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베르테르, 우울증 그리고 마르쿠제
- 데일리팜
- 2013-01-14 06:2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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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식 박사(보건학, 상록수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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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는 이것이 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라고 설명한다. 같은 효과로 설명되는 최진실의 죽음은 연간 같은 방식의 자살이 1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베르테르 효과의 영향력은 이렇게 치명적인가?
의학적으로는 자살을 주로 우울증의 결과라고 보고 또한 우울증을 치료함으로써 자살이 예방될 수 있다고 설명된다. 한 정신과 의사의 블로그에서 검색되는 이 현상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이것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며 자살하는 사람의 80%는 우울증 환자입니다. 우울증은 불면증과 불안장애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아 대인기피증세가 점점 심해지고 스스로 자신을 외톨이로 만들어 버리는 정신질환으로, 자살시도로 인한 사망에까지 이르는 심각한 병입니다."
이러한 설명은 전형적인 '의료의 시각'이며 또한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가장 유력한 설명방식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런 설명이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자살공화국이라고 지칭되는 한국의 연간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1.5명으로 선·후진국을 통털어 부동의 세계 1위이다. OECD평균 11.3명의 약 3배, 그리고 가장 자살율이 작은 국가인 그리이스(3.5명)의 약 10배, 우리와 사정이 가장 비슷하고 역시 세계 최상위권인 중국(22.2명)이나 일본(23.8명)에 비해서도 약1.5배에 달한다.
앞의 정신과 의사의 설명과 함께 연결하면 한국인은 정신질환이 세계평균의 3배가 넘는다는 말이 된다. 따라서 한국은 더 많은 정신병원의 개설이 필요하고 그럼으로써 한국의 높은 자살율은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가능해 질 것이다.
후기산업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 마르쿠제의 명저 '일차원적 인간'은 현대사회가 인간의 본성과 자유를 억압하고 전일적 통제를 유지하는 기전으로서 언어의 조작적 사용이 중요한 메카니즘을 구성한다고 설명한다.
사물이나 현상의 이름을 그것을 측정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방식으로 구성하고 일체의 매개를 배제해 가는 기전을 통해 언어의 다차원적, 대립적 요소를 걷어내고 일방통행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을 조작주의라고 설명했는데 그것을 통해 사물과 기능을 동일시하게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즉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우울하다'라는 형용사의 어간에 질병을 뜻하는 '증'을 더해 창안된 이후 그것이 지칭되는 순간 우울증 환자라는 동질적이고 환자의 지위로 분류되는 새로운 범주가 탄생됐고 동시에 그것이 개인적 특성의 문제라는 것을 암시하고, 치료라는 해결 기능을 지시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사실과 과학의 근거와 관계없이 그러한 용어의 사용에서 비롯되는 문맥에 의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자살에 이르게 된 많은 경우에 우울증상을 경험한다는 사실이 더해지면서 그것이 자살에 대한 원인적 실체라는 것, 또한 정신과적 치료가 그 해결책으로써 제1 선택 대안이 된다는 데까지 부풀려지며 제2, 제3의 대안은 불필요한 것이라는 사실까지 포괄해 버린다.
이렇게 단순한 용어의 사용으로 확립된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정신과 의사의 우울증 약 처방은 별다른 문제제기 없이 보험 당국에서 승인되며 기존 대체약의 수십배가 되는 신약들의 약가(藥價, 팍실은 에트라빌의 25배, 푸로작은 35배에 해당한다.) 역시 정당화된다.
첫 번째 문제는 이런 용어의 조작적 창안에 의해 사회의 전일적 대안이 된 우울증이라는 질병과 우울증 치료제의 효과가 진정 있는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새로운 우울증 치료제 사용이 폭발적으로 확대된 시기에 한국사회 자살율은 급격히 치솟는다.
많은 연구에서 우울증 약이 효과가 없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는데 우울증 치료제의 사용설명서에는 65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자살율이 감소하기도 하지만 청소년이나 젊은 성인의 경우는 오히려 자살율을 증가시킨다는 경고문이 삽입돼 있다.
더 나아가 도대체 우울증이 과연 질병으로서의 실체가 있는가? 인간의 정상적인 감정 기복을 무리하게 질병으로, 치료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심각하게 제시되고 있다.
더욱더 중요한 두 번째의 문제는 우울증이나 자살의 문제를 이렇게 취급함으로써 문제의 진정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사회적 기회를 박탈시킨다는 점이다. 만일 우울증이나 자살이 개인적 특성차이만의 문제라면 하나의 국가단위로 집계된 자살율이 10배까지 차이가 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가사회를 다르게 구성하는 구조적 문제를 원인으로 하는 거시 구조적 접근이 꼭 필요함을 의미한다. 스트레스 이론에 의하면 스트레스 극복의 주된 차이는 개인의 극한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목표가 과중하고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억압된 스트레스 원인이 자나치게 클 때 또한 이 스트레스의 극복자원으로서 가장 중요한 사회적 지지가 부족할 때 문제로 귀결되고 우울감도 나타나게 된다.
이렇게 보았을 때 1등주의가 만연하는 신자유주의적 사회분위기와 개인에 대한 사회적 지지기반이 되는 공동체의 해체경향은 당연히 문제의 원인으로 부각돼야 한다.
인습과 통념이 강한 서구 귀족사회의 분위기가 젊은 베르테르의 인성을 억압하고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줬고 이러한 18세기의 현상이 현대에 이르러 개인이 산업적 필요에 의해 전일적 통제의 대상이 돼 욕구조차 조작되고 산업적 부품이 돼 인간의 본성과 자유는 억압되고 포기된다는 마르쿠제의 진단과 강한 연결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고통의 이해와 진단이야말로 '자살공화국', 만연된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진정한 접근법의 첫 번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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