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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비만치료제, 투약편의성 개선의 명암[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위고비로 OOkg 감량했다", "마운자로 맞고 식욕이 확 줄었다." 최근 유튜브 등 SNS에서는 비만치료제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체중이 얼마나 빠졌는지, 부작용은 어땠는지, 어떤 약이 더 효과가 좋은지 등이 일상 콘텐츠처럼 소비된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비만을 단순 체형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비만은 당뇨병, 심혈관질환, 지방간 등 다양한 대사질환과 연결되며, 체질량지수(BMI)와 동반질환 여부 등을 고려한 치료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비만치료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점점 질환 치료보다 미용 용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는 제약업계가 강조해온 복약편의성 개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격히 커진 배경에는 주 1회 투여라는 편의성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하루 한 번 복용, 투여해야 했던 치료와 비교해 사용 부담을 크게 낮췄고 이는 환자 접근성 확대와 시장 성장으로 이어졌다. 복약편의성 개선은 환자 접근성과 치료 지속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실제 만성질환 치료에서 복약 부담 감소는 치료 지속성과 환자 삶의 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제약산업 역시 더 적은 투여 횟수로 더 오래 효과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약제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제약업계는 경구제나 월 1회 투여 주사제, 패치제 등 다양한 형태의 비만약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사제조차 부담스럽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투여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 신약들이 등장할 경우 사용 문턱은 지금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복약편의성의 개선이 복약순응도 개선과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복약순응도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적절한 용법과 용량에 따라 꾸준히 치료를 유지하는 개념에 가깝다. 하지만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에서는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가 먼저 강조되면서 정작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모습이다. 이미 온라인 시장에서는 GLP-1 제제가 아님에도 이름만 유사하게 붙인 건강기능식품과 해외 직구 제품까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일부 제품은 의학적 검증이나 안전성 평가가 충분하지 않음에도 체중 감량 수요를 목적으로 소비된다. 물론 비만치료제 자체의 임상적 가치를 부정할 이유는 없다. 실제 GLP-1 계열 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등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며 비만 치료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분명 중요한 옵션이다. 치료제가 대중화될수록 함께 커져야 하는 것은 소비 열풍이 아니라 올바른 치료 인식이다. 편의성과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처방 기준과 의료적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적어도 비만치료제가 '누구나 쉽게 투여할 수 있는 다이어트 주사'로 굳어지는 방향만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2026-05-14 06:00:36손형민 기자 -
[기자의 눈] 약대 6년제 17년, 졸업생은 여전히 약국으로[데일리팜=김지은 기자] 대한약사회가 공개한 2025년도 회원 통계자료를 보다 보면 흥미로운 대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약사 숫자는 여전히 늘고 있는데, 정작 약사들이 향하는 방향은 오히려 더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설약사는 2만2778명으로 전년도보다 증가했다. 근무약사 역시 6348명으로 소폭 늘었다. 반면 병원·의원·보건소 등 의료기관 종사 약사는 6209명에서 6173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 흐름을 들여다보면 지금 약사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주목된다. 약학대학 6년제 도입 당시만 해도 기대는 컸다. 기존의 조제 중심 약사 역할을 넘어 병원약사, 산업약사, 연구약사, 공직약사 등 다양한 전문 직역으로 약사의 진출 영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단순 약사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닌 약사 직능 다변화 역시 약대 6년제 전환 취지에 포함됐다. 실제 정부 역시 약대 정원 확대와 학제 개편의 명분으로 전문성 강화와 다양한 진로 확대를 강조해 왔다. 제약·바이오 산업 성장과 맞물려 산업약사 수요 증가 기대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약대 6년제 도입 17년, 첫 6년제 졸업생 배출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다소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통계상 가장 뚜렷하게 증가하는 영역은 결국 지역 약국이다. 개설약사와 근무약사를 합치면 전체 회원의 73.0%인 2만9126명에 달한다. 사실상 약사 10명 중 7명 이상이 지역 약국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약대 6년제 도입 당시 기대했던 다양한 전문 직역 진출은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의약품 제조 분야 종사 약사는 1416명으로 전체의 3.5%에 그쳤고, 의약품 도매는 1041명(2.6%), 의약품 수출입은 113명(0.3%), 정부·공공기관은 80명(0.2%), 의약품 산업 외 기업체 종사 약사는 43명(0.1%)에 불과했다. 학교 종사 약사 역시 36명(0.1%) 수준이었다. 결국 산업계와 공공 분야까지 상당수 직역이 여전히 ‘0%대 비중’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은 결국 지역 약국의 경쟁 심화와 더불어 양극화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마트형, 창고형약국 등 대형 약국이 연이어 등장하면서 출혈 경쟁은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최근 만난 한 약학 교육자의 말은 이런 현실을 더욱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약대 6년제를 평가하며 “진로 다양성의 축소는 아쉬운 대목”이라며 “6년제가 본래 지향했던 지역약사·병원약사·산업약사·연구자의 균형 잡힌 양성 구조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면서 졸업생 진로가 다시 특정 영역(지역 약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산업계는 물론이고 행정 분야에서 약사 인력난을 호소한 지 오래다. 연구개발(R&D), 임상, 제조관리자, 품질관리(QC) 분야를 중심으로 약사 수요는 꾸준하지만 현장에서는 “지원자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다. 상급종합병원은 수도권 쏠림이 심화되고 지방 병원은 인력 확보 경쟁에서 밀리는 구조가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물론 약국이 약사의 핵심 직역이라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실제 지역 약국은 초고령사회와 돌봄통합 시대를 맞아 방문약료와 다제약물관리, 공공심야약국 등 새로운 역할까지 요구받고 있다. 지역 약사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문제는 ‘균형’이다. 약사 직능의 미래가 특정 직역에만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결국 다른 영역의 공백이나 대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부 지방 병원과 산업계, 공직 분야에서는 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약대 6년제 도입의 목적은 단순히 공부를 2년 더 하는 데 있었던 것이 아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약사를 키워내겠다는 사회적 약속에 가까웠다. 그 약속이 지금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2026-05-13 06:00:36김지은 기자 -
[기자의 눈] 반값 감기약, 알고보니 사용기한도 절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약사사회의 거센 우려에도 불구하고 창고형 약국의 개설 속도는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환자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손길이나 복약 히스토리보다는 '얼마나 싸게 떼어와 얼마의 마진을 남기느냐'가 지상 과제가 된 창고형 약국은 더 이상 입지도 중요치 않다. 너른 주차장만 있다면 마트 안이든 변두리든 '가격'이라는 강력한 무기에 이끌린 소비자들을 찾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한 창고형 약국에서도 그 위력을 실감했다. 입구에 산더미처럼 쌓인 짜먹는 감기약의 가격표는 단돈 1500원. 평소 동네 약국에서 사던 가격의 딱 절반이었다. '득템'이라는 생각에 콧물약, 기침약, 종합감기약 등을 카트에 골고루 담았다. 비밀은 집에 돌아와 약 상자를 정리하면서 밝혀졌다. 약 아랫면에 적힌 사용기한은 올해 12월. 사용기한이 7개월 남짓 남은 약들이었다. 하지만 매장 어디에도 사용기한 임박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사용기한이 지나기 전에 아플 일이 있을까?', '주변에 나눔이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자, 합리적 소비였다는 자부심은 순식간에 처치 곤란한 계륵을 떠안은 듯한 자괴감으로 변했다. 또 다른 창고형 약국에서도 유통기한이 올해 12월까지인 동일한 감기약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물론 이 약국의 경우 제품별 사용기한을 명시해 소비자들이 유기가 짧은 약임을 알게 했다. '유기 임박약'에 대한 판매 기준이 명확치 않다 보니, 일반 약국에서는 반품하는 약들이 창고형 약국에서는 반값에 판매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혹해서 샀다가 집에 오니 계륵이 되는 현상은 기자의 개인적 경험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 창고형 약국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5.3%가 기자처럼 계획에 없던 추가 구매를 했다. '상비용'이라는 심리적 위안과 '진열 자극'이 결합된 결과다. 문제는 이 반값의 유혹이 실제 가계 경제에 도움을 주느냐다. 조사 결과 동네약국에서 3만원 이상 지출하는 비율은 3.8%에 불과했지만 창고형 약국에서는 그 비율이 무려 41.5%까지 치솟았다. 낱알 단가는 낮아졌을 지언정 대용량과 묶음 판매 전략에 휘말려 전체 지출액은 오히려 늘어난 역설적 상황이다. 결국 62.2%의 이용자가 가정 내 보관량 증가를 경험했고, 40%에 육박하는 이들이 사용하지 않고 남은 약을 '상비'라는 이름으로 쌓아두고 있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의약품이 소비재화로 변질될 수 있다는 부분이다. 우유 한 팩을 살 때도 제조일자를 따지며 신선도를 살피고, 첨가물표를 보는 것과 달리 창고형 약국에서 약은 마치 과자나 생필품처럼 카트에 담긴다. 마치 참치캔이나 스팸 같은 가공햄을 살 때와 유사한 양상이다. 이 제품들을 살 때 일일이 유통기한을 살피지 않는 것처럼 약국에서 약을 구입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기준 약국에서 구입하는 일반약 대부분의 유통기한은 28년으로 길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세심한 복약지도와 병용 약물 확인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실제로 외부에서 약을 산 소비자의 64.4%가 정작 복용 방법은 동네 약국에 가서 묻는다는 통계는 외연 확장에 급급한 대형 약국들이 보건의료적 책임은 지역 약국에 떠넘기는 안전의 외주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AI가 처방 데이터를 분석하고 적합한 약과 건기식까지 추천해 주는 시대라지만 환자의 안색을 살피고 사용기한과 복용량을 세심히 조율하는 약사의 교감과 책임은 결코 대체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꾸준히 챙겨먹어 소진할 수 있는 영양제도 아닌, 감기약을 사두고 아프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다. 진정한 합리적 소비는 1500원이라는 가격표가 아니라 가치있는 소비를 하는 일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유통기한이 절반인 약을 반값에 샀다고 좋아하기에는 우리가 감당해야 할 보건의료적 기회비용과 안전의 공백이 너무나 크다.2026-05-12 06:00:38강혜경 기자 -
[데스크 시선] 한국산 개량 약품, 환자들은 정말 편해졌나[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제형 변경 제네릭은 현재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 트렌드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다. 특히 정제를 구강붕해정으로 변경해 복용 편의성을 내세운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녹여서 먹는 구강붕해정은 알약을 삼키기 어려운 노인이나 어린이, 연하곤란 환자들에게 분명 편리한 아이템임에 틀림없다. 이들을 위해서라면 국내 제약사들의 제품 개발이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런데, 여러 회사가 동시다발적으로 동일성분의 구강붕해정을 개발한다? 소수의 환자층을 생각하면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는다. 일례로 고지혈증치료제로 사용되는 피타바스타틴 구강붕해정에 오리지널사뿐만 아니라 다수 제네릭사들도 제품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로 이미 포화상태 상황인 데 말이다. 구강붕해정 제품 개발 경쟁 이면에는 약가가 있다. 국내 약가 산정은 동일성분 동일제형 동일함량을 기준으로 한다. 계단식 약가제도 하에서 이들 조건을 갖춘 동일제제가 20개를 넘게 되면 다음 등재되는 제품은 직전 최저가보다 15% 낮게 산정된다. 피타바스타틴 2mg 정제는 42개가 있기 때문에 현재 최저가인 462원보다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제형이 다른 구강붕해정은 현재 등재된 제품이 없어서 동일 성분 최고가인 561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볼 점은 환자층 자체가 적은데 최고가를 받는다 해서 기업의 이윤 니즈를 충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여러 제약사들이 경쟁한다면 파이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제약사들은 이윤을 맞추기 위해 구강붕해정으로 알약 복용이 어렵지 않은 일반 환자층도 노리게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일반 환자들이 의사로부터 구강붕해정을 처방받게 될 수도 있다. 만약에 두 가지 이상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서 약마다 제형이 다를 경우 불편은 더 가중된다. 하나는 물로 알약을 넘기고, 또 하나는 녹여서 먹여야 되는 불편이 생긴다. 특정 환자층에 편하게 복용하라고 만든 약이 일반 환자에게는 오히려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약 선택은 오로지 의료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개발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러 약을 하나에 담은 복합제는 이미 포화상태임에도 새로운 조합의 제품들이 계속 생겨난다. 복합 개량신약도 약가 가산이 부여된다. 이제 붐을 탄 구강붕해정 개발도 시장 성공이 확인된다면 더욱 진화될 것이다. 약국 진열대는 이러한 제품들로 가득 차 있다. 약국에서는 한국산 개량 약품이 재고 문제의 골치덩어리로 지목하고 있다. 이런 약들이 수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편의성이 향상된 의약품 출현은 환자들에게 좋은 현상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시장 규모에 비해 너무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여러 제품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복합제나 제형변경 등 한국산 개량 약품이 과연 건보재정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제품개발 경쟁을 약가가 유인하고 있다면 정부는 꼭 환자에게 필요한 것인지 지금의 약가 산정 제도를 다시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2026-05-11 06:00:40이탁순 기자 -
[특별기고] K-의료기기 산업이 갖춰야 할 경쟁력의료기기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이제 ‘어디에서 성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됐다. 기술 경쟁력만으로는 산업의 성패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다. 기업과 연구, 임상과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에서 산업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된다. 오늘날 의료기기산업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생명산업’이자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고령화와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으며,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남양주시는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의료기기 산업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유치와 산업 기반 구축을 본격화하며, 의료기기산업을 도시 성장 전략과 긴밀히 연계해 나가고 있다. 융합기술과 시장 확대, 새로운 패러다임 의료기기산업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공학, 바이오기술이 결합하는 대표적인 융합산업이다. AI 기반 진단 보조 시스템은 의료진의 판단 정확도를 높이고, 웨어러블(Wearable) 기기는 정밀의료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의료기기의 활용 범위 역시 병원 중심에서 일상생활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은 치료 중심에서 예방·관리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산업 환경의 변화는 기술 발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반시설 조성, 연구개발 투자, 임상 연계 체계, 전문인력 양성이 유기적으로 맞물릴 때 의료기기산업은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AI·로봇·디지털·바이오 기술이 융합되는 흐름 속에서 정밀의료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응하는 선제적 산업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드마켓(Markets and Markets)에 따르면 글로벌 AI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약 158억 달러에서 2030년 약 181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연평균 40%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국내 시장 역시 같은 기간 3억 7700만 달러에서 연평균 50% 이상 성장해 66억 달러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흐름은 의료기기산업이 기술 혁신을 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핵심 분야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주권과 인재, 산업 경쟁력의 두 축 아울러 산·학·연·병 협력 체계를 통해 의료 현장의 수요가 기술 개발로 이어지고, 임상 데이터와 현장 경험이 축적돼 글로벌 경쟁력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원천기술과 특허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술 주권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은 결국 사람에 달려 있다. 공학, 의학, 소프트웨어, 규제과학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며, 해외 인허가와 시장 진출을 주도할 전문인력 확보 역시 산업 경쟁력 강화의 중요한 요소다. 이런 인적 기반을 바탕으로 수출 시장의 전략적 다변화도 지속 추진돼야 한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로 산업 혁신을 촉진하는 핵심 주체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의 도전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며, 혁신 생태계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기술 개발 이후 사업화 단계에서 겪는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히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를 극복하려면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지원과 지속 가능한 성장 환경 조성이 뒤따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산업생태계 기반을 갖춘 지역 거점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 산업과 지역의 동반 도약 남양주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3기 신도시인 왕숙지구에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수도권 동북부의 우수한 교통과 정주 환경, 풍부한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의료기기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하고자 한다. 서울과 인접한 입지 강점에 더해 광역교통망 확충이 병행되면서 연구개발 인력과 산업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여건도 빠르게 갖춰지고 있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는 앵커기업, AI, IT·팹리스(fabless), 첨단제조 등 4개 혁신 클러스터로 구성돼 미래 산업이 집적되는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기업 간 협력과 시너지를 유도하고, 기술 혁신에 집중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이런 기반 위에 협회의 전문성과 지자체의 행정 역량, 산업 인프라가 결합하면 의료기기 산업생태계는 실질적인 확장 국면에 진입하게 된다. 왕숙 도시첨단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성장을 촉진하고 기술·산업 간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제19회 의료기기의 날은 그간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의료기기산업은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기반이자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앞으로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어떻게 성장 기반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양주시는 산업과 지역이 함께 발전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며, 대한민국 의료기기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함께 열어가고자 한다.2026-05-11 06:00:35데일리팜 -
[기자의눈] 의료쇼핑 관리 강화, 혼란보다 실익이 크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올해 11월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의료 과다이용에 대한 실시간 관리가 이뤄진다. 의료기관에 환자의 진료 이력을 공유하고, 급여 기준을 지키도록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환자 진료 이력을 알 수 없어 급여 삭감을 피할 수 있었던 사례들도 앞으로는 예외 없이 삭감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 실랑이 등 현장 혼란을 우려한다. “왜 진료(처치)를 해주지 않느냐”는 환자 불만을 의료기관이 모두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공감이 가는 바지만 실익을 따져본다면 의료 과다이용 실시간 관리는 적용 범위를 지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3년 외래 현황 분석자료에 따르면, 12만명의 환자가 연 평균 201회의 외래 진료를 받고 있다. 그 중 연 366회를 넘기는 환자도 약 2000명에 육박하고 있다. 12만명이 연간 사용하는 진료비는 1인당 606만원으로 합산 7323억원에 달한다. 0.2%의 환자가 전체 진료비 36조 1660억원의 1.5%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2024년 하반기부터 연 365회가 넘는 외래 이용 시 환자 본인부담금을 90%로 상향했고, 현재 연 300회로 기준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과다 의료 이용 관리에 대한 정부 의지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심평원은 오는 7월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관리 항목을 선정한다. 11월~12월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1월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심평원도 현장 우려와 반발을 고려해 2~3개 관리 항목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이미 급여기준이 마련돼있는 항목을 선정하기 때문에 실시간 정보 공유 시스템은 사전 알림에 가까운 서비스다. 사후 삭감될 수 있으니 환자 진료 이력을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볼 수 있다. 의료기관은 실시간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실시간 정보를 확인해 급여 기준을 지키겠다는 수동적 태도를 넘어, 중복 진료와 과잉 외래를 관리하는 역할을 새롭게 강화하겠다고 나서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실시간 관리 이후 과다 의료 이용 절감에 대한 효과를 파악하고, 절감된 재정에 대한 기여도를 주장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실시간 관리 시스템은 진료 행위에 관여하는 구속적 도구가 아닌, 만성질환 관리와 적정 진료에 대한 성과지표를 만들기 위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심평원은 제도 안착을 위해 의료계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내년 2~3개의 관리항목으로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추가 항목을 지정하는 방식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인데 곧 구성될 ‘적정의료이용심의위원회’가 오히려 범위 확대에 허들로 작용하지 않도록 운영돼야 할 것이다.2026-05-08 06:00:38정흥준 기자 -
[기자의 눈] 코스피 7000과 바이오 디스카운트[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올해 국내 증시는 가히 기록적이다. 연초 4309로 출발한 코스피는 5월 6일 종가기준 7384.56으로, 불과 4개월여 만에 70%가 넘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대다수 종목이 거침없이 질주하는 동안 제약바이오 섹터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연초 대비 KRX 헬스케어 지수는 4979.93에서 4658.66으로 오히려 6.4% 뒷걸음질 쳤다. KRX지수를 구성하는 전체 28개 업종 중 연초 대비 지수가 후퇴한 곳은 헬스케어가 유일하다. 시장의 체급은 비약적으로 커졌으나 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은 오히려 냉소적으로 변했다. 이른바 ‘바이오 디스카운트’의 현주소다. 바이오 디스카운트라는 오명은 현장의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 대가다. 제약바이오는 당장의 실적이 아닌 ‘가능성’을 먹고 사는 산업이다. 그 가능성을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연결고리는 공시와 데이터다. 그러나 최근 삼천당제약 사례는 이 연결고리가 얼마나 쉽게 끊어질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삼천당제약은 핵심 파이프라인의 해외진출 성과를 공시가 아닌, 보도자료로 배포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후로 제출된 공시에서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확정된 수치가 빠졌다. 삼천당제약은 이후로도 재공시를 반복하며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결국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양치기 공시'라는 오명과 함께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신뢰의 파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악재 발표 전 경영진이 지분을 매각하거나, 임상 데이터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홍보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이러한 행태가 반복될 때마다 데이터로 증명해야 할 신약 개발의 영역은 '희망 고문'의 장으로 변질됐다. 이 과정에서 누적된 학습된 공포는 제약바이오산업 전체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굳어졌다.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족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구호와 보건복지부의 "건보 재정을 위해 약가를 깎겠다"는 칼날의 충돌이 매년 되풀이된다. 제약바이오는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투입되는 고위험 산업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기업들은 긴 호흡의 R&D에 집중하기보다, 당장의 생존을 위한 단기 성과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바이오 생태계를 받쳐줄 자본의 성격도 문제다.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는 여전히 '뉴스에 사고 공시에 파는' 단기 테마성 자금이 주류를 이룬다. 신약 개발의 긴 호흡을 이해하고 함께 버텨줄 기관 투자자나 전문 벤처캐피털(VC)의 비중이 작다 보니, 시장 전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10년 넘는 고통의 시간을 견딜 '인내심 있는 자본'이 부족한 셈이다. 기업의 모럴해저드가 불신을 낳고, 정부의 엇박자 행정이 불확실성을 키우며, 단기 차익에 매몰된 자본이 변동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바이오 디스카운트'라는 족쇄를 만들었다. 코스피 7000 시대에 걸맞는 제약바이오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이 족쇄를 풀어내야 한다. 시작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체질 개선이다. 기업은 투명한 데이터로 시장을 설득하고, 정부는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을 마련하며, 투자자 역시 산업의 본질을 꿰뚫는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신뢰라는 자산을 잃은 산업에 미래는 없다.2026-05-07 06:00:38김진구 기자 -
[기자의 눈] 신약 강국과 코리아 패싱은 공존할 수 없다[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제약 강국 도약'과 '중증·희귀난치질환 환자 접근성 강화', '혁신신약 가치 보상 확대'를 목표로 제약바이오 산업 진흥 정책을 펴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약가제도 개편안의 궁극적인 목표도 '신약 창출·필수약 안정공급·환자 급여 접근성 확대'를 위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체질 전환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 정책 비전에도 불구하고 '신약 코리아 패싱'은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혁신성을 입증한 신약 개발 제약사가 한국 시장 출시를 후순위로 미루거나, 아예 출시를 포기하는 현상으로부터 우리나라 정부는 자유롭지 못하다. 신약 코리아 패싱은 지금까지 글로벌 제약사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능력이 빠르게 향상하면서 앞으로는 국내 제약사도 코리아 패싱을 결정하는 주체가 되는 미래가 예상된다. SK바이오팜과 동아ST의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제약 강국을 표방한 우리나라가 코리아 패싱 현상으로 인한 환자 치료 주권을 걱정하는 실정이라니,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해결책 마련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고민을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신약 코리아 패싱의 원인은 결국 '낮은 신약 건보급여 약가'다. 한국의 신약 급여 상한가는 OECD 평균의 절반, 미국의 30분의 1 수준이란 비판이 따라 붙는다. 한국의 낮은 약가를 수용했을 때 다른 국가 역시 한국 가격을 참조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제약사들이 규모가 작은 한국 시장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에 대한 최종 피해는 환자 즉,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우리나라 정부가 신약 약가를 최대한 낮게 책정하려는 이유도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국민이 낸 건강보험재정을 단일 재원으로 신약 약가를 책정하려다 보니 신약 가치에 상응하는 충분한 가격을 쉽게 결정하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결국 제약 바이오 강국 실현과 신약 코리아 패싱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신약의 적정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가격 책정을 위한 넉넉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건보재정 외 신약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별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노력이 당장 필요하다는 얘기다. 건보재정 지속 가능성·건전성 확보와 환자 의약품 접근성 강화란 상충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해법 역시 건보재정 단일 재원 탈피로 귀결된다. 별도 재원 마련이란 국가적 숙제이자 숙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은 여파는 매번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는 제네릭 약가인하를 통한 약제비 건보재정 절감으로 이어져 왔다. 한정된 재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를 둘러싼 보건복지부, 글로벌 제약사, 국내 제약사, 환자 단체 간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지다 보니 애먼 제네릭 등만 터져나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초고령 시대 진입과 초고가 신약들의 출시 증가 속 혁신 신약 급여 확대를 건보재정에만 전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복지부와 국내 제약산업, 환자들이 설 자리는 갈수록 비좁아질 수 밖에 없다. 건보재정 외 별도 재원을 만드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논의될 수 있다. 영국의 항암제 기금 등 초고가 의약품 전용 기금을 신설하거나 담배세·복권 수익금 등을 일부 재원으로 혁신 신약 급여에 쓸 수 있게 허용하는 정책 등이 그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이미 십 수 년 전부터 국회에서 입법안이 발의돼 왔다. 관건은 정부 의지다. 복지부에게만 책임을 물어선 안 된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 더 나아가서는 국무총리, 대통령의 정책 결단이 필요하다. 애초 제약 바이오 강국 도약, 환자 신약 접근성 강화란 정책 목표를 내건 주체 아닌가. 국회에서는 연일 혁신 신약의 신속 급여, 적응증 확대 급여를 촉구하는 정책 토론회가 열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무거운 책임은 으레 복지부 보험약제과에게 돌아가는 풍경이 반복된다. 복지부에게만 신약 급여 확대, 코리아 패싱 문제에 대한 해법 마련을 재촉할 수 있나. 복지부를 넘어 재정당국이 앞장서서 사회적 합의를 거친 건보재정 외 별도 재원 마련이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성을 띠고 '신약 강국과 코리아 패싱'이 공존하는 모순을 즉각 해소해야 할 때다. "한다면 한다"는 대통령의 정치적 슬로건이 혁신 신약 급여 접근성 강화, 재원 확충에 예외여선 안 된다.2026-05-06 06:00:38이정환 기자 -
[데스크 시선] 혁신 희미해진 혁신형제약기업 제도[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예고한 개편 약가제도에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으면 제네릭 약가가 덜 깎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 100곳 이상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신청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논의한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특허만료 의약품과 제네릭 모두 특허만료 전 신약의 53.55%에서 45%로 내려간다. 산술적으로 제네릭 약가가 16.0% 삭감된다. 개편 약가제도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의 경우 제네릭 약가 가산이 적용된다. 최대 4년간 60%의 약가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기본 1년에 국내생산 조건을 충족할 경우 3년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개편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데, 혁신형과 준혁신형 제약사는 약가를 천천히 깎는 당근을 부여할 계획이다. 혁신형제약사를 대상으로 기등재 제네릭의 약가산정률을 49%로 4년, 준혁신형제약사는 3년간 47%로 특례를 부여한 이후 45%에 도달하는 시나리오다. 혁신형과 준혁신형에 포함되지 않은 제약사도 4년에 걸쳐 약가인하가 이뤄진다. 내년 49%로 떨어지고, 2028년 47%, 2029년에 45%로 낮아지는 방안이 유력하다.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이번에 새로운 등장한 용어다. 혁신형 제약기업보다는 연구개발을 덜 열심히 하지만 일정 수준의 노력을 입증하면 약가를 덜 깎겠다는 의미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여부에 따라 많게는 수백억 원의 손실 여부가 갈리는 탓에 인증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시행 14년 만에 가장 큰 위력을 갖게 되는 모양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혁신형제약 인증 제도는 복지부가 제약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대표적인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2011년 제약산업육성·지원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이 제도의 근거가 마련됐다.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업체에 대해 세금 감면이나 연구비지원, 약가우대 등의 혜택을 부여하면서 신약개발 동력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사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는 제약사들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일부 약가우대를 제외하고는 당초 기대했던 세금감면이나 연구비 지원 같은 실질적인 혜택은 이뤄지지 않아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 제도가 반복되는 약가인하의 충격을 잠시 늦춰주는 완충장치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사전적 뜻을 지니고 있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가 왕성한 연구개발로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겠다는 제도 취지와는 달리 제네릭 약가를 덜 깎는 도구로 전락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기업의 연구성과나 질적 가치와는 무관하게 단지 매출 대비 R&D 투자금 비중을 제네릭 약가를 덜 깎는 도구로 활용하는 현상은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 취지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기업들은 혁신형 제약기업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방대한 자료 준비에 진을 빼고 공무원들은 해당 자료를 검토해 행정력을 낭비하는 소모적 행정의 낭비가 불 보듯 뻔하다. 이미 최근 제네릭 약가재평가를 거치면서 적잖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경험한 바 있다. 복지부는 지난 2020년 제네릭 약가제도를 개편하면서 허가용 제출 자료를 약가 우대 요건에 포함시켰다.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새로운 제네릭 약가제도를 기허가 제품에도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를 진행했다.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생동성시험 수행 등의 자료를 제출해야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가 시작됐다. 제약사들은 문제없이 잘 팔고 있는 제품의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촌극을 벌였다. 지난 2019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계획 승인 건수는 259건을 기록했는데 2020년에는 323건으로 24.7% 늘었다. 2021년에는 505건으로 2년만에 2배 가량 증가했다. 보건당국 인력들은 2만개가 넘는 의약품의 약가 인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다. 정부의 정책으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된 셈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유례없는 혼란이 펼쳐졌다. 한번에 수천개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면서 제약사들은 적잖은 손실을 감수했고, 유통 현장과 약국에서는 약가가 변동된 제품을 교환하느라 혼선이 불가피했다. 심지어 제네릭 약가 재평가로 인한 변변한 재정절감 효과도 제시된 적도 없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들과 산업 종사자들에 전가됐다. 시행착오가 반복되자 정부의 약가제도 학습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제약업계 전반에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반복적인 약가제도 개편으로 제도는 더욱 복잡해지고, 혁신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도는 가장 반 혁신형 도구로 전락했다. 복잡해지는 제도에 기업과 정부는 더욱 소모적인 시간을 허비하는데도 누구하나 책임지지도 않는다. 도대체 왜 이토록 소모적인 정책 학습효과 없는 무리수를 반복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2026-05-04 06:00:42천승현 기자 -
[기자의 눈] 제네릭 넘어 신약…국내 제약사의 체질 전환[데일리팜=최다은 기자]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도전이 전환점에 들어섰다. 과거 제네릭과 단순 위탁생산(CMO)에 머물렀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차세대 항암제부터 비만 치료제까지 개발 범위를 넓히며 신약 중심 체질 개선을 시도하는 흐름이 짙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후보물질을 도입해 후기 임상이나 판매에 집중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초기 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 2상, 나아가 후기 임상까지 직접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단순히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신약 개발 전주기를 내재화하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HK이노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항암, 비만, 면역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약 후보물질을 확대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목할 점은 직접 개발 기조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초기 물질 발굴부터 임상 1상, 2상, 나아가 후기 임상까지 자체적으로 끌고 가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기술 도입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전주기를 내재화하려는 전략 전환이다. 대표적으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체·약물접합체 ADC 항암제 개발에 속도를 내며 바이오 신약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자본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시도다. 특히 비만 치료제와 항암제는 차세대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한 분야이지만, 기술 혁신에 따라 판도가 빠르게 재편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중 기전 기반 비만 치료제와 차세대 ADC 항암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력으로 승부를 걸 수 있는 대표 분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이중항체 기반 항암제와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확장하며 가장 공격적인 연구개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중 기전 비만 신약과 항암 플랫폼을 양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JW중외제약은 통풍 치료제를 임상 3상까지 자체 개발하며 후기 임상 자력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단순 파이프라인 확보를 넘어 상업화 직전 단계까지 개발 역량을 내재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HK이노엔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도입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병행하며 자체 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외부 기술을 활용하되 장기적으로는 독자 파이프라인 확보로 이어가겠다는 복합 전략이다. 종근당은 신약개발 자회사 아첼라를 통해, 유한양행은 자회사 이뮨온시아를 통해 바이오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별도 법인을 통한 전문화 전략으로 연구 효율성과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역량 강화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 고도화와 재무 여건 강화를 동시에 보여주는 지표다. 다만 아직은 과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부 기업은 기술 도입과 자체 개발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을 모색 중이며 임상 단계에서 상업화로 이어지는 사례는 제한적이다. 초기 기대감과 실제 성과 간 괴리도 여전히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사들이 방향을 전환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제네릭 약가 인하와 CMO 경쟁 심화로 기존 사업 모델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자체 신약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의미 있는 입지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스스로 신약 개발의 방향을 설계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축적된 생산 역량과 글로벌 진출 경험, 점차 강화되는 연구개발 기반이 맞물리며 산업 전반의 체질도 점차 바뀌고 있다.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중심에서 신약으로 연구개발 구조를 전환하려는 도전이 일시적 흐름에 그칠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는 전환점이 될지는 임상 성과와 사업화 역량에 달려 있다. 국내사들의 도전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산업의 방향을 바꾸는 시도에 가깝다. 그만큼 시장의 시선도 성과 중심을 넘어 과정과 축적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흐름을 지속된다면, 제네릭 강국을 넘어 신약 개발 강국으로 도약은 더 이상 먼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2026-04-30 06:00:38최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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