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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찬휘 회장의 유럽견문록(歐羅巴見聞錄)"베니스공국 출신의 상인이었던 마르코 폴로(Marco Polo)가 아버지를 따라 여행을 떠난 건 1269년으로 전해진다. 열 다섯살이 되던해였다. 소년이 17년간 여행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건 불혹의 나이를 넘긴 42세였다. 그는 돌아와 중국 등 오랜 여행의 체험을 루스티첼로라는 사람에게 구술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책이 바로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이다. 책의 내용이 매우 신기하고 과장된 측면 때문에 처음에는 유럽인들이 믿지 않았으며 오히려 마르코폴로를 허풍쟁이 떠벌이로 불렀다고 전한다(두산백과)."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지난 11일 약사 회원들에게 담화를 발표했다. '존경하는 회원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이 담화문은 유럽의 약국과 약업계 현황을 살펴보고 느낀 9박10일간 소감을 적고, 이를 토대로 자신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그는 세계약사연맹총회(FIP)에 참석하면서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를 방문해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매우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죽하면 담화문에 '우물안 개구리 처지를 벗어나 뒤늦게 나마 제 눈이 커지고, 제 키가 자라며, 제 머리가 확 트인 느낌을 맛보았다'고 까지 고백했을까.FIP 서울 총회를 확정짓고 돌아온 조 회장은 이번 유럽 방문에서 '성분명 처방과 대체조제'라는 꽃을 꺾어 왔다. 그는 담화에서 '불용재고의약품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는 유럽약사의 이야기를 꺼내며 "유럽내 모든 의사의 처방전은 단지 권고에 지나지 않는 약사중심의 완벽한 대체조제를 시행하고 있어 재고의약품이 발생할 수 없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약사·약업 환경과 비교되는 대한민국의 약사직능이 처한 현실을 밖에서 똑똑히 목도했다는 그는 "EU가 2017년부터 단호하게 성분명처방을 시행하는 소식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담화문에 기술했다.조 회장은 자신에게 충격을 준 유럽 그 현장에서 "우리나라 약사가 살길은 대체조제의 진정한 정착 뿐"이라는 굳은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왕이면 성분명처방으로 바로가면 좋겠지만, 유럽도 성분명처방 시행을 결정하기까지 신중한 검토와 숱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의사의 반대와 같은 걸림돌은 국가 차원의 결단으로 넘어서는 가운데 무한에 가까운 자유로운 대체조제를 허용했다며 유럽 각국 정부의 역할에 찬사를 보냈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탈리아 약사회는 성분명처방을 위해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았고, 의사회는 반발했지만 정부는 이 제도를 수용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조 회장이 담화문에 담고 싶어했던 꽃중의 꽃으로 보인다.약사 직능단체의 수장, 조찬휘 회장이 마음 속에 그린 꽃은 약사들도 모두 받고 싶은 꽃일 것이다. 그런데 다소 우려되는 건 조 회장이 '화단'을 만져보고, 느껴보며, 살펴보지 않은 채 보기 좋은 꽃송이만 꺾어와 전도사 복음전파하듯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그 사회의 문화, 경제, 역사, 복지제도, 의약사들에 대한 사회 지지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씨줄과 날줄도 얽혀있는 '그 화단' 을 조 회장은 그 짧은 일정에서 다 본 것일까? 조 회장이 유럽 성분명 처방에서 매료된 강력한 정부의 역할론이 한국적 상황에서도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그리고 꽃송이를 흔들기 전 조용하게,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먼저다.고령사회와 위태위태한 건보재정이라는 측면은 조 회장에게 유리한 요소일 것이다. 이를 기반 삼아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갈 때 보기 좋은 꽃을 피울 화단은 마련된다. 머리가 움직이면, 몸통이 따라가지만, 몸통이 움직여 머리가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체조제도 그렇다. 현실적으로 약국과 약사 입장에서 사후통보 같은 걸림돌이 있다지만 대한약사회 중심으로, 아니 조찬휘 회장 먼저 실행에 전혀 옮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대체조제가 건보재정 절감 등 공익에 기여한다는 경험치를 누적시켜야 한다. 사회적 동의를 위한 필수요건이다. 조 회장이 따온 꽃, 다시말해 현실보다 높이 있는 꿈으로 직접 올라가는 엘리베이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작동하지 않는다. 다만, 그곳으로 연결된 계단만 열려 있을 따름이다.2013-09-13 12:2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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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약품 뒷처리는 도매업계의 미래다약국에 처방의약품과 일반의약품 등을 판매했던 40년 전통의 의약품 종합 도매업체 성일약품이 지난 2일 자진정리 의사를 기습적으로 공고한 이후 10일 가까이 지난 상황에서 그 뒷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사안은 얼핏 성일약품과 제약회사 간 민사문제로 국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래 제약회사와 도매업계 간 신뢰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약품도매협회장을 지낸 문종태 대표는 뒤로 숨지 말고 앞으로 나서 뒷처리에 책임있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도매업계는 "성일약품이 자진정리를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데는 내부 문제 등을 포함해 알려지지 않은 여러 사정이 있겠지만 유통마진을 감안하지 않은 낮은 제약회사의 유통마진과 지나치게 높은 담보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싶어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성일약품처럼 탄탄했던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보며, 미래를 심히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또 성일의 자진정리에는 의약분업 이후 처방의약품의 위세에 밀린 OTC의 초라한 위상과 깊은 그늘도 자리잡고 있다고 도매업계는 보고 있다.이같은 도매업계의 현실 인식과 미래에 대한 걱정과 다르게 성일약품의 청산 절차는 무책임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옥에 자진정리 안내문만 내걸고는 출입문을 걸어 잠궈 놓은채 채권단을 헛걸음치게 했던 성일은 4일 새벽 일부 거래 제약회사의 재고를 반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담보를 받지 않고 의약품을 공급했던 OTC 제약회사들의 채권 회수가 어려워졌다는 소식도 업계에 돌고 있다. '담보가 문제'라며 신용거래를 외치고 있는 도매업계의 유력한 한 업체가 결국엔 담보없는 제약회사만 골탕먹인 꼴이된 것이다. 이러고서는 신용거래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결론적으로 말해 40년 전통의 성일약품이라면 뒷 마무리를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 '오죽했으면 자진정리를 할 수 밖에 없었을까'하는 온정론도 공개적으로, 당당한 자세로 임할 때나 겨우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피해를 줄이는데만 급급할 때, 동종 도매업체들에게 되돌아 가는 것은 높은 담보 뿐이다. 그런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만 한다. 이것 만이 도매협회장을 배출하고, 40년간 삶의 뿌리를 박아온 성일약품이 약업계에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얼마전 고인이 된 김정수 정수약품 회장이 일일이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했던 것처럼 말이다.2013-09-10 06:34:5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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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며느리보다 더 심한 약사들의 명절증후군추석 연휴를 맞는 약사들의 심경이 복잡하고 불편하다. 명절증후군을 앓는다는 며느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해보이지 않는다. 이미 10여개 일반의약품이 안전상비약이라는 이름으로 편의점 등서 판매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추석 연휴 민생안정화 대책에 약국을 포함시켰다. 대한약사회도 순순히 시도약사회에 연휴기간 국민의 약국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약국을 운영해 달라고 지침을 공지했다. '고민은 어떤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생기기 보다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데서 비롯된다(버틀란트 러셀)'는 말처럼 약사들은 약국 문 열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열어볼까 생각하면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를 강행한 정부가 얄밉고, 안하자니 국민 불편과 여론이 부담스럽다.대한약사회가 '휴일지킴이약국'이라는 용어로 바꿔부르기로 한 당번약국은 십수년 된 묵은지다. 바늘에 실가듯 연휴가 끝나면 '문연 약국이 없어 국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는데 불편을 겪었다'거나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정치인들의 인터뷰는 언론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서둘러 차례를 마치고, 차례상을 한켠에 미뤄둔 채 약국을 지켰던 약사들은 이같은 지적에 허탈했지만 다시 명절 연휴가 찾아오면 습관처럼 약국을 지켜왔다. 물론 당번을 서겠다고 지역약사회에 보고해 놓고 문을 열지 않은 일부 양심불량(?) 약사들이 있었지만, 대다수 약사들은 일반약이 약국 밖으로 나가는 빌미가 될까 봐, 약사의 사회적 위상이 실추 될까봐 약국문을 닫지 못했다. 노심초사의 세월이었다.그래왔던 당번약국은 속이 더부룩할 때 소화제를 못사는 게 말이되냐, 콧물 나는데 병원 응급실을 가야되냐면서 정부가 안전상비약을 편의점 등에서 팔 수 있도록 법을 바꾸자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사회적 욕구가 안전상비약과 편의점을 통해 충족됐는데도, 왜 약국에게 당번을 강요하냐는 게 약사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이런 심리적 기제가 상징적으로 표출된게 바로 휴일지킴이 약국 아닌가. 휴일지킴이라는 용어에는 '정부나 사회는 약국에게 당번을 강요하지 마라, 국민 불편 해소에 대해선 약사들도 아예 외면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약사전문직능인으로서 책임은 자발적으로 다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24시간 문 여는 편의점이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현실에서 약국이 왜 문을 열지 않느냐고 사회가 강제하고 돌팔매를 던질 수는 없다. 약국도 필요 이상 강박증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다만 한가지,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더 좋아할까 정도는 염두에 뒀으면 한다. 그리고 나서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하면 된다. 이기적이란 말은 언뜻 유감스럽게 분류되기 십상이지만 무슨 일이든 열정의 근본은 이기적 동기에서 비롯되는 만큼 휴일 약국 문을 열까 말까는 철저히 이기적으로 선택했으면 좋겠다. 십수년의 당번약국이 약사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느냐는 질문도 가능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않았느냐는 평가도 가능하다. 어느 것을 믿느냐는 약사들의 또다른 선택이다. 미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밑빠진 독으로 볼것인지, 부으면 쌓이는 마일리지 항아리로 볼 것인지 말이다.2013-09-04 12:24: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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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이여, 품질은 지키고 탐욕은 버려라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검증절차 없이 의약품 유통기한을 조작, 판매한 혐의로 한국웨일즈제약의 전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와 강제회수 조치를 내렸다. 조치대로라면 제약사상 전대미문의 충격적 사건이다. 만약 유통기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국민의 건강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의약품 안전시스템을 정면으로 비웃고 우롱한 시대의 사기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진심으로 이 회사가 조작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식약처는 취할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조치를 단행, 제약산업계에 일벌백계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유통기한 조작이 고약한 건 경영진부터 말단 작업자까지 집단적 공모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내부고발이 없으면 결코 밝혀 낼 수도 없다. 그 만큼 악성이란 말이다. 또 고약한 건 약사법으로 이중 삼중 둘러싸인 의약품 안전성 검증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점이다. 동물실험, 임상시험,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등 의약품 개발단계서 입증해야만 하는 유효성(Efficacy)과 안전성(Safety) 검증 과정은 물론 공장 밖으로 나가 안전하고 유효하게 쓰여질 수 있는지에 중요한 안정성(Stability) 입증 시스템 등 모든 과정을 유통기한 조작은 그야말로 한순간 '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따라서 이같은 사건은 일괄 약가인하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GMP 공장을 신축하고, 우수한 생산인재를 양성해 품질 높은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체 산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품목별로 GMP를 입증하고, 생산 밸리데이션 확증을 위해 3배치나 시험생산하고 있는 국내 전체 제약산업계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같은 사건은 개별 기업들이 글로벌로 진출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PIC/s의 가입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보면 훼방꾼이나 다름없다.국내 제약업계는 모두 이번 사건을 다시한번 제약회사의 소명과 품질에 대한 '한없는 욕심'을 되새기고 충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회사 전체 시스템이 품질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올해 회수조치된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 락테올 등 유산균 제제, 함량 부족 등 품질의 문제로 처분 받은 사례 등 정도가 다를뿐 웨일즈라는 특별한 한 곳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아직 국내 제약산업계엔 미진한 부분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품질은 작업장의 작업자들보다 오너와 최고경영진의 제약산업과 의약품에 관한 철학에서부터 확보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책임있는 최고위 경영진들은 품질은 어떤 경우에도 지키고, 소소한 탐욕은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자세로 재무장해야 한다. 웨일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일부의 문제로 외면하거나 '우리는 잘하고 있겠지'하며 안일하게 있다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품질 확보는 기계 장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 만큼 최고위 경영진으로부터 말단 작업자까지 연중무휴 깨어있어야 한다.2013-08-23 12:25:00데일리팜 -
정부, 약사·한약사 갈등 조정 대책있나1993년 한의사와 약사간 한약분쟁이 발발한지 20년 만에 유사하지만 그 성격은 다소 다른 약사와 한약사간 또다른 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권이 개입돼 있는 직능간 분쟁은 조정도 매우 어렵고 사회적 파장 역시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한의사와 약사간 분쟁의 출구 전략으로 출현한 한약사가 분쟁의 당사자로 떠올랐다. 일반의약품 판매권을 두고 약사와 한약사가 현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갈등 양상은 정부의 첩약급여화 시범사업과 맞물려 한의사-약사-한약사간 더 복잡하고 미묘한 이해관계를 만들 것으로 예상돼 향후 사회적 분쟁거리를 예비하고 있다.이같은 현실에서 정부는 과연 한의사, 약사, 한약사가 이해관계는 물론 직능 자존심까지 어우러져 야기할지도 모르는 사회적 분쟁에 대비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해 약사와 한약사간 갈등 조짐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근원적이유는 한방분업 등 한방정책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소신이나 비전이 없다는데 있다. 현행 건강보험 체제를 기축으로 삼으면서 상대적으로 한방에 무관심 했기 때문이다. 한의사와 약사간 한약분쟁이 일었을 때 한방분업이라는 해법을 마련하고, 만만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며 2만3000여명의 약사들에게 한약조제권을 부여하는 한편 한약사제도를 도입해 최소 1600명 이상 한약사가 배출되도록 정부는 한방분업을 외면해 왔다.약학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3개 대학에 설치된 한약학과에서 매년 120명씩 배출되고 있는 한약사들은 소위 '100방'에 갇혀 직능적, 직업적, 신분적인 보장이 없는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제약회사 안전관리자로, 독자적인 한약국 개설자로 다양한 방면에서 오직 혼자 힘으로만 삶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방분업이 지체되고, 이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내재된 갈등은 점차 폭발력을 키울 수 밖에 없다. 약사들도 한약분쟁의 마뜩치 않은 산물로 손에 쥔 한약조제권도 무용화된데다, 독점적 권리라고 믿었던 일반의약품 판매부문에 한약사들의 진출이 반가울리 없을 것이다. 갈등과 분쟁의 조건이 더 무르익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정부는 더이상 나몰라라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한의사-약사-한약사간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2013-08-20 06:34:5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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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식동물서 육식동물로 바뀐 국내 제약들환골탈태(換骨奪胎)다. 뚜렷하다. 내수에 터 잡고 앉아 내심 티끌모아 태산을 꿈꾸며, 시대적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해 겨우 '글로벌을 립싱크' 하던 국내 제약회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강점으로 글로벌 진군을 시작했다. 안방을 떠나야만, 안방을 지킬 수 있다는 역설적 환경에서 국내 제약회사들은 뒤로 물러서는 대신, 단단히 마음을 고쳐 먹고 무기를 다듬으며 운동화 끈을 죄고 있다. 이들은 크고 작은 성취를 맛보며, 글로벌 플레이어에 대한 원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몇몇 제약회사들의 성취는 전체 제약업계에 '글로벌 노마드'라는 새로운 개척 정신을 전파시키며, 글로벌 경영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작년 '혁신형제약기업'을 인증하는 한편 올해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제약기업들이 1000조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도록 격려하고 있다.현지 제약사 사들이고...빅파마에 특허도전하고 '글로벌 진출=완제나 원료 수출'로 통하던 소극적 접근 방식이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전 대웅제약은 180억원을 들여 중국 제약사 바이펑을 사들이는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4월 인도네시아 제약사 인피온사와 합자로 'PT.Daewoong-Infion'을 세운데 이은 공세적 행보다. 국가별 생산거점을 만들어 진출 국가에서 10위 안에 들고, 이를 토대로 2020년까지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서도록 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했다. 동아제약도 해외 제약사 M&A를 통한 '지름길 전략'을 마련했다. 글로벌 신약 가능성이 높아진 슈퍼항생제로부터 얻은 자신감으로 올해 2월 브라질에 법인을 세웠고, 우즈베키스탄 생산시설 검토, 몽골 MEIC사와 합작 법인 설립을 위한 협약 등 글로벌 경영을 구체화하고 있다. GSK와 지분 공유를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삼천리제약 인수를 통한 원료 수출경쟁력 확보, 송도에 바이오시밀러 공장 설립 등 병참기지도 준비해 놓은 상태다.보령제약도 ARB계 고혈압치료제 국산신약 카나브의 세계시장 판매를 위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원로의 김승호 그룹회장까지 멕시코, 브라질로 날아가 정부와 함께 중남미 시장 교두보 마련에 진력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고 2006년 1800억원이라는 공격적인 투자를 했던 JW중외제약의 '당진수액공장 이펙트'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달초 SKK와 995억원 규모의 글로벌 중장기 공동개발 협력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얼마되지 않아 빅파마 박스터와 3챔버 영양수액제에 대한 '라이센스 아웃 및 수출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으로만 3500만달러를 받고 앞으로 공급실적에 따라 러닝 로얄티를 받는 호조건이다. 앞으로 당진공장이 파생시킬 부가가치는 계속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새들이 제목소리로 우는 것처럼 각자 장점으로 국내 개량신약 부문서 독보적 위치를 구축해 온 한미약품도 역류성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을 미국 FDA에 등록하는 쾌거를 이뤘다. 에소메졸의 등록 과정은 국내 제약업계에 FDA에 대한 아득한 두려움을 해소시키고 빅파마를 상대로 한 특허도전도 '넘지 못할 벽만은 아님'을 몸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 밖에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의 '한국 제약산업 연구개발 백서 2012'에 따르면 국내 연구개발 중심형 제약기업 35개 업체가 개발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238건에 이른다. 개량신약 파이프라인도 200개 이상이다. 특히 미국 FDA 승인을 목표로 임상중인 신약 아이템만도 25개에 달하는데, 이중 LG생명과학 서방형 인성장호르몬, 동아제약 2품목, 녹십자 IVIG 등 4품목은 미국 임상 3상을 완료했다. 대웅제약 개량신약 메로페넴은 이미 작년 11월 일본 PMDA 승인을 획득했다. 같은 달 FDA에도 ANDA를 허가신청해 올해 안 허가도 예상된다.국내 기업들이 새로운 마인드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현상은 허허벌판에 가까스로 꽃을 피운 한떨기 민들레처럼 반가운 것이지만, 여전히 꽃밭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이미 1000조원 글로벌 시장은 어느 특정 기업의 경쟁터가 아니라 국가간 전쟁터라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 빅파마를 비롯해 모든 제약사들이 중국 시장을 보며 군침을 흘리지만, 중국 정부도 '12.5 계획'을 세워 2015년까지 연평균 20%를 이루는 가운데 의약품 산업을 재편하기로 했다. 아쉬울게 없어 보이는 미국은 2011년 'Driving Innovation'에 이어 작년 9월 '바이오의약품 혁신촉진 방안'을 내놓았고, EU 역시 'Europe 2020 전략'을 채택해 바이오 산업을 중점 투자 분야로 해 14조3000억원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이스라엘, 싱가포르, 터키 등도 투자펀드 조성, 제약생산기지 구축 등 정부 차원의 제약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야흐로 제약산업은 국가대항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정부와 사회가 제약기업의 변신의지 인큐베이팅해야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겨우 첫발을 떼는 정도의 대한민국 제약산업의 미래를 결코 희망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제약산업은 일반 산업과 다르게 모든 나라의 규제 속에서 제한된 비즈니스 활동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처럼 국내 제약업계에 불어온 훈풍을 살려내려면 기업 스스로의 분발은 물론 정부와 사회의 따뜻한 인큐베이팅이 절실하다. 기업들은 혀를 깨무는 각오로 자기 발목을 잡는 불법 리베이트와 작별하고 연구력 향상에 주력해야 한다. 복지부 역시 최근의 모멘텀을 이어나가도록 글로벌 진출에 필요한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데 앞장서는 한편 '연구의 결과가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지도록 국공립병원 등에서 국산 신약이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산업적 마인드가 고려된 약가정책 개발에도 주력해야 한다. 사실상 신약의 생사여탈권을 쥔 의사 사회도 선진국처럼 자국 기업의 의약품에 좀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애플에 대한 과도한 사랑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이다.2013-08-13 06:3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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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수차례 흔들렸던 한미 임성기 회장의 뚝심'굳세게 버티거나 감당해 내는 힘' 또는 '좀 미련하게 불뚝 내는 힘.' 이를 한 단어로 표현하는 말은? 뚝심이다. 사전적으로 그렇다. 만일 종이 위에 뚝심이라고 쓰고, 한미약품 사람들에게 무엇을 연상하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임성기 회장'을 떠올릴지 모른다. 그는 그렇게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건물 안에서나 제약산업계 내부에서나 신념에 가득찬 인물로 꼽힌다. 그런 임 회장도 지난 10년간 수차례 흔들렸다. 에소메졸 때문이었다. 에소메졸은 6일(현지시각) 미국 FDA서 시판허가를 받았다. 이름도 생소한 505(b)2 항목이다. 우리 용어로 개량신약 부문이다.한미약품이 역류성식도염치료제로 에소메졸 개량신약 연구에 착수한 건 2004년이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2008년 국내 출시에 성공했다. 자신감을 얻은 한미는 국내 출시와 함께 미국시장을 뚫어보기로 했다. 이는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던 FDA의 관문을 넘어서야 하는 일이자, 로섹 후속작인 넥시움으로 미국 시장서만 수조원의 매출을 올리던 빅파마 아스트라제네카와 특허 다툼을 각오하는 일이었다. 특허소송에서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던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소송비만 물어주고 짐싸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리스크를 동반한 의사결정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고민하고 주저할 때 임성기 회장은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신시장 개척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성공을 못한다해도 (나는) 수업료로 생각하겠다. 그렇지만 성공을 위해 우리 모두 100% 그 이상 노력하면서 도전해 보자"며 방향을 제시했다고 한다. 배워가며 진행하는 과정은 시행착오를 불렀다. 허가를 위한 서류작성부터 임상 등 순조롭게 되는 일이 없었다. 무지해 안써도 될 돈을 쓰고, 해외 임상 실패도 경험했다. FDA에 허가서류를 접수하고 이번엔 되려나 싶다가도 막판에서야 염변경에 따른 생식독성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고 10개월을 허비하기도 했다. 보이는 허가장벽은 없는데, 보이지 않는 장벽은 분명히 느끼기도 했다.애초 특허소송을 각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랜박시, 닥터레디, 테바, 산도스, 악티바스, 루핀 등 내로라하는 세계적 제네릭 기업들이 퍼스트제네릭 발매와 관련해 아스트라제네카와 소송을 했다가 협의로 돌아서는 장면에서도 한미는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연히 내부에서 소송무용론도 고개를 들었다. 특허전문 변호사만 100여명씩 거느린 세계적 기업들이 협의를 하고 합의할 때는 그 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며 소송은 무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면 제네릭사들은 10여건 특허문제가 걸려있지만 개량신약인 에소메졸은 2건 밖에 없는 만큼 승산이 있다는 주장도 완강했다.이러 저러한 여러 가능성을 제시한 임직원들이 최종적으로 자신의 입만 바라봤을 때 임성기 회장이라도 흔들렸을 것이다. 돈이 좀 들겠지라고 생각했지 264억원이나 들어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러 환경 때문에 국내 매출도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 때도 임 회장은 '끝까지 가기'로 했고 해피엔딩을 연출했다. 현재 한미가 미국시장에서 얼마 만큼 매출을 거둘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하지만 매출을 발생시키는 과정 역시 마케팅 역량을 쌓고 미국 시장을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다.어쨌든 분명한 것은 한미약품이 쌓은 글로벌 자신감은 앞으로 거두게 될 매출보다 더 값질 것임에 틀림없다. 세계서 제일 어렵고 까다롭지만 가야만 하는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허가와 임상, 특허분야에서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큰 무형의 자산을 쌓았다. 대차대조표 자산란에 기재되지는 않겠지만 이같은 자산은 한미약품의 글로벌 DNA로 심어져 진화 발전될 것이다. '겨우 염변경한 걸 가지고…'라고 '신포도'를 말하는 사람들은 결코 가질 수 없는 글로벌 진출에 대한 총체적 역량 말이다.2013-08-08 06:34:54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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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함께 뛰는 보건복지부국내 제약기업들이 '글로벌 도전'에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진영 장관의 보건복지부가 '페이스 메이커'를 자임하며 함께 뛰기 시작해 주목된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제약기업의 관계가 대부분 규제하고, 규제를 받는 경직된 상황에서 질책하고 원망만 했었다는 점에 비춰보면 작금의 이같은 변화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온다. 모처럼 찾아온 변화가 일과성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 기업이 비전을 주고 받으며, 어려운 처지를 십분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돼 국내 기업들이 '세계인들의 약국'이 되는 날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작년 혁신형 제약기업을 인증하고, 지난 달 21일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한 복지부는 이날 제약협회, 보령제약, 동화약품, 한국비씨월드제약, 한미약품, 바텍제약 관계자들과 함께 중남미 시장의 거점인 멕시코와 브라질 시장을 둘러보라며 7박 8일의 일정에 관계자를 파견했다. 박인석 복지부 제약산업정책국장, 정은영 제약산업 TF팀장 등은 현지 보건부와 인허가 기관 관계자를 만나 국제 수준으로 발돋움한 우리나라 인허가 제도와 품질관리 시스템을 소개하며 국내 기업들을 지원했다. 보령은 이번 방문에서 2600불의 카나브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작년 12월 미국 MSD 본사에서 열렸던 한미약품 아모잘탄(글로벌 상품명 코자엑스큐) 글로벌 발매 기념식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일각에서 '글로벌 진출이 중요하지만 복지부가 전면에 나설 일이냐'는 비판도 나온다지만, 오바마 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애플의 손을 들어주는 장면을 상기해 본다면 이는 아주 편협한 지적일 뿐이다. 왜냐하면, 글로벌 시장 진출엔 기업들의 노력 외 정부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까다로운 허가절차와 품질관리가 중요해 카운터 파트가 되는 각국의 보건 및 인허가 관계자간 신뢰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면에서 기업들의 열마디 말보다 우리 정부 관계자의 설명 한마디가 더 효과적 일 수 있다는 것이다.다른 중요성도 있다. 우리나라 보건 관계자가 현장에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체험하고 체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혁신형 제약기업을 인증하고 5개년 계획을 세웠다지만, 글로벌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서툴기는 기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제약산업계 모두 글로벌을 상대한 경험이 턱없이 부족한 탓이다. 다시 말해 혁신형 기업들에게 어떤 지원 정책이 현실적인지, 그래서 5개년 계획엔 어떤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는지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는 뜻이다. 또다른 측면에선 복지부가 규제 마인드를 풀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결론적으로 보건복지부가 기업과 함께 뛰기 시작한 현상은 매우 바람직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내 제약산업계 역시 모처럼 찾아온 호기를 잡아내려면 '제약산업은 중요하다' '혁신형 제약은 실효성이 없다'와 같은 추상적 구호나 맥없는 비판을 앞세워 정부에게 원망섞인 요구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떻게 일본 정부와 제약회사들이 손발을 척척 맞추는지를 분석하고, 일본 기업들처럼 정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서 신바람이 난 복지부가 예산부처를 열성적으로 설득해 필요한 예산을 따낼 수 있도록 진정한 상생의 구도를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글로벌이라는 먼 길을 가려면, 보건복지부와 제약기업이 함께 길을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앞에서 보건복지부와 기업은 일심동체가 돼야 한다.2013-08-06 06:34:55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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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는 스스로 존재감을 살려내라국내 제약산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제약협회가 "정부 등에 제네릭이나 복제약이라는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함께 제네릭이나 복제약을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이름 공모 및 대국민 캠페인까지 전개하기로 했다. 일괄 약가인하 등 일방적인 정부 정책의 트라우마로 인해 온갖 피해 의식에 사로 잡혀 있던 제약업계가 존재감 회복에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행보로, 이번 기회가 제약산업과 의약품의 가치를 사회 전반에 폭 넓고 깊이 알리는 한편 제약업계 스스로에게도 에너지를 불어넣는 계기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제약업계의 부정적 행태들이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탄식만 할 뿐 별다른 반응 조차 보이지 못했던 제약업계는 최근 협회는 협회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전향적이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제약은 TV 방송에 '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의 병상 곁에서 간호하던 엄마가 신약개발의 소식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의 기업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이는 '생명의 기원'이라는 기업광고로 중년층의 가슴 속에 아직도 '징~~' 종소리와 함께 '종~근~당'이라는 울림을 주고 있는 1970년대 종근당 기업광고를 연상하게 만든다. '당신이 잠든 밤에도…'로 시작하는 종근당의 기업광고는 제약회사는 어떤 곳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명작으로 꼽힌다. 동아의 광고와, 신약개발 전문기업의 이미지 보여주는 한올바이오파마의 기업 광고 두 편은 제약회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작은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그동안 제약산업이 이 사회속에 제대로 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일본 다이이찌산쿄본사 1층과 2층에 설치된 체험관은 국내 제약업계가 벤치 마킹해 봄직하다. 제약회사가 내 건강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약은 우리 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CG로 구현한 곳인데 도쿄 시민들은 물론 외지에 온 사람들이 꼭 들러 살펴보는 명소가 됐기 때문이다. 현재 임대를 준 한국제약협회 1층 사무실을 모두 비우고 국내 제약산업을 알리는 공간으로 삼는다면 어떨까하는 생각까지 들만큼 제약산업계는 그동안 사회에 제대로 뭘 보여준 기억이 없다. 사회가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고 원망은 많았지만 사회를 향한 어떤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했는지, 무슨 종류의 마일리지를 쌓았는지 드러나 있는 게 별로 없다. 가끔 재해지역에 의약품을 기증했다는 보도를 제외하고는 말이다.소속한 사회의 지지를 받는 산업군이 강한 경쟁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캠페인 등 분위기 전환을 통해 사회적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는 일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활동들은 데코레이션일 뿐 근원적 해법이 아니라는 점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국내 제약업계는 종종 사회적 지지가 탄탄한 일본을 보라고 예시하지만, 정작 일본 제약회사들이 전체 산업군 중에서 화학공업 다음으로 법인세 납부 실적이 높다는 점은 주목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방송광고 톱 10을 주름잡던 1970년대의 영광만 기억할 뿐 국내 GDP 대비1% 남짓한 산업이라는 냉정한 현실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질적인 성장이 없으면 캠페인 등을 통한 사회적 지지는 일시적 현상에 그치거나 착시 현상만 부를 뿐이다.외국기업과 이들의 의약품 비중이 국내 의약품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등 외부적 요인에 대해서는 정부도 새로운 정책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기 실시된 정책이라도 되짚어 대안을 마련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약산업계가 우선적으로 할일이적지 않다. 최우선으로는 의약품 거래와 관련한 불법 리베이트로 부터 온전하게 자유로워 지는 일이다. 리베이트 쌍벌제 이후 움츠려 들었던 리베이트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금단증상을 겪는 기업이 꽤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한 제약업계의 미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제네릭 용어 쓰지않기 대국민 캠페인이나 새 이름 공모는 일과성 이벤트가 아니라 제약산업 전체가 마음과 자세부터 새롭게 다지는 소중한 기회로 발전돼야 할 것이다. 진정성있게, 지속적으로 말이다.2013-07-31 06:46:59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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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G폰과 스마트폰-바코드와 RFID 경제학얼리 어답터(Early Adapter)들의 전유물이었던 스마트폰은 이제 생활필수품이 됐다.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무언가 보거나 듣는 사람들 십중팔구는 '스마트폰 사용중'이다. 이들은 뉴스를 읽거나, 듣고, 보며 영화를 즐긴다. 미국에서 열리는 류현진 야구 중계에 열광하는 사람, 미처보지 못한 드라마를 다운받아 시청하는 사람, 영어회화 공부를 하는 사람들…. 모두 스마트 폰을 움켜쥐고 사는 시대다. 골프 매니아들은 골프 중계나 전문프로의 레슨에 심취한다. 어떤이는 내비게이션 대신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폰을 더 의지하며 운전한다. 누군가는 '카톡'으로 저편의 사람들과 접속한다. 흥미로운 건 이같은 스마트폰의 열풍속에서도 2G폰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전화는 전화일 뿐,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컴퓨터 기반의 다양한 기능은 크게 중시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전화만 잘 걸리고 들리면 됐지 굳이 기기 값도, 요금도 비싼 스마트폰을 살 필요가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금 휴대 전화의 세계엔 '2G폰과 스마트폰'이 공존하고 있다.'2G폰과 스마트폰'처럼 보건의약계에도 묘한 공존이 자리잡고 있다. 이름도 낯선 '128 확장(2D) 바코드'와 'RFID 태그'다. 2011년 5월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바코드와 RFID 태그의 사용 및 관리요령'이란 고시를 개정한데 따른 것이다. 복지부가 이 고시를 통해 달성하려는 건 '의약품 유통정보화의 기반을 조성해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이력관리를 효율화하는 것'이다. 128 확장(2D) 바코드나 RFID 태그 중 하나를 제약회사, 도매 등이 채택하면 이같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엔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외형적 형평성을 갖춘 정책은 '지금 익숙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2D바코드'를 범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정부의 미래 정책이라는 측면에서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일까? 분명한 것은 '2G폰과 스마트폰의 공존'과 경우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의약품 유통 정보화의 기반이라는 측면에서는 두 방식 모두 비슷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나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이력관리를 효율화 해야 한다면 '128 확장(2D) 바코드'와 'RFID 태그'간 현격한 차이는 감안돼야 한다. 2G폰을 쓰거나 스마트 폰을 쓰는 문제는 개인 선택 영역이지만, 정책 선택 만큼은 목적성이 분명해야 하기 때문이다.128 확장(2D) 바코드와 RFID 태그간 업무 효율성에 관한 비교 자료에 따르면, 2D바코드를 채택한 도매상이 의약품 1박스를 입고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분30초에서 6분가량 소요된다. 수작업으로 개별 바코드를 일일이 스캐닝하는 과정 때문에 아무리 손동작이 빠른 달인이라해도 절대 시간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RFID 태그를 채택한 국내 제약회사가 같은 업무를 해봤더니 자동화 라인에서 9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일일 물동량으로 계산하면 전자는 70시간 이상, 후자는 1.9시간 가량 걸렸다. 이를 필요인력으로 계상하면 전자는 적어도 9~10명의 인력이 필요한 반면 후자는 1명이면 충분했다. 이를 제약회사의 발송업무와 도매업소의 입고 업무로 합쳐 생각해보면 2D바코드보다 RFID 태그가 효율적이다. 효율성이라는 면에서 토를 다는 전문가들은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두 방식의 공존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데는 RFID의 높은 초기 비용 때문일 것이다.효율성이라는 면에서 두 방식의 차이가 확연하지만 키를 쥔 정부가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물이 낮은대로 흐르듯 많은 관련업체들이 2D바코드로 몰릴 것이 뻔하다. 이는 정부가 2015년까지 국내 생산되는 의약품 절반 이상에 RFID 태그를 부착하겠다는 '제약+IT 융합발전전략' 추진 목표와 어긋나는 현상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RFID 태그를 부착한 8개 제약회사 등이 소수로 전락돼 업계의 표준은 '2G폰, 아니 2D바코드'로 고착될 것이다. 아이러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355억원(제약사 219억원, 정부 136억원)이나 투입한 야심찬 전략이 창조적 결과를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닥치고 RFID'라고 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존재한다면 두말할 나위도 없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의약품 유통투명화와 유통비용의 절감이 국내 제약산업의 국제적 경쟁력을 높이는 인프라이자, 의약품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기반이라고 한다면 이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선이 빤히 보이는데 굳이 차선을 선택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정부는 우선 높은 초기 비용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내는 한편에서 기업들을 설득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RFID의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그 효율성을 정확히 모르는 게 현실이다. 막연히 비용이 엄청든다는 사실만 강조해 듣고 걱정할 뿐 RFID가 장기적으로 실현해 줄 효율에 대해서는 알려고 조차 않는 실정이다. 일부 약국들의 오해도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약국 밖에서도 스캐너 한번 쏘면 모든 정보가 빠져나간다고 오해하고 있다. 만약 RFID가 구현돼 있었다면 오늘 날 약국가를 혼란에 빠트린 청구불일치 문제는 없었을지 모른다. 이력을 해명하느라 이것 저것 관련 증빙서류를 찾지 않아도 됐다는 말이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이대로 방치되면 2D바코드와 RFID가 혼재돼 도매 유통업계의 업무와 비용은 이중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정부의 고시 개정, 다시말해 정책이 이런 것을 목표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정부는 8개 기업들의 시행착오를 표준화하는 등 알려야 할 것은 적극 알리고, 필요하고도 현실적인 유인책 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2013-07-30 06:45:50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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