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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규제 취지와 제약현장 사이의 간극[데일리팜=황병우 기자]제약공장 살균제 이슈를 취재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규제의 필요성과 현장 적용 사이의 거리였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화학물질과 살생물제품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기는 어렵다. 위해 가능성이 있는 물질을 사전에 관리하고, 사용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제도 취지는 필요하다. 다만 제도가 옳은 방향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현장에서 곧바로 매끄럽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의약품 제조현장처럼 이미 강한 품질관리 체계가 작동하는 공간에서는 작은 기준 변화도 여러 절차와 검증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겉으로 보면 단순하다. 살생물제품 관리 제도가 시행됐고, 제약공장도 기준에 맞는 소독제와 살균제를 쓰면 된다. 하지만 의약품 제조현장에서는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도 단순한 구매 품목 변경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번 사안은 백신 제품 자체의 성분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다. 살생물제가 백신 원액에 들어가거나 완제품에 섞이는 문제가 아니다. 쟁점은 제약공장의 작업실, 클린룸, 청정구역 등 제조환경을 소독하는 제품이다. 제약공장에서는 작업실과 클린룸의 무균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쓰는 소독제가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안에서 관리된다. 특히 백신과 주사제처럼 무균 관리가 중요한 품목에서는 제조환경 자체가 품질관리의 일부다. 소독제 하나도 사용 구역, 사용 방법, 사용량, 교체 주기, 품질문서 안에서 관리된다. 새 제품으로 바꾸려면 기존 제품과 같은 살균 효과를 내는지 확인해야 하고, 설비나 자재에 부식성·반응성 문제가 없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필요하면 청소·소독 절차, 환경모니터링 기준, 작업표준서까지 손봐야 한다. 제도상 승인된 제품이라고 해서 곧바로 GMP 제조현장에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환경 안전성 기준을 통과한 제품과 제약공장의 무균환경 유지에 적합한 제품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 부처별 관리체계의 빈틈이 드러난다. 인체에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식약처가 관리하지만, 제조환경에서 쓰는 살균제는 환경부 규제와 맞물린다. 역할 구분은 타당해 보이지만, 의약품 제조소라는 공간에서는 두 영역이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환경부 입장에서는 사업장 내 살생물제품일 수 있지만, 식약처 관점에서는 의약품 제조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GMP 관리 요소다. 같은 제품을 두고 규제의 시선이 달라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안전규제를 느슨하게 하자는 뜻은 아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교훈은 분명하다. 문제는 안전을 위한 규제가 또 다른 공급 리스크를 만들지 않도록 현장 적용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감백신처럼 특정 시기에 공급돼야 하는 품목은 작은 변경도 부담이 된다. 소독제 교체와 검증에 시간이 걸리면 생산·출하 일정 관리에도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책임 공방이 아니다. 정부는 제도 취지를 지키면서도 제약 제조현장의 GMP 특수성을 반영한 적용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유예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사용 제품을 점검하고 제도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규제는 촘촘해지고 있지만, 부처 간 경계에 걸친 현장은 종종 사각지대에 놓인다. 제약공장의 소독제 이슈는 그 단면이다. 소독제 하나를 바꾸는 일이 왜 수개월의 검증과 문서 개정으로 이어지는지, 제도도 이제는 그 현장의 무게를 봐야 한다.2026-07-22 06:00:40황병우 기자 -
[특별기고] 약국 시장, 외부 자본을 막는 3개의 빗장지난 2편에서 우리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그리고 소유가 아닌 지배를 겨냥한 자본 종속의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들여다봤다. 계약서 곳곳에 심긴 통제 장치와 달콤한 제안 뒤에 숨은 낚싯바늘을 확인한 이상, 이제 남은 질문은 하나다. 이 구조적 유혹을 어떻게 끊어 낼 것인가. 다행히 약국을 진입로 삼아 우회하려는 자본을 막기 위한 법과 제도는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에 걸쳐 하나씩 세워지고 있다. 약국의 문턱에서 걸러 내고, 안으로 들어온 뒤에는 실권을 쥔 손을 추적하며, 소비자를 향한 광고까지 규율하는 구조다. 이번 편에서는 약국을 자본의 지배로부터 지켜 낼 세 개의 빗장을 차례로 짚어 보고자 한다. 개설·운영의 빗장…약사의 이름 뒤 숨은 자본까지 추적한다 자본이 노리는 첫 관문은 언제나 약국의 개설 단계다. 이 문턱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빗장은 약사법이 못 박아 둔 하나의 원칙이다. 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는 ‘1인 1약국’ 원칙이다. 약국은 약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그것도 단 하나만 개설할 수 있다. 단순해 보이는 이 규정이야말로 면허 없는 자본이 여러 약국을 체인처럼 거느리며 지배하려는 시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첫 번째 장벽이다. 약국의 문을 여는 열쇠를 오직 약사 개인의 손에만 쥐여 줌으로써 자본이 약국의 주인 자리에 앉는 길을 처음부터 봉쇄한 것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이 원칙은 주로 서류상 ‘개설 명의’를 중심으로 작동했다. 개설등록증에 약사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더라도, 그 이름 뒤에서 자금과 인력, 매입과 수익의 귀속을 좌우하는 손이 따로 있다면 약국의 실질적인 주인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이른바 ‘네트워크약국 금지법’은 바로 이 빈틈을 겨냥했다. 약사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도록 명문화함으로써, 하나의 자본이나 이해관계인이 여러 약국을 사실상 거느리는 편법의 고리를 끊어 낸 것이다. 오래된 ‘1인 1약국’ 원칙 위에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는 자물쇠를 하나 더 채운 셈이다. 하지만 개설의 문턱만 잠근다고 방벽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개설등록을 마친 뒤 임대차계약이나 투자, 물품공급, 인력관리 등의 명목으로 자본이 슬그머니 실권을 행사한다면 간판만 약국일 뿐 운영의 주체는 이미 달라진다. 따라서 두 번째 빗장은 약국 안에서 실제 의사결정을 내리는 손이 누구인지를 가려내는 데 걸려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진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실권의 소재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약국 개설등록을 심사할 때 면허대여 등 불법 개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을 거부할 경우 개설등록을 제한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약국 시설의 임대인이나 개설·운영 자금을 제공한 이해관계인이 임대 또는 자금 제공을 매개로 약국 경영에 개입하거나 약사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제한하는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도 개설등록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그동안은 자금 흐름과 지배 관계를 확인할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임대차나 투자라는 외형을 갖춘 우회적 개입을 개설 단계에서 걸러 내기 어려웠다. 이번 개정안은 계약서 뒤에 숨은 실질적인 지배의 손을 등록 단계에서부터 드러내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여기에 지난 6월 서미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약국의 불법 개설·운영 행위를 단속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리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지금까지는 불법 개설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하더라도 단속 공무원에게 수사권이 없어 자금의 출처와 수익의 귀속, 실질적인 의사결정 구조까지 파고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단속 공무원에게 실질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계약서에 적힌 형식적인 관계가 아니라 약국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보겠다는 선언이다. 전진숙 의원의 법안이 약국 문 앞에서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라면, 서미화 의원의 법안은 이미 문을 통과한 사람이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장치에 가깝다. 개설 단계에서 이름을 확인하고, 운영 과정에서는 자금과 결정의 흐름을 따라간다. 두 빗장이 함께 작동해야 약사의 이름 뒤에 숨은 자본까지 비로소 가려낼 수 있다. 광고의 빗장…약국 이름으로 소비자를 현혹하지 못하게 한다 세 번째 빗장은 소비자를 향한 창구, 곧 약국의 표시와 광고에 걸려 있다. 자본이 약국에 침투하는 이유는 결국 수익을 얻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 수익을 끌어모으는 가장 강력한 수단 가운데 하나가 광고다. 그동안 현행법은 약국 개설자의 표시·광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의약품 유통·판매 질서를 훼손하는 일부 유형만 사후적으로 규제해 왔다. 병원·의원과 치과·한방 의료기관의 광고는 유형별 광고심의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쳐야 하고, 의약품 광고 역시 약사법에 따른 심의를 받는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직접 방문해 의약품을 구매하고 상담받는 약국의 광고에는 사전에 걸러 낼 장치가 충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나 다른 약국과의 가격 비교 광고 등이 고소·고발과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며 일선 약국에 혼란을 안겨 왔다. 지난해 11월 서영석 의원이 대표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핵심은 의료기관 광고심의위원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약사법에 약국 광고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정 약국이나 약사에 관한 광고가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한 뒤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법하거나 소비자를 오인하게 할 수 있는 광고를 미리 걸러 내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사실과 다른 과장 광고와 객관적 근거가 없는 우월성 표시, 다른 약국과의 가격·경력 비교 등을 금지 대상으로 구체화했다. 특정 의료기관의 처방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것처럼 암시하는 광고나 ‘창고’, ‘공장’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가 의약품을 공산품처럼 인식하고 대량 소비하도록 부추길 우려가 있는 광고 역시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규정을 위반하면 우선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처벌 규정도 담겼다. ‘창고’나 ‘팩토리’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약이 대량으로 저렴하게 쌓여 있다는 이미지는 의약품을 일반 공산품과 같은 소비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약사의 상담과 복약지도, 환자별 안전관리라는 약국의 본질적 역할은 가격과 물량 경쟁의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광고는 단순히 손님을 불러들이는 문구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약국이 어떤 공간인지 규정하고, 의약품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좌우한다. 따라서 광고를 사전에 규율하는 일은 표현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약국이 의약품을 값싸게 쌓아 놓고 판매하는 유통 매장이 아니라, 약사의 전문적인 판단과 책임이 작동하는 보건의료기관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다. 개설에서 걸러 내고, 운영에서 추적하며, 광고에서 가려낸다. 세 개의 빗장은 서로 다른 곳에 서 있지만 겨냥하는 지점은 하나다. 약국이라는 보건의료의 기반을 자본의 손익계산서로부터 지켜 내는 것이다. 물론 법과 제도가 촘촘해진다고 해서 약국이 저절로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법안은 아직 발의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국회를 통과한 뒤에도 실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하려면 시행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개설·운영·광고라는 세 단계 모두에 빗장을 걸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국회 안에서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약사 직능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의약품 안전과 보건의료 질서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과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튼튼한 빗장도 안에서 문을 열어 주는 손이 있다면 무용지물이다. 법과 제도가 바깥의 침입을 막는 울타리라면, 그 울타리를 지탱하는 마지막 기둥은 결국 약사 개개인의 선택이다. 이어질 4회에서는 그 마지막 기둥, 곧 신뢰받는 약사로 서기 위해 갖춰야 할 전문성과 도덕성, 그리고 공동체의 역할을 이야기하며 이번 연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빗장은 밖에서 잠그지만, 그 빗장을 지키는 것은 결국 안에 있는 나 자신이다. [필자 약력]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 졸업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특별시약사회장2026-07-22 06:00:38데일리팜 -
[기자의 눈] 변화의 문턱에 선 제약영업 직군[데일리팜=손형민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희망퇴직(ERP)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주요 제약사들이 잇달아 영업조직을 중심으로 인력 효율화에 나서면서 ERP가 반복되고 있다. BMS와 MSD, 다케다에 이어 최근에는 노바티스까지 조직 재편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업계 안팎에서는 다국적 제약사 영업의 미래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영업의 쇠퇴로 받아들인다. 디지털 마케팅이 확산되고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약 영업의 역할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경영 효율화와 비용 절감 역시 ERP를 추진하는 중요한 배경 중 하나다. 반면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에서도 ERP가 반복되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단순한 비용 절감만으로는 최근의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제약사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의료진을 만나고 제품을 알리느냐에 있었다. 순환기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시장을 이끌던 시절에는 영업망과 현장 활동이 성과를 좌우했다. 제품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의료진과 신뢰를 쌓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지금은 시장의 문법이 달라졌다.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의약품 비중이 커지면서 경쟁은 영업력보다 임상 근거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이오마커, 진료지침, 세분화된 급여기준 등 객관적인 데이터가 치료제 선택의 핵심 기준이 됐다. 이제는 라포보다 신약의 임상 결과의 임상적 의미, 기존 치료 대비 차별성, 급여 여부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똘똘한 신약 하나가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시대가 됐다. 실제 다국적 제약사들은 전문성이 높은 분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화 하고 있다. 제품 구성이 바뀌면서 경쟁 방식과 영업의 역할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 왜 변화의 중심이 영업조직인지도 여기에 답이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제약사의 조직 구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디컬, MSL(Medical Science Liaison), 마켓액세스(MA) 등 의료진과 정부를 상대하는 전문 조직의 역할이 커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과거 영업조직이 담당했던 기능이 보다 전문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이어지는 ERP도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인력을 줄였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어떤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가다. 근거 중심 경쟁이 심화되면서 영업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이제 영업사원들은 '얼마나 많이 만났는가'보다 '얼마나 수준 높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는가'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를 맞았다. 변화의 문턱에 선 영업 직군이 답해야 할 질문도 결국 전문성이다.2026-07-21 06:00:48손형민 기자 -
[데스크 시선] 의약품 구입 편의성이라는 이름의 독배[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정부가 오는 12월을 목표로 의약품 규제 완화 페달을 밟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내용은 가히 파격적이다.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20개로 대폭 늘리고, 이른바 무약촌에서는 24시간 운영 의무조차 없는 일반 소매점까지 판매처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12월 24일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확대까지 맞물려 있다. 약사단체들은 즉각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기도약사회(회장 연제덕)는 "책임지는 사람을 지우면서 편의를 늘리는 방식"이라며 전국의 시·도지부에 연대 투쟁을 촉구했고, 서울시약사회(회장 김위학)와 경상남도약사회(회장 최종석) 역시 일방적인 졸속 행정을 멈추라며 성명을 쏟아냈다. 이들이 던지는 메시지의 핵심은 하나로 수렴된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편의나 경제 논리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본질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정책적 일관성도, 명분도 잃은 ‘자기모순’의 극치다. 불과 열흘 전인 지난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안전상비약 확대의 유력 후보였던 지사제 ‘스멕타이트’ 성분에 대해 만 19세 미만 소아·청소년의 복용을 금지했다. 오남용 우려가 적고 안전하다던 약조차 시판 후 감시를 통해 위험성이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한 손으로는 아이들에게 위험하다며 약을 금지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약을 파는 매대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안전이 기준이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행정이다. 더구나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점포에까지 상비약 판매를 허용하겠다는 것도 우려가 크다. 편의점 상비약 제도는 심야나 공휴일 등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라는 엄격한 전제 아래 예외적으로 허용된 제도다. 이 최소한의 규제마저 허물겠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제도의 도입 취지를 부정하는 꼴이다.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라는 것을 법에 명시한 이유는 약국이 문을 여는 시간에는 최대한 약국을 이용하고, 약국이 문을 닫은 시간 불가피하게 진통제 등 약이 필요하면 편의점을 이용하라는 취지다. 편의점에 특혜를 주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닌 심야시간 최소한의 약이라도 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정책 목표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약은 일반 소비재가 아니다. 아무리 안전하다는 상비약이라도 잘못 쓰면 독이 된다. 전문가의 복약지도와 체계적인 관리망이 빠진 ‘편리한 투약’의 대가는 결국 국민의 건강권 침해와 약물 오남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뿐이다. 접근성을 높이는 올바른 해법은 안전판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공적 인프라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데 있다. 약사 단체들이 입을 모아 요구하는 공공심야약국의 전면 확대와 단골약사제 도입이야말로 국민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책임감 있는 대안이다. 정부는 "사고가 나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사람은 편의점 점원도, 정책을 밀어붙인 장관도 아닌 약사뿐"이라는 현장의 경고를 뼈아프게 들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조급하게 추진하는 편의성 확대는 결코 복지가 될 수 없다.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폭주를 멈추고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사회적 합의의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안전이 무너진 편의는 재앙에 불과하다.2026-07-20 06:00:42강신국 기자 -
[특별기고] 연결의 시대, 우리는 왜 다시 만나야 하는가요즘은 AI에게 말을 거는 일이 낯설지 않다. 보고서를 부탁하고, 축사를 다듬고, 환자에게 건넬 말을 함께 고민한다. 어떤 날은 하루의 고민을 털어놓으며 위로를 구하기도 한다. 단체대화방은 하루에도 수십 번 울린다. 공지가 올라오고, 자료가 공유되고, 필요한 의견이 오간다. SNS에는 서로의 근황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화상회의는 거리의 제약마저 없애 주었다. 우리는 어느 때보다 잘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전보다 더 자주 외롭다고 말한다. 왜일까. 약사도 예외는 아니다. 하루에도 수십 명의 환자를 만나지만 정작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와 마주 앉아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다. 환자의 고민은 누구보다 많이 듣지만 자신의 고민은 쉽게 꺼내지 못한다. 동네약국의 하루는 대부분 혼자다. 함께 출근하는 동료도, 점심을 같이 먹는 직장동료도 없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난다. 이번 연제구약사회 통합반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비슷했다.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지 않을까요?", "제가 나이가 많아 대화에 잘 섞이지 못할까 걱정됩니다.", "선배님들만 계시면 제가 괜히 불편하지 않을까요?" 신기하게도 세대는 달랐지만 걱정은 같았다. 혹시 나만 겉도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요즘 약국은 어떠세요?"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약국 이야기로 시작한 대화는 환자 이야기로, 가족 이야기로, 살아가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처음의 어색함은 어느새 웃음으로 바뀌었고, 같은 지역에서 같은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반회를 마친 뒤 한 회원이 남긴 글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동료가 없는데, 오늘은 직장동료들과 수다를 나눈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또 다른 회원은 이렇게 적었다. "사회적 친구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 요즘, 직장동료의 빈자리가 이런 만남으로 채워지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도 이런 자리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문장들을 여러 번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그리워했던 것은 행사가 아니라 동료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 오래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프로필 사진은 익숙했지만 표정은 잊고 있었고, 이름은 알았지만 목소리는 낯설어지고 있었다. 공지에는 답장을 달고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지만, 정작 서로의 안부를 묻는 일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SNS는 정보를 전하는 데 놀라울 만큼 뛰어났다. AI는 더 좋은 문장을 만들어 주고, 더 빠른 답을 찾아준다. 하지만 누군가의 말끝에 함께 웃고, 잠시 침묵을 나누고,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여 주는 일은 아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공감은 기술이 만들어 주는 기능이 아니라, 같은 시간을 살아낸 사람들이 주고받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약사는 생각보다 긴 직업이다. 정년이 뚜렷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평생 약국을 지킨다. 그렇다면 그 긴 시간을 경쟁자만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과, 서로를 응원하는 동료와 함께 걸어가는 것은 전혀 다른 삶일 것이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처방을 보고, 같은 환자를 만나고, 같은 고민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과의 공감은 또 다른 깊이를 가진다. 그 공감은 위로가 되고, 때로는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하는 힘이 된다. 이번 통합반회를 마치며 한 가지는 분명해졌다. 우리는 충분히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충분히 만나지는 못했다. 기술은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다. AI는 더 똑똑해지고, 비대면 소통은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는 기술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다. 얼굴을 마주하고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고, 같은 길을 걷고 있음을 확인하는 시간 속에서 공동체는 비로소 살아난다. 약사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직업이어서는 안 된다. AI 시대일수록, 어쩌면 우리는 더 자주 만나야 한다. [필자약력] -부산 한빛메디칼약국 대표약사 -연제구약사회장 -부산시약사회 부회장 -전) 대한약사회 소통이사 -부산시약사회 학술정보나눔방 방장 -부산시약사회 마약류·약물중독예방센터 예방교육 강사2026-07-20 06:00:40데일리팜 -
[기자의 눈] 집합 연수교육 논란이 남긴 것[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최근 약사사회에서는 대면에 해당하는 집합 연수교육이 이슈가 됐다. 집합교육을 강화하려는 대한약사회의 방침을 계기로 웨비나의 집합교육 인정 여부가 논란이 됐고, 병원·산업약사 등 직역별 교육 환경 차이에 따른 형평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화상회의와 웨비나가 일상적 교육 방식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집합교육으로 볼 수 있는 지를 둘러싼 논쟁 역시 충분히 제기될 수 있는 문제였다. 교육 방식은 연수교육의 접근성과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한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형식에 대한 부분이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작 연수교육의 본질인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서다. 전문직의 연수교육은 면허를 유지하기 위한 법정 의무교육에 해당되지만, 그 출발점은 약사의 전문성 유지와 향상에 있다. 약사의 경우 새로운 치료 환경과 의약품 정보를 익히고, 변화하는 의료 현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연수교육의 본래 목적이다. 그렇다면 교육 시간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지뿐만 아니라 교육 내용이 그 목적에 부합하고 있는지도 함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연수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지역 약사회에서 진행되는 일부 교육을 두고 특정 회사나 제품 중심의 강의가 반복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사진과 주제가 매년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고, 임상 현장에서 실제 도움이 되는 교육보다 제품 설명에 가까운 내용이 적지 않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물론 모든 연수교육이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 약사회마다 우수한 강의를 마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실제 회원들의 호응을 얻는 교육도 적지 않다. 하지만 법정 의무교육인 만큼 교육의 질이 지역이나 강사에 따라 크게 달라져서는 안 된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대한약사회는 복지부 요구로 코로나19로 유연하게 적용됐던 집합교육을 강화하는 쪽으로 연수교육 방향을 잡았다. 이번 개편 취지가 단순 형식을 바꾸는 것이 아닌 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교육 방식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교육 내용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의의 학술성과 객관성은 충분한지, 특정 제품이나 기업 홍보로 흐르지는 않는지, 최신 치료지침과 임상 근거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체계도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 회원 약사들의 교육 만족도와 피드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고 우수 강의를 공유하거나 표준화하는 방안도 고민해볼 만하다. 약사의 역할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통합돌봄, 방문약료, 전문약사 제도, 비대면진료, 인공지능 활용까지. 약사가 갖춰야 할 역량은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그만큼 연수교육이 다뤄야 할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연수교육은 단순히 평점을 채우는 절차가 아니라, 약사의 전문성을 사회와 환자 앞에서 증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이번 집합교육 논란이 온라인과 대면 중 어느 방식이 더 적절한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를 넘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2026-07-16 06:00:40김지은 기자 -
[전문가 칼럼] 상가임대차 10년, 약국 권리금 포기는 금물필자는 변호사이자 약사로서 약국 관련 분쟁을 직접 수임해왔다. 상담을 하다 보면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안타까운 장면이 있다. 10년간 성실하게 약국을 운영하신 약국장님들이 임대인으로부터 "계약갱신요구권이 끝났으니 권리금 없이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10년이 지났으니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시는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완전히 틀린 판단이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 후에도 약사님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고 있다. 1. 계약갱신요구권과 권리금 회수권은 완전히 별개다 약사님들께서 약국 임대차에서 가장 혼동하기 쉬운 지점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은 약사님에게 최소 10년간 안정적인 영업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10년이 지나면 임대인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맞다. 그러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는 전혀 다른 권리다. 임대차가 종료되더라도, 약국 운영을 통해 형성한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별개의 제도다. 10년간 운영한 약국에는 시설·장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단골 환자와의 신뢰관계, 의료진과 구축한 처방 네트워크, 지역 내 약국으로서의 인지도와 신용도가 모두 권리금의 핵심 요소다. 이 가치들은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2. 대법원이 확립한 권리금 회수권 — 2019년 판결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2019년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법원은 "임대차기간 10년 초과는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 예외사유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임대인의 갱신거절로 임차인 이익이 침해되는 가장 전형적인 경우"가 바로 10년 초과 상황이라고 보았다. 판결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다. 첫째,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계약갱신요구권 행사기간 만료를 권리금 회수 의무의 예외로 규정하지 않았다. 둘째, 10년이 지나도 약국이 형성한 고객·거래처·신용 등 재산적 가치는 여전히 유지된다. 셋째, 이러한 해석이 임대인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볼 수 없다. 3. 임대인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 손해배상 청구 임대인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종료 시까지, 약사님이 신규 임차인을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할 의무를 부담한다. 구체적으로는 신규 임차인 주선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임대인이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약사님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로 10년 운영 후 임대인의 비협조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한 약국장님, 암차인들이 법원에서 상당한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경우가 많이 있다. 4. 권리금 회수 전략과 주의사항 권리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하려면 다음 순서로 움직여야 한다. ① 6개월 전 서면 통지: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임대인에게 서면으로 권리금 회수 협조를 요청한다. 구두 통보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② 신규 임차인 적극 주선: 스스로 신규 임차인 후보를 찾아 임대인에게 소개해야 한다. 임대인이 거절하면 그 거절 의사와 이유를 서면으로 남겨야 한다. ③ 합리적인 권리금 산정: 시장가격을 현저히 초과하는 권리금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도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다. 한편 임대료 연체나 신뢰관계 파괴 사유가 있었다면 권리금 회수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권리금 분쟁은 복잡한 법적 절차가 따르므로, 전문가와 함께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수다. 맺음말: 10년 후에도 포기하지 마시길 임대차기간 10년이 지났다고 해서 권리금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명확한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 Disclaimer: 위 내용은 참고용으로 작성된 것이어서 정확성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위 내용의 정확성에 대해 작성자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음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필자 소개 이일형 변호사는 대한민국 변호사·약사·변리사 자격을 보유하고 미국 회계사(Maine) 시험에 합격하였다. 셀트리온, 법무법인 그루제일, 법무법인(유한) 대륜 제약바이오헬스케어 센터장을 역임하고 현재 법률사무소 리오(RIO Law Office) 대표변호사로 있다. 약국·의료기관 관련 임대차·권리금·형사·민사 사건 전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다.2026-07-16 06:00:38데일리팜 -
[기자의 눈] 소아 지사제 혼란, 깜깜이 행정이 키운 참사[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주무부처의 불통과 행정 편의주의가 보건의료 현장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옥타헤드랄스멕타이트 제제의 소아 적응증 전면 삭제는 식약처와 제약사, 의약단체간 소통 부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단면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맹점은 철저한 현장 소통의 부재다. 성인은 물론 소아·청소년 환자의 설사 등에 가장 많이 사용되던 지사제의 소아 투여 금지 조치는 그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내려졌다. 어제까지 아무 문제 없이 먹이던 약이 갑자기 '만19세 미만 복용금지 약물'이 됐음에도 정부와 제약사는 선제적 예방 조치라는 명분만 내세울 뿐 유예기간이나 대안에 대한 일언반구 안내도 없었다. 결국 폭탄은 일선 병의원과 약국이 맞았다. 처방을 급히 수정하고 제품마다 19세 미만 복용 금지 스티커를 일일이 붙이며 구슬땀을 흘린 것은 의사와 약사의 몫이었다. 최후의 보루여야 할 DUR 시스템 마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금지된 약이 처방·조제되는 대혼란까지 야기됐다. 제약업계의 안일한 대응도 혼란을 부채질했다. 허가 변경 사항을 가장 먼저 파악했어야 할 제약사들은 뒷짐만 진 채 일선 유통망과 약국에 관련 사실을 신속히 공지하지 않았다. 약국가에는 소아 용량이 버젓이 기재된 구 패키지 제품이 그대로 방치됐고, 제약사가 약속한 스티커 제작·배부는 일주일이 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소아 보호자들의 정보 공백도 적지 않다. 가정 내 구비하고 있는 스타빅·포타겔 제품을 복용하거나, 성분과 연령에 따라 세분화된 지사제는 약사들 조차 가이드를 헷갈릴 처지다. '만약 스멕타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확대됐더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성찰도 나왔다. 그나마 병의원과 약국처럼 전문적인 스크리닝 기능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벌어진 혼란이었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 수습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만약 가이드라인 없이 유통되는 편의점 매대에 약이 올려져 있었더라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됐을 수 있다. 또한 역설적으로 '안전하고 무해한 약은 없다'는 진실 또한 깨닫게 해줬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꽤나 억울함을 토로해 왔다. 기습, 방치 같은 용어에 집착하며 의약단체에 안내가 이뤄졌다는 입장만 수차례 반복했다. 하지만 소아 적응증 삭제는 단순히 문서상의 의약품 허가 사항이 변경되는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 안전을 핑계로 행정 편의주의적 통보만 툭 던지는 식약처의 관료적 태도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철저한 사전 예고제 도입과 DUR 실시간 연동 체계 고도화, 제약사의 책임있는 유통 관리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지사제 소아 적응증 삭제 사태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식약처의 존재 이유가 국민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있다면 행정의 칼날을 휘두르기 전에 현장과의 소통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2026-07-15 06:00:46강혜경 기자 -
[특별기고] 면허대여의 뿌리, '자본 종속 구조' 해부1편에서 우리는 면허대여가 몇몇 약사의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라고 짚었다. 그 구조의 심장부에는 냉정한 사실 하나가 자리한다. 자본은 조제실 문턱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약사법이 세운 그 문턱을 넘는 단 하나의 열쇠가 바로 약사의 면허다. 그래서 자본은 약국을 사는 대신, 약국을 열 수 있는 '사람'을 산다. 이번 편에서는 자본이 왜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지, 면허대여의 뿌리인 '자본 종속 구조'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자본이 넘지 못하는 문턱, 약사의 면허 이 매력적인 사업에는 자본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다. 약국의 문은 오직 약사의 이름으로만 열린다는 것이다. 부동산은 매입하면 되고 설비는 리스하면 되지만, '개설할 자격'만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면허는 양도할 수도, 상속할 수도, 담보로 잡을 수도 없는 인격적 권리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오직 약사 개인에게만, 그것도 평생에 걸쳐 부여한 신뢰의 증표인 까닭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목의 질문에 답이 나온다. 자본이 하필 약사의 이름을 탐하는 것은, 그것이 약국이라는 사업에 진입하는 유일한 열쇠이면서 동시에 시장에서 결코 살 수 없는 유일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살 수 없으니 빌리려 하고 온전히 빌릴 수 없으니 사람을 붙잡아 두려 한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약사의 손끝 전문성이 아니라, 약사만이 남길 수 있는 그 '자격의 서명'이다. 약사의 이름이 찍힌 개설 자격만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희소 자원이다. 자본은 약국을 소유하지 않고 '지배'한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면허대여를 소유권 다툼으로 여기지만, 자본의 진짜 목표는 등기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서류상 주인은 약사여도 상관없다. 자본이 원하는 것은 소유가 아니라 지배, 곧 약국을 실제로 움직이는 의사결정의 실권이다. 소유하지 않고도 지배할 수 있다면, 자본으로서는 법적 위험은 줄이면서 실익만 취하는 가장 영리한 방식이다. 그리고 그 지배는 요란하지 않게, 단계적으로 완성된다. 처음에는 개설 자금과 시설 비용을 대는 투자자로 등장한다. 이어 의약품의 발주처와 매입 조건을 정하고, 인력 채용과 근무표를 조율하며, 진열과 동선까지 '효율'이라는 이름으로 표준화한다. 계약서 곳곳에는 지분과 의결권, 위약금과 물품공급 조건이라는 장치가 촘촘히 심긴다. 어느 순간 약사에게 남는 것은 조제대 앞의 판단뿐, 그 밖의 결정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나 있다. 약국의 간판은 그대로인데, 그 안을 흐르는 결정의 물줄기는 완전히 뒤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 입구에는 늘 달콤한 제안이 놓여 있다. '매달 고정 수입을 보장하겠다', '함께 동업하자', '투자를 받아 크게 시작하자'. 처음에는 대등한 파트너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관계는 뒤바뀐다. 자본이 주인이 되고, 약사는 그 밑에서 이름을 빌려주는 하청의 처지로 내려앉는다. 월 고정수입이라는 미끼 뒤에는 반드시 낚싯바늘이 숨어 있다. '동업'이라는 이름의 인수, '투자'라는 이름의 예속 이 모든 과정은 결코 험악한 얼굴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다정한 단어를 앞세운다. 문제는 그 관계의 저울이 처음부터 한쪽으로 기울어 있다는 데 있다. 자본은 언제든 발을 뺄 수 있지만, 이름을 건 약사는 발을 뺄 수 없다. 계약이 어그러지면 자본은 투자금을 회수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약사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서류와 그 이름이 짊어질 책임만이 남는다. 그래서 겉으로는 대등한 동업처럼 보이는 이 거래의 실질은, 약사의 자격을 빌려 이루어지는 조용한 인수합병에 가깝다. 우호적인 계약서일수록 그 안에 숨은 통제 장치를 더욱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호의의 탈을 쓴 조건일수록 값이 비싼 법이다. 세상에 대가 없이 흘러 들어오는 자본은 없다.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는 결국 충돌한다 자본 종속이 위험한 진짜 이유는 자본의 목표와 약사의 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 바로 거기에 있다. 자본의 언어는 수익 극대화이고, 약사의 의무는 국민의 안전이다. 평온할 때 두 가치는 공존하는 듯 보이지만, 이해가 충돌하는 순간 종속된 약국에서 우선순위는 이미 정해져 있다. 재고와 마진이 판단의 잣대가 되면,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약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약이 먼저 권해질 확률이 커진다. 약국을 떠받쳐 온 전문성과 양심의 자리를 손익계산서가 슬그머니 대신하는 것이다. 면허대여가 한 개인의 위법을 넘어서 국민 보건 전체의 문제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본에 넘어간 약국에서 가장 먼저 위협받는 것은 결국 환자다. 결국 자본이 탐하는 것은 약을 판매하는 능력이 아니라, 약을 판매할 수 있게 해 주는 약사의 이름 그 자체다. 이름을 내주는 순간 약국의 주인은 조용히 바뀌고, 그 이름에 실려 있던 국민의 신뢰까지 함께 저당 잡힌다. 그러나 이 구조는 결코 끊어 낼 수 없는 숙명이 아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자본의 침투를 막아 낼 제도적 장치가 하나씩 마련되고 있다. 이어질 3회에서는 자본이 넘지 못하도록 개설·운영·광고, 세 단계에 걸쳐 걸어 둘 '세 개의 빗장'을 짚어 보고자 한다. [약사에게 한마디] 누군가 내 면허의 값을 먼저 계산해 온다면, 그 거래의 손해는 이미 내 몫이 된다. [필자약력] -성균관대 약대 -전 중랑구약사회장(3선) -전 대한약사회 정책이사 -현 서울시약사회장2026-07-15 06:00:44데일리팜 -
[기자의 눈] 준혁신형 인증 없이 쫓기듯 시작하는 약가개편[데일리팜=정흥준 기자]신규 제네릭 산정 방안이 담긴 약가제도 개편이 내달 ‘준혁신형’ 제약사 없이 시작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어제(13일)까지 제네릭 산정·가산 개편안을 포함해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 개정고시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마쳤다. 내달 1일 시행 예정이다.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은 정부 약가제도 개편 목적의 굵직한 뼈대 중 하나다. 혁신 지향적 생태계 마련은 지난 3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첫 번째 주요 목표로 언급된 바 있다. ‘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약가 가산과 특례 방안도 이같은 맥락에서 신설됐다. 다만, 시행일을 앞둔 현재 준혁신형 인증을 받은 기업은 한 곳도 없다는 게 큰 아쉬움이다. 준혁신형과 혁신형 인증 절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으로 시행일을 수개월 미루자는 의견이 업계 일각에서 나왔지만, 정부는 시행 시점에 대해서는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준혁신형에 대한 약가 우대 방안을 마련해둔 뒤 차후 대상 기업을 선발해도 문제가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와 산업계의 추산에 차이가 있지만 준혁신형 제약사는 10~20곳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정부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산정률 45%, 인증 이후에는 50%의 산정률이 적용된다. 약가 가산은 최대 4년까지 유지된다. 약가제도 개편은 제품의 특성에 따라 약가 가산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혁신성에 따라 가산이 부여된다. 즉, 준혁신형 인증이 붙어있으냐 없느냐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약가의 상한선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각 등재 품목의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5% 산정률, 4년의 가산 유지 적용에 따라 매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준혁신형 신청 대상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10~20곳의 제약사들은 준혁신형 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제네릭 급여 출시를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는 12월 혁신형 인증을 새로 받으려고 하는 소수의 제약사도 마찬가지다. 신규 인증을 받는다면 60% 가산과 4년의 가산 유지가 적용되기 때문에 인증까지 약 5개월은 제네릭 등재를 미루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각자의 경제적 이익을 따져 제네릭 출시 시점을 결정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약가제도 개편을 시작으로 서서히 산업계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상황에서 적절한 태도는 아니다. 14년만의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히 약가를 더 주거나, 깎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약산업계의 체질 개선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했다. 제약산업 현장의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소 미흡한 준비로 서둘러 시작하는 약가제도 개편에 아쉬움이 남는다.2026-07-14 06:00:46정흥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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