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비만약 연내 출격…가격경쟁력·한국임상·영업력 승부수
- 김진구 기자
- 2026-09-14 06:00:58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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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주분 공급가 10만원대 거론…마운자로‧위고비 대비 저렴
- 내국인 448명 대상 3상 진행…이상반응‧심혈관 유효성 차별화
- 만성질환 영업망 활용 시장 공략…후속 삼중작용제 2030년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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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한미약품이 연내 출시를 준비 중인 국산 비만치료제 '에페(에페글레나타이드)'의 공급가격이 10만원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을 양분하는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약품은 가격경쟁력뿐 아니라 한국인 대상 임상 데이터와 국내 영업력을 앞세워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국내 자체 생산에 따른 공급 안정성과 임상에서 확인된 낮은 이상반응, 과거 글로벌 개발 과정에서 확보한 심혈관·신장 관련 데이터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10만원대 공급가 거론…위고비·마운자로 대비 가격경쟁력↑

1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자체 개발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페의 연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에페의 비만치료제 품목허가를 신청했으며, 식약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 대상으로 지정됐다.
관심을 모으는 건 에페의 가격이다. 한미약품 내외부에서는 에페의 4주분 공급가격이 10만원대가 될 것이란 얘기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도 출시를 앞두고 10만원대 공급가격이 유력한 것으로 공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직 최종 가격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위고비와 마운자로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비만치료제는 비급여로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하는 데다 장기간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이 실제 제품 선택과 투약 지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에페로서는 가격이 초기 시장 침투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기존 위고비와 마운자로도 공급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위고비는 2024년 국내 출시 당시 모든 용량의 4주분 공급가격을 37만2000원으로 동일하게 책정했다. 지난해 마운자로가 국내에 출시된 이후로는 용량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하고 저용량 제품의 공급가격을 낮췄다. 현재 초기용량인 0.25mg 공급가격은 20만원대 초반 수준으로, 용량이 높아질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마운자로는 처음부터 용량별로 가격을 달리했다. 4주분 공급가격은 2.5mg 27만8066원, 5mg 36만9307원이다. 7.5mg과 10mg은 52만1377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따라 치료 시작 단계와 고용량 유지 단계의 비용 차이가 상당하다.
에페가 업계 예상대로 10만원대에 공급될 경우 위고비·마운자로보다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다만 내부적으로 구체적인 가격 정책은 아직 최종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출시 직전까지 가격을 두고 고민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후발주자인 만큼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낮춰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필요가 있는 반면, 생산원가와 수익성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인 448명 임상 데이터 확보…심혈관 근거·국내 생산도 차별점
또 다른 경쟁력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확보한 임상 데이터가 꼽힌다. 한미약품은 당뇨병을 동반하지 않은 국내 성인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 3상을 진행했다. 분석 대상은 448명으로 회사는 단일 GLP-1 비만치료제 임상 가운데 최대 규모의 한국인 데이터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40주 투여 결과 에페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9.75%로 위약군의 0.9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페 투여군에서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는 79.42%, 10% 이상은 49.46%, 15% 이상은 19.86%였다. BMI 30kg/㎡ 미만 여성에서는 평균 체중 감소율이 12.20%로, 분석 대상 소그룹 가운데 가장 높았다.
체중 감량 효과만 놓고 보면 기존 제품과 차이가 있다. 직접 비교 임상은 아니지만, 위고비는 주요 글로벌 3상에서 약 15%, 마운자로는 용량에 따라 최대 20% 이상의 평균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위장관 이상반응 발생률 데이터도 눈에 띈다. 국내 3상에서 에페 투여군의 오심 발생률은 16.72%, 설사 17.73%, 구토 11.71%였다. 기존 위고비·마운자로의 주요 임상에서 보고된 수치보다 낮다. 다만 임상시험 환자 구성과 투여기간, 시험설계 등이 다르기 때문에 에페의 부작용이 경쟁제품보다 적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과거 글로벌 개발 과정에선 심혈관·신장 관련 데이터를 확보한 바 있다. 제2형 당뇨병과 심혈관‧신장 질환 위험이 있는 환자 4076명을 대상으로 한 'AMPLITUDE-O' 연구에서 에페 투여군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발생률은 7.0%로, 위약군 9.2%보다 낮았다. 위험비(HR)는 0.73이었다. 신장 복합사건 역시 에페군 13.0%, 위약군 18.4%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는 비만 환자가 아닌 심혈관·신장 위험이 높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로, 비만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예방효과로 확대 해석하긴 어렵다. 다만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신장 관련 효과가 확인된 만큼, 향후 비만 환자에서도 유사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는 주목할 부분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국내 생산이라는 차이가 있다. 에페는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생산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해외 생산제품인 것과 달리 에페는 국내에서 생산·공급되는 구조다. 국내 수요 변화에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한미 영업력으로 시장 침투…차세대 삼중작용제까지 점유율 유지 목표
여기에 한미약품의 국내 영업력을 더해 후발주자로서 시장 침투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고혈압·이상지질혈증·당뇨병 등 만성 대사질환 분야에서 다수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 제품을 통해 구축한 병·의원 영업망을 에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회사도 에페 출시를 앞두고 전사적인 상용화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지난 4월엔 'EFPE-PROJECT-敍事(서사)'를 출범하고 개발·임상·마케팅·생산·유통·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통합 논의하고 있다. 영업 현장에서도 연내 출시를 염두에 두고 사전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에페의 시장 안착은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후속 비만치료제와도 연결된다. 한미약품은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삼중작용제 'HM15275'의 미국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2027년 상반기 2상 종료가 예상된다. 회사가 제시한 상용화 목표 시점은 2030년이다.
에페는 한미약품이 비만치료제 시장에 처음 내놓는 자체 개발 제품이다. 에페를 통해 일정 수준의 시장 점유율과 의료진 접점을 확보할 경우 향후 차세대 비만치료제 출시 때도 기존 영업·마케팅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 후속제품 출시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를 확보하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에페의 가격정책은 당장의 판매실적뿐 아니라 한미약품의 중장기 비만치료제 전략과도 맞물린다는 분석이다. 가격을 낮추면 초기 시장 진입에는 유리하지만, 에페의 수익성과 향후 후속제품의 가격 전략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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