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특허 5위와 블록버스터 0개의 아이러니
- 김진구 기자
- 2026-08-12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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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김진구 기자] 특허 출원‧등록 건수와 피인용 건수는 한 국가의 기술력과 산업 체력을 가늠하는 보편적인 잣대다. 특히 원천 기술 확보와 독점적 권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는 그 가치가 더욱 절대적이다.
최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내놓은 ‘글로벌 바이오 상장기업 특허 분석 보고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K-바이오의 현주소를 명확히 드러낸다. 최근 15년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특허 출원·등록 건수는 세계 5위 수준으로 집계됐다. 후발 주자로 출발해 단기간에 R&D 저변과 파이프라인을 끌어올린 성과다.
그러나 이러한 정량적 지표 뒤편에는 씁쓸한 질문이 남아있다. 특허 순위가 세계 5위까지 치솟는 동안, 왜 우리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 내놓지 못했을까.
답은 보고서의 또 다른 숫자에 있다. 특허 1건당 영향력을 뜻하는 질적 지표(피인용 수)에서 한국은 세계 21위(0.53)에 머물렀다. 최상위권인 아일랜드(3.74)나 미국(1.36)은 물론, 일본(0.92)이나 중국(0.70)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하다. 하나의 기술을 해외 주요국에 동시에 출원해 권리를 묶는 '패밀리 특허' 규모 역시 주요 분석 대상국 중 하위권에 그쳤다.
R&D 현장의 진단은 냉정하다. 그간 R&D 성과를 외부에 증명하거나 투자 유치를 위해 당장 눈에 보이는 '특허 건수'를 우선시해 온 관행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기 기초 연구 단계의 출원은 활발했지만, 막대한 비용과 거시적 IP 전략이 필요한 글로벌 출원이나 상업화 단계의 '알짜배기 권리' 확보에는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결국 이번 보고서에너 드러난 '특허 5위'라는 숫자는 K-바이오가 축적해 온 양적 저변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제는 '질적 성숙'이라는 진짜 시험대에 올랐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언제까지 '특허 몇 건을 출원했다'는 수치에 만족할 수는 없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통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핵심 권리를 선점하는 것이 먼저다. 이렇게 확보한 독점적 권리만이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상이나 특허 분쟁에서 실질적인 방어막이 되며, 처방과 매출이라는 결과물로 연결될 수 있다.
그간 특허 출원을 중심으로 R&D의 양적 확장을 이뤄낸 K-바이오가 '특허 5위'라는 숫자를 넘어, 진정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라는 질적 결실로 넘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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