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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보살행을 몸소 실천한 조의금 회향1883년 5월 어느 날,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선승 경허대사가 충남 서산 천장암에 머물고 있을 당시의 일화다. 그날 천장암에는 읍내 강 부자라는 만석꾼의 부친 49제를 보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절간을 가득 메웠다. 아이며 어른 할 것 없이 보릿고개에 굶주린 사람들은 제사가 끝난 후 음식을 얻어먹기 위해 모여 들었던 것이다. 허기에 지친 사람들은 누렇게 뜬 얼굴로 음식을 바라보며 마른침만 삼키고 있었다.이 모습을 본 경허는 제사를 올리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며 바구니에 제사 음식을 모두 담아 절 마당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맏상주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남의 49제를 망치냐"며 경허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그러자 경허는 '할'을 크게 외친 후 제주에게 이렇게 말했다."돌아가신 망자는 49일째 되는 날 시왕(염라대왕) 앞에 불려나가 생전의 공덕과 악행에 대해 물음을 받게 됩니다. '귀한 생명을 죽이지는 않았는가. 남의 재물을 훔치지는 않았는가.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나눠주었는가.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었는가.' 작고하신 부친께서 생전에 그런 공덕을 많이 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극락왕생을 해달라고 자손이 비는 제사를 굶주린 사람들이 마른 침을 삼키고 있는 바로 앞에서 올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살아서 못 다한 보시공덕을 이제라도 베풀고 제사를 올리는 것이 돌아가신 분을 위해라도 더없이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이 모습을 보신 부처님과 시황도 좋아 하실 것이오. 망자께서도 흡족해 하실 것이니… 이제 이 빈 제사상으로 고인을 위해 49제를 뜻 깊게 지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그러자 불처럼 화가 났던 제주와 당혹스러워 했던 주변 스님들 모두 고개를 떨구고 기쁜 마음으로 제를 올렸다. 49제가 끝난 후 만석꾼은 경허에게 바른 천도를 일깨워 준 보답으로 은화 100환을 시주하겠다며 돈을 건넸다. 경허는 "절간에 재물이 쌓이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 돈으로 인근 가난한 사람들에게 양식을 나눠주는 것이 큰 인연공덕이다. 부처님은 절에 있는 불상이 아니라 머슴살이 하는 김서방 이서방, 농사짓는 박첨지 최첨지도 모두 부처님이니 그들을 잘 보살피는 것이 참된 불공"이라는 생활 속 실천 법문을 남겼다.우리나라 미풍양속 중 하나로 조의금과 축의금 문화를 들 수 있다. 이는 위로와 축하의 마음 그리고 십시일반의 협동심 또는 품앗이 등의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상황에서는 조의·축의금 자체가 경제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가상승률과 화폐가치 변화는 경조사 금액에 대한 사회적 통념도 자연스럽게 우상향 곡선으로 바꾸어 놨다.위로와 축하를 의미하는 '소담한 마디 마음-촌지(寸志)'의 뜻은 온데 간데 없다. 요즘은 봉투에 5만원을 넣는 것도 왠지 멋쩍고, 부족하고, 눈치가 보일 정도다. 다소 친분이 있다면 10만원은 기본이 되어 버린 시대다.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잘 보여야 할 상대라면 30·50·100만원은 넣어야 주는 사람도 받는 당사자도 흡족할 정도로 그 본질이 퇴색하고 있다.사람의 마음은 남녀노소 대동소이하다. '많이 줘서 싫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성인군자와 대인배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조사(부모상·결혼식·돌잔치)에 누가 축의금을 얼마 했고, 화환을 보냈는지 체크 하고, 마음속에 담아 두기 마련이다. 참석 유무와 금일봉 액수는 차후 인간관계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승진이 되느냐, 계약이 성사되느냐 등 절체절명의 순간 묘한 역학함수의 X변수로 작용한 실례를 주변에서 흔히 경험하곤 한다.그런데 최근 A바이오기업 대표의 부친상과 B제약사 회장의 장남 결혼은 정체성을 잃어가는 이 시대 경조문화에 담담한 경종을 울린다.A사 대표는 석달 전, 부친상을 당했지만 회사 임직원에게 알리지 않고, 4촌 이내의 친지와 죽마고우 친구 5명과 함께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빈소를 찾은 친지와 친구들에게 전의금은 일절 받지 않았다. 천붕지통(어버이를 여의여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심정)의 애통한 심경 속에 오히려 여비를 챙겨 주는 혜량을 베풀었다.B사 회장도 몇 해 전, 부사장인 30대 아들의 결혼을 임직원도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했다. 신혼여행 이후 소식을 접한 이사급 인사 몇명이 새신랑인 부사장에게 축의금을 전달했지만 이내 돌려받고 말았다.A사 대표는 독실한 크리스찬이고, B사 회장은 유마거사로 불릴 정도로 돈돈한 불심의 소유자다. 두 사람은 종교는 다르지만 종국에 지향하는 목표와 방향성은 같다. 바로 사랑과 배려다. 황금같은 주말, 친분없는 관료적 인연에 따른 결혼식, 상갓집, 돌잔치 초대는 그리 반갑지 않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식장은 천리길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벌써 몸이 이럴 진데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진심어린 축하와 내면의 위로가 나올 리 만무하다. 136년 전, 경허가 펼친 49제 나눔의 빈 제사상 일화와 두 제약사 오너가 보여 준 조의·축의금 회향이 경조문화 변화의 작은 날개짓으로 작용해 큰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2018-10-08 06:15:15노병철 -
[데스크 시선] 약사들의 무관심과 그들만의 선거"벌써 선거를 하는군요. 누가돼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대한약사회장 및 시도지부장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예비주자들의 움직임은 바빠지고 있지만 민초약사들의 반응은 아직 관망세다.6번의 직선제를 경험한 약사들은 어떻게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네거티브 정보를 어떻게 분별해야 하는지 안목이 생겼다.2년 전 개업한 경기지역의 A약사는 소소한 공약의 나열보다 저 후보면 약사회와 약국환경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후보를 찾고 싶다고 했다.이 약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공약보고 찍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저 후보면 나라가 달라질 것 같다는 생각, 변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당선된 배경 아니겠냐"고 말했다.이 약사는 "대한약사회장 선거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며 "저 후보면 약사회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해야 하는데 아직 그런 후보는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지금까지 선거구도를 보면 예비주자들은 김종환 서울시약사회장의 피선거권 관련 소송 결과를 기다리며 눈치보기를 하고 있었고, 복수 후보가 양립하자 동문회가 단일화를 암중모색하는 등 과거 선거의 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아직 선거공고 이전이고 본격적인 후보자들의 정견이나 공약 발표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을 평가하기는 이른 시점이지만 약사회를 달라지게 할 것 같다는 비전을 제시한 예비주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일 이미지와 비전은 한 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선거 전략이 가장 발달해 있다는 미국의 예를 보자. 빌 클린턴 대통령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슬로건으로 걸프전의 영웅 부시 대통령을 이겼다.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Yes, We Can'이라는 짧은 구호로 선거전을 치렀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슬로건으로 보수층의 표심을 결집시켰다. 당선된 대통령들 모두 날 찍으면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과 비전을 제시했다.단 두달간의 짧은 선거기간이지만 대한약사회장 후보들이 민초약사들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려면 '저 후보면 달라질 수 있겠다'라는 메시지 전달이 급선무다.어떤 후보에게 승리의 여신이 미소지을지 이미 시계는 돌아가기 시작했다.2018-10-01 04:47:17강신국 -
[데스크시선]무리한 정부의 발사르탄 손배 소송 검토분명 천재지변은 아니었다. 그러나 파장은 컸다.발사르탄 원료에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함유되리라곤 정부와 제약사 모두 예상치 못했다. 이것이 명백한 '유해물질'인지 단순 불순물인지는 아직도 확신할 수 없다. '발암 유발 고혈압약' '유해물질' '불순물', 사태가 수습된 아직도 용어가 혼재되는 건 그 때문이다.해당 제약사는 강제성을 '띈' 자진회수를 하느라 진땀 뺐고, 그중 일부는 해외 원료약 공급책의 말썽에 한바탕 원료 루트 재정비에 부산했다. '싸구려 원료를 쓴 고혈압약'이라는 오명은 오롯이 제약사가 짊어지게 됐다. 이 영향으로 앞으로 발사르탄 제제 원료 수급비용이 올라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식약당국은 NDMA 생성 과정과 이상 수치를 조사하는데 분주했고, 숙원사업었던 해외제조소 등록 의무화 법안은 이제서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심의 허들을 넘었다.만성질환인 고혈압, 가장 흔하게 복용하는 제제인 발사르탄 약제는 약국 교환 대란을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2차, 3차로 이어진 사태로 교환한 약제를 재교환하는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났다.사태는 비교적 빠르게 누그러졌지만 업체들의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발사르탄 사태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손실의 책임을 물어 해당 제약사들에게 구상권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겠다고 천명했다.업계 입장에선 천재지변은 아니었지만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고, 혼란한 와중에 식약당국의 규제 격랑을 겨우 넘으니 이제 보건당국의 소송 파고에 휘말리게 생겼다. 아직도 NDMA가 발암물질과 관련 영향이 직결된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자진회수 비용 소요에 이미지 추락, 송사까지 겹칠 상황이 된 것이다.정부 측과 업계는 전체 구상권 청구액 규모를 가늠할 약값 추가 소요 비용을 수십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지만 손해배상 청구 범위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이 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수백곳에 달하는 업체에 건별 추산을 하게 되면 업체당 비교적 적은 금액으로 산출될 것이란 예측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정부가 계획한 소송 검토의 의중이다. 정부는 과거 탤크사태보다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이번 사태를 하나의 매뉴얼로 정립해 비상상황에서의 정부 대응 능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제약사 소송을 여기에 포함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정부는 발사르탄 사태 수습에 건강보험이 모든 손실을 떠안아 제약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소송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만약 법정다툼으로 인한 금전적·정무적 이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면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소송여부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매뉴얼화 될 것이다.명백하게 제약사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을 만큼 예측 불가능했던 상황, 세계적으로도 극히 이례적인 문제를 모두 제약사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 있을까. 추후 이 같은 상황이 또다시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지금처럼 업체와 소송을 검토해 추가 소요비용을 환수해버릴 것인가. 단순한 금액 환수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할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정부는 소송을 앞세워 사태를 봉합할 게 아니라, 이 같은 이례적인 상황에 대한 정부-산업간 공동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공동 대응에는 위험분담, 신속한 안전관리에 대한 업계와의 협의가 포함돼야 할 것이다. 당연히 식약당국과 삼자협의가 필요한 일이다. 지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있었던 복지부 보고 내용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져 있었다. 찜찜하다.2018-09-17 06:15:03김정주 -
[데스크시선] 제약기업들, 투자자 기만한적 없나요"기업이 투자자의 투자금과 정부지원금을 사용하는데 유리한 정보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합니다."금융감독원 관계자의 당부다. 최근 금융당국이 기업의 공시정보 확대와 허위·과대 정보 발표 감시를 강화한 배경이기도 하다.금융당국은 상장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신약개발 등 중요 정보 및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3분기보고서부터 공시 개선을 유도키로 했다. 연구개발실적, 라이선스아웃 계약, 연구개발 담당조직 등을 상세히 공개하라는 지침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제약·바이오기업의 발표 내용을 교차검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업계에서는 상세한 정보공개는 영업비밀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한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연구 초기 단계의 정보마저 모두 공개하면 경쟁사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하지만 금융감독의 정보공개 확대 취지는 상세한 정보공개보다는 공정한 정보공개에 방점이 찍혀있다.업체마다 공개하는 정보가 서로 다른 양식으로 다른 항목에 위치해있어 투자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양식을 통일하자는 취지다.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 대한 깊은 불신이 배경에 깔려있다. 지난달 금감원이 공시정보 공개 확대 방침을 발표할 당시 국내 기업들이 임상실패 및 개발 중단의 경우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발표를 했다면 추후 최소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실패했으면 그 사실을 알려야한다는 게 기업의 양심이라는 견해다.사실 취재 과정에서 기업들이 발표한 공시 정보나 신약개발 정보를 접할 때 고개를 갸웃거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신약개발이 전문영역일 뿐더러 승인절차도 매우 복잡하다는 이유로 정보를 왜곡해서 발표한다는 의심이 들 때가 많다.한동안 회사의 주력 신약 파이프라인이라고 떠들썩하게 홍보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소리 소문없이 사라진 경우도 허다하다. 이제 임상시험을 시작했을 뿐인데 마치 혁신신약 개발에 근접한 것처럼 낸 보도자료도 수없이 많다. 이 중 일부는 보도자료 배포와 함께 주가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기도 한다.언제부턴가 임상시험 계획 승인 뿐만 아니라 환자 모집 시작과 완료, 투약 시작과 완료, 임상기관 결정 등과 같이 결과와 무관한 정보도 글로벌 혁신신약이라는 포장과 함께 홍보되기도 한다.기술수출 계약 해지나 권리반환, 임상시험 중단 등 악재는 어느새 글로벌 진출 전략 변경이라는 타이틀로 둔갑한다. 신약의 신속 승인이 불발돼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정보는 상업화 임박이라는 제목을 달고 유통되기도 한다. 외신에서 며칠 전 접한 정보가 국내에서 뒤늦게 발표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기업 이미지에 흠집이 나거나 주가하락을 피하기 위해 정보를 그대로 유통하지 않고 과대 포장하거나 정보를 숨기는 것은 투자자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정부지원금을 사용했다면 기업이 연구개발 정보를 독점해서는 안된다.최소한 특정 정보로 주가를 띄웠다면 해당 정보의 악재로 인한 주가하락은 감수해야 한다. 이는 바이오벤처나 대형 제약사 모두에게 해당한다. 기업들은 과연 부정적인 정보를 숨기기 위해 투자자들을 기만한 적이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할 때다.2018-09-10 06:20:33천승현 -
[데스크 시선] 점안제 약가인하와 뫼비우스의 띠1회용 HA점안제 약가단일화 문제를 놓고 보건복지부와 21개 점안제 생산·판매 제약사가 소송전에 돌입했다. 당초 이달 1일 전격 시행 예정이었던 약가일괄인하는 9일까지 잠정 유보된 상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30일 소송 신청인의 '절차진행에 관한 의견서'를 적극 인용해 '약제 급여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고시' 발령에 대해 '임시 효력정지' 처분을 내린 상태다. 이에 대한 근거는 법적 약자의 긴급한 손해 방지와 사회적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만약 법원이 제약사의 손을 들어 줘 약가인하 행정집행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6개월에서 1년여 간 현재의 보험약가 그대로 제품을 처방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9일 이후부터는 고용량(0.5~0.9ml)/저용량(0.3~0.4ml) 등 용량에 상관없이 보험약가는 일괄 198원으로 묶인다. 현재 고용량 점안제의 보험약가는 371~440원 정도로 형성돼 있고, 저용량은 223원인 것으로 파악된다. 307개 점안제 품목이 약가인하로 피해를 입게 된다. 약가 낙폭은 평균 27.1%로, 최대 50% 가까이 인하돼 매출 급감도 우려된다.이에 앞서 지난달 1일자로 12개 업체 일회용 점안제 68개 품목의 약가가 25.5% 인하된 바 있다. 이 같은 복지부의 약가인하 목적은 건강보험 재정 건정성에 기인한다. 세수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합목적성을 띈 국가정책은 마땅히 따라야 한다.그런데 제3자의 시선에서 본 이번 약가인하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정부와 산업, 양자 간 제도집행 과정·절차 단계에서 이해와 협상이 원활치 않은 게 제일 큰 실수로 지적된다. 공감과 수긍이 가는 정책적 논리도 빈약하다. 미국과 유럽은 1회용 점안제를 의료기기로 분류, 가격을 시장에 맡기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점안제 약가단일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OECD 또는 A7국가의 가중평균에 근거하기 보다는 특정 국가의 정책을 졸속으로 벤치마킹한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업계가 본 점안제 약가인하 촉발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모 제약사는 1회용 점안제 리캡 사용과 관련해 세균감염 등 위생문제를 거론하며 자사 제품 홍보와 여론형성에 힘을 쏟았다. 비슷한 시기 이 회사는 저용량 점안제를 생산하며 약가인하라는 불에 기름을 부었다. 급기야 이 사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의 지적을 받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다, 오늘의 상황까지 왔다는 게 관련 종사자들의 중론이다.아이러니의 끝은 이뿐만이 아니다. 1회용 점안제 약가인하는 '파이의 오류'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말대로 약가를 인하하면 분명 보험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줘야 하는데 오히려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연간 점안제 생산량을 1000만 리터, 개당 가격을 400원으로 가정하면 40억원 외형이다. 가격을 200원 내렸으니 당연히 20억원의 재정 절감효과가 나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통상 소비자들의 1회용 고용량 점안제 개당 사용 횟수는 3~4번 정도다. 이 부분이 바로 2차 함수의 변수 X다. 개당 사용 횟수가 줄었으니 구매량은 늘어 오히려 보험재정을 좀먹을 수 있거나 소비자 재정 부담을 늘릴 수 있는 변수와 경우의 수를 간과한 것이다.제약사가 부담해야 하는 원가손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400원에 제공하던 제품을 200원에 공급함에 따른 매출 감소는 자명하다. 약가인하 충격도 큰 손실이지만 기존 기반 제조설비를 완전히 바꿔야하는 것도 문제다. 점안제 약가인하가 현실화 될 경우 기계시설 교체 비용만 제약사 케파에 따라서 30억에서 120억원 상당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역설적인 약가인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제약사도 정부도 소비자도 누구하나 이득 보는 경우가 아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점도 종결점도 없는 얽힌 실타래를 푸는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띠를 자르는 것이다. 이제 그 칼자루는 온전히 법원의 몫이다.2018-09-04 06:20:35노병철 -
[데스크 시선] 남편·부인의 약국장 행세 이젠 끝내야부산지역 약국 직원의 성추행 '미투'로 촉발된 약사 가족의 전횡이 이슈화되고 있다.약국장의 남편이나 부인이 약국 업무에 참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일반약을 판매하고 심지어 조제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모 약대생은 대학 졸업후 약국에 취업을 했고 일반약 위치, 판매방법, 조제 등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나 약국의 주요 업무를 가르쳐준 사람이 나중에 알고 보니 약사도 아닌 약국장의 남편인 걸 알았다고 한다.전산직원과 같이 근무하는 전남의 A약사는 직원과 부부아니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고 한다.이 약사는 약국에 근무하는 여직원과 남약사는 부부라는 고정관념이 생겼을 정도로 가족들의 약국 경영참여는 뿌리가 깊다고 말했다.여기에 가족이라는 이유로 눈감아준 약사사회의 잘못된 관행도 문제라는 지적이다."약국장 몸이 안 좋아서 일을 도와주는 것이다.", "직원 채용이 잘 안되니 어쩔 수 없다. 직원이 채용되면 그만 할 것이다.", "무거운 박스 나르고 청소업무만 하고 있다." 등은 가족 무자격자 의약품 판매 논란을 겪었던 약국들의 고정 레퍼토리다.약사회 자정사업에서 지적된 전문 카운터들도 일부 임원 약국은 가족들이 약 팔고 조제하고 다 하는데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는 항변도 약사회 자정사업을 담당하는 임원들을 곤혹스럽게 했다.가장 믿을 수 있고 쉽게 일할 수 있는 가족이라도 해도 철저하게 업무영역을 나누고 약은 약사에 의해 취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약사 남편이라는 이유로, 또 부인이라는 이유로 약국장이 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약사사회의 부끄러운 단면이다. 약사들의 철저한 자기 반성과 자정 의지가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2018-08-27 05:39:42강신국 -
[데스크시선] 의약계 영리화 '물꼬' 법안들 우려된다정치권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영리·산업화 법안을 이달 안에 줄줄이 처리하기로 하면서 의약계에 또 다시 의료영리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최근 여야가 이달 처리를 합의한 법안 중 문제의 법안은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이다. 의약계에는 의료영리화 법안으로 인식되면서 보건의료인을 비롯해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그간 극렬한 비판과 반대가 이어진 법안이기도 하다.특히 이번 도마 위에 오른 규제프리존법의 경우 지역특화발전특구규제특별법과 규제프리존특별법, 규제특례 3법을 병합한 것이다. 이 중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발의한 '규제특례 3법'에서 '지역특화발전규제특례법'은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약국 임대업 등 부대사업, 제약·바이오 산업에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가 다분하다.규제프리존법과 서발법은 박근혜정부 시절 '규제 기요틴'이라는 명명 하에 적극 추진됐던 법안들이다. 이들 법안은 의료, 환경, 교육 등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만든 각 규제를 영리 목적으로 풀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 공공성을 침해한다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실제로 서발법안과 규제프리존법안은 영리와 기업의 이익을 앞세우는 경제 단체와 경제 전문가들이 시급히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법들이었고, 경제적 이익의 틀 안에 요양기관 등 보건의료산업이 포함돼 맹렬한 비난과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당시 규제 기요틴 바람과 함께 불거졌던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는 지금에 와서도 의료영리화 정책이 공공의료를 얼마나 위협하는 지 여실히 보여줬다.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 법안은 여당에 의해 적폐청산으로 규정지어져 수그러드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에 여야가 이달 내 우선 처리할 사안에 이 법안들을 포함시키면서 또 다시 논란이 되풀이 될 조짐이다.국민의 건강, 생명과 직결되는 요양기관과 제약산업은 사실상 공공재로서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즉, 보건의료·제약산업 분야의 최종 목표는 특정 산업의 영리적 이익 극대화가 아닌 공공재로서의 가치 창출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따라서 규제프리존법과 서발법을 바라보는 정치권, 여야의 시각은 여기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정부가 보건의료 서비스 발전과 제약산업 발전을 지원·육성하는 것은 해당 기관 또는 기업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이들의 발전, 곧 의료·제약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통해 궁극에는 국민의 건강한 삶, 생명 연장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2018-08-20 06:30:00김정주 -
[데스크시선] 불순물원료, 제네릭 난립과 무슨 관계인가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사태가 한달이 지나도록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7월 초 중국 제지앙화하이로부터 불거졌던 파동이 한달 만에 또 다른 중국 업체의 원료의약품에도 불똥이 튀었다.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기는커녕 '또 어떤 원료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아닌가'하는 불안감마저 확산되는 분위기다.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중 제네릭의 난립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주장이 많이 눈에 띈다. 무차별적인 제네릭의 등장에 따라 미국이나 유럽보다 월등히 많은 100개 이상의 제품이 판매중지를 받았다는 게 그 근거다.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번 발사르탄 사태는 제네릭 난립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 발사르탄 사태의 대책을 논의하려면 먼저 사건의 원인을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문제의 발사르탄 원료에서 검출된 발암가능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은 제약사가 의도적으로 넣은 불순물이 아니다. 우연히 외부로부터 혼입되지도 않았다. 최초에 문제 원료를 공급한 제지앙화하이의 경우 2015년 발사르탄의 제조방법을 변경한 이후 제조과정에서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NDMA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발사르탄 제조과정에서 주요 중간체인 '비페닐테트라졸'을 제조하는데, 비페닐테트라졸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디메틸포름아미드(DMF)라는 용매를 사용해야 하고 테트라졸 형성 이후 아질산을 사용해 급랭시키는 과정에서 NDMA가 생성됐다.NDMA는 발사르탄 원료에서 규격기준이 없는 유해물질이다. 제조업체와 보건당국 누구도 발사르탄의 품질관리 과정에서 NDMA 검출 여부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지금껏 발사르탄 성분의 수많은 의약품이 생산·공급되는 동안 NDMA 검출 원료가 사용된 적이 없다고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식품의약품안전처도 사건 발생 이후 발사르탄 원료에서 NDMA를 검출하는 시험법을 도출했고, 기준치도 새롭게 마련했을 정도다.발사르탄과 유사한 화학구조로 구성된 ARB(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계열 약물 중 로사르탄, 칸데사르탄, 발사르탄, 이르베사르탄 등도 NDMA 생성의 위험에서 100% 자유롭다고 아무도 얘기할 수 없다.이번 발사르탄 파동이 제네릭 난립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 불운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이유다.국내에서 판매중지 조치를 받은 발사르탄 의약품 100여개 모두 식약처로부터 적법한 절차를 거쳐 승인받았다. 식약처가 승인한 원료를 사용했고, 식약처가 합격 판정을 내린 제조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이다. 오리지널 의약품도 같은 승인 절차를 거쳤고, 제네릭 개수가 많든 적든 식약처는 동일한 잣대로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만약 오리지널 의약품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했어도 제네릭 난립이 원인이라고 지목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개수가 적은 분야에서 동일 사건이 나타나도 제네릭 난립에 따른 폐단이라고 지적할 수 있을까. 제네릭 개수를 줄이면 규격기준에도 없는 불순물 모두를 예방할 수 있을까.업계 일각에서는 이참에 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해 제네릭 난립을 막아보자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현재 무제한 위수탁이 가능하지만 한 번의 생동성시험을 통해 허가받는 제품을 제한하면 제네릭 개수가 줄어들고, 발사르탄 사건과 같은 불의의 사고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공동(위탁) 생동 제한' 규제는 국내 제네릭 의약품의 불신으로 한시적으로 시행한 제도다. 지난 2006년 생동성시험 데이터가 무더기로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 307개 품목의 허가가 취소됐다. 이른바 '생동 조작 파문'이다.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제네릭 난립도 생동조작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 생동성시험을 진행할 때 참여 업체 수를 2개로 제한하는 공동생동 제한 규제를 2007년 5월부터 시행했다.당시 공동생동 제한은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똑같은 제품에 대해 임상시험을 별도로 해야한다는 불필요한 규제라는 성토가 업계에 만연했다. 이에 따라 규제개혁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식약처는 2011년 11월 이 규제를 전면 철폐했다.공동생동 관련 규제가 강화될 때 수혜를 받는 쪽은 자체 생산 여력이 있거나, 시장 경쟁이 덜 치열할 때 더 많은 금전적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위제약사들로 추측된다. 과연 이번 불순물 발사르탄 의약품 판매중지를 받는 업체 중 상위제약사가 없었을까.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위수탁을 장려하는 추세다. 특정 업체가 특정 제품을 집중적으로 만들면 품질관리가 잘 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제네릭 난립은 시장 과당경쟁을 야기해 불법 리베이트 유혹을 제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지 제네릭 수가 많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고 단정하면 위험하다. 첫 번째 제네릭이든, 100번째 제네릭이든 동일한 절차를 거쳐 승인받은 똑같은 품질로 인정받은 제품이기 때문이다.진정으로 제네릭 난립을 근절하고 싶으면 근본적인 원인부터 뜯어 고칠 것을 권고한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한정된 시장에 제네릭이 그렇게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윤이 남기 때문이다. 이윤은 원가와 가격과의 차이로 결정된다. 제네릭의 가격은 보험상한가를 의미한다.제네릭 난립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생동 규제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제네릭 약가인하도 같이 요청해야 명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적은 비용으로 정부가 인정할 만한 품질의 제네릭을 배출하는 업체만 제네릭을 내놓을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추면 자연스럽게 난립 문제는 해결된다. 건강보험재정도 절감할 수 있다.혹자는 영세 기업들이 무더기로 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면서 저렴한 중국산 원료를 사용하다 이번 발사르탄 사태를 초래했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 저렴한 중국산 원료도 식약처 인증을 받은 제품이다. 오히려 최소비용으로 정부가 인정하는 품질의 완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효과적인 경영 전략이라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불순물 원료의약품 사건을 특정 집단의 이익 확대를 위한 도구로 이용해서는 안된다. 지금은 조금 더 정교한 과학적인 판단을 통해 향후 유사 사건 재발을 방지하고 국민건강에 도움되는 약물 공급 방안을 고민할 때다.2018-08-13 06:18:02천승현 -
[데스크시선] 한약재 표준감별 국가검정 도입돼야산삼·영지버섯을 주성분으로 한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 과대광고가 해마다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제조사들은 오대산·지리산·태백산 등지에서 채취한 100년근 산삼을 기반해 DNA 구조가 99% 일치하는 '산삼배양근액'이라며 소비자들의 구매욕을 자극하고 있다.산삼배양근의 정확한 원가는 영업비밀로 공개하기 어렵지만 권장소비자가는 15~40만원 선으로 형성된 고가품이다. 천종삼(50년 이상 자란 자연산 산삼) 가격은 정해진 바는 없지만 상태에 따라 7000만원에서 2억원을 호가한다.제조·판매사 말대로 '100년근 천종삼 배양액'이라면 그 만한 가치와 효능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이를 감별할 국가공인 한약재감별사가 없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산삼 유관 협회는 산삼 취급 경력 10~20년 차 민간인들로 구성돼 있다. 일부 산삼감별인의 경우 고서·골동품처럼 대법원에서 특수감정 촉탁인으로 위촉해 공항·항만 등지에서 밀수여부와 관련된 일을 맡기도 한다.산삼감정협회에 따른 천종삼 감별 기준은 ▲뇌두의 수(100년근일 경우 100개 형성/1cm 당 20년) ▲뿌리의 탄력성 우수 ▲약통(몸통=횡추)의 주름이 많을 것 ▲옥주(뿌리돌기)상태가 좋을 것 ▲무게(11g~112g) 등을 고려한다. 산삼 취급 경력 31년차 박형중씨 역시 "천종삼으로 추측만할 뿐 정확한 심령(수령=나이)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평생 100년근 산삼은 2번 밖에 보지 못했다"고 회고할 정도로 접하기도 어렵고, 감정 기준 역시 다양하다.영지버섯도 마찬가지다. 국내 친환경 영지버섯 농가에서 재배되는 물량으로는 완제품 생산량을 따라 잡기 힘들다는 것이 제기동 한약건재상들의 중론이다.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된 영지는 그마저도 베트남 등지로 높은 가격에 수출돼 국내 물동량은 많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익명을 요한 한약재감별사는 중국산과 국내산 영지를 정확하게 가려낼 수 있는 인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영지감별은 어려운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이 같은 이유로 생약제제 전문 제약사들은 국가공인 한약재 감별사 자격시험 도입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시 말해 관능검사(육안으로 판별)가 아닌 과학적이고, 보편타당한 감별시스템이 국가 차원에서 확립돼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는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체계화할 수 있고, 소비자는 안심하고 한약·생약 관련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지금의 한약재감별은 눈으로 상태(크기·빛깔·신선도)를 봐서 A·B·C 등급으로 판별한다. 한약재 고유의 약효나 독성에 대한 표준화는 이뤄져 있지 않다. 1등급 한약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험치와 눈대중이 아닌 실제 유효성분 함량을 살펴야 함이 기본이다.이를 테면 산삼, 인삼, 복령, 영지 등 각 한약재의 유효성분 함량을 표준화해 이를 기반으로 한 감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100가지 다빈도 한약재에 대한 DNA·유효 성분 함량 등을 체크할 수 있는 바이오칩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은 3년·90억 정도로 추산된다.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약산업 발전과 가짜 한약 관련 의약품·건기식에 따른 소비자 피해와 견주어 보면 결코 큰 투자비용은 아니다. 한약재감별사 국가공인 자격과 한약재 표준화 사업의 조속한 도입으로 제조·유통사와 소비자 간 속고 속이는 진실게임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2018-08-06 06:29:33노병철 -
[데스크시선] 한국바이엘, 국내 영업 영욕의 50년독일계 글로벌 빅파마 바이엘이 국내 제약산업에 본격 진출한 시점은 1972년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생산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다. 지금의 씨트리 공장이다. 당시 사명은 바이엘약품으로 초대회장은 지분 51%(초기 지분 2억원대)를 투자한 고(故) 안인혁 회장이다. 이북 출신인 안 회장은 1940년대 해충·농약 도소매업으로 막대한 부를 이룬 인물로 한독약품 초창기 지분투자자로도 널이 알려져 있다. 이후 1990년대 중반 안 회장은 바이엘과 지분을 정리하고, 남양주 공장 인수 후 씨트리에 월 2500만원의 임대료 받고 사실상 본업에서 손을 땐다.씨트리에 남양주 공장을 매각하기 전인 '90년대 중반까지 바이엘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해열제 아스피린, 무좀약 카네스텐, 소화제 탈시드, 유도마취제 에폰톨, 진경제 네비스콘·콤미탈, 당뇨병치료제 리카놀·바이카론, 고혈압치료제 아달라트·벤디곤·바이프레스, 영양제 캄포페론B, 심장 절개 후 접합제 트라시롤, 피부연고제 바이브텐 등 20여개에 달했다. 이후 국내 자체 생산 제품들은 공장 매각 영향으로 수입완제 또는 위수탁으로 대체되는 길을 걸었다.2010년 초반 쉐링 인수에 따라 안성산업단지에 위치한 지금의 CT조영제 울트라비스트 전용 공장도 자연스럽게 바이엘 차지가 됐다. 울트라비스트는 한때 국내 생산실적 8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조영제 시장 리딩 품목으로 군림했다. 지금은 GE헬스케어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쉐링을 인수하기 전, 바이엘도 일부 조영제 품목을 가지고 있었지만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보다는 아그파라는 엑스레이·CT 필름 사업부의 명성이 더 컸다.바이엘에서 평생을 몸담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70년대 당시 국내 진출 조건은 그리 녹녹치 않았다. 박정희 독트린, 즉 경제개발정책에 기인해 외국기업이 국내에서 영업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한국인(개인·법인) 지분 51% 확보와 공장 설립 그리고 기술 전수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혜택 위주의 지금의 외국인투자촉진법과는 사뭇 거리가 멀다. 외국법인의 시각에서는 국가의 개입을 넘은 초월적 계획경제로 강력한 경제부양정책으로 보였을 것이다.이런 악조건 속에서 바이엘은 과연 무엇을 보고 한국 진출을 결정했을까. 바이엘은 큰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그 전략과 전술은 적중했다. 바이엘 초창기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에 파견된 부사장급 지사장은 30년 뒤 국내 공장철수를 거론했다고 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 국내 제약기업 수준이 상당한 역량을 확보할 것이라는 것도 예견했다. 글로벌 기지에서의 대량생산에 따른 원가절감, 품질관리 용이성 측면에서 수입완제와 위수탁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바이엘은 이미 반세기 전에 알면서도 인내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특히 강성 제약노조에 대한 반감은 '7·80년대 당시 독일 지사장들의 스트레스 요인 1위였다고 회고할 정도다.'70~'90년대 바이엘약품 지사장 현황을 보면 초대 클레트 부사장을 시작으로 마출라트·바우어·고레츠키·그레셀·뮬러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6명의 부사장이 컨트롤타워에 있으면서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다. 1985년경 고레츠키 부사장 부임 당시 바이엘은 한 달 간 셧다운됐다. 영업사원 8명이 밀어넣기와 할인·할증으로 물의를 일으켰는데, 회사가 이들을 중부경찰서에 고발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생산직 여직원들은 이에 분개해 회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결론적으로 사측은 영업사원에게 청구한 수억원대 금액을 손실(대손)처리로 계상해 사건을 마무리했다. 1988년 뮬러 부사장 재임시절은 바이엘이 국내에 안착할 수 있게 한 최고의 전성기로 평가 받고 있다.바이엘을 포함한 국내 진출 다국적 제약사가 우리나라 제약산업에 기여한 점은 가내수공업 수준의 제약환경과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것이다. 기초와 초석을 함께 닦은 파트너였고, 선의의 경쟁자이자 기록을 높여주는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국내에 런칭되면서 과학적 판촉·마케팅 기법도 함께 도입됐다. 고용창출과 기술전수도 빼놓을 수 없다. 함께 일하고 부딪히면서 알게 된 글로벌 네트워크도 큰 자산이다. 반면 선민의식과 노조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각본대로 움직이는 프레임 경영은 어두운 면으로 지적된다.1970년대 초창기 바이엘약품 임직원은 200여명, 매출은 100억원 대에 머무는 수준이었다. 47년이 지난 지금의 바이엘코리아는 544명의 구성원이 연매출 3489억원을 창출하는 대형제약사 반열에 올랐다.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괄목할 성장을 이뤄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바이엘이 이제 국내 공장철수(안성 조영제공장)를 결심하고, 이를 단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가 인식했든 못했든 바이엘에서 생산된 의약품을 복용하고 생명을 구한 사례도 많을 것이다. 생명을 다루기에 제약업의 가치는 숭고하고 존엄하다. 그러나 국내 진출 이전부터 이미 짜놓은 '30년 후 공장철수 프로젝트'의 진실은 떠나는 바이엘에 뜨거운 눈물과 박수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다.2018-08-02 06:29:50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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