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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탁 제네릭 30%대 약가 추락...딜레마 빠진 중소제약[데일리팜=정흥준 기자]정부의 약가제도 개편과 다품목 등재 관리 방안이 맞물리면서 ‘1+3 위탁생동’은 변곡점을 맞이했다. 자체 생동을 수행하지 않는 위탁 품목들이 직면할 이중 패널티가 수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전망이다. 제네릭 시장 진입을 위한 ‘가성비 전략’으로서 위탁 생동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이다. 이번 약가제도 개편안에 담긴 계단식 인하 강화와 다품목 등재 관리 방안으로 위·수탁사의 셈법은 어떻게 달라질까. 우선 주관사의 입장에서 보면 위탁사 모집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계단식 인하 적용 기준이 동일제제 22번째에서 13번째로 강화돼 최저가의 85% 적용 시점이 빨라졌다. 특히 다품목 관리 방안이 신설되면서 동일제제가 14개 이상 될 경우 1년 후 약가는 45%에서 15% 깎인 38.25%로 인하된다. 일차적으로 산정률이 53.55%에서 45%로 낮아졌기 때문에 추가 15% 인하는 더욱 뼈아프다. 오리지널 약가가 100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4번째를 넘어서면 1년 뒤 약가는 382.5원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만약 위탁생동 1개 그룹을 주관사 1곳과 위탁사 3곳이라고 가정한다면, 3개 그룹까지만 다품목 관리에 따른 약가인하를 피할 수 있다. 네 번째 그룹이 되지 않아야 하는 선착순 눈치싸움에서 위·수탁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 품목은 3개 그룹 이상이 동시다발적으로 진입할 것이기 때문에 주관사도 위탁사를 두지 않거나, 위탁사의 숫자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제약사 약가 관계자는 “다품목 등재관리 때문에 (주관사도)위탁을 잘 내주지 않을 것이다. 위수탁 전문 회사들이 아니라면 차라리 높은 약가를 유지하는 편을 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탁생동 약가 패널티 15%→20% 강화...자체생동과 마진감소 기로 다품목 관리 방안뿐만 아니라 자체생동을 하지 않아 받게 되는 기준요건 미충족 패널티도 강화됐다. 정부는 기준 요건 ▲자체 생동시험 자료 제출 ▲식약처 등록 원료약 사용을 충족하지 않을 경우 받게 되는 약가 패널티를 15%에서 20%로 상향했다. 즉, 위탁 생동을 한 품목은 낮아진 산정률 45%에서 또 다시 20%가 인하된 36%의 약가가 적용되는 것이다. 오리지널 약가 1000원을 기준으로 자체 생동 제네릭은 450원, 위탁 생동 품목은 360원을 받게 된다. 약가제도 개편 전까지 위탁생동 제네릭은 산정률 53.55%에서 15%가 인하된 45.52%를 받을 수 있었다. 산정률 인하와 기준요건 패널티 강화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약가가 약 10% 저렴해지는 것이다. 위탁사의 입장에서 보자면 13번째 이내로 제네릭을 등재하더라도 위탁생동 품목의 마진은 크게 줄어든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만약 위탁생동 제품이 14번째로 등재하며 다품목 관리방안까지 적용될 경우, 약가는 36%가 아니라 30.6%로 떨어진다. 45% 산정률을 받는 제네릭과 비교하면 15% 약가 차이가 벌어지는 셈이다. 결국 위탁을 맡겨오던 제약사들은 자체 생동을 하거나, 큰 폭의 마진 감소를 감당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자금력과 R&D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제약사들은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약가를 받기 위해 자체 생동으로 전환하자니 투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고, 다품목 포트폴리오로 승부를 보던 기존 영업 방식으로 모든 품목을 자체 생동으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기존 방식대로 위탁 생동을 유지하자니 30%대 약가와 쪼그라든 마진으로는 기본적인 영업 활동도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기준요건 인하율이 15%에서 20%로 높아졌기 때문에 (위탁생동)약가가 더 크게 벌어지게 됐다. 그래서 자체 생동을 고민하는 제약사들이 여럿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달라진 약가제도로 많은 회사들이 자체생동을 한다면 1+3 규제 강화는 굳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책이 예상대로 작동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한다”면서 “비관적으로 보자면 마진이 줄어도 위탁생동을 유지하면서 지금과 같은 제네릭 영업을 이어갈 수도 있다”며 제도 개편의 영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약가제도로 공동생동에 대한 자율적인 통제가 가능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따라서 수면 위로 오르는 생동 1+3 폐지론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다품목 등재관리로 위수탁 제안이 꺼려지기 때문에 시장은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다. 굳이 1+3 제도를 폐지하거나 강화하지 않아도 자율 통제가 가능하다”면서 “과거에는 1+1이었다가 제한 없이 전면 풀었다가, 그 뒤 1+3으로 줄였는데 그걸 다시 강화하겠다는 건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2026-06-23 06:00:59정흥준 기자 -
약가개편 이어 '공동생동 폐지론' 부상…제네릭 난립 해법은[데일리팜=이정환 기자] 정부여당이 현재 운영중인 제네릭 '위탁(공동)생물학적동등성 시험 1+3' 제도의 선진화 필요성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동생동 1+3 허용 기준을 지금보다 축소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게 고민 방향성인데, 1개 성분 당 적게는 10여개 많게는 100여개를 초과하는 제네릭이 품목허가를 유지중인 기형적인 의약품 생태계를 쇄신하는 게 배경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가 국내 제약산업 체질 개선과 건강보험재정 지속 가능성 강화를 목표로 약가제도 개편안을 확정·시행중인 상황에서 공동생동 규제 강화는 개편안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정부여당의 방편으로도 꼽힌다. 기허가 제네릭들의 전반적인 약가인하가 불가피해진 만큼 불필요하게 많이 허가돼 건전한 의약품 유통질서를 훼손하는 단일 성분 다품목 제네릭 허가 환경을 규제 강화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서렸다. 2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정부여당은 약가제도 개편안 후속 조치로 제네릭 난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 모색을 검토중이다. 정부, 1개 성분 당 적정 제네릭 개수 연구 완료…약가인하 후속 규제 가능성 제약업계는 정부가 제네릭 약가제도 인하 개편안과 공동생동 1+3 제도 축소·폐지를 패키지로 기획, 추진을 검토해왔다고 바라보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는 지난 2023년 김동숙 공주대 교수 연구팀과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선 방안 마련' 연구과제를 시행하면서 동일성분 별 의약품 약가 차등 기준 개수를 20개에서 변경할 필요성과, 특허 만료 후 제네릭 약가인하율인 53.55%를 손질해야 할 타당성을 연구했었다. 특히 제네릭 등재 순서에 따른 평균 보험청구액 비중과 1개 성분 당 적정 제네릭 품목허가 개수에 대한 분석도 연구에 포함됐었다. 이 중 이번에 복지부가 시행을 확정한 약가인하 개편안은 제네릭 약가 차등 기준 개수 축소와 약가인하율 하향 조정이 포함되고 제네릭 품목허가 개수에 대한 규제는 명확하게 담기지 않았다. 이에 정부여당은 약가제도 개편안 시행 후 이어져야 할 규제로 공동생동 1+3 제도를 축소·폐지하는 방향의 행정이 필요할지 여부를 검토하는 표정이다. 공동생동 폐지는 과거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네릭 무제한 공동생동을 허용했던 규제 환경에서 1개 생동 수탁사 당 3개 위탁사까지만 허용하는 1+3 제도를 적용하며 공동생동 품목 허가 수 제한 정책을 확정했을 때 미리 예정됐던 결과다.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제에서 불순물(NDMA)이 검출되는 문제가 촉발되면서 복지부, 식약처는 발사르탄 성분 함유 고혈압제 가운데 판매가 중지된 품목수를 분석했는데 영국 5개, 미국 10개, 캐나다 21개인 대비 우리나라는 무려 174개로 확인되면서 공동생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타당성에 힘이 실렸다. 당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과 관련해 1단계 규제로 위탁·공동 생동시험 품목 허가 수를 제한(1+3)하고, 3년이 지난 뒤에는 위탁·공동 생동시험을 전면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었다. 해당 타임라인대로라면 지난 2022년부터는 공동생동 제도가 종식됐어야 하는 셈인데 여러가지 정책적 배경으로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던 격이다. 다품목 제네릭 난립 환경, 공동생동 폐지론 부상 배경…제약계 "산업 위축 우려" 멈춰섰던 공동생동 폐지론에 다시 탄력이 붙게 된 이유는 1개 성분 당 백여개가 넘는 제네릭이 허가되는 환경을 규제해 약가인하 개편안 목적인 제약산업 체질전환과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성이 정치권에서 제기되면서다. 올해 복지부가 약가제도 개편안을 여당에 보고하는 당정협의 과정에서 '1+3 공동생동' 제도의 전면적인 점검과 폐지 필요성이 국회 측으로부터 흘러나왔다. 직접 생동시험을 진행하며 제네릭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제약사와, 다른 회사의 생동자료를 비용을 지불해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름만 올리는 위탁 제약사가 동일한 약가를 보장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논리가 작용했다. 나아가 국회 다수당인 여당을 비롯한 주요 정책 관계자들 역시 제약 생태계의 혁신적 재편을 위해 1+3 위탁생동 전격 폐지가 가야 할 길이란 입장을 개진하면서 제네릭 중심의 국내 제약사들은 정부여당의 규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정부여당을 비롯한 국회 정치권은 22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약가제도 개편한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내 제네릭 환경을 선진화 하기 위한 다양한 입법안을 발의할 태세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정책실장은 1곳의 제네릭 생동성시험을 수행하는 제약사에게 3곳의 공동위탁 제약사를 허용하는 현행 규제는 복지부 개편 약가제도와 상충지점이 크다며 1+3 공동생동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조원준 실장은 "위탁생동 제도는 폐지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앞서 정부(식약처)도 1+3 제도를 발표하면서 한시적이고 임시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일각에서 1+3 폐지가 일자리 축소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하는데, 페이퍼컴퍼니 비중이 큰 위탁 제네릭사가 어떤 산업적·국가정 생산을 유발하는지, 고용 창출 효과를 보이는지 의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약가제도 개편안 확정으로 제네릭 약가인하가 기정사실화 한 상황에서 공동생동을 급격하게 축소하거나 폐지할 경우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해 제약사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제약업계 우려도 있다. 이에 정치권과 정부, 제약업계가 약가제도 개편안 세부 내용을 상호 조율하는데 우선 집중하고 공동생동 폐지 정책은 일부 시간을 두고 숙의를 거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단일 성분, 다품목 허가로 제네릭이 난립하는 환경을 규제해 제네릭에 대한 제약사 책임을 강화하고 비용 투자 등 제약사별 노력에 따라 보상체계를 달리 적용하는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 공동생동 폐지 논의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일부 제약사들이 급격한 제도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충격파를 우려하고 또 일자리 축소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정부가 제약업계와 면밀히 상호 소통할 필요성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2026-06-22 06:00:59이정환 기자 -
렉라자, 공익 지배구조의 결실…다음 100년 준비하는 유한재단[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의 100년은 항암 신약 '렉라자'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외부에서 도입한 초기 후보물질을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했고 국내 항암신약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이끌어냈다. 렉라자는 제품 하나의 성공을 넘어 유한양행이 전통 제약사에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사로 전환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성과다. 유한양행이 혁신신약을 배출할 수 있었던 건 안정적인 지배구조 덕분이다. 공익재단의 장기 지분 보유와 독립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는 긴 호흡의 연구개발(R&D)과 오픈이노베이션을 뒷받침했다. 이제 유한양행은 렉라자에서 확보한 성과를 후속 신약 개발과 미래 연구인재 육성으로 연결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100년을 위해 유한양행과 유한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일까. FDA 허가 넘어 글로벌 캐시카우로…렉라자 매출·로열티 본격화 18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렉라자와 존슨앤드존슨(J&J) '리브리반트' 글로벌 합산 매출은 2억5700만 달러로 집계된다. 전년 동기 1억4100만달러 보다 82.3% 급증한 수치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2억1600만 달러와 비교해도 19.0%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렉라자·리브리반트는 미국에서 매출 1억7500만 달러를, 미국 외 지역에서 매출이 8200만 달러를 올렸다. 미국 외 매출은 지난해 1분기 2800만 달러에서 1년 만에 세 배 가까이 확대했다. 렉라자는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다. 암세포 증식에 관여하는 변이 EGFR의 신호를 차단한다. 함께 투여하는 리브리반트는 EGFR과 중간엽상피전이인자(MET)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항체 치료제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암세포 성장 신호를 억제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조합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는 2024년 8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 개발한 항암제가 FDA 허가를 획득한 첫 사례다.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이후 임상개발을 거쳐 2018년 J&J 얀센에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기술수출했다. 렉라자는 2021년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처음 허가받았다. 렉라자·리브리반트는 허가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합산 매출은 2024년 3억2700만 달러에서 지난해 7억3400만 달러로 124.5% 증가했다. 분기 매출은 2024년 1분기 이후 매 분기 증가하며 최대치를 경신했고 올 1분기에는 처음으로 2억5000만달러를 넘어섰다. 렉라자의 성장은 유한양행의 재무적 성과로 직결된다. 유한양행이 2018년 기술수출 계약 이후 J&J로부터 받은 계약금과 단계별 마일스톤은 총 3억 달러다. 유한양행은 2018년 11월 J&J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업프론트) 5000만 달러를 수령했다. 이후 2020년 4월 병용요법 추가 개발 결정에 따라 3500만 달러, 같은 해 11월 병용요법 임상 3상 투약 개시로 6500만달러를 받았다. 2024년 9월 미국 출시로 6000만 달러, 2025년 5월 일본 출시로 1500만 달러, 같은 해 10월 중국 출시로 4500만 달러를 각각 받았고 지난 5월 유럽 상업화로 3000만 달러를 추가 수령했다. 각각 받았다. 유한양행이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잔여 경상 기술료(마일스톤)는 6억5000만 달러다. 이와 별도로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에 따른 로열티도 발생한다. 로열티율은 순매출액의 10% 이상으로 알려잔다. 회사가 개발한 신약이 일회성 기술수출 계약을 넘어 글로벌 판매가 늘어날수록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장기 현금창출원(캐시카우)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렉라자 성과는 유한양행 외형과 수익성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의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2조186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49억원에서 1044억원으로 90.2% 뛰었다. 렉라자 기술료 수익 확대에 해외사업 호조까지 더해지면서 외형과 수익성이 함께 개선된 것이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글로벌 영토를 빠르게 확장하는 추세다. 미국 허가·출시 이후 유럽과 일본, 캐나다, 호주, 중국에서 잇달아 승인을 획득했고 일본과 중국에서는 상업화까지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영국과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급여 적용이 이어지면서 미국 외 지역의 매출 기반도 확대하는 모습이다. 임상 경쟁력도 처방 확대에 힘을 보태고 있다.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지난해 11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최선호 요법으로 등재됐다. 여기에 기존 정맥주사 대비 투여 시간을 6시간에서 5분 안팎으로 줄인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이 주요국에서 허가를 획득하면서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로써 병용요법 시장 침투와 처방 확대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기대다. 재단 최대주주·전문경영인 체제…장기 R&D·환자 중심 결정 뒷받침 유한양행이 렉라자 결실을 본 원동력으로는 유한양행 특유의 지배구조가 거론된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지분 15.9%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회사의 R&D와 영업, 투자, 인사 등 일상적인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회사 경영은 이사회와 전문경영진이 맡고 재단은 창업 철학과 공익적 가치의 수탁자이자 장기주주 역할에 집중한다.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재단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점이 유한양행의 장기적인 경영 안정성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창업주 일가의 세대 승계나 상속 재원 마련, 경영권 분쟁에 따른 부담이 적은 만큼 유한양행 경영진은 신약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었다. 재단은 안정적인 최대주주 역할을 맡고 전문경영진은 사업 성과에 책임지는 구조가 장기 신약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장기·공익 중심 경영 기조는 렉라자 무상공급 프로그램에서도 빛을 발했다. 유한양행은 2023년 7월 렉라자 1차 치료 건강보험 급여 적용 전까지 환자에게 약을 무상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지원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환자에게 급여 적용 시점까지 렉라자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총 895명 폐암 환자가 330억원 규모 무상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약값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고가 항암제를 급여 적용 전까지 제한 없이 무상 공급하는 것은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쉽게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기업의 이익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의 철학이 유한양행 기업문화와 지배구조에 뿌리내렸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에 놓인 다음 과제는 렉라자 성공을 후속 성과로 이어가는 것이다. 렉라자에서 확보한 마일스톤과 로열티, 글로벌 임상 경험을 차기 후보물질에 재투자해 '제2·제3의 렉라자'를 지속해서 배출할 수 있는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다. 유한양행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후속 신약 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지속형 알레르기 치료제 후보물질 '레시게르셉트'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후보물질 'YH25724' ▲사람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2형(HER2) 타깃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YH42946' 등 5개 후보물질을 '포스트 렉라자'로 제시, 유망 후보물질의 개발과 사업화를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유한재단은 유한양행 최대주주로서 소유와 경영의 철저한 분리 원칙을 기반으로 전문경영진이 장기 R&D 투자에 몰두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뒷받침하는 '경영 안정판' 역할을 지속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이 신약개발을 통해 거둔 성과가 배당으로 재단에 유입되고 다시 장학·복지 등 공익사업에 투입되는 사회환원 선순환도 강화한다. 구체적으로 유한재단은 기존 장학·복지사업을 의료·보건과 돌봄 영역으로 넓혀 가족돌봄 청소년·청년과 암환자 가족, 의료 취약계층, 청년 연구자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공공기관과 의료·복지기관, 전문단체의 역량을 연결해 제도권 지원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 방안을 만드는 '공익 플랫폼'으로 발전한다는 포부다. 원희목 유한재단 이사장을 만나 유한양행 100년의 의미와 유한재단이 준비하는 다음 100년의 방향을 들어봤다. 원 이사장은 대한약사회 회장과 제18대 국회의원, 한국사회보장정보원 원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등을 지낸 보건의료·공공정책 전문가다. 원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유한재단 제10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유한양행이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유일한 박사가 남긴 유산을 어떻게 평가하나. 원 이사장: 유한양행의 지난 100년은 단순한 기업 성장의 역사가 아니다.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정직한 기업 활동을 이어가며 그 성과를 다시 사회로 환원해온 시간이다. 유일한 박사는 기업을 개인의 소유물로 보지 않았다. 기업은 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그 성과를 다시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종업원지주제 도입과 전문경영인 체제 정착, 전 재산의 사회환원은 '기업은 사회의 것'이라는 정신을 제도와 구조로 남긴 선구적인 결단이었다. 유한재단은 그 정신을 이어받은 기관이다. 유한양행의 성장 성과가 배당을 통해 재단의 장학·복지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유일한 박사의 사회환원 철학이 지금도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지난 100년의 정신을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고 국민 건강과 연구개발, 보건의료, 청년과 미래세대 지원 등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맞게 발전시켜야 한다. 공익법인 최대주주와 전문경영인 체제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원 이사장: 핵심은 유일한 박사가 남긴 소유와 경영의 분리 원칙과 이를 지켜온 유한의 문화다. 유한재단이 유한양행 최대주주라는 사실은 단순한 지분 구조가 아니라 창업 철학이 제도화한 결과다. 유한재단은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건전한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되 일상적인 경영 판단과 사업 운영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전문경영인과 이사회가 책임경영을 수행하고 재단은 설립정신과 공익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큰 방향에서 지켜보는 구조다. 유한양행은 경영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유지하고 재단은 창업정신의 계승자이자 공익적 가치의 수탁자 역할에 집중했다. 특정 개인의 소유나 판단이 아니라 제도와 원칙에 따라 운영돼온 점이 유한양행의 100년 성장을 뒷받침했다. 렉라자 성과를 유일한 박사의 창업철학과 재단의 관점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나. 원 이사장: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창업정신을 오늘의 방식으로 실천한 사례다. 과거에는 필요한 의약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방법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혁신신약을 개발해 더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렉라자는 국내 연구진과 바이오기업, 유한양행, 글로벌 제약사의 협력이 결합해 탄생했다. 외부의 우수한 기술을 발굴하고 장기간 연구개발을 이어가 글로벌 신약으로 키워냈다는 점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전체에도 의미가 크다. 제약바이오 혁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패를 감수하고 긴 시간을 견디며 외부와 협력하고 가능성 있는 연구를 끝까지 밀고 가는 문화가 필요하다. 유일한 박사의 철학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었다면 렉라자는 그 철학이 100년 뒤 첨단 신약개발로 구현된 사례다. 기업의 성장 성과가 재단 공익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인가. 원 이사장: 유한의 구조가 특별한 이유는 기업의 성장 성과가 특정 개인이나 가족에게 귀속되지 않고 배당을 통해 재단의 공익사업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유한양행의 기업가치와 수익 기반이 확대되면 재단의 공익사업 기반도 함께 커지고 그 재원은 장학·교육·복지와 취약계층 지원에 다시 투입된다. 렉라자와 같은 성과는 이 선순환의 의미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기업이 연구개발을 통해 환자의 생명과 건강에 기여하고 그 결실이 다시 사회를 위한 공익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앞으로는 배당수입을 집행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회 변화에 맞는 공익사업 모델을 만들고 지원 효과를 높여야 한다. 재원을 투명하고 책임 있게 운용하고 청년과 교육, 취약계층 복지, 의료·보건 사각지대 등 도움이 절실한 곳에 보다 정밀하게 배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예방의학과 정신건강, 의료 접근성, 보건의료 연구와 청년 연구자 지원도 강화하고자 한다. 기업의 성과가 배당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공익적 투자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다. 유한재단이 우선적으로 기여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사회공헌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도 있나. 원 이사장: 유한재단의 기본 축은 앞으로도 장학과 복지다. 다만 경제적 어려움과 돌봄 부담, 심리적 고립, 교육 격차, 건강 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만큼 공익사업도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유한의 출발점이 국민 건강에 기여하는 것이었던 만큼 의료·보건은 재단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다. 예방의학과 정신건강, 만성질환 관리, 취약계층 의료지원, 암환자와 가족 지원 등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단순한 의료비 지원을 넘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과 돌봄 공백, 정서적 어려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가족돌봄 청소년·청년과 암환자 가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 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보건의료 연구와 청년 연구자 지원도 검토할 계획이다. 재단이 모든 사업을 단독으로 수행하기보다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복지기관, 전문단체와 협력해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부조를 대체하기보다 민간재단의 유연성과 신속성을 활용해 제도권의 빈틈을 보완해야 한다. 다음 100년 동안 유한재단이 어떤 기관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하는지. 원 이사장: 유한재단은 단순히 장학금과 복지비를 지급하는 기관을 넘어 사회에 필요한 공익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첫째, 미래 인재를 키우는 재단이 돼야 한다. 장학사업을 단순한 학비 지원에 머물게 하지 않고 청년의 성장과 자립, 사회 기여로 이어지는 인재 양성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 공공부조가 미처 닿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 가족돌봄 청년과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위기가구, 고령층, 의료·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을 발굴하고 공공기관·지자체·의료·복지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지원을 연결해야 한다. 셋째, 유한의 공익정신을 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기업이 정직하게 성장하고 그 성과가 재단의 공익사업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모델을 시민과 청년, 기업, 공공기관과 공유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유한재단은 사회문제를 먼저 발견하고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해결 모델을 만드는 '공익 플랫폼'으로 발전해야 한다. 정직하게 벌어 사회에 돌려주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실질적인 힘이 되는 것이 다음 100년에도 지켜야 할 가치다.2026-06-18 06:00:59차지현 기자 -
늘어난 신약만큼 쌓여가는 비급여 항암제, 해법은 있나?[데일리팜=손형민·어윤호 기자] 그렇다면, 해법은 있을까? 첨단 신약이 늘어 갈수록 비급여 항암제도 쌓여가고 있는 현실은 환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혁신 항암신약 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건강보험 급여체계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면역항암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이중특이항체, 방사성의약품, 유전자치료제 등 신규 기전 항암신약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암 환자의 생존율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일부 암종에서는 장기 생존을 넘어 완치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시대가 열렸지만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고가 치료제에 대한 재정 부담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신약 개발과 허가 속도를 현재 급여체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표준치료로 자리잡은 치료제조차 급여 진입까지 수년이 걸리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허가 이후 실제 환자들이 치료 혜택을 체감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실제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의 허가 후 등재까지 소요 기간은 평균 659일로 집계됐다. 약 1년 10개월에 해당하는 기간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약가제도 개편이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제네릭 약가 구조 개편을 통한 재정 효율화와 희귀·중증질환 치료제 신속등재, 약가 유연계약제 도입, 위험분담제 확대 등을 통해 혁신신약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돈이 아니라 가치의 문제"…급여 평가체계 변화 요구 공감대 의료계는 항암신약 급여 논의를 단순한 재정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급여 논의 과정에서는 여전히 재정 영향이 가장 강력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현장의 인식이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최근 급여 평가를 보면 치료 효과보다 예상 청구액 규모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환자 수가 많은 암종은 약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급여 논의가 길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환자 수가 많을수록 오히려 급여 진입이 어려워지는 역설적인 상황도 나타난다"며 "생존 혜택이 입증된 치료제조차 재정 문제 때문에 접근성이 제한되는 구조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암질심 참여 전문가는 항암신약 급여 평가를 두고 "돈을 따지는 과정이 아니라 가치에 가격표를 붙이는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용효과성은 단순히 약값이 높다, 낮다를 따지는 개념이 아니다. 생존 연장과 삶의 질 개선, 완치 가능성에 대해 얼마만큼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라며 "우리나라 1인당 GDP 수준인 약 3만6000달러 정도를 기준으로 논의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증질환 영역에서는 그 두 배 수준인 7만달러 이상도 수용 가능한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3만6000달러 이하라면 비교적 수용 가능성이 높고, 7만달러를 넘어가면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그 사이 영역은 결국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지의 문제"라며 "이는 과학적 판단이라기보다 사회적 선택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현재 급여 평가 체계의 예측 가능성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적잖다. 현재 암질심 결과는 급여기준 설정, 급여기준 미설정, 재논의 등의 형태로 공개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요소가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기준 미설정이라는 결과만 공개될 뿐 임상적 근거 부족 때문인지, 비용효과성 문제인지, 재정 영향 때문인지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다음 심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피력했다. 이어 "급여 평가가 재정과 환자 접근성 사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할 경우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낮아질 수 있다"며 "평가 기준과 판단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공유하는 방향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네릭 약가 개편…재정 절감 넘어 혁신신약 재투자 관건 정부가 추진하는 약가제도 개편 역시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통해 확보한 재정이 혁신신약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급여 체계가 치료 가치를 보다 유연하게 반영할 수 있게 된다면 이번 개편은 단순한 재정 절감 정책을 넘어 환자 중심 제도 개편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55%에서 45%로 낮추는 방안을 확정했다. 동시에 연구개발 투자 비중이 높은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약가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제네릭 중심 시장 구조를 개선하고 연구개발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단순 약가 인하 정책이라기보다 산업 구조 재편의 성격이 강하다"며 "연구개발 투자가 부족한 기업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신약 개발 역량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을 다시 혁신신약과 연구개발 투자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가 중요하다"며 "절감 효과만 강조되고 실제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제도 개편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약가인하로 확보한 재정이 단순 산업 지원에 그칠 것이 아니라 혁신신약 접근성과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성 강화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영역으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RSA 확대·약가 유연계약제…환자 접근성 높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위험분담제(RSA)와 약가 유연계약제 확대다. 위험분담제는 고가 신약의 재정 부담을 정부와 제약사가 분담하는 제도로 국내에서는 이미 다수의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가 이를 통해 급여권에 진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환급형 중심 RSA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급여 진입 이전 단계에서 거의 모든 판단을 끝내려는 구조"라며 "결과적으로 환자는 더 오래 기다리고 제도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수준의 불확실성을 수용하고 먼저 환자 접근성을 확보한 뒤 실제 사용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평가하고 약가를 조정하는 방식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며 "앞으로는 급여 전 심사보다 급여 후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임상적 유용성 측면에서는 평가 기준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전체생존기간(OS)이 가장 중요한 임상적 근거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장기 생존과 재발 방지, 삶의 질 개선 등 다양한 가치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혁신신약들은 OS 데이터가 성숙하지 않은 단계에서도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 PFS2의 긍정적인 경향, 무질병생존기간(iDFS) 개선 등 장기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고형암에서 OS는 여전히 중요한 지표지만 최근 항암 치료 환경에서는 그것만으로 모든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장기 생존 환자가 늘어나고 후속 치료 옵션도 다양해지면서 과거보다 OS 해석 자체가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난치암이나 희귀암의 경우 환자 수가 적고 예후가 좋지 않아 OS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질환 특성과 미충족 의료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OS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기회를 얻기까지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적응증 확대가 빠른 면역항암제와 ADC를 중심으로 기존 급여 체계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키트루다는 국내 허가 적응증만 35개에 달한다. 하나의 품목이 사실상 수십 개 치료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적응증이 늘어날수록 급여 심의 역시 반복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적응증이 암질심이나 약평위 단계에서 장기간 논의될 경우 후속 적응증 역시 순차적으로 심의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혁신신약의 개발 속도와 급여 심의 속도 사이 간극이 커질수록 환자 접근성 문제도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적응증별 약가제도(Indication-Based Pricing) 도입을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는 하나의 약물이 여러 적응증을 보유하더라도 동일한 약가 체계가 적용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적응증에 따라 치료 효과와 환자 규모, 비용효과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단순 환급형을 넘어 성과 기반 위험분담계약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현재 국내 RSA는 예상 청구액 환급이나 총액제한 방식이 중심이지만 해외에서는 실제 치료 성과에 따라 제약사가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성과 기반 계약 모델도 확대되는 추세다. 결국 항암신약 급여 논의는 단순히 약값을 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생존 연장과 완치 가능성, 환자 접근성 등 새롭게 등장한 치료 가치를 제도가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약의 허가 여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환자가 실제 치료 혜택을 얼마나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급여 체계 역시 치료 환경 변화에 맞춰 유연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2026-06-17 06:00:59손형민 기자, 어윤호 기자 -
유한양행 100년의 버팀목…'소유-경영' 분리가 이끈 혁신[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유한양행에는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36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했고 1962년 제약 업계 최초로 주식을 상장했다. 1969년에는 창업주 일가가 아닌 내부 출신 인사에게 경영을 맡기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열었다. 이후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항암신약까지 탄생시켰다. 그야말로 한국 제약산업의 변화를 앞장서 이끈 기업이다. 이 같은 성과의 비결은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한 지배구조에 있다. 유한양행 최대주주는 창업주가 보유 주식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해 만든 공익법인 유한재단이다. 재단은 회사 지분을 장기 보유하되 일상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 이로써 안정적인 지배구조 아래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이어가는 동시에, 기업의 성장 과실을 다시 사회공헌에 투입하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았다. 기업은 사회의 것…주식과 경영권 내려놓은 유일한 박사 유한재단의 뿌리는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1965년 출연해 조성한 유한교육신탁기금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 박사는 평생을 바쳐온 교육·장학사업과 사회원조사업을 영속적인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 1970년 개인 주식 8만3000여주를 기탁해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을 공식 발족했다. 이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창업주가 회사 지분과 경영권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유 박사는 기업을 가족의 재산이 아닌 사회의 자산으로 봤다. 회사에서 얻은 부와 성과 역시 후손에게 남기기보다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유 박사의 이런 철학은 1971년 별세 후 공개된 유언장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 박사는 장남에게 "대학까지 공부시켰으니 앞으로는 스스로 살아가라"는 뜻을 남겼다. 어린 손녀에게는 대학 졸업 때까지 필요한 학자금 1만 달러만을 지원하도록 했다. 외동딸 유재라 여사에게 맡긴 유한공고 주변 토지 5000평 역시 개인 재산으로 사용하지 않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유한동산'으로 조성하도록 했다. 가족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반만 남기고 나머지 재산을 사회에 귀속한 것이다. 유 박사가 생전 공익기관에 출연한 개인 주식은 당시 유한양행 발행주식의 40%에 달한다. 기업 이익 일부를 기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의 소유권 자체를 공익 영역으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창업주의 뜻이 후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어질 수 있는 재단의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한국사회 및 교육원조신탁기금은 1977년 공익법인 관련 법률에 따라 재단법인 유한재단으로 전환됐다. 보유 주식 일부는 교육사업을 담당하는 유한학원과 나눴다. 기업은 유한양행이, 공익사업은 유한재단이, 교육사업은 유한학원이 담당하는 사회환원 체계가 갖춰졌다. 이후 유 박사의 뜻은 외동딸 유 여사에게로 이어졌다. 유 여사는 1977년부터 유한재단 이사장을 맡아 장학·복지사업을 이끌었고 1991년 별세를 앞두고 당시 시가 200억원 상당 전 재산을 재단에 기증했다. 이후 유 박사 여동생이자 간호계 원로인 유순한 여사와 유한양행도 주식과 재산을 추가로 출연했다. 창업주 한 사람의 결단에서 시작된 사회환원 정신이 가족과 회사로 이어진 셈이다. 국민 건강이 먼저…'건강입국'에 바친 독립운동가의 뚝심 유 박사는 1895년 평양에서 6남 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부친 유기연의 영향으로 일찍이 개화사상과 나라 없는 민족의 현실을 접했다. 아홉 살이던 1904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네브래스카주에서 생활했고 1909년 독립운동가 박용만이 세운 한인소년병학교에 입학해 군사훈련과 민족교육을 받았다. 이후 미시간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며 신문 배달과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마련했다. 낯선 땅에서 학업과 생계를 스스로 책임졌지만 조국 독립에 대한 관심은 계속됐다. 유 박사는 1919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한인자유대회에 참여해 한국의 독립 의지를 알리는 결의문 작성과 낭독에 나섰다. 대학 졸업 후에는 식품회사 라초이를 세워 사업가로 성공을 거뒀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1926년 유 박사가 귀국했을 당시 식민지 조선은 가난과 질병에 시달렸고 의약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유 박사는 '건강한 국민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주권도 되찾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제약업을 선택했다. 같은 해 12월 서울 종로에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 박사는 초기 미국 의약품 공급을 시작으로 자체 생산과 제품 개발로 사업을 넓히며 기업을 통해 국민 건강과 국가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철학을 본격적으로 실천하기 시작했다. 유 박사가 세운 경영 원칙은 분명했다. 기업은 개인과 철저히 분리돼야 하며 투명경영과 성실납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는 것. 그는 정실인사를 배격하기 위해 가족과 관계마저 엄격하게 구분했고 경영은 혈연이 아닌 능력과 책임에 따라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철학은 1936년 종업원 지주제 도입으로 구체화됐다. 유 박사는 개인기업이던 유한양행을 주식회사로 전환하면서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나눴다. 창업주와 가족이 회사 주식을 독점하던 당시 관행과 달리 종업원을 피고용인이 아닌 기업의 공동 소유자로 참여시킨 것이다. 기업 성장의 과실을 구성원과 공유하는 동시에 창업주 개인에게 집중된 소유권을 분산한 조치였다. 종업원 지주제는 일회성 조치에 머물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1973년 이를 사원지주제로 공식화하고 직급과 근무연한을 기준으로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분했다. 이듬해에는 6만7500주를 추가 배정하며 직원의 경영 참여 기반을 넓혔다. 이에 따라 직원의 경영 참여와 성과 공유를 뒷받침하는 틀이 갖춰졌다. 인사에서도 혈연과 연고보다 능력과 전문성을 우선했다. 유한양행은 1957년 제약업계 최초로 사원을 공개 모집하고 의사·약사에게 의약품 정보를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디테일맨' 제도를 도입했다. 공개채용으로 선발한 9명에게 한 달간 제품과 약리 지식, 영업윤리 등을 교육한 뒤 현장에 배치했다. 연고가 아닌 능력을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원칙이 이때부터 자리 잡았다. 소유 분산은 1962년 기업공개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은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국내 제약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주주가 늘어나면 경영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내부 반대가 있었지만 유 박사는 기업이 한두 사람의 손에 머물러서는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종업원에게 나눈 소유권을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확대하면서 자본과 경영의 분리를 한층 강화했다. 1969년에는 경영권도 혈연에서 떼어냈다. 유 박사는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장남 유일선 씨를 비롯한 친인척을 회사 경영에서 물러나게 하고 평사원으로 입사해 내부에서 성장한 조권순 전무에게 사장직을 맡겼다. 창업주가 생전에 가족 승계를 포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공식화했다는 얘기다. 전문경영인 체제는 이후 유한양행 경영 원칙으로 자리 잡았다. 유한양행 역대 대표이사 대부분이 공채로 입사해 회사 내부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들이다. 사장 임기는 3년이며 한 차례 연임을 포함해 최대 6년으로 제한된다. 내부 승진을 통해 경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되 특정 경영인에게 권한이 장기간 집중되는 것을 막는 구조다. 종업원 지주제와 기업공개로 소유를 분산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경영권을 분리한 뒤, 재단에 지분을 귀속하며 현재의 지배구조가 안착한 것이다. 최대주주는 재단, 경영은 전문경영인…유한양행 100년 지킨 분리 원칙 유한재단은 3월 말 기준 유한양행 지분 15.9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한재단의 성격은 일반 기업의 최대주주와 다르다. 재단법인은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재단 자체를 소유하는 개인 주주가 없다. 특정 개인이나 가족이 재단 지분을 보유하거나 재단 재산을 상속받을 수도 없다. 유한재단이 보유한 유한양행 주식과 여기서 발생하는 배당수익의 최종 수혜자가 특정 개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유한양행의 경우 유한재단이 창업주 일가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제약사 공익법인과 차별화된다.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주요 상장 제약사 16곳 산하 공익법인 21곳 가운데 20곳이 제약사나 지주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15곳 제약사에서 창업주나 오너 2·3세, 배우자 등 오너일가가 이사장 또는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대웅재단과 JW이종호재단, 가송재단 등은 오너 2·3세가 직접 이사장을 맡고 있다. 녹십자그룹과 광동제약, 동아쏘시오그룹 산하 재단에도 오너 후계자가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단 보유 지분이 오너일가 개인 지분과 결합해 그룹 지배력을 보완하는 구조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우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특정 주주 측 우호지분 역할을 하면서 공익법인 의결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반면 유한재단 이사회에 창업주 후손이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재단 보유 지분이 창업주 일가의 개인 지분과 결합돼 경영권을 뒷받침하는 방식과도 거리가 멀다. 현재 유한재단은 원희목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10명과 감사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유한양행 전·현직 경영인은 이정희 이사와 조욱제 이사 2명이다. 회사 사정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이 재단과의 연결 역할을 맡되 외부 인사가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하는 형태다. 재단 수장도 유한양행 퇴임 경영진이 관행적으로 이어받지 않는다. 유한재단은 2004년 제5대 한배호 이사장 이후 정원식 전 국무총리와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 한승수 전 국무총리, 김중수 전 한국은행 총재를 거쳐 원희목 이사장까지 6대 연속 외부 인사에게 운영을 맡겼다. 회사와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사장직을 창업주 일가나 특정 경영인의 영향력 아래 두지 않는 운영 원칙을 이어온 것이다. 이 같은 지배구조는 '사람 중심 경영'이 뿌리내리는 토양이 됐다. 유한양행은 창업 이후 100년 동안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겪은 적이 없다. 전국적으로 노동 운동과 노사분규가 폭발했던 1987년 단 한 건의 탄압이나 갈등이 없었으며 IMF 외환위기(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같은 거대 경제 위기 속에서도 고용 조정 없이 노사 대타협으로 위기를 극복해 냈다. 직원을 기업의 공동 주체로 보는 경영 기조 아래, 회사 내부에서 경영진과 직원을 사용자와 노동자로 구분하는 '노사'(勞使) 대신 모두가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라는 의미의 '노노'(勞勞) 정신을 강조해온 영향이다. 2025년 기준 임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년8개월에 달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경영 안정뿐 아니라 구성원의 장기근속과 조직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공익법인이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전문경영진이 독립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지배구조는 혁신 신약개발의 기반으로도 작용했다. 구성원의 장기근속이 연구 경험과 전문성의 단절을 막고 조직 내에 축적되면서 유한양행은 긴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다. 경영진도 특정 개인의 이해나 단기 실적 압박보다 회사의 장기 전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렸다. 유한양행의 지배구조는 공익재단이 기업의 장기 주주로 자리하는 덴마크 산업재단 모델과 닮았다. 전 세계를 뒤흔든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노보노디스크는 노보노디스크재단이 지주회사 노보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노보홀딩스가 노보노디스크와 노보네시스의 지배주주로 참여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노보홀딩스는 두 회사의 의결권 70% 이상을 확보해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하는 한편 배당과 투자수익을 생명과학 연구와 대학·병원 지원, 바이오기업 투자에 다시 투입한다. 노보노디스크가 창업주 일가의 세대 승계나 지분 매각 부담 없이 장기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 투자를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다. 유한양행 역시 덴마크 못지않게 일찍이 소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는 거버넌스 기틀을 완성한 셈이다. 재단은 안정적인 최대주주 역할에 집중하고 경영진은 정해진 임기 안에서 사업 성과를 책임지는 체제 덕분에 유한양행은 창업주 일가 상속이나 경영권 분쟁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창업주가 남긴 청지기 정신과 유한재단은 유한양행이 '오너 없는 회사'로 한 세기를 버티고 혁신 신약 성과까지 일군 핵심 동력이 됐다.2026-06-17 06:00:58차지현 기자 -
10년간 514억 사회 환원…유한재단, 100년 경영철학 실천[데일리팜=차지현 기자] "사람은 죽으면서 돈을 남기고 또 명성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값진 것은 사회를 위해서 남기는 그 무엇이다." 오는 20일 창립 100주년을 맞는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가 남긴 말이다. 그는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사명감으로 제약업에 뛰어들었고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얻은 부와 지분을 다시 사회에 돌려줬다. 그의 철학은 유한양행을 한국 기업사의 대표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징으로 만들었다. 유한양행의 사회공헌은 유한재단을 통해 이뤄진다. 회사가 거둔 이익이 배당을 통해 재단으로 유입되고 재단은 이를 장학·교육·복지사업에 다시 투입하는 구조다. 지난 10년간 유한재단이 공익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514억원에 달한다. 재단 출범 이후 장학금 지원 인원만 누적 1만200여명에 육박한다. 유한재단, 작년 공익사업비 101억…제약업계 공익법인 중 집행 규모 1위 15일 국세청 공익법인 공시에 따르면 유한재단이 2025년 장학·교육·복지 등 공익사업에 투입한 사업수행비용은 101억503만원이다. 전체 비용 104억8812만원의 96.3%를 공익목적사업에 사용했다. 일반관리비는 3억8309만원으로 전체 비용의 3.7% 수준이다. 유한재단 공익사업은 크게 ▲장학금 지원 ▲교육사업 지원 ▲사회복지사업 ▲사회봉사자 시상 ▲재해구호사업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장학 분야에서는 대학생과 대학원생 등록금·생활비를 지원하고 지원 대상을 북한 출생 대학생과 외국인 유학생, 연구인재 등으로 넓히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공업계 고교 실험·실습 기자재와 의료인 양성기관 교육시설 확충을 돕는다. 사회복지 측면에서는 저소득가정과 독립유공자 후손, 암환자, 노인·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생계와 의료·돌봄을 지원한다. 사회봉사자 시상 분야에서는 간호·교육·복지·약사 현장에서 헌신한 인물에게 유재라 봉사상을 수여하고 재해구호 분야에서는 지진·홍수·산불 등 재난 발생 시 의연금과 긴급 생계비를 지원한다. 지난해 집행 내역을 보면 유한재단이 가장 많은 재원을 투입한 분야는 장학사업이다. 장학금 지원액은 68억5942만원으로 전체 사업수행비용의 67.9%를 차지했다. 유한재단은 작년 사업수행비용의 3분의 2를 웃도는 금액을 대학생·대학원생 등 미래 인재 지원에 사용한 셈이다. 사회복지사업에는 24억7299만원을 투입했다. 전체 사업비의 24.5%다. 장학금과 사회복지사업을 합한 집행액은 93억3241만원으로 전체 공익사업비의 92.4%에 달한다. 유한재단 공익사업 무게중심이 인재 양성과 취약계층 지원에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이 밖에 유한재단은 지난해 교육사업 지원에 3억4159만원, 재해구호사업에 3억원, 사회봉사자 시상사업에 1억3103만원을 집행했다.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4%, 3.0%, 1.3%다. 유한재단의 연간 공익사업 집행 규모는 제약업계 공익법인 가운데 가장 많다. 지난해 상위권 공익법인 사업수행비용을 보면 목암생명과학연구소 40억1557만원, 대웅재단 37억1850만원, 종근당고촌재단 32억891만원, 가현문화재단 23억9976만원, 유나이티드문화재단 15억2876만원 순이다. 유한재단은 2위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공익사업비를 집행했다. 10년간 514억 투입, 장학·복지에 448억…미래 인재·취약계층 지원 확대 유한재단 공익사업 규모는 최근 10년간 빠르게 증가했다. 공익목적 사업수행비용은 2016년 28억2996만원에서 2017년 30억9152만원, 2018년 32억4199만원으로 매년 늘었다. 이후 2019년 34억1112만원, 2020년 34억6645만원, 2021년 36억6535만원을 기록하며 3년간 30억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다. 2022년부터는 공익사업 규모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2022년 유한재단 사업수행비용은 66억5326만원으로 전년 대비 81.5% 급증했다. 이어 2023년 74억2445만원, 2024년 75억1044만원으로 70억원대를 집행했고 지난해에는 공익목적 사업수행비용이 처음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공익사업 규모는 2016년과 비교하면 3.6배 늘어난 규모다. 이로써 유한재단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공익사업에 투입한 금액은 총 513억9957만원에 달한다. 세부 사업별로는 10년간 장학금 지원액이 281억437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사업수행비용의 54.8%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학금 지원액 역시 2022년을 기점으로 급증했다. 2022년 유한재단이 장학금으로 집행한 금액은 38억832만원으로 전년보다 146.6% 늘었다. 대학생 생활비 장학금과 대학원생·연구인재 지원 등 신규 사업을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장학금 수혜 인원도 꾸준하게 증가했다. 2016년 327명이던 지원 인원은 2019년 546명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1238명으로 처음 1000명을 넘어섰다. 지난해의 경우 1315명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장학금 지원을 받았다. 재단 설립 이래 장학금 수혜 인원은 누적 1만200여명으로 집계된다. 사회복지사업에는 최근 10년간 총 166억8989만원을 투입했다. 연간 집행액은 2016년 13억5505만원에서 2021년 15억1967만원, 2022년 19억7226만원으로 늘었고 2024년과 지난해에는 25억원 안팎까지 확대됐다. 유한재단은 1991년 사회복지사업을 신규 편입한 이후 저소득가정과 독립유공자 후손을 비롯해 암환자, 노인·장애인 등으로 지원 대상을 넓혀왔다. 교육사업은 연간 2억6000만~3억9000만원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원 규모 변화는 크지 않지만 기술·의료인력 양성기관의 교육환경을 장기간 꾸준히 지원해왔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여기에는 교육을 통한 기술인력 양성을 중시한 유일한 박사의 뜻이 깃들어 있다. 유 박사는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인재를 길러내는 일을 국가 발전 기반으로 보고 공업·의학교육 지원을 강조했다. 사회봉사자 시상사업도 유한재단의 대표 공익사업으로 꼽힌다. 유한재단은 봉사자 시상사업에 매년 1억원 안팎을 집행하고 있다. 재단은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재라 여사의 뜻을 기리고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한 봉사자를 발굴하기 위해 1992년 유재라 봉사상을 제정했다. 간호·교육·복지·약사 분야 수상자에게 각각 상패와 상금 3000만원을 수여한다. 초대 수상자인 음성꽃동네 봉사자 조봉숙 씨를 시작으로 지난해 민정숙 홍익병원 행정부원장, 김지현 렉스과천치과 간호실장, 황관옥 한국가톨릭호스피스협회 감사, 두정효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이사 등 지금까지 113명이 상을 받았다. 유한양행 배당이 공익 재원으로…기업 성장과 사회환원의 선순환 유한재단이 장학·복지사업에 투입하는 재원은 유한양행 배당금과 기부금,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수익 등에서 나온다. 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재산을 기반으로 주식 배당과 예금 이자 등 운용수익을 확보하고 여기에 기업과 개인의 기부금을 더해 목적사업을 수행한다. 유한재단은 최대주주로 보유한 유한양행 주식을 매각하기보다 장기간 보유하면서 매년 발생하는 배당금을 안정적인 공익사업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유한재단 전체 수입은 107억4463만원이다. 전년 93억8948만원보다 14.4% 증가한 수치다. 유한재단 연간 수입은 2016년 36억4471만원에서 지난해 107억4463만원으로 10년 새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재단이 확보한 누적 수입은 총 573억1846만원 규모다. 유한재단 수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배당금이다. 지난해 전체 수입의 59.0%인 63억4465만원이 배당수익으로 유입됐다. 유한재단은 3월 말 기준 유한양행 보통주 1268만8782주(15.9%)와 우선주 500주(0.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유한양행의 배당 확대가 재단의 공익사업 재원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유한재단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배당수익으로 확보한 금액은 총 431억8981만원이다. 배당수익은 2016년 34억3545만원에서 2021년 41억7581만원, 2022년 43억8460만원, 2023년 46억383만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2024년 배당수익이 54억3827만원으로 전년보다 18.1%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63억4465만원으로 16.7% 증가하며 최근 2년간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해온 기업이다. 최근 10년간 매년 현금배당을 실시했고 배당 규모도 꾸준히 확대했다. 배당금 총액은 2016년 205억원에서 2017년 217억원, 2018년 227억원, 2019년 238억원으로 늘었고 2024사업연도에는 375억원까지 확대됐다. 2025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는 전년보다 19.7% 증가한 449억원을 책정했다. 이에 따라 유한양행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10년간 지급한 현금배당은 2815억원에 달한다. 기부금은 배당금 다음으로 비중이 큰 수입원이다. 지난해 기부금수익은 40억원으로 전체 수입의 37.2%를 차지했다. 기부금수익은 2022년 10억원으로 처음 반영된 뒤 2023년 30억원, 2024년 35억원, 지난해 4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최근 4년간 재단이 확보한 누적 기부금수익만 115억원으로 배당금과 함께 공익사업 확대를 뒷받침하는 주요 재원으로 자리 잡았다. 금융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수익도 매년 재단 수입에 보탬이 되고 있다. 이자수익은 2016년 1억8676만원에서 등락을 거듭해 2021년 1억1049만원까지 줄었지만 2022년 2억7256만원과 2023년 4억602만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2024년에는 4억5121만원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는 3억9611만원을 기록했다. 10년간 누적 이자수익은 26억227만원이다. 결국 유한양행의 이익이 배당을 통해 재단으로 흘러들어가고 재단은 이를 다시 장학·교육·복지사업에 투입하는 선순환이 자리 잡은 셈이다. 최근 10년간 유한재단이 공익사업에 집행한 금액은 전체 수입의 89.7%에 해당한다. 사실상 벌어들인 재원의 대부분을 다시 사회에 돌려썼다는 얘기다. 유일한 박사의 사회환원 철학이 숫자로 입증된 대목이다.2026-06-16 06:00:59차지현 기자 -
OS 데이터 부재…암질심, 항암제 급여 최대 복병[데일리팜=손형민·어윤호 기자] 50%라는 통과율을 넘어, 암질환심의위원회가 우리나라 항암제 보험급여 등재 과정에서 가장 높은 문턱으로 자리잡았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본래 약을 처방하는 전문의들이 모여 등재 신청된 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하는 목적으로 출범한 이 위원회는 2020년부터 재정영향을 추가로 살피게 되면서 수많은 이슈의 중심이 됐다. 약의 쓰임새를 보던 위원회가 재정 영향을 함께 본다. 그 이후 절차인 경제성평가소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등은 이미 '재정'을 집중적으로 보는 곳임에도 말이다. 이후 의학의 전문가인 의사들이 암질심 회의에서 의학적 판단에 더해 약물 경제학적 판단으로 약제의 급여 적용을 반대하는 사례들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심해졌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약의 급여권 진입을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처방권을 가진 의사에게 치료옵션은 다다익선이다. 하지만 이는 보건당국에게는 '전문가인 의사들이 판단한 결과'라는 대의명분을 제공한다. 암질심 위원들은 이제 제약사들의 최우선 관리 대상으로 부상했다. OS 없이 암질심 통과를 바라지 말라? 위원 구성, 투명성, 형평성 등 암질심을 둘러싼 논란은 다양했다. 그중 어느 순간 필패의 원인이라 불리고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전체생존기간(OS, Overall survival) 데이터의 부재'다. OS는 말 그대로 환자가 치료를 시작해서 사망하는 순간까지의 기간을 추적한 수치다. 일반적으로 환자의 편차가 크기 때문에 평균이 아닌 중간값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치료나 임상연구 중 사망하지 않은 환자는 확인된 가장 긴 시간으로 산정한다. 당연히 입증에 물리적으로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항암제는 무진행생존기간(PFS, Progression-Free Survival) 데이터를 근거로 먼저 승인을 받고, 차후 OS 근거를 추가한다. PFS는 병이 진행이 안된 상태에서 환자가 악화되거나 사망에 이르기 전까지 생존한 기간을 의미한다. 본래 PFS 역시 과거에는 충분히 가치있는 평가지표로 인정 받았다. "OS와 PFS의 절대적 우열을 가릴수 없다"고 말하는 의사들도 적잖았다. 하지만 암질심 기능과 권한이 강화된 지금, PFS는 무가치한 데이터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데일리팜의 확인 결과, 지난 3년 6개월 동안 경제성평가를 진행하고 신규 등재나 급여 확대에 도전한 고형암 약물 중 OS 없이 암질심을 통과한 약제는 '렉라자'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혈액암의 경우 특성상 OS 입증 없이도 등재된 약제가 존재했지만 고형암 영역에서 OS의 부재는 사실상 필패로 이어진 셈이다. 급여 등재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보조요법 역시 OS 확보 후 암질심을 통과한 약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OS만 보는 것이 아니다. 암질심은 임상적 유용성을 비롯, 사회적 요구도, 재정영향 등을 모두 고려해 공정하게 판단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암질심에 함께 간 동일기전 약제 이야기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달 암질심에서는 동일 기전의 2개 약제가 동시에 유사 적응증으로 암질심에 상정, 상반된 결과를 도출했다. 주인공은 CDK4/6억제제 '버제니오'와 '키스칼리'다.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급여 확대에 도전한 두 약물 중 해당 암질심을 통과한 약제는 버제니오 뿐이었다. 버제니오는 OS를 데이터를 갖고 있고, 키스칼리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두 약물은 암질심 상정이 예고되면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버제니오는 앞서 OS 확보 이전에 진행된 세번의 암질심에서 모두 고배를 마셨다. 2023년 5월 최초 상정된 버제니오는 3년 넘게 비급여 약물로 표류했다. OS 부재로 거듭 실패를 맛본 약의 네번째 상정과 동일 기전의 OS 미확보 약물의 첫 상정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이유다. 학계와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클래스 이펙트(Class effect) 적용이냐, OS 위용의 사수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기도 했다. 암질심 위원이었던 한 종양내과 교수는 "고형암 치료제가 OS 없이 통과하긴 어렵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3년 OS 데이터도 부족하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현 추세로는 더 장기간 OS를 입증해야 암질심을 통과하게 될 가능성도 보인다"라고 털어놨다.2026-06-16 06:00:58손형민 기자, 어윤호 기자 -
"암질심이 무섭다"…숫자로 본 항암신약 등재 현실[데일리팜=손형민·어윤호 기자]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의약품 시장은 '급여'의 시대다. 비만 신약의 돌풍이 아무리 거세다 하더라도 말이다. 보험급여 등재 여부와 속도는 신약의 성패를 결정한다. 다적응증 고가약의 홍수 속에서 제약회사 약가담당자(MA, Market access)는 이제 가장 '귀하신 몸'이 됐다. 항암제는 그 중심에 있다. 최근 항암제 개발은 하나의 약물이 특정 암종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암종과 치료 단계로 확장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폐암에서 시작한 면역항암제가 위암·식도암·삼중음성유방암(TNBC)·자궁내막암·신세포암 등으로 적응증을 넓히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과거 말기 치료 중심이던 항암치료는 수술 전·후 보조요법, 조기 재발 예방, 유지요법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며 치료 전략 자체를 바꾸고 있다. 문제는 역시 급여다. 국내에서 항암신약이 급여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암질환심의위원회, 약제급여평가위원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약가협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 이중 암질심은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결정하는 첫 관문이다. 허가 이후 급여 진입 가능성을 가르는 필수 관문이며 출발선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암질심은 항암제를 보유한 회사들에게 각각의 이유로 이른바 '통곡의 벽'으로 불린다. 상정 약제 절반은 탈락...3년 반 시간의 도전과 실패 데일리팜이 최근 3년6개월(2023년 1월부터 2026년 6월까지)간 암질심과 약평위 심의 결과를 적응증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약평위 통과 이후 실제 약가협상과 건정심을 거쳐 등재에 성공한 비율은 65.2% 수준이었다. 다만 암질심에서 심의된 항암신약 적응증은 총 244건이었다. 이 가운데 급여기준이 설정된 적응증은 124건으로 전체의 50.6%에 그쳤다. 반면 급여기준 미설정은 86건(35.2%), 재논의는 34건(13.9%)이었다. 항암신약 적응증 2건 중 1건만 암질심 문턱을 넘은 셈이다. 반면 약평위 단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정률을 보였다. 최근 3년 약평위에 오른 항암신약 적응증은 총 81건으로, 이 가운데 59건이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았다. 인정률은 75.6%였다. 재논의는 9건(11.1%), 급여 적정성 미인정은 13건(16.0%)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공단과의 약가협상을 통해 최종 급여가 결정된 비율은 65.2%였다(2026년 6차 제외). 급여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 역시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건강보험에 등재된 항암제 32개의 허가 후 급여 등재 소요기간은 평균 659일로 집계됐다. 허가 이후 실제 환자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까지 평균 1년 10개월이 걸린 셈이다. 암질심과 약평위, 약가협상, 건정심에서 항암신약의 임상적 가치 평가와 재정 검토가 반복적으로 이뤄지면서 급여 진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MSD 최다 도전…멀티 적응증 시대 본격화 회사별로는 MSD가 가장 활발하게 급여 확대를 추진한 기업으로 집계됐다. 최근 3년간 MSD 관련 항암 적응증 심의는 총 44개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면역항암제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적응증 확대와 관련된 안건이다. 이어 얀센(28개), 로슈(17개), 화이자·릴리(각 10개), 아스텔라스(9개), 아스트라제네카(8개) 순이었다. '다잘렉스(다라투무맙)',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 '테빔브라(티슬렐리주맙)' 등 블록버스터 품목이 다양한 암종과 치료 단계로 적응증을 넓히면서 반복적으로 암질심과 약평위 심의에 오른 영향이 컸다.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신청 건수가 늘었다는 의미를 넘어 항암신약 개발 패러다임 자체가 멀티 적응증(multi-indication)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나의 신약이 단일 암종에 머무르지 않고 조기·전이성 치료, 병용요법,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군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면서 급여 심의 역시 반복적·연속적으로 이뤄지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제품별로 구분해도 키트루다가 가장 활발했다. 키트루다는 최근 3년간 폐암·위암·식도암·삼중음성유방암·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신세포암 등 총 11개 고형암 적응증에서 급여 확대를 추진했다. 세부 심의 기준으로 보면 총 41개 적응증 심의가 이뤄졌다. 초기 일부 전이성 암종 중심에서 시작한 면역항암제가 수술 전·후 보조요법,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군, 병용요법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면서 급여 심의 대상 역시 빠르게 증가한 결과다. 뒤를 이어 다잘렉스(11개), 리브리반트(9개), 엔허투·테빔브라(각 7개),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 5개), 컬럼비(글로피타맙)·폴라이비(폴라투주맙 베도틴)·파드셉(엔포투맙 베도틴)·옵디보(니볼루맙)(각 4개) 순으로 나타났다. 희귀암 영역에서도 적응증 확대 시도는 이어졌다. '웰리렉(벨주티판)'은 폰히펠-린다우(VHL)병 관련 신세포암과 진행성 신세포암(mRCC) 등에서 급여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제한적 환자군과 비용효과성 문제 등이 맞물리며 논의가 길어지는 모습이었다. 특히 면역항암제는 적응증 추가 속도가 가장 빠른 분야로 꼽힌다. 키트루다와 옵디보, 테빔브라 등은 전이성 치료를 넘어 조기 치료와 병용요법으로 확장되며 급여 논의 범위도 함께 넓히고 있다. 반면 적용 환자군 증가와 치료기간 장기화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암질심과 약평위 판단 역시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브리반트·버제니오·웰리렉…암질심에 멈춘 치료제들 급여기준 미설정 또는 재논의가 반복된 품목도 적지 않았다. 가장 많았던 품목은 키트루다였다. 최근 3년간 키트루다의 미설정·재논의 적응증은 총 30개로 집계됐다. 적응증 확대 속도가 빠른 만큼 급여 논의 역시 반복적으로 이뤄진 셈이다. 리브리반트와 다잘렉스는 각각 8개 적응증에서 재논의 또는 미설정이 반복됐다. 리브리반트는 EGFR 엑손20 삽입 변이 비소세포폐암과 1차 병용요법 등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환자군에서 반복적으로 급여 확대를 시도했지만 다수 적응증이 급여기준 설정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엔허투와 버제니오는 각각 4개, 웰리렉과 옵디보·여보이(이필리무맙)·폴라이비는 각각 3개 적응증에서 미설정 또는 재논의가 확인됐다. 버제니오의 경우 HR+/HER2-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급여 논의가 반복되며 재발 예방 효과와 비용효과성 사이 균형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결국 최근 3년 성적표는 국내 항암신약 급여 체계가 허가 확대 속도를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면역항암제와 ADC처럼 멀티 적응증 확대가 빠른 치료제가 늘어날수록 급여 판단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환자 접근성과 건강보험 재정 지속 가능성 사이 균형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향후 암질심과 약평위 논의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통과율 절반…허가와 급여 기준 사이의 간극 최근 수치만 놓고 보면 국내 항암신약 급여 구조에서 가장 높은 문턱은 암질심 단계에 형성돼 있었다. 암질심은 항암제 급여기준 설정 여부를 결정하는 첫 단계로, 원칙적으로는 임상적 필요성과 치료 대체 가능성, 적용 환자군 등을 검토한다. 반면 약평위는 비용효과성과 재정 영향, 위험분담계약(RSA) 적용 여부 등을 평가하는 절차다. 그러나 실제 심의 과정에서는 암질심 단계에서도 재정 영향이 주요 고려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여기준 설정 여부 자체가 향후 건강보험 재정 부담 규모와 직결되는 만큼, 비용효과성 평가 이전 단계부터 사실상 재정적 판단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항암신약 급여 여부가 암질심 단계에서 상당 부분 결정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글로벌 표준치료로 자리 잡은 치료제조차 급여기준 설정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용효과성 검토가 약평위와 암질심에 이중으로 반영되면서 환자 접근성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도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조기 암 보조요법(adjuvant) 확대가 급여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수술 이후 재발 위험을 낮추기 위한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CDK4/6 억제제 등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재발 예방 효과를 어디까지 급여 가치로 인정할 것인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암질심의 낮은 통과율을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항암신약 적응증 확대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급여기준 설정 단계의 재정 영향과 비용효과성 판단이 지나치게 앞단에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암질심 참여 전문가들은 제한된 건강보험 재정 안에서 실제 치료 가치와 적용 환자군을 선별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 암질심 위원은 항암신약 급여 논의가 단순히 약효 여부만으로 결정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치료 효과와 삶의 질, 재정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복합적인 판단이라는 의미다. 이 위원은 "환자 입장에서는 좋은 약을 빨리 쓰고 싶겠지만 건강보험은 국민 재정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비용 대비 효과를 볼 수밖에 없다"며 "특히 항암제는 적응증 확대가 빠르고 고가 치료가 많아질수록 어떤 환자군에서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더 엄격히 평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존기간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독성이 낮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는 의미가 있지만, 결국 재정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항암신약 급여 논의는 임상적 가치와 재정 지속 가능성 사이 균형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항암신약 급여 논의가 임상 혁신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한 종양내과 전문의는 "재발 환자는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여러 약제를 순차적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사회·경제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조기에 재발 위험을 낮춰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환자 개인뿐 아니라 장기적 재정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모든 치료를 급여화하자는 접근보다는 어떤 환자군에서 임상적 가치가 높은지 선별하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며 "항암신약 급여 논의는 단기 비용과 장기 치료 가치 사이 조율이 필요하다. 현재 설정된 본인부담률 5%를 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2026-06-15 06:00:59손형민 기자, 어윤호 기자 -
약만 팔아선 힘들다…에스테틱·펫헬스로 향하는 제약사들[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제네릭(ETC)과 일반의약품(OTC) 중심 성장 공식이 흔들리면서 제약사들의 시선이 에스테틱과 펫헬스로 향하고 있다. 급여 의약품 시장은 약가 인하와 경쟁 심화로 수익성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비급여 의료미용과 반려동물 헬스케어 시장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일부 기업의 신사업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사업부 신설과 투자, 인수합병(M&A), 자체 개발까지 이어지며 전략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약사들이 단순히 품목을 늘리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 구조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테틱이 만든 고수익 성장 모델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의료미용을 비롯한 에스테틱이다. 대표 사례는 파마리서치와 휴젤, 동국제약이다. 세 회사는 에스테틱 사업이 실적을 이끄는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파마리서치는 PN(폴리뉴클레오타이드) 기반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중심으로 필러와 의료기기, 화장품 사업까지 확장하며 고수익 구조를 구축했다. 건강보험 약가 규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비급여 중심 사업 구조가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2015년 매출 375억원, 영업이익 161억원이었던 파마리서치는 지난해 매출 5363억원, 영업이익 214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0% 수준을 유지하며 국내 제약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다. 휴젤 역시 대표적인 에스테틱 성공 사례다. 보툴리눔 톡신 '보툴렉스'와 HA 필러 '더채움'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 매출 651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에서 지난해 매출 4251억원, 영업이익 2009억원으로 성장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해외 매출 비중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동국제약은 전통 제약사 가운데 에스테틱과 더마코스메틱 사업 확대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상처치료제 '마데카솔'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를 육성하며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지난해 기준 화장품 및 기타 의약품 부문 매출 비중은 30.8%를 기록했다. 의약품 원료와 미용기기 등을 포함한 헬스케어 사업 부문 비중도 18.8%에 달한다. 세 기업의 공통점은 비급여 중심 사업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건강보험 약가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데다 브랜드 경쟁력과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에스테틱 사업이 단순한 신사업이 아니라 새로운 수익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반려동물도 환자다…커지는 펫헬스 시장에스테틱이 현재의 수익성을 보여준다면 펫헬스는 미래 성장성을 기대하는 시장이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600만 가구를 넘어선 가운데 동물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 의약품 시장과 달리 성장 여력이 크고 아직 초기 시장이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중소형이든 대형 제약사든 마찬가지다. 대웅제약은 반려동물 헬스케어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반려견용 당뇨병 치료제 '엔블로펫' 품목허가 신청에 이어 올해는 반려견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플로디시티닙'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동물용의약품 개발뿐 아니라 동물 임상시험과 CRO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유유제약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펫헬스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동물용 신약개발 기업과 반려견 플랫폼, 동물 백신 기업에 투자한 데 이어 최근에는 영국 반려동물 사료 기업에도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HK이노엔은 올해 동물신사업TF를 신설하고 반려견 아토피 치료제 후보물질 'IN-115314'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신풍제약은 올해 정관 변경을 통해 동물용 의약품 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고 별도 사업부를 신설했다. CMG제약 역시 동물의약품 사업부를 운영하며 관련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펫헬스 시장이 치료제를 넘어 예방과 영양,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 의약품 시장에서 확보한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사업목적 바꾸고 조직 신설…신사업 확대 가속에스테틱과 펫헬스 외에도 신사업 확대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은 올해 의약품·건강기능식품·화학물질 등의 시험·검사·분석 수탁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다. 팜젠사이언스는 건강기능식품과 에스테틱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관련 투자와 인수합병을 확대하고 있다. 안국약품은 의료미용 사업 확대를 위해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하고 전담 조직을 구축했다. 동아에스티는 의료 AI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들의 신사업 확대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와는 결이 다르다. 기존 연구개발 역량과 생산시설, 영업망을 활용해 새로운 수익 구조를 확보하려는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의약품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에스테틱과 펫헬스는 기존 역량을 활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2026-06-10 06:00:59최다은 기자 -
약가·CSO·원가 삼중고…흔들리는 중소형제약 수익 공식[데일리팜=최다은 기자] 중소형제약사들의 수익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에는 제네릭과 일반의약품(OTC) 판매 확대만으로도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매출 증가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약가 인하와 원가 상승, CSO 확산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기존 사업 모델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 상장 주요 중소형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 분포를 보면 두 자릿수 수익성 기업은 줄고 저수익 기업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중소형제약사들의 판단 기준이 외형 성장에서 수익성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얼마나 많이 파느냐'보다 '얼마를 남기느냐'가 더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됐다는 의미다. 두 자릿수 수익성 기업은 줄고 저수익 기업은 늘었다중소형제약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데일리팜이 상장 주요 중소형제약사 40곳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결과 수익성 분포는 지난 10년 동안 뚜렷하게 달라졌다. 영업이익률 10% 이상 기업은 2015년 18곳에서 2020년 13곳, 2025년 8곳으로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률 5% 미만 기업은 같은 기간 7곳에서 12곳, 21곳으로 늘어났다. 10년 전만 해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는 기업이 절반 가까이 됐지만 이제는 5곳 중 1곳 수준으로 줄었다. 반대로 영업이익률 5% 미만 기업은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특정 기업의 부진이 아니라 중소형제약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제네릭과 OTC 중심 사업만으로도 안정적인 이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출이 늘어도 원가와 판매비 부담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결국 지난 10년은 단순한 실적 변화가 아니라 중소형제약사들의 사업 환경과 수익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약가 인하 압박 커지는 제네릭 시장수익성 악화의 가장 큰 배경은 약가 제도 변화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제네릭 약가 관리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와 약가 사후관리 강화에 이어 최근에는 제네릭 약가 산정체계 개편까지 추진하면서 업계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약가제도 개편은 중소형제약사들의 수익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로 낮추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혁신형 제약기업과 준혁신형 기업은 각각 49%, 47% 수준의 약가를 적용받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45%를 적용받는다. 표면적으로는 2~4%포인트 차이지만 박리다매 구조인 제네릭 시장에서는 수익성을 좌우할 수 있는 수준이다.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제약사일수록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원가 상승·CSO 확산…팔아도 남기 어려운 구조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사용하는 원료의약품 상당수는 해외에서 조달된다. 환율 변동성과 공급망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료 가격 부담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물류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도 제조원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CSO 확산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제약업계에서는 자체 영업조직 대신 외부 영업대행사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품목에 따라 35~65% 수준의 판매수수료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네릭 약가가 낮아지는 상황에서 원가와 CSO 수수료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중소형제약사들은 팔아도 남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팔수록 남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팔아도 남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사업 환경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중소형제약사들의 전략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새로운 품목을 확보하고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성장 전략이었다면 최근에는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찾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에스테틱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헬스케어 등이 대표적이다. 의약품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고 기존 생산·영업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간 다수 중소형제약사들이 관련 사업부를 신설하거나 신규 법인을 설립하며 사업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어떤 약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어떤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중소형제약사들의 판단 기준이 매출에서 수익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2026-06-09 06:00:59최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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