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식약처의 그때 '생동 경고' 옳았을까
- 천승현
- 2023-09-27 06: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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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제품은 3등급 위해성의 기준으로 회수 등의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전했다. 약사법 39조에 명시된 ‘안전성·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유통 중인 의약품 등을 회수하거나 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판매금지와 회수 처분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언뜻 보기엔 당연한 메시지로 읽힌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성을 입증하지 못한 제네릭을 못 팔게 하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당시 업계 상황을 들여다보면 이 메시지는 전혀 납득할 수 없다는 게 이해 당사자들의 반응이었다.
이 공문이 발송되기 며칠 전에 보건복지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알리는 행정예고를 발표했다. 새 약가제도는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때 기등재제네릭의 경우 3년 이내에 생동성시험과 원료의약품 등록 요건을 충족하면 상한가 53.55%를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공개됐다. 개편 약가제도 이후 최고가 요건을 3년 이내에 충족하면 약가를 깎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복지부는 1년 가량 지난 2020년 6월 ‘생동성시험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 자료를 올해 2월말까지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해주는 내용의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계획 공고를 냈다.
이후 제약사들은 이미 판매 중인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서도 생동성시험에 나섰다. 제약사들은 제네릭 약가재평가 공고 이후 기허가 제품에 대해 생동성시험에 동시다발로 뛰어들었다. 제제 연구를 통해 제네릭을 만들어 생동성시험을 진행하고 동등 결과를 얻어내면 변경 허가를 통해 약가인하도 피할 수 있다는 노림수다. 이때 위탁제조를 자사 제조로 전환하면서 허가변경을 진행하면 ‘생동성시험 실시’ 요건을 충족하는 전략이다.
제약사들은 식약처의 ‘생동성시험 비동등 의약품 회수’ 방침에 따라 자사전환을 추진했다. 기존의 위탁 제네릭 약가유지를 위해 생동성시험을 시행했는데 비동등 결과가 나오면 동일한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다른 제품들도 동반 처분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A수탁사에서 30개 위탁사들에 동일한 제네릭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이 중 1개 제품이 비동등 결과가 나오면 나머지 위탁 제네릭 29개도 비동등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같은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제네릭 제품 간에도 생동성시험 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1개 제품은 동등 결과를 얻었지만 또 다른 제품은 비동등이 나올 경우다. 이 때에도 동등 판정을 받은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제네릭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식약처 입장에선 제약사들이 기허가 제네릭의 무차별 생동성시험이 시행된 이후 실패 결과가 무더기로 나왔을 때의 혼란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기등재 제네릭이 생동성시험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으면 의료계나 시민단체, 소비자 등으로부터 불량 의약품을 팔아왔다는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제네릭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국내 제약업계 전반으로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비동등 사례 1건이라도 발생하면 “식약처가 품질에 문제 있는 제네릭을 허가했다”는 비판이 불거질 수 있다.
식약처의 경고에도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시도 건수는 급증했다. 생동성시험계획 승인건수는 2019년 259건에서 2020년 323건으로 24.7% 늘었다. 2021년에는 505건으로 치솟았다. 만약 식약처의 ‘비동등 제네릭 동반 처분’ 경고가 없었다면 생동성시험 시도는 더욱 폭발적으로 늘었을 것이다.
4년 전 식약처의 경고가 제약사들의 생동성시험 수행 건수 급증을 일부 저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 결과 비동등 제네릭과 동일한 제품의 처분 여부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약사들은 자사 제품의 약가인하 회피 노력이 다른 업체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에 울며 겨자먹기로 생동성시험을 시도할 수 없었다.
과연 식약처의 4년 전 경고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판단하기는 힘들다. 만약 기허가 제네릭의 생동성시험에 실패했을 때 동일 제조소 생산 제품도 비동등 조치를 내렸다면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며 업계 전반에 걸쳐 혼란이 확산했을 수 있다.
제네릭 약가재평가는 시작할 때부터 이상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정부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을 인정받고 문제 없이 판매 중인데도 단지 약가 유지를 위해 또 다시 적잖은 비용을 들여 생동성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 5일 제약사 179곳의 의약품 7355개 품목의 약가가 인하됐다. 약가인하 7355개 품목의 예상 손실액은 연간 약 3000억원으로 계산된다. 업체별로 많게는 연간 100억원 이상의 손실이 예고됐고. 보유 품목의 70~80% 이상 약가가 떨어지는 업체도 속출했다. 일부 업체는 약가인하 절차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약국과 유통업계는 반품 정산에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불필요한 정책으로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되고 불합리한 경고가 나오는 등 제약업계 전체가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졌는데도 누구도 반성하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나 이상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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