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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CEO 천태만상...대인배와 소인배

  • 노병철
  • 2018-12-20 12:22:00

세상을 살다보면 다양한 지위와 성격의 소유자를 접하게 된다.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알게 모르게' '좋든 싫든' 서로 면접을 본다. 여기에서 면접은 입사를 위함이 아닌 평가 그 자체를 뜻한다.

흔히 '그분은 국(局)이 참 넓은 분이야!' '그 사람, 국(局)이 형편없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국이란, 풍수도참 용어로 명당에 흐르는 물과 그 주위의 형세가 합해져 이룬 자리 즉 풍수지리의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을 말한다.

명당은 혈(穴)을 기준점으로 조산의 산세가 웅장하고, 청룡·백호의 균형과 안산의 평온을 그 조건으로 한다. 하지만 형세를 잘 갖췄다 해서 모두가 명당은 아니다. 혈자리에 좋은 기맥이 흘러야 한다. 이 기혈은 육안 감별이 불가능한 특징이 있다. 오직 신안(神眼) 또는 도안(道眼)을 가진 덕망있는 대풍수와 인연있는 주인이 나타나야만 비로소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외모가 준수한지' '마음가짐이 성실한지' 등등. 여기서 주목할 점은 눈으로 보이는 외모는 풍수에서의 사방신(현무·주작·청룡·백호)에 해당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말과 견주어 설명하면 이해가 빠를까. 다만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그 사람이 가진 마음의 자세와 성품이다. 풍수에서 말하는 정혈과 같다. 영화배우 같은 외모와 범접할 수 없는 학력을 가졌어도 성격 파탄자라면 배우자나 친구로 인연을 맺거나 기업 입장에서 직원으로 채용하기 곤란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정혈이 아닌 곳은 패가망신의 자리요, 사람을 잘못 사귀거나 엉뚱한 지원자를 채용해도 낭패를 본다.

직업 특성상 제약기업 최고경영자와 접할 기회가 많다. 미(美)의 기준은 주관적이지만 흔히 장동건과 배용준을 능가하는 외모를 가진 훈남 CEO도 적지 않은 반면 작은 키에 배불뚝이 대머리 아재 스타일 또는 사천왕처럼 무섭게 생긴 오너도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부분은 외모와 인격을 겸비한 CEO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국내 굴지의 A제약사 오너와 관련된 일화다. 이 제약사에서 10년 넘게 요직에서 근무한 모 부장이 개인사유로 퇴사했다. 얼마 후 비서실장이 사직한 부장의 자택 인근 커피숍으로 찾아와 회장님의 작은 마음이라며 촌지를 건넸다. 봉투 안에는 3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회장과 부장의 역학관계는 알 수 없지만 그야말로 '통큰 촌지'가 아닐 수 없다. 현상론만 놓고 보면 A사 회장은 국이 큰 인물이다. 명예퇴직 시, 3개월분 급여를 '주네, 안 주네' 실랑이를 벌이는 일련의 사건과 비교하면 말이다.

B바이오기업 회장은 살신성인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한 달이면 2~3번을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지로 출장이 갖다. 눈여겨 볼 점은 상당한 재력가임에도 불구, 본인은 이코노미 좌석을 고집한다. 반면 직원들을 위한 근무 환경과 복지 혜택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몇몇 바이오제약사 오너들은 특례상장 후 줄곧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해도 초호화 펜트하우스, 최고급 승용차, 퍼스트클래스를 즐기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사례와는 차원이 다른 경영철학을 실천하고 있다.

300억 외형의 C제약사 대표와 점심을 함께할 때의 일이다. 문득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지금 바로 자신의 차를 세차하고, 기름을 가득 채우라'는 지시를 하고 뚝 끊어 버리는 것 아닌가. '전속운전기사와 통화 했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총무팀장과 통화했다'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 왔다. 그날 이 회사의 총무팀장은 점심을 거르지 않았을까.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D제약사 사장은 탤런트 외모에 걸맞지 않은 경박자에 가깝다. 공적인 저녁 만찬에서 술에 취해 "우리 집 사람은 내 돈 보고 결혼했다" "조금 있다가 내 순서인데, 나는 축사같은 거 싫어하니까 20분 있다가 다시 들어 와야 겠다"라는 등 이른바 '할 말' '안 할 말' 도를 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야말로 인물이 아깝다.

면접 평가는 면접관 고유의 권한이다. 내가 면접관을 평가함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국(局)도 마찬가지다. 간혹 지관들 사이에서도 무맥지를 명당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대명당은 자체 발광한다. 사람이 스스로 모여 들고, 그 그늘 아래서 살아가기 마련이다. 이 시대 서울이라는 메트로폴리스가 그러하지 않은가. 기업 최고경영자가 갖춰야 할 덕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람의 국을 키우는 것은 곧 혜량을 넓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가장 빠른 길은 부단한 독서와 훌륭한 보좌진을 옆에 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신의 국을 반추하고 헤아려 전인격적 세계관을 가진 CEO로 거듭나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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