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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인약국? '돈독(毒) 오른 약국'만 키운다

  • 조광연
  • 2014-01-22 12:24:52

우리는 흔히 서비스(service)를 이야기한다. 음식점만 해도 어디는 서비스가 '좋고' 어디는 '엉망'이라는 식으로 품평한다. 음식은 특성상 청결하고 맛있는 게 핵심이겠지만, 그 외적으로 종업원들의 수저 놓는 태도부터 말투까지 수없이 많은 파생 서비스가 음식점 주인이나, '왕'이라고 철썩같이 믿는 고객들의 요구로부터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니 종업원들이 홀 바닥에 엎드리다시피 하는 음식점도 생겨난다. 죄다 경쟁의 산물로, 종업원들의 바닥에 엎드리는 행위가 모든 고객들을 만족시키는지 알길 없다. 평가 기준은 고객의 숫자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엎드리는 수고비를 내 지갑에서 지출한다는 사실뿐이다. 소비자는 '같은 값이면 분홍치마'를 원하지만, 공급자 서비스에 동가홍상(同價紅裳)은 거의 없다. 자본주의 시민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다.

"법인약국을 허용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한 듯 보인다. 정부는 나홀로 약국의 비효율적인 경영이라든지, 1일 3교대 약국이 가능해져 서비스 수준이 향상된다든지 같은 명분을 앞세운다. 뭉뚱그리면 자본이 약국에 투자되는 양 만큼 '서비스도 개선된다'는 가설의 추종이다. 정부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불합치 판결'을 해소하는 차원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위헌이라고 본 약사법 20조(2002년 당시 16조)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약국개설등록의 요건을 규정했다. 정부는 왜 약사라는 직종을 국가면허로 관리관장하고, 약사법은 왜 이토록 약사들에게만 독점의 혜택을 안겨온 것일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약사라서인가. 그럴리없고, 아니다. '균형잡힌 권리부여와 의무이행'을 통해 안전한 의약품 사용이라는 체계 확립과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서다. 그 뿐이다.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하는 만큼, 약사들은 약국을 운영하면서 '하면 안된다'는 금지의 하명을 떠안고 산다. 마치 효능·효과는 한 줄인데 비해 경고, 주의 같은 사용상 안전사항이 대부분인 의약품 사용설명서(인서트)처럼 약사들에게 부과된 의무는 권리 못지 않게 많다. 의약품이 '양날의 검'으로 상징되듯 필요 이상 의약품이 국민들에게 투여되지 못하도록, 다시말해 의약품이 이윤을 창출하는 도구로 전용되지 못하도록 여러 규정으로 약사들의 경쟁 행위를 제한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약국을 찾는 고객에게 떡 한조각 나눠주는 것까지 못하도록 문제 삼을까. 반면 '해야한다'는 수행의 하명도 품고 산다. 복약상담이 대표적이다. 처방전에 적힌 의약품 사이의 상호작용은 없는지, 불필요한 약물이 포함돼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하고 환자들이 약물을 잘 복용함으로써 증상완화나 최적의 치료에 도달하도록 도와야 한다.

법인약국이 도입되면 소비자 마음을 훔치기 위해 '음식점의 종업원처럼 엎드리는 외견적 서비스'는 늘어날 것이다. 생계형 약국보다 매뉴얼화된 복약상담이나, 조명발 제대로 받은 의약품의 진열 등 바깥으로 보이는 서비스는 더 나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우리는 정말 이같은 서비스를 원하는 것일까? 내 지갑을 노리는 감춰진 이면에 진심으로 눈돌린다면 그럴리 없다. 투자된 자본은 서비스를 향상시키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론 이윤창출을 더 노골화시킬 것이다. 투자된 자본의 압박을 받아 돈독(毒)이 오른 법인약국들이 '너 죽고 나살자'는 식의 경쟁을 주도하며 소비자들에게 약을 권할 건 너무도 뻔하다. 생계형 약국도 이윤창출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법인약국에 비하면 욕망의 강도는 현저히 낮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약국의 독점을 풀기위해 박카스를 밖으로 빼내고, 소비자 편의를 명목으로 일반의약품을 편의점으로 보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법인약국의 돈독, 나는 사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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