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료소비자로 살기
- 데일리팜
- 2013-03-07 06:30:00
-
가
- 가
- 가
- 가
- 가
- 가
- 신광식(보건학 박사, '불감사회' 저자)
- PR
- 약국경영 스트레스 팡팡!! 약사님, 매월 쏟아지는 1000만원 상품에 도전하세요!
- 팜스타클럽

행위의료에 있어서는 약과 같은 대량생산이 없으므로 산업적 조작주의가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종양제거를 위해 대형병원에서 눈코뜰새 없는 수술 과정을 경험한 사람은 의료의 산업적 콘베이어 벨트는 이미 오래전부터 돌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행위의료에서는 숫자대신 시각적 지표가 그것을 대신한다. 푸꼬는 그의 명저 ‘임상의학의 탄생’에서 근대의학이 보이는 것을 객관적 공간-신비론적 관념적 질병관에 대비하여-으로 정리하면서 실증주의의 영역으로 진입하였다고 하였다.
그것은 이후에 피부 밑의 해부적인 공간으로까지 확대되었는데 근대 실증주의 의학은 시각적으로 형성되었고 이것은 마르쿠제적 관점에서는 일종의 대표지표이고 조작주의의 단초가 된다. 종양은 그러한 측면에서 가장 적합한 사례이다. 병의 본질로서 종양과 치료로서 그것의 제거는 대표적인 시각적 실증주의 지표이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하게 질병과 치료의 개념을 대체한다.
환자는 '종양환자'와 '종양이 아닌 환자'로 나뉘고 다시 세부집단으로 분류되어 긴 줄을 서서 수술장을 향한 컨베이어 벨트에 오르게 된다. 다양했던 개인적 주관적 고통은 종양과 치료를 위한 표준화 된 내용으로 이의 없이 정리된다.
의료의 외연공간까지 거대한 전일체로 재구성된다. 종양제거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대형병원과 거기에 보낼 환자를 예비 심사하는 지역병원, 그리고 종양제거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공포를 통하여, 또는 예찬을 통하여 시청자들을 동원하는 매스미디어, 비용을 보상한다고 선전하는 보험회사, 그리고 규범적 관리를 하는 법률 시스템이 모두 관련된다.
종양과 질병자체가 동일시되는 조건에서 그것의 제거가 삶의 질에 미치는 효과는 진지하게 검토할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자동으로 '정당한' 것이며 종양을 제거하지 않는 경우와의 비교연구는 제거하지 않는 대조군을 형성할 수 없어 연구자체가 불가능하다. 자궁 적출역시 유사한 사례이다. 자궁 적출이 필요한 지표가 '개발'되고 그 전후관계에 대한 스토리가 완성되어 매스미디어를 통해 공급되면 자궁적출의 필요성은 완성된다. 미국에서 자궁적출의 기준과 산부인과 의사 수를 대입하면 65세 미국 여성의 반은 자궁을 적출하게 될 거라는 자조적 예측도 있다. 조작주의로 발전한 이상 의료는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된다. 사회는 기성의료의 외연공간으로, 문화 또한 그것을 중심으로 조성된다.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비판은 이 거대한 흐름에 압도된다. 그 세부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존재하는 것은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기성의 해결방안은 잠재적 대안보다 우수하며 비판과 다른 대안의 모색은 불필요하거나 가치 없는 불평으로 간주된다. 두 번째, 현실에 존재하는 대안들은 일차원성 안에서 서열이 매겨지고 내용적 상이성은 사라진다. 세상에서, 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약, 의료가 존재하고 그것은 언제나 제2, 제3의 대안에 비해 우월한 것이다.
누가 제1대안의 소비자가 될 것인가는 그 사람의 재력과 권력을 반영한다. 누군가 제1대안의 소비자가 되었으나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면 그는 최선을 다한 것이고 자기 부모를 제2, 제3의 대안에 의뢰하려고 하였다면 그는 최선을 다하지 않은 불효의 죄책감에 갇힌다. 세 번째로, 세상은 유능한 공급자와 무능한 소비자로 양극화 된다. 유능한 공급자는 다양한 주체들이 전일화된 시스템 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반면 소비자에게는 무능이 강요된다. 소비는 규범이 되며 자신의 신체에 대한 선택의 자유는 포기가 종용된다.
자신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견형성과 제시는 의사의 권한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지며 문제의 인지를 즉각적인 수동적, 순응적 환자의 역할로 연결시키지 않으면 일탈로 비난받는다. 유능한 공급자의 일원도 스스로 소비자가 되었을 때는 순간적으로 무능화된다. 결과적으로 의료는 사회의 통제와 지배의 강화에 기여한다. '힐링'의 고전적 모델로서 의료는 환자의 일탈을 치료하고 '정상'에 복귀시키는, 그럼으로써 일탈과 부정을 체제 속에 통합하는 '수선'의 메카니즘이다.
이 모델은 최근에는 다른 부분에까지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힐링 뮤직, 힐링 푸드, 힐링 캠프, 힐링 체조 등이다. 그것은 사회의 전체주의적 통합, 비판의 무력화 기전이다. 개인은 이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지만 문제의 한 축인 사회는 보존된다. 얼마 전 정부는 동네병의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질환의 2, 3차 병원 이용에 대하여 본인부담을 높이는 조치를 취하였다. 이 조치로서 상급 병원의 이용이 얼마간 억제되는 듯 했지만 좀 더 시간이 흐른 지금 상급병원의 환자 수는 원상회복한 느낌이다. 경질환을 동네병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조치는 현대산업으로서 의료소비자의 규칙위반을 전제로 한다.
환자 스스로 경질환을 판단할 것, 자신의 몸을 제1 대안이 아닌 제2, 제3 대안에 의뢰할 것을 요구받는 것이다. 의료산업화의 초기단계에는 의사치료를 받는 것, 의사 처방을 실천하는 것만으로 제 1대안의 의미를 충족시켰을지 모른다.
하지만 산업의 고도화로 의료서비스간의 차별과 경쟁의 원리, 배제의 원리가 강화되면서 제1대안의 범위는 축소되고 일반 의료는 제2, 제3대안으로 밀려난다. 이 때 조작주의의 일원으로 상급 병원은 산업 전략으로서 복합 상병이나 중증질환의 지표를 부각시켜 상급환자를 ‘창조’하는 것은 사실상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대체조제의 활성화 실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설명이 가능해진다. 의사의 처방약은 대체조제약에 대하여 제1대안으로 '간주'된다. 비용을 지불하고 제 1대안 약을 처방받았는데 제2 대안약으로 후퇴하는 것은 산업사회의 소비자에게 강요된 생활방식이 아니다. 벗어나면 불안해지는 규범의 자발적인 일탈을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다.
관련기사
-
약의 조작주의의 불편한 진실
2013-02-12 06:30:00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
오늘의 TOP 10
- 1개설허가 7개월 만에 제1호 창고형약국 개설자 변경
- 2급여 생존의 대가...애엽 위염약 약가인하 손실 연 150억
- 3약국서 카드 15만원+현금 5만원 결제, 현금영수증은?
- 4부광, 유니온제약 인수…공장은 얻었지만 부채는 부담
- 51호 창고형약국 불법 전용 논란 일단락…위반건축물 해제
- 6P-CAB 3종 경쟁력 제고 박차…자큐보, 구강붕해정 탑재
- 7발사르탄 원료 사기 사건 2심으로...민사소송 확전될까
- 8파마리서치, 약국 기반 ‘리쥬비-에스 앰플’ 출시
- 9GC녹십자 코로나19 mRNA 백신, 임상1상 승인
- 10의협, 대통령 의료정책 인식 '엄지척'...저수가 해결 기대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