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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며느리보다 더 심한 약사들의 명절증후군

  • 조광연
  • 2013-09-04 12:24:50

추석 연휴를 맞는 약사들의 심경이 복잡하고 불편하다. 명절증후군을 앓는다는 며느리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해보이지 않는다. 이미 10여개 일반의약품이 안전상비약이라는 이름으로 편의점 등서 판매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추석 연휴 민생안정화 대책에 약국을 포함시켰다. 대한약사회도 순순히 시도약사회에 연휴기간 국민의 약국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약국을 운영해 달라고 지침을 공지했다. '고민은 어떤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생기기 보다 일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데서 비롯된다(버틀란트 러셀)'는 말처럼 약사들은 약국 문 열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열어볼까 생각하면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를 강행한 정부가 얄밉고, 안하자니 국민 불편과 여론이 부담스럽다.

대한약사회가 '휴일지킴이약국'이라는 용어로 바꿔부르기로 한 당번약국은 십수년 된 묵은지다. 바늘에 실가듯 연휴가 끝나면 '문연 약국이 없어 국민들이 의약품을 구매하는데 불편을 겪었다'거나 지역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정치인들의 인터뷰는 언론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서둘러 차례를 마치고, 차례상을 한켠에 미뤄둔 채 약국을 지켰던 약사들은 이같은 지적에 허탈했지만 다시 명절 연휴가 찾아오면 습관처럼 약국을 지켜왔다. 물론 당번을 서겠다고 지역약사회에 보고해 놓고 문을 열지 않은 일부 양심불량(?) 약사들이 있었지만, 대다수 약사들은 일반약이 약국 밖으로 나가는 빌미가 될까 봐, 약사의 사회적 위상이 실추 될까봐 약국문을 닫지 못했다. 노심초사의 세월이었다.

그래왔던 당번약국은 속이 더부룩할 때 소화제를 못사는 게 말이되냐, 콧물 나는데 병원 응급실을 가야되냐면서 정부가 안전상비약을 편의점 등에서 팔 수 있도록 법을 바꾸자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사회적 욕구가 안전상비약과 편의점을 통해 충족됐는데도, 왜 약국에게 당번을 강요하냐는 게 약사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이런 심리적 기제가 상징적으로 표출된게 바로 휴일지킴이 약국 아닌가. 휴일지킴이라는 용어에는 '정부나 사회는 약국에게 당번을 강요하지 마라, 국민 불편 해소에 대해선 약사들도 아예 외면할 생각이 없을 뿐 아니라 약사전문직능인으로서 책임은 자발적으로 다 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24시간 문 여는 편의점이 안전상비약을 판매하는 현실에서 약국이 왜 문을 열지 않느냐고 사회가 강제하고 돌팔매를 던질 수는 없다. 약국도 필요 이상 강박증에 시달릴 필요는 없다. 다만 한가지,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더 좋아할까 정도는 염두에 뒀으면 한다. 그리고 나서 '가장 이기적인 선택'을 하면 된다. 이기적이란 말은 언뜻 유감스럽게 분류되기 십상이지만 무슨 일이든 열정의 근본은 이기적 동기에서 비롯되는 만큼 휴일 약국 문을 열까 말까는 철저히 이기적으로 선택했으면 좋겠다. 십수년의 당번약국이 약사들에게 무엇을 가져다 주었느냐는 질문도 가능하지만, 그랬기 때문에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않았느냐는 평가도 가능하다. 어느 것을 믿느냐는 약사들의 또다른 선택이다. 미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국민들의 마음을 밑빠진 독으로 볼것인지, 부으면 쌓이는 마일리지 항아리로 볼 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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