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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내제약 성토 해결할 약가정책 설계할 때[데일리팜=이정환 기자] 계단식 약가제도 도입 이후 3년만의 제네릭 약가인하가 성급하다는 국내 제약사들의 성토를 정부는 수용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가격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보건복지부 계획은 지나치게 단편적이라는 약가 전문가들의 제언을 정책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을까.데일리팜은 올해 창간을 맞아 제약사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한 CEO 53명 중 37명이 지속적인 제네릭 약가인하는 신약 연구개발(R&D) 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고 답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70%가 '제네릭 약가인하=R&D 위협'이라고 답한 셈이다. 이 밖에도 여러가지 설문이 진행됐지만, 2027년까지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창출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3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복지부가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설문 결과다.복지부의 제네릭 약가인하를 향한 반발감은 각 제약사 내부 약가 담당자들에게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약가 담당자들은 계단식 약가제 시행 여파로 오는 8~9월경 시행될 기등재 제네릭 기준요건 약가인하의 효과도 채 확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파글리플로진 성분 SGLT-2억제 당뇨약의 무더기 허가를 명분으로 또 약가를 깎아선 안 된다고 했다.약가인하를 향한 반발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갖춘 상위 대형 제약사도 다르지 않았다. 현금 창출원인 제네릭 약가를 일괄인하 하면 당장 신약 R&D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임상을 이어 나갈 동력을 끊는 효과로 이어진다고 했다. "약가는 정부가 정책을 세우지 않는 게 최고의 정책"이란 비판까지 나왔다.다소 거친 목소리까지 흘러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는 2012년 일괄 약가인하 때처럼 궐기대회라도 열어 복지부의 약가인하 기조를 비판하고 국내 제약사들이 단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누군가는 약가인하가 시행되면 이번에는 정말 사업을 포기하고 문을 닫는 제약사가 생길 거라고 했다. 이게 윤석열 정부가 원하는 정책 효과라면, 일자리를 잃게 될 중소 제약 제조업 종사자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란 비판이다.약가 전문가들도 복지부가 국내 제약사를 대상으로 규제일변도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약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간판은 내걸었지만, 제약사를 정식 스테이크 홀더로 취급하지 않고 건보재정을 늘리기 위한 가장 간편한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했다.어려운 길을 걸어야 블록버스터 신약과 글로벌 제약사를 만들 수 있는데 복지부는 자꾸만 제일 쉬운 제네릭 약가 때리기만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약품 가격 인하에만 매몰되지 말고 불필요한 의약품 사용량을 줄일 정책을 고민하거나,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외 약제비 재원을 다양화 할 노력을 기울이라는 비판이다.써놓고도 아쉬운 건, 이 같은 제약사 불만과 약학계 약가 전문가들의 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2년 일괄약가 인하 이후 제약계와 전문가들은 정부가 별다른 제약계 소통 없이 약가 사후관리 제도를 도입하거나, 약가인하 정책을 설계할 때마다 반발했고, 우려했다. 10년째 복지부를 향해 같은 취지의 제언을 한 셈이다.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아직 계단식 약가제 도입 효과가 제대로 발현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약가우대 정책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약가인하를 고민하면 제약사들의 경영 의지를 꺾고 사기를 떨어뜨린다. 이번에는 제약사들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반영한 약가 정책을 펴야 한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만들기를 목표로 내놓은 복지부라면 응당 그래야 한다. 제네릭 약가인하 움직임에 무력감과 답답함, 자괴감을 호소하는 제약사들의 의견을 세심하게 반영한 복지부 행정이 필요한 지금이다.2023-06-08 18:35:30이정환 -
[기자의 눈] 또 약가인하? 제네릭이 만만한가요[데일리팜=김진구 기자] 정부가 다시 한 번 제네릭 약가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2020년 계단식 약가인하제도를 시행한 지 겨우 3년 만이다.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뭐가 됐든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정부의 명분은 확실하다. 약품비 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2월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약품비는 21조원으로 총 진료비 88조원 대비 2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절대금액이 지난 5년 간 매년 1조원씩 증가했다.약품비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대전제가 틀린 것은 아니다. 문제는 해결 방식이다. 약품비는 사용량과 가격으로 구성되는데, 지나치게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0년 '의약품 사용량·약품비 모니터링 및 장기 추계모형 개발' 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심평원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간 전체 약품비 증가율을 구하고, 여기에 각각 어떤 요소가 영향을 끼쳤는지 살폈다.그 결과,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약품비는 4.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사용량은 약품비 증가에 '+169%'의 영향을 끼친 반면, 가격은 '-71%'의 영향을 끼쳤다. 의약품 가격은 오히려 약품비 증가를 억제하는 쪽으로 작용한 셈이다. 의약품 사용량 관리가 시급한지, 가격 관리가 시급한지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연구 결과다.사정이 이런데도 대표적인 사용량 관리 정책인 대체조제 장려금제도는 시행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대체조제율 1% 미만에 머무르는 실정이다. 다른 사용량 관리 정책도 대동소이하다.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데도 정부는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 제약업계에서 "정부가 의료계 눈치를 보느라 사용량은 건드리지 못하고 만만한 제약사들만 옥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그렇다고 해서 의약품 사용량을 무작정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의약품 사용량 증가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필연적 결과이기 때문이다.고령사회 진입 속도는 앞으로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약가인하가 만능키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은 약가인하 일변도의 정책만으론 치솟는 약품비 지출을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 가격 뿐 아니라 사용량까지 동시에 관리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나아가 제네릭에 대한 정부의 인식 변화도 필요해 보인다. 지금까지로만 보면 정부는 제네릭을 '언제든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만만한 존재' 정도로 인식하는 듯하다. 정부는 약품비 절감이라는 대의를 위해 제약업계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약가인하는 약품비 절감을 위한 빠르고 편한 방법일 수 있지만, 결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순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2023-06-08 06:15:06김진구 -
[칼럼] 오프라인과 온라인, 약사와 인플루언서요리 학교의 명예 교수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첫 남편 바지뉴, 약사인 둘째 남편 테오도루의 이상하면서도 감동적인 사랑이야기는 브라질의 국민 작가 조르지 아마두의 소설 ‘도나 플로르와 그녀의 두 남편’의 줄거리 입니다."사랑이 무엇인지는 사랑을 해 봐야 아는 거고, 삶이 무엇인지는 살아봐야 아는 거잖아요?"소설의 첫 페이지를 시작하는 도나 플로르의 생각입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였습니다. 소설 속 도나 플로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랑을 했고,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모두 손에 쥐는 삶이 과연 행복한 삶일지 생각해보게 됩니다.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제품의 확대, 상비의약품의 배달 서비스 허용, 화상투약기 / 자판기 형태의 의약품 구매,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시범운영, 약 배달 서비스 등 최근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되는 제약업계의 소식들입니다.소비자의 편리함 추구를 앞세우며 이러한 제도들이 속히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견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구매와 복용의 편리함만이 최우선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약품이란 나에게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제약회사에 근무하면서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편리성 보다는 안전성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의약품(일반의약품) 구매 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은 전문가인 약사와의 상담을 통한 정보 습득이라는 것을 지난 칼럼에서 소개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의약품 구매 흐름과 유사한 구조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정보의 2단계 흐름(Two-step Flow)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하겠습니다.라자스펠드(Lazarsfeld)의 책 ‘Personal Influence’에 소개된 개념으로 개인들은 자신의 신념에 의지하여 주요한 결정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원(source)으로부터 의견 주도자들(opinion leaders)을 거쳐 개인에게 전달되는 2단계 흐름을 거친 정보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사회적 관계를 통한 정보 전달을 핵심으로 보는 2단계 흐름 이론은 수용자를 의견지도력(opinion leadership)을 갖는 정보원(opinion leaders)과 추종자(followers)로 분류하였습니다. 여기서 의견지도력이란 권위 등과 같은 힘이 아닌 무의식적이고 격식 없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지도력을 말합니다. 소비자는 의약품에 대한 정보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으로, 정보원(opinion leader)을 통한 상담 필요성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유형으로는 일반인, 유명인, 전문가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인플루언서는 대다수 일반인과 유명인인 경우가 많습니다.특히 일반인 정보원은 해당 제품에 대한 사용 경험 외에는 별도의 전문 지식을 가지지 않은 소비자가 대다수일 것입니다. 소비자들은 이들과 유사성 및 일체감을 느끼게 되어 친근감을 형성하고 신뢰하게 됩니다. 또한 일반인 정보원이 자신과 같은 연령층일 경우 동료의식을 느끼기도 합니다.이러한 일반인이 정보원으로써 효과적인 분야는 일상용품 등으로 ‘지각된 위험이 낮은’ 제품군입니다. 의약품은 이러한 제품군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반면 전문가 정보원은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여 그 분야에 대한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을 지닌 개인 또는 집단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보원의 역량에 관하여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있습니다.퍼로프(Perloff)는 전문가 정보원의 특징을 ‘권위, 공신력, 사회적 매력’이라고 분류 하였습니다. 안토니 R. 프랫카니스(Anthony R. Patkanis)와 엘리엇 아론슨(Elliot Aronson)은 불신의 시대에도 전문가처럼 보이면 소비자들은 믿게 된다고 말하며 ‘공신력 효과’에 대해 강조 하였습니다. 스티브 마틴(Steve J. Matrin)은 ‘호감, 위협적임, 불쌍함’ 등을 정보원의 역량이라고 말하였습니다.이러한 다양한 정보원의 특성은 크게 신뢰도(credibility), 호감도(attractiveness), 지배력(power)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추가적으로 브루스 A. 버거(Bruce A. Berger)는 ‘약국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북’을 통해 정보원인 약사가 활용할 수 있는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소통 공간, 소비자와의 물리적 거리, 시간 배분, 시선교환이나 응시, 접촉, 신체의 움직임, 옷차림이나 상징물과 같은 물건의 선택과 이용, 목소리 등으로 설명하였습니다.이러한 의료인의 비언어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소비자의 만족도와 치료결과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밝힌 연구결과가 많이 있습니다. 정보원의 전문 지식과 신뢰, 호감, 지배력, 거기에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장점까지 더해진다면 소비자들은 열성적인 추종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소설 속 도나 플로르의 두번째 남편이자 약사인 테오도루의 약국 벽에는 그의 평소 성격과 신념을 잘 드러내는 표어가 적혀있습니다.“모든 것을 위한 자리, 제자리에 있는 모든 것” 모든 것은 마땅한 자기의 자리가 있어야 하고, ‘제자리’에 그것들이 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라고 생각하는 테오도루의 생각이 담긴 것 같습니다."나와 내 가족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약!"약사가 직접 전달해 줄 수 있는 약국만이 약이 있어야 할 제자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졸업-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서비스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2023-06-07 10:00:48정석원 이사 -
[데스크시선] 자율좌석제의 명과 암[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일부 국내 제약기업들이 자율좌석제를 부분·전면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율좌석제란, 기업에서 개인별 좌석을 지정하지 않고, 업무 스케줄이나 동선 등을 고려해 각자 원하는 자리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 제도로 공유좌석제라고도 한다. '보수적인 분위기에서는 혁신이 나올 수 없다'는 실리콘밸리의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것으로 '핫 데스킹(hot desking·유연좌석)'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른바 자율좌석제·공유좌석제·유연좌석제는 동료들 간 협업과 평등을 고취한다는 취지로 시행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 SK·동국제강·한화그룹 일부 계열사·LG전자 일부 조직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2018년부터 확산되고 있는 추세로, 업무 스케줄이나 출근시간에 맞춰 업무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예컨대 업무공간을 창가석, 모니터석, 스탠딩석 등으로 다양하게 구비해 직원들이 일정, 업무와 관련한 동선이나 집중도를 고려해 좌석을 선택하게 된다. 헬스케어산업에 있어서는 글로벌 빅파마 한국법인 MSD·아스트라제네카 등을 필두로 최근 3년 전부터 3~4개 정도의 토종 제약사들이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스마트오피스' '혁신'의 또 다른 아이콘으로 잡리 잡은 자율좌석제의 장점은 열린 공간에서의 직원 간 소통과 협업 창출, 업무 효율성 고취, MZ세대를 고려한 업무 자율성 보장 등을 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획일적인 전통적 사무환경에서 과감히 탈피해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과 기성세대 간 융복합·오픈콜라보레이션 근무환경을 조성, 업무 몰입도와 만족도를 최대한 끌어내는데 그 의미와 목적이 있다. 자율좌석제 성공 사례로는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레고, 딜로이트, 씨티그룹, 젠슬러 등의 글로벌 기업 등으로 파악된다.하지만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라도 성급한 도입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보기에도 멋져 보이고 최신 트렌드의 의상일지라도 자신의 몸에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마치 원시인에게 우주복을 입혀 놓은 모습이랄까. 기업은 20~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별 인력으로 구성, 마치 오케스트라의 협연 또는 공장의 톱니처럼 상호협력·공생의 관계로 발전을 거듭한다. 그런 측면에서 4050세대 팀장·임원급 직원은 기존 지정좌석제를 선호한다는 설문에 충분히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혁신은 무조건적 트렌디 정책 도입이 아닌 단점의 개선에서도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자율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는 한 제약기업의 직원들은 매일 아침, 지옥과 천국을 오간다. 좋은 좌석을 차지하기 위해 출근 시간을 서두르거나 부서 구성원의 좌석을 미리 맡아 주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자신만 사용하는 책상 공간이 아니고, 팀별 공용 캐비닛 등도 구비돼 있지 않다 보니 업무 관련 서적이나 사무·개인용품, 프로모션 샘플 등등은 아예 차량 트렁크로 내 팽겨 치는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있다. 전체 직원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고, TFT와 최고경영자의 일방적 제도시행이 불러온 참극이 아닐 수 없다.매일 새로 자리를 잡는 일도 극히 번거롭고, 소속감을 저하시켜 팀워크 함양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칸막이가 없다 보니 프라이버시 보장도 어려운 점은 자율좌석제가 가진 필연적 단점이다. 특히 신입사원의 스피드한 업무파악 배양 부분에서는 빵점에 가깝다. 새내기사원은 멘토·멘티방식의 일정기간 도제식교육이 필요한데,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대면소통은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오늘 나의 업무좌석'을 찾기 위해 직원 1명이 1년 동안 소비하는 시간은 2주라는 한 연구결과는 실효성에 의문을 두기에 충분하다.올바른 벤치마킹이 아닌 기형·과도기적 자율좌석제는 도떼기시장에 가깝다. 자율좌석제가 정착된 MSD·AZ는 모든 임직원이 직급에 관계없이 능동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사·상무·전무는 물론 대표이사도 예외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토종제약사의 경우, 상무급 임원부터는 개인 집무실이 제공돼 제도시행의 취지를 무색케 한다. 상당수의 직원들이 지정좌석제로의 회귀를 원하지만 C-레벨 인사들은 여론 경청에 관심조차 없다. 직원 업무 만족 향상과 효율성 재고를 위해 추진한 자율좌석제가 창살 없는 감옥으로 전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2023-06-07 06:00:00노병철 -
[기자의 눈] 비대면 갈림길에서 본 약국의 신뢰[데일리팜=정흥준 기자] 기술은 신뢰를 기반으로 단단해진다.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이 생사 기로에 선 이유 중 하나는 지난 3년 동안 편의를 제공했으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만약 플랫폼들이 화상 진료와 보조 디바이스 지원, 안전한 약 배송 체계 구축을 이뤄냈다면 어땠을까.꾸준히 문제 제기된 ▲오진 가능성과 환자 본인 확인 ▲부실 진료와 복약상담 ▲약 배송에 따른 변질 및 오배송 등에 대한 불신이 신뢰로 바뀌는 경험을 국민들에게 제공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물론 대부분이 영세 스타트업들이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적 개선엔 한계가 있었다. 그저 “이대로 운영해도 큰 문제는 없었다”고 대응했고, 오로지 사용자 확대를 위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며 신뢰를 얻지 못한 것이 패착이었다.플랫폼 참여 의료진들이 진료 보조용 디바이스를 활용하기까지 서비스가 개선되고, 자체적으로 화상진료를 일반화하고, 의약품 배송만 전담하는 특화 유통업체들이 나타났다면 국민들의 누적된 경험은 지금과 무게가 달랐을 거란 얘기다.약국도 마찬가지다. 약국의 대면 서비스가 환자 신뢰를 기반으로 견고했다면, 또 처방조제에 집중된 의약 종속의 행태가 아니었다면, 비대면 서비스들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더 좁았을 것이다.약사 상담은 서면으로 대체 가능하다거나, 그렇다면 약 수령이나 배송이나 다를 것 없지 않냐는 반박을 단순한 비난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아 놓은 환자와의 신뢰를 돌이켜 볼 계기로 삼아야 한다.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의약품 접근성 개선 방법으로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 ▲9시까지 약국 연장 운영 ▲원격화상 투약기 설치 확대 등을 선택하도록 설문을 진행했다.그 결과 지역거점 24시간 약국 지정이 46.2%(1124명)로 가장 많은 응답율을 보였다. 그 다음은 안전상비약 무인자판기 도입 운영이 33.7%(819명)로 많았다.국민들이 약국, 약사에게 거는 기대의 수준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수치다. 아직 국민들이 약사의 역할을 바라고 있다고 해석하거나 혹은 3명 중 1명은 약국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약국의 신뢰 회복이라는 숙제를 안고서 비대면 시대는 열렸다. 당장 정부 시범사업이 시작되면서 비대면 처방과 조제는 서서히 늘어날 수 있다.전문가들은 처방전 흐름 변화에 따라 약국에 변별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대면 진료 후 환자의 약국 선택권이 폭넓어졌기 때문이다.하지만 개별 약국의 생존 전략으로써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약사사회가 다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약국과 환자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시범사업 이후엔 법제화가 기다리고 있다.비대면진료 후 약을 찾으러 약국을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약사들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냐에 따라 이후 뒤따라 올 위기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2023-06-05 15:51:48정흥준 -
[모연화의 관점] 커뮤니티케어와 커뮤니케이션(37)보건복지부는 2018년 3월, 커뮤니티케어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커뮤니티케어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후 관련된 여러 분야에서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고, 단기간에 커뮤니티케어에 대한 관심은 급증했다.하지만 지역사회의 돌봄(community care)이라 불리는 커뮤니티케어와 지역사회의 건강을 위한 기반 기관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간 연결고리는 좀처럼 이슈화되지 않고 있다.이것은 지역약국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이미) 하고 있고, 앞으로 할 수 있는 커뮤니티케어에 관한 전략적 공감대가 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지역약국과 공중의 건강 관계에 관한 내용이 사회적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의료비용의 절감 및 합리적 커뮤니티케어를 위해, 약사 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다. 커뮤니티케어 정책은 환자의 삶의 질과 국가적인 의료비용의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건강대계이고, 성패는 ‘지속가능성’에 달려있기 때문이다.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약물 관리의 지휘부 역할을 누가 수행에 관한 기준 제시의 중요성은 계속 강조되고 있다. 약물 복용과 관련한 지역약국 돌봄 활동에는 처방조제, 건강 교육, 처방감사, 부작용 관리, 약물 조정, 전염병 예방 활동 등이 존재한다.하지만 눈에 보이는 행위인 조제 이외에, 지역약국이 수행하는 다른 역할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것은 약사들이 행동을 수행할 때 행동의 의미를 고객에게 알리는 커뮤니케이션을 덜 하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고, 정책기관이 전문가가 행하는 일 중, 보이지 않는 정성적 가치는 평가 절하하고 키워내지 않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처방감사는 현재, 약사가 환자에게 처방전이 검토되고 있다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줘야 인식될 수 있는 행위이다. 예컨대, 약사가 눈으로 쓱 처방전을 보는 행위는 그저 종이를 본 것이 아니라, 용법과 용량이 타당한지 확인하고, 에러를 걸러내는 행위이다.하지만 약사들은 약의 용법과 용량을 확인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시민은 약사가 처방전의 적합성을 검토한다는 사실을 모른다.물론 정책적 PR을 통해 환자의 처방전이 감사 되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약사들이 직접 커뮤니케이션 해야 시민들이 알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약사가 '당신의 용법과 용량을 검토했다는 메시지'를 환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돌봄의 안전과 신뢰 측면에서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권고한다.또 다른 약국 돌봄 활동으로는 약물조정(medication reconciliation)이 있다. 지역약국에는 고령화에 의해 5개 이상의 약물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다제약물(polypharmacy) 처방이 빈번하다.한국 노인의 다제약물 유병율을 조사한 연구(김홍아, 신주영, 김미희, 박병주, 2014)에 따르면 1인당 6개 이상의 약물을 동시 복용하는 비율은 86.4%, 11개 이상을 복용하는 비율이 44.9%에 이른다고 한다.이러한 맥락에서, 약국을 방문하는 환자들은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물 중 효능이 중복되는 약물, 부작용이 중첩되는 약물에 관해 높은 우려를 나타낸다. 효능이 중복되는 경우, 환자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약사는 처방의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처방 수정을 시도할 수 있다. 이는 의료비 절감과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혹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해진 처방대로 약물을 복용하지 못해, 약물이 남아 있는 경우에도 환자들은 약물 조정을 원한다. 마찬가지로 팀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이는 버려지는 약을 줄일 수 있는 전략이다.부작용 관리 역시 중요한 약국 돌봄 활동이다. 지역약국의 부작용 보고는 타 직역의 보고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약동학 및 상호작용 영역에 이르기까지 가치 있는 정보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약사들은 "약을 드시고, 불편하신 부분은 없으셨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환자들이 약물 복용 이후 겪는 다양한 증상의 원인을 함께 탐색하고, 관련 내용을 기록하여 안전을 위한 약물 감시(pharmacovigilance) 체계에 이바지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역약국은 전염병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약물학적, 비약물학적 행동과 관련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팬데믹과 같은 위험 시, 약국의 관리는 공중의 예방적 집단행동을 촉진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아울러, 약사는 전염병에 대한 고객의 질문에 응대 및 정부의 전염병 예방 지침을 공중에 전달하여 미디어 노출이 적은 지역이나 특정 연령층에서 생길 수 있는 정보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커뮤니티케어는 영국에서 1950년대를 전후로 주창된 복지 개념으로, 일반화된 정의나 원칙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정치, 경제, 사회적 합의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게 전개된다. 커뮤니티라는 용어 역시, 다의적이다. 지역사회라 해석되기도 하지만, 이상적인 공동체를 제시하는 실천적 개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즉, 공동체의 건강과 국가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지역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의, 약료 기관에 어떤 커뮤니티케어 역할을 부여할지 사회적 논의 및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앞서 설명했듯이, 약국은 문턱이 낮은 요양기관으로서, 접근 가능한 약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의료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하고, 취약 계층의 약물치료 과정에도 개입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약물 복용 행동만큼, 개인의 건강에 꾸준히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있을까? 필자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별적 존재의 건강을 위해 약사와 약국의 커뮤니티케어 역할은 커뮤니케이션과 함께 확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바이다.2023-06-05 14:45:25데일리팜 -
[박정관의 생각] 로켓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의약품은?1편에서 약사 역할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배달) 필요성을 알아봤다면, 2편에서는 소비자와 산업적 측면에서의 비대면 투약에 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대한민국 라스트마일(Last Mile Delivery,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거리에서 나온 말로 현재는 '고객이 주문한 물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에게 배송되기 직전의 거리(혹은 순간)'를 뜻한다) 배송의 괄목할 만한 성공은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는 상황에서 이런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이 '대면 진료'만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단순히 '배송지에서 최종 소비자까지 배달과정'을 칭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그 과정을 더 빠르게, 더 안전하게, 더 차별성 있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이다.전통적으로 약국은 대면 투약이 중시돼 왔지만, 지금은 비대면 진료 옵션에 대한 비대면 투약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약사 스스로가 주도하는 약배달(전달)에 약사회는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대체 전달 방법을 고려하지 않고 대면 투약 만을 고집하면, 고객의 기대와 제공된 서비스 사이의 격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단언컨데 대면 투약을 지켜낼 방안이 없다는 결론이다.비대면 진료 앱이나 약 배달 앱이 오늘날 약국시장에서 어떻게 갑작스레 컸는지 한번 생각해보자.약사사회에서 대면 투약만을 주장하며 배달은 안된다고 외쳤고, 그 틈새를 비대면 진료·약 배달 앱이 차지해 성장해 왔다.일본약제사회 잡지에 실린 비대면 진료·약 배달 관련 안내문(출처: 한국의약통신) 일본약제사회는 신형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대 방지를 위해 전화나 스마트폰으로 약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자택에서 약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을 환자들에게 공고히 안내하고 있다.최근 나는 약사 및 다양한 약업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대전환시대와 약국의 미래' 강의를 할 때, 말미에 꼭 묻는 질문이 '비대면 진료와 비대면 투약이 법제화 된다면, 어떤 약국을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공통적으로 약 70% 이상이 직장이나 집 근처의 약국을 가겠다고 한다.실제 미국과 일본에서 의약품 배달이 본격화되면서 오히려 동네약국 매출이 증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추가되면서 대면 서비스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잘 활용한다면 훨씬 성장성이 크다는 뜻이다.약국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약사의 투약과정에서 설명을 하거나 상호 질문과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또한 부정확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의존하는 환자와의 만남도 드문 일이 아니다. 투약시간이 길지 않은 상황에서 대면 투약의 한계를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다.이때 약국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시간을 최적화하고 약사는 보다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하도록 한다면?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상해 보라! 약국은 또한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병원을 능가하는 뛰어난 접근성을 갖고 있지 않은가.'모든 투약과정'이 약사에 의해 관리됨으로써 신뢰성이 보장되고 포괄적인 약국서비스가 제공될 때 고객의 진화하는 요구를 해결하고 약사 역할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것이 핵심 아닐까?약사가 주도하는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고 약국이 고객에게 직접 약을 전달하도록 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적응에 저항하고 전통시스템만 집착한다면 펼쳐질 미래에서 반드시 뒤쳐짐을 알아야 한다. 변화하는 환경을 수용하고, 디지털 기술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약사의 역할을 재정의함으로써 약국은 변화하는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키는데 성공할 수 있다.일부 약사회 임원들은 약사회 주도의 의약품전달시스템을 구축하여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도록 하자는 의견을 내비치니 필자에게 '매약노'라는 딱지를 붙여줬다.시대와 상황은 바뀌는데 이를 준비하지 않고 현 체계를 고수하자며 선동하는 이야말로 미래 약사 사회의 매약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2023-06-05 14:36:57데일리팜 -
[기자의 눈] 보조요법의 대두와 가치산정 해법은[데일리팜=어윤호 기자] 정확히 일치하는 개념은 아니지만 일종의 '예방'을 위한 지속적 약물의 투여, 원래 없던 개념은 아니다.만성질환에서는 이미 치료가 아닌 '관리' 개념으로 약을 복용해 왔으며, 항응고제처럼 약의 존재 이유가 예방인 경우도 있다.그 영역이 이제 항암제로 확대됐다. 다양한 항암 신약들은 이제 조기 단계에서 수술 전후 보조요법 적응증을 확보하고 추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현재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America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2023)'를 보더라도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키스칼리(리보시클립)', '허셉틴(트라스투주맙)' 등 약물들의 보조요법 연구 데이터가 쏟아지고 있다.하지만 보조요법의 대두는 우려가 동반된다. 버거운 이유는 단연 가격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암은 완치됐다 하더라도 재발이 무섭다. 암종에 따라 다르지만 재발률이 80%에 육박하는 질환도 있다.문제는 고가약 시대, 그 시류를 이끌고 있는 항암제를 보조요법으로 처방하고 여기에 보험급여를 적용하는 것이 보건당국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또 하나의 사실은 보종요법의 혜택 역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세계 유수 학회의 가이드라인에는 보조요법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높은 권고 등급을 차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생각해 볼 때가 됐다. 항암제 보조요법의 필요성을 약제마다 꼼꼼히 따져보고, 막연한 '부담' 보다는 실리를 따져볼 시간이다. 재발 환자에 대한 투약이 더 비용효과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재발과 전이는 암의 사망률을 높이는 치명적인 요소다. 정답이 없기에 장단의 무게를 재야 한다. 쌓여가는 보조요법·유지요법 약물들을 마냥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이다.단순히 손익만을 볼 것이 아니라, 약제별 특수성과 환자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와 제약업계 생태계를 감안한 합의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약을 둘러싼 이해 당사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2023-06-05 06:00:00어윤호 -
[기고] 자연은 조작적 상황에 머무르지 않는다과학이 무력해지는 순간 특히 자연과학을 전공한 사람의 마음은 일말의 공유되는 느낌이라도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마지막 남은 자존감의 허망하지만 절실한 기대이다. 과학자를 떠나 인간으로서 공감성의 마지막 한 조각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신시내티 의과대학의 산업의학 교수인 로버트 키호는 휘발유에 첨가되는 납화합물이 인체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며 기원전부터 유해성이 알려져 온 납의 사용을 옹호하였고 그로 인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듀크대 연구팀은 1920년부터 70여년 간 사용된 유연 휘발유로 인해 미국 인구의 1억7천만명이 정신질환과 심장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었고 이들의 아이큐가 최대 6이상 집단에 따라서는 7까지 저하되었다는 초대형 보건 재앙의 결과를 초래하였다고 발표하였다.로버트 키호는 장기간 납화합물에 노출된 노동자를 의도적으로 제외하고 단기간 노출된 사람만을 대상으로 혈중 납농도를 측정하여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제시하고 납이 자연계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며 인간은 납의 독성에 대한 저항력을 가진다고 주장하며 무해를 강변하였다. 특히 유연휘발유로 자연환경에 광범위한 납 오염이 발생했음을 밝혀낸 클레어 패터슨을 공격하고, 그의 방사성 동위원소 연대측정법을 부정하고 비판하였으며 그후 클레어 패터슨은 재정지원을 잃고 대학에서 퇴출당하였다.더욱 심각한 것은 로버트 키호가 신시내티 캐터링 응용생리학 연구소장을 35년 간이나 재임하면서 납화학물을 생산하는 에틸코퍼레이션,제너럴모터스,듀폰 등 이해관계회사의 자금을 지원받았고 자신은 동 회사의 의료자문위원으로 있었다는 점이다. 과학이 돈에 굴절되는 가장 적나라한 사례였던것이다.오늘 우리는 이 로버트 키호의 도플갱어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웨이드 엘리슨 옥스퍼드대 교수는 방사능이 일정 수준에서는 인체에 무해하고 오히려 유익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40년 간 방사선과 핵물리학을 연구했고 2009년 발간한 ‘공포가 과학을 집어삼켰다’에서 방사선의 위험성이 과장되었다고 강변한다. 그래서 오염수를 1리터는 당장 마실 수 있다고 공언한다.문제는 동일하다, 로버트 키호의 조작과 같이 도쿄전력에 의해서 조작적으로 선택된 시료만으로 안전성이 주장되었다고 해도 자연계는 그 조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해류의 흐름과 오염물질의 고유한 물리적 성질은 필연적으로 쏠림이 나타나고 수중 생물들의 먹이사슬에 의한 축적 등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들에 의하여 누군가에게 피해를 집중시킬 수 있고 그렇게 발생한 피해는 단기간에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환경 오염의 문제는 과도한 우려일지라도 경청되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돈과 정치에 취약하기만한 과학이라는 허약한 보루를 바라보고 있다. 클레어 패터슨과 같이 직장을 잃고도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끝까지 유연휘발유 금지를 이끌어낸 과학자도 있기 때문이다. 과학자라는 이름에 부여된 자율성은 악용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에 대한 일반의 신뢰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필자 약력 *서울대 약대 *서울대 보건학 박사 *전 대한약사회 보험이사 *전 의약품정책연구소장2023-06-04 20:14:18신광식 보건학박사 -
[데스크 시선] 합리적인 정책, 소통이 필요하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데일리팜이 창간 24주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정부 약가제도에 대해 불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 CEO 53명을 대상으로 국내 약가제도 만족도를 물었는데 응답자의 78%(35명)이 불만족한다고 답했다.국내외 제약사 모두 신약 등재 제도에 대한 불만이 컸다. 제약사 CEO 53명 중 절반이 넘는 30명이 '신약 등재'가 가장 개선해야 할 정책으로 지목했다. 다국적제약사 뿐만 아니라 국내제약사들도 신약 등재를 가장 개선이 시급한 약가제도로 꼽았다.보건당국은 신약의 가치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을 고려해 약가를 산정하는데 제약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신약의 적정 가치를 책정해주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를 낸다. 연구개발(R&D) 역량를 집결해 장기간 개발 시간과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적정 약가를 받지 못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크다.지속적인 약가인하에 대한 불만도 크다. 정부의 약가제도 기조가 지속적인 인하를 추구하는 방식으로 지속될 경우 CEO 53명 중 37명(70%)이 'R&D 재투자 여력 감소'가 가장 우려된다고 답했다. 약가인하가 반복되면 제약사 입장에선 수익성이 악화하고 자칫 신약개발을 위한 재원 마련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물론 정부 규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불만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다만 보건당국이 최근 약가정책을 펼치면서 제약사들과 원활한 소통을 펼쳤는지 의문이 든다.제약사들이 제기하는 대표적인 불합리한 약가정책은 현재 진행 중인 상한금액 재평가다. 상한금액 재평가는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새 약가제도를 기등재 제네릭에 적용하기 위한 약가재평가 정책이다. 개편 약가제도에서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지난 2020년 6월 보건복지부는 최고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제네릭은 올해 2월28일까지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현재 보건당국은 제출된 재평가 자료를 토대로 약가인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이 과정에서 약가인하 대상이 아닌데도 약가인하 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제약사들은 이 정책을 왜 진행하는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미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면서 사회적인 비용 낭비가 초래됐다. 정부 입장에서도 수만개의 의약품 중 약가인하 대상을 선별하기 위해 적잖은 역량을 소비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차라리 일괄적으로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게 낫다”는 푸념마저 토로하는 실정이다.급여적정성 재평가도 매끄럽지 못했다.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인 약물이 포함되면서 혼선을 겪는 상황이다. 제약사들은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스트렙토제제의 효능 논란이 불거지자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하지만 돌연 스트렙토제제는 보건당국의 급여재평가 결과 임상적 유용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 스트렙토제제에 대해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효능이 있는지 따지기 위해 5년 넘게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건강보험 급여를 인정하면 안된다는 엇박자 판단이 나온 셈이다.제약사들의 항의에 결국 스트렙토제제는 재평가 결과에 따른 환수협상 합의 품목에 한해 1년 간 평가를 유예하는 조건부 급여가 제시됐다. 임상재평가가 종료될 때까지 환수협상을 합의한 제품에 한해 1년 간 급여를 유지해주겠다는 이상한 정책이 끼어들었다. 제약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건보공단과 22.5%의 환수율과 환수 기간 1년에 합의했다.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가 실패하면 1년 간 처방실적의 22.5%를 건보공단에 되돌려줘야 한다는 의미다.보건당국은 국내 약제비 관리의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목표를 트레이드-오프로 제시한 상태다. 임상적 유용성이 불확실한 의약품을 건강보험 급여를 삭제하거나 약가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확보한 재정을 신약의 급여 적용과 확대에 활용하겠다는 취지다.제약사들은 정부가 또 어떤 약가 정책으로 업계를 혼란에 빠뜨릴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효율적인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위해 약가인하 기조의 정책은 불가피하다. 다만 정부가 새로운 약가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계와 제대로 소통을 했는지 묻고 싶다. 어느 때보다 소통이 필요한 때다.2023-06-02 06:20:23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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