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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의료소비자로 살기이 글은 마르크제의 후기산업사회 현상 분석으로 약과 의료에 대한 지난 글의 연장이다.행위의료에 있어서는 약과 같은 대량생산이 없으므로 산업적 조작주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종양제거를 위해 대형병원에서 눈코뜰새 없는 수술 과정을 경험한 사람은 의료의 산업적 콘베이어 벨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행위의료에서는 숫자대신 시각적 지표가 그것을 대신한다. 푸꼬는 그의 명저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근대의학이 보이는 것을 객관적 공간-신비론적 관념적 질병관에 대비하여-으로 정리하면서 실증주의의 영역으로 진입하였다고 하였다.그것은 이후에 피부 밑의 해부적인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었는데 근대 실증주의 의학은 시각적으로 형성되었고 이것은 마르쿠제적 관점에서는 일종의 대표지표이고 조작주의의 단초가 된다. 종양은 그러한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사례이다. 병의 본질로서 종양과 치료로서 그것의 제거는 대표적인 시각적 실증주의 지표이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질병과 치료의 개념을 대체한다.환자는 '종양환자'와 '종양이 아닌 환자'로 나뉘고 다시 세부집단으로 분류되어 긴 줄을 서서 수술장을 향한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게 된다. 다양했던 개인적 주관적 고통은 종양과 치료를 위한 표준화 된 내용으로 이의 없이 정리된다.의료의 외연공간까지 거대한 전일체로 재구성된다. 종양제거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대형병원과 거기에 보낼 환자를 예비 심사하는 지역병원, 그리고 종양제거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공포를 통하여, 또는 예찬을 통하여 시청자들을 동원하는 매스미디어, 비용을 보상한다고 선전하는 보험회사, 그리고 규범적 관리를 하는 법률 시스템이 모두 관련된다.종양과 질병자체가 동일시되는 조건에서 그것의 제거가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는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동으로 '정당한' 것이며 종양을 제거하지 않는 경우와의 비교연구는 제거하지 않는 대조군을 형성할 수 없어 연구자체가 불가능하다. 자궁 적출역시 유사한 사례이다. 자궁 적출이 필요한 지표가 '개발'되고 그 전후관계에 대한 스토리가 완성되어 매스미디어를 통해 공급되면 자궁적출의 필요성은 완성된다. 미국에서 자궁적출의 기준과 산부인과 의사 수를 대입하면 65세 미국 여성의 반은 자궁을 적출하게 될 거라는 자조적 예측도 있다. 조작주의로 발전한 이상 의료는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사회는 기성의료의 외연공간으로, 문화 또한 그것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비판은 이 거대한 흐름에 압도된다. 그 세부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존재하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성의 해결방안은 잠재적 대안보다 우수하며 비판과 다른 대안의 모색은 불필요하거나 가치 없는 불평으로 간주된다. 두 번째, 현실에 존재하는 대안들은 일차원성 안에서 서열이 매겨지고 내용적 상이성은 사라진다. 세상에서, 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약, 의료가 존재하고 그것은 언제나 제2, 제3의 대안에 비해 우월한 것이다.누가 제1대안의 소비자가 될 것인가는 그 사람의 재력과 권력을 반영한다. 누군가 제1대안의 소비자가 되었으나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면 그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자기 부모를 제2, 제3의 대안에 의뢰하려고 하였다면 그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불효의 죄책감에 갇힌다. 세 번째로, 세상은 유능한 공급자와 무능한 소비자로 양극화 된다. 유능한 공급자는 다양한 주체들이 전일화된 시스템 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반면 소비자에게는 무능이 강요된다. 소비는 규범이 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포기가 종용된다.자신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견형성과 제시는 의사의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지며 문제의 인지를 즉각적인 수동적, 순응적 환자의 역할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일탈로 비난받는다. 유능한 공급자의 일원도 스스로 소비자가 되었을 때는 순간적으로 무능화된다. 결과적으로 의료는 사회의 통제와 지배의 강화에 기여한다. '힐링'의 고전적 모델로서 의료는 환자의 일탈을 치료하고 '정상'에 복귀시키는, 그럼으로써 일탈과 부정을 체제 속에 통합하는 '수선'의 메카니즘이다.이 모델은 최근에는 다른 부분에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힐링 뮤직, 힐링 푸드, 힐링 캠프, 힐링 체조 등이다. 그것은 사회의 전체주의적 통합, 비판의 무력화 기전이다. 개인은 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지만 문제의 한 축인 사회는 보존된다. 얼마 전 정부는 동네병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질환의 2, 3차 병원 이용에 대하여 본인부담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 조치로서 상급 병원의 이용이 얼마간 억제되는 듯 했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지금 상급병원의 환자 수는 원상회복한 느낌이다. 경질환을 동네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는 현대산업으로서 의료소비자의 규칙위반을 전제로 한다.환자 스스로 경질환을 판단할 것, 자신의 몸을 제1 대안이 아닌 제2, 제3 대안에 의뢰할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의료산업화의 초기단계에는 의사치료를 받는 것, 의사 처방을 실천하는 것만으로 제 1대안의 의미를 충족시켰을지 모른다.하지만 산업의 고도화로 의료서비스간의 차별과 경쟁의 원리, 배제의 원리가 강화되면서 제1대안의 범위는 축소되고 일반 의료는 제2, 제3대안으로 밀려난다. 이 때 조작주의의 일원으로 상급 병원은 산업 전략으로서 복합 상병이나 중증질환의 지표를 부각시켜 상급환자를 ‘창조’하는 것은 사실상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대체조제의 활성화 실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해진다. 의사의 처방약은 대체조제약에 대하여 제1대안으로 '간주'된다. 비용을 지불하고 제 1대안 약을 처방받았는데 제2 대안약으로 후퇴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소비자에게 강요된 생활방식이 아니다. 벗어나면 불안해지는 규범의 자발적인 일탈을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2013-03-07 06:30:00데일리팜 -
신약 개발, 2012년엔 누가 승자였을까?생명과학 연구의 모든 성과물은 결국 신약 개발을 위한 정보로 활용된다. 크게 보면 생명과학 분야의 각 연구자들은 질병을 정복하기 위한 단서를 찾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셈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곳곳의 연구소와 기업들은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듯이 신약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를 캐내는 데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신약 연구는 이제 대학 연구실에서도 심심찮게 벌어지는 흔한 모습이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은 예외가 아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 신약 개발에 매달리고 있는데 그렇다면 신약은 대대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걸까?세계 의약품 시장은 미국이 가장 크다. 그러니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은 반드시 뚫고 들어가야 할 시장이다. 그러려면 미국 FDA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 FDA 심사를 통과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그렇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신약 승인을 받았더라도 FDA에서 승인을 못 받아내는 경우가 제법 생기고 있다. 실례로, 최근의 통계를 보면 다른 나라에서 승인받은 32 개의 신약중 24 개만이 미국 FDA에서 승인을 받을 정도였다. 그만큼FDA가 다른 나라의 기관에 비해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한다는 뜻이 된다. 그렇지만, 일단 FDA에서 승인을 받게 되면 다른 나라의 허가당국은 쉽게 통과하는 편이다. 물론 예외가 왕왕 있기는 하다. 따라서 FDA 승인 여부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느냐 여부를 결정지우는 고비가 된다. 이런 이유로 의약품시장에 새로 나오는 신약을 파악할 때 FDA에서 승인한 신약을 집계하게 된다.작년 한 해에 승인된 신약은 몇 개쯤 될까? 모두 37 개이다. FDA의 발표를 들여다보면 숫자상으로는 모두 39 개지만 여기에는 진단용 조영제 2 개가 포함되어 있어 치료제로서의 신약은 37 개로 봐야 한다. 물론 이 37 개의 신약엔 개량신약은 포함되지 않고 말 그대로 순수신약 (혁신신약)만 따진 것이다. 지난 20년간 FDA는 한해 평균 30 개 정도의 신약을 승인을 해 왔기에 작년에는 평균치를 웃돌게 신약이 승인된 셈이다. 이렇게 신약 승인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FDA는 심사과정에서 도중에 퇴짜를 맞지 않고 (즉, 재수나 삼수를 하지 않고) 한번에 승인을 받아낸 비율이 80%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처럼 첫번째 심사에서 승인받은 비율이 높아진 것은, 예년에 비해 제약사들이 개발과정에서 FDA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함으로써 임상실험과 관련하여 FDA의 견해를 잘 수용하여 대비한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게다가 각 질병에 대해 새로운 타겟을 겨냥하여 처음으로 개발된 약 (first in class)이 많았던 것도 또 하나의 요인이다. FDA로서는 새로운 메카니즘을 가진 신약의 탄생을 장려하기 때문이다. 또, 질 좋은 데이터로 부작용 정도에 비해 약효가 탁월함을 입증한 약이 많았던 것도 이유였다고 FDA측은 덧붙인다.37 개의 신약을 일일이 들여다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우선 37 개중 31 개는 합성신약이고 나머지 6 개는 바이오신약 (항체, 펩타이드 등)이다. 최근 들어, 바이오신약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은 합성신약이 더 많이 나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약효군으로 분류해 보면 항암제가 13 개에 달해 제약사들이 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암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가 여전히 절실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나머지의 신약들은 소화기계 질환, 순환기계 질환, 호흡기계 질환, 감염질환, 안과질환 등의 질병에 적용되는 약이었다. 이번에도 희귀질환에 적용하는 신약이 많았는데 모두 13 개에 이르렀다. 빅파마들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주력하지 않는 현실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주고 있다. 또, 총 37 개의 신약중 무려 18 개가 새로운 메카니즘을 가진 first in class 약이었다. 이들 약은 온갖 리스크를 무릅쓰고 새로운 타겟에 도전하여 보상을 받은 셈이다.그럼, 어떤 회사들이 신약 승인을 받아 냈을까? 37 개중 21 개의 신약은 거대 제약사들 (매출액 순위 상위 20 개) 에서 개발한 것이었고 나머지 16 개는 신약 개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없는 중소 규모의 회사에서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보면 이들 회사중 Pfizer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졌다. 무려 5 개 (BMS와 공동 개발한 것 1개 포함)의 신약을 탄생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지만 투자에 비해 건지는 것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Pfizer가 오랜만에 덩치값을 한 셈이다. 그 뒤를 이어 6 개의 회사가 2 개씩의 신약을 승인받았는데 Sanofi, Genentech, Forest Laboratories, Teva그리고 일본 제약사인 Astellas와 Eisai가 그 주인공들이다. 제네릭만 만들던 Teva가 신약에서도 성과를 낸 것이 눈길을 끌고 일본의 제약사들이 활약하는 것도 부럽다. 이외에 BMS, Norvatis, Merck, Bayer, Johnson & Johnson, Gilead, Takeda등도 각각 1 개씩의 신약을 탄생시켜 체면을 유지하였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강자였던 Abbott, Amgen, AstraZeneca, Lilly 등은 아무런 소득없이 한 해를 보냈다. 한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 승인된 신약들중 6 개의 신약은 큰 회사의 도움없이 작은 회사가 자체적으로 개발을 진행시켜 승인까지 얻어낸 것이라고 한다. 이는 신약 개발이 큰 회사들만의 잔치라는 인식을 깨뜨린 것으로 한국의 제약사들도 본받을 만한 사례라 할 수 있다.이제 이들 신약은 의약품 시장에서 유통되기 시작하였다. 어렵사리 신약으로 세상에 나왔지만 이들 모두가 큰 성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몇 개의 신약은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만한 약으로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BMS와 Pfizer가 공동으로 개발한 항혈전제 apixaban (상품명 Eliquis)이다. Factor Xa 저해제인 이 약은 뇌졸중 예방 약물로서 기존에 사용되는 항혈전제들보다 약효와 부작용 (출혈)면에서 우위에 있어, 60년째 사용되고 있는 warfarin을 대체할 약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Pfizer의 tofacitinib (상품명 Xeljanz)도 주목할 만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메카니즘을 가진 관절염 치료제로서 면역반응에 관여하는 효소의 일종인 JAK3를 저해하여 류마티스성 관절염을 완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Astellas가 개발한 전립선암 치료제 enzalutamide (상품명 Xtandi)도 큰 성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근자 들어 개발된 여타 전립선암 치료제들보다 약효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Genentech의 HER2 모노클로날항체인 pertuzumab (상품명 Perjeta)도 거대 품목 반열에 오를 것 같다. 기존 유방암 치료제인 herceptin과의 병용요법을 통해 치료효과를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현재 메이저 제약사들은 거대 품목들의 특허 만료로 인한 후유증을 심하게 겪고 있다. 2011년 리피토 (Pfizer), 자이프렉사 (Lilly), 2012년에는 플라빅스 (BMS & Sanofi), 디오반 (Norvatis), 세로퀼 (AstraZeneca), 렉사프로 (Forest Laboratories), 액토스 (Takeda), 싱귤레어 (Merck) 등의 특허권이 소멸되어 매출이 급감하였기 때문이다. 이처럼 매출액이 큰 품목들의 특허가 일시에 만료되어 의약품 시장이 요동치는 현상 (특허절벽)은 지금껏 유례가 없었던 일이다. 올해에는 심발타 (Lilly), 아시펙스 (Eisai), 리리카 (Pfizer), 니아스판 (Abbott) 등의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고 내년에는 또 다른 거대품목인 넥시움 (AstraZeneca), 쎄레브렉스 (Pfizer), 에비스타 (Lilly), 바이토린 (Merck) 등의 제네릭이 줄줄이 등장할 예정이다. 특허 만료로 인해2015년까지 제약사들이 입게 될 손실액은 300 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예상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각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에 더욱 집중적인 투자를 해 왔다. 그런 노력들이 작년에 더 많은 신약이 나오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위에서 언급한 특허절벽 현상은 한국의 제약사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수한 제네릭의 개발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다. 또, 작년에 한국의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 조치로 인해 혹독한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이에 실망하지 않고 밖에서 불어닥친 시련을 연구 개발을 통해 헤쳐나가려는 노력을 어느 때보다 집중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토대로 머지않은 장래에 한국의 제약사에서 개발을 주도한 약들이 글로벌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2013-02-25 06:34:53데일리팜 -
유전정보 분석해 건강관리 하는 시대건강한 체질을 타고 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다. 말술을 들이켜도 끄떡없는 사람도 있고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도 있다. 의사·약사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가 좋은 약이 어떤 이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심지어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를 때때로 경험한다. 약물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는 어떤 약물이 그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킬지를 모르기 때문이다.동양의학에서는 사람들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등으로 구분해 약을 써 왔다. 서양의학은 이제까지 체중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할 뿐, 체질에 따라 약을 다르게 쓰는 개념은 없었다. 체질을 구분하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체질을 생명과학 용어로 말하면 유전정보다. 사람의 유전정보는 46개 염색체 DNA에 들어있다. 정확히 말하면 60억 개 DNA 염기의 배열순서에 암호화되어있다. ‘유전’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유전정보는 온전히 부모로부터 받는다. 한 사람의 유전정보는 난자와 정자가 만나 한 생명이 수태되는 순간에 결정되어 평생토록 변치 않는다. 수태될 때 난자로부터 온 DNA와 정자로부터 온 DNA가 섞이는 과정에서 다양한 조합이 일어나기 때문에 형제들의 유전정보도 조금 다르다.사람들의 염색체 DNA의 염기배열은 99.5%정도는 모든 사람들이 다 같고 약 0.5%는 개인마다 차이가 난다. 이 차이가 체질을 결정하고 성별, 피부색, 머리카락, 눈동자 등의 외양, 그리고 유전병 여부, 취약한 질병, 약물에 대한 반응 등, 모든 ‘개인적 특성’을 결정한다. 만일 유전정보의 0.5% 차이를 분석해 취약한 질병을 미리 알 수 있다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어떤 약물에는 효과가 있고 어떤 약물에는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나타낼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 질병의 치료에 응용할 수 있다.이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상당한 난관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유전형질(특정 유전자의 DNA 배열)이 어떤 표현형질(당뇨병 취약 등)과 관련이 있는가를 알아내려면 통계처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유전형질을 정확히 분석하려면 유전체를 분석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므로, 대안으로 스닙(SNP) 즉 단일염기다형성(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분석하는 방법이 개발되었다. 스닙은 60억 개의 유전체 염기배열에서 사람들 사이에 염기 한 개가 차이가 나는 부위들을 말하는 데 지난 십여 년간 수백만 개 이상의 스닙이 발견되었다. 흔히 1백만 개의 스닙을 한 개의 DNA 칩으로 분석한다. 스닙 분석은 매우 간편하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 전체 유전체(60억 개 염기)의 불과 0.017%(1백만 개)만을 분석하는 것이어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유전형질 분석에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지난 수년간 스닙을 이용해 유전형질과 표현형질의 상관관계를 알아내기 위해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스닙과 당뇨병, 심혈관질환, 대장암, 유방암 등의 질병의 발병 가능성에 대해 수십만 명의 데이터를 축적해 분석하는 것이다. 약물 반응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었는데, 심혈관질환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에이즈 치료제 등 장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약물, 혹은 항암제 등 세포독성이 큰 약물이 주요 연구 대상이다.스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체 유전체를 분석하고자 하는 연구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수백만 달러에 달하던 유전체 분석 비용이 지금은 수천 달러까지 내려갔기 때문에 앞으로 수년 이내에 전체 유전체 분석을 하는 경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정확한 유전형질 데이터가 축적되면 머지않아 표현형질과의 관계도 훨씬 자세히 밝혀지게 될 것이다. 이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체질을 분석해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을 관리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2013-02-21 06:30:06데일리팜 -
박근혜 정부가 살길은 보편적 복지다잠실아주머니들이 벌써 박근혜 잘못 뽑았단다. 뭔 얘기냐고? 이 잘사는 동네 고마워하지도 않는데 무상보육 한다고 아버지도 의사, 엄마도 의사, 할아버지도 의사인 집 아이에게 돈 준다고. 무상급식, 의료, 보육, 복지, 복지하면서. 그런데 그 돈 주려고 자기네 세금 더 내야 한다고. 이자소득세 상한을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내렸다고.선거 막판에 도로까지 줄지어 늘어서 투표했던, 50대 강남 아줌마들의 심기가 불편하다. 그런데 이런 반응이 역사적으로는 낯설지는 않다. 자 2000년을 거슬러 로마로 가보자. 이태리반도의 작은 동네에 불과했던 로마가 지중해를 내해로 하는 대제국을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요인이 있었지만 핵심은 로마 시민권의 개방일 것이다. 배타적이 아니라 내 것을 타자에게도 나눠주어 다 같이 살자는 것이었다.로마인은 자국의 시민권을 타국인에게 주는 데 대단히 너그러운 민족이었다. 전쟁에서 진 패배자에게 조차도 시민권을 주었다. 그것은 로마 군단이 로마 시민권 소유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덕택에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병력은 만 명 단위에 머물렀지만, 로마는 10만 단위의 병력을 가질 수 있었다.반면에 전성기의 아테네에서도 부모가 모두 아테네인이 아니면 아테네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이 점은 스파르타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로마에서는 얼마 동안 로마에 거주하기만 하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제도가 훨씬 이후까지 실시되었다. 반대로 아테네에서는 오랫동안 아테네에서 살고 학교까지 열어 아테네 문화 발전에 이바지한 아리스토텔레스조차도 평생 동안 시민권을 얻지 못했다.시민권에 대한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노예에 대한 처우에도 나타나 있다. 그리스에서는 노예가 노예인 채 평생을 마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로마의 노예한테는 다른 길이 열려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예와 가축을 비교하며 "유용함에서는 노예와 가축이 별 차이가 없다. 노예든 가축이든 그들의 육체는 우리 인간에게 봉사한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한다.반면에 아리스토텔레스보다 200년 전, 로마의 제6대 왕 세르비우스 툴리우스는 그 자신이 노예 출신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예와 자유민의 차이는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태어난 뒤에 만난 운명의 차이에 불과하다."로마에서는 오랫동안 헌신적으로 봉사한 노예에게 주인이 보답하는 의미로 자유를 주거나, 노예 자신이 저축한 돈으로 자유를 살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자유를 회복한 노예를 해방노예라고 부르고, 그들의 자식 대에는 로마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었다. 시민권만 수중에 넣으면 그 후 사회에서의 출세는 그 사람 자신의 재능과 팔자에 달려있다.반대로 아테네에서는 저 유명한 페리클레스조차도 아테네인이 아닌 여자와 재혼했기 때문에 그 결혼에서 태어난 아들이 아테네 시민권을 얻지 못하다가, 특례를 인정받아 겨우 아테네 시민의 자격을 얻었을 정도다. 시민권에 대한 로마인의 개방적인 사고방식은 이중 시민권, 이중 국적까지 인정한 점에도 나타난다.이 시기에는 '로마 연합'의 동맹국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로마 시민권도 얻을 수 있었다. 게다가 자기가 속해 있는 지방의 시민권을 포기할 필요도 없었다. 나폴리 시민이면서 동시에 로마 시민도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중 시민권제도 역시 동시대의 타국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로마의 독특한 제도였다.시민권을 갖는다는 것은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당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중산층 정도의 삶이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시대에 중심세력으로 지중해에 퍼져 살던 그리스인의 도시국가가 서서히 힘을 잃고 작은 동네였던 로마가 힘을 모아갈 수 밖에 없었으리라.로마는 타 민족(요즘으로 우리 사회로 말하면 타 계층)이라도 시민권을 얻을 수 있어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보장해 주었다. 게다가 기원전 367년 '리키니우스법'을 통해 국가 요직에 귀족층뿐만 아니라 평민층도 균등하게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인정하여 오랫동안 로마를 괴롭혀 온 귀족과 평민간의 반목에도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했다.2000여년 뒤, 지금 우리 사회도 계속되는 경제위기에 중산층의 몰락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재벌들이 할인점 SSM 커피점 음식점 떡볶이 서점 인테리어사업 등 동네 상권들까지 장악하면서 중산층의 핵심인 자영업자들의 위기가 이를 더 부채질하고 있다. 호시탐탐 이른바 드럭스토어를 통한 약국도 예외가 아니다.이런 로마에 위기가 왔다. 오늘날 우리의 위기와 비슷하다. 소수에게의 부의 집중, 중산층 몰락, 실업자 양산이 그 문제였다. 속국으로부터 대거 들어오는 밀이나 올리브, 포도 값의 폭락으로 경쟁력을 잃어 땅을 빼앗긴 중산층 농민들이 부가 집중되는 수도 로마로 흘러들었다. 연구자들의 추산에 따르면 이런 이농인구가 로마 인구의 7퍼센트에 이르렀다니까, 엄청난 사회 문제가 되기에 충분했다.이 문제는 복지를 확충한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이들 실업자는 단순히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에 생활 수단을 잃은 사람들이 아니라, 사회에서 자신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온종일 통 속에 누워 있으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철학자 디오게네스같은 인물은 어디까지나 소수에 불과했다.많은 보통 사람들은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존엄성을 유지해 간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자존심은 복지만으로는 절대로 회복할 수 없었다. 그것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일자리를 되찾아주는 것뿐이었다.그래서 필연적으로 개혁이 일어났고 빈곤층을 해결하려는 일환으로 마리우스는 징병제에서 지원제로 즉 직업군인제도를 로마에 도입했다. 또 그라쿠스는 농지소유의 상한제, 빈곤층에게 일정한 땅을 나눠주는 등의 개혁을 시도했다. 그러나 특권층의 반발도 심해 그라쿠스 두 형제는 모두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리고 이는 중산층의 몰락으로 그리고 중산층의 군사력을 토대로 한 로마제국의 멸망의 단초가 되었다.서울로 돌아와서. 이번 선거에서 여든 야든 교육, 보육, 의료에서 복지를 내건 이유는 일본의 자민당이 50년을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노인수당과 전국민에게 제공된 안정적인 의료보험제도 덕택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여당이 선거에서 이긴 이유도 모든 노인들에게 노인수당 20만원 지급(요즘 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돈다)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지금 와서 비급여는 빠진단다)' 공약이 한 몫 했다. 이는 여든 야든 시대의 흐름이리라.한니발에게 호되게 당한 후, 카르타고에 최후의 일격을 가해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의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는 한 때 지중해의 맹주였던 불타는 카르타고를 보며 ‘로마제국을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하는 방법을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소수의 특정계층에게로의 부의 독점이 아니라 나라의 허리인 중산층을 강화시키고 골고루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었고, 이는 역시 오늘 우리 사회도 해결해야 할 같은 과제이리라."희망이 있는 삶!"2013-02-18 06:30:03데일리팜 -
약의 조작주의의 불편한 진실마르쿠제의 후기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인 조작주의는 약과 의료의 영역에 모두 별다른 가감 없이 적용 가능하다. 조작주의는 실증주의(postivism)로부터 비롯한다.실증주의는 근거주의라고도 알려진, 입증 결과에만 근거하는 근대 학문의 주된 방법론으로서, 통계적 과정을 통하여 현실 속에서 강력한 정당성을 구축하였고 그 결과들을 사회적 규범으로 올려 세웠으며 동시에 여타의 대안들을 제도화된 영역에서 밀어내기 시작하였다.이것은 사법적 통제의 진전과 보험 등 금융이 전통생활을 대체하면서 사회의 전일적 통제의 수준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실증주의가 조작주의와 짝을 이루는 이유는 실증의 어려움 때문이다. 대량의 표본으로 통계적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내용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따라서 원하는 내용을 대표하는 조작적 대표지표가 필요하고 채택된 지표가 전체를 대표하는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산업사회에서 실증주의의 권력화와 산업적 필요와 결합되면서 연구적 조작은 ‘조작주의’로 발전한다.약과 의료의 조작주의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첫 번째, 질병의 특징과 관련된 한 두 개의 측정 가능한 지표를 강조하여 질병을 대표하게 하고 가급적 그 질병 명으로 통용되도록 한다.(예, 혈관관련 질환의 혈압, 고지혈증의 콜레스테롤 농도 등) 두 번째, 약의 기능을 관찰, 혹은 측량 가능한 수치로서 비교되도록 하고 그 비교대상인 무처치 군이나 대조약 군에 대비한 현저한 차이가 그 약의 ‘수월성’의 의미로 활용된다. 세 번째, 연구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채택한 대표지표는 점차 편의주의에 흐르면서 일정한 편중이 나타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실험의 경우에 조작이 가능한 부분은 지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은 여타의 조건을 통제해야하는 조작적 실험의 형편상 기간이 짧아야 하고 결과가 명백해야 한다.약을 복용한 후 몇 시간 내에 혹은 길어도 10여일 정도에 측정을 완결할 수 있는 혈압약 복용과 혈압변화라는 인과의 짝은 혈관질환을 대표하기에 가장 편리하다. 혈압의 측정은 혈관의 건강성이나 혈액의 조성, 여타 병리적 증거들보다 측정이 훨씬 용이하고 명백하다.그렇게 발탁되어 질병을 대변하는 지표는 당대사 관련 질환의 혈당수치, 관절염의 브래디키닌,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염증물질 분비, 위장관련질환의 위산분비량, 간기능 검사, 소변 검사 등의 각종검사지표 등으로 무한히 확장된다. 하지만 이들 지표들은 공통적으로 병리기전의 말단 현상만을 대변하고 있다. 네 번째로, 이러한 대표지표가 점차 질병을 대변하게 되면서 질병의 유무와 치료의 필요성은 지표로서 대변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된다. 조작지표로 증명되지 않은 환자의 불편은 꾀병으로 폄하되고 유사한 불편은 증명된 지표상의 사실을 근거로 조작된 질병의 환자로 편입되어 ‘취급’된다. 스트레스로 혈압이 높아진 경우라도 그는 단지 고혈압환자일 뿐이고 혈압 약을 복용할 필요가 있는 대상자일 뿐 여타의 요인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섯 번째로 이런 맥락에서 조작주의는 치료수단을 왜곡하게 된다. 대표지표의 편중성은 치료수단의 편중성으로 확장된다.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이, 치료수단으로 우울증약이 매치 되듯이 조작에 활용된 지표는 치료방법과 그것을 제어하는 물질을 확정하고 약과 의료를 재편한다.혈관 질환의 경우는 혈압약이 되고 그 중에서도 이뇨제와 혈관 확장제, 심장 박동 억제제 등으로 편중이 완성되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최종적이고 응급적이긴 하지만 근원적이고 환자의 생활방식이나 몸의 상태를 적절히 대변 하는 것으로 부터는 멀다는 점이다. 혈관의 확장은 우리생활의 상태나 리듬에 따라서 확장과 수축으로 반응하게 되지만 그 반응의 생물학적 이유는 무시되고 항상적인 확장상태로 유지되는 조작이 치료라는 이름으로 강요된다. 마지막으로 조작주의는 인간의 개별성을 통제하고 의제로부터 배제한다는 점이다. 산업주의 시대의 혈압약은 인간의 개별성, 즉 환자의 유형과 체질에 관계없이 효과가 있는 약이어야 좋은 약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개발된 약이 대상 환자를 넓히는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환자의 특성에 대한 임상적 관심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이런 실상은 혈압약의 전통 처방과 비교하는 것으로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데 혈압약과 가장 유사한 처방인 삼황사심탕을 들 수 있다. 사하제와 청열제(에너지대사 항진 억제제)로 구성된 이 처방은 인간의 개별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편중성 즉, 노폐물의 적체와 에너지대사의 과잉항진을 교정하여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개별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혼란변수로 취급하는 것은 약의 보편성을 추구하지만, 그 보편성은 개별성을 땅에 묻어버리는 횡포로서, 개별성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인간에게는 부자연성의 원리로서 군림한다. 실증주의나 조작주의가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랜 허위와 신비주의, 엉터리 약과 엉터리 의료로부터 좋은 약과 좋은 치료를 찾기 위한 투쟁적 역사의 결과이기도 하다.또한 기존의 지표가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를 새로운 지표로 보완하기도 하는데 혈압이나 당뇨가 고지혈증으로 보완되고 외과질환이 골밀도 검사로 보완되는 것이 그 한 실례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여전히 과도할 뿐 만 아니라 억압과 왜곡, 통제의 원인이라는 점이다.조작주의가 후기 산업사회의 특성으로 간주되는 것은 그것이 산업적 필요에 부응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매뉴팩처 시대에 봉건영주 체제가, 보다 생산규모가 확대된 공장제 기계 공업시대에 민족국가가 대응하는 맥락에서 조작주의는 후기 산업사회의 확장된 산업이 일상을 지배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인간의 욕구는 본연의 그것으로 해석되지 않고 조작된 상품의 소비자로서의 적합성만으로 ‘번역’된다.그리고 그것의 부적합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불평불만으로 폄하된다. 끊임없이 혈관확장을 강요(?)당하는 환자는 언제까지 이걸 먹어야 하냐고 항변하지만 이미 그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시스템은 가동되지 않는다. 마르쿠제의 후기 산업사회의 진단은 비판적 사고, 부정적 언설, 변증법적 사고의 배제를 운영원리로 확정시킨 과정을 설명한다. 산업이 제공하는 솔루션에 만족하고 박수치고 소비하는 객체로 내몰린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사유, 선택 주체의 지위를 상실한 채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데 질병의 소재, 약의 소비에 관련해서도 그 현상은 예외가 아니고 더욱 두드러진다.2013-02-12 06:30:00데일리팜 -
우리는 약의 소비자를 잘 알고 있는가?최근 책부문 베스트셀러1위에 '트렌드코리아 2013'가 선정되었다. 서울대소비자학과 김난도교수 등이 쓴 책이다. 김교수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시대의 젊은 청춘들을 위한 책인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김교수와 함께 김교수가 전공하고 있는 소비자학에 대해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소비자학은 최근 소비자가 생산 및 유통단계에도 관여함으로써 생산 및 유통, 소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생산과 소비를 하는 프로슈머(생산소비자)가 생기는 등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학문이다. 김교수가 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책 소비자인 청춘들의 문제에 대해 많은 사례를 통한 관찰과 성찰을 통해 이루어 진 것으로 생각된다.최근 나이와 관련된 신조어인 어모털(amortal)족이 뜨고 있다. 어모털족은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 같은 방식으로 똑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거의 대체로 똑 같은 일을 하고 똑 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통 인생의 각 단계별로 유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 등으로 구분하는 전통적인 구분 방식으로는 구분할 수 없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각 연령대별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서 적용했던 각종 이론과 데이터들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어모털리티, 캐서린메이어 2013).즉 기업의 성공적인 연구 및 마케팅 활동을 위해서는 소비자 등에 대한 세부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캐서린메이어가 새로운 분석을 할 수 있는 것도 각 세대의 특성을 전통적인 개념으로 관찰 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새로운 개념으로 분석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사료된다.이렇게 다양하게 소비자의 취향이 변화고 있고 새로운 소비자군이 생기는 등 소비자에 대한 분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되었다.보통 기업에서 각종 전략을 수립하는 데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것이다. 외부 환경을 분석하는 방법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SWOT분석, 제품수명주기 분석 등이 있지만 그 중 기업과 관계된 이해관계자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이해 관계자 분석 방법은 기업과 경쟁사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집단 또는 개인을 체계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으로 그 중 소비자, 정부. 주주 등 기업의 이해 관계자 지도를 바탕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경영전략, 김영수 등 2010). 여기서도 소비자, 소비자단체 등에 분석이 중요하며 소비자의 변화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제약사도 제품의 연구개발 및 마케팅을 위해서 환자 및 소비자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제약산업이 다른 산업과는 달리 환자의 수요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의사 및 약사의 수요가 중요한 요인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자인 소비자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물론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기존 자료 외에도 새로운 소비자에 대한 각종 자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소비자의 개념에 따른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결론적으로 갈수록 고령화 혹은 고령사회로 가고 있는 시점에 각 세대를 연령별 특성으로 구분하는 것 이외에 소비 성향등의 특성으로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구분하여 전략화하는 것이 일반의약품 뿐만아니라 전문의약품의 연구 및 판매에도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2013-02-04 06:10:04데일리팜 -
제약산업아, 네 죄를 네가 알렷다?제약산업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것이 과연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제약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 읍소 내지 하소연을 했을 것이다. 제약산업은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약가를 깎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 메아리는 소리 없는 외침처럼 들리는 이유는 왜일까?아마도 의약품 유통과정 이면에 리베이트 등 위법 행위가 존재하고 드러나고 있으니 한 마디로 열심히 지원해 주지 않아도 네 죄는 네가 알렷다는 소리에 껌뻑 죽는 것이 요즘의 제약 형국인 것 같다.하지만 좀 더 크게 생각하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세계 헬스시장은 고령화에 따라 매년 10%이상씩 성장하는 성장산업이다. 유일하게 에너지 산업과 같이 지속적 성장 가능성이 담보되는 산업이다. 이러한 산업에서 우리가 뒤쳐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도 성장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한편 우리 스스로도 위법행위에 대한 여론의 비난 등 사회적 잔소리에 마음을 청소해야 한다. 우리 모두 악순환 보다 선순환으로 제약산업을 발전시켜 가야 할 것이다.이러한 관점에서 제약산업은 매출액 기준 1위 기업이 매출 1조가 안 되는 규모가 작은 산업이다. 역대 정부마다 중소기업지원 정책이 수 없이 많았지만 막상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은 피부로 못 느낀다고 했다. 또한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중소기업 지원 정책 자금 가운데 약 2조4000억 원이 넘는 돈이 중복 집행되었다는 언론보도 내용도 있다. 제약산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따라서 모든 단계가 금지, 허가라는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나열하면 품목에 대한 임상·허가·수출·가격·유통·사후관리로 나누어 볼 수 있고 이러한 세부 과정에 맞춰 지원 정책이 이루어져야 한다.예를 들어 처음부터 글로벌 화할 제품이라면 다국적 임상이 필요하므로 비용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3상에 집중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고, 특허 만료된 품목이거나 일반적인 제네릭 제품이라면 시장, 가격, 유통 정보 등을 제공해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세계 시장에 자사 제품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진출 기회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전시회나 시장개척 활동을 위한 자금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아울러 현장에서 발로 뛰는 수행기관의 통일성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가령, 임상지원의 경우 임상 평가를 가장 잘할 수는 있는 기관이, 정보제공은 해외 네트워크가 잘 구축되어 있는 기관이, 해외전시회나 시장개척 활동은 직접 전시회를 주최 주관하였거나 다년간 시장개척 활동을 한 기관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지원이 필요하며 기관이 분산되어 역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어느 자리에서 대통령 당선인이 언급했듯이 정책 입안은 10%이고 집행이 90%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시점이다.2013-01-31 06:30:00데일리팜 -
신약, '제일 먼저' 만들까? '가장 좋게' 만들까?한국의 제약업계에선 신약개발이 한창이다. FTA 시대를 맞아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한국의 제약사들을 방문해 보면 신약개발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를 놓고 고민을 많이 토로하고 있다. 어떤 질병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각 질병중에서 어떤 타겟을 겨냥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이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타겟을 찾아 나서는 것이 좋을까 (first in class)? 아니면 남들이 하는 연구에 뛰어들어 더 좋은 신약을 만들어 내는 게 좋을까 (best in class)? 한국의 현실에 맞는 전략은 둘 중 어느 것일까? 2006년, Merck는 경쟁사들보다 가장 먼저 DPP4 저해제 자누비아를 시장에 내놓으며 당뇨병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갔다. 그 결과 지금 연 매출액이 6조원을 넘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Merck보다 2~3년 늦은 시점에 Novartis는 가브스를, BMS사는 온글라이자를 각각 출시하였지만 매출에 부진을 겪고 있다 (자누비아 매출액의 12~15%에 불과). 왜냐하면 자누비아를 복용하고 있는 환자들 입장에선 자누비아에 비해 후속약들이 탁월한 장점이 없어 약을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Pfizer는 1998년 발기부전치료제로 비아그라를 시판하며 이 분야 시장에서 독점적인 위치를 구축하였다. 5년후 Bayer는 레비트라, Lilly는 시알리스로 각각 이 시장에 뛰어들어 경쟁을 시작하였지만 비아그라는 선두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한 채 특허가 만료되기까지 연매출액 2조원 이상을 올렸다. 이외에도 필로섹 (Astrazeneca), 코자 (Merck), 프로작 (Lilly), 카포텐 (BMS), 탁솔 (BMS), 타가메트 (SK&F) 등의 약들도 각 타겟에서 처음으로 개발되어 해당 기업에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이처럼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시장에 먼저 진입하는 약은 마케팅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어 개발사는 잘 하면 돈방석에 올라 앉을 수 있다. Genomics와 proteomics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신약개발을 위한 새로운 타겟의 발견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 따라서 기업으로서는 어떤 타겟이 특정 질병과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한 후 이 타겟을 활성화 하거나 저해하는 신물질을 찾아낸다면 first in class 신약의 탄생이 가능해 진다. 새로운 타겟을 찾고 그를 겨냥한 물질을 찾는 일이 쉬워지다 보니 바이오텍이나 아카데미아에서도 전임상이나 초기임상까지 연구개발을 주도한 후 빅파마에 라이센싱아웃을 하는 일이 흔하다. 두말 할 것도 없이 이런 기회는 한국의 제약사에게도 열려 있다. 그렇지만 first in class전략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가시밭길을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누구도 손대 본 적이 없는 새로운 타겟이다 보니 그 타겟을 조절함으로써 질병을 고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하면서 승인을 받아내기까지 온갖 시행착오을 감수해야한다. 이런 점에서 first in class 전략은 후발 기업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후발 기업들은 선발기업이 개발한 약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단점을 개선한 신약을 개발하기 때문에 선발약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확률이 높다. 즉, 후발신약이 선발신약을 밀어내는 상황이 얼마든지 생기는 것이다. Best in class 전략이 성립하는 배경이 된다. 실제로 많은 제약사들이 앞서서 개발된 약을 뛰어넘는, 즉 best in class전략으로 신약개발에 임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길리어드의 타미플루가 좋은 예이다. 이 약은 GSK가 개발하던 리렌자를 모델로 삼아 개발된 약이다. 리렌자는 경구 복용시 흡수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스프레이용으로 개발되고 있었다. 길리어드는 이러한 리렌자의 약점에 착안하여 화학구조를 변경한 물질들을 집중적으로 스크리닝하여 경구 흡수가 잘 되는 물질을 찾아냈다. GSK보다 6년 늦게 개발에 나섰지만 빠르게 개발을 진행하여 결국 리렌자와 비슷한 시점에 FDA 승인을 받아냈다. 약효와 내성출현면에서는 리렌자가 우위에 있었으나 타미플루가 복용이 편리하다 보니 손쉽게 시장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런 예는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에서도 볼 수 있다. 메바코 (Merck)를 필두로 여러 스타틴 계열의 약물이 등장하여 큰 주목을 받았지만 10년후 등장한 리피토 (Pfizer)가 차별화된 약효와 경감된 부작용으로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을 평정하게 되었다. 고혈압 치료제 카포텐 (BMS)은 처음 개발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피부 발진이 생기는 부작용에다가 복용시 쇳가루맛이 나는 단점이 있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며 4년후에 개발된 바소텍 (Merck) 에 의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게 되었다. 시알리스 (Lilly)도 비아그라보다 편리성이 뛰어난 덕분에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좋은 예이다. 이른바 best in class 전략이 성공한 예는 이들외에도 수없이 많다. 이솝우화속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신약개발의 싸움터에서는 변형된 형태로 펼쳐진다. 앞서가던 토끼가 정신을 바짝 차리면 결승점에 있는 모든 열매를 따먹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뒤쳐진 거북이는 이삭 줍기만을 기대해야 한다. 그렇지만, 앞서 뛰던 주자가 거북이처럼 뒤뚱거리면 토끼처럼 쫓아오는 후발주자가 영광을 차지하게 된다. 앞서 뛰던 주자는 어떤 어려움을 겪을까? 새로운 타겟에 처음 도전하다 보니 개발과정에서, 특히 임상실험단계에서 돌출되는 수많은 이슈들을 가지고 허가당국과 힘든 줄다리기를 벌여야 한다.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번번이 새로운 데이터를 도출해가면서 허가당국을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은 후발주자들에게 학습의 기회가 된다. 선발주자가 허가당국에 두들겨맞는(?) 걸 보면서 미리 대비할 방법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DPP4 저해제 개발에 먼저 뛰어들었던 Norvatis (가브스)가 전속력으로 달려온 Merck (자누비아)에 추월을 허용하고 밥그릇을 빼앗겨 버린 것이 좋은 예이다. 이렇듯, 선발회사가 앞서가며 힘들여 닦아놓은 길이 후발회사들에겐 고속도로가 되어 추격의 빌미가 된다. 최근 들어서는 그 추격시간이 훨씬 앞당겨지고 있다. 80년대만 해도 first in class 약이 발매된 후 경쟁약이 등장하기까지는 평균 4년 정도 걸렸지만 이제는 1년 남짓에 불과하다. 그 만큼 best in class 전략이 횡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뒤늦게 출발했어도 나름의 아이디어를 투입하면 얼마든지 성공할 여지가 있다. 출발이 늦었더라도 남들보다 더 좋은 약을 만들면 되는 것이다. 이 전략을 잘 구사하고 있는 회사가 길리어드다. 길리어드는 철저하게 best in class 전략만으로 신약 개발에 임하여 오늘날 거대한 제약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길리어드는 개발을 먼저 시작한 다른 회사의 신약 후보를 철저히 분석하여 유사하면서도 우월한 후보물질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들은 개발을 시작한 지 1년내에 임상시험을 시작할 수 있도록 스크리닝부터 전임상 실험들을 빠르게 진행한다. 길리어드는 타미플루를 개발할 때도 무려 6년이라는 시간 차이를 따라잡은 경험이 있다. 그럼, 한국의 기업들은 어떤 전략을 많이 쓰고 있을까? 당연히 best in class이다. First in class 전략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보니 기업으로서는 사운을 걸고 매달려야 된다. 개발을 하다보면 초기 임상단계에서의 기대와 달리 종종 변변치 못한 약효나 예상치 못한 독성으로 신약개발에 실패하게 되고 기업으로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best in class 전략을 많이 택할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가 아니라 '가장 좋게' 전략을 쓰는 것이다. 한국의 연구자들은 명석한 두뇌를 가졌고 근면하다. 이미 검증된 타겟에 뛰어들어, 앞서서 개발되고 있는 약에 대한 개발 정보를 신속하게 확보하여 용법, 약효, 부작용 등이 개선된 신약을 집중적으로 찾아낸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Made in Korea 신약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 길리어드 같은 회사가 한국에도 여럿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2013-01-21 06:30:04데일리팜 -
조성민, 베르테르, 우울증 그리고 마르쿠제조성민의 자살소식이 전해진 하루 동안 부산에서만 7명이 한꺼번에 같은 방식으로 자살하면서 뉴스를 달구었다.언론에서는 이것이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라고 설명한다. 같은 효과로 설명되는 최진실의 죽음은 연간 같은 방식의 자살이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베르테르 효과의 영향력은 이렇게 치명적인가?의학적으로는 자살을 주로 우울증의 결과라고 보고 또한 우울증을 치료함으로써 자살이 예방될 수 있다고 설명된다. 한 정신과 의사의 블로그에서 검색되는 이 현상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이것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며 자살하는 사람의 80%는 우울증 환자입니다. 우울증은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대인기피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스스로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어 버리는 정신질환으로, 자살시도로 인한 사망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병입니다."이러한 설명은 전형적인 '의료의 시각'이며 또한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가장 유력한 설명방식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설명이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자살공화국이라고 지칭되는 한국의 연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1.5명으로 선·후진국을 통털어 부동의 세계 1위이다. OECD평균 11.3명의 약 3배, 그리고 가장 자살율이 작은 국가인 그리이스(3.5명)의 약 10배, 우리와 사정이 가장 비슷하고 역시 세계 최상위권인 중국(22.2명)이나 일본(23.8명)에 비해서도 약1.5배에 달한다.앞의 정신과 의사의 설명과 함께 연결하면 한국인은 정신질환이 세계평균의 3배가 넘는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한국은 더 많은 정신병원의 개설이 필요하고 그럼으로써 한국의 높은 자살율은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가능해 질 것이다.후기산업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 마르쿠제의 명저 '일차원적 인간'은 현대사회가 인간의 본성과 자유를 억압하고 전일적 통제를 유지하는 기전으로서 언어의 조작적 사용이 중요한 메카니즘을 구성한다고 설명한다.사물이나 현상의 이름을 그것을 측정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일체의 매개를 배제해 가는 기전을 통해 언어의 다차원적, 대립적 요소를 걷어내고 일방통행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을 조작주의라고 설명했는데 그것을 통해 사물과 기능을 동일시하게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즉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우울하다'라는 형용사의 어간에 질병을 뜻하는 '증'을 더해 창안된 이후 그것이 지칭되는 순간 우울증 환자라는 동질적이고 환자의 지위로 분류되는 새로운 범주가 탄생됐고 동시에 그것이 개인적 특성의 문제라는 것을 암시하고, 치료라는 해결 기능을 지시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사실과 과학의 근거와 관계없이 그러한 용어의 사용에서 비롯되는 문맥에 의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하지만 자살에 이르게 된 많은 경우에 우울증상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그것이 자살에 대한 원인적 실체라는 것, 또한 정신과적 치료가 그 해결책으로써 제1 선택 대안이 된다는 데까지 부풀려지며 제2, 제3의 대안은 불필요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포괄해 버린다.이렇게 단순한 용어의 사용으로 확립된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정신과 의사의 우울증 약 처방은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보험 당국에서 승인되며 기존 대체약의 수십배가 되는 신약들의 약가(藥價, 팍실은 에트라빌의 25배, 푸로작은 35배에 해당한다.) 역시 정당화된다.첫 번째 문제는 이런 용어의 조작적 창안에 의해 사회의 전일적 대안이 된 우울증이라는 질병과 우울증 치료제의 효과가 진정 있는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 사용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시기에 한국사회 자살율은 급격히 치솟는다.많은 연구에서 우울증 약이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는데 우울증 치료제의 사용설명서에는 65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자살율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의 경우는 오히려 자살율을 증가시킨다는 경고문이 삽입돼 있다.더 나아가 도대체 우울증이 과연 질병으로서의 실체가 있는가?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 기복을 무리하게 질병으로, 치료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심각하게 제시되고 있다.더욱더 중요한 두 번째의 문제는 우울증이나 자살의 문제를 이렇게 취급함으로써 문제의 진정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사회적 기회를 박탈시킨다는 점이다. 만일 우울증이나 자살이 개인적 특성차이만의 문제라면 하나의 국가단위로 집계된 자살율이 1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사회를 다르게 구성하는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하는 거시 구조적 접근이 꼭 필요함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이론에 의하면 스트레스 극복의 주된 차이는 개인의 극한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목표가 과중하고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억압된 스트레스 원인이 자나치게 클 때 또한 이 스트레스의 극복자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지지가 부족할 때 문제로 귀결되고 우울감도 나타나게 된다.이렇게 보았을 때 1등주의가 만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회분위기와 개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이 되는 공동체의 해체경향은 당연히 문제의 원인으로 부각돼야 한다.인습과 통념이 강한 서구 귀족사회의 분위기가 젊은 베르테르의 인성을 억압하고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줬고 이러한 18세기의 현상이 현대에 이르러 개인이 산업적 필요에 의해 전일적 통제의 대상이 돼 욕구조차 조작되고 산업적 부품이 돼 인간의 본성과 자유는 억압되고 포기된다는 마르쿠제의 진단과 강한 연결점을 시사한다.이러한 고통의 이해와 진단이야말로 '자살공화국', 만연된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진정한 접근법의 첫 번째가 될 것이다.2013-01-14 06:29:06데일리팜 -
박근혜 당선자의 보건의료공약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선거에서 51.6%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방송과 보수언론의 도를 넘는 편파적인 보도를 통한 압도적 지원, 그리고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일방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매우 근소한 차이다.여성대통령 민생대통령을 내세우고 이명박 정부와 자신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음에도 1470만 명의 투표자들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박근혜 당선자는 보건의료 관련 여러 가지 공약을 내놓았다. 그 공약들도 부족한 내용이지만 그나마도 이 공약들이 빌 공자인 공약이 되지 않길 바란다.우선 박당선자는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을 공약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환자가 내는 본인부담금액이 선진국에 대비하여 매우 높은 수준으로 건강보험 보장율이 OECD 30개국 중 27위에 불과하다.특히 중증질환은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 비급여가 많아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심각하다.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를 건강보험으로 급여를 추진한다고 했다.현재 75% 수준인 4대 증증질환의 보장률(비급여부문 포함)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확대한다는 것이다.또 저소득층 및 중산층의 환자 본인부담 의료비 경감 공약도 있다. 현재 1년 동안의 총 본인부담 급여대상 진료비가 최하위소득 계층은 200만원, 중위계층은 300만원, 상위계층은 4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 본인부담금액을 국가에서 납부해주는 본인부담상한제도를 운영 중이다.새누리당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득수준에 따라 3단계를 10등급으로 구분하여 최하위 저소득계층부터 50만원, 100만원, 150만원, 200만원, 250만원, 300만원, 350만원, 400만원, 450만원, 500만원의 상한금액 설정하여 현행제도에 비해 67만 명이 추가로 진료비 경감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다음은 비용이 3000억이다, 최소 10조가 넘는다고 논란이 되고 있는 '어르신 임플란트 진료비 경감' 공약이다.임플란트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가 전액 본인부담을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노인 대부분이 진료비 부담 어려움 호소하고 있다. 박당선자는 65세 이상 어르신 중 임플란트가 필요한 대상자를 기준으로, 가장 필요한 부위인 어금니부터 건강보험을 적용, 단계적으로 재원을 고려해 부위별로 확대 적용한다고 했다.노인틀니의 건강보험 급여(75세 이상 2012년 완전틀니, 2013년 부분틀니) 확대 계획과 연계하여 임플란트가 필요한 노인에 대한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방안을 수립(구체적 급여대상 및 소요재원 조달방안 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추계에서 너무 많은 차이가 나 이 공약이 제대로 실천될지 가장 의문이 되는 공약 중의 하나다.그밖에 실직자의 건강보험료 부담 완화를 위해 직장과 지역 간 보험료 부과방식에 차이가 있어 직장에서 지역으로 혹은 지역에서 직장으로 이동시 보험료 차이가 발생하여 가입자 불만이 발생하고 있어 실업자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현행 보험료 경감방식을 유지하되, 임의계속가입기간을 2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것이다.박근혜 당선자가 자신의 보건의료공약 중 긍정적인 내용들만이라도 꼭 지킬 것을 바란다. 앞에서 보았듯이 박근혜 당선자는 암 등 4대중증질환의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한 총 진료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2016년에 100%까지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분만시설이 없는 지역에 공공형 산부인과를 개설하고 만 12세 이하 필수예방접종비 무상지원을 약속했다.또 월급 130만원 이하 노동자에게 고용보험, 사회보험을 전액 국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근혜 당선자는 자신이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이러한 정책들이 미흡하지만 이러한 최소한의 약속이 지켜지는지 많은 국민들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주시할 것이다.박근혜 후보는 민생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당선되었고, 박후보는 민생대통령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지켜야 한다. 특히 범야권 반대진영에서는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건강보험재정을 악화시킬 의료민영화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당선자는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 스스로 이명박 정부가 민생정책에 실패했다고 밝힌 바 있다.그러한 박근혜 당선자가 의료민영화나 전기, 가스, 철도 민영화 등 공공요금을 대폭 인상시키고 민생에 역행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제2의 촛불에 부딪칠 것이다.현재의 경제 위기 시기에 박근혜 당선자가 재벌과 부유층의 기득권 보호에 앞장서고 서민들의 민생에 역행하는 길로 나아간다면, 박근혜 당선자는 곧바로 거대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며 반대로 진정 국민들을 위해 의료, 사회복지 등 사회안전망을 더욱 강화해 나간다면 나머지 48%의 마음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2012-12-24 08:24:49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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