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독사가 인류에게 준 선물
- 데일리팜
- 2013-08-29 06:3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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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용해재미한인제약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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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펩타이드가 경구제가 아닌 주사제라는 것이 문제였다. 분자량이 커서 위장관에서 흡수가 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곧 미겔은 구조를 조금씩 바꾸어 위장관에서 흡수가 될 수 있는 펩타이드를 찾아 나섰으나 성과가 없었다. 일단 분자량이 작아야 할 것 같았으나 그가 만든 저분자 물질들은 모두 활성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스퀴브사는 주사제로는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임상시험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후속 약물의 개발까지 포기하기에 이른다. 미겔은 실망했다.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었을 뿐이지 연구의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곧 미겔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항생제 개발 연구를 이끄는 일이었다. 펩타이드 분야에서 꽤 명성을 얻은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조치였다. 회사를 떠날까도 고민했다. 그렇지만 항생제 연구도 험난하지만 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기에 그냥 회사에 남기로 했다.
항생제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미겔의 머릿속에는 ACE 저해제에 대한 생각이 머물러 있었다. 이미 스퀴브사가 보유하고 있던 2000 여개의 화합물을 모두 테스트해 보았으나 약효가 있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1년쯤후 그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데이브 쿠시먼(Dave Cushman)이 건네는 논문을 받아 들었다. 데이브는 미겔이 합성하는 펩타이드마다 그 활성을 평가해주던 파트너였다. 그 논문에서는 carboxypeptidase라는 효소의 저해제로 benzyl succinate를 언급하고 있었다. 데이브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ACE효소 역시 carboxypeptidase 효소처럼 그 중심에는 아연 금속이 박혀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겔은 그 견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ACE 효소를 저해하기 위해서는 아연 금속에 제대로 결합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지금까지 매달렸던 전략을 바꾸었다. 우선 논문에 나온carboxypeptidase 저해제를 구해서 ACE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지 평가해 보기로 했다. 물론 회사의 지휘라인과는 상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지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호기심을 실현해 보고자 하는 열망이 다시 불타 올랐다. 다행히도 각 연구원들에게 다소의 융통성이 부여되었기에 그런 결심이 가능하였다.

Captopril의 탄생은 신약개발의 역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renin-angiotensin 계를 차단하면 혈압을 정상혈압으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한 사례이다. 이뇨제 외에는 변변한 치료제가 없어서 고생하던 당시의 고혈압 환자들에게 새로운 해결책을 안겨 준 셈이다. 요즘 고혈압 치료제의 대세가 된 sartan 시리즈가 탄생한 것도 captopril의 성공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 captopril은 분자 구조와 약효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여 신약개발을 이룬 최초의 사례이다. 논리적인 접근으로 약물 분자를 이루는 각 치환기의 역할을 이해한 후 최적의 약효를 갖는 분자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이제 분자구조-약효 상관관계를 살피는 일은 오늘날의 신약개발 현장에선 보편적인 접근법이 되었다. 끝으로, best in class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즉, captopril은 피부발진과 쇳가루 맛이 나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는데 분자내에 티올 그룹을 함유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티올 그룹을 함유하지 않은 enalapril이 Merck사에 의해 탄생하였고 captopril보다 상업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First in class 로 탄생한 신약이라도 약점이 노출되면 언제든 best in class 전략으로 개발된 약에 의해 주도권을 뺏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겔이 연구자로서의 과학적 호기심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captopril을 발견해 낸 것은 한국의 신약연구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가 창의력과 집중된 노력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는 연구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의 제약기업들의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연구원 규모에 비해 과제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방대한 과제들을 운영하다 보면 소속 연구원들은 목전에 있는 업무에만 급급하게 되어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렵고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줄어든다. 경쟁력 있는 과제에만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연구원들이 전문성을 더 쌓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면 좋겠다. 또한,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연구 아이디어를 내고 존중받으며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한다. 이런 시도를 하다보면 first in class이든 best in class이든 혁신신약이 나올 수 있는 연구환경이 더 빨리 만들어지지 않을까? 브라질 독사의 독이 인류에게 큰 선물이 된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자발적인 연구,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유연한 연구문화에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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