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약가인하 '예외'도 인정해야 한다
- 이탁순 기자
- 2026-09-07 06: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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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팜=이탁순 기자] 정부 약가인하 제도의 작동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대상 약품의 기준 요건, 적용 시점, 인하율, 동일성분 의약품 수 등 수많은 변수와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가 기등재 의약품 약가인하 시점을 내년 4월로 잡은 배경 역시, 이처럼 복잡한 산식을 수만 개 품목에 일괄 적용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따르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문제는 정부와 제약사가 세부 사항을 조율한다 해도, 현행 제도의 틈새에서 억울한 피해 품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다. 합리적인 예외 구제 시스템이 없다면 업계는 또다시 지난한 소송전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그 뒤에는 행정 공백과 시장 혼란이라는 더 큰 후폭풍이 남는다.
최근 마더스제약이 복지부를 상대로 낸 약가인하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승소한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고등법원은 마더스제약의 생약제제 '스토엠정' 등 3개 품목에 내려진 약가 15% 인하 처분이 부당하다는 손을 들어줬다.
해당 품목들은 2021년 기준요건 재평가 당시 '자체 동등성 미입증'을 이유로 약가가 깎였다. 하지만 입증하지 못한 데에는 제약사의 태만이 아닌 구조적 이유가 있었다. 주무 부처인 식약처조차 생약제제 동등성 입증 방안을 확정하지 못해, 약가인하 처분 이후에야 동등성 재평가를 공고했기 때문이다. 입증할 기준조차 없는데 입증하지 못했다며 가격을 깎은 셈이다. 재판부가 처분의 합리성과 타당성 결여를 지적한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향후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된다면, 식약처 동등성 재평가 대상인 생약제제에 가해진 기존 약가인하 처분은 원천적으로 위법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이미 약가 인하를 견디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한 제약사들은 어디서도 보상받을 길이 없다.
5년 만에 대규모로 단행되는 이번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에서도 동일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획일적인 잣대로 모든 의약품을 재단하려 들면 마더스제약 사례와 같은 사각지대는 언제든 발생한다.
예외적 상황을 행정이 유연하게 수용하지 못하면, 결국 시시비비는 사법부로 넘어간다. 불필요한 소송 비용과 행정력 낭비는 고스란히 사회적 비용으로 치환된다. 이번 기등재 약가 재평가에는 기계적인 잣대를 들이대기 전에, 제도적 모순으로 피해를 보는 특수·예외 품목을 사전에 걸러내고 검토할 수 있는 정교한 구제 장치가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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