 변화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는 신약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새 임상시험이 이미 삶의 질과 기능 유지, 입원 감소를 치료의 핵심 성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허가와 급여, 보건의료 정책 역시 이러한 변화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환자의 삶을 얼마나 바꿨는지까지 평가하는 것, 그것이 초고령사회가 의료에 던지는 새로운 과제다.2026-08-04 06:03:40손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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