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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00원 팔아 1원남는 도매, 제약이 왜 흔드나류충렬 전 초당대 겸임교수요즈음 도매유통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크든 작든 살림살이가 갈수록 더더욱 팍팍해지면서 한계상황을 넘어섰기 때문일 것이다.겉으론 연매출 3조 원이니 1조 원이니 하는 초대형 유통회사들도 생겨나고, 선진국 이상의 최신 대형 물류센터를 경쟁적으로 여기저기에 구축하고 있으니 잘나가고 화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은 텅 빈 강정이다. 먹잘 것 없이 빛깔만 곱다.'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자산 100억 원 이상인 의약품 도매유통사 129개 처에 대해,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올려진 2016년 결산자료를 분석해 보면, 매출액순이익률(순이익/매출액*100)이 평균 1.5%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0원 팔아 고작 1.5원 남겼다는 예기다. 매출 1조원이 넘는 2개 그룹(group)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0.73원, 5천억원~1조원인 3개 그룹(group)은 겨우 0.97원 챙겼다. 다들 훅 불면 날아 갈 것 같다. 유통업계가 이렇듯 궁박한데, 금년엔 대형 제약사 중 손꼽히는 'J약품'(2016년 도입상품 매출비중 70,2%)이 지난 6월1일부터 '화이자'와 '룬드백'으로부터 도입한 상품 5품목에 대해 도매마진율을 한꺼번에 무려 3%나 대폭 인하한 것이다(P유통 K기자 2017.06.02.). 이에 대해 유통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우리를 왜 매년 자꾸 흔들어 대나"하며 불쾌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또한, 'D제약'의 모회사인 'D'의 최대주주(지분11.61%) 오너 회장이 절대적인 23.79%의 주식을 소유하고 두 번째인 서울대학교병원이 5.55%를 가진, 병원 입찰대행 전문업체인 '이지메디컴'이 올해 백병원에 조영제를 직접 낙찰시킴으로써 그 유통시장을 빼앗긴 도매유통업계를 들끓게 하고 있다.(M파나 S기자 2017.05.25.) 유통협회가 즉각 맞대응했다.- 국내의 '화이자'와 '룬드벡'에 공문을 날렸다. 'J약품'이, 그들로부터 도입한 일부 상품에 대해 도매마진율을 대폭 인하함으로써 유통비용이 적자로 전환되어 그 제품들이 요양기관에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고 있으니, 'J약품' 대신 도매유통사와 직거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이었다.(D팜 K기자 2017.06.05.)- '이지메디컴'에 대해서는,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 그리고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문제 제기를 하는 등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입찰대행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응찰(應札)을 한다면, 업무적으로 확보한 가격 등 제반 우월적인 입찰정보를 불공정하고 부도덕하게 이용할 개연성(蓋然性)이 아주 높아질 것이라는 점이 그 문제의 중심 논리다.(M파나 S기자 2017.05.25.)어떻게 보면 이들 두 사례가 지엽적일 수도 있는데, 유통협회는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전면적 방어선(防禦線) 구축에 온 힘을 쏟는 걸까?자칫 방치할 경우, 도미노(domino) 현상처럼 연쇄반응(連鎖反應)으로 제2의 'J약품'과 '이지메디컴' 등이 우후죽순(雨後竹筍)처럼 번지며 기존 도매유통업계의 설 땅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라는 '파급효과의 가공할 위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도매마진'과 '유통시장'은 도매유통업계가 먹고 살아가는 식량이자 터전이다. 당국의 무분별한 '규제완화'라는 다산(多産)정책으로 도매유통사들이 이젠 발 디딜 틈 없이 출산(出産)되어 가뜩이나 양식이 부족하고 땅이 비좁은 판에, 그것도 바로 이웃인 제약업계로부터 무방비 상태에서 침공을 받았으니 얼마나 속 쓰리고 아리겠는가.물론, 힘든 건 도매유통업계나 제약업계가 도긴개긴일 것이다. 수익의 원천인 90%이상의 의약품 가격이 정부에 의해 과도(過度)하게 통제되고 있으니 제약업계가 왜 어렵지 않겠는가. 그런데 2016년 경영분석 데이터(data)를 보면, 업종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양자 간의 힘든 상황은 서로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마진율(매출액총이익률)의 경우 제약이 40.4%(M파나 C기자 2017.03.14.)인데 도매유통은 7.7%(금감원 공시 재무제표 분석)이고, 매출액순이익률 또한 도매(1.5%)보다 제약이 훨씬 높은 6.64%(M파나 C기자 2017.03.09.)이니 말이다.이를 보면, 제약의 경우엔 삭감코자하는 도매마진율 1~2%가 '죽고 사는 급박한 비용'은 아니지만, 도매는 삭감당하는 그 마진율 1~2%에 목숨이 걸려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도매가 걸핏하면 "죽을 지경이다"라고 하는 말이 결코 엄살이나 빈말이 아닌 것 같다.그런데, 그러한 제약업계의 유통업계에 대한 마진율 축소 등 '목조르기'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이 아니었다. 무작위(無作爲) 연례행사가 되어 온지 오래다. 그때마다 유통협회(종전 도매협회)가 몸으로 막아 왔기 때문에 아직까지 큰 불상사는 없었다. 금년 'J약품'과 도매유통업계 간의 극심했던 갈등도 예년처럼 다행히 지난 6월23일 서로 원만하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제약업계의 도매유통시장 침범(侵犯) 사건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52년 전(1965년) DSC(DongA Sales Circle)라는 조직으로부터 시작돼 1990년대 초반에 그 세(勢)가 정점을 찍은 후 아직 명맥은 유지되고 있지만, 입찰시장에서 제약 세력의 우회적 간접 진출은 올해가 처음이니 귀추가 주목된다.도매유통업계는 의약품산업에서 중추(中樞)라 할 수 있다. 기능과 역할이 막중하다. 약을 만드는 제약업계와 그 약의 소비처인 요양기관(약국 및 병의원) 사이에는 인격적・시간적・장소적인 3가지 괴리(乖離)가 있기 마련인데, 도매유통이 그 양자(兩者) 간의 3가지 간격(間隔)을 중간에서 메워주기 때문이다. 약을 만드는 자(제약)와 소비시키는 자(요양기관)가 서로 틀리는 인격적 괴리는 사고파는 상류기능 수행을 통해, 약이 제조되는 시간과 소비되는 시간이 서로 다른 시간적 괴리는 보관(저장) 행위를 통해서, 약이 만들어지는 장소와 소비되는 장소가 각각 다른 장소적 괴리는 운송(배송)행위를 통해, 서로 연결시켜 주는 자(者)가 바로 도매유통업자인 것이다.만약 그와 같은 유통업자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제약사는 약을 팔기 위해 소비처인 약국이나 병의원을 찾아 전국 방방곡곡 헤매야 하고, 약국과 병의원은 환자의 약을 구하기 위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제약사를 찾아다녀야 한다. 이 얼마나 불편하고 답답하며 비경제적인 일이겠는가. 그렇지만 도매유통사들이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고 도매마진율 7.7%라는 최소한의 희생적 유통경비로 제약과 요양기관에 봉사하고 있어, 지금처럼 제약사와 요양기관은 아주 경제적이면서 번거롭지 않게 약을 팔고 구할 수 있는 것이다. 경험상 보건대, 도매유통 없이 제약이 그 유통을 모두 직접 담당한다면 아무리 적게 든다 해도 매출액 대비 족히 15~20%의 비용이 들것으로 판단된다.그런데 그러한 제약업계의 역할분담 동반자인 도매유통업계가, 바로 그 제약업계에 의해 도매마진과 유통시장이라는 숨통이 조여들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나' 이건가.의약품산업에서 제약과 도매유통은 순치(脣齒)관계에 있다. 입술(도매유통)이 없으면 이(제약)도 시리고 병들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제약업계는 도매업계의 밥그릇인 도매마진율과 이들의 텃밭인 유통시장을 더 이상 넘보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딱 멈추면 어떨까.이쯤에서 끝내면, 그래도 제약이 더 힘든 이웃 도매유통을 배려해 줬다는 명분(名分)을 세울 수 있지만, 앞으로도 그 연례행사가 계속되면 제약업계는 명분과 실리(實利) 모두 잃을 것이 빤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도매유통업계를 놓고 인내(忍耐)의 한계(限界)를 매년마다 시험해서 제약업계가 얻을 큰 것이 뭐 있겠는가. 설마 소탐대실(小貪大失)을 원하지는 않을 것 아닌가.또한, 도매유통업계가 제약의 도매마진율 축소로 적자를 보고 제약의 유통시장 진출로 터전이 줄어 의약품 유통을 원활하게 할 수 없게 되면, 결국 그 피해는 제3자인 환자에게까지 돌아간다는 점을 제약업계가 인식했으면 좋겠다. 제약업계의 올바르고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2017-07-31 12:14:54데일리팜 -
[기자의 눈] 면역항암제, 급여만큼 중요한 문제들#면역항암제의 급여 등재가 목전에 다가왔다.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와 오노약품-BMS의 '#옵디보(니볼루맙)'가 마침내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는 소식이다.정확한 시점을 예측할 순 없으나 제약사들이 환급형과 총액제한형 등 2가지 유형의 위험분담계약(RSA)에 합의함에 따라 내달 중 급여 개시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약제 등재안건을 의결하는 절차 정도만 남겨놓고 있다.이 같은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려 온 건 암환자와 보호자들, 그리고 일선현장에서 이들과 함께 했던 주치의들일 것이다.숱한 약제들의 급여화 과정을 지켜봤던 기자들에게도 면역항암제의 급여권 진입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씁쓸한 마음으로 '메디칼푸어(medical poor)'란 단어를 곱씹어야 했던 요즘, 폐암 환자들이 한달 1000만원에 달하던 약제비 부담을 줄이고, 생존연장을 바라볼 있게 됐다는 사실 차제는 너무나도 고무적인 일이다.하지만 약의 혜택을 극대화 하기 위한 급여는 과정일 뿐, 끝이 아니다. 급여 만큼이나 어쩌면 급여보다 더 중요할지 모르는 문제들이 아직 많이 남았다.가령 키트루다의 급여 대상으로 정해진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인 환자는 전체 폐암환자의 25%에 불과하다. 약값이 너무 비싼 데다 급여화 과정마저 너무 길었던 탓에 잊혀졌지만 여전히 70~80%의 폐암 환자들에겐 대안이 없다.학계에선 PD-L1을 바이오마커로 사용하는 게 적절할지에 관한 문제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진행중이다. PD-L1은 제한된 재정을 나누기 위해 선택된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최선일 뿐 결코 최종적인 마커가 될 순 없다는 얘기다.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단 몇 퍼센트(%)의 PD-L1 발현율 차이 때문에 어쩌면 키트루다 혹은 옵디보로 살릴 수 있었던 환자를 놓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학계가 더 유용하거나 PD-L1을 보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크다고 본다.그렇기에 급여 고시를 앞두고 있는 정부를 향해서는 향후 확보되는 임상근거들을 제도권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는 당부를 꼭 전하고 싶다.물론 면역항암제가 절대 만병통치약이 아니란 사실도 잊어선 안된다. 면역항암제가 보여준 기대 이상의 성과에 그동안 언론들도 지나치게 들떴을지 모르겠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든 약엔 효과와 함께 부작용이 수반된다. 면역항암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MSD의 키트루다가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진행성 흑색종 환자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은 건 2014년 9월. BMS와 오노 역시 3개월이 지난 2014년 12월에 옵디보의 첫 번째 적응증을 허가받았다.그런데 허가된지 만 3년을 채우기 전부터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선 안전성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대표적으로 키트루다는 지난 6월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던 3상임상에서 원인불명의 사망사건이 발생하며 연구가 중단됐다.옵디보 역시 이달 초 일본후생노동성으로부터 경화성 담관염(sclerosing cholangitis)을 중증 이상반응에 추가하도록 통보를 받았다. 면역항암제의 사용기간이 길어지고, 범위가 확대될수록 예기치 못한 문제들이 늘어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지금까지 면역항암제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장기적인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신중론으로 관심을 돌려야 할 때다.현재 면역항암제의 허가사항에 기재돼 있는 이상반응은 면역 매개성 폐렴과 대장염, 간염, 내분비장애, 신기능장애, 발진, 뇌염 등이다. 임상연구가 아닌 실제 진료현장에서 사용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는지 돌아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보다 시야를 넓힌다면 폐암 환자에 대한 면역항암제의 급여처방이 정착된 다음, 언젠가는 다른 암종으로 급여 혜택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2017-07-31 06:14:54안경진 -
[데스크 시선] 조 회장과 인적쇄신 그리고 8월 3일"군자는 잘못을 하나도 저지르지 않는 것을 복된 일로 여기지 않는다. 그 보다 인간의 가장 큰 덕은 잘못을 바로잡고 지속적으로 자신을 쇄신하는데 있다." 이는 중국 명나라 시대 왕양명이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다. 군자는 잘못을 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을 쇄신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3번의 담화문과 회원에게 보내는 글 1번, 대의원 편지 1번, 해명자료 1번.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이 회관 재건축과 연수 교육비 관련 사건 이후 발표한 입장들이다. 그러나 조 회장의 이같은 행보는 민초약사나 대의원, 분회장들의 성난 약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조 회장이 발표한 6번의 발표자료를 보면 모두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결국은 회원을 위해 더 봉사하겠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7월 19일 담화문에서도 "회원들이 느끼신 실망감에 대해 속죄하는 의미에서 저는 '이제 부터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겸허한 자세로 회원님을 마주하고 회무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민초약사들의 목소리도, 대의원들의 자진사퇴 결의 사항이 의결됐어도 조 회장의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결국 명예회장, 의장단, 감사단, 지부장협의회는 8월 3일 자진사퇴에 대한 조 회장의 확답을 달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들은 "조찬휘 회장은 그동안 정관을 위반하고 투명하지 못한 회무를 집행해 오늘의 혼란을 초래했고 이미 회원에 대한 지도력을 상실했다"며 "조 회장은 더 이상 대한약사회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조 회장은 임시총회를 통과한 자진사퇴 권고안과 회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안건 모두 정관에도 없는 안건들로 불신임안 부결만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회장직 수행이 불가능하다는 데도 조 회장은 회무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인적쇄신을 단행하고 회무투명화를 하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렇다보니 "누가 누구를, 무엇을 쇄신하겠다는 것인가"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왕양명의 말로 돌아가보자. 잘못은 할 수 있지만 잘못을 바로잡고, 자신을 쇄신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회관재건축을 빌미로 가계약금을 받은 사실과 연수교육비 2850만원이 캐비닛에 보관돼 있는 사실을 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임원들이 쇄신 대상일까? 조 회장 자신의 쇄신 노력은 얼마나 있었는지 민초약사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세 차례 담화문과 한 차례 회원에게 보내는 글, 대의원 편지, 해명자료가 회원약사들에게 전혀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7-07-31 06:14:54강신국 -
[기자의 눈] 진흥원 해외지사 운영의 빛과 그림자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2008년부터 미국, 영국, 중국, UAE, 싱가포르·아세안, 카자흐스탄 등 6개 지역에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큰 틀에서의 설립 목적은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 등 국내 헬스케어산업 글로벌 진출 교두보 확보와 중장기 정책·전략 수립이다. 각론적 활동은 각국 보건산업 주요 이슈 파악, 정책기획연구, 현지 정부·다국적제약사와 국내 업체 간 협업시스템 구축, FTA 대응방안 등을 들 수 있다.글로벌 섹터별 가시적 성과도 많았다. 영국 지사는 해외환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국제컨퍼런스 기획·참가, EU 인허가 및 유통정보 컨설팅 시스템 등을 확립했다. 여기에 더해 코트라·중소기업진흥공단·한인과학자협회 등과 협력을 강화해 EU지역 보건의료산업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UAE 지사는 현지 정부와 환자송출협약, 공공병원 위탁운영 등의 사업을 발굴함은 물론 컨설팅기관·대학 등과의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최신 정보 등을 수집해 국내기업들에게 제공했다. 카자흐스탄 지사의 CIS지역 해외환자유치 프로젝트와 맞춤형 패키지 의료서비스개발 및 유망 기술수출 사업도 우리 제약기업들에게 큰 도움을 줬다. 미국·중국·싱가포르 지사도 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낳았다.하지만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진흥원 내부에서도 지금의 해외지사 운영시스템이 백년지대계가 아닌 '3년짜리 토막 퍼즐 맞추기'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해외지사 사업이 영속성을 띠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짧은 임기에 있다. 지사장 임기가 3년이다 보니 '이제 일 좀 할만하다 싶으면 본국으로 컴백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을 동반한 해외파견이다 보니 3년간의 외국생활에 적응해 아예 이직 후 눌러 앉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귀국 후 기업으로 스카우트 되거나 업무 스킬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유관 컨설팅업체를 설립하는 사례도 있다. 말 그대로 순환보직이다 보니 3년에 걸쳐 쌓아 올린 현지 인적 네트워크가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우리는 여기서 해외 지사장을 파일럿에 비유한 진흥원 고위관계자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투기 조종사 1명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6년의 기간이 필요하고, 약 2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투자금도 투자금이지만 양성기간이 워낙 길다보니 공군에서는 700억원을 호가하는 전투기보다 조종사 1명을 더 귀하게 여긴다. 작전 중 적진에 추락한 조종사 구출 작전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외 지사장도 마찬가지다. 섹터별 지사에 지급되는 수억원의 체제유지비도 중요하지만 역량있는 지사장 양성을 위해 그동안 소요된 매몰기간이 곧 정보력과 네트워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기존 해외 지사의 통상적인 통계 DB와 월·분기별 리포트 작성은 지금의 단기 순환보직 형태로도 충분히 꾸려 나갈 수 있다. 하지만 투자유치를 실질적으로 끌어 내고, 다자간 협상을 도출하고, 연구개발 전략과 라이센스 인·아웃은 장기간의 시간투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인적 네트워킹이 형성돼 있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지난 9년 동안의 해외 지사 운영이 시행착오와 기본기를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다가올 10년의 해외지사 운용 전략은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그 변혁의 핵심은 임기에 제한이 없는 '붙박이식' 지사장제 도입이다. 능력있는 지사장들을 더 이상 잃어서는 안된다. 이는 개인이나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2017-07-27 06:14:54노병철 -
[데스크시선] CSO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들CSO(Contract Sales Organization, 영업대행)가 지속적으로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CSO영업이 활발하다고 인식됐던 국내 제약기업들의 최근 처방약 실적이 수직상승하면서 '새로운 마케팅툴'이라는 인식과 '불공정 영업'이라는 두 얼굴이 동시에 수면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올 상반기 원외처방 실적을 살펴보면 영업대행이 활발한 기업들의 경우 대부분 실적이 성장했다. 상반기 뿐만 아니다. CSO 영업은 최근 몇년간 운영비 또는 수수료 제공 방식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제약업계에 확산돼 왔고, 대부분 높은 처방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당연히 CSO가 매우 매력적인 아이템이 될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미 일부 제약사들은 자체 영업조직을 없앴고, CSO에게 영업을 위탁하거나 영업 조직자체를 대폭 축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급기야 최근 제약바이오협회는 CSO를 악용한 불법적인 리베이트 영업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협회는 CSO를 활용한 리베이트 행위가 윤리경영 확산 기류에 찬물을 끼얹고, 제약산업 육성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영업대행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통한 리베이트 행위에 대해 강력한 자정노력을 전개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입장이다.협회가 이 같은 판단을 하게된 배경에는 CSO 영업이 어느정도 변질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CSO의 경우 특정제약사 영업사원으로 소속돼 있으면서 타 명의의 사업자로 다른 제약사 품목을 대행하는 ‘투잡 CSO’들이 성행하고 있다. 또 CSO사업자 상당수가 퇴직 영업사원이 주축이 돼 높은 마진을 보장받아 영업을 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불편한 시각도 존재한다.이렇기 때문에 'CSO=리베이트'라는 인식을 없애기 위해서는 영업대행을 진행하고 있는 제약사들이 스스로 뼈를 깎는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 제약사가 영업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CSO업체 인력을 계약기간 동안 고용하고, 이들에게 4대 보험료는 물론 급여 등을 책임지는 건전한 영업도 이뤄지고 있는 만큼, CSO 인식개선을 위해 제약사들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CSO 영업은 중소제약사 뿐만 아니라 일부 상위사들도 품목별로 영업대행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위사와 중소제약사를 구분짓는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해서 이제는 CSO영업을 냉철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불공정 영업이라고 의심받고 있는 기업이 있다면 이에대한 적극적인 해명과 함께, 윤리경영 시스템을 정착시켜 보다 투명한 영업대행이 이뤄질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업대행과 관련해 제약업계가 충분한 소통을 해야하고, 선진시장에서 처럼 건전한 CSO 영업이 정착될수 있도록 업계가 다함께 힘을 모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CSO영업=리베이트’ 라는 인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2017-07-24 12:14:53가인호 -
[기자의 눈] 김밥 집과 MR 처방실적 상관 관계최근 제약사 영업사원들과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예전 담당했던 거래 병원에서 20만원 가량의 김밥집 식사를 요구했는데 결제를 거부해 제품이 빠졌단 얘기를 들었다. 회사 CP규정에 따르면 김밥집에서 20만원 이상의 식사 결제를 법인카드로 할 수 없다.거래처가 요구한 사항을 들어주지 못 하자 그 다음달부터 매출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김밥집에서 20만원 가량 식사 결제를 해주지 않았기 때문일 것으로 영업사원은 확신했다.불법 리베이트가 제약사나 영업사원만의 문제일까? 최근 '한국판 선샤인 액트'라고 불리는 경제적 이익 지출보고서에서 의사번호와 의사명 삭제가 결정됐다.처음에는 필요하다고 넣었던 항목인데 제약업계의 요구로 없어진 것이다. 명분은 시스템 개발 비용의 증가와 영업 현장의 부담이었다. 의사번호와 서명을 기입하는 것은 제약사나 의료계 모두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쌍벌제와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을 통해 제약업계 청렴화를 위한 노력들이 계속됐다. 특히 지난해 시행된 청탁금지법은 그야말로 제약영업의 어려움을 한층 가중 시키며 영업사원들의 한숨 또한 늘게 했다.그러나 불법 리베이트라는 행위 자체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어야만 완성될 수 있다. 불법 리베이트를 주겠다는 제약사도 있겠지만 달라는 의료인이 있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처벌하겠다던 리베이트 쌍벌제. 이를 비롯해 기존에 시행되던 제도들이 불법 리베이트 근절에 효과적일까. 매년 사정당국에 적발돼 뉴스화 되는 사건만 봐도 그렇지 못한 것 같다.일각에서는 의료인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기 때문이라고도 보고 있다. 불법 리베이트 적발 시 의사 면허정지는 단 수개월에 그쳐 자리를 비울 동안은 대리로 근무할 의사(페이닥터)를 구해 병원은 계속 진료를 볼 수 있다. 면허정지 서너번 받아도 해외 여행이나 연수 후 복귀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된다는 것이다.제약사들은 지속적으로 CP를 강화하고 있다. 의료계도 CP에 대해서도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김밥집에서 식사를 결제해주지 않는다고 처방을 줄여버린 의사는 해당 제약사는 물론 영업사원이 겪고 있는 CP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었을까.김밥집 20만원의 당사자인 영업사원이 불법적으로 처방을 유지하고 싶었다면 자신의 돈으로 결제해주었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규정을 사유로 거부했고 결과는 매출 감소였다.2017-07-24 06:14:52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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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릎 꿇었던 회장님'의 당당한 표변후회막심.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18일 열린 임시 대의원총회 서두에 인사말을 대신해 30년 회무 생활을 마무리하는 순간을 생각하며 소회를 밝히겠다고 했다. 조 회장의 목소리에는 참회와 회한이 담겨있는 듯 했다. 그는 일련의 상황을 한마디로 '후회막심'이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말끝 대의원들에 사죄의 뜻을 담아 무릎꿇어 큰절을 올렸다.좌중은 당황했고, 숙연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발언 중간중간 눈물을 훔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의 처진 어조를 일관하다 단상에서 무릎을 꿇은 모습은 남달랐을 수 밖에 없었다. 일련의 사태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거나 회원들에 사과하지 않던 모습과 분명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의원들의 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이겠다는 발언에 일부 대의원들은 안도하기도 했다.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상황이 바뀌기까지 오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조 회장의 불신임안 등을 포함한 이번 임시총회 세가지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가 발표된 후 입장을 밝히기 위해 마이크를 잡은 조 회장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표변이었다. 조 회장은 일부 대의원들의 표현을 지적하며 "정관 하나 안지킨 것으로 죄인 취급하지말라. 검찰조사에서 무죄로 나오면 어떻게 하려 그러냐"고 공세를 취했다.총회에서 가결된 사퇴권고안과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두고는 이 안건들이 총회에서 결정할 사안이 맞는지 여부를 법적으로 따져보겠다고 했다. 분명 3~4시간 전 "대의원들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와 180도 달랐다. 발언 중간 이 부분을 지적하는 한 대의원에 대해선 "발언 중이지 않냐. 회장에 예의를 지키라"며 되레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큰 절을 올리고 (내) 가슴을 쥐어박고 싶다던 그는 온데 간데 없었다.집행부들 역시 다르지 않았다. 총회 서두 일부 대의원이 "대의원이 아닌 대한약사회 집행부들은 퇴장해달라"는 요구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던 임원진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총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상황에선 대다수가 자리를 비웠다. 이번 총회가 조 회장의 불신임안 부결이란 '면죄부'를 받기 위한 수순이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하는 순간이었다.이번 임시총회 결과로 조찬휘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안도했을 지 모른다. 정관 하나 지키지 않은 것 쯤은 회장을 탄핵하고 사퇴를 권고할 만한 사안은 아니였단 기존 생각을 재확인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회장이 돌변했듯 민초 약사들도 조 회장의 태도에 비례해 달라졌다. 조 회장의 사퇴거부 다음날부터 쏟아지는 약사 단체, 지부, 분회 단위 성명과 논평, 대한약사회 회무 참여 거부 선언과 긴급 연석회의 결정까지, 약사사회는 그야말로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FIP, 회비 납부 거부까지 운운하기 시작했다.총회 초반 참회의 목소리로 "여론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던 조 회장의 고백은 여전히 생생하다. 약사들은, 그리고 여론은 조 회장의 진심어린 사과와 그에 따른 일말의 책임이라도 지길 바랐다. 별다른 책임과 변화의 의지 없이 지금의 상황을 고수하다간 여론은, 약사사회 민심은 싸늘하다 못해 사나워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조찬휘 회장은 임시총회에서 승리한 인물이 아니다. 지금처럼 승자처럼 행동하다간 그에겐 총회 의결도 받지 않고, 짓지도 않은 약사회관 운영권을 1억원에 판매한 회장, 연수교육비 의혹을 받은 회장이란 주홍글씨가 따라 붙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2017-07-20 06:14:54김지은 -
[칼럼] 백신개발 : 프레임 파괴하는 상상력 필요김경호 상무백신업계 당사자들은 부정할 지 모른다. 그러나 외자사들의 시각에 국내제조 백신에 대한 오리엔탈리즘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1980년대중반. 백신회사간에 경쟁이 치열하던 시절 매우 황당한 광고카피가 등장했다. 당시 외국산 백신을 수입하던 한 제약사가 다음과 같이 주요 일간지에 8단광고에서 미다시로 뽑은 카피이다. '항체를 확인하셨습니까?'국산백신이 수입백신을 사정없이 잠식하던 때였다. 대세였던 국산백신을 향한 전형적인 그리고 노골적인 오리엔탈리즘적 시각이었다. (후에 이 무책임한 한 줄의 카피로 인해 업계는 지금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기억이 정확하다면 보통 백신임상시험 연구결과 항체형성이 80%대수준으로 동백신의 항체양전율은 만족할만한 수준이라는 논문이 발표될 때였다.숫자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정서에서 소위 백신의 항체양전율 인플레경쟁이 일어났다. 이후로는 나오는 논문마다 항체양전율이 높아졌다.80%대는 아예 자취를 감추고 90%를 훌쩍 넘더니 같은 종류의 백신들이 어느새 95%, 96%, 98%의 항체양전율을 보였다.과거보다 높아진 이유로 민감도(sensitivity)가 높은 검사방법을 썼기 때문에 과거의 검사방법과 차이가 나는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백신이 달라진 건 전혀 아니었다.1990년대중반.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의 효능에 대한 공방이 학자들간에 심하게 갈린 적이 있었다. 저명한 모학회에서 벌어졌던 일이다.당대 한 분야를 석권했던 대학교수A가 역시 세계적으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대학교수이자 개발자인 B에게 질문을 던졌다.A: 선생님은 백신을 왜 맞는다고 생각하십니까? B: 몸에 항체를 만들어 면역을 얻기 위해서입니다.A: 그렇지 않습니다. 백신을 맞는 목적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모나 고모나 식의 Q&A였다. 그런데 플로어에서 터져나온 이 웃음소리로 인해 순간 A는 의기양양했고 훗날 B는 청중들 앞에서 심한 모욕을 느꼈다고 기억을 했다.명쾌한 이분법의 프레임앞에서는 대학교수도 세계적인 석학도 무력했다. 진검승부에서 먼저 찔린 사람은 본인의 순발력을 탓할 뿐이었다.찌르거나 찔리거나. 생기거나 안생기거나. 걸리거나 안걸리거나.당대의 시절이 요구했던 한계였다. 세상이 요구하는 것은 모 아니면 도였다.우리나라에서 늘 백신은 원리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원리주의는 외자사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국내업계의 반동이었을 것이다. 합리성을 추구해야할 과학자까지를 포함해서 누구도 이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그런데 당시 세계적인 백신개발은 어땠을까? 오래전부터 백신개발의 방향은 바뀌고 있었다. 엄숙하고 권위있는 학회에서 이런 논쟁이 오고가던 당시에도 이미 세상은 변화되고 있었다. 백신개발의 트렌드는 100% 항체율에 도달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백신개발의 목표가 백신을 맞으면 100% 병에 안걸리도록 하는 것도 아니었다. 백신개발의 목표는 100%의 항체와 100%의 방어가 아니라 증상완화와 합병증예방, 입원률감소, 사망률감소까지를 고려해서 방향을 튼 지가 제법 되었던 것이다.1970년대에 개발되어 국내로는 80년대초 백신이 소개된 인플루엔자백신의 경우 백신접종의 목적은 인플루엔자 발병의 예방뿐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감염과 관련된 이차 합병증을 막고 그로 인한 입원과 사망을 감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된 백신이었다. 당연히 초기에 우리나라에서 이 독감백신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매력이 없었다.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걸릴 수가 있다니 그런걸 뭐하러 맞느냐는 식으로 반응은 시큰둥했다. 물론 감기와 독감을 크게 구분하지 않던 시대의 분위기도 한 몫을 하긴 했지만.게다가 백신은 항체양전율이 높아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된 소비자들에게 독감백신은 다른 백신에 비해서 항체형성이 좀 떨어져 접종을 해도 걸릴수도 있는 본전생각을 안할 수 없는 백신이었다.한편 수두백신의 경우 접종후 돌파감염으로 발생하는 수두는 미접종자에서 발생하는 자연감염으로 인한 수두에 비해 임상증상이 경미하여 열이 없거나 미열이고 발진 개수가 적은 것을 특장점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여기서 더 나가 이후 동일한 수두바이러스를 이용하여 개발된 대상포진 백신은 효능효과에 아예 대상포진의 예방 뿐 아니라 대상포진 백신접종후 대상포진으로 인한 증상감소, 합병증과 신경통감소, 그리고 대상포진으로 인한 질병부담감소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로타바이러스백신 역시 마찬가지다. 백신접종으로 감염예방의 역할이외에도 증상완화를 통해 로타바이러스로 인한 응급실방문과 입원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여기에다가 사망률감소효과가 꼽히고 있다. 우리가 백신에 대해 생각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의 전환이었다.기우일지는 모르나 이런 생각을 해본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만일 국내에서 접종을 한 이후에 감염시의 증상약화, 합병증감소, 입원률감소, 사망자 감소를 목표로 해서 백신개발을 했을 때 우리에게 이를 충분히 가치있는 성과로 인정해 줄만한 문화는 성숙되어 있는가?백신개발을 포함한 신약개발은 기술적 측면보다 오히려 문화적 측면이나 환경적 측면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지 모른다. 백신개발의 영역에도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난 상상력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한 듯하다.2017-07-20 06:14:54데일리팜 -
"우리약국도 하는데…주민 봉사, 결코 어렵지 않다"나홀로 약국을 운영하며 이달부터 지역 약국이 참여 할 수 있는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계획을 짜며 약국이 지역 사회를 위해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동료 약사님들과 공유하고 싶어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먼저 우리 약국은 7월부터 중·고등학교 자유학기제에 따른 직업체험 현장교육을 시행하려고 합니다. 알기로는 우리 약국이 위치한 경기도 부천에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것으로 아는데, 지역 내에서 약사가 장래희망이거나 약국에 관심 있는 중, 고등학생들에 실습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입니다.서울에서는 노원구약사회가 주축이 돼 수년째 약사 직업체험 교육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이번 교육에 대한 메뉴얼은 대한약사회에서 보내준 ‘약국이 교실이다’를 참고해 진행하려고 계획 중인데 매뉴얼에 따르면 중학생은 1일 4시간, 고등학생은 3일간, 하루 4시간씩 진행합니다. 참여하는 학생들이 약사, 약국과 관련해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교육할 생각입니다.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지역 약국은 학생들이 직업 체험을 하는 교육기관 역할도 수행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또 이달부터 진행하려는 봉사 프로그램 중 하나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 저소득층 어르신들의 댁을 직접 방문해 복약지도하는 방문약료사업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번 사업은 부천시약사회와 부천시보건소가 연합해 시행하는 것입니다.대한민국 약국 중 77%가 나홀로약국인 것으로 알고, 물론 저 역시 나홀로약국을 운영 중입니다.사실 방문약료사업에 참여하려면 지역 봉사를 위해 약국문을 잠시 닫고 3시간 정도 외출 하는 게 전부입니다. 제가 참여 할수있다면 다른 약국들도 충분히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개국 약사들이 하는 많은 일이 국민에게 유익하다는 것을 지경을 넓혀가며 알릴 때, 약국이 단순조제와 약 판매만 하는곳이 아닌 함께 울며 함께 웃는 마을공동체 중심에서 건강과 관련한 모든 상담이 이뤄지는 사랑방이란 것을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위로와 공감이 있는 약국들이 국민들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 때, 약사라는 직업군이 사라지는 직업군에서 제외될 것입니다.2017-07-19 12:14:56데일리팜 -
[데스크시선] 의약단체장, 그대들 거울 앞에 서라의약사단체장들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회원들의 사퇴요구가 감염병처럼 번지고 있다.서초동 대한약사회관에서는 조찬휘 대한약사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노숙투쟁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 약사 회원들의 고발로 조 회장의 각종 비위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도 시작됐다. 조 회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물러날 뜻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현 대의원 인적구성으로는 탄핵 자체가 '중과부적'이라는 걸 너무 잘 아는 탓일까.이런 가운데 약사회 임원들은 일괄 사표를 내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조롱을 받고 있지만 누구보다 떳떳하다는 인상이다. 노숙투쟁 중인 회원들을 훈계했다가 구설에 오른 임원도 있었다. 한 약사는 "약사회가 언제부터 이렇게 회원과 담을 쌓고 눈과 귀를 막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2017년 7월, 사회적 존경을 받아온 약사직능 중앙회의 '살풍경'이다.이런 일그러진 오늘의 '초상'은 약사단체만이 아니다. 김필건 한의사협회장은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가 이를 뒤집으면서 스스로 탄핵사태를 자초했다. 김 회장 입장에서는 정족수 미달로 임시총회가 무산돼 다행스러웠겠지만, 이미 한의사단체의 수장으로서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추무진 의사협회장도 상황은 다르지만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뜨뜻미지근하고 활력이 없는 협회 운영 방식이나 우유부단, 부족한 결기 등으로 인해 작은 사안이 하나만 터져도 사퇴나 탄핵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들이 내부에서 터져나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물론 일부 안티세력들이 틈만 나면, 아니 틈을 키워서 집행부 흔들기에 나선다는 항변도 일리가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제증명수수료 가격 상한제 도입 등과 같이 법률에 근거해서 추진되는 정책을 다음 선거(3선)와 연계시키는 발언으로 논란을 만들고 있는 사려깊지 못한 언행은 추 회장 위기론을 재생산하는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의약단체장을 둘러싼 이런 내홍은 해당 직능사회 내부의 일로 치부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직능 내부에서 순리대로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존경을 받는 전문가집단이 만든 단체의 수장들이 이렇게 '스캔들'의 주인공이 돼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건 단체장 개인 뿐 아니라 해당 직능의 사회적 권위 실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아픈 얘기이지만 의약단체 수장들의 문제는 사실 '직능이기주의식' 현실인식과도 무관하지 않다. 조찬휘 회장의 경우는 엄밀히 말하면 사적인 영역의 '스캔들'이지만, 김필건 회장이나 추무진 회장의 경우 그동안 의료계나 한의계가 직능의 이해타산에 지나치게 천착하면서 직능간 갈등, 직능 내부의 반목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나타난 파생적 결과로 볼 수 있다.정부가 생명을 살리고 치료하는 일련의 배타적 권한을 의약계 전문가들에게 면허로 인정해 준 건 국민을 위해 그 권한를 사용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어느순간 이 면허는 직능 영역을 두고 싸우는 '깃발'이 돼 버렸다. 시인 윤동주는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추며 참회록을 썼다. 일그러진 '초상'의 주인공, 그대들 거울 앞에 서라.2017-07-17 06:14:54최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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