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조작주의의 불편한 진실
- 데일리팜
- 2013-02-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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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식 약사(보건학 박사, 상록수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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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증주의는 근거주의라고도 알려진, 입증 결과에만 근거하는 근대 학문의 주된 방법론으로서, 통계적 과정을 통하여 현실 속에서 강력한 정당성을 구축하였고 그 결과들을 사회적 규범으로 올려 세웠으며 동시에 여타의 대안들을 제도화된 영역에서 밀어내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사법적 통제의 진전과 보험 등 금융이 전통생활을 대체하면서 사회의 전일적 통제의 수준까지 나아간다. 이러한 실증주의가 조작주의와 짝을 이루는 이유는 실증의 어려움 때문이다. 대량의 표본으로 통계적 검증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내용을 대상으로 하기 어렵다.
따라서 원하는 내용을 대표하는 조작적 대표지표가 필요하고 채택된 지표가 전체를 대표하는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산업사회에서 실증주의의 권력화와 산업적 필요와 결합되면서 연구적 조작은 ‘조작주의’로 발전한다.
약과 의료의 조작주의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는다. 첫 번째, 질병의 특징과 관련된 한 두 개의 측정 가능한 지표를 강조하여 질병을 대표하게 하고 가급적 그 질병 명으로 통용되도록 한다.(예, 혈관관련 질환의 혈압, 고지혈증의 콜레스테롤 농도 등) 두 번째, 약의 기능을 관찰, 혹은 측량 가능한 수치로서 비교되도록 하고 그 비교대상인 무처치 군이나 대조약 군에 대비한 현저한 차이가 그 약의 ‘수월성’의 의미로 활용된다. 세 번째, 연구를 위하여 불가피하게 채택한 대표지표는 점차 편의주의에 흐르면서 일정한 편중이 나타난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약물실험의 경우에 조작이 가능한 부분은 지극히 한정될 수밖에 없는데 인간은 여타의 조건을 통제해야하는 조작적 실험의 형편상 기간이 짧아야 하고 결과가 명백해야 한다.
약을 복용한 후 몇 시간 내에 혹은 길어도 10여일 정도에 측정을 완결할 수 있는 혈압약 복용과 혈압변화라는 인과의 짝은 혈관질환을 대표하기에 가장 편리하다. 혈압의 측정은 혈관의 건강성이나 혈액의 조성, 여타 병리적 증거들보다 측정이 훨씬 용이하고 명백하다.
그렇게 발탁되어 질병을 대변하는 지표는 당대사 관련 질환의 혈당수치, 관절염의 브래디키닌,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염증물질 분비, 위장관련질환의 위산분비량, 간기능 검사, 소변 검사 등의 각종검사지표 등으로 무한히 확장된다. 하지만 이들 지표들은 공통적으로 병리기전의 말단 현상만을 대변하고 있다. 네 번째로, 이러한 대표지표가 점차 질병을 대변하게 되면서 질병의 유무와 치료의 필요성은 지표로서 대변되는 것이 필수적으로 된다. 조작지표로 증명되지 않은 환자의 불편은 꾀병으로 폄하되고 유사한 불편은 증명된 지표상의 사실을 근거로 조작된 질병의 환자로 편입되어 ‘취급’된다. 스트레스로 혈압이 높아진 경우라도 그는 단지 고혈압환자일 뿐이고 혈압 약을 복용할 필요가 있는 대상자일 뿐 여타의 요인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섯 번째로 이런 맥락에서 조작주의는 치료수단을 왜곡하게 된다. 대표지표의 편중성은 치료수단의 편중성으로 확장된다. 자살의 원인으로 우울증이, 치료수단으로 우울증약이 매치 되듯이 조작에 활용된 지표는 치료방법과 그것을 제어하는 물질을 확정하고 약과 의료를 재편한다.
혈관 질환의 경우는 혈압약이 되고 그 중에서도 이뇨제와 혈관 확장제, 심장 박동 억제제 등으로 편중이 완성되는데 문제는 이것들이 최종적이고 응급적이긴 하지만 근원적이고 환자의 생활방식이나 몸의 상태를 적절히 대변 하는 것으로 부터는 멀다는 점이다. 혈관의 확장은 우리생활의 상태나 리듬에 따라서 확장과 수축으로 반응하게 되지만 그 반응의 생물학적 이유는 무시되고 항상적인 확장상태로 유지되는 조작이 치료라는 이름으로 강요된다. 마지막으로 조작주의는 인간의 개별성을 통제하고 의제로부터 배제한다는 점이다. 산업주의 시대의 혈압약은 인간의 개별성, 즉 환자의 유형과 체질에 관계없이 효과가 있는 약이어야 좋은 약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개발된 약이 대상 환자를 넓히는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환자의 특성에 대한 임상적 관심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런 실상은 혈압약의 전통 처방과 비교하는 것으로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는데 혈압약과 가장 유사한 처방인 삼황사심탕을 들 수 있다. 사하제와 청열제(에너지대사 항진 억제제)로 구성된 이 처방은 인간의 개별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편중성 즉, 노폐물의 적체와 에너지대사의 과잉항진을 교정하여 균형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개별성을 통제의 대상으로, 혼란변수로 취급하는 것은 약의 보편성을 추구하지만, 그 보편성은 개별성을 땅에 묻어버리는 횡포로서, 개별성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인간에게는 부자연성의 원리로서 군림한다. 실증주의나 조작주의가 불필요하거나 부당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오랜 허위와 신비주의, 엉터리 약과 엉터리 의료로부터 좋은 약과 좋은 치료를 찾기 위한 투쟁적 역사의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기존의 지표가 대변하지 못하는 문제를 새로운 지표로 보완하기도 하는데 혈압이나 당뇨가 고지혈증으로 보완되고 외과질환이 골밀도 검사로 보완되는 것이 그 한 실례일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여전히 과도할 뿐 만 아니라 억압과 왜곡, 통제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조작주의가 후기 산업사회의 특성으로 간주되는 것은 그것이 산업적 필요에 부응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매뉴팩처 시대에 봉건영주 체제가, 보다 생산규모가 확대된 공장제 기계 공업시대에 민족국가가 대응하는 맥락에서 조작주의는 후기 산업사회의 확장된 산업이 일상을 지배하는 상황을 반영한다. 인간의 욕구는 본연의 그것으로 해석되지 않고 조작된 상품의 소비자로서의 적합성만으로 ‘번역’된다.
그리고 그것의 부적합성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불평불만으로 폄하된다. 끊임없이 혈관확장을 강요(?)당하는 환자는 언제까지 이걸 먹어야 하냐고 항변하지만 이미 그 호소에 귀를 기울이는 시스템은 가동되지 않는다. 마르쿠제의 후기 산업사회의 진단은 비판적 사고, 부정적 언설, 변증법적 사고의 배제를 운영원리로 확정시킨 과정을 설명한다. 산업이 제공하는 솔루션에 만족하고 박수치고 소비하는 객체로 내몰린 인간은 자신의 욕구와 사유, 선택 주체의 지위를 상실한 채 통제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하는데 질병의 소재, 약의 소비에 관련해서도 그 현상은 예외가 아니고 더욱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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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베르테르, 우울증 그리고 마르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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