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1 04:29:32 기준
  • 제약
  • 안과
  • #3년
  • #임상
  • #제품
  • 의약품
  • 허가
  • #병원
  • #MA
네이처위드

[칼럼] 약사회는 전투…의협은 집(計家)바둑

  • 조광연
  • 2014-02-05 12:24:53

바둑은 집싸움이다. 집을 많이 지으면 이긴다. 그런데 지금 '의료영리화 바둑판'이 묘하다. 대마의 사활을 걸고 곳곳에서 만패불청을 외치며 확전 양상을 보이던 전투가 급격히 소강상태로 변모되고 있다. '원격의료와 의료기관 자회사 설립'을 동력삼아 화점에 착점했던 정부나, '3.3 대파업'을 앞세워 정부의 대척 지형인 '3.3'에 돌을 내려놓고 옥쇄작전에 돌입했던 의료계는 초반 화력과시를 멈추고 전투지형에서 손을 빼 각자 생존의 길을 선택한 듯하다. 바꿔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타협국면으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의사협회는 어느 새 또다른 지형에 집을 지으며 의료수가 인상, 의약분업 재검토, 병의원의 의약품 택배 같은 현안을 품었다. 정부도 은근슬쩍 그 곁에다 돌은 두지만, 몰아치는 대신 어울려 자신의 집을 짓고 있다. 전투 바둑은 어느 새 집바둑, 다시말해 계가(計家)바둑 양상이 됐다. 마치 끝내기 수순같다. 4일 열린 제2차 의정협의회 결과는 국면의 대전환을 적지 않게 암시하고 있다.

선수를 뒀던 정부가 검은 돌, 의사협회가 백돌을 쥐었던 '의료영리화 바둑판'은 어느 새 흑백으로 어우러지며 '비버'처럼 각자 집 짓기에 들어간 가운데 '법인약국이라는 회색돌'을 쥐고 바둑판에 뛰어들었던 약사회는 마땅히 착점할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착점할 곳이 없거나 기회를 잃은 셈이다. 검은 돌과 흰돌이 대마싸움을 벌일때 흰돌을 쥔 의사협회 응원군을 자처하며 거들었던 약사회는 흑돌과 백돌이 전투대신 각자 계가 바둑으로 한발 물러서면서 누구를 상대로, 누구와 함께 싸워야할 지 길을 잃은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와 의료계가 이번 바둑을 끝낸후 다시 정부와 법인약국을 놓고 맞대결을 펼쳐야 할 상황이다. 고약한건 의료영리화 저지라는 대의의 대열에 함께섰던 의사협회가 알토란 같은 자기 집을 열심히 짓고 있다는 점이다. 약사회도 자기 집을 지어야만 하는데 언제, 어디에 착점할지 지금도 좌고우면하고 있다. 좀더 긍정적으로 바라보자면 심사숙고일테지만 말이다.

더 고약한 건 약사회가 흰돌을 잡고 싸워야할 다음번 바둑판이다. 약사회가 정부와 함께 새롭게 대마싸움을 할 바둑판은 정부와 의사협회가 각자 집을 지으며 만들어 놓은 여러 조건이 이미 깔려있다는 점이다. 만약 정부와 의사협회가 병의원의 직접적인 의약품 택배 등 의약분업 전반에 걸쳐 평가를 하자는데 공감하게 되면 법인약국을 건 대마싸움은 크게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의약분업 재평가 같은 패를 완전 무시할 수 없는 처지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립무원이다. 반대로 꽃놀이패를 손에 쥔 정부의 법인약국 다루기는 한층 쉬워지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철학이든, 전략이든 지금까지 정부가 의약분업 재평가 같은 문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테이블을 마련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양상이 바뀌어 '3.3대파업'을 막으면서 원격의료 등을 관철시키려면 사석(死石)작전도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약사회로선 또다른 심각한 고민거리가 생긴 것이다.

2014년 2월, 약사회가 회원 중심으로 법인약국의 폐해를 알리는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지만, 원격의료를 내건 의료영리화처럼 국민들을 각성시켜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의료영리화의 한 구성요소로 법인약국이 포함돼 있었다고는 하나 냉정히 말해 아는 사람만 알거나 무관심의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누리당은 '국민 63%가 법인약국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흘리며 민심 선점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약사회 집행부가 부랴부랴 새누리당대표를 만나기 위해 당사를 찾아 당대표 비서실 팀장을 만났다. 약사회 입장은 당대표까지 전달됐을까? 정부와 여당은 '바둑 한판두자'고 상대를 압박해 오는데도 약사회는 여전히 '당장 둘 일이 아니다'며 '장기적으로 두는 날짜'를 잡자고 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어느 날 바둑판에 돌을 놓을때도 약사회의 상징이자 대표인 조찬휘 회장 집행부가 다음에 두자고만 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다. '바둑을 아예 두지 말라'는 약사들의 민심 위에 선 조 회장의 다음 행보가 쉽지 않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