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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흘려 법인약국 바람잡겠다는 건가설 연휴 마지막 날인 2일 새누리당 부설 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주체의 '보건의료제도 개선책에 대한 여론조사'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됐다. 국민 24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원격의료 허용 찬성 68.3%, 의료자법인 설립 및 인수 합병 허용 찬성 45.3%, 법인약국 허용 찬성 63.2%였다. 당사자인 약사들조차도 법인약국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여론조사 응답자들에게 어떤 설명을, 얼마나 쉽게 했길래 이처럼 높은 찬성 답변이 나왔는지 궁금증이 남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해 설문내용은 당당하게 공개돼야 할 것이다.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은 3일 새누리당 당대표실을 방문해 여론조사 발표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 문제는 약사회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분야인 만큼 새누리당 차원에서도 이번 문제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약사회는 이도 모자랐는지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실시했다는 설문지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당으로서 (언론을 통한 여론조사 공개) 자제해야할 사안이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이 언론을 통해 오도된 정보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면 정부와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까지 수위를 높여 비판했다.여론조사는 설문 내용의 객관성 및 공정성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사회과학 방법론 중 하나지만 설문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의 영역을 남겨 놓고는 한다. 설문조사를 통한 석박사 학위 논문에 설문 항목을 모두 첨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 만큼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에 보도됐다면,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원은 마땅히 어떤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지 조사원문을 공개해야 마땅하다. 오차 범위가 얼마라는 식의 '정량적 정확성' 뿐만 아니라 내용 구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정성적인 공정성'도 밝혀져야 한다. 설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채 결과만 공표하는 건 홍보전의 일환, 그러니까 바람잡이용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2014-02-04 06:14:5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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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인약국? '돈독(毒) 오른 약국'만 키운다우리는 흔히 서비스(service)를 이야기한다. 음식점만 해도 어디는 서비스가 '좋고' 어디는 '엉망'이라는 식으로 품평한다. 음식은 특성상 청결하고 맛있는 게 핵심이겠지만, 그 외적으로 종업원들의 수저 놓는 태도부터 말투까지 수없이 많은 파생 서비스가 음식점 주인이나, '왕'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고객들의 요구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종업원들이 홀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하는 음식점도 생겨난다. 죄다 경쟁의 산물로, 종업원들의 바닥에 엎드리는 행위가 모든 고객들을 만족시키는지 알길 없다. 평가 기준은 고객의 숫자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엎드리는 수고비를 내 지갑에서 지출한다는 사실뿐이다. 소비자는 '같은 값이면 분홍치마'를 원하지만, 공급자 서비스에 동가홍상(同價紅裳)은 거의 없다. 자본주의 시민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다."법인약국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듯 보인다. 정부는 나홀로 약국의 비효율적인 경영이라든지, 1일 3교대 약국이 가능해져 서비스 수준이 향상된다든지 같은 명분을 앞세운다. 뭉뚱그리면 자본이 약국에 투자되는 양 만큼 '서비스도 개선된다'는 가설의 추종이다. 정부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불합치 판결'을 해소하는 차원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본 약사법 20조(2002년 당시 16조)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약국개설등록의 요건을 규정했다. 정부는 왜 약사라는 직종을 국가면허로 관리관장하고, 약사법은 왜 이토록 약사들에게만 독점의 혜택을 안겨온 것일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약사라서인가. 그럴리없고, 아니다. '균형잡힌 권리부여와 의무이행'을 통해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체계 확립과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다. 그 뿐이다.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하는 만큼, 약사들은 약국을 운영하면서 '하면 안된다'는 금지의 하명을 떠안고 산다. 마치 효능·효과는 한 줄인데 비해 경고, 주의 같은 사용상 안전사항이 대부분인 의약품 사용설명서(인서트)처럼 약사들에게 부과된 의무는 권리 못지 않게 많다. 의약품이 '양날의 검'으로 상징되듯 필요 이상 의약품이 국민들에게 투여되지 못하도록, 다시말해 의약품이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여러 규정으로 약사들의 경쟁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약국을 찾는 고객에게 떡 한조각 나눠주는 것까지 못하도록 문제 삼을까. 반면 '해야한다'는 수행의 하명도 품고 산다. 복약상담이 대표적이다.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 사이의 상호작용은 없는지, 불필요한 약물이 포함돼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하고 환자들이 약물을 잘 복용함으로써 증상완화나 최적의 치료에 도달하도록 도와야 한다.법인약국이 도입되면 소비자 마음을 훔치기 위해 '음식점의 종업원처럼 엎드리는 외견적 서비스'는 늘어날 것이다. 생계형 약국보다 매뉴얼화된 복약상담이나, 조명발 제대로 받은 의약품의 진열 등 바깥으로 보이는 서비스는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이같은 서비스를 원하는 것일까? 내 지갑을 노리는 감춰진 이면에 진심으로 눈돌린다면 그럴리 없다. 투자된 자본은 서비스를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론 이윤창출을 더 노골화시킬 것이다. 투자된 자본의 압박을 받아 돈독(毒)이 오른 법인약국들이 '너 죽고 나살자'는 식의 경쟁을 주도하며 소비자들에게 약을 권할 건 너무도 뻔하다. 생계형 약국도 이윤창출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인약국에 비하면 욕망의 강도는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약국의 독점을 풀기위해 박카스를 밖으로 빼내고, 소비자 편의를 명목으로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으로 보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법인약국의 돈독, 나는 사절한다.2014-01-22 12:2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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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편의점 일반약 트라우마에 갇힌 '법인약국'전국 약사들이 매일 밤 '법인약국 도입 결사 반대'를 결의하고 있다. 전국 시도 산하 분회의 총회 현장의 '필수 단골 메뉴'가 됐다. 그만큼 약사들에게 법인약국 도입은 위협 요소이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사안인 것이다. 약사들의 분노를 잘 알고 있는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의 반대 의지 또한 결연하다. 민주당이 주도한 14일 토론회 현장서 '사전협의 진위'를 따져 물으며 복지부 이창준 과장을 코너에 몰아 세운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회장이 이날 저녁 서울 강동분회가 주최한 회원과 대화에 참석해 "3월까지 절대 협의는 없다"고 한 것도 결사반대의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복지부 과장을 거세게 몰아친 '조 회장의 초강력 행동과 3월까지 협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입장 표명대로라면 이 기간동안 정부는 정부대로 구상한 안을 진전시킬 것이며, 약사회는 약사회대로 반대논리 개발과 함께 약사회원들의 분노를 투쟁의 동력으로 응축시키게 될 것이다. 조찬휘 회장을 비롯한 약사회도 나름의 복안을 갖고 있겠지만, 어떤 대화도 안겠다는 것만이 과연 최선일까?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정부와 협의체를 만들어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약국이 왜 위험한지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탐색하고 결과에 따라 향후 방향을 정하는 것 말이다. 의사협회가 한발 앞서 선 파업결정 후 협의체 가동을 얻어냈다지만 이것만이 유일한 롤모델 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약사회가 정부와 협의에 나서려면 우선 '사전 협의 논란'을 넘어 자유로워져야 한다. 약사회가 사전협의 논란에 민감한 것은 일반약 편의점 판매와 관련해 전임 집행부가 어느 날 밤 갑자기 '전향적 협의'를 밝힘으로써 약사들로부터 지탄을 받았던 트라우마 때문일지 모른다. 특히 100만인 서명운동 등 일선 약사들이 전격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일이라 약사들의 분노는 한층 컸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법인약국 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와 협의에 나서고, 해보니 도저히 안된다고 한다면 회원들도 충분히 납득할 것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하면 현 집행부에게 더 큰 힘이 실리고 공연히 밀실합의설 같은 주홍글씨를 달지 않아도 된다.의사협회는 오늘(17일) 복지부와 회의를 열고 의료발전협의뢰를 구성, 22일 의사협회에서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주목되는 점은 첫 회의를 의사협회에서 연다는 점이다. 의료계에 대한 배려인 셈이다. 다른 하나는 의협의 미묘한 입장변화다. 이용진 의협 기획부회장은 "원격의료 국무회의 상정 보류 요구안은 협의회 논의 시작을 위한 전제조건은 아니다"라며 슬쩍 협의체 운영의 유연성을 넓혔다. 만약, 의정협의체가 결과를 나타내 의사협회가 3월3일 총파업을 접는다면 약사회는 대정부 협상에서 지렛대를 잃게 될지 모른다. 약사회만의 외로운 투쟁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조찬휘 회장의 약사회'는 법인약국 투쟁의 궁극적인 목표를 명확히 하되, 좀 유연해 질 필요가 있다. 과거 일반약 편의점 제도 도입 과정의 트라우마 때문에, 혹은 이를 기억하고 있는 약사들의 눈을 의식해 필요 이상 강경한 태도를 취하다보면 미처 파악하지 못한 외통수에 걸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우선 복지부와 대화창구를 개설해야 한다. 대관 라인을 새롭게 정비해 출구를 마련하고, 말문을 터야한다. 협의 그 자체를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또 협의에 나서야 추후 정부나 약사들로부터 '사전협의설'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협의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또다른 방안을 모색해도 늦지 않다. 협의하면서 극단적 상업화 약국의 폐해를 국민들에게 이해시키고 힘을 축적해 나가야 한다.2014-01-17 12:2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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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 협의체, 진료수가 제대로 짚는 계기로지난 12일 대한의사협회가 '3월3일 조건부 총파업'을 결정한 이후 파업 시계의 초침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 정부와 의사협회간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 에 현격한 차이가 있고, 각자 구상하는 협의체 모양이나 성격이 다르다지만 '협의체 구성 자체'에는 공감한 만큼 양자는 서둘러 협의체를 구성하고, 현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야 할 것이다.지금까지 드러난 핵심 쟁점은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허용여부, 의료법인 자(子)법인 설립 등 정부 투자활성화 방안, 수가 등 건강보험제도 개혁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양자는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되, 아전인수격 각자 입장만 고집해 총파업을 불러들여서는 안된다. 오직 어느 것이 국민에게 이로운지만 바라봐야 한다. 그럴 때만 이 협의체의 결정 내용에 국민들도 지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원격의료나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는 정부와 의료계 등 보건단체들 사이의 이견 차이가 현격한 만큼 더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도입 그 자체가 안되는 것인지, 상업화 혹은 영리화로 변질될 위험성을 최대한 보완하는 것으로 가능한지 모두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수가 현실화 문제 만큼은 세세한 내용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부가 어느 정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이번 협의체가 제대로 짚는 계기가 돼야한다.건강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의료계가 일관되게 '진료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가'가 정상적인 의료를 왜곡시킨다고 주장해온 만큼 면밀하게 따져보는 이번 협의체는 황금의 기회나 마찬가지다. 수가가 진료원가의 몇%를 커버하고 있는지, 수가를 올릴 필요가 있다면 비급여 항목은 어떻게 할 것인지, 행위별 진료원가는 얼마며 공개가능 한 것인지 조목 조목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보험료 인상이든, 정부지원금 증액이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수가인상이라는 말만 나오면 여기저기서 '밥그릇 다툼이라는 모자를 씌워' 진지한 논의에 이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협의체는 건강보험제도 핵심 축의 하나인 의료행위에 대한 현행 보상체계가 유발하는 비정상이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정부가 강경 대응하고 있음에도 단절되지 않는 의약품 리베이트나, 병원경영을 염두엔 둔 시장형실거래가 제도 같은 게 죄다 저수가에 기인한다는 보건의약계의 시각이 늘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2014-01-14 12:24:5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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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인약국의 '화려한 약속과 우울한 결과'복지부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영리 법인약국과 관련해 약사회가 결의대회로 반발하고, 이를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하자 "의료민영화와 무관하다"고 복지부가 보도자료를 내어 설명 겸 반박했다. 법인약국 허용의 추진은 2002년 헌법재판소 헌법 불합치 판결에 따른 위헌상태 해소 차원이며, 주식회사를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아 대형자본에 의한 독과점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골자다. 법인당 개설할 수 있는 약국 수를 제한함으로써 동네약국의 도산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영리법인 형태는 약사 면허 소지자들만이 사원으로 참여해 유한책임을 지는 유한책임회사가 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그렇다 치자. 정부 말을 액면 받아들여 '제4차 투자대책 활성화 대책'이 제시한 영리 법인약국의 기대효과를 살펴보자. 정부는 기대효과로 국민건강권 보호를 위한 양질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 진다고 봤다. 약국 경영이 효율화 되고, 처방약 구비가 완벽해지며, 심야·휴일영업 활성화 등 약제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의 기대효과 예상에는 현행 약국에 대한 문제의식이 짙게 깔려있다. 기존약국은 약사 1인이 운영해 영세하며, 경영이 비효율적이고, 영세약국은 병원처방약을 모두 구비하지 못하며, 구비한 약품도 일부만 판매되고 재고가 쌓인다는 것이다. 집주변 소형약국의 경우 접근성은 좋지만 원하는 약품을 모두 구비하기 힘들고, 약사 가족 등 무자격자 조제도 많다고 예시했다.정부의 기대효과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초래되지는 않을까? 효과 대비 부작용의 측면, 다시말해 배보다 배꼽이 크지 않을지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왜? 기업의 속성 때문이다. 근래들어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지만 기업설립의 목적은 누가 뭐래도 이윤 추구다.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는 명제에 앞서 더 치밀하게 이윤을 짜내는 곳이 바로 기업이다. 그래서 투자는 곧 이윤(돈)이 있어야 시작되며, 시작된 이상 이윤을 만들거나 짜내야 하는 태생적 속성을 갖고 있다. 유한책임회사 형태의 법인약국이 설립됐다고 가정해 보자. 이 기업은 주변과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처럼 약사 1인 이상을 고용하고 필요하다면(더 정확히는 이익이 난다면) 1일 3교대도 할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 돈이 생각만큼 벌리지 않는 상황이라면 어떨까?기업은 또 그 속성상 경영효율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자본축적을 통해 POS 같은 약국설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개연성도 크다. 그런데 경영효율화의 모토는 이익극대화, 다시말해 경상비는 최소화하고 이익은 최대한 높이는 방향으로 가게된다. 이건 자명하다. 이익은 경상비 절감보다 영업이익 증가에서 더 알차게 추출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소비자(환자)를 상대로 더 많이 판매하는데 혈안이 될 것이다. 작년 갑을 논쟁을 일으켰던 기업들의 행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뜻이다. 대리점에 기획상품을 떠 안기듯 법인약국 본부는 브랜치에 신상품을 떠 맡길테고, 그러면 브랜치는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논리 비약인가? 아니다. 매우 상식적인 기업 활동의 단면일 뿐이다. 약권하는 사회, 건강식품 권하는 약국의 등장은 뻔하다. 정부는 진정, 바리바리 약 보따리를 들고 문을 나서는 소비자들을 보려는 것인가. 행정학 분야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의 가설'이란 게 있다. '화려한 약속과 우울한 결과'라는 말로 통용되는 이 이론은 새로운 정책이라는 것이 '사전적 의도와 사후적 현실'이 다를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굳이 외부 대자본의 유입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영리법인 약국은 그 자체로 추상적 명사인 경영효율화를 쓸어버리고 상업화로 달려나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나친 극단의 상업화 말이다. 구체적인 정부 안과 계획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유령출몰설'에 기반해 쓰는 이 글이 소설이라고 팽개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좀더 나가, 약사만의 법인의 경영실적이 나빠져 새 자본을 필요로 할 때 투자처를 찾던 외부자본이 법테두리 밖에서 입맛만 다시고 말까? 약사만의 법인약국이 결국 외부 대형자본의 사다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약사들의 주장은 피해망상, 과대망상일 뿐일까? 결과적으로 법인약국 주변의 영세약국들(정부지칭)은 무너지게 될 것이며 연쇄작용을 일으킬 개연성은 크다.또 다른 맥락에서 현행 약국운영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정부의 진단에는 '문제점'이 있다. 정부가 법인약국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영세약국의 비효율성을 지적했지만, 영세약국을 넘어 나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비효율성은 왜 눈을 감고 있을까? 1만종이 넘는 의약품을 모든 약국이 구비하고 있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비효율 중의 비효율이다. 예를들어 제네릭만 수십종인 의약품의 경우 이 모든 약들을 약국이 다 챙길 수 있어야만 효율이고, 그렇지 못하면 비효율인가? 아니다. 이같은 현실을 양산하는 허가체제와 정책이 더 문제다. 또 접근성 좋은 약국이 집주변에 있는 사회적 가치가, 원하는 약품을 모두 구비하지 못했다는 점 하나만으로 문제있는 곳으로 지적받는 것은 불합리하다. 무자격자 조제를 거론하지만, 이 보다 환자 약력 관리 등에 헌신하는 약국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법인약국은 누구를 위해 필요한 것일까?2014-01-07 12:24:53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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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몰이 그만하고, 소몰이로 가자어김없이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청마(靑馬)처럼 달려 나가자며 사회 전반이 애써 희망을 노래하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보건의약계 앞에 놓인 새해는 어느 때보다 어둡고, 무거우며, 또한 막중하다. 보건의약계가 생각하는 진정한 보건의료정책과 정부가 몰아치고 있는 투자활성화 차원의 새 보건의료정책 개념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혼재된 채 서로 대립하며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를 향한 보건의약계 단체장들의 신년 메시지들은 날이 선 선전포고에 가깝다. 새해 벽두부터 의사협회의 전국적 파업 예고 등 벌써 격랑의 조짐이 일고 있다.고령(화) 사회를 향해 줄달음치는 대한민국 사회가 우선 합의를 이뤄나가야 할 사항은 원격의료나, 법인약국 등이 결코 아니다. 현행 건강보험을 어떻게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우선해 필요한 상황이다. 고령사회가 되어갈수록 건강보험재정 충당은 가장 뜨거운 과제가 될 것이며, 재정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보건의료체계는 붕괴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4대중증질환 급여처럼 보장성 강화 영역은 늘어나는데 비해 보험료 인상 등 재정충당에 관한 논의와 대책은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을 방치만 할 수 없는 일이다.보건의료체계의 가장 근본인 건강보험 지속화 문제가 제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몰아치고 있는 원격의료나, 법인약국 같은 정책들에 대해서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하는 의구심이 따라붙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 말처럼 원격의료가 의료 환경이 미비한 지역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만을 위한 것인지, 법인약국이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 증진에만 목표점이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보건의료계 관계자들 중 이같은 정부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믿음보다는 거대 자본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본다는 의구심이 더 크다.보건의료체계의 근간인 건강보험 문제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원격의료나 법인약국 문제를 정부 뜻대로 토끼몰이를 하게되면 갈등과 대립은 불보듯 뻔하다. 건보재정 문제에서 비롯된 문제를 주변부를 건드려 치유해보려는 발상은 제약산업에서도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그토록 집착하는 시장형실거래가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이 제도를 재시행 함으로써 건보재정을 절감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은 경영이 어려워진 병원에 보탬을 주려한다는 비판은 보건의약계에 널리퍼져 있다. 건보문제에 대한 근원적 해법이 없는 한 제약산업은 언제나 건보재정을 위해 쥐어짜여지는 마른수건 밖엔 되지 못할 것이다.정부는 새해 정책을 도입하고 실현하는데 토끼몰이 방식을 폐하고, 소몰이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토끼몰이와 소몰이 방식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일방적 강행이냐, 비전을 공유한 설득이냐'의 차이다. 정책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에서 토끼몰이의 끝은 죽음으로, 소몰이의 끝은 푸른초원으로 인식된다. 정부는 따라서 원격의료와 법인약국을 말하기에 앞서 향후 건강보험 정책을 어떻게 끌고 갈지부터 방향을 정립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한다. 보험료와 보장성 강화를 고려한 건강보험 지속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외면하면서 주변부만 건드려 토끼몰이를 할 때 사회적 통합은 멀어지고 갈등만 심화될 것이다. 원격의료와 법인약국도 내 몰기전에 충분한 비전공유과 설득이 필요하다. 다른 언어로 소통이다.2014-01-02 06:2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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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찬휘 회장이 정부에 보낸 '법인약국 시그널'이거 하나 만은 분명하다. 정부의 법인약국 도입이 결코 약사를 위한 건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정부는 13일 대통령 주재 제4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어 약사만 참여하는 영리 법인약국 허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약사만 참여하는 법인이라는 사실에 일부 약사들은 안도할지도 모른다. 약사 자본을 모아 대형화 함으로써 근래들어 약국을 위협하고 있는 '뷰티 앤 헬스점(일명 약없는 드럭스토어)'과 대등하게 견줄 수 있다는 허망한 꿈도 꿀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그리는 법인약국'의 형태가 1법인 1약국 등 '약사의, 약사에 의한, 약사를 위한 제도'는 아니다. 약사의 독점을 풀어야 한다는 시각을 견지해온 정부가 약사만을 이토록 어여삐 여겨 이처럼 친절한 정책을 펼칠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돈은 스스로도 부풀려지고 싶어 안달한다고 했던가. 법인약국이 허용되면 자본들은 규모의 싸움을 벌일 것이다. 돈 푼깨나 모아 놓았다고 스스로 지부하는 기득권 층 약사들은 1법인 3~5개 약국이라는 소박한 꿈을 꿀지도 모른다. 그러나 머니 게임에서 작은 자본은 이 보다 큰 자본에 필연 굴복당하게 돼있다. 약사들의 자본은 도매자본이나 제약회사 자본 보다 아주 작다. 약업계 자본이 크다한 들 외부 대기업 자본에 견주면 이 또한 왜소하기 짝이 없다. 약사만 참여한다면야 무슨 문제가 생길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지금도 드러내 놓고 자랑하지 못해 그렇지 도매상 자본으로 움직이는 약국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같은 맥락에서 법인약국에 외부 자본이 흘러드는 건 어렵지 않다. 상거래에 밝은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은 약사만의 법인은 수사일 뿐이라는 것이다.약사와 약국들에게 법인약국은 일반약 편의점 판매와 질적으로 다른 위협요소다. 편의점 판매 역시 약사와 약국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과 손실을 안겨줬지만, 법인약국은 이른바 동네약국과 약사의 지위를 상전벽해로 만들것이기 때문이다. 대기업 자본이 움직이는 CVS 편의점이 어느 상권에 위치해 있는지 보면 안다. 법인약국들은 기존 동네약국보다 훨씬 유리한 지점을 공략해 궁극적으로 동네약국의 폐업을 유도할 것이다. 근무약사를 하면 되지 않을까? 그렇기는 하지만 근무의 형태가 현행 근무약사들과는 다를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몇 해전 미국 체인약국에 근무했던 한 약사를 만났다. 그는 "내 업무는 체인본부 매뉴얼에 따르는 것 뿐이며 내가 근무하는 모습은 모두 체크돼 1분도 허투루 쓸 수 없다"고 말했다.정부가 법인약국으로 실현할 목표로 내세운 약국서비스 향상도 같은 맥락이다. '약국의 기업화, 약사의 직장인화'를 통해 약국 서비스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법인약국 본부가 약사의 모든 업무를 매뉴얼화하고, 약사들의 행동양태를 동사무소 직원처럼 강제, 균일화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경쟁을 촉발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는 필연 자본 규모 크기의 경쟁을 유발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약사들이 공포심을 느끼며 법인약국의 위력과 실체를 파악하고 해법을 찾는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불합리한 청구불일치 조사와 관련해 '조사중단' 성명을 냈던 경기도 성남시약사회가 법인약국 허용 원천 중단을 선언하고, 서울 송파구 약사회와 경기도 부천약사회가 법인약국 대처 방법을 구하고 성명을 내는 게 대표적이다.그런데 의아하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같은 대한약사회의 대처가 이들에 비해 느슨한 느낌을 준다. 시도지부장 회의와 이사회를 통해 원천 반대하기로 방향을 잡기는 했으나 긴박감은 찾아보기 힘들다. 선거과정에서 전임 집행부의 안전상비약 수용을 격하게 비판하며, 누구보다 강한 약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던 조찬휘 회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하다. "입법예고 되고 나면, 궐기대회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 과연 이 말이 정부에 얼마나 명징하고 비장한 시그널을 줬는지는 의문이다. 강력 반발해도 밀고 나갈 태세인 정부가 금쪽같은 12월의 10여일을 "워밍업 기간으로 삼는다"는 식의 조찬휘 회장의 발언을 어떻게 여길까? 엄중하게 보다 나긋나긋하게 해석하지 않을까?조 회장은 또 입법예고 후 실체를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껏 입법예고된 법안이 이해단체들의 의견개진으로 변경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속된 말로 입법예고되면 버스는 떠난 것이나 다름없다. 바람직하다고 말할 수는 없으나 결의대회 현장에서 자신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비장함을 보인 노환규 의사협회장과 비교된다. 언뜻 보아 비상대책위원회 조직, 순차적 시도지부 성명서 발표와 이를 통한 밑바닦 정서 통합, 입법예고 후 면밀한 분석 등 조 회장의 대처법은 꽤나 신중해 보인다. 약사들의 미래에 관한 조 회장의 결기가 약해진 것은 아닌 것같다. 그 보다 법인약국이 몰고 올 영향력을 일선 약사들보다 덜 심각하게 느끼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기재부가 프랜차이즈형 약국체인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를 조사하고, 약사회가 약국체인 대표들과 대책 회의를 한 것도 꽤 오래전 일인데 말이다.2013-12-23 12:2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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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가구매 인센티브 반대해서 죄송합니까?국내 제약산업은 보건복지부 앞에서 늘 송구(悚懼)한 존재다. 사전의 뜻 풀이대로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는 말이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국제약협회를 방문했을 때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입김이 번지는 영하의 날씨에도 주차장까지 마중 나와 "이렇게 뵙게 돼 죄송합니다"라고 인사했다. 4층 강당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인사가 "복지부 현안이 산적한데요…"라고 말하는 가운데 이 회장은 "제약계까지 같이 끼어들어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복지부 장관의 방문에 대한 '이 회장의 겸손한 수사(修辭)'가 상징하듯 규제기관인 복지부와 제약산업계 사이의 관계는 일방적이다.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말은 행정학 교과서에나 있는 말일 뿐, 대부분 '해야한다'거나 '하면 안된다' 같은 '정책 하명의 관계'만 성립될 따름이다. 뭐든 일방적이다.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제시돼야 할 마땅한 정책을 요구하는데,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해야 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왕조시대의 대전처럼 연신 통촉(洞燭)하고 가납(嘉納)해 달라는 제약업계의 목소리가 2013년에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계동 복지부 사옥에 닿지 못하고 있다. 세종으로 이사가면 더 큰 목소리로 울부짖어야 할지도 모른다.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도입하려했을 때, 약가일괄인하를 단행하려했을 때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대신들이 조당에 머리를 찧으며 통촉과 가납을 번갈아 외치듯 했으나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달라진 건 없었다. 왜 약가가 일괄인하돼야 하는지, 그 인하폭은 무엇을 근거로 나왔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약가일괄인하에 제약업계가 반발했을 때 복지부는 대토론을 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제안했고, 제약업계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에 차있었다. 바뀐 건 없었고 당했다는 이야기만 난무했다. 16일 문형표 장관이 협회를 방문했을 때도 제약업계는 뭔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으나 돌아온 대답은 내년 2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 재시행이었다. 그 유명한 원점 논란이다.원점은 동상이몽...'2년 유예'가 바로 저가구매인센티브의 하자'원점.' 식자층 표현으로 제로 베이스 되겠다. 동상이몽이었을까? 제약업계는 원점을 '유예후 새제도 모색'으로 해석해 보도자료를 내고 난리법석을 피웠으나 복지부가 생각하는 원점은 '선시행 후보완'이었다. 애초부터 갈길이 달랐다. 원점이라고 써 놓고 서로 다르게 읽은 셈이다. 문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에 출석해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충분히 고쳐쓸만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2년 동안이나 이 제도를 유예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 탓이다. 문제가 있었으니 유예했던 것일텐데, 선시행 후보완하자니 억지일 수 밖에 없다. 이게 아니라면, 정부 입장에서도 약가일괄인하가 지나치다 싶어 잠시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눈감았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복지부가 이같은 억지를 부릴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규제기관의 위세'에 기반한 두 사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나는 식약처의 탤크파동(한 제약사 만이 끝까진 간 최종심에서 식약처 패소)과 관련한 소송이며 두번째는 약가일괄인하 관련 소송이다. 두 사건에 대해 제약회사들은 도발 했으나 모두 미수에 그쳤다. 꽤 많은 제약회사들이 소송에 참여했다가도 공교로운 일(?)이 생기면 추풍낙엽이 되곤했다. 탤크 소송 때는 갑작스레 식약처 조사팀이 제약회사 공장 선진화를 기치로 실사에 나섰고, 약가일괄인하 소송 때는 복지부 고위인사가 제약회사 고위 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와 제약산업의 앞날을 함께 걱정했다. 규제기관 입장에서 제약업계의 반발은 그야말로 찻잔 안이다. 의사협회나 약사회 쯤 돼야 귀를 세우는 정도일 뿐이다.지금껏 복지부가 시행한 정책 중에 수치적으로 가장 확실하게 실패한 정책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시장형 실거래가제, 다시말해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다. 복지부가 병원을 대동하고 함께 의약품 가격 사냥에 나섰는데, 나중에 정산해 본 결과 병원인건비가 더 나가 빈지갑이 됐기 때문이다. 실적이 변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약회사들의 약값만 깎은 꼴이 된 것이다. 이미 약가일괄인하로 내상을 입은 가운데 저가구매 인센티브가 재시행, 반복되면 제약회사 약들은 가격이 높은 순서대로 가격 사냥을 당하게 된다. 이도 모자라 해마다 병원에서 쓰는 약이 바뀔 수 밖에 없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값도 깎이고, 코드도 빠지는 형국이다. 복지부는 제약산업계가 이처럼 골병이 드는데도 혁신형제약이다, 세계 7대제약강국이다, 콜럼버스를 태운다 등등 실효성 낮은 산업 육성이라는 붕대만 휘감을 뿐 상처 치료는 외면하고 있다. 어디가 아프냐고 묻고 무조건 붕대만두르는 격이다.상황이 이런데도 제약업계는 저가구매 인센티브를 반대해서 죄송합니까?2013-12-19 06:04:56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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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기업의 영리한 판단 '제약업은 미친 짓'곧 손에 쥐는 꿈인 줄 알았다. SK케미칼이 1999년 국산 신약 1호로 제 3세대 백금착제 항암제를 개발하고, LG생명과학이 2003년 미국 FDA에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를 신약으로 등록했을 때, 그것은 국가적 경사였다. 1987년 7월 물질특허제도 도입으로 국내 제약산업의 신약개발이 암흑기에 빠졌을 때 연이은 두 사례는 터널 끝을 보여주는 한 줄기 빛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국내 제약산업계가 그토록 목소리를 높여 반대했던 '대기업의 제약산업 진출 폐해론'은 흔적없이 잦아 들었다. 오히려 대기업의 긍정적 역할론이 득세했다. 그래서 매출 1조원은 물론 영업이익 1조원의 시대도 곧 달려올 줄 꿈에 부풀었다.그러나 잔치는 짧았다. SK케미칼과 LG생명과학의 두 신약은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신약개발=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공식을 증명하지 못했다. 국내 제약산업계에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두 회사는 그럼에도 이후 국내서 매출 R&D비를 가장 많이 쓰는 회사로 자리매김하며, 전통의 국내 제약산업계에 방향타를 제시했지만, 글로벌 블록버스터 같은 스스로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R&D를 지속한 탓에 국내 신약을 내는 한편 미국과 EU허가 관청의 문턱을 넘나들고 있다. 둘은 통상의 비즈니스에서 수익을 창출하며 블록버스터를 꿈꾸는 장기전에 돌입했다. 안타깝게도 2013년 12월 '대기업의 제약산업'은 안녕하지 못하다. 화끈한 맛에 붙이고 떼었던 파스시장에 DDS개념을 적용한 케토톱을 출시해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혁신을 이뤘던 태평양제약 의약품사업 부문이 국내 최초의 합작사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한독에게 팔렸다. 그런가 하면 1980년대 인터페론과 B형간염 백신 개발로 주목을 한몸에 받으며 등장했던 CJ제일제당 의약품 사업부문도 매각이냐, 독립이냐의 기로에 서있다. 또다른 대기업 한화가 세운 드림파마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해있으며, 한 때 변비약 개발과 광고로 존재감을 내비쳤던 코오롱제약도 대기업 계열의 제약사라고 하기엔 매우 평범한 모습이다.대기업 제약회사들이 갈등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크게는 '만만한 이익만 노렸 대기업의 그릇된 판단'과 '신약개발=미친 짓일 수 밖에 없는 환경'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대기업들은 '혁신의 깔대기'가 작동하는 대표적 산업이 제약회사라는 사실을 간과한 채 '한방에 승부를 볼 수 있다는 달콤함'만 크게 보고 진출했다. 오판이었다. 지지부진한 전통의 제약사들이 차지한 시장을 자본으로 독점할 수 있다고 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약개발은 독점 후에 충분하다고 봤지만 독점의 길은 멀었다. 더구나 애초에 마음에 두지 않았던 신약개발은 밑빠진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매년 이익을 따지는 대기업에게 R&D는 사치일 뿐이었다. 최근들어 리베이트 등으로 자칫 그룹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할 수 있는 고 리스크 사업부문이 된 것도 그룹차원에서 부담이다. 영락없는 계륵이다.제약산업에 있어 '혁신은 신약개발'이다. 그런데 신약개발은 어떤가. 5000개의 새로운 화합물 중 단 하나만이 약국의 진열대에 오르고, 이중 3분의 1만이 R&D비용을 충분히 회수할 정도라는게 정설이다. 최초 발견에서 의약품으로 상업화되려면 약 15년이 걸리며 총 비용도 5000억원 이상 소용된다. 물론 글로벌 블록버스터 이야기다. 국산 신약이 20개 나왔다지만 이중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뒀다고 말할 만한 건 거의 없다. 일본 의료계가 자국 제약사의 신약을 지지하며 처방하는 것과 다르게 대한민국 신약은 외면받기 일쑤다. 'R&D 투자 신약개발 돈이 된다'는 공식은 2013년 제약산업계에서 자취를 감췄다. 꽃보다 할배라는 말이 유행했지만, 제약업계에선 '신약개발보다 도입품목'인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R&D 투자 신약개발, 돈이된다'는 믿음이 무너졌다 철저히 제약 비친화적 정책 탓이다. 얼마전 의약품 유통업체 지오영이 매출 1조원을 달성, 약업계 최초로 매출 1조클럽에 진입했다. 지오영에 앞서 제약업계에서 동아제약은 몇 차례 1조 문턱을 바라봤지만 실패했다. 왜? 1조에 가장 근접했던 2012년엔 일괄약가인하가 발목을 잡았다. 사실상 1조원 벨을 누르기만 하면 됐는데, 뒤에서 목덜미를 낚아 챈 건 약가 일괄정책이었다. 제약산업에 대한 평가는 이중적이다. 세계 1000조원 시장으로, 자동차 시장 600조원 보다 크며, 우리도 이제 황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입달린 사람들은 죄다 말한다. 화이자 리피토 하나가 벌어들이는 돈이 연간 몇 조니 하며 호들갑을 떤다. 그러면서 제약산업은 고부가가치 산업이라고 칭송한다. 약가를 깎을 때 고부가가치라는 칭송은 정반대로 작용하지만 말이다. 정책은 늘 180도 후방에서 산업의 바지춤을 잡아 당긴다.정부는 지난 7월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을 표방하며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약가를 깎기 전 '국내 제약산업은 영세하고, 투자를 게을리해 연구개발력이 낮다'고 폄하했던 정부가 국내 제약산업의 연구 역량은 신약 20개를 개발할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한껏 치켜 세웠다. 정부의 진심, 과연 어디에 있는가. 어지럽다. 단번에 시행하는 일괄 약가인하가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크니 '5년 분할 방식'으로 해달라는 업계의 간절한 요구를 단칼에 내리쳤던 정부가 이젠 저가구매인센티브를 다시 시행하겠다고 나선다. 가장 완벽하게 정책 목표에서 벗어나 실패한 저가구매인센티브가 왜 이토록 질긴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병원을 돕는 일이 더 급한 때문일까? 아니면 낙장불입, 한번 시행된 정책은 거둬들이면 왜 안된다는 것일까? 누구를 위해 말인가.정부는 제약산업의 성장 원천인 약가를 깎는 대신 보상차원의 정책을 내고 있다.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한미FTA를 체결했을 때도, 일괄약가인하를 단행했을 때도 다양한 정책을 쏟아냈다. 대부분 그게 그거라는 한계보다 더 무서운 사실은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제약산업계에 투자욕구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R&D를 해 신약을 개발하면 로또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다시말해 투자를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신뢰가 무너졌다. 건보재정 곳간 만 바라보는 정책 일변도에다, 어설픈 시장개념의 이식 때문이다. 최근 만난 모 제약사 오너의 말이 떠오른다. "솔직히 전통 제약사들은 이 업 말고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보면 돈은 많이 들지, 리베이트 등으로 그룹 이미지 손상 받지…미친짓 일 수 밖에 없어요."2013-12-17 06:24:56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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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 병원에 의한, 병원을 위한' 저가구매인센티브문형표 장관 취임으로 복지부 업무도 빠르게 일상을 회복하면서 '보험의약품의 시장형실거래가 상환제도(일명 저가구매 인센티브제)'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 것인지 의약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올랐다. 유예 기간을 더 두고 새 상환제를 모색하게 될 지, 아예 폐지한 후 새 제도 개발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게 될 지 현재로선 미지수기 때문이다.병원협회를 제외한 모든 보건의약 단체들은 신임 문 장관이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이라는 점에서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를 약가인하를 견인하는 장치로 인식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하고 있다. 더 정확히는 정상 작동이 난망해 2년동안이나 유예됐던 이 제도가 문 장관 취임을 계기로 다시 살아나 시행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결론부터 말해 보건의약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부가 도입했던 '저가구매 인센티브 상환제'는 이미 문제 많은 정책으로 평가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를 용도 폐기하고 '새 상환제'를 모색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가 고쳐 써 볼 요량으로 용역연구를 발주해 이런 저런 대안을 마련했다지만, 애초부터 잘못 설계돼 틀어진 골격이 근육 몇 조각 덧붙인다고 해서 꼿꼿이 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병원과 약국 등 요양기관이 보험의약품을 상한액보다 저렴하게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요양기관에 인센티브로 주는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한마디로 '병원의, 병원에 의한, 병원을 위한 제도임'이 여실히 입증됐다. 김성주 의원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에는 상급종합병원 등 병원이 절대적으로 참여했고, 전체 요양기관의 95%를 차지하는 의원과 약국의 참여율은 10% 미만에 불과했다.일괄약가인하…오리지널-제네릭 동일가 정책의 효과 살펴야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전체 인센티브 지급액 2399억원 중 대형병원이 2143억원을 가져갔다는 점이다. 병원(6.4%) 의원(1.7%) 약국(0.1%)에게 돌아간 인센티브는 조족지혈이었다. 이 제도가 약가 인하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봐도 문제가 많다. 왜냐하면 이 제도 시행 후 약가인하로 인한 건보재정 절감금액보다 인센티브로 나간 돈이 더 컸기 때문이다. 약가인하를 유인해 보험재정 안정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는 온데간데 없고 오히려 보험재정을 나쁘게 만드는 제도로 변질됐다. 배보다 배꼽이 큰 전형이다.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시장 자율경쟁적 요소를 갖춘 제도'로 보이지만 착시일 뿐이다. 슈퍼갑이 을을 뒤흔들어 가격을 깎아 내리는 것도 모자라 대형병원들이 의약품의 위치를 재배치하는 인위적 현상도 유발시킨다. 싸게 산 차이가 큰 만큼 인센티브가 커지는 특성상 대형병원들은 늘 새로운 사냥감(의약품)을 찾아 대체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장 자율경쟁을 유도하고 있는 정책은 '오리지널-제네릭 동일가 정책'이다. 제네릭사들은 시장환경을 보아가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슬금슬금 가격을 내리고 있다.정부는 병원협회를 빼고 의사협회, 약사회, 제약협회, 신약개발연구조합, 도매협회, 경실련 등 저가구매 인센티브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단체가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제도를 굳이 끌고가서는 안된다. 정부는 이 제도를 폐지하려면 대안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따져보자면 일괄약가인하나 오리지널-제네릭 동일가 정책이 이미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의 목표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정부는 또 보험약품 상환제와 저가구매인센티브를 같은 제도로 혼동해서는 안된다. 보험약품 상환제는 움직일 수 없는 헌법같은 골격이고, 저가구매 인센티브제는 보험약 상환제의 한 가지일 뿐이다.2013-12-06 06:25:0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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