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시선] 약사들에게 참 씁쓸했던 엔데믹 선언[데일리팜=강신국 기자] "기나긴 팬데믹을 지나 일상으로 오기까지 많은 분의 헌신과 노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최전선에서 헌신해주신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분들, 또 백신 치료제의 연구·개발, 생산에 노력을 기울인 보건산업 종사자분들과 지자체 공무원 그리고 보건당국에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주신 우리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이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코로나 엔데믹을 선언하며 한 말이다.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2020년 1월20일 이후 3년 4개월여 만이다. 확진자 수 3131만 1686명, 사망자 수 3만 4583명 등 전례 없던 코로나 펜데믹은 전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이 과정에서 보여준 약사의 역할이 너무 저평가 받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마스크 욕받이가 돼가며 공적마스크 공급에 나섰고, 코로나 치료제 전담 약국들은 감염의 위기 상황에서도 치료제 조제, 투약에 최선을 다했다.여기에 조제약과 일반약 가리지 않고 발생하던 품절 상황에서 원활한 약 공급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 건 정부도 의사도 아닌 약사였다.그러나 윤 대통령은 엔데믹을 선언하며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만 언급했을 뿐 약사는 언급하지 않았다. 단 두 글자만 더 넣어도 되는데 그걸 하지 않았다.정부의 코로나 엔데믹 선언 홍보물.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건의료인 모두 노력했다. 그러나 지난 3년 4개월을 돌아보면, 약사들의 역할은 충분히 평가받고, 칭찬 받아야 마땅했다. 약사회와 약국 현장을 지켜봐 온 필자의 객관적인 평가다.대통령의 발언과 연설문은 국정 철학과 지표가 담겨있는 중요한 메시지다. 이번 발언도 현 정부의 약사직능에 대한 생각과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문재인 정부의 코로나 방역 대책의 주요 축이었던 공적 마스크 공급을 저평가 하는 것이라면 너무 옹졸한 발상이다.아울러 약사직능에 대한 위상 확립과 대정부 대관에 대한 대한약사회의 냉철한 반성이 필요하다. 약사직능이 코로나 상황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국민들에게 무슨 도움을 줬는지 알려야 했다.대통령의 엔데믹 선언에도 어제 하루 약사들은 씁쓸했다.2023-05-12 00:17:22강신국 -
[기자의 눈] 전략없는 약사회 비대면 진료 투쟁[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약사회는 정확하게 비대면 진료를 반대하는 건가, 아니면 약 배송을 반대하는건가.”정부가 오는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행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공고 역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공고의 폐지는 곧 시범사업 시행이라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는 만큼, 약사회는 또 다시 큰 산을 만났다.시범사업 추진이 임박해오면서 약사회는 부랴부랴 거리로 나서고 머리에 붉은띠를 두를 태세다. 약사회 비대위는 긴급 회의를 갖고 이번주 일요일인 14일 전국 약사회 임원을 한자리에 모아 결의대회를 진행하기로 협의했다.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지난해 화상투약기 실증특례가 승인되던 시점이 오버랩된다. 약사회는 지난해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 화상투약기가 상정되기까지 철저히 외부에 관련 내용을 함구해 왔다.시범사업이 임박해오는 시점에서야 서둘러 대규모 집회를 진행했고, 최광훈 회장은 예고 없던 삭발식을 단행했다. 하지만 집회 하루 뒤 화상투약기 실증특례는 승인됐고, 일각에서는 약사회가 이미 정해진 판에 보여주기식 집회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제도화 추진 과정에서도 약사회가 같은 악수를 두고 있는건 아닌지 우려된다.약사회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시범사업을 공론화한 수개월 동안 이렇다할 내부 방침이나 전략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 국회는 물론이고 회원 약사들조차 약사회가 구상 중인 비대면 진료 대응방침에 의문을 제기해 왔지만 돌아오는 답은 항상 ‘의료법 개정 먼저’였다.지난해 비대면 진료에 따른 약사법 개정을 대비해 약사회는 1억90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대형 로펌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용역 결과가 나온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관련 결과나 해당 내용에 따른 약사회의 대응 전략은 현재까지도 오리무중이다.수차례 기자와 기자단이 연구 결과 중 일부를 공개하고, 회원 약사들과 공유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준비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그렇다 보니 보건의료계의 큰 변화를 가져올 제도 변화를 앞두고 회원 약사들의 의견 수렴과정도 약사회가 구상하는 프로세스에 대한 설득 과정도 전무했다.정부의 시범사업 추진이 임박해 오고서야 입장문을 내어 전제조건을 제시했지만, 해당 입장문에서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전이 약국에 전송되고, 환자에 투약되는 과정에서의 회원 약사들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전략은 찾아볼 수 없었다.구체적인 전략은 차치하고라도 해당 입장문에서는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자체를 반대하는건지, 약 배송을 반대한다는건지 명확한 의도가 읽히지 않았다.이런 상황에 약사회는 다시 또 다시 붉은 띠를 두르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저지하겠다고 나섰다.이쯤되면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자체를 반대하는건지, 약 배송만을 반대하는건지, 아니면 또 다른 생각이 있는건지 헷갈린다. 적어도 이번 주말 열릴 결의대회에 참석할 전국의 임원들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따른 약사회 전략과 방침을 이해한 상태에서 띠를 두를 예정인지 묻고 싶다.2023-05-11 18:48:57김지은 -
[기자의 눈] 내 사업부가 사라진다…'폭풍전야' 한국MSD[데일리팜=정새임 기자] "한 달 전부터 이런저런 소문이 돌았는데 결국 사실이었네요. 부서가 사라진다는 공지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한국MSD의 블록버스터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 시리즈'가 종근당으로 넘어간다는 소식과 함께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청천벽력의 공지를 받게 됐다. 자누비아를 팔던 GM(제너럴 메디슨) 사업부가 사라진다는 공표였다. 직원들은 그야말로 할 말을 잃었다.회사는 직접적으로 '폐지'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오랜 시간 노력하고 헌신해온 한국MSD GM 직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경쟁력 있는 희망퇴직과 외부 진로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다'라는 등의 문구를 통해 부서 폐지를 짐작케 했다.더 이상 이 부서가 팔 수 있는 약이 남지 않았다. MSD는 약 3년 전 오가논을 분사하면서 아토젯·코자·싱귤레어 등 특허만료 약들을 대거 오가논으로 넘겼다. 특허기간이 남은 자누비아 시리즈와 SGLT-2 억제제 신약 '스테글라트로'만 살아남았다. 7월부턴 자누비아의 모든 권리가 종근당으로 넘어가고, 스테글라트로와 복합제 스테글루잔도 종근당 독자 판매 체제를 취할 예정이다. 후속 약제도 없다.MSD 본사의 사업 전략이 항암제·맞춤형 백신 등으로 초점이 맞춰지면서 제너럴 메디슨의 축소가 어느정도 예견된 바 있다. 하지만 이렇게 한 순간에 100여명의 직원이 소속된 부서가 사라진다는 생각은 그 누구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더군다나 현재 한국MSD는 수장이 없다. 노동조합과 활발히 소통했던 케빈 피터스 사장이 1월 독일 지사 대표로 부임한 이후 한국MSD 사장은 공석 상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피콕 사장이 임시로 한국MSD 업무를 보고 있다. 수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한국 직원들의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회사는 지금까지 최대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결정을 했다. 오가논 분사 당시 자누비아는 더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기에 넘기지 않았고, 올해는 특허가 만료될 예정이니 넘기는 선택을 했다. 오가논으로 자누비아를 넘기지 않음으로써 회사는 2021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약 2년 간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손에 쥐었다.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GM 사업부 직원들도 최대한 이득이 되는 결정을 내리고 싶은 마음은 회사와 다르지 않다. 결국 회사가 직원들에게 얼마나 충분한 보상을 해 줄 것인지 관건이다. 회사에 남고 싶다는 직원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인력 재배치도 고려해야 한다. 100명에 달하는 직원과 그 가족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다. 필요가 없으면 적절히 가격을 매겨 다른 회사로 넘기면 그만인 제품과 차원이 다르다.지금 회사 내 분위기는 폭풍전야다. 한 순간에 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놀람과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한 배신감도 들 테다. 사전에 좀 더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소통 과정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래도 직원들은 '회사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가용해 직원들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한 분 한 분의 진로와 우려사항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겠다'는 회사의 말을 믿고 후속 공지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좌절감이 더 커지지 않도록 회사의 진정성 있는 대응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바란다.2023-05-11 06:13:03정새임 -
[모연화의 관점] 에토스: 설득의 출발선이 다르다(33)"아니, 왜! 내가 말 할 때는 귓등으로 듣더니, 똑같은 말을 하는 저 사람 말은 듣는대?"라는 문장을 내뱉어 본 경험이 있는가? 사람들은 대충 큰 줄기가 같으면, 의미가 비슷하면 설득의 조건이 같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누가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는 화자의 차이에 의한 설득력의 차이는 지금으로부터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rhetoric)을 통해 소개된 에토스(ethos) 기본 개념이다.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을 신뢰하면, 말하는 사람의 주장에 설득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은 자명하다.그런데 수사학이 위대한 책인 이유는 화자의 특징(character of speaker)이라는 에토스가 화자가 아니라, 청자에 의해 부여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언어화 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나는 진실하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착하다'라는 나의 특징은 나 말고는 모른다. 에토스는 당신은 진실하다. 당신은 똑똑하다. 당신은 믿을만하다는 '청자의 평가'로서, 나 외의 사람들 생각을 통해 만들어지는 성품이다. 즉, 나의 특징이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를 점검하게 만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묵직한 통찰이라 할 수 있다.그래서 현대 설득커뮤니케이션학에서 에토스는 '공적인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 공신력(credibility)으로 개념화되었다.아울러, 학자들은 공신력의 하위개념에 관한 연구를 통해, 공신력은 화자의 전문성(expertise)과 믿음성(trustworthiness)으로 구성되고, 추가로 매력(attractiveness), 유사성(similarity) 등은 공신력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라고 밝혔다.그렇다면, 공신력을 구성하는 전문성과 믿음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약사의 전문성은 우선 국가기관이 보증한 면허증으로 부여된다. 덧붙여 학위, 출판물 발행, 상장, 언론 보도 등으로 자신의 상대적 전문성을 보강하기도 한다.잇달아 강조하지만, 전문성은 내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평가하는 것이다. 병원에 가면, 의사의 약력이 크게 붙어있고, 병원 곳곳에 상패와 상장들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당신의 약국에도 '전문성 존(expertise zone)'이 있는가?두 번째, 믿음성은 어떻게 획득할 수 있을까? 믿음성은 신뢰(trust)와 다르다. 믿음성은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의 정도를 말한다.즉, 믿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어느 정도 느끼고 있느냐를 뜻하며 마찬가지로, 청자의 평가로 이루어지는 개념이다. 이러한 믿음성은 유사성, 매력의 영향을 받는다.먼저, 유사성은 공통분모라고 생각하면 된다. 설득을 잘하는 약사는 청자와의 유사한 부분, 예컨대 공통된 경험을 통한 유사성 획득을 잘한다.예를 들어, 아이 엄마에게 해열제를 설명할 때, 아이를 돌본 경험은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꼭 엄마만 갖는 건 아니다. 조카를 돌본 경험, 친구의 아이를 본 경험 역시 공통분모가 될 수 있다. 다시 말해, 공통분모는 발견하는 것이고 그것을 표현하는 건, 믿음성을 높이는 전략이다.매력 역시 믿음성에 영향을 준다. 매력은 외향적인 부분으로서 첫인상과 관계가 높다. 본태가 좋으니 무엇을 입어도 빛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의도적으로 매력 포인트를 드러내야 한다. 왜냐면 사람들은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정직하고 심지어 똑똑할 것이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그래서 약사는 고객에게 드러나는 가운의 형태, 머리의 모양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약국의 매력 디자인은 약사의 설득력을 높이는 전략이기 때문에, 내 약국의 외향도 반드시 타인의 시선으로 평가해야 한다.궁극적으로, 에토스는 사전 설득 역할을 한다. 일례로, 우리는 상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상대가 그 말을 해도 될 자격이 있는지 고려하곤 하니 말이다.설득의 심리학으로 유명한 로버트 치알디니(Robert Cialdin) 교수 역시 그의 저서, 초전 설득에서 설득이 난무하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설득의 준비라 강조했다.소비자들이 품질 혹은 효용을 정확하게 알기 힘들어, 제공자에 대한 신뢰가 판단 기준이 되는 신용재를 기반으로 하는 의, 약료 서비스업에서 에토스 구축은 필수적이다. 에토스의 밑그림을 잘 그리는 건, 설득의 출발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든다는 것을 기억하자.2023-05-10 10:08:56데일리팜 -
[기자의 눈] 플랫폼과 제휴 말라던 약사회, 뭐하고 있나[데일리팜=강혜경 기자] "아직도 우리나라가 코로나19가 심각단계였어?" "그러게. 한 번씩 다 앓고 넘어갈 거 몇 년 동안 난리를 피웠네."지난 연휴 기간 기차역 대합실에 나란히 앉아 TV 뉴스를 보던 중년 부부가 대화를 나눴다.기차에 승차해 SNS를 켜니 소위 인플루언서 육아맘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감기 걸린 아들 약을 받았다고 올린 게시글이 눈에 들어왔다. 퍼즐처럼 맞춰진 학원 스케줄을 옮겨가며 수 시간씩 대기 지옥을 경험하지 않아도 돼 코로나 이후 종종 닥터나우를 이용해 약을 받고 있다는 피드에는 비대면 진료가 유용하다거나, 자신도 이용해 봐야겠다는 내용의 백개 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으로 국내 감염병 심각 단계 해제가 임박하면서 정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코로나19 심각단계에서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시행한다는 게 당초 취지였지만, 정부는 시범사업 형태로 비대면 진료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심각단계가 종료되면 한시적 비대면 진료 역시 자동 종료돼야 한다는 약사단체 주장은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은 재진 환자·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시범사업을 시행하되, 야간·휴일 시간대 소아과 진료나 의료취약 계층에 한해 제한적으로 초진을 허용하는 안을 채택하는 게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불투명하다.지난 3일 시작된 16개 시도지부장협의회 릴레이 1인 시위도 어느덧 일주일차를 맞았다. 실천하는약사회와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아로파약사협동조합도 어제(9일) 세종 복지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시범사업 철회를 주장했다. 약사회 역시 지부장협의회와 약사회 집행부 간 각개전투 방식의 대응노선을 단일화해 전면 투쟁에 돌입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약사회는 회원들에게 현재의 비대면 진료와 현행 체제의 비대면 시범사업은 반대한다며 ▲환자의 약국 선택 자율성을 보장할 것 ▲의약품 전달 주체는 약사와 환자가 될 것 ▲적절한 감독과 처벌 규정이 필요하며, 감독기구에 약사회를 포함한 의약단체들의 참여를 보장할 것이라는 3가지 전제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하지만 정작 회원들이 보기에, 약사회의 대응은 아쉽기만 할 따름이다. 물론 복지부와의 협상 내용을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지만, 3661만건이라는 테스트 베드를 통해 편리성과 어느 정도의 안전성 등이 입증된 비대면 진료를 무턱대고 반대한다고 해 넘길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인식이다.비대면 진료가 허용된다면 처방전을 어떻게 수용하고, 약 배송이 가능한 범위는 어느 정도로 설정하고, 배송 가능한 약과 배송이 불가한 약을 어떻게 나눌지, 수가는 어떻게 책정할지, 환자의 약국 선택권은 어떻게 할지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차라리 토론회라도 열어 해결해야 할 요소 요소들의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삭발식이나 단식투쟁 같은 뻔한 보여주기식 대응이 아닌, 비대면 진료 전체의 밑그림을 함께 그려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한시적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모든 사람들에게 제한 없이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시범사업으로 이어지듯, 시범사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허용된 비대면 진료는 본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플랫폼에 제휴하지 말라"고 권고했던 약사회는 비대면 진료 뒷단으로서 달려오는 약 배달이 아닌, 약 배달에 대한 현실적인 단계별 스텝도 구상해야 할 때다.2023-05-09 17:30:18강혜경 -
[데스크 시선] 팬데믹 종식과 K-바이오 R&D 시험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5일 코로나19에 대한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선언을 해제하자는 국제 긴급 보건규약 위원회의 의견에 동의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공중 보건 경계 선언이다. 지난 2020년 1월 내려졌던 PHEIC가 3년 4개월만에 종료되면서 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 수순으로 돌입했다.지난 3년의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열띤 연구개발(R&D) 경연장을 펼쳤다.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자 다국적제약사 뿐만 아니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미지의 영역을 선점하면 단숨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부광약품, 엔지켐생명과학, 신풍제약,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대웅제약, 셀트리온, 제넥신, 녹십자, 뉴지랩테라퓨틱스, 동화약품, 이뮨메드, 녹십자웰빙,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텔콘알에프제약, 진원생명과학, 아미코젠파마, 제넨셀, 대원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일동제약,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큐라티스, HK이노엔, 아이진 등 국내기업 27곳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에 착수했다.하지만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은 2개에 불과했다. 셀트리온과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허가를 받았다. 이마저도 상업적 성과는 미미했다.이에 반해 다국적제약사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로 유례 없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냈다. 화이자는 지난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만으로 약 7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화이자는 2020년 매출 419억 달러를 올렸는데 2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물론 화이자의 축적된 R&D 능력과 풍부한 자본력을 국내 기업이 단숨에 넘어서긴 쉽지 않은 여건이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률과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동시다발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개발에 착수한 지 269일 만에 첫 접종까지 이뤄내는 쾌거를 거뒀다.화이자는 코로나19 확산 2년 전 독일의 바이오엔텍과 제휴를 맺고 mRNA 기술을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을 추진해왔다. 당초 화이자 연구팀은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 단백질, 접합, mRNA 등 다양한 백신 플랫폼을 고민하다 mRNA 방식이 코로나19 종식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 화이자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모험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화이자는 바이오엔텍에 선금으로 72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5억6300만 달러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바이오엔텍의 주식 일부를 1억1300만 달러에 매입했다.단순히 R&D 능력을 다국적제약사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팬데믹 3년이 결과적으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다국적제약사와 비교해 R&D 실력 차를 뼈저리게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최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3년 만에 코로나19 효과가 사라진 실적이라는 점에서 제약사들의 실질적인 실적 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요 대형 제약바이오기업은 호전된 실적을 나타냈지만 일부 업체는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실적 기복이 불가피했다.SK바이오사이언스는 1분기 영업손실 292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2분기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3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CMO) 매출이 사라지면서 실적도 곤두박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1분기 매출은 206억원으로 전년보다 76.4% 감소했는데 2021년 4분기와 비교하면 95.4% 쪼그라들었다. 코로나19 특수가 소멸되면서 팬데믹 이전으로 실적이 회귀한 셈이다. 상당수 제약기업들도 코로나19 변수가 실적에 호재나 악재로 영향을 미쳤다. 이제부터는 코로나19 변수를 걷어낸 실질적인 실적 체력이 드러날 전망이다.사실상 코로나19의 종식으로 R&D 경연장도 대면으로 펼쳐진다. 지난달 미국암연구학회(AACR)이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열렸고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바이오USA, 유럽종양학회(ESMO) 등도 모처럼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다. 해외 유수 학회는 국내 기업들에게 유망 신약을 소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지난 3년 간 코로나19 대유행이 국내 기업의 기술수출 부진의 핑계가 되기도 했다. 국내외 제약기업들이 R&D 역량을 코로나19에 집중한 데다 온라인 학회로 우수 기술을 어필하기 쉽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제 코로나19 변수가 사라지면서 국내 기업의 R&D 능력도 객관적으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더 이상 코로나19는 핑계가 될 수 없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저력을 기대해본다.2023-05-09 06:15:00천승현 -
[기자의 눈] 비대면 시범사업, 문제는 약 배달이다[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부작용 대책 없이 약 배달이 시범사업을 앞두고 있다. 최근 비대면진료 이슈는 초진, 재진 여부에 쟁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그만큼 중요한 문제가 약 배달이다.약사들은 1인 시위와 집회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반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번주에도 대통령집무실 앞 1인 시위와 복지부 앞 집회가 이어질 예정이다.시범사업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약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약 배달에 따른 부작용이다. 지난 3년 한시적허용과 마찬가지로 약 배달이 허용된다면 약국과 환자에게 미칠 문제가 예상이 어려울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최근 블로그를 운영하는 모 약사는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진료에서 약 오배송을 겪은 사례를 소개했다. 이 약사는 비대면진료로 지방흡수억제제를 처방 받았지만 2배 용량의 약이 잘못 배송됐다며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비대면 조제 약국에서는 처방전 바코드를 찍으니 2배 용량의 약이 인식돼 조제 오류가 있었다는 해명이었고, 실제로 바코드를 찍어본 결과 조제 약국의 해명은 사실이었다.다행히 약사는 우여곡절 끝에 제대로 된 용량의 약을 다시 받을 수 있었지만, 일반인들은 잘못된 용량을 놓치고 복용했을 것이라며 자칫 부작용이 많은 약이었다면 피해는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처방약의 용량을 확인하지 않고 복용하는 환자들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복지부의 발표대로 지난 3년 3661만건의 비대면진료에서 오투약과 오배송 사례는 정말 한 건도 없었을까.만약 이중 0.01%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복지부는 약 배달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을 했어야 하고, 이번 시범사업 계획에도 이같은 고민이 녹아있어야 한다.환자뿐만 아니라 약국가에 미칠 여파도 크다. 한시적허용 기간에도 환자들은 약국에 “문자로 처방 보낼테니 택배가 되냐”고 묻는 일이 잦았고, 이건 일부 소수 약국의 사례도 아니었다.시범사업은 그것 자체로 문제가 되는 걸 떠나서, 약을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고 굳이 약국을 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게 된다. 같은 건물에 있는 의원과 약국의 관계를 느슨하게 만들고 종속적 관계가 해소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희미해지는 건 약국의 대면 필요성 그 자체일 수 있다.온라인약국은 왜 안되냐는 요구까지 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그때는 복지부가 아닌 시민단체들이 전면에 설 수도 있는 일이다.약사회는 국민을 위해, 보건의료생태계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 복지부가 이런 위험 부담을 안고 시범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면, 약 배달이 가져 올 후폭풍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한 뒤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 먼 훗날 부메랑처럼 돌아와 복지부가 마주하게 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2023-05-08 18:11:55정흥준 -
[기자의 눈] 약가인하 집행정지와 과도한 영리함[데일리팜=김진구 기자] SGLT-2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다파글리플로진)'의 약가가 제네릭 출시에도 기존대로 유지된다. 아스트라제네카가 행정소송과 함께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의 적응증이 당뇨병뿐 아니라 심부전·신장병도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포시가 제네릭이 당뇨병 치료제로 발매됐는데, 다른 적응증에도 영향을 끼치는 정부의 약가인하 조치는 불합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미국·스위스·호주 등과 달리 국내에선 적응증별로 약가를 차등 적용하지 않는다. 바꿔 말하면 현행 약가제도가 큰 틀에서 바뀌지 않는 한, 아스트라제네카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다.아스트라제네카가 이런 사정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아스트라제네카는 포시가 약가인하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입장에선 대단히 영리한 판단이다. 대법원 최종판결까지 보통 3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수백억원 규모의 기대손실을 3년 이상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동시에 집행정지 제도를 악용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공교롭게도 포시가의 약가인하 집행정지가 인용된 날은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이 국회를 통과한 날이었다. 이 법은 약가인하 집행정지 기간 동안 지급 또는 미지급된 약제비를 환수·환급하는 내용이다.정부는 그간 이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사법부의 기계적인 약가인하 집행정지 인용을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시간끌기용으로 악용해 건강보험재정의 손실을 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제약바이오업계는 헌법에서 보장한 소송권의 침해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사법부의 집행정지 인용을 제약업계가 악용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선 '일부의 문제'일 뿐이라고 항변했다.이러한 호소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선택으로 인해 갈 곳을 잃었다. 약가인하 환수·환급법의 부당성을 주장해오던 제약바이오업계의 체면을 스스로 깎아내린 셈이다. 오히려 법안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정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꼴이 됐다. 정부 논리대로 향후 수년간 수백억원의 건강보험재정 손실도 예상되는 상황이다.정부도 제약바이오업계도 이를 좋게 볼 리 없다.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법안이 통과한 날에 바로 그 문제적 행동을 했다. 영리함의 정도가 지나쳤다는 비판이 제약업계에서 나온다.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적용된다. 6개월 후부터는 이러한 시간끌기용 집행정지 신청에 큰 부담이 따른다는 의미다. 포시가 약가인하 시점이 6개월 후였다면 과연 아스트라제네카는 지금과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2023-05-08 06:17:15김진구 -
[칼럼] Issue finding & Solution, 약사와 동료들[데일리팜=정석원 이사] 모스크바 대학 의학부를 졸업한 이력을 가진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인 ‘약제사 부인’은 다음과 같이 시작됩니다.“부인은 열린 창가에 앉아서 거리를 내다보았다. 무덥고 지루함에 화가 났다. 울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왜 그런지는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부인으로부터 몇 걸음 뒤로 떨어진 곳에서는 남편 체르노모르지크가 얼굴을 벽으로 돌린 채 달콤하게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부인은 무더움과 지루함에 화가 난 상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화가 나는 이유에 대해서는 부인 자신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더욱이 남편은 부인의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약제사 남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대응은 무엇일까요? 궁금하시다면 저와 함께 이번 칼럼의 마지막까지 함께 걸어가 보시죠.잠시 소비자와 관련된 2가지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입니다. 1984년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인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Susan T. Fisk)와 셸리 테일러(Shelly E. Talor)가 주장한 이론으로 인간이란 인지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어떤 생각을 깊게 하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는 것을 말합니다.즉 최대한 간단한 방식과 뇌의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인간이라는 뜻입니다.두 번째는 ‘큐레이션(curation)’이라는 용어입니다. 마이클 바스카(Michael Bhaskar)는 과잉된 정보를 과감히 덜어내고 새롭게 조합해 가치를 재창출 하는 일이라고 큐레이션을 정의하였습니다. 이는 개인의 취향에 대한 인지의 시간을 줄이고 그 대안을 제안 받고자 하는 심리의 결과라는 것입니다.앞선 칼럼에서 약국을 찾는 소비자의 ‘정보의 비대칭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는 소비자의 무지로 인한 비시장적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을 일컫는데 특히 의료서비스에서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자와 관련된 특징들을 지역약국의 세일즈에 적용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신뢰를 기반으로 ‘약사’라는 전문가가 ‘짧은 시간’동안 ‘개별화’된 상담을 제공할 경우 소비자의 만족은 증가하고 세일즈는 발생될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즉, 소비자는 본인의 인지를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면서(시간의 효율성), 본인의 취향을 제안 받고자(개별화 된 상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두 가지의 설문 조사 결과를 인상 깊게 본 적이 있습니다. 하나는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이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한 조사이고, 다른 하나는 약사의 업무시간과 관련된 설문이었습니다. .무려 70.6%의 소비자들은 약사로부터 자신의 증상에 관한 정보와 그에 맞는 선택을 추천 받길 기대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생활습관이나 식이요법과 같은 정보의 안내였습니다. 약국을 찾는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약사와의 상담을 원하였고, 가능하면 주거지역 인근의 약국에서 상담이 진행되기를 희망했습니다.반면, 약사의 업무시간 배분에 관한 조사 결과, 조제(23.5%), 복약지도(17.1%), 처방감사(10.1%) 라는 세 가지 업무가 하루 일과의 50.7%를 차지하고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반면, 의약품 및 소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업무시간은 2.1%, 질병예방 및 공중보건 증진 활동은 2.9%를 차지해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두 설문 결과 보면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과 약국이 제공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어 보입니다.저는 2022년 4월, 약국의 세일즈에 있어서 약사는 어떤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는지, 콘텐츠 활용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탐색하고자 약사 대상의 FGI(Focus Group Interview)를 진행하였습니다. 약국의 형태별로 지역약국, 체인약국, 대형약국으로 분류하였고, 다양한 연령대별 약사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하였습니다.FGI의 질문지는 크게 조제, 상담, 정보 및 홍보 제공에 관한 것이었고 추가적으로 향후 개선되어야 할 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문제점으로는 총 33가지가 언급되었는데 그 중 조제 11가지, 상담 13가지, 정보 및 홍보에서 9가지 문제점이 도출되었습니다. 그 결과 모든 항목에서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시간, 공간, 약사역량, 상담이라는 4가지 항목이 도출되었습니다. 특히 약사의 시간 부족은 모든 문제점들의 최초 원인임을 확인하였습니다.FGI를 통해 도출된 약사의 세일즈 콘텐츠에 관한 문제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첫째, 약사의 시간 부족으로 인한 업무 효율성의 약화입니다. 이러한 시간 부족의 근본적인 원인은 단순 조제 업무의 과중함이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둘째, 약국의 미흡한 공간 활용입니다. 최근 온라인과의 판매 가격 충돌로 인한 약사의 전문성과 신뢰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대두되며 약국 공간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제기되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셋째, 약사의 역량 강화 필요성이었습니다. 특히 소비자와의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FGI에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동료 약사들은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약사의 상담 시간 배분을 늘리기 위해 자동화 기기의 도입과 합리적 제도개선을 통한 조제 인력보강을 제시하였습니다. 환자 정보에 대한 종합적 전산 관리 시스템 또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었습니다.약국의 상담 및 체험공간에 대한 대안으로 약국 내 별도의 상담공간을 확보할 것과 체험이 가능한 기기 설치를 통해 소비자의 상담으로 연결되는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약사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약사의 개별화 된 설득 메시지를 개발하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결국 ‘약사의 상담 시간 부족, 공간활용 미흡, 커뮤니케이션 역량 강화 필요’라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에게 개별화 된 상담을 제공하는 것이야 말로 지역약국의 미래를 걸정짓는 중요 사안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유튜브 브랜드 채널 콘텐츠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논문은 영상 재생 시간이 길수록 소비자의 시청 의도는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소비자의 시간 효율성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약국을 방문하는 소비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약제사 부인은 불그스름한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잡담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녀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미 부인은 즐거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녀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자신도 모르는 이유로 화가 나있던 약제사 부인은 약국에 찾아온 손님인 군인들을 만나고 사뭇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약제사 부인의 남편은 가장 먼저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의 약국을 찾는 ‘바쁜 소비자’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듣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필자 약력 - 고려대 문화콘텐츠학과 박사과정 졸업- 논문: 지역약국(Community Pharmacy) 활성화를 위한 세일즈콘텐츠 개발 연구- 부광약품 마케팅 이사- 서비스 콘텐츠 및 헬스 커뮤니케이션 등 연구2023-05-07 22:53:00정석원 이사 -
[기자의 눈] 모든 의사에게 있을 첫 환자의 기억[데일리팜=이정환 기자] 내게는 20년 가까이 꾸준히 찾는 동네 가정의학과 의원이 한 곳 있다. 10평 남짓, 작지만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이 동네 의원은 섬세하고 차분한 가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십 수년째 변함없이 이어가고 있다. 희끗한 머리의 관록과 품위를 갖춘 여의사가 몇 해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슬픈 소식이 들린 이후, 동료이자 연세세브란스의대 선배 의사인 남편이 의원을 이어 받으며 진료 바통을 주고 받은 부부 의원이 된 이 곳은 아는 사람은 아는 동네 소문난 '명의원'이다. 훗날 알게 된 일이지만, 부창부수라 했던가 두 부부 의사는 비단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복지학, 약리학 등 다방면 분야에서도 십 수년 간 사회에 공헌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온 '저명 인사'였다.나는 좀처럼 아픈 일이 드문 선천적인 체질과 아직은 팔팔한 나이 탓에 반기에 한 번 내지 연에 서너번 꼴로 내원 진료를 받는 수준이지만, 의사 얼굴을 맞대고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 당장 질환에 대한 걱정과 물리적 아픔이 사라지고 마음의 평온이 찾아오는 반복된 경험 탓에 나 홀로 마음속 주치의로 삼은 지 벌써 20년에 가까웠다. 이에 개인적인 내원 사례를 짧게 소개한다. 지난해 급격히 불어난 체중 관리를 위해 방문한 의원에서 항상 자상하고 젠틀한 표정의 원장님은 내게 매번 같은 톤으로 묻는다. 애초 살 빼는데 도움이 되는 약이라도 한 번 처방받아볼까, 하는 마음에서 찾은 의원이었다."오늘은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습니까?", "평소 혈압은 문제 없으시죠? 새로 재봅시다.", "뻔하게 들리시겠지만, 약 보다는 식단과 운동이 먼저에요. 약만으로는 길게 못 갑니다.", "지금 그리 과체중이 아닌데, 한 달만 같이 노력해보고 정 안 되면 그 때 처방해 봅시다."처방에 앞서 우선 생활습관부터 함께 교정해보자는 의사 제안에 나는 약 없이도 건강한 라이프 사이클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반년째 기울이고 있다. 명의라는 든든한 우군 탓에 실제 어느 정도 체중감량과 건강증진이란 질환 치료·호전 효능감도 맛 봤다.같은 의원, 동일 의사의 또 다른 나의 내원 진료 사례다. 가정의학과 진료와 함께 가벼운 수준의 피부과 진료를 더해 요구하자 병변을 간단히 살펴본 원장님 왈 "피부과는 나보다 더 잘보는 동료가 있어요. 제가 얘기해 둘 테니 한 번 찾아가 보시죠"란다. 자신의 전문진료과가 아닌 피부과 질환에 대해 다른 피부과 전문의를 소개한 것이다. 또 다른 의미의 동네 의원 간 협진이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진료 수익 대신 환자의 더 좋은 진료와 건강을 우선한 원장님에게 감사함과 존경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게 바로 의사의 품격이자 동네 의원의 존재 이유가 아닐까.비대면진료가 보건의료계 뜨거운 감자다. 플랫폼 기업들은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국민의료를 탄압하는 행위이자, 기득권인 의사와 약사 편에만 서는 입법이라며 대국민 '비대면진료 지키기' 서명운동을 받고 있다. '아픈 내 새끼 진료, 워킹맘은 꿈도 못 꾼다'는 격한 표현으로 국민의 감정을 뒤흔드는데 여념이 없다.일간지, 경제지 등 유수의 주요 언론도 여전히 플랫폼 목소리를 한층 증폭하고 널리 확산하는데 앞장 서고 있다. 코로나19 판데믹 예방을 위해 한시적으로만 허용하기로 했던 비대면진료가 낡은 규제로 인해 당장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고 했다. 국회가 의료법 개정안 심사를 하지 않고, 의·약사가 반대한 탓에 한국의 비대면진료 기술력이 중국에 따라잡혔다는 프레임의 뉴스가 쏟아지는 실정이다. 언제부터 의사가 환자를 직접 만나는 대면진료를 비대면진료에 우선하는 게 낡은 규제가 됐는지 모를 일이다.플랫폼 기업들은 국회 앞에서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비대면진료로 병·의원 방문 없이 간편하게 집에서 전화통화로, 화상으로 진료 후 약을 받을 수 있는데 도대체 왜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대면진료로 되돌아 가려 하냐는 게 대다수 언론의 스탠스다. 뉴스 보도 과정에서 비대면진료로 발생할 수 있는 '의사 편법 진료' 유혹이나 '환자 편법 약 처방' 유혹, 충분치 않은 진료 후 약 처방, 불필요한 수준의 과잉 약 처방 등 문제점이나 부작용은 일체 도려내졌다.질환으로 아픈 환자에게 의사는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다. 자신의 신체를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은 생각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감과 안정감, 안전감, 만족감을 요구한다. 진료 후 질환의 빠른 호전은 환자가 의사에게 원하는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요건이다. 단순히 전화통화, 화상만으로 의사와 환자 간 진료가 진행·종료되는 풍경이 일상화 한다면 질환에 대한 소통 과정이 삭제되고, 단편적인 약 처방만이 남게 되지 않을까. 아울러 진료란 애시당초 대면과 비대면으로 나뉠 계제가 아니라, 당연히 대면이어야 하는 게 아닌가. 거동불편자나 도서·산간·벽지 등 의료취약지 거주 환자가 아니라면 말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미 국회 계류 중인 의료법 개정안 4건(강병원·최혜영·이종성·신현영안)이 초진부터 비대면진료를 허용 중이다. 플랫폼 기업들의 요구를 전적으로 담은 단 1건의 의료법 개정안(김성원안)만이 정신과 질환 등 일부 진료과를 제외한 모든 질환, 모든 환자에 대한 초진 비대면진료를 허용하고 있다."의사와 환자는 만나야 합니다."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원격의료 제도화 시도 때마다 내걸던 현수막에 쓰였던 문구다. 전국 모든 의사들, 아니 전 세계 모든 의사들은 갓 의사 면허를 딴 후 진료현장에 나섰을 때 만났던 '첫 환자'를 향한 또렷한 기억이 몸과 마음 곳곳에 각인됐을 테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후, 자신의 첫 환자 진료를 앞둔 설렘과 자신감, 긴장감, 두려움, 희열 등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였을 때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란 칭호를 그제서야 비로소 얻게 되는 게 아닐까.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최근 모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국회의 간호법 제정안 처리를 놓고 "법안 저변에 의사 중심주의를 깨려는 조항들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합리적이고 세련된 법치주의를 위해서는 정서나 감정에 기대기 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토론하고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문제점을 짚어나가는 박민수 차관의 담담한 목소리에 절로 공감하며 고개가 끄덕여졌다.비대면진료 제도화와 초진·재진 허용을 놓고 플랫폼 업계와 의사, 약사는 물론 복지부와 국민마저도 갈 길을 잃고 표류 중인 분위기다. 의료법 개정은 물론 시범사업 초안조차 아직까지 베일을 벗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틈 타 플랫폼은 연신 국민 정서를 초진 비대면진료 허용으로 이끌기 위해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다분히 감정에 기댄 여론전에 치중하고 있다. 젊은 패기로 초진 비대면진료를 향한 우려를 정면돌파 하려는 의지는 찾기 어려워 보인다. 재진 비대면진료 입법은 악하고, 초진 비대면진료만이 선하다는 프레임을 전국민 머릿속에 각인시키려는 시도다.박 차관이 제시한 간호법 제정안 해법대로 비대면진료 역시 합리적이고 세련된 제도화를 위해 플랫폼과 의사, 약사, 정부, 국민이 합리적인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 플랫폼이 외치는 '워킹맘은 아픈 내 새끼 진료조차 꿈 꾸지 못하게 만드는, 나쁜 재진 비대면진료'와 같은 격정적 선전이 합리적이고 세련된 법치주의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다. 진짜 비대면진료는 동네 의원에서 숙련된 의사와 아픈 환자가 마주보고 질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면진료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아주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다.2023-05-03 19:29:28이정환
오늘의 TOP 10
- 1무상드링크에 일반약 할인까지…도넘은 마트형약국 판촉
- 2실리마린 급여 삭제 뒤집힐까...제약사 첫 승소
- 3췌장 기능 장애 소화제 국산 정제 허가…틈새시장 공략
- 4임상 수행, 사회적 인식…약국 접고 캐나다로 떠난 이유
- 5안과사업부 떼어낸 한림제약…'한림눈건강' 분할 속내는
- 6대웅 '엔블로', 당뇨 넘어 대사·심혈관 적응증 확장 시동
- 7주사이모 근절..."신고포상금 최대 1천만원" 입법 추진
- 8비상장 바이오 투자 건수↓·금액↑...상위 6%에 40% 집중
- 9“약 수급불안 조장”…제약사 거점도매 정책 약사회도 반발
- 10'엘라히어' 국내 등장…애브비, ADC 개발 잇단 성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