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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터디

연구자를 위한 변명-신약개발이 어려워진 이유

  • 데일리팜
  • 2013-06-24 06:30:04
  • 한용해재미한인제약인협회장

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활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신약개발은 여전히 이루기 힘든 과제다. 과거에 비해 시간과 돈은 더욱 많이 소요되고 있으나 승인되어 나오는 신약의 개수는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신약개발을 위한 환경은 어려워지고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으며 생산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 만큼 신약개발에 임하는 각 기업들이 떠안게 되는 부담이 더욱 커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각 신약연구 현장에서 연구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최근 10여년간 FDA가 허가한 신약의 개수를 보면, 1996년 부터 2004년까지 매년 평균 36개의 신약이 승인되었다. 그후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액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부터 2010년까지는 연 평균22개로 급감했다. 최근 들어 2011년과 2012년에는 신약 승인건수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이나 장기적으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이처럼 과거에 비해 신약개발은 부쩍 어려워진 느낌이다. 이런 상황은 왜 만들어진 걸까?

우선, 신약이 될만한 것들은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좋은 신약들이 많이 나왔다. 그 동안 축적되었던 기초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질병 메카니즘에대한 이해가 증진되면서 질병을 좌우하는 단백질에 작용하는 새로운 약을 찾아낼 수 있었던 덕분이다. 또한, 이 시기는 high-throughput technology가 신약개발에 도입되어 연구 개발의 생산성을 증대시킨 때이기도 하다. 따라서 비교적 손쉽게 발견하거나 합성하기가 쉬웠던 약들이 개발과정에서 약효와 안전성 평가를 거쳐 이 시기에 무수히 시장에 나왔다. 순환계질환, 대사성질환, 관절염, 통증, 소화기질환, 감염성질환 등에 작용하는 약물들이 그 예에 속한다. 이런 결과로 이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꼭꼭 숨어있는 약들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약 발견이 어려워진 것이다.

이제, 많은 제약사들이 질병 메카니즘이 더욱 복잡한 질병에 매달려 신약 개발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신약개발의 실패율이 높아진 것도 요인이다. 대표적인 예로서 치매 (Alzheimer’s disease) 치료제를 들 수 있다. 치매가 의학적으로 처음 보고된 지 100 년 이상이 되었지만 아직껏 치매의 원인에 대해선 정설이 없는 실정이다. 현상적으로는 치매 환자의 뇌속에 베타아밀로이드 (β-amyloid)가 축적되는 것이 관측되고 있지만 이것이 치매의 원인인지 아니면 증상으로 나타난 결과인지 분명히 해명되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타우단백질(Tau protein)이 새로운 타겟으로 주목받지만 그 유효성은 연구들이 더 진행되어야만 알 수 있다. 현재 100 개가 넘는 치매용 신약후보물질들이 임상실험을 치르고 있지만 현재까지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약들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대부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Genomics와 proteomics의 발전으로 새로운 타겟 단백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의 경우 그 타겟 단백질과 질병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 바람에 질병과의 관련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타겟을 정해놓고 제약사들이 개발에 나섰다가 결국 임상실험 단계에서 좌초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신약후보들이 임상2상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20% 미만에 그치고 있는데 그 실패 사례의 절반 정도가 충분한 약효가 입증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또한, 임상3상에서 실패하는 사례들을 보면 그 3분의 2정도가 불충분한 약효 때문이었다. 이처럼, 특정 질병에 대해 새로운 타겟의 발견이 예전에 비해 쉬워졌다고는 하지만 그에 반해 이들 타겟들이 질병의 상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타겟이 아닐 가능성도 많은 것이다. 그만큼 제약사들로서는 리스크를 많이 떠안고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모순적으로 들리겠지만, 신약후보물질의 스크리닝의 속도가 빨라진 것도 신약개발의 전체 속도를 더디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특정 타겟에 대한 assay 기술이 발전되고 그 스크리닝 속도가 빨라져 (high throughput screening) 각 제약사는 신약후보물질을 손쉽게 많이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스크리닝 단계에서 단서가 될만한 후보물질이 나오면 이들 물질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최적화된 신물질을 찾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는 동물실험을 비롯한 여러 테스트를 거쳐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따라서 고속 스크리닝 단계에서 여러 개의 물질이 후보약으로 추려지면 결과적으로 여러 사냥감을 한꺼번에 쫓아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제약사로서는 각 사냥감에 대해 일일이 연구를 집중하면서 평가를 해야 하는 신약후보물질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전체적인 진도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는 연구개발의 필수요건 중의 하나인 집중된 연구환경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기도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노력을 통해 더욱 좋은 신약후보물질을 발견할 가능성 또한 높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환자 기대수준 높아지고 약물 안전성도 한층 강화

환자들이 신약에 대해 그 기대수준이 더욱 높아진 것도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증가시키고 있다. 많은 환자들에서 처음에는 약이 듣다가도 차츰 안 듣게 되어 다른 약을 복용하고, 또 다시 다른 것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발견되는데 이런 고질적인 환자(refractory patients)들은 어느 질병이든30-40%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치료하기 까다로운 환자를 대상으로 약을 개발해야 할 경우, 반드시 새로운 메카니즘을 지닌 약물을 개발해야 하고 아울러 환자가 복수의 약을 먹는 경우를 감안하여 약물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하는 부분도 생기게 되므로 그 만큼 리스크가 높아지게 된다. 또한, 환자들은 약효가 있는 것은 물론이요 약의 복용법이 편리해 지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예를 들어, 1일 다회 복용에서 1일 1회 복용하는 약, 매일 사용하는 약에서 주 1회 사용하는 약, 주사제보다는 경구로 복용하는 약, 비슷한 치료효과라도 부작용이 더욱 경감된 약 등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처음 개발에 성공한 신약 (first-in-class 신약)들이 근본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 (best-in-class 신약) 할 수 있도록 신약개발과정중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신약으로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발사들을 압박하는 또 다른 요인이 되는 것이다.

허가당국이 약의 안전성에 대해 더욱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신약개발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FDA등 허가당국은 신약이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나타낼 경우 환자들의 안전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관점에서 심사를 하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2004년에 진통제 Vioxx를 복용한 환자들에서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Merck사가 자진해서 판매를 중단한 것을 계기로 FDA는 신약의 심혈관계 부작용에 가능성에 대해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 사용하던 Novartis의 Zelnorm에 대해 심장발작과 심장마비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지자 FDA는 판매금지를 권고한 바 있다. 그후 2007년에는 GSK의 당뇨병 치료제 Avandia 역시 심장마비의 위험성이 대두되자 (최근, 그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던 것으로 판명났음.) FDA는 이후 개발되는 당뇨약중에 심장에 대한 위험신호가 보이는 신약에 대해 수천 명 이상의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시험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규정을 신설하였다. 이런 대규모의 임상실험은 한국의 제약기업들에겐 감당하기 벅찬 요구조건이 된다. 이같은 예에서 보듯, FDA는 공공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부작용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중시하고 있어서 상황에 따라 신약개발의 진도가 정체될 수 있다.

더욱 강화된 안전성 문제와 더불어, 보다 확실한 약효(Efficacy) 역시 요구된다. 유럽의 허가기관인 EMA는 새로운 약에 대해 기존의 치료제와 비교하여 우월한 약효를 보일 때에만 허가를 해 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발중인 약물이 기존 치료제에 비해 우위를 보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개발사로서는 위험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FDA는 부작용 대비 약효가 뚜렷하지 않으면 허가를 보류하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 등 남용의 우려가 있는 약이나 당뇨병 약처럼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약들의 예에서 보듯, 심혈관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상쇄할 수 있는 우월한 약효를 지니지 않으면 신약 승인을 받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또한, 최근들어 희귀질환 치료용 신약이 전체 신약의 3분의 1이나 차지할 정도로 많이 승인되고 있는데 이 현상도 따지고 보면 이들 약물들이 특정 환자군에 대하여 보다 뚜렷한 약효를 보여주기에 유리한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약효에 대해 보다 명백한 자료를 요구하는 최근의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제약사로서는 더욱 완벽한 신약 발굴에 집중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이다.

일단 신약으로 승인받았다고 하더라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의 통계를 보면 승인받은 신약 10 개중에서 단 2 개만이 개발경비를 넘어설 정도의 수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역곡절 끝에 승인을 받아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상업적인 성공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의 또 다른 통계에 의하면, 신약이 승인을 받은 후 후발약이 시장에 등장하기까지에는 평균 1.2년 밖에 안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발약과 후발약 사이의 경쟁이 치열해져서 first-in-class이든 best-in-class신약이든 예전처럼 블럭버스터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상으로, 과거에 비해 신약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을 살펴보았다. 오늘날 각 신약연구자들이 맞닥뜨리고 있는 객관적인 환경은 신약개발의 중흥기였던 90년대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다. 이는 한국내의 신약연구자들에게도 적용되는 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글로벌 공룡 제약기업들이 주도하는 신약개발의 다툼 현장에서 한국 제약기업들이 이뤄내는 신약개발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제한된 연구인력과 연구비로 만들어낸 신약후보들을 가지고 글로벌 기업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라이센싱 대화를 진행하는 기업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직접 겨냥해 미국시장에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국내 신약도 1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제약업계가 온갖 어려움속에서도 이뤄내고 있는 성과가 속속 가시화 되고 있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요 많은 의약 관계자들조차 한국 제약업계의 신약개발 노력이나 잠재력을 과소평가하는 모습을 종종 발견하게 된다. 부디 이 글이 한국의 제약사들이 겪고 있는 신약개발의 어려운 현실과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이해하는 데에 다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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