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인상 '+α' 윤활유는 부대조건…페널티 없인 NO
- 김정주
- 2016-05-30 12: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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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단 "먼저 제안하지 않을것"…의약 벤딩 와일드카드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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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르는 수가인상치를 놓고 공급자는 "저수가"를 외치고, 가입자는 "근거 없는 퍼주기"라 비판한다. 중간에서 건보공단은 각기 다른 비난을 그대로 받을 수 밖에 없다. 같은 수치를 놓고도 가입자와 보험자, 공급자의 시각차는 현격하게 다른 것이 수가인상률인 것이다.
수가인상률을 협상할 때 공급자 협상단은 한정된 벤딩 안에서 최대한 많은 점유율을 얻기 위해 몸부림친다. 패를 쥔 보험자 협상단에게 통계치와 연구자료, 심지어는 요양기관들의 회계자료까지 제출해 성의를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자의 입장은 다르다. 5개 요양기관 유형에 보건기관, 조산원까지 총 7개 유형에 건강보험재정을 지급하면서 가입자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쉽게 내줄 순 없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수가협상의 부대합의조건이다. 말 그대로 협상 당사자 양 측의 의사대로 단서조항을 달아 인상률에 합의하는 것이다.
유형별 수가협상, 역대 최고 부대조건…약품비 절감도 가능성 입증
학계와 정계, 가입자와 보험자 등 각계에서 가장 실효성 있고 '드라마틱' 한 부대조건으로 꼽히는 것은 단연 2007년 합의한 유형별 수가협상 시행조건이다. 건강보험 통합 이후 공급자들는 각 유형의 특성 없이 '보험자 대 공급자' 구도로 협상을 일원화 했었다.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는 빈익빈 부익부, 즉 추가소요재정의 병원 쏠림 현상이었다. 예를 들어 전 유형에 관계없이 2% 인상에 합의했다면 이듬해 수가 인상률은 병원도 2%, 치과의원도 2%, 약국도 2%가 된다. 또 협상에서 1%에 합의했다면 병원도 1%, 약국도 1%, (한)의원도 1%가 되는 구조다.
추가소요재정에서 수천억원을 가져가는 병원과 비교해 불과 몇분의 1수준인 약국·치과·한방은 충분히 억울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해득실을 따진 의약단체들의 역사적 합의가 성사될 수 있었다.
이 때만 해도 각 의약단체들은 유형별 수가협상이 공급자 협상력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유형별 제로섬 경쟁을 부추겨 사분오열시키리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2009년 당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건보공단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자동으로 건정심으로 넘어가 병의원 수가인상률 안건을 논의했다.
이 때 건보공단은 최종 협상안으로 병원 1.2%, 의원 2.7%를 제시했었지만, 건정심에가서 약품비 4000억원 절감을 조건으로 각각 1.4%, 3%로 소폭 인상해서 통과시켰다. 건정심이 건보공단 최종 제시안보다 인상률을 높여준 유일무이한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당시 재정위 관계자는 "목표액수를 명확하게 설정했고, 실패할 때 그 책임이 뚜렷하게 수치로 나올 수 있는 세밀한 조건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의병협은 이 합의 내용에 반발하는 회원들의 비협조로 결국 10분의 1 수준의 절감성과 밖에 내놓지 못했고, 차기 수가협상에서 불이익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부대조건 실효성에 있어서 일정부분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부대조건의 쓴맛을 톡톡히 본 의병협은 현재까지도 회원들의 트라우마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고, 이를 간접적으로 체험한 다른 단체들도 수가협상에서 이렇다 할 유의미한 부대조건은 애써 피하는 형국이다.
다만 2012년 건보공단과 약사회는 약국 대체조제 200배 끌어올리기를 조건으로 내걸어 제도 활성화와 약품비 절감을 동시에 꾀하는 시도를 했지만, 두루뭉술한 합의 내용으로 실패는 예정된 일이었다.
결국 이 부대조건은 1년반 가까이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수포로 돌아갔고, 그 책임은 현재까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
"형식적 부대조건에 신물난다" 가입자·재정위 외면
부대조건으로 홍역을 치른 공급자들은 수가협상에서 '회계 투명화 협조'나 '노인의료비 절감 노력' '예측가능한 지불제도의 구체적 모형 공동연구' 수준의 형식적인 부대조건에만 합의했다.
그러나 부대조건은 수가협상을 원활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윤활 역할 외에도 효과 있는 결과를 전제로 한 '+α' 인상이 내포돼 있기 때문에 가입자와 재정위, 건정심은 이 같은 부대조건에 냉소적이다.
건보공단이 협상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부대조건을 내걸어 건보재정을 퍼주고 있다는 가입자 단체들의 비난은 해마다 수가협상 종료 후 나오는 래퍼토리 중 하나가 될 정도였다.
이에 따라 재정위는 본격적인 수가협상 전, 형식적 부대조건을 공단 측에 엄금하고 있다. 이후 건보공단이 연구해 온 목표관리제가 단골 부대조건으로 등장했는데, 합의와 동시에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전으로 의약단체 입장에서는 사실상 총액계약제로 인식되고 있다.
2014년 협상 당시 공단은 이 기전을 부대조건으로 처음 등장시킨다. 공단은 전 유형이 목표관리제를 수용하는 조건을 내걸고 부대조건 수용을 요구했지만, 의협이 협상 막판에 가서 부대조건 없는 조기 타결을 강행, 자동소멸시켜 유야무야 됐었다.
이후에도 재정위의 강력한 요구로 목표관리제가 협상에서 재등장하면서 유형별로 부대조건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이에 따라 공단은 올해만큼은 부대조건을 먼저 제시하지 않을 계획이다. 부대조건을 보는 가입자-보험자-공급자 시각이 현저히 다르고, 유형별 수가협상이 성숙해진 현재 부대조건 실패에 대한 책임소재 논란이 일면 공단 또한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상최대의 누적흑자분이 쌓이고 7000억원대 벤딩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만큼, 굳이 보험자가 나서서 부대조건 합의를 제안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현재 일부 공급자 협상단에서 막판 변수와 난항을 고려해 부대조건을 최종 '와일드카드'로 고민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가협상에서 부대조건에 합의하는 유형은 파격적인 '+α'를 받되, 그만큼 책임을 명확히 가릴 수 있도록 정교한 설계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종의 보험자-공급자 간 위험분담 방식의 수가계약인 셈인데, 공급자가 일회성으로 추가인상을 노리는 전략을 차단하기 위한 방책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협상 막판에 이르렀을 때 챙겨봄직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이는 예년처럼 '협조' '노력' 등 실효성 없이 두루뭉술한 부대조건은 아예 수용되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즉, 부대조건 이행에 실패하면 페널티가 뒤따른 다는 것을 전제하고, 페널티는 차기 협상에서 차감된 수가인상률을 받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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