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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영업, 여성 3인방이 책임진다"많은 사람들은 21세기를 일컬어 남녀평등 시대를 넘어 여성 상위 시대라고 한다. 최근 사법고시를 비롯한 각종 시험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으며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의 파워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이에 따라 그동안 대표적인 여성의 불모지였던 제약 영업분야에서도 서서히 여성인력의 비중이 늘어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이같은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중외제약 마케팅총괄본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여성 MR 3인방을 의약팀에 새롭게 배치하고 본격적인 마케팅활동에 돌입했다.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서울병원사업본부 의약팀 신입사원인 남재민, 윤선화, 최혜진 여성 MR 3인방.특히 이들이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은 남성질환인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트루패스’ 스페셜리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들은 의사는 물론 환자들까지 대부분 남성인 비뇨기과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마케팅부서가 아닌 영업 직접부문에 여성 MR이 등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 과거에도 여성 MR들이 일부 근무했었지만 현재 중외제약 여성 MR은 이들 3인방이 유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활동 하나하나가 사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이들의 직책은 ‘트루패스 스페셜리스트’. 입사하자마자 최근 출시된 전립선비대증치료제 ‘트루패스’를 전담하면서 다른 MR들과 함께 이 제품을 비뇨기과 분야에서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육성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대표적인 남성 질환인 전립선비대증치료제 스페셜리스트로 이들 3인방을 선정한 이유는 무엇일까?최근 학술정보 제공 위주의 영업활동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논리적인 프리젠테이션 능력을 활용해 오리지널 제품인 ‘트루패스’의 학술적 디테일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들의 출근시간은 오전 8시. 이메일 체크, 담당 PM 미팅 등을 마친 후 오늘 하루동안 방문할 병원 리스트, 공략해야할 의사 명단을 작성한다.그리고 ‘트루패스’ 출시에 앞서 전국 종합병원의 주요 키닥터나 병원 관계자를 대상으로 제품의 학술적 디테일을 시행하는 동시에 전국 지점을 돌면서 회사의 MR들에게 제품의 특장점 등을 교육하고 있다.병원이나 약국에서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직원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20대 미혼여성인 이들에게 비뇨기과 공략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트루패스 스페셜리스트’로서 역량을 갖추기 위해 이들은 지난해 12월 의약1팀 배치 후 4개월동안 비뇨기과 질환 및 경쟁제품 특성과 트루패스의 특장점 등에 대해 철저한 학습 과정을 거쳤다.“학교를 졸업한 후 회사에 입사하면 공부는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죠. 특히 회사에 처음 들어와서 배우는 내용이 비뇨기과와 관련된 내용이다 보니 더욱 민망하고 어색했어요.” 윤선화사원은 입사 초기에 받아야했던 교육 내용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한다.이처럼 혹독한 학습과정을 거친 덕분에 비뇨기과 분야, 특히 남성의 신체와 관련된 많은 부분을 상세히 알게 되어 이제는 부모님이나 남자친구들의 말하기 힘든 고민상담까지 해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수차례에 걸친 테스트를 거쳐 비뇨기과를 직접 방문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월부터. 하지만 막상 필드에 나가보니 현실은 이론과 사뭇 달랐다.지금은 적응이 다 됐지만 처음에는 민망한 순간들도 많았다. 외래 진료시간에 병원을 방문하면 대기실에 있는 많은 환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거나, 검사를 마치고 바지를 다 못올리고 나오는 환자들과 마주치는 민망한 일들도 종종 발생하곤 했다.“모병원에 처음 방문했던 날인데 교수님께서 책을 한 권 주시면서 이동할 때 보라고 하셨어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버스에서 그 책을 펼쳤는데 너무 적나라한 그림들이 한 가득 있더라구요. 놀라서 다급하게 다음 페이지로 넘겼는데, 다음 페이지도 계속해서 얼굴을 붉힐만한 내용이었죠. 너무 창피해서 책을 덮고 바로 자는 척 했어요. 나중에 교수님께 그 에피소드를 말씀드렸더니 재미있어 하시더라구요. 덕분에 그 교수님과는 더욱 친해질 수 있었어요. 비뇨기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남재민 사원은 비뇨기과 영업을 담당하면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경험을 떠올리며 수줍은 미소를 짓는다.“아직 학술적인 부분이나 영업적인 부분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편식하지 않고 모든 상황을 즐기며 배우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트루패스 100억 돌파의 주역이 되고 싶습니다!”앞으로의 다짐이나 바람이 있냐는 질문에 이들 3인방은 약속이나 한 듯 트루패스 100억 돌파를 외쳤다.“트루패스는 알파블러커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도록 우리가 그 주역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쟁회사 담당자들이 우리를 경계하겠죠.”“회사에서 우리 3인방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여러 임직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똘똘 뭉쳐서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입사 초기부터 중책을 맡은게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섞인 시선을 의식하기라도 한듯 당찬 포부를 밝히는 남재민, 윤선화, 최혜진 사원.중외제약은 향후 300억원 이상의 거대품목 육성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큰 기대를 걸고 있다.비뇨기과 시장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는 이들의 도전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어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제품이 탄생할 그 날을 기다려본다.2009-09-14 06:24:08가인호 -
"약초 연구위해 40년간 지리산 올랐죠"지금까지 반평생 지리산을 벗삼아 약용식물을 연구해온 '약초박사' 학국국제대학교 제약공학부 성환길 석좌교수(69·부산대 약대).그는 최근 추운 북부지방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생약초 월귤나무를 지리산에서 발견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월귤나무는 잎의 첨출액이 신장결석 치료용, 이뇨제, 류마티즘, 통? 등 치료에 열매는 통증완화와 전염성 설사 치료제로 사용되는데, 남한에서는 강원도 홍천군 등 북부지방의 높은 산의 바위나 습지에서 드물게 발견할 수 있다.이 같은 월귤나무가 약초나무 생태조사에 나선 성 교수에 의해 발견됐다.성 교수의 약초사랑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부산대 약대를 졸업하고 고향인 진주에와 약국을 개업했을 무렵, 약사로서 양약만으로만 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약의 근원인 약용식물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주 가까이에 명산인 지리산이 있어 다양하고 많은 약용식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성 교수는 70평생의 절반이상인 40년 가까이 지리산에 올랐다. 매주 일요일이면 배낭에 김밥 한 줄, 손에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성 교수는 지리산 등반과 동시에 중앙대 대학원에 입학해 생약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자그마치 11시간이 걸리는 통학길을 개의치 않고 학구열을 불태웠다. 결국 그는 지리산에서 발견한 약용식물 '골담초의 약효성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지리산과는 인연이 깊습니다. 그래서 지리산에 자생하는 전반적인 약초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이미 생약발명 특허를 4건 취득했습니다. 앞으로 상용화도 계획하고 있죠."약용식물 생태조사를 나갔다 산삼을 발견하기도 했던 성 교수. 가장 보람있는 일은 새로운 약초를 발견했을 때라고 망설이지 않고 말한다."지리산에서 자라는 약초와 책속의 약초를 대조하는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몇 년씩 걸리기도 하죠. 제가 가진 지리산 약용식물 사진이 10만여장은 족히 될겁니다."성 교수는 약초가 가진 효능·효과를 학계뿐만 아니라 민간까지 홍보하는데 게으름이 없다. '한방·생약 강좌'를 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약초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질병을 치유되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사람들에게 약초의 효능을 알려 건강한 생활을 하게 도와주는 것도 보람있고요. 할 수 있는 한 약초 연구를 계속하고 싶습니다."2009-09-10 06:25:33이현주 -
"독도는 우리땅, 약국이 말합니다""한 개인이 아니라 약사 전체에 대한 칭찬이 마음에 들었죠"최근 토론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독도 사랑의 내용을 담은 한 약국의 사진이 올라왔다. 특이하게도 앞국 앞에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현수막에는 왜장과 함께 진주 남강으로 뛰어든 논개를 기리는 변영로 시인의 '논개'의 첫 구절(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과 함께 "독도는 우리자식 내 새끼를 내가몰라!! 모르냐고!!"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이 사진을 본 많은 네티즌들은 댓글을 통해 "완전 멋진 모범약국!!! 약사님 최고", "멋진 약사님 개념 약사님" 등으로 평가했다.경기도 가평에서 모범약국을 운영하는 강준혁 약사(49. 중대약대)는 인터넷에 올라온 약국사진을 보고 처음에는 깜짝 놀랐으나 내심 뿌듯했다고.더욱이 요즘 신종 플루와 관련해 거점병원, 보건소, 거점약국에서 불편을 겪은 일부 환자들의 비판을 보고 난 뒤여서 더욱 반가웠다고 한다."누가 사진을 올려놨는데 잘 됐다 싶었어요. 약사 개인을 향한 반응이라기보다 전체 약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는 일이거든요"모범약국 사진이 올라온 토론 사이트의 게시물.또 최근 독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다소 엷어진 상황에서 인터넷을 통해 독도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1년 6개월 전에 일본의 망언이 있어서 그때 현수막을 붙였어요. 요즘 전국민이 독도를 잊은 것이 아닐까 걱정스러운데, 10년동안 걸어둘 생각입니다."그러나 현수막이 처음부터 마을 주민에게 잘 받아들여졌던 것은 아니었다. 논개의 충정을 소재로 한 시구절을 생소하게 여긴 동네 주민들이 이상한 종교에 심취한 사람으로 여기는 오해도 받았다는 것.강 약사는 현수막을 만들어준 한미약품의 영업사원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처음에는 문구들을 손으로 써서 약국 내에 몇 개씩 붙여놨더니 그 친구(영업사원)이 지저분해 보인다며 현수막을 만들어 왔어요. 덕분에 약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으니 고마운 일이지요."2009-09-07 06:27:34박철민 -
"70원이면 신종플루 손소독제 뚝딱"[단박인터뷰]멸균 탈지면·자가진단 홍보물 제작, 배포하는 주상재 약사신종플루로 온 나라가 예방을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약국에서조차 손소독기 등 위생용품이 바닥이 나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에 주상재 약사(부산 위생약국)는 지난달 손소독기와 세정제 등이 품절될 무렵, 가정에서도 손쉽게 만들어 쓸 수 있는 손소독 제품을 만들어 내방고객들에게 시연을 보이며 예방 홍보를 하고 있다.또 직접 자가진단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홍보물을 만들어 내방고객에 배포하는 등 예방 캠페인에 앞장서 지난 1일 부산시약의 교육청 브리핑에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주 약사에게 약국에서 참고할 수 있는 고객 예방교육과 캠페인 등에 대해 들어봤다.-약국에서 알코올 멸균 탈지면을 직접 만들어 고객 교육을 하게 된 계기는?= 신종플루 때문에 손소독기나 세정제가 바닥이 나 구할 수 있는 약국이 전국적으로 많지 않게 됐다. 고객들이 예방을 하고 싶어도 해줄 수 있는 서비스가 없었다.저렴한 비용으로 고객들의 위생교육과 만족도를 높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시도했던 것인데 예상 외로 만족도도 높고 약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됐다.-일선 약국에서도 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달라.= 특별한 것 없다. 약국에 있는 거즈와 보관용 비닐팩, 알코올만 있으면 끝이다. 거즈 35원, 비닐팩 15원, 알코올 20원 가량 소요된다. 한 회 소독에 총 70원이 드는 셈이다. 환자에게 무상교육을 하더라도 약국에서 큰 부담이 없고 환자들도 차후 집에서 활용할 때 저렴하고 일석이조다.주상재 약사가 약국 고객들에게 손수 시범을 보이며 홍보할 때 사용하는 재료들. 매우 간단하고 저렴하지만 만족도가 매우 높다.-홍보물까지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방고객들에게 교육하면서 집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홍보물을 만들어봤다.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나온 어려운 내용들을 쉽고 간단하게 풀어서 '자가진단 체크' '내가족 지키기'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 등으로 구성했다.어머니 고객들이 교육을 잘 받아야 집에서 어린이들과 가족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에 주로 어머니들에게 시범을 보이며 홍보하고 있다. 6일 전부터 부산시약 회원에도 알리고 있는데 약사 신뢰도도 높아지고 반응이 매우 좋다고 한다.-약사로서 이 같은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일선 약사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말씀.= 신종플루로부터 내 가족을 지키는 일은 약국에서 약사가 주도로 해야 가장 바람직 하다. 그것이 비용도 가장 저렴하고 빠르고 대국민 홍보에도 좋다.왜냐하면 예방은 가족 중 어머니가 주도가 돼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보건소도, 의료기관도 아닌 약국이 가장 접근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약사들 또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약국 문턱이 낮아져 직능에 대한 보람과 사명감이 고취된다. 신종플루 예방에 약사가 앞장서길 바란다.2009-09-03 12:20:50김정주 -
"십일조 모아 진료소 지킵니다"'국민과 함께하는 의료개혁' 걸고 설립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사업을 원칙대로 수행하라고 촉구하는 1인 시위, 영리병원 도입반대 릴레이 시위, 보험업법에 반대하는 시민사회 대표단 기자회견...최근 잇따르고 있는 보건의료와 건강보험을 둘러싼 갖가지 쟁점현안들에 빠지지 않고 현장을 지켜온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있다.행동하는의사회 임석영(38, 서울의대) 대표가 그 주인공. 그렇다고 경찰이 ‘전문시위꾼’이라는 딱지를 붙여 악의적으로 몰아세우는 ‘직업적’ 활동가는 아니다.의사들이 국민과 함께 할 때 잘못 지어진 벽을 허물 수 있다는 소신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거리진료소를 지켜온 ‘국민주치의’라고 할까?.서울의대 출신인 임 대표는 인천 길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하던 시절 의약분업을 맞았고, 누구보다 전공의 파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국민과 함께하는 의료개혁을 실현하자는 모토였는데, 의약분업 파동 한가운데서 청년의사들의 선의는 올곧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임 대표와 그의 지인들, 당시 서울경인지역 의대학생회 소속 학생들이 독거노인과 쪽방촌을 찾아든 이유였다.“의료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보면서 이 간극, 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인이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판단했죠.”처음에 전공의 인터넷카페모임에서 시작했던 신림동 독거노인 방문진료 사업은 쪽방촌 무료진료소 등으로 확대되면서 점차 회원이 늘고 사업규모도 커졌다.지난 2003년 가을 어느날, 행동하는의사회는 이렇게 탄생했다.의사, 한의사, 간호사, 보건의료 학생 등 100여명의 회원 중 일부는 십일조를, 다른 회원과 후원인들은 후원금을 모아 단체를 운영하고 직접 진료봉사도 수행한다.서울 돈의동 쪽방진료소, 인천 이주노동자 한방진료소, 부산 치과진료소 등이 이들의 활동무대. 숙원사업으로 진행해온 중증장애인 케어홈 설립은 9부 능선을 넘어섰다.최근에는 중국 한센인 마을을 찾아 무료봉사를 진행해 활동반경을 해외로까지 넓히고 있다.임 대표는 그러나 이런 활동들이 아직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의료인이 직접 국민속으로 파고들어 그들을 이해하고 정서적 벽을 허무는 것, 그들의 활동이 다른 의료인에게 확산돼 나눔문화로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찻잔속의 태풍일 뿐이라는 거다.국민 지지받는 의료정책 못찾는 의사협회 아쉬워국민들과 직접 부딪쳐야 하는 삶의 현장 뿐 아니라 보건의료 정책을 논하는 정책무대에서도 갈길은 멀어 보였다.특히 국민과 함께하는 의료개혁을 가슴에 품고 있는 임 대표와 행동하는의사회 멤버들에게 의료민영화 논란은 답답한 현실이다.“의료인들은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밤늦게까지 환자를 보고 당직도 섭니다. 국민들이 왜 몰라주나 억울해 하는 목소리도 있죠. 하지만 정작 국민들이 사는 모습을 잘 모릅니다.”임 대표가 지적하는 소통부재의 한 원인이다.그는 의료민영화 논란도 같은 맥락으로 접근한다. 의사들이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소비자와 환자, 국민을 위한 정책제안을 의사협회 등 의료단체가 먼저 내놓고 주도권을 잡을 때 국민들로부터 지지받는 정책을 세울 수 있습니다. 의료민영화는 국민에게 이로운게 뭔지 먼저 대답해줘야 하는 데, 정작 중요한 것을 뒷전으로 밀어놨죠.”임 대표가 의료계를 뛰쳐나와 직접 국민들과 소통하고 때로는 의료인들에게 비판을 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의료환경은 급변하고 있고 그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의료양극화가 없고 의료봉사 차원의 지역보건센터가 필요없는 나라. 그래서 우리같은 단체가 주말봉사만해도 충분한 그런 의료공화국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그가 추구하는 세상의 한 단면은 이렇게 소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거대하다.그 때가되면 아마 우리는 해외진료로 방향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하지만 그의 ‘희망가’가 현실화될 날은 아직 멀어 보인다.그래서 일까?오늘도 진료실과 ‘현장’을 오가며 희망을 위해 밭을 가는 임 대표의 쟁기질에는 해가지지 않는다.2009-09-03 06:25:00최은택 -
"약사 106명이 함께하니 더 뿌듯하죠""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매달 1만원이지만 십시일반 모으면 1000만원을 넘어서죠."약사들이 작은 정성을 모아 지역내에 불우한 학생들을 돕고 있어 화제다.서울 송파구약사회 회원 106명은 '1인 1계좌' 갖기운동에 동참, 장학기금을 모금하고 있다.진희억 회장(51·종로프라자약국)은 회원약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 약사 106명이 총 115계좌를 만들어 1380만원의 장학기금 마련에 들어갔다."구청과 함께 올해 처음하는 사업인데 약사들의 참여가 많아 1000만원이 넘는 기금을 조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달 1만원의 작은 성금이지만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니 너무 뿌듯합니다."1인 1계좌 사업에는 1만원을 후원하는 약사부터 매달 5만원을 후원하는 약사까지 다양하다.계좌를 개설하면 매달 지원하기로 한 금액만큼 장학기금으로 조성된다. 기금은 지역 불우이웃이나 차상위 계층 자녀의 장학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자발적인 기금조성인데 임원 외에도 일반 약사회원들의 참여도가 높았죠. 시민들과 함께하는 약사들이 많아졌다는 데 의미가 있죠."송파구청 인재육성 장학재단에 장학기금 기탁 특히 어려운 약국경영 환경 등을 감안하며 상당히 많은 약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게 진 회장의 평가다.송파지역 약사들의 장학사업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역 약사들은 매년 정기총회에서 학생 5~6명을 선정해 연 250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해 오고 있다."취지가 좋으니까 약사들의 참여비율도 높은 것 같아요. 106명의 약사가 하는 일입니다. 송파 지역 약사들의 정성이죠."생색내기 사업이 아닌 약사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된 장학사업. 돈이 없어 꿈과 희망을 접어야 하는 학생들에게 송파지역 약사들의 정성은 작은 빛이 되고 있다.2009-08-31 06:24:13강신국 -
"약사 의기투합해 야구단 만들었죠"지난해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으로 온나라가 한바탕 야구 열기에 휩싸였었다.전국 사회인 야구단이 무려 5000개에 육박한다니, 대한민국은 실로 야구천국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이 같은 야구열기에 약사라고 예외일까.지난 16일 시약사회 단위로는 최초로 조직적인 야구단이 부천시약사회에서 창단됐다. 이름하여 '부천팜야구단'.부천팜야구단 창단을 주도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데에는 단장에 나선 김수현 약사(삼육약대·42)의 공이 컸다.구단 창단 과정과 열정 등 그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김수현 약사에게 들어봤다.부천팜야구단의 모태는 공교롭게도 시약사회 내 축구단이다. 축구를 취미로 하면 야구에 관심이 없는 것이 통상일진데, 그 모습이 이채롭다."부천 축구단 내 야구 열성팬들이 상당히 많았어요. 축구를 하다가 뜻 맞는 약사들끼리 모여 사회인야구단을 한 번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 해서 일사천리로 창단이 됐죠."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조직을 정비해야 하고 그만큼 인원이 뒷받침 돼야 할 터. 하지만 생각보다 일이 쉬웠다.김 약사가 개별적으로 가입해 17년 간 활동해 온 대학 동창들의 야구모임 '블루버드'가 매개가 되어 선수가 보강됐기 때문이다."준비기간은 한 달 남짓 걸렸어요. 창단된 지는 얼마 안됐지만 그간 몸 담았던 야구단의 영향으로 금새 자리잡았어요. 벌써부터 주전경쟁이 치열하답니다."이렇게 탄생해 총 24명의 선수들로 꾸려진 부천팜야구단은 정대희 구단주를 필두로 부구단주 고민철 약사, 단장 김수현 약사, 감사 권오규 약사, 총무 제세훈 약사가 각각 역할을 담당한다.감독에는 최현석 약사, 수비코치 김수현 약사, 타격코치 김준호 약사가 각각 맡으면서 선수를 병행한다.구성원을 보면 40대 4명, 30대 15명, 20대 5명으로 연령대도 황금비율이다."구단주팀과 단장팀으로 나누어 매주 일요일마다 자체리그를 벌이고 있어요. 시약사회 동호회 게시판에서 라인업 등으로 전력을 보강하다보니 실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죠."김 약사는 동호회 게시판에 '사회인 야구 맛보기'라는 타이틀로 글을 연재하면서 열성을 다하고 있다.사실 김 약사는 야구만 좋아하고 잘하는 것은 아니다. 시약사회 축구 동호회에서는 주장으로 활약하고 골프 동호회에서는 총무를 담당하고 있다. 밴드 동호회인 용밴드에서는 베이스를 맡고 있는 만능 재주꾼이다."운동을 하지 않고 사는 것을 상상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그 중에 고르라고 하면 단연 야구죠."야구의 매력에 대해 김 약사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인야구 룰에 따라 경기 시간이 그리 길지 않고 시합이 끝나면 가족들도 합류해 식사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아직 보름도 채 되지 않은 부천팜야구단은 신생팀이지만 계획은 창창하단다. 축구에 비해 전용 경기장 섭외가 까다롭고 그만큼 자리경쟁이 치열한 만큼 정규리그 가입이 구단과 김 약사의 최우선 목표다."우리 지역에서 유명한 '복사골리그'와 보건의료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결성된 '보건리그'에 참여하는 것이 내년 목표에요."김 약사는 부천팜야구단의 창단이념에 대해 '즐겁게 사는 것이 인생성공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구단 창단이념으로는 참 색다른 편이다."이기는 데 목적을 두지 않고 즐기는 야구를 하자는 생각이에요. 저희가 모이면 이런 얘길 해요. '70살까지 야구하다가 못하게 되면 그때 경기 보러 다니자'고요. 그때까지 즐기면서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오는 9월 6일 첫 자체리그를 앞둔 부천팜야구단,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2009-08-27 06:29:21김정주 -
"국내 첫 사회약학박사라 더 기뻐요"[단박인터뷰]국내배출 첫 사회약학박사 박혜경씨국내에서 배출된 첫 사회약학 박사가 탄생했다. 의약품정책연구소 #박혜경(45, 이대약대 졸) 실장이 그 주인공.박 실장은 25일 오전 11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열린 2008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받았다.사회약학을 전공한 해외 박사학위 소지자는 여럿 있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이번 처음이다. 지도교수는 정규혁 교수와 이의경 교수.박 실장을 만나 국내 배출 첫 사회약학 박사가 된 소감을 들어봤다.-기분은 어떤가.홀가분하다. 결과물에 성이 차지는 않지만 큰 숙제 하나를 끝낸 기분이다.-직장생활, 육아, 가사일에 논문까지...쉽지 않았겠다.연구실의 기본적인 일들이 많기 때문에 밤에 주로 작업했다. 그만큼 밤을 새는 날도 많았다. 무엇보다 남편(홍춘택 약사)과 딸 아이가 고생이 많았다. 논문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남편이 육아와 가사일을 도맡다시피했다.두 사람의 배려가 없었으면 힘들었을 거다. 의약품정책연구소 식구들도 도움을 많이 줬다. 직원들과 연구소에 필요한 일이라며 격려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한다.-국내에서 배출된 첫 사회약학 박사다. 사회약학을 선택한 이유는.한약분쟁 사태를 겪으면서 서울대보건대학원에서 보건경제학을 공부한 적이 있었다. 학문적 견지보다는 순수하게 가치관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의 발로였다.사회약학은 의약품정책연구소에 참여하면서 동기 부여됐다. 정책연구소가 설립된 것은 잘 알다시피 약업계에서는 중요한 성과다. 이 가치있는 공간을 보다 내실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필요에 의해 학문적 고민과 내용이 보완돼야 했다.-사회약학은 어떤 학문인가.약학은 약물과 인체와의 관계, 다시 말해 약물이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약리작용에 주안점을 둔다. 사회약학은 이 것을 사회적 관계로 확대시킨다. 의약품과 이 것을 다루는 사람들의 사회적 역할, 정책, 접근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망라하는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논문 주제는 뭔가.2000년 이후 세번에 걸쳐 급여 의약품이 비급여로 전환됐다. 2006년경 소화기계용제의 비급여 전환이후의 처방패턴과 재정영향 분석 등을 분석한 선행연구가 있었지만 세번의 이벤트를 모두 정리한 결과물은 없었다.비급여 전환의약품은 진료상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의약품을 급여에서 제외시킴으로서 약물사용을 줄이고 재정을 절감하자는 취지가 크다. 이번 연구에서는 정책의 취지가 관철됐는지를 주테마로 분석했다. 본인부담금 증가에 미친 영향 또한 중점의제였다.-연구소에는 계속 몸담을 건가. 대학에 입문할 생각은 없나.앞서 언급했듯이 박사과정은 연구소 때문에 시작하게 된거다. 현재로써는 다른 길을 생각해 본 적은 없다.-포부 한 말씀.숙제를 끝냈으니까 배운 것 제대로 써 먹어야 하지 않겠나.(웃음) 사실 정책연구소 연구과제를 선정하면서 약사나 약사회는 역차별 당했다. 객관성을 담보하자는 차원에서 되도록이면 관련 연구를 자제하거나 기피해 왔던 거다. 앞으로는 의약품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만큼이나 의약품을 다루는 사람들, 특히 약사의 사회적 역할 등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다.여기서 성대약대 특수대학원인 보건사회약학과의 가치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약학은 그동안 인체와 약물과의 관계를 주로 연구했지 이것을 다루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접근을 시도해 볼 기회가 많지 않았다. 보건사회약학과는 약학의 이런 사회적 가치에 대한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사실 이런 움직임은 중대약대와 숙대약대에서 먼저 시도됐다. 이의경 교수 등의 역할이 컸는데, 아쉽게 박사과정까지 발전해 나가지는 못했다. 성대 보건사회약학과는 후발주자이기는 하지만 이를 실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지옥표 교수가 발의했고, 정규혁 교수가 체계를 세웠다. 그리고 이의경 교수는 내용을 채워넣었다. 사회약학을 체계적이고 심도있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세 분 교수와 성대약대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2009-08-26 06:27:59최은택 -
"빵 한 봉지로도 천사가 될 수 있어요"서울 동작구 대방동에는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주변의 소외받는 어르신이나 아이들을 찾아 나서는 천사들이 있다.유한양행 생활건강사업부 봉사활동 동아리 유천사 회원들이 묵묵히 날개없는 천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들은 남들처럼 거창하게 이벤트를 마련하지는 않지만 퇴근 후 따뜻한 빵 한 봉지를 들고 어르신들에게 말 동무가 되기도 하고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는 엄마, 아빠 역할을 마다하지 않는다.‘유한의 정신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줄임말인 유천사는 3년째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지난 2006년 말 한해를 마감하는 회의에서 “세상이 너무 각박해서 천사가 멸종된 것 같다”는 누군가의 탄식에 ‘유한의 천사’가 되자고 시작한 봉사활동이 어느덧 3년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유천사 회장을 맡고 있는 손정수 차장은 “결코 1회성이거나 생색내기 형식의 봉사활동은 하지 않으며 마음으로 다가가는 봉사활동을 실천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고 소개했다.43명으로 구성된 동아리 회원들은 자비를 털어서 전국 각지에서 관내 독거 노인과 방과 후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비롯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최근 진행한 봉사활동만 꼽아보면 서울 회원들의 영등포 지역 독거노인, 결손가정 아이들을 위한 활동, 대구역 노숙자 무료급식 지원활동, 경기도의 수원연무복지관, 대전의 중촌 사회복지관, 전남의 벧엘타운 노인무료 요양원 봉사활동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전국 각지에 유천사의 따뜻한 손길을 건네주고 있다.여기에 지난해 영등포 관내 우수봉사 단체로 선정된 것은 보너스.유천사는 한 번 찾아가 돌봐주고 끝내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내 부모님, 내 아이들처럼 챙기려고 노력한다. 한 복지사는 “많은 기업들이 찾아왔지만 2년을 넘게 함께 한 단체는 유천사가 처음이다”고 추켜세우기도 했을 정도다.또한 3년째 같은 곳을 찾아가다 보니 어르신들이 봉사단을 친 자식처럼 대해주고 아이들이 엄마, 아빠라 부르기도 한단다.손정수 차장은 “퇴근 후 시간이 있을 때면 빵 봉지 하나라도 사들고 어르신이나 아이들을 찾아 가려고 노력한다”며 이제는 그의 삶에서 봉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됐다고 설명했다.때때로 복지관 아이들과 아이스링크에서 스케이트도 타고,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를 즐기고,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함께 한 시간이 더 이상 행복할 수가 없었다고 그는 뿌듯해했다.유천사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봉사활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계획이다.손 차장은 “주말을 이용,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시간상 제약이 있는 게 사실이다. 앞으로는 점심시간에도 짬을 내 무료급식과 같은 어려운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을 펼침으로써 오랫동안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고 소박한 포부를 내비쳤다.2009-08-24 06:25:54천승현 -
"분투하는 심장들, 소설에 담아요"침몰하는 운명에 맞서, 말살 직전의 자아를 스스로 구출해 낸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 시대 분투하는 청춘들의 심장을 쏘아올린 작가가 있다.원고료 '1억원' 짜리 문학상의 주인공이면서 표면적으로는 문학과 동떨어진 개인사로 첫 시선을 끌더니, 이내 ‘작가 정유정’의 치열한 내면으로 타자를 빨아들이는 그 자신의 캐릭터가 도입부보다 강렬한 자작 소설의 결말을 닮았다.간호사 출신 심평원 심사직으로 근무하다 전업 작가로 전향, 문학적 활주로에 승부수를 던진 '소설가' #정유정 씨(43).소위 문학의 본류에서 비껴나 스스로 쓰고 읽는 자기훈련만으로 작가의 삶을 개척해 온 그는 무명 7년만에 장편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로 제1회 세계 청소년 문학상(2007)을, 최근 신작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2009)을 수상한 저력의 소유자다.'황야의 부름' 그리고 '그 새벽의 울음' 사회적으로는 '간호사'라는 수식을 먼저 달았지만, 그 자신의 문학적 태동은 이미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교내 '글쓰기 대표선수'로 각종 대회에 나섰던 유년시절부터 '싹'을 틔웠던 것이지만, 폭발적인 각성은 1980년 5월, '광주 항쟁'의 상흔이 선연했던 어느 새벽에 일어났다."도청을 점령한 시민군을 진압하러 공수부대가 포위망을 좁혀오던 밤이었어요. 하숙집 식구들이 '삼겹살'로 마지막 만찬을 나누곤 도청으로 가는 트럭에 올랐어요. 내일이 되면 누가 살아 돌아올 지, 무엇이 남을지…그땐 그런 시절이었죠."당시 고등학생이던 정 씨는 중학생 남동생과 빈 하숙집을 지켰다. 귓전에 박히는 총성을 애써 지우며 이불을 둘러덮고 옹크렸던 밤, 빨리 잠들자며 집어든 '어려운 책' 한 권(켄 키지의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은 그의 세계관을 바꿔 놓았다.유년시절 '황야의 부름'(잭 런던)을 읽으며 막연하게 키워왔던 작가의 꿈이 확연해지는 각성, 극한의 공포를 견디고 난 그 새벽의 울음, 대포알같은 충격…. 그것은 작가라는 정체성을 정유정의 운명에 각인해야 할 피할 수 없는 이유가 됐다.'열 한살 정은이'에서 '내 심장을 쏴라'까지 데뷔한 배경은 어쩌면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문학적인 통로를 몰랐기 때문에 한 줄의 '변'도 없이 출판사에 원고를 투고하기 시작했고, 드라마틱하게 편집자의 눈에 띈 것이 출판으로 이어졌다.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 '창고'로 실려가던 무수한 원고 더미 속에서 운반 중 우연히 일어난 '행운', 자전적 성장소설 '열한 살의 정은이'는 그렇게 빛을 봤다.소설적 틀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처녀작이지만, 특유의 유머감각과 재치, 흡입력 자체로 가능성을 내포했던 그의 첫 발자국인 셈이다.이후 정 씨를 문단에 정식으로 소개한 작품은 2007년에 나온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다. 정유정 작가의 작품활동 2000.8 열한 살 정은이(밝은세상) 2002.5 이별보다 슬픈 약속(밝은 세상) 2004.2 마법의 시간(밝은 세상) 2007.7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비룡소) :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2009.5 내 심장을 쏴라(도서출판 은행나무) : 제5회 세계문학상 '제1회 세계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학교와 가정의 테두리를 벗어난 성장소설로, 등장인물의 모험기를 독특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작가 스스로는 사변적 문체를 깨고 허구의 세계를 구축할만한 본격적 역량을 기른 작품으로 의미를 둔다고 했다.그리고 2년만에 나온 작품이 바로 최근 원고료 1억원 상당의 '세계문학상' 수상으로 화제를 모은 '내 심장을 쏴라'다.정신병원을 탈출한 두 젊은이의 치열한 '자아 탈환기'를 그린 이 작품은 간호사 이력을 십분 발휘한 사실적 묘사로도 돋보이지만, 작가의 진중한 주제의식과 탐구정신을 특유의 유머러스한 기지로 재입증해내 문단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한 번의 수상에 안주하지 않고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태도로 성인문학 데뷔식을 치렀다는 점에서 또 한번의 수상력 이상의 '기록'이 될만하다.'내 심장을…' 탈고까지 정 씨는 1500매 짜리 원고를 세 번이나 다시 썼다.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를 모욕하지 않겠다는 자기검열, 정신분열적인 화자를 내세워 인간의 자성과 아픔을 말하려는 힘겨운 싸움의 산물이었다.장르 아우르는 '진짜 입담'으로 제2, 제3의 자아탈환 꿈꿔그런 면에서 정 씨는 '처녀작'을 세 편 가진 작가다.무명의 처녀작 '열한 살 정은이', 등단작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성인문학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른 '내 심장을 쏴라'로 이어지는 성장사가 작가 정유정의 자기 탈환기를 대변하고 있다.정 씨는 다 풀어내지 못할 마음의 비밀을 간직한 듯 "긴 세월을 돌아 문학으로 돌아왔다"면서 "힘들게 보낸 청춘을 투영한 작품으로 분투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등을 두드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신작을 내고 얼마간 칩거하면서 구상한 작품에서 정 씨는 경쾌하고 밝은 색체에 가까웠던 작품색을 지우고 '연쇄살인'을 다룬 스릴러에 도전한다.본격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그만의 독특한 입담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소설 속 주인공을 통해 열렬한 '자아 찾기'를 독려했던 그의 또 다른 '처녀작'이 독자들의 심장을 겨눌 차례다.2009-08-20 06:16:02허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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