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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가슴성형의 변화…큰 수술 문턱 낮춘 기술 발전보형물의 발전을 넘어, '공간을 만드는 기술'과 '조직을 보존하는 수술'로 성형외과 의사로 30년 가까이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성형수술의 역사는 단순히 새로운 수술법이 이전의 수술법을 대체해 온 역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전 세대의 수술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발견하고 이를 보완하면서 다시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나선형의 변화'에 가깝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수술 범위가 확대되기도 했고, 그렇게 얻어진 결과를 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해부학적 지식과 수술기구가 발전했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결과를 얻더라도 환자의 정상 조직을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지, 수술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신체적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또 하나의 기술적 가치로 논의되고 있다. 최근 가슴성형에서 나타나는 변화 역시 이러한 큰 흐름 속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필자가 성형외과 의사로 수술을 시작하던 30년 전만 해도 성형수술을 결정한다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큰 결심을 필요로 했다. 오늘날 비교적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쌍꺼풀 수술조차 당시에는 환자에게 상당한 심리적·사회적 부담이 따르는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지난 30년 동안 무엇이 달라졌을까. 단지 사람들이 성형수술에 더 관대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수술기법과 기구, 마취 및 수술 전후 관리가 발전했고 해부학에 대한 이해 역시 깊어졌다. 성형수술의 발전은 원하는 결과를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그 결과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다 정교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져 왔다. 필자가 생각하는 지난 30년의 변화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의 중요한 질문이 '얼마나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는가'였다면 현재는 '그 결과를 얼마나 정교한 과정으로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해졌다. 앞으로는 여기에 '같은 결과를 위해 환자가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형물의 역사 역시 '한계를 보완해 온 역사' 가슴확대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현대적인 실리콘겔 유방보형물이 1960년대 처음 임상에 도입된 이후 보형물은 여러 세대에 걸쳐 변화해왔다. 특히 그 변화의 중심에는 내용물을 감싸고 인체 조직과 직접 맞닿는 외피(shell)의 발전이 있었다. 1세대 실리콘 보형물은 비교적 두꺼운 실리콘 엘라스토머 외피와 점도가 높은 겔로 제작됐다. 이후 보다 부드러운 촉감을 구현하기 위해 1970년대 2세대에서는 외피가 얇아지고 겔의 점도가 낮아졌지만, 이는 파열과 silicone gel bleed라는 또 다른 문제로 이어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80년대 등장한 3세대 보형물에는 외피의 강도와 차단 성능을 높이기 위한 다층 실리콘 엘라스토머 구조와 barrier layer가 적용됐다. 이후 보형물은 외피의 내구성뿐 아니라 표면 구조, 겔의 응집력과 형태 안정성 등 다양한 요소가 함께 발전해왔다. 이 과정은 의료기술의 발전이 단순히 '새로운 것이 이전 것을 대체하는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 시대의 기술이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한계가 발견되고, 다시 이를 보완하는 다음 기술이 등장해왔다. 가슴성형의 수술방법도 마찬가지였다. 보형물을 유선하에 위치시키는 방법뿐 아니라 대흉근 아래에 위치시키는 방법이 도입됐고, 이후 근육과 유선하 공간의 특성을 조합한 dual-plane 등의 접근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연부조직과 해부학적 조건에 따라 보형물이 위치할 pocket을 선택하는 방법 역시 다양해졌다. 결국 가슴성형의 역사는 보형물 자체와 보형물이 위치할 공간을 함께 발전시켜 온 역사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그 질문은 다시 한 단계 이동하고 있다. '어떤 보형물을 넣을 것인가'에서 '그 보형물이 들어갈 공간을 어떤 방법으로 만들 것인가'로 말이다. 보형물보다 먼저 만들어지는 것, '공간' 가슴확대수술을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면 흔히 '가슴에 보형물을 넣는 수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술을 하는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보형물이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먼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보형물이 위치할 공간, 즉 pocket이다. 보형물의 위치는 유선하, 근막하, 근육하, dual-plane 등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최근 연구에서도 pocket plane의 선택은 가슴확대수술의 중요한 수술적 변수로 다뤄지고 있다. 따라서 가슴확대수술은 보형물을 선택하는 기술인 동시에 공간을 계획하고 만드는 기술이다. 기존의 가슴확대수술에서는 술자가 조직을 박리해 필요한 pocket을 형성해 왔다. 이는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발전해 온 수술방법이며 현재도 환자의 해부학적 조건과 수술 목적에 따라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여기에서 다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보형물이 들어갈 필요한 공간을 만들면서 정상 조직에 대한 불필요한 개입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최근 가슴성형에서 논의되고 있는 tissue preservation, 즉 조직 보존이라는 개념도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Preservé, '공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 Preservé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등장한 하나의 새로운 접근이다. Preservé는 작은 접근 통로를 형성한 뒤 전용 Inflatable Balloon을 일시적으로 삽입하고, Balloon을 팽창시키면서 조직을 방사상으로 이동·신장시켜 보형물이 위치할 공간을 형성한다. 이후 Balloon을 제거하고 형성된 공간에 보형물을 삽입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tunneling, Inflatable Balloon을 이용한 controlled tissue elongation, implant deployment의 순서로 구성된다. 따라서 이를 단순히 'Balloon을 사용하는 새로운 가슴수술'이라고 설명하면 변화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가슴확대를 위해 필요한 공간을 만드는 방법 자체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보형물의 외피와 내용물, 표면을 개선해 왔다면 이제는 그 보형물이 들어갈 환경을 형성하는 과정까지 기술 발전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서 최소침습이라는 개념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최소침습수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절개의 길이를 떠올리지만, 피부 절개의 크기만으로 조직에 가해지는 전체적인 수술적 영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피부 아래에서 어떤 층으로 접근하고, 어느 범위까지 조직을 분리하며, 정상적인 해부학적 구조를 어떻게 다루는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가슴성형에서는 단순히 절개의 길이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필요한 공간을 정확하게 형성하면서 정상적인 유방 조직과 지지 구조에 대한 불필요한 손상을 줄이는 것 역시 중요한 연구 과제가 될 수 있다. 이미 다른 성형수술에서도 시작된 'Preservation' 이러한 변화는 가슴성형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성형이다. Preservation rhinoplasty는 코의 골·연골성 구조를 일률적으로 절제하고 다시 재건하는 것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기존의 해부학적 구조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것을 주요 개념으로 한다. 현대의 preservation rhinoplasty에서는 연골과 연부조직, 인대 및 비배부 구조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존'이라는 이름 자체가 특정 수술법의 우월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Preservation rhinoplasty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보고되고 있지만, 기존 수술법과 비교한 높은 수준의 근거는 여전히 축적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점은 새로운 가슴성형 기술을 바라볼 때도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수술을 부정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새로운 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더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환자에게 필요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 판단하고, 그 과정에서 정상 구조를 가능한 범위에서 보존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것이 의료진의 역할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현대 성형외과의 중요한 변화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나 많이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서 '필요한 변화를 만들면서 무엇을 남길 수 있는가'로 질문이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큰 수술'의 문턱이 달라질 수 있을까 30년 전 쌍꺼풀 수술은 지금보다 훨씬 큰 결심이 필요한 성형수술이었다. 이후 수술기법과 기구, 수술 전후 관리가 발전하고 임상 경험이 축적되면서 오늘날 이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과거와 상당히 달라졌다. 물론 가슴확대수술과 쌍꺼풀 수술은 해부학적으로도, 수술 규모에서도 동일하게 비교할 수 없다. 다만 30년 동안 성형외과의 변화를 지켜본 의사의 입장에서 한 가지 공통된 흐름은 분명히 보인다. 의료기술이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부담을 줄여나갈수록 수술을 바라보는 기준 역시 달라져 왔다는 점이다. 가슴성형 역시 다시 한번 변화의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후의 가슴성형이 지금과 같은 모습일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보형물은 계속 발전할 것이고 수술 전 계획과 환자 맞춤형 접근 역시 더욱 정교해질 것이다. 동시에 pocket을 보다 정확하게 형성하고 정상 조직에 대한 불필요한 손상을 줄이려는 연구도 계속될 것이다. 지난 30년간 성형수술의 발전은 단순히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경쟁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환자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과거에는 당연하게 감수해야 했던 부담을 하나씩 줄여온 과정이었다. 가슴성형도 마찬가지다. 이제 변화의 중심은 보형물 자체에만 머물지 않는다. 어떤 보형물을 선택할 것인가에서, 그 보형물이 들어갈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상 조직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가로 질문이 확장되고 있다. 보형물뿐 아니라 그 보형물이 들어갈 공간을 만드는 방법까지 달라지고 있는 지금, 가슴성형은 다시 한번 새로운 '나선형 발전'의 지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성형외과 전문의·의학박사 -전 대한성형외과학회 유방성형연구회 총무이사 -전 대한미용성형외과학회 학술위원2026-09-23 06:00:36황병우 기자 -
[특별기고] 1만 약사·약대생 함성,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지난 9월 20일 서울 광화문에 약사와 약대생 1만여 명이 모였다. 대한약사회가 당초 5천 명을 기준으로 집회를 신고했지만, 실제 현장에는 약사 7천여 명과 약대생 3천여 명이 참여했다는 것이 주최 측 설명이다. 8년 만의 전국 약사 총궐기였다. 이번 집회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미는 단순히 ‘1만 명이 모였다’는 숫자에 있지 않다. 전국 약사들이 현재의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해야 한다. 1만 명의 함성을 앞으로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 집회가 끝났다고 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시행도 전에 전면 확대…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이번 사태에서 약사들이 가장 납득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은 이것이다. 비대면진료와 약 배송 문제는 지난해부터 정부와 보건의료계, 시민사회가 논의를 거듭해 온 사안이다. 그 과정에서 약 배송을 무분별하게 전면 확대하기보다 제한적인 대상부터 시행하고 실제 현장에서 안전성과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제도를 보완하자는 취지의 논의가 진행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묻지 않을 수 없다. 12월 24일이면 이미 비대면진료 제도화가 시행된다. 현재 개정 의료법상 약국 외 의약품 인도가 허용되는 대상은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 5개 환자군으로 제한돼 있다. 그렇다면 먼저 시행해 보면 된다.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약사와 환자 사이의 복약지도는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의약품 오남용 가능성은 없는지, 본인 확인과 처방전 전달은 안전한지, 지역 약국과 의료체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제 데이터를 가지고 평가하면 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가지고 다음 단계의 제도를 논의하면 된다. 그런데 시행하고 평가하기도 전에 왜 전면 확대를 서두르는가. 약사사회가 묻고 있는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정부 정책은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 물론 정부가 정책을 변경할 수는 있다. 사회 환경이 변하고 새로운 정책적 필요가 생긴다면 기존 제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진 제도를 변경하려면 그 이유와 근거를 국민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특히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제도를 왜 더 확대하려는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가. 시행하고 검증하는 데 몇 달의 시간이 그렇게 아까운 것인가.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오히려 정부가 강조하는 정책의 근거와 과학적 행정에도 맞는 것 아닌가. 약사사회가 요구하는 것도 무조건적인 변화 거부가 아니다. 먼저 약속한 제도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그렇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인가. 약 배송은 단순한 산업 문제가 아니다. 약 배송 논쟁을 단순히 약국의 영업권이나 약사의 이해관계 문제로만 보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약사사회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것은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 비대면진료가 확대되면 의료 이용량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약 배송이 확대되면 의약품의 전달과 복약지도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민간 플랫폼이 의료와 의약품 전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가. 개인정보와 의료정보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의약품 오남용과 의료쇼핑 가능성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지역 의료기관과 지역 약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문제를 국민에게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실제로 약사공론과 데일리팜의 보도를 보면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 역시 단순 ‘약 배송 반대에만 머물지 않고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 공공 비대면진료 지원시스템, 객관적인 평가와 관리체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약사회가 해야 할 일은 이 주장을 국민에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1만 명이 모였다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번 광화문 집회는 성공적으로 결집했다. 그 사실은 이미 확인됐다. 그러나 대규모 집회가 정책 변화로 이어지려면 집회 이후의 전략이 더 중요하다. 데일리팜도 총궐기 다음 날 '이제 총궐기 이후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짚었다. 향후 하위법령과 후속 입법에 대응하면서 대정부 압박과 대국민 여론전을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다. 1만명의 함성, 대의원총회서 8만 약사의 뜻으로 그렇다면 이제 물어야 한다. 그 전략을 누가 결정할 것인가. 그리고 8만 약사의 의견은 어떤 절차로 모을 것인가. 그래서 임시대의원총회가 필요하다. 대한약사회에는 전국 대의원들이 중요한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대의원총회가 있다. 현재와 같은 비상상황이라면 대의원들이 직접 모여 현 상황을 보고받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의 협상은 어떻게 할 것인가. 12월 24일 제도 시행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약 배송 전면 확대에 대한 약사회의 논리는 무엇인가. 국민에게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언론과 정치권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현재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충분한가. 더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이 모든 문제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당장 눈앞에 닥친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현안도 약사사회가 풀어야할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하는 것이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한 것도 아니다. 8만 약사의 뜻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여야 한다. 현재의 비상대응체제가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은 그렇게 주장하면 된다. 새로운 대응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의원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그리고 대의원들이 토론하고 판단하면 된다. 그것이 대의원총회의 역할이다. 지금은 분열할 때가 아니라 결정할 때다. 비상상황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의견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통로가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대의원총회는 그 통로가 될 수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 미리 정해놓을 필요도 없다. 현재 집행부의 대응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견을 내면 된다. 더 강력한 비상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의견을 내면 된다. 대의원들이 충분히 듣고 판단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결론을 미리 정하는 것이 아니라,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공식적인 장을 만드는 것이다. 8만 약사의 힘을 하나로 모으자. 이번 광화문에서 우리는 1만 명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제 그 힘을 지속적인 정책 대응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부와 협상하고, 국회와 소통하고, 언론에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러려면 약사회 내부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대표성 있는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12월 24일 제도 시행을 앞두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그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정부에는 묻자. “무엇이 그렇게 급합니까?” 약속한 제도를 먼저 시행하고 평가하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고 하자. 그리고 대한약사회에도 묻자. “8만 약사의 뜻을 대의원총회에서 확인합시다.” 임시대의원총회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다. 특정 세력을 위한 것도 아니다. 전국 약사들의 뜻을 확인하기 위한 자리다. 1만 명의 함성을 일회성 집회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8만 약사의 지속적인 힘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제 결정해야 한다. 1만 약사의 함성, 이제 대의원총회에서 8만 약사의 뜻으로 이어가자. [필자 약력] -동대문구약사회장 -서울 24개분회장협의회장 -동대문문화원장 -전국청년약사회장(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전) -서울시의회 의원(전)2026-09-22 11:57:34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국에서 던지는 질문 하나가 뇌를 지킨다약국 카운터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매달 혈압약을 타러 오시던 어르신이었는데, 이번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오셨다. 처방전을 건네받으며 인사를 드리자, 어르신은 웃으며 대답하셨다. 그런데 그 대답이 조금 전에 이미 하셨던 말이었다. 딸이 조용히 다가와 말했다. “약사님, 요즘 엄마가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세요. 방금 드신 밥도 안 드셨다고 하시고… 이게 그냥 나이 드셔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걸까요?” 나는 그 순간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말을 골랐다. 약사에게는 익숙한 질문이지만, 딸에게는 인생에서 가장 두려운 질문 중 하나였을 것이다. 어머니의 이름을, 얼굴을, 함께 보낸 시간을 언젠가 그녀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그것은 약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 삶 전체를 흔드는 질문이었다. 지난 회에서 나는 오늘날의 삶을 ‘생노병사’가 아니라 ‘생노병돌봄사’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돌봄의 시간 한가운데, 가장 조용히 그러나 가장 무겁게 자리 잡은 질환이 있다. 바로 인지기능의 저하, 그리고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치매다. 몸이 늙기 전에 기억이 먼저 늙는다 노화는 순서를 지키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무릎이 먼저 아프고, 어떤 사람은 혈관이 먼저 좁아지고, 또 어떤 사람은 기억이 먼저 흐려진다. 그런데 유독 기억의 노화 앞에서 사람들은 더 크게 흔들린다. 관절이 아프면 걷는 것이 힘들어지지만, 기억이 사라지면 ‘나’라는 존재의 연속성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 먹은 밥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자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전자는 불편이지만 후자는 상실이다.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 MCI)는 바로 그 상실이 시작되기 전, 마지막으로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시간이다. 일상생활은 대체로 유지되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또래에 비해 뚜렷하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많은 사람이 “나이 들면 다 그렇지”라며 넘기지만, 경도인지장애는 결코 가볍게 지나칠 단계가 아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은 매년 5~10% 정도씩 치매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되며, 60대 초반에는 유병률이 한 자릿수에 머물다가 80대에 접어들면 네 명 중 한 명꼴로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동시에, 경도인지장애는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생활습관과 식사, 대사질환 관리가 적절히 이루어지면 정상 인지기능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이 골든타임이 병원의 진료실보다 훨씬 더 자주, 훨씬 더 가까이에서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번, 십여 분 남짓의 진료 시간 안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어제 저녁 식사와 어젯밤 수면의 질까지 물어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반면 약사는 다르다. 매달, 때로는 매주 같은 얼굴을 마주하며 “요즘 입맛이 어떠세요”, “밤에 잘 주무세요”라는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그 짧은 질문 하나가, 어쩌면 어떤 진단 검사보다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첫 번째 청진기가 될 수 있다. 식탁이 뇌혈관과 만나는 지점 뇌는 몸무게의 2% 남짓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섭취하는 에너지의 약 20%를 소비하는 대사적으로 가장 탐욕스러운 장기다. 그만큼 뇌는 혈류와 산소, 영양 공급의 미세한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리고 뇌로 가는 혈관은 결국 심장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은 결국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뇌질환을 이야기할 때 심혈관질환을 함께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대표적인 식사법이 ‘마인드(MIND) 식단’이다. 미국 러시대학교의 영양역학자 마사 클레어 모리스 교수 연구팀은 지중해식 식단과 고혈압 예방을 위한 대시(DASH) 식단의 장점을 결합해, 뇌 건강에 특히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식품군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식사 패턴을 설계했다. 2015년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에 발표된 이 연구에서, 마인드 식단을 철저히 실천한 참여자 그룹은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낮아졌고, 흥미롭게도 식단을 완벽하게 지키지 못하고 중간 정도만 실천한 사람들에게서도 위험도가 상당히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 연구들에서도 마인드 식단을 잘 지킨 고령자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훨씬 완만했으며, 그 차이는 실제 나이로 환산했을 때 몇 년치의 노화 속도 차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핀란드에서 진행된 핑거(FINGER) 연구 역시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이 연구는 식이조절, 운동, 인지훈련, 심혈관 위험인자 관리를 동시에 진행하는 다영역 생활습관 중재가 인지기능 저하 위험군 고령자의 뇌 기능을 실제로 지켜낼 수 있음을 보여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무작위 대조 연구로 평가받는다. 이 연구가 특별한 이유는, 어느 한 가지 특효 식품이나 단일 성분이 아니라 ‘식사와 운동과 관계와 관리가 함께 갈 때’ 뇌가 지켜진다는 사실을 실증했다는 데 있다. 이 접근은 이후 여러 나라로 확장되어 지금도 전 세계에서 유사한 형태의 검증이 이어지고 있다. WHO 역시 치매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균형 잡힌 식사와 신체활동, 적정 체중 유지, 혈압·콜레스테롤·혈당 관리, 금연과 절주, 사회적·인지적 활동 등을 함께 제시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학계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길목이 있다. 바로 장(腸)이다.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내는 짧은사슬지방산 등의 대사산물은 전신의 염증 반응과 면역 조절에 관여하며, 이 염증신호가 혈액뇌장벽을 넘나들며 신경염증과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여러 국제학술지에서 활발히 발표되고 있다.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진 상태, 이른바 장내세균 불균형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서 공통적으로 관찰된다는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매 끼니 삼키는 음식은 위장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을 거쳐 혈관을 타고 뇌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긴 여정을 시작하는 셈이다. 근육이 빠지면 기억도 빠진다 임상 현장에서 약사가 놓치기 쉬운 또 하나의 신호가 있다. 바로 근감소증이다. 흔히 근육은 힘과 이동능력의 문제로만 여겨지지만, 최근 연구들은 근육량 감소와 인지기능 저하가 서로 얽혀 있는 하나의 노쇠 과정임을 보여준다. 근육은 단순한 운동기관이 아니라 마이오카인이라는 신호물질을 분비해 뇌와 대사 전반에 영향을 주는 내분비기관이기도 하다.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의자에서 일어나기 힘들어지고, 악력이 약해지는 변화는 단지 다리의 문제가 아니라 뇌가 함께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강의 때마다 이렇게 말한다. “치매를 예방하고 싶다면, 머리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허벅지를 위해서도 단백질을 챙기셔야 합니다.” 씹는 힘이 약해진 고령자, 소화력이 떨어져 식사량이 줄어든 환자, 여러 만성질환약을 복용하며 식욕이 떨어진 환자일수록 단백질과 필수지방산, 비타민B군과 항산화 영양소가 함께 부족해지기 쉽고, 이 결핍이 다시 근감소와 인지저하를 함께 앞당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약국에서 던지는 질문 하나가 뇌를 지킨다 이론은 논문 안에 머물지만, 삶은 약국 카운터 앞에서 벌어진다. 나는 치매와 경도인지장애를 관리하는 데 있어 약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개입은 값비싼 건강기능식품을 권하는 일이 아니라, 정확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라고 믿는다. “요즘 예전에 좋아하시던 음식에 흥미가 없어지지는 않으셨나요?” “식사량이 최근 눈에 띄게 줄지는 않으셨나요?” “밤잠을 설치거나 낮에 꾸벅꾸벅 조는 일이 잦아지지 않으셨나요?” “최근 들어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자주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지는 않으셨나요?” 이 네 가지 질문은 단순한 안부가 아니다. 식욕과 미각 저하는 영양결핍과 아연·비타민B12 부족의 신호일 수 있고, 수면의 질 저하는 뇌 속 노폐물 배출이 지연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반복되는 건망증은 경도인지장애의 초기 단서일 수 있다. 약사가 이 질문들을 습관처럼 건넨다면, 그 약국은 처방전을 조제하는 곳을 넘어 지역사회의 가장 가까운 인지기능 선별창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반드시 강조해야 할 원칙이 있다. 푸드닥터로서의 음식 상담은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다. 인지저하가 의심되는 신호가 확인되면, 지체 없이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로 연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음식과 영양 관리가 담당하는 역할은 약물치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진단 이전의 위험 신호를 가장 먼저 알아채고, 진단 이후에는 약물치료의 효과가 환자의 일상에서 온전히 발휘되도록 뒷받침하는 것이다. 항응고제나 인지기능 개선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무분별하게 병용해 상호작용 위험에 노출되는 일을 막는 것 역시, 오직 약사만이 정확히 해낼 수 있는 임상적 역할이다. 그녀는 오늘도 딸의 이름을 부른다. 그날 약국을 찾았던 어르신은 몇 주 뒤 신경과 진료를 거쳐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아주 이른 단계였다. 나는 그 어르신과 딸에게 거창한 처방 대신 아주 작은 것들을 권했다. 매일 저녁 식사에 등푸른생선이나 견과류, 청국장 등을 조금씩 더할 것, 흰쌀밥의 절반을 잡곡으로 바꿀 것, 오후에 십 분이라도 햇볕을 쬐며 걸을 것,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 한 번은 딸과 함께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식사를 할 것. 몇 달 뒤 딸이 다시 약국을 찾아와 웃으며 말했다. “요즘 엄마가 저랑 반찬 투정을 하세요. 예전엔 그것도 다 잊으셨었는데.” 반찬 투정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아직 어머니의 삶에 감정이, 취향이, 관계가 살아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말이 어떤 임상 지표보다 반가웠다. 치매는 여전히 완치가 없는 질환이다. 그러나 그 진행을 늦추고, 그 시간 속에서도 존엄과 관계를 지켜내는 일은 우리의 몫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싸움의 최전선은 신경과 진료실만이 아니라, 매일 세 번 차려지는 식탁과, 그 식탁 앞에 앉기 전 약봉투를 받아드는 약국의 카운터이기도 하다. 다음 회에서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약사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영양 상담의 구체적인 원칙과, 다약제를 복용하는 고령 환자에게서 특히 주의해야 할 약물-영양 상호작용에 대해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려 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우리가 함께 나눌 수 있는 식사와 대화와 관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작은 위안이 되어야 한다. 치매가 온 뒤 우리는 환자에게 수많은 것을 해주려고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어쩌면 이것일지 모른다. 우리는 그 사람이 아직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 무엇을 해주었는가? 의학 3.0 시대의 약사는 질병이 완성된 뒤에만 만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위안을 가장 먼저, 가장 가까이에서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약사다. *참고문헌* *Morris MC, Tangney CC, Wang Y, Sacks FM, Bennett DA, Aggarwal NT. MIND diet associated with reduced incidence of Alzheimer's disease. Alzheimers Dement. 2015;11:1007-1014.* *Morris MC, Tangney CC, Wang Y, Sacks FM, Barnes LL, Bennett DA, Aggarwal NT. MIND diet slows cognitive decline with aging. Alzheimers Dement. 2015;11:1015-1022.* *Ngandu T, et al. A 2-year multidomain intervention of diet, exercise, cognitive training, and vascular risk monitoring versus control to prevent cognitive decline in at-risk elderly people (FINGER):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2015.* *Gut microbiome, immune modulation, and cognitive decline: insights on the gut-brain axis. Front Immunol. 2025.* ◆ 필자 소개 한형선 박사는 오랜 기간 음식과 건강의 관계를 연구해 온 음식치유 전문가로, 현재 한국푸드닥터교육원 원장을 맡고 있다. 음식이 단순한 영양 공급을 넘어 인체의 회복력과 건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관점에서 음식치유와 식생활 교육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예방, 뇌 건강을 위한 식생활 관리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약사 및 음식치유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 『한형선의 푸드닥터』가 있다.2026-09-14 12:01:43데일리팜 -
[특별기고] 좋은 인테리어보다 오래 기억되는 약국"어떤 컨셉의 약국을 만들고 싶으세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먼저 드리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약사님들이 쉽게 답하지 못하십니다. 당연합니다. 평생 약을 공부하셨지, 공간 디자인을 고민해 오신 분들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는 질문을 조금 바꿉니다. "우리 약국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으세요?"그러면 대부분 답을 찾으십니다. "친근한 약국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전문성이 느껴졌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하게 상담 받을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습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브랜딩이 시작됩니다. 브랜딩은 거창한 로고나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싶은지를 정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예쁜 공간을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유행은 생각보다 빨리 바뀝니다. 몇 년 전에는 북유럽 스타일이 유행했고, 지금은 미니멀한 공간이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디자인이 유행하겠죠. 반면, 사람들은 의외로 디자인보다 경험을 오래 기억합니다.친절하게 복약지도를 해주던 약사님. 내 이름을 기억해 주던 약사님. 늘 믿고 찾아갈 수 있었던 약국. 이런 기억들이 쌓여 하나의 브랜드가 됩니다. 공간은 그 기억을 담아내는 그릇일 뿐입니다. 앞으로 약국도 더 많이 변화할 것입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순한 조제 기능은 점점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을 이해해 주고 신뢰할 수 있는 약사를 찾을 것입니다. 결국 선택받는 약국은 시설이 가장 화려한 곳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인테리어를 계획하신다면 유행하는 디자인보다 먼저 한 가지를 고민해 보셨으면 합니다. "우리 약국은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정해지면 공간의 색과 조명, 소재, 간판, 가구까지 하나의 방향을 갖기 시작합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행을 따라 만든 공간이 아니라, 그 약국만의 철학을 담아 만든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인테리어는 공간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브랜딩은 그 공간을 기억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좋은 브랜딩은 눈에 남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경험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좋은 공간은 고객뿐 아니라 그 공간에서 매일 일하는 약사님의 삶까지 함께 바꿉니다.2026-09-09 06:00:42데일리팜 -
[특별기고] "왜 지금 약사회 임시총회가 필요한가"지난 9월 5일 서울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저는 대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왜 지금 대한약사회 임시대의원총회가 필요한지 말씀드렸습니다. 이 발언은 대한약사회 집행부의 노력이나 진정성을 부정하거나 누구의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비대면진료에 따른 의약품 배송 확대와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등 약사직능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현안 앞에서, 지금까지의 대응만으로 충분한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약사사회 전체의 힘을 모으자는 취지입니다. 정책이 확정된 뒤 대응해서는 늦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집행부와 대의원, 지부와 분회, 그리고 전국 회원들의 뜻을 하나로 모아 대한약사회의 대정부·대국회 대응에 더 큰 힘을 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님께서 잠도 못 주무실 정도로 애쓰고 계신다는 말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노력과 고충을 왜 모르겠습니까. 서울시약사회와 24개 분회장 역시 지금까지 정부 정책에 대응할 때마다 함께했고, 회원들을 설득하며 대한약사회에 힘을 보태왔습니다. 우리는 대한약사회와 싸우려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약사회가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더 큰 힘을 모으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냉정하게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진정성과 성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했더라도 지금 정부가 비대면진료에 따른 약 배송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안전상비의약품 확대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면 지금까지의 대관과 대응 방식이, 또한 정책적 협력 관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저는 오히려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방향이 있다면 바꾸고, 부족한 힘이 있다면 더 모으면 됩니다. 그래서 묻고 싶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금 이 상황을 위기로 보고 있습니까, 아닙니까? 아직 정부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시대의원총회를 열 단계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정책이 확정된 다음에야 위기라면 그때 우리가 무엇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 위기는 결과가 나온 다음 선언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에 막아야 하기 때문에 위기인 것입니다. 어제 오늘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보도됐습니다. 복지부는 약 배송 전면 확대가 시기상조이며, 12월 본사업 시행 이후 안전성과 시장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가면서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런 우호적인 발언에 안심할 수 없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확실한 것은 없습니다. 복지부는 민관협의체 운영은 국무조정실이 주도하기 때문에 참여가 불가피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책이 추진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 것입니까? 국무조정실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산업과 플랫폼 정책을 담당했을 뿐 보건의료 안전은 복지부 소관이라고 하고, 복지부는 우리는 처음부터 신중하고 단계적인 추진을 주장했다고 한다면 정책은 추진됐는데 책임지는 부처는 아무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오히려 오늘 복지부의 발표가 우리가 왜 지금 움직여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국무조정실과 중기부, 복지부가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정책의 방향과 원칙을 논의하려는 바로 이 시점이 약사회가 가장 강하게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입니다. 정책이 결정되기 전이기 때문에 지금이 중요합니다. 결정된 다음 반대하는 것은 대응이고, 결정되기 전에 방향을 바꾸는 것이 대관이고 정책입니다. 대의원총회를 열어 약사사회의 원칙과 협상의 마지노선을 결정하고 그 결의를 가지고 정부와 민관협의체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대한약사회 대표가 정부에 가서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야말로 대한약사회의 대정부 협상력을 가장 강하게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임시대의원총회를 열 정도의 위기는 아니라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상임이사회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비상상황이 아니라면 왜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합니까? 비상대책위원회가 필요할 정도의 상황이라면, 왜 회원을 대표하는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를 여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입니까? 저는 이 두 판단은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름만 비대위이고 회장 직속 TF처럼 운영된다면 기존 집행부 체제와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총회가 권한·예산·책임·보고체계를 명확히 부여하면 실제 비상기구가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입니다.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행부만의 힘으로는 부족합니다. 전국 9만 약사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집행부가 먼저 회원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합니다. 지금 정말 어렵습니다. 대한약사회만의 힘으로 부족합니다. 대의원 여러분, 회원 여러분, 함께해 주십시오. 그리고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상황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정하고, 실질적인 권한과 예산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를 대의원들의 결의로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비대위라면 서울시약사회와 24개 분회는 물론 전국의 회원들도 훨씬 더 큰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약사회는 대의원총회 결의를 등에 업고 더 강하게 대정부 협상을 하십시오. 대의원총회를 요구하는 것은 집행부를 흔들자는 것이 아닙니다. 집행부 혼자 감당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회장님이 잠을 못 주무시면서까지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닙니다. 전국의 대의원과 지부, 분회와 회원들에게 함께할 기회를 주십시오. 대한약사회가 반드시 이 싸움에서 이기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주십시오. 회원들의 힘을 모아 주십시오. 그리고 대의원들의 총의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를 세워 주십시오.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약력] -이화여대 약대 -전 대한약사회 여약사위원장 -현 서울 강동구약사회장(재선)2026-09-07 12:05:17데일리팜 -
[특별기고] 밤낮없는 병원 약제서비스, 합당한 보상 필수한밤중 응급실에 중증 환자가 실려 오거나 새벽녘 입원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면 약물치료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특히 야간에는 승압제, 고농도 전해질, 마약성 진통제 등 작은 오류만으로도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의약품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처방이 나오면 병원 약사는 환자의 상태와 처방 내용을 확인하고 용량·제형·투여경로의 적절성, 중복 처방과 약물 상호작용 등을 검토한 뒤 의약품을 조제·공급한다. 긴급 의약품의 재고를 유지하고 마약류와 고위험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의료진의 약물 관련 문의에도 대응한다. 의사의 처방이 안전한 약물치료로 이어지도록 하는 이러한 약제서비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병원약사회의 202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97.6%, 종합병원의 70.2%가 원내 약국을 365일 24시간 운영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24시간 의약품 조제·공급체계가 응급·중증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 인프라의 한 축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보험 보상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이 문제는 병원 약제업무에 대한 구조적인 저보상과 야간·공휴일 약제 업무에 대한 보상 부재라는 두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병원 투약·조제 분야는 오랫동안 실제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보상되어 왔다. 보건복지부의 2022 회계연도 의료비용·수익 분석에 따르면 민간 의료기관의 투약 및 조제료 원가보전율은 24.9%로 조사 대상 의료행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26년 수가 개편을 통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일부 투약·조제료에 별도 산정 항목이 신설되고 관련 수가가 인상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의약품 조제·공급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야간·공휴일 인력과 운영비용에 대한 보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건강보험은 취약 시간대에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야간과 공휴일의 진료·처치 등에 가산을 적용하고 있으며, 간호 분야에도 야간근무와 관련한 별도의 보상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지역약국 역시 평일 야간과 토요일·공휴일에 조제·투약할 경우 조제 기본료, 복약지도료 및 조제료 소정점수의 30%를 가산 받는다. 반면 의료기관에서는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 또는 소아 중환자실의 주사제 무균조제에 한해서만 야간·공휴일 가산이 적용된다. 응급실과 일반 입원병동을 포함해 밤새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약제업무에는 취약 시간대에 대한 별도의 가산이 없다. 같은 야간 시간대에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안전하게 조제·공급하는 업무임에도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추가 인력과 운영비용에 대한 보상이 인정되지 않는 셈이다. 현장의 업무량을 보면 문제는 더욱 분명하다. 12개 주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전체 업무 가운데 야간 입원 조제가 23.0%, 마약류 조제가 37.4%를 차지했으며, 응급실 처방 조제의 50~60%가 야간에 집중됐다. 반면 야간 근무 약사는 병원당 평균 2명에 불과했고, 약사 1인당 조제 건수는 주간의 약 1.9배에 달했다. 야간 전담 약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0.0%가 과중한 업무를 호소했으며, 53.3%는 조제 오류 위험을, 57.8%는 환자안전 업무가 지연되거나 생략될 가능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야간의 약제업무는 단순히 낮에 하던 조제를 밤에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인력으로 응급실과 입원병동의 처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마약류와 고위험의약품을 관리하고, 긴급 의약품 공급과 처방 검토 등 환자안전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필요한 추가 인력과 비용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면 안정적인 야간 약사 인력 확보와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특정 직역의 처우나 병원의 수익 문제가 아니다. 야간과 공휴일에도 응급·중증환자가 낮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문제이자 기본적인 환자 안전 확보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의료기관 조제료 야간·공휴일 가산’을 도입해야 한다. 한국병원약사회는 외래환자 조제·복약지도료, 입원환자 조제·복약지도료, 퇴원환자 조제료에 대해 평일 18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 또는 토요일 및 공휴일 조제·투약 시 상대가치점수의 30%를 가산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진료와 간호, 지역약국에 이미 적용해 온 취약 시간대 보상 원칙을 병원 약제부서에도 동등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병원의 불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 응급실과 병동에서 치료받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 역시 365일 24시간 공급되어야 하며, 그 과정의 안전을 지키는 병원 약사의 업무도 멈출 수 없다. 진료와 간호, 지역약국에 적용해 온 취약 시간대 보상 원칙에서 병원 약제서비스만 예외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 조제료 야간·공휴일 가산’ 도입을 시작으로 ‘마약류관리료 인상 및 마약에 대한 수가 가산’, ‘고위험의약품(주사제) 관리료 신설’ 등 의료기관 약제서비스의 역할과 책임에 합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병원이나 병원 약사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시간대와 관계없이 안전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필수의료의 안전망을 지키기 위한 투자다. 이제 그 안전망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필자 약력] -현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무정보Unit -현 한국병원약사회 보험이사2026-09-04 12:06:11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국 인테리어 계약 전 확인해야 할 것들좋은 공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인테리어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이 업체랑 계약해도 괜찮을까요?" 사실 이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업체마다 장점도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습니다. 좋은 계약은 좋은 업체를 만나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약국 인테리어는 완성된 제품을 구매하는 일이 아닙니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수많은 선택과 의사결정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계약 전 몇 가지는 반드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첫 번째는 공사 범위입니다. 견적서의 총금액보다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 포함되어 있는지입니다. 철거는 어디까지인지, 냉난방과 간판은 포함되는지, 전기와 급·배수 설비는 별도인지 미리 확인해야 합니다. 같은 금액의 견적이라도 포함된 공사 범위에 따라 실제 비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오래된 건물은 철거 후 예상하지 못했던 배관이나 누수 문제가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변수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추가 공사가 왜 필요한지, 비용은 어떻게 산정되는지 충분히 설명해 주는 업체인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좋은 디자이너는 요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질문하는 사람입니다. "왜 그렇게 사용하시려고 하나요?", "운영 방식은 어떠신가요?"라는 질문이 많을수록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테리어는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입니다. 네 번째는 A/S 기준입니다. 인테리어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완제품이 아니라 현장에서 만드는 작업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작은 하자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자가 발생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응하느냐입니다. 그래서 A/S 기간과 대응 기준을 계약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은 신뢰입니다. 계약 전에는 충분히 비교하고 질문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계약을 결정했다면 끊임없이 의심하기보다 같은 목표를 가진 한 팀이라는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듭니다. 계약은 도장을 찍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날부터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약속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좋은 인테리어는 시공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좋은 질문과 좋은 의사소통이 좋은 공간을 만듭니다.2026-09-02 06:00:32데일리팜 -
[특별기고] 대한약사회, 임시총회 열고 총의 모아야어제 우리는 대한약사회 지부장회의가 열리는 현장으로 갔습니다. 서울 24개 분회장과 경기지역 분회장들이 함께했습니다.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고, 호소문을 전달하고 낭독했습니다. 왜 분회장들이 중앙회까지 찾아가야 했을까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흔들리는 약사회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 문제를 전체적으로 풀겠다고 선언하면서 전국 약사사회가 빗장풀린 약배송으로 약사회는 초 비상사태를 맞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약을 배송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환자와 약사의 만남이 사라지고, 복약지도가 약화되며, 약사의 전문성이 플랫폼의 편리함 뒤로 밀려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약은 일반 상품이 아닙니다. 약국은 물류센터가 아닙니다. 약사는 배송을 위한 포장 인력이 아닙니다. 약사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 복용 상태를 확인하고, 약물의 중복과 상호작용을 살피며,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책임지는 보건의료 전문가입니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편리함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안전과 전문성, 그리고 국민 건강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그런데 회원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약사회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전국의 민초약사들은 묻고 있습니다. "대한약사회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정부의 거센 정책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회원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 질문이 쌓여 결국 서울과 경기의 분회장들이 움직였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임시대의원총회를 요구했습니다. 누군가를 끌어내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전국 대의원이 모여 이 위기를 함께 논의하고 약사사회의 총의를 모으자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중대한 상황이라면 평상시의 회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비상한 상황에는 비상한 논의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임시대의원총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회원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우리의 목소리를 함께 모을 기회조차 주지 않는가."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것, 회원들은 묻습니다. 현 상황에서 권영희 회장이 다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겠다는 취지의 입장이 지부장 회의에서 거론되면서 회원들의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묻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집니까?" 지금까지의 대응으로도 정부의 정책 추진을 막지 못했고, 현장의 불안과 불신이 이처럼 커진 상황입니다. 그런데 같은 지도체계 아래에서 다시 비상대책을 맡는다면, 이번에는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어떤 전략으로 돌파할 것인지 회원들에게 먼저 설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 질문을 했습니다. 대한약사회장님의 답은 비상대책을 꾸린뒤에 설명 하겠다고 했습니다.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이것은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신뢰의 문제입니다.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이름만으로 위기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원이 믿고 함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누가 비상대책위원장이 될 것인가"보다 먼저, "어떻게 회원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엇으로 이 위기를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답입니다. 회원은 이제 말보다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대한약사회 회장님께서 정말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열지 않고 본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다면 이해할수 없습니다. 우리는 대의원 총 1/3이상의 대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임시 대의원 총회를 반드시 열어야 합니다. 16개 시·도지부장님들께 호소합니다. 지부장님들 회의결과는 너무 실망이었습니다. 대의원총회 소집이 무산 되었습니다. 권영희 회장님도 분회장 회의에 오셔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럼 언제가 때인지를 말해야 합니다. 지금은 평상시가 아닙니다. 전시 상황입니다. 회원들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지부장님들께서는 중앙회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중앙에 전달해 주십시오. 민초약사들은 아우성인데 왜 대한약사회와 지부장님들만 때가 아니라고 하십니까? 그럼 언제가 때인지 분명히 말해야 합니다. 회원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들어주십시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당당하게 전달해 주십시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소통이고, 관망이 아니라 결단입니다.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함께해야 합니다. 이것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기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개국약사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전국 모든 약사의 문제입니다. 오늘 서울에서 시작된 변화가 내일 전국의 약국으로 닥칠 수 있습니다. 정부와 플랫폼이 움직이고 있는데 약사사회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은 우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끼리 싸우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일수록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다만 단결이 침묵을 의미해서는 안 됩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회원이 불안하면 불안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앙회의 대응이 부족하다면 부족하다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약사회를 흔드는 일이 아니라 약사회를 살리는 일입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나는 약사회를 사랑하기 때문에 쓴소리를 합니다. 약사회를 지키고 싶기 때문에 요구합니다.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밥그릇이 아닙니다. 약사의 전문성입니다. 지역약국의 가치입니다. 국민의 건강입니다. 그리고 약사라는 이름의 미래입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약사회의 주인은 누구입니까. 회장도, 집행부도, 지부장도, 분회장도 아닙니다. 회원입니다. 회원이 주인이라면 회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총의를 모으자고 하면 그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회원이 "이대로는 안 된다"고 외치면 답해야 합니다. 우리가 어제 현장에 섰던 이유도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약사회를 흔들기 위해 간 것이 아닙니다.약사회를 살리기 위해 갔습니다. 이제 대한약사회가 답해야 합니다.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주십시오. 회원과 대의원이 함께 논의하게 해주십시오. 비상대책을 추진한다면 회원이 납득할 수 있는 전략과 실행계획을 제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전국의 약사 여러분, 이제 침묵하지 맙시다. 서로의 손을 놓지 맙시다. 분열하지 맙시다. 그러나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합시다. 약사회의 주인은 회원입니다. 그리고 지금, 회원의 목소리에 분명히 답해야 합니다. [필자 약력] -동대문구약사회장 -서울 24개분회장협의회장 -동대문문화원장 -전국청년약사회장(전) -대한약사회 정책기획단장(전) -서울시의회의원(전)2026-08-28 06:00:38데일리팜 -
[특별기고] 약사가 아는 약국 만드는 동선 설계예쁜 공간보다 오래 일하기 편한 공간이 좋은 약국입니다. "예쁜 약국 하나 만들어 주세요." 상담을 하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요청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말씀을 들으면 항상 한 가지 질문을 먼저 드립니다. "약사님은 하루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출근해서 문을 열고, 조명을 켜고, 처방전을 접수하고, 조제를 하고, 복약지도를 하고, 퇴근하며 문을 잠그는 순간까지. 저는 약국에서의 하루를 먼저 상상해 보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이 과정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어떤 위치에 무엇이 있어야 하는지, 어떤 부분이 불편할지 자연스럽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설계는 예쁜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하루의 움직임을 설계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약국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동선과 직원 동선입니다. 고객은 접수부터 대기, 복약지도까지 자연스럽게 이동해야 하고, 직원은 불필요하게 돌아다니지 않아야 합니다. 하루 수백 번 반복되는 작은 움직임 하나가 몇 년이 지나면 피로도의 큰 차이를 만듭니다. 그래서 생각자국은 가구의 모양보다 먼저 높이를 고민합니다. 조제대는 약사님의 어깨와 허리가 편해야 하고, 투약대는 고객과의 소통이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특히 투약대는 단순한 카운터가 아닙니다. 병원 인포데스크처럼 앉아서 응대하는 구조를 그대로 적용하면 복약지도를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이거나 반복해서 일어나야 하는 경우가 많아 허리와 어깨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높이가 너무 높거나 낮아도 근무자의 피로도는 크게 증가합니다. 조명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간을 밝히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눈의 피로도와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같은 마감재라도 조명의 색온도와 위치에 따라 전문적인 공간이 될 수도, 따뜻한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약국은 하루 이틀 사용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5년, 10년 동안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일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좋은 설계는 화려한 디자인보다 몸을 먼저 이해하는 설계라고 생각합니다. 인테리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을 때, 어깨가 조금 덜 아프고 허리가 조금 덜 피곤하다면 그것이 좋은 설계입니다. 공간은 보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래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만드는 것입니다. 저희가 설계하는 것은 가구의 위치가 아닙니다. 약사님의 하루입니다. 하루가 편해야 10년이 편하고, 10년이 편해야 오래 사랑받는 약국이 됩니다.2026-08-26 06:00:36데일리팜 -
[특별기고] 대한약사회는 풍전등화 위기 앞에 민심 직시하라작년에 새로 들어선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행동하고 실천하는 강한 약사회'를 바탕으로 약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약해 당선됐다. 그 와중에 작년 6월 메가팩토리가 창고형약국으로 문을 열었고, 불과 1년 만에 전국에 100여 군데, 경기도에만 40여개 창고형약국이 난립하며 동네약국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새로운 대한약사회에 기대를 걸었던 약사회원들은 '창고형 약국'에 속수무책인 대한약사회에 엄청난 실망을 하였다. “행동하고 실천하는 강한 약사회”는 말뿐이었던 것인가! 여기에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 시도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며, 비대면 진료 확대와 맞물린 전국적인 약 배달 정책마저 눈앞의 현실로 가시화되고 있다. 약사의 전문성과 존재 이유 자체가 위협받는 사면초가의 국면이다. "민초약사는 비상 상황인데 대한약사회는 비상이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이 거대한 파도를 막아내야 할 대한약사회 지도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암담함을 금할 수 없다. 민초약사들은 하루하루 불안과 분노 속에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대한약사회에는 그 어떠한 위기의식도 느껴지지 않는다. 사안이 이토록 엄중함에도 ‘비상대책위원회’조차 발족하지 않은 채 안일하게 한약사 문제 1인 시위만 답답하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사안의 중대성과 시급성을 망각한 채 정책적 결단과 강력한 정공법의 골든타임을 허송세월하며 모조리 놓치고 있는 무능함에 현장의 탄식과 절망은 극에 달했다. 지도부의 한가한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작년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 대한약사회장의 행보를 전국의 약사들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권영희 회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FIP(세계약사연맹) 총회 참석을 이유로 보건복지부장관과의 첫 상견례 자리에 불참했다.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등 타 보건의료단체장들이 모두 참석해 장관을 대면할 때 대한약사회만 부회장이 대신 참석하는 파행을 빚었다. 정작 회장은 장관 대면식이 끝난 후에야 귀국했으니 회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책임감이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분통이 터지게도 이처럼 엄중한 시국에 올해 역시 캐나다에서 열리는 FIP 총회 참석을 이유로 대거 출국한다는 소문이 파다 하다. 현장의 약사들이 생존의 기로에서 절규하는 이때, 지도부는 과연 누구를 위해 또다시 해외 출장길을 논하고 있단 말인가? 국정감사가 곧 다가온다. 정부를 견제하고 보건의료 현안의 위헌·위법성을 매섭게 추궁할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무런 전략도, 준비도 없이 소중한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 버렸던 작년 국정감사의 뼈아픈 실책을 올해 또다시 반복할 것인가? 한가한 해외 일정 구상을 즉각 철회하고 다가오는 국정감사 준비에 전력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대한약사회는 민심이 두렵지 않은가. 약사회의 주인은 특정 집행부나 임원이 아니라, 매일 현장을 지키며 회비를 내고 약국을 일구는 민초약사들이다. 현장의 절규를 외면하고 사안의 시급성을 망각한 채 안일함으로 일관한다면, 회원들의 참아온 분노는 결국 지도부를 향한 준엄한 심판으로 번지게 될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지금이라도 당장 안일한 태도를 버리고 비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허울뿐인 대응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역량을 집중할 비상대책위원회를 즉시 발족하라. 창고형 약국 난립, 편의점약 확대, 약 배달 정책 저지를 위해 사생결단의 자세로 실질적인 투쟁에 나서라. 회원의 뜻을 외면한 채 거듭된 위기를 방치한다면, 전국의 민초약사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한다. [필자 약력] -중앙대 약학대학 졸업 -전 대한약사회 약국이사 -전 대한약사회 부회장 -현 광명시약사회장 -현 경기 분회장협의회 회장2026-08-25 06:00:42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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