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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밤낮없는 병원 약제서비스, 합당한 보상 필수

  • 데일리팜
  • 2026-09-04 12:06:11
  • 요약
  • 양사미 한국병원약사회 보험이사
  • "취약 시간대 보상 원칙, 의료기관 약제서비스에도 적용해야"

한밤중 응급실에 중증 환자가 실려 오거나 새벽녘 입원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하면 약물치료는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 특히 야간에는 승압제, 고농도 전해질, 마약성 진통제 등 작은 오류만으로도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고위험의약품이 빈번하게 사용된다.

처방이 나오면 병원 약사는 환자의 상태와 처방 내용을 확인하고 용량·제형·투여경로의 적절성, 중복 처방과 약물 상호작용 등을 검토한 뒤 의약품을 조제·공급한다. 긴급 의약품의 재고를 유지하고 마약류와 고위험의약품을 안전하게 관리하며 의료진의 약물 관련 문의에도 대응한다. 의사의 처방이 안전한 약물치료로 이어지도록 하는 이러한 약제서비스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한국병원약사회의 202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97.6%, 종합병원의 70.2%가 원내 약국을 365일 24시간 운영한다. 이는 의료기관의 24시간 의약품 조제·공급체계가 응급·중증환자를 치료하는 필수의료 인프라의 한 축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건강보험 보상체계는 충분하지 않다.

이 문제는 병원 약제업무에 대한 구조적인 저보상과 야간·공휴일 약제 업무에 대한 보상 부재라는 두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병원 투약·조제 분야는 오랫동안 실제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보상되어 왔다. 보건복지부의 2022 회계연도 의료비용·수익 분석에 따르면 민간 의료기관의 투약 및 조제료 원가보전율은 24.9%로 조사 대상 의료행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2026년 수가 개편을 통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일부 투약·조제료에 별도 산정 항목이 신설되고 관련 수가가 인상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이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의약품 조제·공급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야간·공휴일 인력과 운영비용에 대한 보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건강보험은 취약 시간대에도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야간과 공휴일의 진료·처치 등에 가산을 적용하고 있으며, 간호 분야에도 야간근무와 관련한 별도의 보상체계가 마련되어 있다. 지역약국 역시 평일 야간과 토요일·공휴일에 조제·투약할 경우 조제 기본료, 복약지도료 및 조제료 소정점수의 30%를 가산 받는다.

반면 의료기관에서는 현재 신생아 중환자실 또는 소아 중환자실의 주사제 무균조제에 한해서만 야간·공휴일 가산이 적용된다. 응급실과 일반 입원병동을 포함해 밤새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약제업무에는 취약 시간대에 대한 별도의 가산이 없다. 같은 야간 시간대에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안전하게 조제·공급하는 업무임에도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유로 추가 인력과 운영비용에 대한 보상이 인정되지 않는 셈이다.

현장의 업무량을 보면 문제는 더욱 분명하다. 12개 주요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전체 업무 가운데 야간 입원 조제가 23.0%, 마약류 조제가 37.4%를 차지했으며, 응급실 처방 조제의 50~60%가 야간에 집중됐다. 반면 야간 근무 약사는 병원당 평균 2명에 불과했고, 약사 1인당 조제 건수는 주간의 약 1.9배에 달했다. 야간 전담 약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60.0%가 과중한 업무를 호소했으며, 53.3%는 조제 오류 위험을, 57.8%는 환자안전 업무가 지연되거나 생략될 가능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야간의 약제업무는 단순히 낮에 하던 조제를 밤에도 계속하는 것이 아니다. 제한된 인력으로 응급실과 입원병동의 처방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마약류와 고위험의약품을 관리하고, 긴급 의약품 공급과 처방 검토 등 환자안전 업무까지 수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에 필요한 추가 인력과 비용을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면 안정적인 야간 약사 인력 확보와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는 특정 직역의 처우나 병원의 수익 문제가 아니다. 야간과 공휴일에도 응급·중증환자가 낮과 동일한 수준의 안전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문제이자 기본적인 환자 안전 확보의 문제이다.

따라서 정부는 우선 ‘의료기관 조제료 야간·공휴일 가산’을 도입해야 한다. 한국병원약사회는 외래환자 조제·복약지도료, 입원환자 조제·복약지도료, 퇴원환자 조제료에 대해 평일 18시부터 다음 날 9시까지 또는 토요일 및 공휴일 조제·투약 시 상대가치점수의 30%를 가산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진료와 간호, 지역약국에 이미 적용해 온 취약 시간대 보상 원칙을 병원 약제부서에도 동등하게 적용하자는 것이다. 

병원의 불은 밤에도 꺼지지 않는다. 응급실과 병동에서 치료받는 환자에게 필요한 의약품 역시 365일 24시간 공급되어야 하며, 그 과정의 안전을 지키는 병원 약사의 업무도 멈출 수 없다.

진료와 간호, 지역약국에 적용해 온 취약 시간대 보상 원칙에서 병원 약제서비스만 예외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의료기관 조제료 야간·공휴일 가산’ 도입을 시작으로 ‘마약류관리료 인상 및 마약에 대한 수가 가산’, ‘고위험의약품(주사제) 관리료 신설’ 등 의료기관 약제서비스의 역할과 책임에 합당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병원이나 병원 약사를 위한 특혜가 아니라, 국민 누구나 시간대와 관계없이 안전한 약물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필수의료의 안전망을 지키기 위한 투자다. 이제 그 안전망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필자 약력]

-현 서울아산병원 약제팀 약무정보Unit  

-현 한국병원약사회 보험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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