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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당당한 '쫄보' 되기

  • 데일리팜
  • 2018-11-26 06:00:24
  • 모연화 약사(경기 성남시 모약국)

모연화 약사
연말이다. 이런 저런 모임을 통해 사람을 만난다. 불혹이 지나니, 이야기 주제는 자연스레 건강이다.

"이거, 의사나 약사도 모르는 정보인데.." "이건, 영국의 어느 박사가 개발한 건데, 이거 먹고 혈압을 고쳤대." 등 말이 오간다.

누군가 묻는다. "그걸 어떻게 믿어?" 씩씩한 목소리의 답이 들려온다. "구글이랑, 네이버에 이거 검색해봐. 쫙 나와. 보면, 알게 될 거야. 전문가들은 알면서도 자기네 밥줄 떨어질까 봐 모르는 척 하는 거야."

모르는 척 하는 밥줄 전문가로 매도당한 필자는 구석에서 혼자 와인을 홀짝이며 1999년 인지와 자기평가 왜곡에 관한 연구를 발표한 저스틴 크루거와 데이비드 더닝을 떠올렸다. 실제 객관적 점수가 낮은 사람은 주관적 자기평가에서 자신을 높게 평가하고,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해 과신을 한단다. 반면 실제 객관적 점수가 높은 사람은 주관적 자기평가에서 자신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 연구의 주 내용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정말, 인간이 그러한 인지 오류를 범하고 있는지, 연구가 진행되었다. 건강 분야에서 이루어진 흥미로운 두 가지연구를 살펴보자.

(Matthew, 2018)은 백신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더닝-크루거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저자는 'Knowing less but presuming more'라는 문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논문은 의사를 비롯한 백신의 전문가들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포함하고 있어, 더 흥미롭다. 객관적 지식이 낮은 사람은 스스로 검색해서 알게 된 정보에 대한 확신이 높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는 의사나 약사는 모를 것이라는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의사나 약사가 모르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 나는 검색을 했어!")

(홍경진, 주경기, 전상일, 2012)의 연구 결과 역시, 자기 평가 부분에서 의미가 있었다. 헬스리터러시를 측정하는 과정에서 정답률이 낮은 사람일수록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건강의 유해요인에 대해 더 위험하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객관적 정답률이 낮은 사람일수록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을 과신(Overconfidence)하고, 현상을 왜곡해 평가한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우리는 객관적 앎의 스코어가 높은 집단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앎의 스코어가 높은 집단은 스스로를 과소평가한다.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어디 나서서 이야기 하지 못한다. 실제 필자 역시, 혈압을 고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의 존재를 불을 뿜고 얘기 하는 지인 앞에서, 입을 떼지 못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은 필자의 입을 닫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원들의 커뮤니티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전 쫄보라 약국 이외에서 약 이야기 하는 것은 무서워요." 그 아래, 이런 답글들이 달렸다. "전 아직 공부할 것이 너무 많아요.", "해도 해도 공부는 부족해요.", "어디 가서 약사라고 안 해요. 언제나 과학은 진보하고, 오늘 말한 것이 내일은 거짓이 될 수 있어서 말하기 무서워요."

수 만개의 성분을 알고, 수십만 개의 부작용을 알고, 어떤 것이 과대광고 인지 알고, 어떤 것이 잘못된 정보인지 아는 '국가의 자격시험'을 통과한 전문가가 자신을 '쫄보'라 명했다. 생각해 보니 필자도 자주 '쫀다'. 특히, 자신의 앎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쫀다. 그리고 약에 대한 글을 썼을 때, 지적당할 까봐 쫀다. 나를 드러내는 것은 언제나 두렵고 무섭다. 말의 무게가 다를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우리는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나 온라인 공간에, 약국이름을 걸고, 약사이름을 내밀고 소통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현 세대의 사람들은 검색을 통해 검증을 한다. 제품도, 사람도, 점포도, 직업도 소셜 공간에 어떤 스토리로, 어떤 이미지로 소통하고 있는지 그들은 살피고, 검증하고, 판단한다. 소셜 공간에 아무 드러냄이 없을 때, 뒤따라오는 것은 외면이다. 예전처럼, 먼저 질문해 주지 않는다. 믿을 수 있어야 면대 면 소통을 시작한다.

1년 전, 더 이상 온라인 소통을 미루면 안 되겠다 판단해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앎이 부족하여 (나는 쫄보다.) 어려운 내용 보다는 소비자들이 정말 궁금해 할 내용들, 내가 약국에서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적었다. '알고 먹으면 착한 약'이라는 부재로 소통을 하고 있다. 블로그에 답글이 달렸다는 알람이 뜨면, 가슴이 덜컹한다. '뭐 틀렸다고 누가 적은 거 아녀?'라며 부랴부랴 살핀다. 실제, 정보를 잘못 기재하거나, 비문이어서 해석이 분분한 적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현장에서 받기 어려웠던 질문들이었다. 실제 고객은 이런 것을 궁금해 하는구나 생각하며 무릎을 친 적도 여러 번이다.

여전히 나는 나의 드러냄이 어색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한 쫄보님들'에게 당당한 드러냄을 권한다. 꼭 어려운 것을 유창하게 적는 글을 고객이 원한다 생각지 말자. 우리가 매일 하고 있는 일 안에서 하나를 골라 시작해 보면 어떨까. 약의 표지를 읽어주는 일, 인서트를 읽어 주는 일, 부작용의 의미를 해석해 주는 일, 약국에서 알려주고 싶었던 정보, 듣고 갔으면 했는데 그냥 가버려 알려주지 못했던 것들.

공부를 하다 보니, 항상 부족하다 생각되어 쪼그라든 겸손한 전문가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안전성, 효과성, 품질 보증을 위함임을 조금씩 검증 공간에 풀어내 보면 어떨까. 그것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신뢰로 다시 연결되지 않을까. 오늘도 행복회로를 돌린다.

*참고문헌 Motta, Matthew, Callaghan, Timothy, & Sylvester, Steven. (2018). Knowing less but presuming more: Dunning-Kruger effects and the endorsement of anti-vaccine policy attitudes. Social Science & Medicine, 211, 274-281.

홍경진, 주영기, 전상일, 윤혜정, 유명순 (2012). 헬스 리터러시 측정을 위한 공공기관 건강정보의 활용 가능성 탐색. 보건교육·건강증진학회지, 29(3), 5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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