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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공격적인 복약지도를 펼쳐라약국 복약지도가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SBS는 22일 모닝와이드라는 프로그램에서 "약국 20여곳 중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에 관해 복약지도를 해주는 곳이 없었다"고 밝혔다. 일반약을 약국에서 사나, 슈퍼에서 사나 복약지도를 안하기는 마찬가지인 만큼 슈퍼판매 역시 문제될 것이 없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그렇지만 이는 신호 등을 지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아예 신호 등을 없애자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황당한 비약이다. 문제는 신호등을 지키도록 강조해야 옳지, 이참에 아예 신호 등을 뽑아 버리자고 주장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다 의약품 안전성이 이토록 땅에 떨어졌는지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방송에 나온대로 진통제를 대량 건네는 약사를 소비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슈퍼판매를 해도 좋다는 엉뚱한 주장과 별도로 분명 문제가 심각한 사안이다. 해당 약사는 응당 "누가 드실건가요? 한꺼번에 왜 그렇게 많이 사시나요?"라고 물었어야 했다. 그리고 소비자 답변에 문제성이 발견된다면 이 때야 말로 진지하게 약물과 복용 등에 관해 조언해야 했다. 약국에만 있다고 해서 의약품이 갑자기 안전해 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안전하게 의약품을 쓰도록 조언자 역할을 충실히 할 때 비로소 의약품 안전성이 확보되고 전문가가 존재해야할 이유를 인정받게 된다.이같은 주장을 펼치면, 그동안 음지에서 성실하게 복약지도를 해온 약사들은 피를 토할듯 억울함이 밀려 들것이다. 그래서 복약지도는 약사 사회 전반의 도도한 문화로 형성될 때만 소비자들에게 그 가치를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소비자들의 단순한 시각으로 파악할 수 없는 복잡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일반의약품 지명구매가 대표적이다. 지명구매를 하면, 대부분 약사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못한다. 하지만 전문가 코멘트가 필요한 지점은 바로 여기다. 소비자들의 그릇된 인식에 파문을 일으켜 일깨워줘야 하기 때문이다. 만성질환자는 대개 같은 약을 반복적으로 복용하기 때문에 약사 못지 않게 약복용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런 경우에도 '요즘 약 드시는데 불편한 점 없으세요?'라고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약 복용을 놓고 약사와 소비자가 끊임없이 묻고 답변하는 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복약지도는 약사가 약사라고 불릴 수 있는 정체성의 최정점이다. 복약지도를 열심히 하는 일부 약국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복약지도는 따라서 약국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럴 때만이 복약지도료를 깎아야 한다거나 일반약을 슈퍼에서 팔아도 된다는 비아냥같은 도전으로부터 약사직능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약사법 한 줄이 약사직능을 지켜주던 시절은 이미 가버렸다. 약사법은 소비자들의 필요성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같은 복약지도를 문화 수준으로 끌어 올릴수 있는가. 두말할 것 없이 대한약사회다. 슈퍼판매를 종교적 신념처럼 밀어붙이는 정부와 맞서 고군분투하느라 역량이 달리겠지만, 결코 미뤄둘 사안이 아니다.2011-11-22 12:24:4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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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음을 열어준 그 여약사의 한마디기온이 모처럼 영하로 떨어진 오늘 오전 이비인후과에 들렀다."어디가 불편하세요?""감기에 붙일 수 있는 모든 증상입니다.""하하. 그러니까 콧물, 재채기, 기침, 미열, 두통, 몸살, 오한 다인가요?""네""한번 봅시다, 다행이 초기라서 심하지 않은 편이네요. 3일치 처방할테니 상황보고 한번 더 들르시던가 하세요."입을 벌려 호흡기 치료를 하고, 처방전을 받아 나섰다. 2층서 내려오다 보니 지하 약국을 안내하는 광고판이 보였다. 지나쳤다. 몸살 때문에 계단을 내려갔다 올라오는 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약국같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거리 주변 약국에 들렀다.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어서 그런지 약국안은 다소 한산했다. 채 5분도 지나지 않아 그곳 복약지도 전담 약사는 나를 호명했다. 이름이 낮설게 들렸다."아침과 저녁에 먹는 약에는 콧물을 줄여주는 슈다페드, 해열진통 소염작용을 나타내는 디캐롤정, 기관지염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아이빅스정, 역시 기관지염증을 잡아주는 아세필린캡슐이 다 들어 있어요. 그런데 점심에는 아세필린 캡슐이 안들어 있거든요. 그러니 시간이 애매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지금 아침 약을 드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아침은 먹었지만 그래도 빈속에 먹어도 괜찮을까요?""이 약들 중에 속을 아프게 하는 건 특별히 없어요. 혹시 위장병 있으세요?""없는데요.""그렇다면 식간에 드시는 것도 상관없겠어요. 다만 중요한 건 지금 드시면 다음 약은 최소 5시간 이후에나 드셔야 합니다. 아셨죠?""네." 착한 어린이처럼 대답했다.언제부터 약을 먹기 시작해야 할 지 함께 고민해줬다는 믿음 때문일까? 뜬금없이 이 약사의 마음이 따뜻하지 않을까 상상했다. 평소 궁금증을 한두개 더 물어보아도 환영받을 것같았다. 싫은 내색없이.지금 국회에서는 의약품 안전성이라는 가치와 슈퍼판매라는 편의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자본과 결탁한 편의성은 '안전성'을 즉시 내팽겨쳐도 조금도 아쉬울 것없는 그야말로 별것 아닌 것으로 몰아쳤다.이 과정에 약사와 약국의 복약지도가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이 약사처럼 환자들의 마음을 활짝 열어 놓는다면 약국의 복약지도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열어주는 과정에서 귀를 기울이지 않을 환자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약가인하로 인해 제약회사들에게 새로운 동기가 부여돼 일반의약품이 재조명되고, 약국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들 하지만, 갑자기 결실을 기대할 수는 없다. 환자들이 귀를 활짝 열어 들어줄 수 있도록 약사와 약국이 사랑과 정이라는 쟁기로 먼저 밭을 갈아야 할 것이다. 그 다음이 파종이고, 육묘며, 수확이니 말이다. 약사의 전문지식이 아무리 많다한들 환자 마음의 문이 잠겨 있으면 다 허사다. 상품보다 마음을 우선 전해야 하는 이유다.2011-11-21 12:2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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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슈퍼판매 포퓰리즘에 맞서라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일반의약품 슈퍼판매와 관련한 약사법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 중에는 다루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청이 담당하고 있는 재분류 문제가 선결되지 못한데다 국민 편의성으로 포장된 포퓰리즘이 극성을 부리는 상황에서 굳이 국회가 이 문제를 성급하게 처리할 하등의 이유는 애초부터 없었다. 국회는 의약품 안전성과 슈퍼판매 포퓰리즘을 구분해 내는 마지막 관문이니 앞으로도 이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급할 때 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하나 마음대로 못먹느냐는 논리로 시작된 일반의약품 슈퍼판매 규모는 생산금액 기준으로 1조원을 상회할 만큼 부풀어졌지만 의약품 안전성에 관해서는 충분한 토론이나 과학적 검증이 뒤따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슈퍼판매론자들은 국민 절대 다수가 슈퍼판매를 찬성한다는 설문조사를 들이대지만, 이는 국민들에게 의약품 부작용의 위험성을 알리지 않은 채 편의성만 강조된 설문 결과일 뿐이다. 설문결과가 중요하다면 국민 100만명 슈퍼판매 반대 서명도 동일 선상에서 감안돼야 한다.일반의약품이든 전문의약품이든 모든 의약품에 있어 100% 안전한 의약품은 없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을 거쳤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 조건을 통과했다는 의미일 뿐이다. 그래서 의약품은 전문가들에 의해 안전하게 사용돼야 하는 물건이다. 슈퍼판매 포퓰리즘이 몰아치기전 의료계 인사들은 "일반의약품을 약국에서 함부로 구입해 먹다가는 큰일 난다"고 경고해 왔다. 약사가 있는 약국에서도 위험하다는 것이 일반의약품인데, 슈퍼에서 사먹으라고 강권하는 정책은 대체 뭐란 말인가.의약품 전문가라고 자부해온 5만 약사들도 전면에 나서 싸워야 할 것이다. 이는 이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약학을 배워온 전문가의 자존심으로 100% 안전할 수 없는 모든 의약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해 투쟁해야 한다. 특히 약국 방문객들에게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관한 복약지도를 철저히 해 국민들마음속에 안전에 관한 각별한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의약품을 새 수익모델로 삼으려는 세력이 있는 한 이 문제는 올해를 넘기더라도 또다시 불거질 수 밖에 없다.2011-11-18 06:4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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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약사와 병원약사의 희극과 비극개국약사들의 지금 심정은 어떨까? 마치 살얼음판이라도 걷고 있는 기분이 아닐까?일반약 슈퍼판매 논란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한미 FTA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약사들의 눈과 귀는 또 다른 약사법 개정안에 쏠려 있다.대한약사회는 이미 비상대기조 운영 계획을 확정했다. 상근임원들도 언론과 국회에 항??을 예의주시하며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그러나 같은 약사지만 병원약사들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보인다. 오는 19일 병원약사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와 병원약사대회 준비로 부산하다.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이니 만큼 풍성한 이벤트도 마련한 모양이다. 병원약사회도 행사일정과 공교롭게 겹쳐 버린 국회 일정이 원망스러울 것이다.이에 개국약사들은 이래서 자영업자보다는 직장인이 좋은 것 아니겠냐며 약국은 제도변화에 직격탄을 맞지만 월급을 받는 병원약사들은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일부 약사들 사이에서는 쓴소리도 나왔다. 상당수 병원약사들이 잠재적인 개국약사인데 너무 남일 보듯이 한다는 것이다.서울 양천구의 P약사는 "일반약 슈퍼판매 문제는 약국만의 문제가 아닌 의약품 안전성의 문제인데 병원약사들의 목소리가 크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웠다"고 전했다.개국약사와 병원약사. 언제부터인가 약사사회에서 분명한 선 긋기가 시작된 것 같아 너무 아쉽다.2011-11-18 06:35:00강신국 -
도매-약국, 적정결제 합의점 찾아야충남지역 약국과 대형 도매상 사이에 결제방식과 회전기일을 둘러싸고 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 대신 현금으로 결제하면서 결제기일(회전일)을 늦추겠다고 일부 약국이 주장하자 도매상들이 그렇다면 의약품 공급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맞대응하는 구도다. 도매 약국 할 것이 없이 경제적으로 강팍해지는데서 불거진 갈등이 아닐 수 없다.약국 입장에서 보면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를 쓰고, 도매로부터 1.8% 금융비용을 받아도 카드 마일리지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고 나면 굳이 이 카드를 써야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반대로 도매상의 경우 약국이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를 쓰면, 카드수수료가 일반카드에 비해 낮은 만큼 득이되는 측면이 있다. 도매에게 더 좋은 것은 현금결제지만, 반면 결제기일이 늘어지면 부담을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이를 반길수만은 없는 처지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그렇다고 한다면 양측 모두 차선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마치 제로섬게임 같아서 한쪽이 득을 보면 필경 한쪽은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게임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자신의 어려움을 상대방으로부터 만회하려한다면 해답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약국이 현금결제하고 회전기일을 늦추는 경우 약업계 통상의 상거래로 볼때 몇개월 며칠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도매상은 산식으로 보여주고 납득시켜야한다. '다른 업종은 즉시 결제한다'처럼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만 내세우면 안된다.약국도 마찬가지다. 도매역시 담보를 내고 그 범위 안에서 제약회사에게 어음결제를 조건으로 의약품을 들여놓는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의약품 구매 전용카드를 쓰는 것이 손해라고 현금결제를 앞세워 회전기일을 마냥 늘려달라고 요구해서는 답을 얻을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회전기일은 철저하게 제약사부터 도매, 약국까지 연동되는 부분인데 각자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요소를 내세울수 없다는 뜻이다. 약업계의 현행 룰에 맞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공급중단과 전체 약국의 결제 연장같은 집단적 대립으로 가서는 곤란하다.2011-11-16 12:24:4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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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이 다르다'는 공단 새 이사장건강보험공단을 이끌어갈 새 사령탑에 김종대 전 보건복지부 실장이 낙점됐다.김 새 이사장은 보건복지부가 15일 오후 임명을 공식 발표하자마자 공단을 찾아 속전속결로 취임식을 끝마쳤다.여당과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들의 거센 반발 속 두 달만의 일이다.사보노조의 거센 반대와 방문 저지 등 실력행사를 의식한 눈치보기 처사라는 일각의 분석도 나오는 등 이번 김 이사장의 공단 입성을 둘러싼 각계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그도 그럴 것이 김 이사장은 공단 통합 전 당시 친인척의 조합 취업 특혜 의혹을 산 바 있는 데다가 복지부 실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통합 반대 주장을 굽히지 않아온 행적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 및 노조단체들의 극렬한 비판을 받아 왔다.그만큼 김 이사장의 건강보험에 대한 시각은 현재 공단의 위치와 그간 단일보험제도를 지지해온 정형근 전 이사장의 입장과도 정면 배치되는 부분이 상당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때문에 직장과 지역 가입자 간 건보료 형평성 문제에 대한 통합-분리 이데올로기에서 부터 심평원의 급여 심사권에 대한 2중규제 문제 등 김 이사장의 주장은 앞으로의 공단의 정책수행 방향성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을 예측가능하게 한다.김 이사장이 15일 취임사를 통해 "입장과 노선이 다르단 이유로 상대방을 저열하게 비방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항변한 것은 이를 충분히 방증하는 대목이다.늘어가는 노인인구와 약제비 증가, 한정된 재정으로 해마다 적자 폭을 우려하는 공단이 앞으로 짊어져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국민 저항과 보장성 강화 요구, 바뀐 약가제도에 따른 신약 협상문제, 해마다 치러야 하는 보건의료 공급자 단체들과의 지리한 수가협상, 장기요양제도의 부작용 최소화, 4대 보험 징수관리 등 공단이 더욱 고도화시켜야 할 업무들이 이에 속한다.영리병원 허용 등 의료민영화 파고가 직면한 상황에서 통합된 단일보험자로서의 의식이 확고하지 않다면 이 같은 난제들은 결국 파고를 맞을 수 밖에 없다.수백개의 직장과 지역 조합을 통합해 만든 현재의 공단은 효과적인 보장성 강화와 보편적 복지를 궁극의 목표이자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김 이사장의 통합 공단 취임이 각계의 우려를 더욱 증폭시키는 이유일 것이다.취임식에서 조차 "노선이 다르다"고 밝힌 김 이사장이 통합 공단의 수장으로서 안게 된 가장 큰 숙제가 여기에 있다.2011-11-16 11:14:19김정주 -
[칼럼] 약사가 잊은 따뜻한 그 두마디 '누가, 왜'약국 문턱이 낮다고 할 때 그 의미는 친근함과 따뜻함이었다. 물론 실효적인 1차 보건의료 역할을 이르는 말이기도했다. 약국은 누구라도 드링크 한병 맘편히 마시고, 스스럼없이 가족들의 건강 이야기를 나누며, 이런 저런 말이 섞였 넘쳤던 대화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요사이 문턱이 낮다는 말에는 따뜻함 대신 부정적 느낌이 강하게 묻어난다. 방송국 카메라가 쉬 숨어들고, 파파라치가 활개를 치며, 생활 잡범이 몰려드는 공간이다. 약국은 유리상자가 됐다.처방과 조제가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처럼 획일적으로 돌아가는 의약분업 시대는 '식후 30분'이라는 무정한 말을 만들어냈다. 이제 이 말은 약국과 약사를 조롱하는 말이 돼 약사들의 가슴을 할퀴고 있다. 복약지도료를 깎아야한다고 약사 집단을 공격할 때 이 말은 잔인하게 동원되는 첨병이다. '식후 30분'은 타협의 산물인지 모른다. 의약분업과 함께 복약지도가 강제화된 후 이 자체를 낯설어 하는 환자들에게, 잠시도 기다리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뭔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편한 말이었기 때문이다.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연중 365일 돌아가다 보니 약국이, 약사가 따뜻한 두 마디를 잃어버렸다. 방문객이 진통제, 초기 감기약, 소화제 등을 사겠다고 할 때 약사들은 으례 말을 걸었다. "누가 드실건데?(방문객 나이 등 상황따라 다르지만)" "왜 어디가 아픈데?"라고. 짧은 이 대화가 확장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복약지도의 길이 열렸다. 하지만 마음의 문을 여는 이 짧은 대화가 "이 약에는 ㅇㅇㅇㅇ이라는 성분이 있는데…"라는 전문지식 중심의 말로 대체되고 나서 약국과 고객은 더 이상 대화를 진전시킬 필요가 사라진 철저한 타자가 되어 버렸다.개인적 성향이기는 하겠지만, 한 치과를 20년 이상 단골로 드나들고 있다. 별로 드러나게 친절하지도 않은 이 의원만 대 놓고 다니게 된 것은 순전히 인간적 믿음 때문이었다. '이빨 서너개는 발치해야 한다'는 고민을 안고 찾아 갔을 때 이 곳 의사는 " 그냥 쓰세요"라고 말했다. 그 이빨들, 20년이 지났는데 여전히 문제없다. 이 의사의 말에 전문용어라고는 한마디도 없다. 이전 의원에서 "브릿지라든지, 불규칙한 치열을 방치하면 예후가…"하고 장황했지만 마음을 연 한마디는 환자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처럼 느껴진 "그냥 쓰세요"라는 말이었다. 약국은 지금 '어서오세요'라는 말과 '안녕히 가세요'라는 말 사이에서 겉돌고 있는 '성분 중심형 이야기'에 앞서 정감과 신뢰가 묻어나는 한마디 말을 채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일반의약품에 관한 것이다. 전문약은 복약지도 준수항목이 있고, 처방전에 누가 왜 먹는 약인지 나와 있으니까 말이다.지금 약국과 약사들의 마음은 화로 채워졌거나 아예 비어 버렸다. 일방적 슈퍼판매 밀어 붙이기나, 멀쩡한 드링크를 강제로 슈퍼에 보내고, 의약품 관리료도 뭉턱 깎아 버렸기 때문이다. 방송도 약국을 뉴스처로 삼고 있다. 어느 한 구석 마음 붙잡아 둘만한 데가 없다. 의약분업 10년, 눈길한번 제대로 주지않던 제약회사들이 상황이 변하자 발빠르게 일반약 운운하며 약국에 입질하는 것도 못마땅하기는 마찬가지다.하지만 돌아보자. 슈퍼판매와 관련해 수고로움을 마다않고 서명해 준 100만명의 국민을 말이다. "소신에게는 아직 열 두척의 배가 있사오니…"같은 이순신 장군의 사즉생이나 결사항전이 아니더라도 약국, 약사에게는 국민이 있다. 그들의 마음을 잡는 두마디 "누가 드실건가요? 왜 드시려고 하는데요?"라는 말이 약국에 흘러 넘쳐야 할 것이다. 그럴때 만이 미완성의 말 OTC는 완결형이 될 것이다. 'Over The Counter, There is a pharmacist inside' 말이다.2011-11-15 12:24:48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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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 의사들이여, 고현정 말을 듣자"정치가 썩었다고 손가락질하고, 조롱하고, 수수방관할 때 정치인들은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정치인들의 종아리에 회초리를 쳐서 이나라의 주인이 누군지 알려주셔야 합니다."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대물'의 명대사로 꼽히는 고현정의 대사중 하나다.최근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방식(직선제, 간선제)을 둘러싼 논란을 보고 있자면 자주 생각이 난다.얼마 안되는 기간이라 하더라도 기자 본인이 보건의료계 기자 생활을 하면서 민초 의사들에게 느낀 공통 특징은 '무관심'이다.선택의원제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이 의사 커뮤니티에 아직도 올라오고 있고, 수가협상이나 지불제도개편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의협, 각 시도의사회 임원징 이외의 민초 의사에게 물으면 '모르쇠' 일변에 취재 의지가 꺽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젊은의사들이 직선제 사수를 위해 들고 일어섰다. 전공의협은 회비 납부거부를 통해 입장을 관철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공의협회의 대표성에 딴지를 건다.실제 잘나가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들은 협회 일에 관심이 없다. 바빠서, 피곤해서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대학교수들은 더 바쁘다. 외래에, 수술에, 학회일에 시간이 없다. 그렇지만 그들은 은둔고수의 포스를 놓지 않는다. 다 알고 생각하고 있지만 한발 물러나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덕이라 여기는 선비처럼 말이다.그렇지만 이들 모두 "일반회원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의협 및 시도의사회 대의원은 정치적으로 뭉쳐 자기들끼리 모여 다 해먹는다"고 입을 모아 비판한다.간선제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사들은 목소리를 내야할 때다. 의사들의 대표자인 의협 회장은 다수의 의사가 원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은 대표단체 구성의 대전제가 아닌가.2011-11-14 06:35:02어윤호 -
선택의 갈림길에 선 경만호 회장대한의사협회 경만호 회장이 지난 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으로 부터 1억원 횡령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300명이 넘는 의사 회원의 고발장 접수 이후 검찰에게 총 6건의 공소 혐의로 기소된 결과, 의학회장 유류대 지급과 1억원 비자금 조성 등 2건의 혐의에 대한 위법성이 재판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비록 개인 착복의 목적이 아닌 의협 회무를 운용하는데 있어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게 법원의 판단이지만, 문제는 징역형 이상을 선고 받았다는데 있다.현재 의료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은 의사 면허 취소 사유 가운데 하나다.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경 회장은 의사 면허가 취소되고, 결국 의협회장으로서의 자격이 자동 박탈된다.하지만 경 회장이 내년 4월말까지 남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소라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다.경 회장의 이번 판결은 형사소송이기 때문에 판결문 송달이 있은 날로부터 1주일 이내 항소장을 접수하면 된다.의협 집행부 또한 경 회장의 거취를 판결문을 받아 본 이후 결정하겠다고 이야기 한만큼 항소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만약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을 경우, 대법원 상고까지 생각하면 남은 임기는 마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 수 있다.그러나 회원들로 부터 고발돼 형사 소송까지 진행된 경 회장이 재판 결과에 불복, 항소장을 접수해 남은 임기를 이어가게 될 경우 쏟아지는 의사 회원들이 비난을 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경 회장이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2011-11-11 06:35:00이혜경 -
약사는 중산층의 마지막 파수꾼이다"서울 하늘 아래 밥 굶고 냉방에서 자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복지 서울 청사진이 드러나고 있다.보도에 따르면 이달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단체들과 민·관 합동 월동대책 추진반을 운영하며 서민 주거지역을 찾아가 월동 준비를 긴급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추진반은 쪽방촌, 거리 노숙인, 결식아동, 한부모 가정, 고시촌, 재개발 철거지 등 영세 서민들의 주거지를 현장 방문해 월동대책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며,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곧 정례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서울시장에 취임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신선한 충격을 주는 ‘박원순 표’ 복지정책을 여럿 발표하고 있다.시장에 취임하자마자 박 시장은 첫 서명을 2014년까지 초·중·고 전면 무상급식으로 시작해서,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을 발표하고, 시청 및 산하단체 비정규직 2000명의 정규직 전환, 택시카드 수수료 2.1% 단계적 인하 등 여러 복지정책들을 쏟아 내고 있다. 또 한미 FTA의 ISD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이에 대해 Mb정부는 5개 부처 장관들이 합동으로 과도한 반박 기자회견을 했다.전국적으로는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4대강 파괴가, 경제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서민경제 파괴가, 녹색이라는 이름으로 콘크리트 칠과 동반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에 현 MB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서울에서의 삶도 마찬가지다. 막대한 서울시의 예산에도 불구하고 보건의료 분야만 봐도 그 예산은 서울시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쓰이지 못하고, 서울에는 전국적으로 의료기관 수는 가장 많지만 오히려 공공적 의료서비스는 가장 적은 도시 중의 하나가 되었고 의료비는 가장 높고 건강 불평등은 심화된 도시가 되고 있다.더 이상 살기 힘들다는 분노와 외침이 사회전반 밑바닥에 가득하다. 이제 그 분노와 외침은 시민들이 직접 개입해 정치를 바꾸고 서울을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꿔야 한다는 각성과 실천으로 나아가고 있다.이런 요소들이 오랜 기간 시민사회에서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시민사회운동을 개척하고 앞장서서 투신해왔던 박원순을 시민들이 서울시장으로 만드는 원동력이 됐던 것이다.서울시 관계자는 "시가 월동대책에 신경써왔지만, 이렇게 대대적으로 추진반을 만들어 전수조사를 한 적은 없다"며 "박 시장의 공약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언급하면서 박 시장의 핵심 공약인 '시민생활 최저기준선' 확립과 '사회투자기금' 조성도 수순을 밟고 있다고 전했다.박 시장은 후보 시절 시장 임기를 넘어 2018년까지 교육과 복지, 의료 등에서 서울시민이 누려야 할 삶의 '최저선'과 그보다 한 단계 질 높은 '적정선'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서울시 복지건강본부 간부는 최근 OECD 기준에 맞춘 시민생활 최저기준선을 주거·여성·교육·보육·의료 등 8개 영역별로 각각 마련하고, 지역별 생활수준 격차도 반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시민들이 박원순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뽑은 이유는 그의 당선이 고소영, 강부자로 대변되는 일부 특권층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이 아닌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으로 가는 한걸음이며, 자본과 이윤이 주인인 1%의 세상에서 일반 사람들이 주인인 99%의 세상으로 바꾸는 첫 걸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우리 약사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언론에서도 약사는 박원순, 의사는 나경원 이라고 도식적으로 보고 있을 정도로 우리는 박원순 후보 쪽을 지지했었다. 민주당 편이냐 한나라당 편이냐를 떠나 공약으로 비교해도 이는 어쩔 수 없는 필연적 선택이었다.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의 공공적 보건의료서비스를 강화하고 24시간 전화상담 서비스를 통해 의료상담을 제공하며, 서민들을 위한 공립의료기관을 지켜내고, 의료인과 시민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또한 친환경 무상급식과 학교보건강화를 통해 건강한 학교를 만들 것이라는 공약을 내놓았다.약사사회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공의약정책이 슈퍼판매 대안으로도 작용할 수 있음을 이심전심으로 느꼈다.그리고 서울시에서는 야간 휴일 시간대 의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24시간 응급콜서비스와 야간. 휴일 클리닉 운영 공약의 이행을 위해 서울소재 보건소를 평일 늦은 시간과 공휴일까지 진료 부분을 운영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공의약 정책을 검토 중에 있다.이는 잘못된 정책과 엠비식 밀어붙이기 정책으로 시작된 슈퍼판매를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또 재계가 재를 뿌리려는 듯 일반약 약국외 판매 허용을 주장하며 국회를 압박하기 시작했다.재계는 국민생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의 소매점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조속통과 법안 33건(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 포함)에 포함시켰다.반면에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거나 기업부담을 늘린다며 이에 관련한 법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를 촉구하며 62건의 입법을 유보하라고 요구했다. 한마디로 99개 가진 자가 나머지 1개 마저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아직도 재계는 역사의 흐름을 모르는 것인지 아님 모른 척하는 것인지 그들의 속을 모르겠다.브레이크 없는 자본들의 지나친 탐욕에 반대해 전 세계로 번지는 오큐파이 열풍에, 오히려 잘 사는 선진국들이나 재벌들을 위한 FTA에 반대하는 촛불이 다시 일어나고 부자들만 대변한다고 여겨지는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도도히 흐르고 있는 데도 말이다.그럼 이렇게 박원순 시장의 시정과 MB의 국정이 어긋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MB정부는 이 나라의 중산층을 초토화 시키며 이미 갖은 자에게 더 주는 정책이요, 박원순 시장은 없는 자에게 - 부족한 자에게 재원을 먼저 풀자는 정책의 우선순위 차이다.그래서 유통재벌 언론재벌을 위한 SSM, 종편, 의약품 약국외 판매 등이 하나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 세계 차원에서는 더 잘사는 나라 위주로 경제를 재편하려는 과정이 바로 FTA, WTO 등이다. 박원순 시장은 반대로 소외층, 부족한 층을 우선한다는 측면에서 위와 같은 정책들을 내놓은 것이다.최근 들어서는 한나라당 마저 “부자정당 탈피”를 위해 사활을 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자와 대기업편만 든다는 지금의 이미지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고전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젠 민주노동당의 전매특허인 '부자 증세'까지 거론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그런데도 재벌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표면적으로는 국민 불편이란 명분을 내밀지만 의약품 슈퍼판매도 그들의 시장 확대 전략의 하나일 뿐이다. MB와 재계가 이를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다.하지만 이제 레임덕에 빠진 MB, 청와대에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반발하고 있고, 검찰도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으며, 국민들도 FTA를 통해 그리고 서민들의 업종인 통닭, 피자, 문구, 인테리어까지 파고드는 재벌들에 대해 비판의 각을 세우고 있다.약사법 개악저지는 단순히 약사들의 기득권을 지키는 것만은 아니다. 이 시대 중산층의 마지막 파수꾼으로서 다 같이 잘 사는 그리고 우리나라의 튼튼한 경제를 위해 나라의 허리를 이루는 중산층의 보호를 위한 사명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MB로 대별되는 세력보다는 박원순류의 세력이 양극화를 막아내고 우리사회를 진정 튼튼하게 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2011-11-10 10:37:0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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