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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 헬기로 황혼의 꿈 날려요"

  • 허현아
  • 2009-11-26 06:30:34
  • 최웅찬 심평원 감사실장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오르는 꿈…. 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 쯤 그려볼만한 환상적 상상력을 날마다 하늘로 쏘아올리는 사람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최웅찬 감사실장(58). 그는 정년을 앞둔 나이에도 헬리콥터, 비행기, 로봇 탐구에 열광하고 동네 아이들의 '키다리 아저씨'로 유명세를 치르는 멋쟁이다.

모형헬기 조립부터 조종에 이르는 난코스는 모두 독학으로 해결했다. 깨알같은 설명서와 씨름하면서 교과서적 '조립'에 성공했다고 해서 '조종의 묘'를 쉽사리 섭렵할 수는 없는 법.

가족과 이웃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집으로, 자택 근처 공터로 자리를 옮겨가며 최대한 '조용한 비행'을 시도했지만, 처음에는 돌발사고도 만만치 않았다.

옆집 베란다로 헬기가 추락하거나, 달리는 차 위로 비행기가 활주할 뻔한 아찔한 순간을 피하려, 아파트 주차장에서 연습을 하다 놀란 경비원의 호출을 받은 일화도 있다.

2년여 독학 끝에 왠만한 모델과 조종기술을 터득한 그는 때문에 넓은 비행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모형 비행기 대신 좁은 공간에서 이착륙이 가능한 모형헬기를 즐겨 조종한다.

하지만 어딜 가나 몰려드는 어린이들의 행렬은 피할 수 없다.

실물과 흡사한 비행체를 조종하는 최 실장의 여유만만한 모습은 어린이들에게 그야말로 선망과 존경의 대상.

동네 꼬마들이 달려나와 꾸벅 절을 하거나, 어느새 곁에 몰려와 똘망똘망 눈을 맞추는 풍경도 이제는 일상의 일부가 됐다.

어린이들은 헬기나 비행기 뿐 아니라 출퇴근길 자가용 안에서 핸들을 잡은 최 실장의 모습까지 귀신같이 알아보고 차창 밖에서 인사를 건넨다.

최 실장의 조종 모습을 참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도전한 아이들은 고장난 조립품을 들고 와 수리를 부탁하기도 한다고.

최 실장은 "남자라면 나이가 많든 적든 공상과학을 동경한다"면서 "단순한 취미활동에서 나아가 과학적 원리와 창조적 사고를 깨워 주니 새롭고 신선하다"고 말했다.

매뉴얼에 갇힌 피상적 조립의 틀을 깨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체득하는 희열은 무엇에 비할 수 없다.

최 실장은 "한 테마를 가지고 집요하게 탐구하면서 길을 찾가가는 과정이 어려운 업무에 몰두하다 번뜩 아이디어를 캐치하는 과정과 유사하다"면서 "교과서대로만 하는 게 아니라 깊이있는 사고 안에 해답이 있다는 진리가 사소한 일상과 업무를 관통한다는 사실이 때때로 흥미롭다"고 말했다.

소형 헬기에 입문하는 초기 비용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제는 온라인 동호인들과 정보나 부품을 교환하면서 알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도 갖췄다.

"(자잘한 것은 빼고)쓸만한 모델은 5대 정도 가지고 있어요. 도전에는 나이가 없는 것이니 적당한 장소를 찾으면 단번에 사선으로 뻗어나가는 모형 비행기조종에, 로봇 조립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최 실장은 아끼는 후배들이 초심을 잃고 권태를 느끼거나 느슨해 지는 낌새를 채면 1:1 끝장토론을 벌이며 "똑바로 일하라"고 호통칠 정도로 직설적이다.

정년을 코앞에 둔 때문인지, 요즘들어 재능있는 후배들을 향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그는 "열정과 미지의 호기심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잠재력을 하나로 묶어주는 무기가 아니냐"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면서 창조적인 사고, 긍정적 생각을 늦추지 않길 바란다"는 말로 충고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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