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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가소송-용의 해 뱀꼬리가 어른 거린다

  • 조광연
  • 2012-01-05 12:24:50

괴이하다.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에 분기탱천했던 제약업계가 고요하다. 엊그제 장충체육관의 함성이 또렷한데, 그 여운은 그 날로 끊겼다. 한껏 부풀었다 시간이 지나면 꺼져버리는 비누거품처럼 말이다. 흑룡의 해 벌써 뱀꼬리가 어른 거린다. 약가인하 소송이 그렇다. '벌떼소송'을 벌이겠다던 제약업계 결기는 온데 간데 없다. 소송에 나서는 제약회사 수가 예상에 크게 못미친다는 말이 나온다. 분노는 봄 눈처럼 녹아내렸다. 소송을 부추기려는 것은 아니다. 말하려는 것은 제약업계가 언제나처럼 출발점에서는 호랑이의 대범함이지만, 결승점에서는 고양이의 움츠림이라는 점이다. 2010년 시장형 실거래가제도 도입 때도 그랬다. 가까이는 일괄약가 인하 제도 도입을 앞두고 천명했던 공장가동 중단이나, 대규모 장외집회가 모두 그렇게 사그라 들었다.

큰 틀에서 일괄약가제도를 위협적 요인으로 보지 않는 곳은 없다. 국내 제약업계도,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걱정이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각론에선 갈린다. 이해득실이 스며들기 때문이며, 그래도 '나는 괜찮겠지'하는 턱없는 낙관론 때문이다. 월급제에서 연봉제로 바뀌어도 '나 만큼은 더 받을 수 있다'는 그 막연한 기대감에 스스로 지갑을 열어 돈을 덜어내는 개인들과 일맥상통이다.

어김없다. 제약업계 안에서 흘러 나오는 말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가 아직 보여주지 않은 카드 때문이란다. '신약적정가격' 마련을 위한 워킹그룹 활동에 자칫 소송이 영향을 미칠까봐 주춤거린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소송은 본사의 소관'이라고 내세우는 외국계 제약회사들도 결국엔 신약가격에 목을 메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도입신약이 많은 국내 상위 제약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경험칙상 예쁜짓에 적정한 답례가 있었던가?

승자독식은 매력적이다. 승자독식에는 '네가 죽어야 내가산다'는 살벌한 논리가 감춰져있다. 이윤창출이 목적인 기업이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결과의 혹독함은 '숲의 비유'에서 쉬 읽을 수 있다. 숲은 낙락장송 몇 그루로 조성될 수 없다. 다양한 생명체의 뿌리가 서로 혀 있고, 잎새들이 빛을 더 받기위해 남보다 빨리 자라는 경쟁을 벌인다. 1년생 풀뿌리나 음지식물 모두 숲의 구성요소다.

약가소송의 출발점은 뭐였던가. 당장 개별기업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었다. 제약업계 분노가 폭발지경일 때 제기된 소송의 의미는 정부의 무리한 정책에 대한 저항이었다. 한 정책을 막음으로써 미래 또다른 무리한 정책까지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취지였다. 시간이 흐르면 목표 의식에 혼선이 빚어지고, 변수가 가세하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은 개인에게만 국한된 것 같지는 않다. 기업이라는 '집단지성'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용머리는 사라지고 뱀꼬리가 어른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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