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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새 블루오션일까?

  • 데일리팜
  • 2013-04-10 12:24:53
  • 한용해 회장(재미한인제약인협회)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성분이지만, LDL콜레스테롤과 같은 이른바 나쁜 콜레스테롤이 문제다. 이 물질은 간세포 표면에 있는 LDL 수용체와 결합하여 간세포내로 들어간 후 가수분해를 받으면서 제거되거나 일부는 HDL콜레스테롤과 같은 좋은 콜레스테롤로 전환된다. 만약 어떤 요인으로 이 수용체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하여 LDL 콜레스테롤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 하면 혈액중에 그 콜레스테롤이 고농도로 축적하게 된다. 드물지만 유전적으로 혈액중에 LDL 콜레스테롤이 높아져 있는 환자들이 있다(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familial hypercholesterolemia). 이 질환은 백만 명중 한명 꼴로 발견되는 희귀질환으로써 환자들은 보통 30세 이전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되는 가혹한 질환이다.

그런데 최근 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는 희소식이 나왔다. 미국 FDA가 지난 12월말 Juxtapid (Aegerion사)를, 1월말 Kynamro (Sanofi사)를 이들 환자들을 위한 콜레스테롤 강하제 신약으로 승인하였기 때문이다. 두 약 모두 간에서 VLDL (LDL의 전구체) 콜레스테롤 생성을 줄여서 간접적으로 혈중 LDL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한 달 간격으로 탄생한 두 신약을 두고 이제 환자들은 선택권을 가지고 자신의 증상을 컨트롤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같이 희귀질환용 치료제가 요즘 신약개발 현장에서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경우 환자수가 20만명 이하, 일본은 5만명 이하, 한국은 2만명이하일 때 희귀질환으로 본다. 이에 반해 유럽은 인구 만명당 환자수가 5명 이하로 발생할 때를 희귀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전체 인구 대비 유병률은 한국과 일본은 약 0.04%, 유럽은 0.05%, 미국은 0.075%에 해당한다. 이러한 희귀질환은 환자수가 적은 탓에 관련된 정보가 미약하고 이들 질환에 대한 연구나 관심이 매우 적은 편이다. 이렇다 보니 적절한 치료법이 개발되어 있지 못 하고 이들 질환을 다루는 의사 및 연구진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질병은 대략 7000 개 정도라고 한다. 그중에서 6000 개 정도의 질병이 희귀질환에 속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유전자의 단순한 변이 때문에 일어난다. 이렇게 다양한 희귀질환이 있지만 그나마 치료제가 나와있는 질환은 겨우 200 개 정도에 그치고 있으며 지금까지 나온 치료제 개수도 모두 400 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유전학이 발전함으로써 희귀질환에 대한 연구가 최근 들어 많이 활성화되었지만 아직도 정복해야 할 희귀질환이 많다는 뜻이 된다.

"미국 희귀질환 치료제 비용 연간 900조원"

이제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의 크기를 한번 따져보자. 현재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미국에서만 대략 3000 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 인구의 약 10%에 육박할 정도로 많은 숫자다. 유럽에서는 인구의 약 6~8%를 희귀질환 환자로 집계한다. 각 환자 1인당 1년 약값 지출액이 대략 3000 만원으로 잡으면 (실제론 이보다 액수가 훨씬 많은 약들이 부지기수임.) 전체 환자들이 지출하게 되는 치료제 비용은 미국에서만 1년간 900 조원에 이른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전체 의약품 시장 규모인 약 900조원과 비슷한 규모이다. 그러나 최근에 출시되는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특히 고가인데다가, 미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규모를 확장하면 실제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은 어마어마한 크기가 될 것 같다. 오늘날 형성되어 있는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가 전체 의약품 시장규모의 약 10% 정도인 90조원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그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본다.

그 동안 거대제약기업들은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별로 눈길을 주지 않았었다. 환자군이 작아서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지금까지 빅파마들이 당뇨, 암, 고혈압, 고지혈증, 감염 질환 같이 빈발질환에 주력하는 동안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중소규모 제약사들의 몫이 되었다. 어찌보면 경쟁을 피하기 위한 틈새시장 전략이었던 셈이다. 그런 전략을 채택한 덕분에 이들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심한 경쟁을 치르지 않고 속속 시장에 진입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리툭산 (Genentech사), 레브리미드 (Celgene사), 루센티스(Genentech사), 뉴트로핀(Genentech사),뉴포젠 (Amgen사), 코팍손 (Teva사), 트라클리어 (Actelion사), 벨케이드 (Millennium) 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흐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4~5년전부터는 빅파마들도 드디어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을 주목하기 시작하였다. 일반 치료제 시장에서 경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고, 힘들여 개발했던 신약에 대해 제네릭이 등장함으로써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라 새로운 수익 모델을 희귀질환 치료제에서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Pfizer사, GSK사, Norvatis사 등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고 Sanofi사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선구적인 회사였던 Genzyme사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움직임은 다른 빅파마들에게도 곧 파급될 것으로 보인다.

눈길 안주던 빅파마들 희귀질환 시장에 주목

이제, 희귀질환 치료제 시장에 빅파마까지 뛰어들 정도로 이 분야에서 연구 개발이 더욱 활발해 지고 있다. 실제로 FDA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200여개의 약이 희귀질환치료제로서 임상개발을 시작하고 있으며 최근 승인되고 있는 혁신 신약의 3분의 1정도가 희귀질환 치료제로 분류될 정도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희귀질환 치료제들이 새삼 주목을 끄는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잠재적인 시장이 크다는 점외에도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드는 소요 경비에 대해 세금 감면 혜택이 있고 NIH와 같은 정부 기관들로부터 연구비를 보조받아 신약 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데다가 신약 승인을 신청할 경우에 내야하는 접수비 (약 20억원)를 면제해 주기도 한다. 일단 신약으로서 승인을 받으면 특허 만료와 관계없이 일반약의 경우 판매 독점권을 5년간 보장해 주는 것에 비해 희귀질환치료제는 7년간을 보장해 준다 (유럽 및 일본은 각각 10년 보장). 이러한 혜택외에 희귀질환 치료제는 임상 실험 및 FDA 심사과정에서 시간이 단축되고 성공률면에서도 유리한 점이 발견된다. 최근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희귀질환 치료제들의 임상실험 기간은 평균 51개월로서 일반 치료제의 69개월에 비해 더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질환 치료제의 임상 실험이 특수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좀 더 간소화된 실험 결과만으로도 승인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시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신약 심사기간을 비교해 보면 일반 신약이 평균 17개월인 것에 비해 희귀질환용 신약은 평균 9개월 정도로 짧아졌다(그 이유는 뒤에서 언급함). 임상실험을 시작한 신약 후보물질이 최종적으로 승인받는 비율을 보면 일반 신약이 평균 16%인 것에 비해 희귀질환용 신약은 약 22%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가 갖는 또 하나 매력은 부가가치가 높을 수 있다는 점이다. 희귀질환의 일종인 용혈성요독증후군 (atypical hemolytic uremic syndrome)에 쓰는Soliris (Alexion사)은 1년 약값이 4억5000만원이나 되어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의약품중에서 약값이 가장 비싸다. 또 다른 희귀질환인 단장(短腸)증후군 (short bowel syndrome)에 사용하는 Gattex (NPS사)의 1년 약값은 3억3000만원에 이른다. 위에서 언급한 Kalydeco (Vertex사) 역시 1년 약값이 3억원을 넘어선다. 물론, 환자수가 적은 그룹을 대상으로 연구개발비를 회수하려다 보니 고가의 약값이 책정될수밖에 없겠지만, 아무리 보험 혜택을 받는다고 해도 환자에게 가혹한 부담이 되는 등 사회적 비용을 많이 발생시키고 있어 윤리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약가 환경은 역설적으로 개발사에게 충분한 수익을 보장해 주는 안전판이 되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많은 희귀질환 치료제들은 1년에 1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희귀질환 치료제 연간 1조 이상 매출 올려

그렇지만,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는 리스크 또한 크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선, 희귀질환에 대해 과학적인 지식을 충분히 갖춘 상태에서 개발에 나서야 한다. 일반질환과 달리 대부분의 희귀질환은 그 질병기전, 발병과정, 질병모델에 대한 지식이 제대로 알려지거나 확립되지 않은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희귀질환 치료제로 임상실험을 시작하려면 FDA 등의 기관으로부터 일반 신약과 달리 희귀질환용 신약(orphan drug)으로 지정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목표로 하는 질환이 희귀질환임을 FDA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1983년부터 2010년까지의 통계를 보면 신청건수의 30%만이 희귀질환으로 지정을 받은 바 있다. 막상 임상실험이 시작된 후에는 적절한 임상실험 대상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특히, 희귀성이 매우 심한 경우 환자 확보자체가 어려워져 그 만큼 시간이 지체되다 보면 경쟁력을 잃을 수가 있는 것이다. 일단 환자를 확보했다 하더라도 여러 곳에서 작은 규모로 임상 실험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까닭에 효율적으로 모니터링 하지 않으면 수준 높은 실험결과를 얻기가 어려워진다.

그뿐만 아니라, 임상실험 결과를 토대로 FDA에서 심사받는 단계도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 위에서 희귀질환 치료제는 심사기간이 단축된다고 언급했으나 실상은 심사기간 자체가 짧은 것이 아니라 (명문화 된 규정이 없음) 희귀질환용 신약들이 일반심사과정 (standard review, 12개월 소요)보다는 우선심사과정 (priority review, 6개월소요)으로 지정받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허가받은 70건의 사례를 분석해 보면 일반 신약은 전체의 30% 정도가 우선심사를 받았던 반면에 희귀질환용 신약은 63%가 우선심사로 지정된 바 있다. 따라서, 우선심사로 지정받기 위해 FDA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 자료를 내놓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설령 희귀질환 치료제 신약으로 승인을 받았다 해도 모두가 큰 수익을 가져다 줄 정도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개의 신약들은 오히려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더 많은 신약들이 손익분기점에 이르지 못 하거나 발매도 못 하고 사장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매력과 위험요소 공존…한국 제약회사도 도전해 볼만

지금까지 언급한 것처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은 많은 매력을 갖고 있지만 위험 요소도 동시에 안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선진국의 많은 중소 제약사들이 달려들고 있음을 볼 때 필자는 한국의 제약기업들도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blockbuster 신약개발이 어려운 국내의 환경에서 희귀질환치료제와 같은 nichebuster 전략에도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로 몇 개의 국내 제약사들이 최근 들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헌터증후군 치료제(녹십자),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 치료제 (녹십자), 크론병성 누공치료용 줄기세포 치료제(안트로젠), 고셔병 치료제(이수앱지스) 등이 식약청으로 부터 승인을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아직은 이들 약물이 모두 국내시장을 목표로 개발된 것이긴 하지만 좀 더 경험을 축적하여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임상실험을 보완하면 얼마든지 글로벌 희귀질환 치료제로 올라서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 주 순천에서는 대한약학회 춘계학술대회 기간중 신약개발에 관한 기획 심포지엄이 열린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그 주제를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로 잡고 필자가 속한 재미한인제약인협회(KASBP) 소속의 신약 연구자들과 FDA에 소속된 심사관들이 대거 나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현황과 심사과정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흔히 등장하는 여러 이슈들을 제기하고 그 해결방안에 대해 토론을 유도할 예정이다. 모쪼록 이 심포지엄이 성황리에 진행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제약업계에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새로운 안목이 형성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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