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약사처벌, 쌍벌제이후만 엄단해야리베이트 수사가 활발해지는 만큼 처벌 대상자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처벌 대상자는 크게 리베이트 쌍벌제(2010년 11월 시행)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데 쌍벌제 이후 적발자는 예외없이 현행법대로 공여자와 수여자 모두 기소 처분되고 있다.반면 쌍벌제 이전 연루자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지는 애매한 영역에 남아있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은 23일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한 2차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쌍벌제 시행 이전 리베이트 수수 의료인은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리베이트 수수 사실이 확인된 의사 1644명 약사 393명에 대한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제 판단은 복지부의 몫이됐다.의약계 13개 단체는 지난 21일 오전 대한병원협회 주도로 추진된 리베이트 자정선언에서 리베이트 근절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전 과오는 그냥 지나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의 주장은 불법을 눈감아 달라는 것으로 들려 반발심을 살법하다. 그러나 적발된 리베이트 행태가 과거 불합리한 관행의 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측면도 전혀 없지는 않다.리베이트 쌍벌제와 자정선언이 갖는 의미는 미래투명한 거래를 담보하기 위한 장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쌍벌제 이전 과거를 소급해 문제삼고, 언론을 통해 국민 전반에게 제약산업과 보건의료계의 신뢰는 떨어트리는 것은 앞날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인지 모르던 시절의 모든 문제를 끄집어 내 상처를 입히는 것보다 쌍벌제 이후 문제를 엄단함으로써 법 기강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운전자들이 운행을 하면서 소위 '백 미러(리어미러)'를 통해 자주 후방을 살펴보는 것은 안전하게 운전해 앞으로 나가려는데 목적이 있지, 후방 그 자체를 살피는데 있지는 않을 것이다. 복지부는 질서있는 미래를 위해 대승적 판단을 하고, 쌍벌제 이후 불법을 차단하고 적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2011-12-27 12:24:50데일리팜
-
대웅제약이 보여준 제약사 생존의 길대웅제약(대표 이종욱)은 어제(21일) 러시아 상위 제약회사인 알빌스(Alvis)와 자체 개발한 CT 조영제 '네오비스트(성분명 이오프로마이드)' 판매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13년 발매 예정이며 향후 5년간 145억원 매출을 올릴 것으로 대웅은 예상하면서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대웅의 말대로 글로벌 제약회사로 가는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대웅이 야심차게 개발, 세계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네오비스트는 외국 시장 개척으로 생존의 길을 반드시 모색해야만 하는 국내 제약산업계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대웅이 미국과 EU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둘 경우 국내 제약업계에도 많은 영감과 자극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의 해외 공략 성공을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네오비스트가 던져주는 외국시장 개척의 첫 번째 교훈은 기술력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오프로마이드 특허는 이미 오래 전 만료됐으나 원료 제조가 워낙 까다로워 도전했던 제약사들이 모두 실패했다. 반면 대웅은 1년 반만에 고순도, 고수율의 원료 제조법을 만들어 불순물 함량을 제로화하는데 성공, 미국약전(USP)과 유럽약전(EP)의 품질 평가서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 상품이 뒷받침돼야 외국시장도 수용하는 것이다.두 번째 교훈은 회사와 경영진이 꾸는 꿈의 크기만큼 '과실의 크기와 단맛'도 결정된다는 점이다. 대웅은 그동안 신물질 EGF의 세계화는 물론 재미 한인과학자 규합하는 등 외국시장 개척 노력을 지속해왔다. 모든 노력이 다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수 많은 도전이 있었기에 네오비스트의 결실도 맺게됐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네오비스트 러시아 진출은 외국 시장 개척의 길이 반드시 혁신적 신약개발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합성 연구 역량, 다시말해 잘 할 수 있는 기술로 틈새를 발굴했다는 것이다. 실제 1950년대 후반 임신부 입덧치료제로 각광받다 부작용으로 퇴출됐던 탈리도마이드가 1998년 한센병 치료제로 부활했고, 다시 항암제로 개발되고 있는 점이 이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드럭 리포지셔닝(Drug Repositioning)도 같은 맥락인 것이다.정부의 무리하다 싶은 약가인하 정책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도 이제 한탄을 멈추고 본연의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물론 법적 다툼은 치열하게 수행하면서 새길을 내야 할 것이다. 오늘 날 이름을 날리고 있는 이스라엘의 테바사나, 인도의 랜박시와 닥터레디 같은 회사도 출발은 지금의 국내 상위 제약회사 보다 나을게 없었다. 뜻이 간 후에야 길이 열린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국내 제약업계 오너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일 시점이다.2011-12-22 12:24:52데일리팜
-
[칼럼] 토종 오너시여! 귀사의 비전은 무엇입니까꼭 맛을 보아야만 맛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초등학교 '산수' 실력이면 결과는 빤히 보인다. 토실 토실한 다국적 제약회사 의약품을 앞다퉈 손에 쥐려는 국내 토종 제약회사들의 행태가 이 경우다. 마땅히 시장에 내다 팔 만한 게 없는 토종들의 구애가 눈물겹다고 국내 제약업계는 진심으로 서로를 걱정하고 염려한다.토종들은 이를 스스로 고육책(苦肉策)이라고 말한다. 자기 몸 상할지 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다른 선택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다국적-토종간 코마케팅, 코프로모션은 '악어의 늪에 발을 담그는 모험'이라고도 한다. 그러면서 오늘을 살아내야 내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위안을 삼는다. 이 때문에 누가 보아도 어리석은 이 행태를 무작정 탓할 수 없다.토종들이 경쟁적으로 다국적 제약사의 전도사를 자청하는 것은 위험한 비즈니스다. 예를들어 제품 하나의 예상 유통마진이 100원이라고 치자. 그러면 다국적사는 앉아 60원을 챙기고, 토종들은 전국 거래처를 발바닥 부르트게 다닌 용역의 댓가로 40원을 번다. 40원에서 영업비용 등을 제하면 매출외형이 커진 것 말고 남는 게 거의 없다. 마른 당나귀에서 쫑긋 선 두 귀를 빼고 나면 과연 뭐가 남는 것일까.악어의 늪에다 발을 담그는 일인데 댓가라고는 이 지경이다. 모든 영업사원들이 헉헉 숨이 턱에 찰 만큼 뛰었는데 헛일에 가깝다. 혁신적 신약 개발의 전통적 수식어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을 가져다 붙이기엔 그래서 가당치 않다. 비판적으로 보면, 연구개발과 생산이 핵심 비즈니스인 제약이 도매상으로 퇴화하는 모양새다. 이나마 너무 잘 판매해도 걱정이다. 원소유자가 언제든 방을 뺄 수 있는 탓이다.더 큰 재앙은 토종들이 이 상황에 순응하는 일이다. 한 곳의 토종이 이 같은 생존 방식에 익숙해지고, 또 다른 곳이 같은 길을 따라 걸을 때 토종 제약산업은 다국적 제약회사들에게 삶을 전적으로 의탁하게 될 것이다. 정부도 다국적사 눈치를 이리 저리 살피고, 국민들은 비싼 약을 끌어안고 불평조차 못하는 시대는 끔찍하다. 그 때 가서 정책을 탓 한들 소용이 없다. 약가 정책 입안자들은 더 승진해 있거나, 퇴직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이 '슬픈 시나리오'는 한정적으로 상영돼야 한다. 조기 종영할수록 박수 받을 일이다. 악어가 달려들어 팔다리를 물어 뜯기 전 속히 늪을 벗어나야 한다. 이렇게 나마 숨이라도 쉴 수 있을 때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와신상담, 눈물나게 번 돈으로 신약 개발에 투자하고, 공성전이라도 벌여 외국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물론 쌀로 밥짓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허망한 말속에서 미래와 삶의 길이 광산의 금맥처럼 서려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높고 넓다.실상 토종들이 역차별 받는 약가인하 정책이나 한미FTA 허가-특허 연계제도 등 주위 환경은 최악이다. R&D투자 강화나 외국 시장 개척 등은 그래서 사치스럽게 들린다. 이 사치품은 좋은 말로 전문경영인, 시쳇말로는 월급사장들이 결코 구매할 수 없는 것들이다. 한국 제약기업의 환경상 이 통크고 절박한 구매 결심은 '오너의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에 기댈 수 밖에는 없다.토종 제약회사 오너 여러분! 마음 속에 꿈틀거리는 귀사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지금, 마음 속에 사과나무 한 그루 단단히 심으셨나요?2011-12-20 12:24:52조광연
-
11대 식약청장은 내부승진이 바람직노연홍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 청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역대 청장 10명 중 9명이 외부 인물이었다는 사실에 비춰 벌써부터 몇몇 외부 인사들의 이름이 거명되고 있다. 특히 의사협회는 성명을 내어 "약사 청장은 안된다"면서 '의사 청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결론부터 말해 올해 오송시대를 연 식약청의 제11대 청장 인선은 '의사냐, 약사냐' 하는 식의 전문영역의 관점은 아니다. 그 보다 오송시대 개막을 계기로 1700여 명의 공무원들이 머리와 가슴을 맞댄 가운데 뜻을 세워 추진 중인 '희망미래 2020'의 비전과 미션을 달성하는데 누가 적합한 인물인가가 더 우선적인 인선 기준이 돼야 한다. 대부분 전문가들로 채워진 식약청이 청장 한 명의 전공영역에 영향을 받고, 청장이 가진 전문적 식견에 기댈만큼 허약한 기관은 아니기 때문이다.식약청이 정한 미션을 수행하는데 누가 더 적합한가를 놓고 따져볼 때, 의약사 등 전문영역보다 더 우선시 해야할 기준은 '내부 승진인사와 외부인물 영입'일 것이다. 이미 1700여 공무원들이 스스로 세운 미션 아래 혼연일체가 돼 추진중인 6대 핵심과제를 향후 10년간 이끌어 가는 견인차 역할에 누가 더 어울리는지가 이번 청장의 인선의 핵심 키워드가 돼야 한다.도핑테스트 전문가로 각광받던 박종세 박사가 제1대 식약청장에 오른 1998년 3월이후 노연홍 청장까지 청장은 모두 10명이었다. 이중 제8대 김명현 청장이 차장에서 승진했던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외부 인물이 청장을 맡아왔다. 식약청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독립외청의 권위 확보를 위해 필요했다는 긍정론도 있으나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엄연히 존재해 왔다.그동안 경험에 비춰볼 때, 외부 인물이 청장에 발탁되면 청장 개인의 철학이나 아이디어에 맞춰 그동안 확립, 공감대를 넓혀온 정책들이 춤을 추며 원점부터 검토되는 비효율이 적지 않게 발생했다. 한마디로 업무 일관성이나 영속성에 차질이 빚어졌던 것이다. 식약 안전행정과 그 조직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외부 청장이 정치력 강한 몇몇 인사들에게 휘둘리기 일쑤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내부 사정을 모르는 청장 한사람을 놓고 짝사랑 하는 공무원들을 양산, 조직 분위기를 흐트리고 조직원들의 사기를 떨어트렸다는 비판도 따랐다.내부 승진과 외부 인물 영입 간에는 장단점이 함께 있을 것이다. 일정한 시점에 조직을 혁신하려면 외부 인물 영입으로 충격 요법을 주고, 내부 조직원들에게 사기를 진작시키고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역동성을 부여하려면 내부 승진도 필요하다. 이는 모든 조직의 기본 생리다. 그래서 내부승진과 외부 인물 영입은 적절하게 교차돼야 바람직하다. 식약청장 자리는 언제나 외부 인물 차지라는 관행이 굳어져서는 안될 것이다.2011-12-16 06:44:53데일리팜
-
노연홍 수석, 제약계 고용안정 살펴야LG경제연구원과 현대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들이 내년도 실업률을 올해 3.5%보다 0.1%~0.2% 높은 3.6∼3.7%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고용안정 문제와 관련, 제약업계 내부에 미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반값약가 제도가 시행되면 전체 고용인원 8만명중 2만명 이상이 거리에 내몰릴 것이라던 목소리가 잦아든 대신 제약업계의 방향타 역할을 하고 있는 상위 제약회사들은 너나없이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경영진이 아니라는데도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내년도 구조조정을 이야기하고 불안해 하고 있다. 이들은 "반값약가가 되지 않은 지금이야 회사가 구조조정은 없다고 안심시키지만 내년 1분기 영업실적이 나빠지면 상황은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다른 이들은 이미 국내 제약회사들도 내용적으로는 구조 조정중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이야 '희망퇴직이라는 간판'이라도 내걸었지만, 국내사들은 스스로 퇴직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반해 내년 반값약가 시행의지를 강하게 갖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인식은 평화롭게 보인다.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근 면담을 가졌던 김동명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위원장에 따르면, 임 장관은 현재 제약업계의 일부 구조조정 움직임을 '상시적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다시말해 구조조정 우려는 통상적인 것이지 약가인하 때문에 나타난 현상은 아니라는 인식이다. 이는 제약업계 종사자들의 고용불안 체감도와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언뜻 임 장관이 이같은 견해를 갖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제약회사 스스로 구조조정은 없다하고 있으니 말이다.그러나 상위 제약회사들의 공식 입장 이면에는 말 못할 속사정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반값약가 시대를 견디려면 매출 확보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현 인력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데 섣불리 선구조조정을 들고 나왔다가 자칫 분위기를 망쳐 2012년을 어렵게 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또 조직원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경우 과거 리베이트 리스크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다,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구조조정 문제를 먼저 꺼내들어 밑보이기 싫다는 '모난돌 회피의식'도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외견적으로 경영실적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이라야 구조조정의 설득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우선은 예상되는 리스크를 떠안고 갈 수 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다시말해 제약업계 전체적으로는 2만명 감원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개별 회사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옹색한 지경이다. 반면 복지부는 '보아라, 지금 어디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말인가. 신규 채용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가'라며 반값약가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없다고 확신에 확신을 보태고 있다. 역설적으로 제약업계의 딜레마 혹은 고충이 그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반값약가 정책을 긍정적으로 옹호하는 증거로 채택되고 있는 현실이다.시의적절하게도 청와대 고용복지 수석을 제약산업은 물론 보건의료 행정에 정통한 노연홍 전 식약청장이 담당하게 됐다. 노 수석은 무엇보다 우선해 제약산업계의 내년도 고용문제를 깊이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복지부의 이야기를 경청하되 제약산업계 현장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어 보아야 한다. 노 수석은 급진적 반값약가 정책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미래 제약산업의 건강성과 함께 고용 불안 문제를 들여다 보아야 할 것이다. 노 수석은 이 문제의 타당성은 물론 미래성장 동력인 제약산업의 100년대계의 안전성을 검증해 줄 수 있는 마지막 인물이기 때문이다.2011-12-13 06:44:53데일리팜
-
[칼럼] "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났느냐고…""묻지 않았지. 왜 나를 떠났느냐고. 하지만 마음 너무 아팠네. 이미 그대 돌아서 있는 걸(산울림 회상 가사 중 일부)."약사와 약국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그동안 대놓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았던 소비자들의 약사와 약국에 대한 '아쉬움'이 방송 등을 통해 '쌩얼'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다중적 의미를 가진 '아쉬움'에 감춰진 소비자들의 속마음은 언뜻보면 일단은 '불신'이다.케이블 방송 tvN은 10일밤 11시 코미디 형식의 풍자 프로그램 '세터데이 나이트(SATURDAY NIGHT)'를 통해 일반의약품 약국 외 판매 허용을 둘러싼 논란을 일반 소비자 눈 높이로 요리했다.진행자인 공형진씨는 말했다. "약국 18곳을 찾아가 활모수를 주세요라고 했더니 3위가 몇병이요? 2위가 활모수만 드시면 안되고 호스탈 같이드세요, 1위가 육백원입니다."이 말을 압축하면 다짜고짜 구매 수량을 묻고, 슬쩍 하나를 끼워팔려하며, 육백원이라는 말로 대화를 종결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이 다이얼로그(dialogue)엔 상술 밖에 없다는 불신이 내포돼 있다.공씨는 "소비자가 활모수를 찾으면 (약사들은) 소화가 안되세요? 어디가 불편하세요? 구토나 설사는 없으세요라고 묻지 않는다"고 지적한다.이 말에 숨은 의미는 '기대충족의 결핍에 대한 불만'이다. 소비자들보다 깊은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약사라면, 그래서 국가면허를 받았다면 당연히 소비자들에게 뭔가 유용한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 기대감이 충족되지 않을 때, 약국과 슈퍼를 굳이 구분해야 할 근거가 뭐냐고 따져 묻게되는 셈이다.'소비자가 왕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할 때 약사와 약국에게 이 말들은 한없이 귀찮은 것들이다. 반면 이 처럼 물어볼 수 있는 배타적 권리와 의무를 가진 사람이 약사뿐이라는 자긍심의 측면에서보면 소비자들의 이같은 기대감은 바로 '약사의 존재 이유'가 된다.약사와 약국 입장에서 보면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하찮은 것일 수 있다. 코멘트가 불필요한 사안말이다. 그렇지만 일반 소매점에서 결코 기대하지 않는 말들을 소비자들이 갖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약국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다.약사와 약국은 다이얼로그를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수십년간 문제없던 관행이 이제 '문제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뻔해 불요불급한 것으로 생각했던 말들'을 입밖으로 꺼내 써야한다. '내 마음 그렇게도 모르겠니'라는 남편들의 항변이 '표현하지 않는데 어떻게 아니'라는 아내들의 공격에 무력화 된 것처럼 말이다.지금껏 통상적인 다이얼로그 사이 사이에 전문지식이 양념으로 뿌려져야한다. 몇개요? 호스탈 같이드세요, 육백원이요라는 말 사이의 넓은 간극을 이어줄 수 있는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독창적 다이얼로그가 약국마다 필요하다. 신뢰 구축이라는 말은 거창하지만, 그 출발점은 바로 여기 작은 지점부터가 아닐까.2011-12-12 12:24:51조광연
-
맹렬히 소송하며 살길도 모색할 때다반값약가 정책을 되돌려 보겠다며 8만 제약인이 들고 일어섰던 집단행동은 지난 달 장충체육관 궐기대회를 기점으로 사실상 동력을 잃은 것같다. 제약노조가 오늘(7일) 임채민 복지부 장관과 면담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국내 제약업계 전반이 다시 결집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당국의 스탠스가 '더 이상 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소용없다'는 지점에 이른 것으로 보여 소극적 집단행동은 '더이상 소용없을 것'으로 예상된다.한국제약협회를 중심으로 하는 제약업계는 대신 약가인하 정책이 '법의 거울'에 비춰서도 정당한지 법정서 가려보기로 결정하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일 건강보험 체계안에서 정부가 국민을 대리한 '슈퍼갑의 의약품 구매자'라고는 하지만, 제약업계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과연 6개월 만에 시행할 수 있는 것인지, 가격인하 폭은 누구나 수긍할 정도로 타당한 근거와 사유가 있는지 모두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급진적 반값약가 정책이 행정 재량권 안에서 이뤄진 것인지 역시 사법부가 판단하게 된다.제약업계는 '8.12 신 약가 개편안'이 나온 이래 2만명 가량의 실업 유발과 국내 제약산업의 붕괴 등을 논거로 '과도한 정책의 위험성을 단계적 인하로 약화시켜달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에 소명했지만 거의 수용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현행 약가에 리베이트가 있다'는 정부의 예단을 불식해보려 판매관리비 내역까지 제출해 봤지만 행정 당국은 '제출된 자료가 함량 미달'이라고 되레 역공을 취하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제약업계의 갖은 노력에 불구하고 신 약가 개편안을 담은 고시는 10월 31일 예고된 상태다.제약계 인재들 머리모아 차가운 법정논리 개발을'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말이 있다지만, 법정 다툼은 장충체육관 집회나 생산중단 같은 집단행동과 다르게 감성적 메시지가 침투할 공간이 전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 만큼 차가운 논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정부의 반값약가 정책에 매우 위험한 요소가 있다고 주장해 온 제약회사들이라면 이제 법정 다툼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로펌이나 변호사에게만 맡겨두는 소극적 자세를 떨쳐내고, 제약업계서 실무를 담당해온 모든 인재들이 머리를 맞대 정책의 헛점을 공략할 예리한 논리를 개발하고, 구축해야 한다. 논리개발의 아이디어는 그동안 정부의 수 많은 정책 사이에서 빚어진 모순에 숨어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2006년 5.3 약제비 적정화제도'부터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제약업계는 다른 한편에서 미래를 위한 준비도 빈틈없이 해야한다. 법적 다툼에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을 시간은 없다. 미래 준비 1단계는 최대한 고용을 유지하면서 살아남는 일이다. 살아 남는자가 강하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살아남되 지금까지 관행과 깨끗하게 결별하면서 스마트하게 살아남아야 한다. 스마트한 생존은 '연구개발과 생산'이라는 제약회사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물론 험난한 길이 될 것이다. 법정 다툼의 결과와 무관하게, 혹은 정부의 지적대로 이 길은 반드시 제약산업이 걸어가야만 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악 조건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활동 대사량을 줄이는 식의 적응 방식은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안의 개구리 신세'임을 자각해야 한다. 방향성은 뚜렷하고 이미 정해져 있다.2011-12-07 06:44:50데일리팜
-
리베이트 압박한 만큼 건전 영업도…의약품 판매를 목적으로 불법 리베이트가 건네지는 경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함께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 시행된지 지난달 29일로 만 1년이 지났다. 법 취지의 달성도를 계량화 할 수 없는데다, 기대치 정도에 따라 법 취지 달성의 체감도 역시 다른 것이어서 이 법의 1년 평가는 쉽지 않다. 그러나 경향적으로만 보자면 '아직 리베이트 행위가 전적으로 근절되지 않았지만 감소 추세에 있는 것' 만큼은 뚜렷하다는 것이 의약계를 비롯한 제약업계 전반의 일반적 시각이다.이는 통상 새로운 법이 도입된 후 리베이트 쌍벌제만큼 사후관리를 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검찰, 경찰, 공정위 등 범 정부의 지속적 감시와 조사가 크게 역할을 한데 따른 결과로 평가 받을만 하다. 강도 높은 압박으로 주는 자와 받는 자의 경제적 이윤동기가 상당부분 감소한 것이다.흐름상 관행 혹은 악습으로 굴러가던 '녹슬은 수레바퀴'에서 덕지 덕지 쌓였던 퀘퀘묵은 녹들이 이제야 겨우 떨어지기 시작한 정도일뿐 구석구석에서는 여전히 불법의 리베이트 욕망이 꿈틀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당국은 더 지속적으로, 정밀하게 수레바퀴에 딱 달라붙은 녹을 떼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다만, 구태를 벗는 과정에서 도매금으로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는 정상적인 영업활동과 마케팅에 대한 보호조치도 마련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법은 바로 타이트한 공정경쟁규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의약품 판촉을 목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면안된다는 것이 공정규약의 중심축인데, 이는 기업으로서 제약회사 활동의 추구점이기도 하다.우리는 불법 리베이트는 국민이나 제약산업, 의약사 모두를 병들게 만드는 암적 요소로 판단하며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동시에 기업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공정경쟁 규약에 합법적 영역이 현실적으로 확대돼 불법적 욕망이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화돼야 한다고 믿는다. 암세포 제거 목적이 건강한 삶이듯 리베이트 쌍벌제의 종착점도 의약사, 제약기업 등이 모두 건강한 보건의료체계의 확립이어야 하기 때문이다.2011-12-01 12:14:50데일리팜
-
[칼럼] Y형! 해줄 말이 없어 정말 미안해요Y형! 제약업계 사람들이 약값이 일괄적으로 인하되면, 제약인 2만명 이상 실직한다고 했을 때 솔직히 복지부처럼 반신반의 했어요. 미래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위상에 대해서만 크게 걱정하고 고민했지,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맥없이 회사를 떠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형이 23일 전화로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 말했을 때 한동안 멍했고, 변변찮은 위로의 말 한마디도 할 수 없었죠. 하기야 그 상황에서 어떤 말인들 위로의 힘을 발휘하겠어요? 그저 긴 침묵만이 아주 오랫동안 형을 알아왔던 나의 애틋한 마음이라는 것만 알아주셨으며 좋겠어요. 이 순간마저 '나'를 이해해 달라는 말이 한심하죠? 별의미도 없는 건데 말이죠.참, 아이러니에요. 형이 전화했던 그 날,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이후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중소상공인과 농어민 대책을 면밀하게 마련하고, 기업들이 고용창출에 신경을 써달라고 특별히 당부했어요. 미래 경제영토가 넓어지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준다는 한미FTA와 일괄 약가인하가 우선 사람을 먼저 치네요. 정책 달성을 위해 누군가는 거룩한 희생을 해야하고, 그 희생자가 바로 나라고 주문을 걸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같이 근무하며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지 못했지만 형은 회사와 집 밖에 모른다는 말을 자주 들었잖아요. 회사 일에 발벗고 나섰고요. 겨우 차 한잔 마시는데도 연신 시계를 보아 불안하게 만드셨죠? 물론 형은 기억 못하시겠지만. 그러고는 서둘러 상황을 마무리하고 회사로 뛰다시피 사라졌어요. 대표이사라도 되는 양 회사 비전을 자신의 비전으로 일체화시키며 회사를 다녔던 형은 대체 뭘 잘못한겁니까?형! 해직이나 면직보다 '희망퇴직'이라는 이름 하나에, 떠나야만 하는 운명의 제약인들은 위안을 삼아야 할까요? 약값 인하가 국민들의 약값부담을 줄여준다니 그를 보람 삼아야 할까요? 제약인들도 엄연히 정부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한 국민의 일원인데 말이죠. 2040년께 평균수명이 90세에 육박한다는 전망이 끔직하게 다가오는 날, 갑자기 공무원들이 한없이 부럽습니다. 정책의 대의명분으로 몸을 가릴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면서 '다이어트 후를 상상해 보아라. 이 얼마나 멋진가'라고 결과 중심으로만 말하면 그뿐이잖아요.2011-11-28 12:24:48조광연
-
FTA 실질적 대책은 단계적 약가인하국회 비준을 거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내년부터 발효되면 향후 10년간 국내 제약업계는 1조원 이상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감소뿐 아니라 허가-특허 연계에 따른 소송 증가 등 간접비용까지 감안하면 제약사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예상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그래서 국내 제약산업은 한미 FTA의 대표적인 피해업종으로 분류된다. 그런 만큼 정부는 다른 피해업종과 동일한 수준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피부에 와 닿을 지원책은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일괄 약가인하' 만이라도 우선 최소 5년간에 걸친 단계적 인하로 전환하는 것이다.일명 '고용의 저수지'라고 불릴 만큼 고용창출 능력이 큰 국내 제약업계지만 'FTA와 약가 일괄인하 정책'이 겹쳐 시행되면 2만명 이상 실업자가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산업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1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한미 FTA 관련 긴급관계장관 회의에서 농민과 소상공인 대책과 고용창출을 강조한 것처럼 제약산업 역시 지원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한미 FTA로 국내 제약시장 지형도는 다국적 제약회사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과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견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네릭 의약품이 퇴조한다는 의미와 다르지 않다. 특허가 살아있는 의약품은 대부분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갖고 있어 국내 제약회사들의 복제약 출시나 특허도전을 통한 개량신약 개발이 크게 지체돼 시장경쟁력을 잃게되기 때문이다.여기에다 '오리지널-제네릭 동일가격'이 한 축인 '신 약가제도 개편안(일명 일괄 약가인하제도)' 마저 내년부터 가세하면 국내 제약산업은 그야말로 '역차별 패러다임'에 갇혀 악전고투할 것으로 우려된다.국내 제약업계 종사자 7000여명은 지난 18일 장충체육관에서 8만 제약인의 이름으로 생존권 투쟁 궐기대회를 열었다. 복지부가 내년부터 강행하겠다고 밝힌 '신 약가제도 개편안'에 관용을 베풀어 달라는 요청이나 마찬가지였다.정부는 이번 개편안으로 1조7000억원, 절차 진행중인 기등재 목록정비로 8000억원 등 향후 3년 안에 2조5000억원 이상 건강보험재정을 절감하겠다고 공언했다. 내년 건강보험료도 이를 계산에 넣어 덜 걷기로 했다. 그러나 이는 곧장 제약업계의 매출 및 영업이익 손실과 직결되는 것이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단계적 약가인하 등 충격완화 정책을 요청해 왔으나 정부는 다급한 현실과 동떨어진 신약개발 지원 방안 등 주로 '계획 중심'의 대책을 제시해왔다.이제 국내 제약업계는 향후 10년 안에 4조원 가까운 매출을 떼어낸 채 정부가 강조하는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 등 서바이벌 게임을 벌여야 한다. 막다른 골목이나 한가지여서 고군부투해야겠지만 정부 역시 시의적절한 정책시행을 두번 세번 더 고민해야 할 것이다.건강보험재정을 지켜내려는 정부의 고충과 적자생존 환경을 조성해 국내 제약산업을 강력하게 키우려는 의도가 아무리 선하다 해도 FTA와 약가 일괄인하 정책이 겹치면 산업자체가 고꾸라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약가일괄인하 정책을 단계적으로 바꿔 제약회사들이 체력을 비축, 면역력을 강화하도록 대승적인 결단을 내릴 시점이다.2011-11-24 06:45:00데일리팜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개설허가 7개월 만에 제1호 창고형약국 개설자 변경
- 3급여 생존의 대가...애엽 위염약 약가인하 손실 연 150억
- 4약국서 카드 15만원+현금 5만원 결제, 현금영수증은?
- 5P-CAB 3종 경쟁력 제고 박차…자큐보, 구강붕해정 탑재
- 6부광, 유니온제약 인수…공장은 얻었지만 부채는 부담
- 7발사르탄 원료 사기 사건 2심으로...민사소송 확전될까
- 8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9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10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