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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의약품 제도, 예측 가능성이 돈이다

  • 천승현
  • 2018-12-10 06:10:04

보건당국이 내년 6월까지 전성분 표시제의 계도기간을 두기로 결정하면서 제약·유통업계와 약국에서의 혼선이 일단락됐다.

2016년 12월 개정 공포된 약사법을 근거로 시행된 '의약품 전성분 표시'는 의약품의 용기·포장·첨부문서 등에 유효성분 뿐만 아니라 첨가제 등 모든 성분의 기재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의 알권리 보장과 건강권 강화를 위해 도입됐다.

전성분 표시 규정은 개정 약사법 공포 이후 1년이 경과한 지난해 12월3일 시행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12월3일 이전에 생산된 의약품 중 전성분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은 올해 12월2일까지만 유통을 허용키로 했다.

기존 제품의 유통금지 시기가 다가오면서 제약업체 실무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에 공급된 전성분 미표시 제품의 처리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썩었다.

원칙적으로 ‘작년 12월3일 이전 공급 전성분 미표기 제품’에 대한 책임은 유통업체나 약국에 있다. 3일 이후로 전성분이 표기되지 않은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와 약국은 1차 경고, 2차 영업정지 3일 처분을 받는다. 제약사는 제도 시행 전에 공급을 마쳤기 때문에 행정처분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제도 시행이 임박하면서 도매업체나 약국이 처분 위기에 처하자 미표기 제품의 반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거래처 관리 차원에서 제약사들은 반품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 업체들은 전성분을 표기한 라벨을 스티커 형식으로 제작해 반품되는 미표기 제품에 부착, 재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거래처에서는 미표기 제품의 제조기한이 1년 이상 지났다는 이유로 새롭게 생산한 제품으로의 교환을 요구했다. 품질에 문제가 없는 제품의 대량 반품과 폐기에 따른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였다.

결과적으로 식약처가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내년 상반기 동안 약국현장에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결정하면서 잠시 동안의 우려는 해프닝으로 끝나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찜찜한 상황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만약 제도를 시행하면서 기존에 생산한 전성분 미표기 제품의 유통 허용 기간을 1년이 아닌 2년으로 뒀다면 애초부터 혼선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의약품의 사용기한이 2~3년으로 설정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1년의 유예기간은 충분하지 않다는 인식이 제도 시행 당시부터 팽배했다. 안전성과 무관한 규제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컸다.

식약처는 전성분 미표기 제품의 유통금지가 시작된 12월3일 내년 상반기까지의 계도기간 부여를 발표했는데, 이미 수개월 전부터 제약사들의 우려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늦은 조치로 평가된다. 오히려 미표기 제품의 유통금지 시기 도래에 맞춰 발빠르게 반품·교환 조치를 한 업체들은 형평성에 위배된다며 울상을 짓는 처지다.

이미 많은 제약사 실무자들은 도매업체와 약국을 들락날락거리며 미표기 제품의 처리 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식약처가 추가 계도기간 부여 방침을 조금이라도 일찍 결정했다면 소모적인 갈등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불만이 나온다.

식약처가 현장에서의 불만과 우려 목소리에 유연한 행정을 펼치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제도 도입과 시행 과정에서 드러날 부작용을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유통현장에서의 혼선은 잦아들었지만 식약처는 애초에 정한 원칙을 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식약처가 계도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하는 동안 많은 실무자들은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했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땐 파생될 부작용에 대한 정교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고 원칙은 바뀌면 안된다.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제도의 명분도 훼손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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