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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한국의 '데스밸리'를 넘어서려면데스밸리(Death Valley)라는 용어는 벤처업계에서 아이디어가 기술개발을 통해 제품화까지 이어지기 어려운 현실을 의미한다. 데스밸리가 생기는 주된 이유는 실질적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 못했거나 도중에 자금이 고갈되기 때문이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기초연구단계를 지나 환자에 첫 적용되는 임상에 진입까지의 단계를 데스밸리라고 칭한다.미국의 경우 기초연구단계는 NIH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지원이 많이 이루어지고 임상부터는 빅파마나 벤처투자 등 민간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기초와 임상사이의 중개연구(translational research)영역은 미국 NIH도, 민간투자도 저조하기 때문이다.급기야 2000년대부터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신약은 나오지 않는 R&D생산성위기(R&D Productivity Crisis)를 초래했다. 미국 NIH는 R&D생산성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선진중개과학센터(National Center for Advanced Translational Science)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민간투자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후속 파이프라인이 고갈됨에 따라 조금씩 투자단계를 앞당기고 있는 추세다. 한국의 경우 바이오헬스분야 데스밸리를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환경은 많이 달랐다. 글로벌제약기업은 없고 국내제약기업이나 벤처기업이나 신약개발경험이 부족했으며 민간투자자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구나, 벤처기업의 경우 후보물질에 대한 데이터 신뢰가 부족하고 지식재산권도 취약해 글로벌 라이센싱이 어려웠다.정부에서는 이러한 데스밸리는 메우기 위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연구중심병원, 병원-기업 상시연계형 R&D 플랫폼 등 각종 인프라와 범부처신약개발사업, 글로벌제약펀드 등 민간전문성을 도입한 투자기전을 마련하여 노력해왔다. 아울러, R&D단계의 글로벌 혁신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발달하여 자금만 있으면 웬만한 서비스는 모두 조달 받을 수 있게 되었다.최근 몇 년 동안 그동안 꾸준히 신약개발경험을 축적해온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2015년 한미제약의 빅딜 이후로 벤처기업에서도 글로벌기업과 일정규모 이상의 라이센싱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2018년에도 5조원을 돌파하며 일시적 거품이 아님을 보여줬다. 2016년에는 제2의 바이오기업 창업붐이 일어났고 2018년 기업을 제외한 민간투자만 3조원에 달한다. 바이오헬스 R&D도 민간투자가 정부투자를 이미 넘어서 변곡점에 와있다. 국내제약기업이나 바이오벤처기업의 수준은 글로벌 수준을 향해가고 있는데 비해 대학과 기업 사이의 간극은 지금도 별반 차이가 없다. 대학교수가 잘못해서라기보다는 대학교수 인센티브는 다른데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는 정년보장을 받기 위해 연구비를 받아 실험실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대학원생을 유치해 논문을 생산해야 한다.논문과 특허 생산주기는 대학원생의 재학기간과 연구과제 수행기간에 맞춰지기 일쑤다. 더구나, 연구과제 수행기간과 교수평가 기간 내 성과를 제출하지 못하면 평가에 불이익이 오기 때문에 설익은 논문과 특허라 할지라도 일단 내야한다. 기업이 설익은 논문과 특허를 이전받아 개발하기에는 데이터는 재현성이 부족하고 특허는 부실하다. 대학교수가 유망한 후보물질을 찾았다 할지라도 더 개발할 이유가 별로 없다. 열악한 대학환경에서 그 이상을 개발하기는 가보지 않는 길이라 힘들고 어렵고 모르기 때문이다.기업으로 기술이전이 어렵다면 교수창업도 하나의 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창업가에게 많은 책임을 지우는 제도 하에서 실패는 무덤과도 같다. 미국과 같이 좋은 기술을 가지고 창업만 하면 민간투자기관이 자본부터 경영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환경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업만 지원하는 건 혁신의 절반을 버리고 시작하는 것과 같다.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신약의 절반은 대학을 비롯한 공공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산학협력정책은 15년이 넘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들고 나서야 대학도 산학협력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으로 성장한 산학협력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는 발전이 더디다. 그동안 대학 산학협력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정부 의존적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의 열쇠는 ‘연결’에 있다. 인구 800만 중소국가인 스위스의 경쟁력은 내부와 외부의 연결에 있다. 연구자와 연구자, 전문가, 투자자를 연결하고, 대학과 스타트업을 연결하고, 스타트업과 글로벌기업, 대기업을 연결하여 촘촘히 거미줄처럼 연결된 혁신네트워크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한다. 민간투자 3조원 시대에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연결해야 한다. 과거에 우리나라를 이끌었던 경쟁의 이념으로 21세기에 맞는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억지 춘향식 연결도 곤란하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정부사업에 맞춰 연결해오는 그룹이나 양쪽을 연결해주는 주체에게 돈을 주는 식으로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돈을 쫓아 억지로 연결된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리가 없다. 만나고 협력하는 활동이 신뢰가 쌓이고 서로 이익이 되어야만 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유지된다.정부는 서로 이익이 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를 탐색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부터 시작해서 투자확대 등 민간의 자율적인 행동변화를 유도할 수 있게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학교수가 더 이상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게 제도를 바꾸고 대학 지원도 연결 가치에 부합하게 지속가능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최근, 장안에 화제가 된 드라마 ‘SKY 캐슬’을 보면서 21세기 협력의 시대에 20세기 경쟁에 매몰된 사회의 단면을 보게 되어 씁슬했다. 협력의 기술도 핀란드처럼 조기 교육과 오랜 경험이 필요한 법인데 어찌보면 한국사회에서 서로 연결이 잘 안되게 당연하다. 획일적인 줄세우기로 사람을 평가하는 교육체계에서는 21세기 부를 향유하기 어렵다. ‘SKY’는 우리 모두 같이 호흡하고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하늘’이 본래의 뜻이다. 같이 공유하면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지만 소수 이익이 지배하면 모두가 숨쉬기 힘들뿐이다.2019-02-11 12:17:13데일리팜 -
[칼럼] 약사가 '왜 겁 주냐'는 환자와 소통하려면모연화 약사필자의 블로그를 통해, 어떤 분이 이런 사연을 보냈습니다."병원에서 당뇨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렇잖아도 우울함 가득인데, 약을 건네주는 약사가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당뇨는 평생 다독거려야 하는 관리 질병입니다. 매일 약을 먹고 잘 관리 하지 않으면, 당뇨에 의한 합병증이 올 수 있습니다" 라고요.그래서 합병증이 무어냐 물으니, 작은 혈관들이 있는 시신경이 안 좋아져 실명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발 상처가 났을 때 발 관리를 제대로 안하면 외과적인 수술을 할 수도 있고, 큰 혈관들도 순환이 잘 안 되니 막히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혈압과 고지혈증 관리도 잘 하라고 합니다.에잇! 정말 왜들 이렇게 말하는 걸까요? 나는 지금 현재 아무 느낌이 없는데, 내일 당장 나에게 큰 일이 일어날 것처럼, 왜 이렇게 약사는 위협을 하는 건지. 아주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약사의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지각된 위험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 됩니다. 왜 그럴까요? 이론적 배경의 기반은 '건강신념모델'입니다. '건강신념모델(Health belief model)'은 1974년 MH Becker에 의해 주도적으로 연구된 헬스커뮤니케이션의 기반이 되는 모델입니다.이 모델에 따르면 개인의 건강 행동은 어떤 이슈에 대한 지각된 위험(지각된 위험은 지각된 심각성과 지각된 취약성: 발생가능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프로세스를 상상해 보면 됩니다."네가 혈압약을 꾸준히 먹지 않으면, 이렇게 심각해질 수 있다"고 위협을 하면, 개인은 "내가 혈압약을 먹지 않으면, 위험해 지겠구나"라고 생각하며 그 질병에 대한 위험을 지각합니다. 나에게 어떤 위험이 생길지를 지각해야, 개인은 예방적 건강행동을 한다는 것이 바로 '건강신념모델'의 기본 원리입니다.이 논문이 발간된 이후 지각된 취약성(발생 가능성)과 지각된 심각성, 건강행동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후 헬스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타니엘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 의해 더 풍성해 집니다. 전망이론의 핵심은 '손실과 이득 프레임'입니다.예를 들어, 당뇨약을 꾸준히 먹으면 합병증을 예방하고 기대 수명이 10년 늘어 날 수 있다고 캠페인을 하면(예시) 이것은 '이득 프레임'입니다. 반면 당뇨약을 꾸준히 먹지 않으면 하지 말단을 자를 수 있는데, 당뇨 환자는 일반 환자보다 하지 절단 위험이 최고 30배까지 높다고 하면(예시) '손실 프레임'입니다. 어떤 것이 효과가 더 좋을까요?일반적으로 질병치료 관점, 약을 꾸준히 먹어 치료하는 관점에서는 손실프레임이 더 효과가 좋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인간은 아무래도 손실에 민감하니까요.그런데, 어떤가요? 너무 무섭고 듣기도 싫고, 속상하기만 합니다. 이쯤에서 겁을 주어서 건강행동으로 이끄는 것 말고, 이득을 강조해서 건강행동으로 이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는 주장도 나올 수 있겠죠. 그래서 연구자들은 또 연구를 합니다. 연구 결과 건강 검진의 경우에는 이득 프레임이 좀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하면 어떤 병을 빨리 발견해서 치료 확률이 높아진다는 캠페인을 종종 보게 됩니다.약사의 말, 그리고 공공 캠페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은, 그저 환자를 위협하고 우울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되지 않습니다. 이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듣는 이의 건강 행동과 연결되어 있고, 약사는 이러한 이론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 공부를 해야 합니다.1970년대와 지금의 환자군은 다릅니다. 흐름에 따라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습득하고,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이 고객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지 검토해 보는 것은, 고객 중심으로 의료가 개편되는 이 상황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약사의 말은 고객을 건강행동으로 이끌어야 한다.' '약국은 고객의 건강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이 명제는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고객 접점에서 약사와 고객의 소통을 통해 증명돼야 합니다. 이론은 인간이 생존, 적응, 진화를 위해 활용한 일종의 도구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수많은 이론은 소통 대상인 고객의 행동을 바꾸는 근간이 됩니다.약사가 배운 것을 제대로 활용하고, 고객의 건강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도구인 이러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이론 교육이 제대로 시작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2019-01-21 20:34:59데일리팜 -
[칼럼] 한국의료의 민낯 권역외상센터, 왜? 어떻게?최근 JTBC가 권역외상센터의 부실운영 실태를 이틀에 걸쳐 보도하였다. 보도에 의하면 일부 권역외상센터는 정부가 지원한 시설이나 재정을 다른 용도 또는 변칙 활용 등으로 외상환자 진료의 부실을 초래하고 있다. 부실에 의한 피해는 국민인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해당 병원들은 외상센터의 수익성이 낮아서 경영효율화를 위하여 불가피성을 거론한다.이러한 현상은 권역외상센터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기관을 포함한 모든 의료기관에도 동일한 것 같다. 그 원인은 일부 병원의 부적절한 운영이나 일탈행위라기 보다는 한국의료의 근본 구조에서 기안하는 것 같다. 민간의료기관에 의한 자유분방한 공급과 공급량을 기준으로 하는 보상체계가 그것이다.양적 과잉공급에 따른 예견된 부실중증외상을 포함한 응급의료의 수요는 발생시점, 건수와 그 내용을 예측할 수 없다. 이러한 응급의료에 적정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응급 상황 발생 시 환자에게 적정 시간 내에 적정 질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시공간적 접근성과 질적 접근성이 동시에 담보되어야 하고 이을 위하여 응급의료기관은 하시라도 적정 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상태에 있어야 한다. 현 권역외상센터는 행정구역을 기준으로 광역시와 도별로 1개소씩 17개소가 지정되어 있고, 이중 15개소가 운영 중이다. 일견 시공간적 접근성이 양적으로 담보되어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서비스의 내용과 질의 부실이라는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시공간적 접근성만 고려하고 질적 접근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처음부터 부실은 예견된 것이었다.시공간적 접근성은 헬리콥터 등 운송수단의 활용으로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다. 적정의료를 위해서는 시공간적 접근성 조건 내에서 의료의 질이 담보되어야 한다. 적정 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경제성은 해당 기관의 수익성이 아니라 국가사회적 수준에서 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활용할 자원은 제한적이므로 시공간적 접근성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개별 기관 차원에서도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자원 투입을 줄이거나 환자를 기피하여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수 밖에 없다.현재의 17개소는 공급의 과잉이다. 2009년 당시 권역외상센터 운영을 위한 연구결과는 6개 권역에 1개소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적용 단계에서는 시도별 1개소의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하여 부실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부실의 실태로 우선 관련 인력의 절대 부족으로 일부 외상센터는 외상전문의를 채용하지 못하여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일부 센터는 환자 수가 적어서 인력 등 자원의 유휴도가 높아서 해당 센터는 일시적 유휴 인력을 타 용도로 전용하는 등 편법의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센터별로 적은 환자 수는 수익성의 저하로 연결되어 해당 기관은 편법에 편법을 동원하여 부실한 운영을 시도하기 마련이다. 과잉공급이 나은 재앙이다.정상 운영을 위한 적정 수익 확보의 한계응급의료의 특성 상 적정 공급일 경우 외상센터 등 응급의료기관은 그 존재만으로도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환자를 진료하여 얻는 수익과 상관없이 해당 기관은 적정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재정이 담보되어야 한다. 권역외상센터에 시설과 인건비 등을 지원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현재의 일률적이고 기계적인 지원은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개개 센터의 환경에 따라 환자 수가 상이하여 수입의 크기가 상이하고, 지역 등의 여건에 따라 인건비 등 비용의 크기도 상이하다. 이 결과 일부 센터는 수익성의 악화로 적정 의료의 제공이 어려워질 수 밖에 없다. 개별 기관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센터의 시설이나 인력을 다른 용도로 적용하는 등 편법을 활용하기 마련이다. 적정 의료를 위한 적정 수익의 담보가 필요가 이유이다.선택과 집중 후 실효성 있는 사후관리를중증외상 등 응급의료의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공간적 접근성과 의료 질의 접근성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기관을 선택하여야 한다. 적정 규모의 특정 지역 내에서 가정 적합한 기관을 선택하여 지정이나 계약의 형태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여야 한다.현재 17개 권역외상센터는 과잉이다. 초기의 6개소나 현재 응급의료권역 9개소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 권역을 재설정하고, 권역 내에서 접근성과 서비스 능력을 감안한 선택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재의 센터는 수요자의 필요에 의한 지정 보다는 공급자의 필요에 의한 지정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 예로 인구수나 사고 건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의 경우 센터가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소위 big 4라는 유수의 병원들이 권역외상센터나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지 않았다. 반대로 지방의 경우는 사립을 중심으로 개인병원까지도 센터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지정에 따른 병원의 명성 상승과 정부 지원금을 활용하기 위한 민간병원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지정이나 계약된 기관에 대해서는 시공간적이고 질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여야 한다. 모든 센터에 일률적인 지원과 보상이 아니라 개개 기관의 현실을 감안한 차등보상이 적용될 필요가 있다. 센터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하여 현재의 통상적인 지원과 보상으로 부족한 부분을 별도로 보상하는 방안이다.적정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양과 질의 기관 선택과 그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과 보상을 전제로 이들 기관에 대한 실효성있는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사후관리에는 자원의 투입은 물론 운영 내지 서비스 제공 과정과 성과 내지는 실적이 포함되어야 한다. 사후관리의 결과는 상과 벌이 동시에 적용되어야 한다. 상으로는 재정지원의 학대 등 인센티브를, 벌로는 행정 처분 등 형식적인 것 외에 재정지원의 감축 등 경제적 불이익을 포함하여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언 발에 오줌 누기'보다는 신발과 양말로 보온을권역외상센터의 문제는 개별 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의 부적절한 행태라기보다 이러한 행태를 유발하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부적절한 기관의 과잉 공급은 자원의 전용 등 편법이전에 비효율적이고 질이 떨어지는 의료서비스의 근원이다. 이는 외상센터 등 응급의료기관 뿐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한 현상이다.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를 경제적이고 편리하게 제공할 의료기관을 지역, 양(수)과 질을 고려하여 선택하여야 한다. 다음으로는 선택한 의료기관이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하도록 차별화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집중하여야 한다. 동시에 선택과 집중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실질적인 사후관리가 도입되어야 한다.2019-01-19 06:07:19데일리팜 -
[칼럼] 사용량-약가연동제의 모순과 역주행신년 정책을 설계하는 예민한 시점에 건보공단의 사용량-약가연동제 관련 내부연구보고서가 공개되었다.합리적 약품비 관리를 위한 협상 개선이란 제목도 달렸지만 누가 봐도 약가인하가 주 목적이고 주요 골자는 현행 10%의 약가인하 상한을 20~40%까지 확대해야 된다는 게 핵심이다.이 제도는 보험등재 당시 추계된 예상 사용량보다 청구량이 늘거나 전년도보다 일정부분 청구량이 늘면 약가를 인하하는 규정인데, 사실 회사가 약가인하를 막기 위해 전문약의 사용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은 딱히 없다. 달리 말해, 연구비를 투자해 좋은 약을 만들어 경쟁사보다 마케팅을 더 잘하면 약가인하 벌칙을 받게 되는 구조다. 비약하자면 많이 팔리면 이윤도 더 남으니 추가 인하가 필요하다는 단순 논리인데, 여기에 연구개발비의 선순환 구조 또는 사용량확대의 원인과 파급효과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인다.보고서에서는 상한선을 올리는 해외 사례로 일본의 높은 인하율을 들었다. 왜 일본만 볼까 의구심도 있지만 두 나라 비교에서 간과한 점 몇 가지가 있다. 일본에서는 간염치료제나 면역항암제의 시장확대에 따른 약가재산정으로 인하폭이 30~50% 에 이른다고 강조하지만 등재 당시 가격 수준을 놓고 한일간 비교해 보면 확연한 차이가 있다. C형 간염치료제는 일본이 그렇게 높은 비율로 인하를 했음에도 현재 50만원 대인데 반해 국내보험상한가는 1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면역항암제도 대폭 인하했지만 지난 6월 기준으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위험분담제로 등재되었으니 여기에 환급율을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 커진다.모든 약제를 허가 후 60일 이내 보험등재를 원칙으로 하는 일본의 제도적 차이 외에도 일본은 신약가격을 결정할 때 외국약가 비교해서 프리미엄까지 챙겨준다. 이에 반해 선별등재 방식을 택한 우리나라는 등재기간이 18~29개월 가까이 걸리는데다 제네릭을 포함해 대체약제와 비교해서 낮추고 추가로 외국과 비교해서 더 깍는 약가결정의 이중구조를 일본과 동등하다고 보는 것은 비교 자체가 무리다. 산이 커야 굴도 크다고 한다. 사용량에 따른 인하율을 외국처럼 높이고 싶으면 먼저 약가결정구조를 바꿔서 사후관리제도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는 게 순리일 것 같다. 오죽하면 대기업 총수가 바이오시밀러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국내 오리지널 약가를 올려야 한다고 역설을 폈을까.이번에 합리적 관리라는 명분하에 합리적 근거없는 절감액 크기를 미리 산정해 놓고 인하율을 제시하는 개선 방안은 목표를 정해 놓고 의도적으로 앞뒤를 끼워 맞췄다는 합리적 의심마저 든다. 그렇게 인하시키면 사용량이 조절되는지 정책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적정 사용량의 해법은 의료 환경의 개선에 달려 있음을 애써 외면하는 분위기다.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 제도하에서도 신약의 등재 후 5년 평균 인하율은 17%에 이른다. 사후관리의 무리한 합리화는 결국 신약등재협상의 걸림돌이 되고 약가인하의 불확실성을 키워 국내약가를 참조하는 차이나리스크에 덧대어져 코리아패싱의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단지 명분이 좋다는 이유로 국내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이미 제약강국이 된 특정 국가의 규제를 취사선택하여 정책에 활용하는 건 지나친 왜곡이다. 사후관리가 미흡하다고 해서 건보공단이 약가결정 연결고리의 구조적 문제점을 간과한 채 자기만의 역할에만 충실하다 보면 좁은 논리의 모순에 빠질 수 있다. 이래저래 약가결정의 일원화가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2019-01-14 06:20:21데일리팜 -
[칼럼]임세원 교수 사망과 환자·의사 신뢰회복지난해 의료계는 '다사다난'이란 사자성어를 여느 때 보다 크게 겪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과 의료진 전격 구속을 시작으로 헌정사상 최초로 기록 될 오진 의사 구속, 잇따른 의료기관 내 의료진 폭행, 대리수술과 수술실 CCTV 설치 논란, 타미플루 복용 여중생 사망 등 의료계는 굵직한 사건과 직면했다. 더구나 한 해의 마지막 날 발생한 강북삼성병원 정신의학과 임세원 교수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은 의료계를 충격과 비탄에 빠뜨렸다.일련의 사건·사고를 되새기며 환자-의사 간 신뢰의 가치를 떠올렸다. 의료기관 내 의료행위는 환자와 의사의 깊은 신뢰가 기본이다. 한 명의 주치의에게 꾸준히 진료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15%~25%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주치의에게 진료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환자-의사 신뢰가 깊고, 주치의를 믿는 환자는 약을 임의로 끊거나 치료를 멈추는 경우가 적어 사망률이 떨어진다는 게 해당 연구결과 핵심이다.현대사회 의료서비스 다양성이 증가하면서 환자-의사 간 신뢰 쌓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의학정보가 곳곳에 넘쳐나고 의료 접근성도 좋아져 이제 환자는 자신의 질환과 의사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갖고 진료실에 들어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때로 오랜 시간 공들여 쌓은 신뢰도 사소한 것 하나로 무너져 환자가 의사에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거나 다른 병의원으로 전원을 결정하는 일도 생긴다.지난해엔 경기도지사가 수술실 내 CCTV 설치 추진을 공론화하는 한 편, 응급실 폭력 근절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새해 들어서는 정신의학과 선생님의 사망 사건으로 국회 계류중인 의료법개정안이 재조명되는 동시에 일부 병원은 진압장비로 무장한 보안요원을 발빠르게 배치했다. 의사에 대한 환자 신뢰와 환자에 대한 의사 신뢰가 '법과 보안요원'이 개입해 규제되는 힘겨운 상황이 실현된 셈이다. 이런 논란은 앞으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이어지는 한 반복 될 전망이다.2016년 기준 우리나라 남자의 기대수명(출생아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하는 년수)은 79.3세, 여자는 85.4세다. 기대여명(특정 연령자가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하는 년수)은 60세를 기준으로 남자는 82.5세, 여자는 87.2세다. 평균수명과 기대여명이 늘 수록 신뢰도 높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의료 서비스를 향한 사회적 욕구도 커진다. 나이 들수록 발생이 증가하는 암이나 퇴행성 질환과 맞서려면 사회경제적 노후 보장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의료 서비스는 필수요소다.결국 신뢰와 안정, 지속 가능이란 키워드를 충족하는 고품질 의료 서비스는 환자와 의사 간 신뢰를 기반으로 실현된다. 환자·의사 신뢰는 의사가 환자에 친절히 설명하고 설명동의서 서명을 받는다고 쌓이지 않는다. 환자가 이해할 때까지 의사가 장시간 설명한다고 쌓이지도 않는다. 환자 보호자들이 수술 장면을 직접 볼 수 있는 수술실을 만드는 것 역시 신뢰 회복의 해법이 될 수 없다. 결국 환자와 의사 간 통합적 소통을 촉진시킬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환자안전에 큰 획을 그은 '종현이법', 의료분쟁 조정을 강제한 '신해철법' 그리고 음주운전 처벌수위를 높인 '윤창호법' 등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제도적 미비점 해결을 위해 희생자 이름을 딴 법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국회, 정부, 의료계는 고인의 이름을 딴 임세원법을 고민중이다."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이 재차 나오지만, 외양간을 고치려면 소가 빠져나간 길을 추적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새로 만들어 지는 법으로 진료실 내 안전을 담보하고 환자-의사 상호신뢰가 두터워질 의료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선진국 사례를 분석해 인명 피해 없이도 국회와 정부, 의료계가 쉼 없이 제도를 정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는 의사로서 내 환자를 신뢰한다. 환자로서 나의 주치의도 날 신뢰하길 기대한다.2019-01-10 06:20:31데일리팜 -
[칼럼]리베이트와 킥백(Kick-back)...약가인하 소송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리베이트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판매자가 지불받은 액수의 일부분을 구매자에게 환불하는 행위 또는 그 금액'이다. 이처럼 리베이트 자체는 미국 등 국가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상행위여서 항상 위법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법적 자금수수의 의미로 쓴다면 킥백(Kick-back)이라는 용어가 더 적절한 것이지만 흔히들 리베이트라는 용어가 더욱 친숙하여 우리나라에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의약품 처방을 대가로 한 '불법 리베이트'가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 판매업무정지처분 그리고 약가인하처분 등을 통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들 중 금번 칼럼에서는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 관련 최근 판례 및 향후 변화될 내용들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약가인하처분에 주목하여야 하는 이유를 알 필요가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제약회사가 입는 영업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판매업무정지처분의 경우 영업손실을 일정 부분 회피할 수 있지만, 의약품의 상한금액이 인하되면 그 약가를 회복할 방법이 없고 해당 의약품이 판매되는 이상 지속적으로 기존 매출 대비 손실을 감수하기 때문이다.보건복지부는 올해 3월경 리베이트 행위가 적발된 11개 제약회사의 340개 의약품에 대한 상한금액 인하처분을 단행하였다. 당연히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은 소송을 제기하여 계속 중인데,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쟁점이 되고 있다.첫 번째 쟁점은, 처분의 근거가 되는 자료가 '최소한의 표본성 내지 대표성'이 있는지 여부이다. '표본성 내지 대표성' 존부는 리베이트에 따른 약가인하 처분소송에 있어 항상 다툼의 대상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상기 쟁점은 리베이트를 받은 요양기관만을 기반으로 전체 의약품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약가인하율을 도출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은밀하게 진행되는 리베이트 사건 특성상 리베이트 수수로 조사 대상이 되는 요양기관의 수는 전체 요양기관 대비 적은 수이다. 그런데 리베이트에 따른 약가인하율은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된 '요양기관'과 '처방총액'을 기반으로 산정된다. 그래서 제약회사 측은 산정의 근거가 되는 표본(Sample) 자체가 의약품시장 전체 대비 과소(過小)하거나 포함되어야 할 요양기관이 빠진 채 산정되었음을 이유로 '최소한의 표본성 내지 대표성'이 없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사법부는 상기 쟁점과 관련하여 수치(數値)화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다만, 리베이트 관련 요양기관의 숫자, 전체 매출액 대비 리베이트 관련 요양기관들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 그 밖에 인하율을 도출함에 있어서 고려되었을 경우 결괏값이 변경될 수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입장으로 보인다.두 번째 쟁점은, 위법 행위 기준으로는 저가의약품이었으나 처분 당시 기준으로는 저가의약품이 아닌 경우 이에 대한 처분이 가능한지 여부였다. 저가의약품의 경우 리베이트 제공 의약품에 해당되더라도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해주기 때문이다.필자도 자문했던 사안이라 결론이 궁금했는데, 사법부는 저가의약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저가의약품 해당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시점을 행위시가 아니라 처분시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행위시점과 처분시점 사이에 발생한 우연한 약가인하 또는 저가의약품 제외 조치 등에 따라 제재를 면할 수 있게 되어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무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 보건복지부 측 주장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상기 논의를 살펴보면, 결국 리베이트에 따른 약가인하처분 소송의 쟁점은 주로 인하율 산정 '방식'과 '결과값'의 '합리성'과 관련 되어있음을 알 수 있다. 리베이트에 따른 약가인하 소송은 한동안 지속될 예정이므로 관련 판례들의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한편, 최근 리베이트-약가인하 연동제도는 일부 변화가 있었다. 어떤 변화가 있었고 그 입법취지는 무엇 때문일까?리베이트 위반과 관련된 의약품에 대하여 1차, 2차 위반은 상한금액을 인하할 수 있도록, 그리고 3차 위반을 하는 경우에는 급여정지 할 수 있도록 개정된 법안이 2018년 9월 28일자로 시행되었다.1차 처분부터 급여정지 하도록 한 구규정보다 상한금액 인하 후에 급여정지하는 것이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는데 용이하다는 점이 주된 개정 사유였다. 급여정지를 하면 해당 의약품을 복용하고자 하는 환자들은 비급여 비용으로 구입하여야 하기 때문이다.실제 입법 당시 보건복지소위에서의 논의들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제도 보완은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권이 불합리하게 침해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함이라고 확인해 주고 있다. 그래서 3차 이상의 위반 의약품에 대하여만 급여정지 처분이 가능토록 하였고, 이마저도 대체의약품이 없는 경우 해당 의약품의 전년도 요양급여비용 총액의 100분의 60 이내의 과징금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이다.이외에도 당초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가인하 처분을 함에 있어 어려움이 있었던 자료 수집과 관련한 권한도 강화되었다. 의약품공급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요청이 있는 경우 관련 서류를 제출하여야 하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이는 그간 자료 수집의 한계로 인해 특정하기 어려운 사실관계를 의약품공급자에게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보다 정밀한 처분이 가능하게 되었다.상술한 최근 판례와 입법 동향을 통해 알 수 있듯, 음성적으로 제공되던 리베이트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제약회사들도 매출 증대 및 유지를 위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이 효과적인 경영전략인지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단기적 매출은 보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제약·바이오 산업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준법경영(Compliance)도 국제기준에 부합하면 보다 좋을 것 같다. 이제 킥백(Kick-back)은 접고 준법경영을 보다 강화하는 쪽으로 킥오프(Kick-off)하면 어떨까 싶다.2018-12-24 10:24:18이혜경 -
[칼럼]프레디 머큐리와 에이즈 치료 발전사영국 록 밴드 퀸과 프론트 맨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두 달째 신드롬 수준 인기를 구가중이다. 비평가들의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프레디 머큐리의 이야기는 당대 전세계를 열광케 했던 수퍼스타 면모를 보여주기 충분했다. 영화 엔딩부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 장면에서는 중년 감성탓인지 흐르는 눈물을 멈추기 어려웠다. 프레디 삶의 마지막은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으로 인한 폐렴이다. 그는 이 질환을 계속 부인하다 1991년 11월 공식 인정했고 그 다음 날 숨을 거뒀다. 프레디는 1987년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깨달았고, 퀸의 멤버들은 1988년 그의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세계가 에이즈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것은 1981년 6월 5일 미국 질병관리예방센터에서 치명적인 폐렴 환자 다섯 명을 보고하면서부터다. 이 환자들은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남성 동성애자들이었다. 이 때문에 초반에는 동성애자들의 성병으로 오해를 유발했다. 하지만 혈우병 환자나 마약중독자가 전체 에이즈 환자의 절반이 넘는 통계가 집계됐고, 1982년에야 에이즈 즉, 후천성면역결핍증이란 병명이 지어졌다. HIV 감염 후 에이즈로 발전되는 질병 진행속도에는 다양한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인 약물 치료를 받지 않으면 HIV 감염에서 에이즈까지 약 9년~10년 정도 걸리고, 에이즈 확진 시 평균 생존기간은 채 10개월에 못 미친다.HIV는 면역세포 중 하나인 T세포를 서서히 오랜 기간에 걸쳐 파괴해 면역반응을 붕괴시키며 에이즈로 발전한다. 이 때문에 프레디의 HIV 감염시기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프레디가 에이즈로 사망했을 당시는 아직 치료제가 만들어 지기 전이니, 대략 1985년 라이브 에이드 이전으로 추정된다. 질환 진행 소요 시간이 10년 가량이므로 프레디의 HIV 감염 시기는 1980년대 초로 예상되는데, 당시는 동성애자들과 HIV 감염자에 대한 시선이 극도로 차가웠을 때라 검진도 어려웠을 터다.에이즈 치료는 상당기간 더딘 발전속도를 유지하다 1995년에야 전환기를 맞는다. 고강도 항바이러스요법(HARRT, 칵테일 요법)이라는 치료법은 HIV에서 에이즈로 진행을 늦추고 생존기간 연장에 놀라운 성과를 냈다. HARRT를 적절히 받는다면 일반적인 평균 수명까지 충분히 살수 있게 됐다. 에이즈가 감염 시 생존률이 희박한 질환에서, 고혈압·당뇨병처럼 평생 관리하며 지낼 수 있는 만성 질환으로 전환되는 순간이었다. 2007년에는 HARRT요법과는 다른 신규 기전의 치료제가 나오면서 치료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화이자는 에이즈약 '마라비록'을 허가받는데, 이는 HIV가 T세포를 감염시킬 때 침투경로로 이용하는 'CCR5 수용체'를 경쟁적으로 차단·억제한다.2009년에는 독일에서 HIV 감염 환자 완치 판정 보고가 나왔다. 이 환자는 백혈병으로 골수이식을 받으면서 치료됐다. 골수 기증자가 우연하게도 CCR5 수용체 유전자변이가 있었던 게 완치에 영향을 줬다. 환자는 HARRT요법 중단에도 혈액 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 HIV 감염에서 벗어났다. 유전자가위기술을 이용한 에이즈 치료 사례는 2015년에 나왔다. 미국 생명공학 기업 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는 1세대 유전자 가위 ZFN으로 에이즈 환자 면역세포에서 CCR5 유전자를 제거한 후 다시 체내 투여하는 방식을 임상 시험으로 검증했다. 지금도 후속 연구가 진행 중이다.아직 공식적으로 HIV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없지만 예방약으로 허가 받은 제품은 있다.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가 200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트루바다'다. 출시 당시에는 HAART 표준요법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백본 치료제로 쓰였다. 최근 임상시험에서 에이즈를 대부분 예방하는 효과를 입증해 미국과 유럽에서 예방약으로 허가됐다. WHO도 2017년 HIV 예방 필수약으로 유일하게 트루바다를 지정했다.한편 에이즈와 연관된 유명인사는 프레디 외에도 많다. 1983년에 사망한 독일 가수 클라우스 노미는 에이즈로 숨진 최초의 스타로 꼽힌다. 영화 무기여잘있거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국 배우 록허드슨 역시 1985년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미국 전역에 에이즈를 알렸다. 로봇 SF소설 거장이며 로봇공학 3원칙으로 잘 알려진 아이작 아시모프는 감염 혈액을 수혈 받은 탓에 에이즈에 걸렸고 1992년 72세로 생을 마감한다. 이 유명인사들은 치료법이 제대로 없을 때 감염된 탓에 사망했지만, 치료법 덕을 톡톡히 본 유명인도 있다. 전직 농구선수인 매직 존슨은 에이즈 예방과 사업가로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영화 플래툰과 못말리는 비행사로 유명한 배우 찰리쉰은 HIV 신약 임상에 참여해 완치됐다는 뉴스를 접했다.프레디는 HIV 감염 진단 후 동성애자라는 사회적 매장,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음악가로서 꿈을 지켜나갔다. 퀸의 동료들도 그와 꿈을 함께하며 마지막까지 곁을 지켰다. "난 에이즈 예방 포스터 속 흔한 환자처럼 에이즈의 희생양이 되진 않겠어(I'm not going to be anybody's victim, AIDS poster boy or cautionary tale.)" 영화에 나오는 이 대사가 에이즈 환자로서 그의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에이즈는 더 이상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아니다. 프레디의 삶에서 엿볼 수 있듯 에이즈는 세상을 병마로 휩쓸었지만, 많은 연구자들이 예방·퇴치법을 연구중이다. '머큐리 피닉스 트러스트'처럼 에이즈 환자를 돕기 위한 따뜻한 손도 있다. 에이즈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고, 우리 사회 일원으로서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우리 의무다. '인생을 사랑하며 노래를 부른 사람' 스위스 몽트뢰에 선 프레디 추모 동상의 글귀는 우리 사회가 왜 에이즈 환자를 품어야 할 지를 일깨운다.2018-12-13 13:10:15데일리팜 -
[칼럼] 제약사의 장인어른을 찾자얼마 전 KTX로 출장 중 '장인어른을 찾아서'라는 기차 내 광고방송의 헤드라인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궁금해서 자세히 보니 아내의 아버지를 부르는 장인(丈人)이 아닌, 중세 유럽에서 도제(徒弟)와 직인(職人)을 거느리고 교육과 생활필수품의 생산을 담당하던 장인(master, 匠人)의 중요성에 대한 광고였다.어느 순간 산업계 혹은 기업에서 장인 즉 전문가(specialist)보다는 이사, 부장 등 직위 중심으로 서열 및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부장 등은 조직관리에 필요한 직위이다. 하지만 조직관리에 전문가의 역할이 빠져있는 것이다. 한편 일부 기계업, 조선업 등 기능업종에서는 최고 장인을 선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상무, 전무 등 관리직 외에 기술개발에 전념하면서 임원급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펠로우와 마스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특히 마스터 제도는 사내의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전념하며 해당 분야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로 2009년 도입 후 2016년 약 58명의 마스터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특허, 논문은 물론 학회발표 등 외부 활동을 통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술 리더십 확보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마스터는 삼성전자 직원 10만명중 선택된 약 0.07% 수준이니 마스터가 주는 상징성은 선정된 본인은 물론 다른 직원, 외부사람들에게도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최근 제약사는 경력직의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바이오 벤처설립 붐과 제약사의 바이오사업부 신설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중.소형제약사는 대형 바이오제약사나 벤처기업으로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전문인력이 사내에서 전문가로 양성되기 보다는 임금 등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곳으로 업계내에서 이동만 활발한 상황이다. 그러면 상대적으로 근무조건인 열약한 회사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가? 아마도 근무조건이 우수한 회사도 같은 상황으로 모든 제약사들의 공통적인 문제일 것이다.해결책은 직원들의 입장에 생각해봐야 한다. 능력있고 의욕있는 직원이 왜 회사를 떠나는 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현 직장에서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수단이 없기때문일 것이다. 수단이 없으니 퇴사해서 자기 사업(창업)을 하거나 혹은 대우(열정)가 인정 받는 다른 직장으로의 이직을 선택한다. 그러니 이러한 열정적인 직원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사내 벤처의 운영과 전문가 대우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이 우수한 직원을 떠나게 하지 않는 방법일 수 있다. 제약사의 기업문화가 다소 경직되어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최근 급성장하는 외형성장에 비해 기업 문화가 따라가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문화도 변해야 한다. 회사에서 전문 직원을 대하는 태도 및 보상방식이 변해야 한다. 그저 연말에 성과평가를 하여 성과급을 더 주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2012년부터 도입한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7개의 스타트업을 배출하고 있다. 이렇든 타 산업(기업)을 벤치마킹하여 우리 제약사에 맞는 사내 벤처 운영과 전문가 대우 제도를 기획해야 한다.최근 중기청의 사내벤처 지원 프로그램에 40개 기업이 선정되었다. 기업 유형별로 보면 중소기업 8개사, 중견기업 2개사, 대기업 5개사, 공기업 3개사가 운영기업에 포함되었다. 아직까지 의료기기 업체를 제외하고는 제약기업은 없는 상황이다.한편 최근 제약사의 고용을 보면 2018년 상반기 약 6만 6800명으로 전년 말 대비 2.7% 증가하였으며, 약 1757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제약업체 중 1천명 이상의 직원을 둔 상장 제약업체는 13개, 그 중 2000명에 육박하는 업체는 5개사이다. 제약사의 일자리 규모가 일정수준 이상 도달한 상황에서 외부에서 우수한 직원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내에서 우수한 인력이 유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제도 마련을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다.2018-11-26 12:05:03데일리팜 -
[칼럼] 나는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당당한 '쫄보' 되기모연화 약사연말이다. 이런 저런 모임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불혹이 지나니, 이야기 주제는 자연스레 건강이다."이거, 의사나 약사도 모르는 정보인데.." "이건, 영국의 어느 박사가 개발한 건데, 이거 먹고 혈압을 고쳤대." 등 말이 오간다.누군가 묻는다. "그걸 어떻게 믿어?" 씩씩한 목소리의 답이 들려온다. "구글이랑, 네이버에 이거 검색해봐. 쫙 나와. 보면, 알게 될 거야. 전문가들은 알면서도 자기네 밥줄 떨어질까 봐 모르는 척 하는 거야."모르는 척 하는 밥줄 전문가로 매도당한 필자는 구석에서 혼자 와인을 홀짝이며 1999년 인지와 자기평가 왜곡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을 떠올렸다. 실제 객관적 점수가 낮은 사람은 주관적 자기평가에서 자신을 높게 평가하고,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과신을 한단다. 반면 실제 객관적 점수가 높은 사람은 주관적 자기평가에서 자신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 연구의 주 내용이다.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인간이 그러한 인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연구가 진행되었다. 건강 분야에서 이루어진 흥미로운 두 가지연구를 살펴보자.(Matthew, 2018)은 백신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더닝-크루거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저자는 'Knowing less but presuming more'라는 문장을 전면에 내세웠다.이 논문은 의사를 비롯한 백신의 전문가들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어, 더 흥미롭다. 객관적 지식이 낮은 사람은 스스로 검색해서 알게 된 정보에 대한 확신이 높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의사나 약사는 모를 것이라는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의사나 약사가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 나는 검색을 했어!")(홍경진, 주경기, 전상일, 2012)의 연구 결과 역시, 자기 평가 부분에서 의미가 있었다. 헬스리터러시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정답률이 낮은 사람일수록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건강의 유해요인에 대해 더 위험하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정답률이 낮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과신(Overconfidence)하고, 현상을 왜곡해 평가한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객관적 앎의 스코어가 높은 집단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앎의 스코어가 높은 집단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어디 나서서 이야기 하지 못한다. 실제 필자 역시, 혈압을 고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존재를 불을 뿜고 얘기 하는 지인 앞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필자의 입을 닫게 했다.그러던 어느 날, 회원들의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전 쫄보라 약국 이외에서 약 이야기 하는 것은 무서워요." 그 아래, 이런 답글들이 달렸다. "전 아직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요.", "해도 해도 공부는 부족해요.", "어디 가서 약사라고 안 해요. 언제나 과학은 진보하고, 오늘 말한 것이 내일은 거짓이 될 수 있어서 말하기 무서워요."수 만개의 성분을 알고, 수십만 개의 부작용을 알고, 어떤 것이 과대광고 인지 알고, 어떤 것이 잘못된 정보인지 아는 '국가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가가 자신을 '쫄보'라 명했다. 생각해 보니 필자도 자주 '쫀다'. 특히, 자신의 앎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쫀다. 그리고 약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지적당할 까봐 쫀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두렵고 무섭다. 말의 무게가 다를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그래서 우리는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나 온라인 공간에, 약국이름을 걸고, 약사이름을 내밀고 소통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현 세대의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검증을 한다. 제품도, 사람도, 점포도, 직업도 소셜 공간에 어떤 스토리로, 어떤 이미지로 소통하고 있는지 그들은 살피고, 검증하고, 판단한다. 소셜 공간에 아무 드러냄이 없을 때, 뒤따라오는 것은 외면이다. 예전처럼, 먼저 질문해 주지 않는다. 믿을 수 있어야 면대 면 소통을 시작한다.1년 전, 더 이상 온라인 소통을 미루면 안 되겠다 판단해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앎이 부족하여 (나는 쫄보다.) 어려운 내용 보다는 소비자들이 정말 궁금해 할 내용들, 내가 약국에서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적었다. '알고 먹으면 착한 약'이라는 부재로 소통을 하고 있다. 블로그에 답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뜨면, 가슴이 덜컹한다. '뭐 틀렸다고 누가 적은 거 아녀?'라며 부랴부랴 살핀다. 실제, 정보를 잘못 기재하거나, 비문이어서 해석이 분분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현장에서 받기 어려웠던 질문들이었다. 실제 고객은 이런 것을 궁금해 하는구나 생각하며 무릎을 친 적도 여러 번이다.여전히 나는 나의 드러냄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쫄보님들'에게 당당한 드러냄을 권한다. 꼭 어려운 것을 유창하게 적는 글을 고객이 원한다 생각지 말자.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일 안에서 하나를 골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약의 표지를 읽어주는 일, 인서트를 읽어 주는 일, 부작용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일, 약국에서 알려주고 싶었던 정보, 듣고 갔으면 했는데 그냥 가버려 알려주지 못했던 것들.공부를 하다 보니, 항상 부족하다 생각되어 쪼그라든 겸손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안전성, 효과성, 품질 보증을 위함임을 조금씩 검증 공간에 풀어내 보면 어떨까. 그것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신뢰로 다시 연결되지 않을까. 오늘도 행복회로를 돌린다.*참고문헌 Motta, Matthew, Callaghan, Timothy, & Sylvester, Steven. (2018). Knowing less but presuming more: Dunning-Kruger effects and the endorsement of anti-vaccine policy attitudes. Social Science & Medicine, 211, 274-281.홍경진, 주영기, 전상일, 윤혜정, 유명순 (2012). 헬스 리터러시 측정을 위한 공공기관 건강정보의 활용 가능성 탐색.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29(3), 53-61.2018-11-26 06:00:24데일리팜 -
[칼럼]적이 아니고 사실은 친구라면 놀랄텐가올해로 심평원에서 근무한 지 7년이 되었다. 7년 전에는 새내기 변호사였는데, 어찌어찌한 사정으로 지금은 수석변호사가 되었고, 그 동안 어느 새 나도 모르게 꼰대 마인드가 생겨 난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그 꼰대마인드를 조금 공유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몇 자 적어보고자 한다.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자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바로 비급여대상의 범위와 관련하여서다.건강보험의 급여체계는(행위에 대하여만 설명하겠다) 네거티브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비급여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은 모두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한다. 그런데, 비급여대상에 속하는 것이라면 급여목록표에 열거된 행위·약제 및 치료재료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요양급여대상이 아니라고 본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08두19345 판결 참조).가령, 시력교정술을 한다고 했을 때 시력교정술을 위해서 행해지는 진찰·검사 및 수술 후 행해지는 처치는 요양급여목록에 버젓이 올라와 있지만 비급여대상인 시력교정술을 위한 것이기에 그 비용 모두 비급여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즉, 환자에게 시력교정술을 시행하기로 하고 돈 200만원을 지급받기로 했다면 해당비용 안에 진찰·검사·처치의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그 외로 공단에 별도의 급여비용을 청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그런데 위 사례는 비급여대상 범위를 확정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비급여대상 범위를 판가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한의사가 비만에 관한 치료를 하면서 비만의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식울, 식비 등 소화기 관련 질환을 동시에 치료한 경우가 그렇다. 한의사가 환자의 소화기 관련 질환이 비만의 원인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단순 질환진료에 불과한 것으로 생각하며 치료를 했다면 소화기 관련 질환에 대한 비용은 당연히 급여로 청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의사는 '비만의 치료를 위해서' 소화기 질환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행했기 때문에 위의 소화기 관련 치료 또한 비급여대상에 포함되는 것이다(대법원 2012. 8. 30. 선고 2012두133 판결).법원도 비급여대상을 정함에 있어 '내원동기, 객관적인 상태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한 진료의 목적, 진료의 내용,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10. 11. 선고 2008두19345 판결 참조)'고 했다.필자가 의료인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판례 내용을 설명하면 보통 나오는 말이 '억울하지 않냐'는 소리다. 그냥 와서 소화기질환에 대하여만 치료를 받았으면 당연히 요양급여대상으로 인정받았을 텐데 비급여인 비만이 하나 끼어드는 바람에 해당 비용을 지급받지 못하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오히려 진료기록부를 꼼꼼하게 기재해서 소화기질환이 비만치료를 위한 것으로 드러났으니 오히려 진료기록부에 해당내용을 기재하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의 항의 아닌 항의까지 나오기도 한다.급여목록에 있으니 당연히 지급받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접근하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비급여대상에 포함된 것은 비급여로 비용을 받음(급여일때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을 받기도 하니까)으로써 그와 관련된 진료비용을 전부 다 받았다고 보이고, 여기에 급여비용까지 더 받는 것은 오히려 이미 받은 것에 대하여 재차 받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현 수가체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나아가 소위 그 몇 푼 위해 우리의 의료인들이 환자들의 진료기록부를 허술하게 작성할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가 대학을 진학할 때 우리나라 어느 지역의 어느 의대라 하더라도 수능점수 상위 1% 안에 들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런 사람들이 의사들이고 심지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자들이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건강보험재정은 요양급여비용을 받아가는 의료인들을 포함하여 전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로 이루어지고 있는 비용이다. 요양급여원칙에 반하는 비용을 받아갈수록 본인이 내야 하는 보험료도 올라가고 무엇보다 향후 본인의 자손들이 내야 하는 보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수 있고 재정이 고갈되어 버리면 결국 받아갈 돈이 없어지게 되고 이는 다 같이 파탄으로 치닫게 된다. 우리의 의료인들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기에 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우리와 그 어깨를 함께 할 거라고 믿는다.처음 심평원으로 이직했다는 얘기를 치과의사 친구에게 했을 때 친구의 첫 마디가 '넌 우리의 적이다'였다. 그 때는 심평원이 삭감처분을 행하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며 웃어 넘겼는데, 이제는 그게 아니고 우리는 절친이라고 말하고 싶다.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함께 뛰는 친구라고.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며 수긍하지 못할 분들이 많을 거라 예상하지만, 심평원의 정확한 역할은 삭감이 아니고 심사다. 정해진 요건에 부합하는 의료행위에 대하여 건강보험재정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 요건이 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거나 심사를 함에 있어 의학적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분이 분명 있을 것이다. 득달같이 달려와 항의하고, 소송도 불사하기를 바란다. 건강보험재정의 건전성을 도모하는 것은 무조건적으로 돈을 아끼는 것이 아니다. 정당한 진료행위에 대하여 정해진 수가를 지급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 한하여 그 지급을 하지 말라는 의미이다.진정한 친구는 친구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는 친구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심평원과 의료인들이 그런 관계였으면 좋겠다. 심평원이 심사를 함에 있어 잘못을 하고 있다거나 정책적으로 기준을 잘못 정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면 주저하지 말고 꾸짖어 주길 바란다.또, 심평원은 기준을 잘 몰라 비용청구를 잘못하는 경우에는 그 기준을 알려주고, 고의적으로 허위청구를 행하는 자는 따끔하게 혼내주길 바란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결코 서로를 적으로서 여기는 것이 아니고 친구가 잘못된 길을 가지 않게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건강보험재정을 지키는 것이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가는 친구라는 훈훈한 마무리가 되길 바란다. 딱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자의 이상적인 얘기라며 손가락질 한다해도 이러한 얘기가 현실화 된다면 그 손가락질을 흐뭇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2018-11-12 11:07:58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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