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원격의료인가"복지부장관이 공석인 상태에서 원격의료 입법예고가 진행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대학병원 교수들도 원격의료 원하지 않는다. 자기 외래시간 쪼개는 것도 모자라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 화상으로 환자를 만나야 할텐데 누가 좋아하겠나."요즘 만나는 의사 취재원 마다 원격의료에 대한 불만을 털어 놓는다. 이러한 분위기는 의료계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닐 것이다.의·치·한·간·약 등 보건의약 5개 단체는 원격의료를 포함한 대정부투쟁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대형병원을 회원으로 둔 병원협회도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무상의료본부와 보건의료노조도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이다.그렇다면 원격의료 대상이 되는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과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 등은 이번 개정안을 찬성할까?복지부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해 초기단계부터 원격의료 대상 의료기관을 동네의원으로 한정했다.거리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동네의원을 두고 따로 원격의료를 받기 위한 장비를 구입하는 환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이번 원격의료 의료법개정안은 의료 접근성이 높은 국내 상황과 동떨어질 수 밖에 없다.이미 대형병원 환자집중 및 동네의원 약화, 대면진료 대체 불가능 및 국민건강을 위협, 원격의료만 하는 기관 운영으로 상업성 가속, 원격의료기기 및 시스템 오작동, 의료정보 유출 등 다양한 문제점이 드러났다.복지부는 이 같은 쟁점사항을 극복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굳이 문제점이 드러난 상황을 고치면서까지 원격의료를 도입하는게 실효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의사들이 반대하고 환자들도 반기지 않는 상황에서 원격의료는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언젠가 우리나라에도 원격의료가 도입될 것이라 믿고 기술 개발을 멈추지 않았던 IT기업을 위한 정책이 아닐까.2013-11-18 06:24:01이혜경 -
서비스산업발전법이 '용'이라는 기재부기획재정부가 전 산업에 걸쳐 야심차게 추진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예상대로 의약인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이 법안은 외피는 다르지만 과거 영리법인 허용화와 전문자격사선진화방안과 같은 맥락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의료민영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의약산업의 후진적(?)인 생산성을 높이고 고용창출을 늘리기 위한 절박한 고민의 산물이라는 것이 기재부의 항변이지만 설득은 커녕 공분만 사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김용익·김현미 의원 주최로 열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문제점 토론회는 의약인과 시민사회단체, 기재부가 각각 보건의료산업을 어떤 관점에서 보고 있는 지 간극만 명확하게 드러낸 자리였다.기재부 패널로 참석한 강종석 서비스경제과장은 '용'을 그리려는데 비늘 모양 갖고 말이 많아 용 자체를 제대로 그리지 못한다는 우회적인 비판으로 패널들과 청중들을 아연실색케 했다.다른 산업분야는 법안 추진에 전혀 문제가 없는데, 왜 유독 보건의료분야만 반대가 심하냐는 원망의 표현인데, 기재부가 이 분야를 보는 시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보건의료서비스는 공공성을 기본 바탕으로 한다. 지난 대선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보편적 복지와 보장성 확대의 핵심 근간도 바로 보건의료 분야의 공공성에 있다.그러나 기재부는 이 분야의 생산성에 대한 기준을 산업과 이윤의 창출로, 지극히 경제학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려 한다.이것이 그들이 바라보는 '용'의 실체이니, 의약인-시민사회단체와 기재부 간 시각이 얼마나 첨예한 지를 단박에 보여주는 대목이다.기재부가 기준삼는 생산성의 시각으로 의료서비스를 보더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다.현재 1분진료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료 상황을 양으로 치환한다면 세계 어느나라보다 생산량은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렇다고 하더라도 의료민영화와 법인화를 촉발할 이 법안으로 인해 의료산업 전반의 서비스 질이 담보될 것이란 전망은 이 분야 전문가 누구도 하고 있지 않다.민영화가 일으킬 가격 폭등과 질의 상관관계를 예측해 볼 때 되려 반대현상이 나타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기재부는 환자를 억지로 '양산'할 수 없고 공공성이 강조돼야 하는 이 분야의 특성을 무시한 채 산업성과 상업성에 매몰돼선 안된다.보건의료분야를 공장에서 찍어내는 단순 공산물로 인식하는 것이 야기할 파장과 부작용은 결국 국민들이 모두 떠안게 되고, 이는 정권의 성패에까지 맞닿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2013-11-14 06:37:09김정주 -
"약사국시가 약대교육의 최종 목표 아니다"약학대학이 첫 6년제 입학생을 맞은 지 3년이 지나고 있다. 약대 6년제는 약사의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고 직능을 넓히는 큰 전환점의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 속에 힘들게 도입됐다. 이에 각 계에서 6년제에 다양한 변화를 요구했다.국제적 수준의 약사, 체계적 임상교육을 받은 약사, 생산과 품질 관리가 가능한 약사, 국민 보건 관리의 최전방으로서 예방의학의 지식을 갖춘 약사, 바이오신약 등의 트렌드에 따라 생명공학 교육을 받은 약사 등 6년제 약사에 거는 기대는 엄청나다. 약사 선배님들께선 앞으로 나올 6년제 약사들의 처우 개선 준비로 바쁠 것 같아 보인다.그러나 그 기대의 이면에는 6년제 약사가 이러한 기대를 과연 충족할 수 있을 까하는 의심의 눈길도 존재한다. 이러한 의심은 후배들을 받을 선배 약사님들 뿐 아니라 병원 의료계, 정부, 심지어 일부 교수님과 학생들도 갖고 있는 생각이다.실제로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은 6년제 약대 출신의 급여를 졸업 후 실력을 보고 판단하겠다며 결정을 유보한 상태다. 이 상태라면 6년제 약사의 성패는 6년제 약대의 첫 졸업생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렵게 준비한 6년제에 대해 이러한 의심을 품는 이유는 무엇일까?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6년제 교육과정이 아직도 미정이라는 사실이다. 6년제 첫 신입생을 맞이할 때 전국 약대는 임상 중심 대학, 연구 중심 대학 등 다양한 슬로건을 내새웠음에도 그에 맞는 커리큘럼을 제시한 학교는 일부 약학대학뿐이었다.기존 약대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게시한 대학도 있었다. 이후 약사고시 개편안이 논의되면서 차츰 커리큘럼이 수정되기 시작했다. 전국 34개 약학대학 커리큘럼을 확인해본 결과, 약사고시 개편안이 거의 확정된 현재의 커리큘럼은 수많은 수정을 거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어떤 학교는 6학년의 커리큘럼은 아직 게시되지도 않았다. 즉, 일부 뚜렷한 이상을 가지고 준비한 약대를 제외하고는 약시의 변화만을 지켜보며 그때그때 교육의 방향을 수정해왔다는 것이다.현실이 이렇다보니 '약시만 통과하면 된다'라는 안일한 태도를 답습하는 학생들이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약대 교육이 갈피를 잃었음을 느낀 교수님들께서도 올해 7월 19일, 한국약학교육학회를 새롭게 열었다.이런 혼란의 상황에서도 교육은 진행되고 있었다. 지금의 약대생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는 있을까? 6년제라고 부르지만, 2년은 다른 과에서 배우고, 1년은 외부 실습이나 약시준비로 소요하므로 실질적으로 약대에서 교육을 받는 기간은 3년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6년제 약대생들은 위에 언급했던 6년제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 수많은 과목들을 배워야 한다.즉, 3년이라는 시간동안 6년제로서 배워야할 모든 과목들을 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약대는 1년 분량을 한 학기에 끝내는 고강도의 커리큘럼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이 경우, 교수님이나 학생이 소화하기 힘든 분량이 되다보니 양적 증가는 있지만 질적 증가에선 의문이 든다. 이에 어떤 약대는 실습기간을 규정된 실습기간 규정 내에서 최소화하여 한 달 만에 끝내고 나머지를 교과로 채우거나, 방학기간을 없애고 실습이나 교과로 채우고 있다.어떤 약대들은 선택 과목 수를 늘려 겉보기엔 수많은 과목들이 개설되지만 실질적으로 개설되는 과목은 적다. 일부 약대는 교수님 공급에 따라, 약시 변화에 따라 그때그때 과목을 결정하여 개설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학생들은 내년에 내가 어떤 수업을 듣게 될 것인지, 실습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많았다. 6년제 약대생들조차 6년제에 의문이 들게 되는 이유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6년제 첫 졸업생에게 평가의 이목이 쏠릴 것이란 점이다. 이는 전국의 6년제 졸업생 한 사람, 한 사람이 6년제 약대생 전부를 대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교육을 받은 전국 약대생들이 동일하게 6년제를 대표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또한 전국의 약대생 모두가 6년제 약대생으로서 변화된 실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을 깊이 생각하고 있는 지도 궁금하다. 비록 조금 늦었지만 병원실습 협의회, 약학교육 학회, 제약실습 협의회 등 교수님들과 병원, 약국, 제약회사들이 교류하며 맞춰나가기 시작했다.특히 올여름방학 동안 수많은 협의회들이 약대교육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분명히 해야 할 것은 6년제를 시작할 때 생각했듯이 약사고시는 교육과정의 최종 목표가 아니라 최저수준의 기준일 뿐이어야 한다는 점이다.개인적으로는 약사고시 외에 상향된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과대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공학교육인증(ABEEK)을 밴치마킹한, 한국약학교육과정 인증제를 제안한다. 국제적 규격의 교육과정으로서 인증을 받은 학교에서 학생이 이수를 받으면 수료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제도이다.외국 정부와 협력하여 이 교육과정을 수료한 것은 외국 약대 졸업과 동일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국제적 인재를 배출해나가겠다는 6년제의 취지에도 부합할 것이다. 또한 임상교육 인증, 제약산업 인증 등 특화된 교육과정 인증을 만든다면 학교별로 특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교수님들과 각계에서 노력하는 만큼, 4회, 5회 학생들부터는 조금 더 정돈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6년제를 만들 때의 초심대로 교수님과 학생들 모두 노력하여 좀 더 발전된 6년제 약대를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2013-11-14 06:24:04데일리팜 -
신약개발, 얼마나 빨리? 얼마나 좋게?잘 알려져 있듯이 신약개발의 관건은 시간 싸움과 품질 경쟁이다. 남보다 빨리 앞서 나가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게 안 되면 좀 늦더라도 더 좋은 품질을 가진 신약으로 시장에 나서는 것이 요체이다. 즉, first-in-class 신약이 아니면 best-in-class신약으로 시장에 나서야 한다. 그럼, first-in-class 신약과 best-in-class신약은 각각 어떤 성공을 거두었을까?가장 먼저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선점효과의 혜택을 누리며 성공한 예는 Merck의 당뇨병 치료제인 자누비아다. 2006년, DPP4저해제로서 가장 먼저 개발을 마치고 type 2 당뇨병 환자들을 빠르게 흡수해 나갔다. 몇 년후 같은 타깃에서 경쟁약들이 줄을 이어 나오게 되는데 가브스 (Novartis, 2009년), 온글라이자 (BMS, 2009년), 네시나 (Takeda, 2010년), 트라젠타 (Boehringer Ingelheim, 2011년), 제미글로 (LG생명과학, 2012년) 등이었다. 그러나 자누비아에서 큰 흠결이 드러나지 않은데다가 후속 약들의 특장점도 시장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오늘날까지 자누비아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2012년도 자누비아의 시장 점유울은 DPP4 당뇨병 치료제 시장의 71%을 차지하였고 매출액은 약 8조원에 이를 정도로 블럭버스터로 우뚝 섰다. 시장에 먼저 나온 덕택에 성공한 사례인 것이다. 자누비아는 다른 경쟁약들 (갈브스, 온글라이자)보다 늦게 발견되었지만 임상개발단계에서 현명한 개발전략으로 앞서가서 남들보다 빨리 승인을 받아낸 약으로도 유명하다.이외에도, 시장에 먼저 진출한 덕분에 성공을 거둔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Novartis의 글리벡도 그중 하나다. 2001년에 출시된 글리벡은 당시 치사율이 높아 공포에 떨던 백혈병 환자들로부터 기적의 항암제라는 찬사를 받으며 단숨에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BMS는 글리벡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효과를 나타내는 스프라이셀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수성 전략으로 Novartis는 그 1년후 타시그나를 개발하여 대응하였다. 스프라이셀과 타시그나는 모두 글리벡에 비해 우월한 효과를 보이는 2세대 항암제들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가장 먼저 출시된 글리벡이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2012년 기준으로 이들 세 약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글리벡 70%, 스프라이셀 15%, 타시그나 15%이다.앞의 두 예와는 달리, 개발은 늦게 이루어졌지만 개선된 품질로 인해 성공한 신약의 대표적인 예는 Pfizer의 리피토이다. 스타틴 계열의 신약으로서 처음 메바코 (Merck, 1987년)이 등장한 이래, 리피토는 조코 (Merck, 1989년), 프라바콜 (BMS, 1991년), 레스콜 (Norvatis, 1994년)에 이어 5번째로 시장에 진출하였다. 리피토는 메바코에 비해 무려 9년이 지난 후 등장한 늦둥이었지만 출시하자 마자 단숨에 스타틴 시장을 장악하였다. 리피토는 특허가 소실되기 직전인 2011년도의 매출액이 14조원에 이르게 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리피토의 성공 요인은 역시 차별화된 품질이었다. 리피토는다른 스타틴 계열약들에 비해 심근경색증과 뇌졸증 발생을 크게 낮추는 등 약효면에서 뛰어났고 약물상호작용이 적은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이러한 차별성 때문에 리피토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빠르게 스타틴 시장을 평정하게 되었다.리피토보다 7년뒤에 나온 크레스토 (AsteraZeneca)는 또 다른 best-in-class이다. LDL을 낮추고 HDL을 높이는 점에서 리피토의 약효를 뛰어넘는 장점을 지녔고 임상시험과정에서 동맥경화의 정도가 줄어드는 것을 직접 측정함으로써 의사들이 확신을 갖고 처방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크레스토의 2012년 매출액은 약 6.5조원이었다. 리피토와 크레스토의 성공을 보면서 신약은 뒤늦게 나오더라도 품질면에서 우월하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한편, 가장 먼저 나온 약과 품질이 개선된 약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성공을 거둔 약들도 있다. 비아그라와 씨알리스가 그 예이다. 1998년, 비아그라는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 가장 먼저 등장한 덕분에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며 승승장구 하였다. 5년후 강력한 경쟁약인 시알리스가 업그레이드 된 품질을 바탕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알리스는 비아그라에 비해 약효가 더 빨리 나타나고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도 더 길었다. 또, 고지방 식사후 복용시 흡수가 줄어드는 비아그라와 달리, 시알리스의 흡수는 식사와 관계없는 등 장점이 있었다. 씨알리스는 이런 차이를 차별화 전략으로 내세워 시장을 공략하였지만, 시장을 선점한 비아그라와 팽팽한 각축전을 벌인 끝에 결국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된다. 2012년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비아그라 47%, 시알리스는 44%를 차지하게 된다. 결국 둘 다 승자가 되었다.이처럼, 더 빨리 만들어진 신약과 더 좋게 만들어진 신약간의 경쟁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가장 먼저 나온 약도 아니고 가장 좋은 약도 아닌 채 시장에 나서는 약들은 태생적으로 힘든 경쟁을 감수하며 생존 전략을 짜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개발 도중에 있는 약들은 가장 먼저 나갈 수 있는지 아니면 품질이 우월할 수 있는지를 따져보고, 만약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면 자신들의 빠르기와 품질이 과연 경쟁력이 있을 것인지 냉정히 평가해 봐야 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경쟁약과 비교하여 빠르려면 얼마나 빠르고, 품질이 좋다면 얼마나 좋아야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걸까? 가장 빠르지 못 하다면 어느 정도의 빠르기면 그런 대로 괜찮을까? 또, 약효는 좀 미흡하지만 가장 먼저 나온 신약과, 품질이 우월하지만 두번째로 나온 신약중에선 어느 쪽이 더 성공가능성이 높을까?얼마전, 이런 의문에 참고가 될만한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신약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빠르기와 품질중 어떤 요인이 더 중요한지를 조사하였다. 그들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시장에 나온 15개 타깃의 53개 신약을 분석하였다. 우선 first-in-class와 best-in-class를 비교분석하기 위해 시장에 나온 순서를 매기고 품질의 등급을 고-중-저의 3등급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가장 먼저 나온 신약이 품질도 가장 좋은 경우 그 가치를 100%로 상정하고 각 시나리오별로 상대적인 가치를 %로 환산하였다.분석결과를 보면, 품질이 미흡하더라도 (중급) 가장 먼저 나온 신약은 92%의 가치를 지니는데 반해 더 나은 품질로 두번째 나온 신약은 88%의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즉, 품질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이 아니라면 먼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더 좋은 (고급) 품질로 시장에 두번째로 나서는 것보다 다소 유리하다는 것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중간 정도의 품질로 두번째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좋은 품질이면서 시장에 세번째로 나올 경우보다 그 가치가 다소 높았다 (58% 대 50%). 이처럼 시간에서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이 품질에서 한발 앞서가는 것보다 다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또한, 품질이 저급일 경우, 첫번째로 나와도 40%의 가치밖에 지니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두번째로 시장에 나올 경우엔 그 가치가 10% 이하로 떨어졌다. 따라서 품질에 한계가 많을 경우엔 첫번째로 개발될 때를 제외하고는 상업적으로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렇다면, 경쟁약을 겨냥해 best-in-class 전략으로 개발하는 약들은 얼마나 빨리 따라가야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우선 first-in-class 신약이 나온 후 2년내에 출시된 best-in-class 신약의 가치를 100%로 상정하고 상대적으로 더 뒤 늦게 나온 신약들의 시장가치를 분석하였다. 첫번째 약이 나온 뒤 2 년내에 따라잡지 못하고 2-5년이 지나서 시장에 나오면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상대적 시장가치는 38%로 급격히 줄어들고, 5년이 넘을 경우엔 그 가치가 17%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분석 결과는 한정된 신약들만을 상대로 분석된 평균치라서 예외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결과는 best-in-class 신약들의 경우라도 시장에 나오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위에서 살펴보았듯이 first-in-class신약은 뚜렷한 선점 효과를 가지며 두번째 이후로 개발된 best-in-class신약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에서 심각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제약사들은 차별화에 대한 확실한 근거나 뚜렷한 전략적인 판단 없이 세번째나 네번째 또는 그 이후 순번에 해당될 지 모르는 신약의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물론 이들중에도 성공을 거두는 신약이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약들은 단순한 ‘me too’신약에 그치고 시장에서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의미있는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냉정한 평가를 통해 다음의 질문들에 대해서 확실히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개발중인 약이 first-in-class가 될 가능성이 있는가? 없다면, 첫번째 약에 비해 특장점을 지닌 약을 빨리 (2년 정도 이내) 개발할 수 있는가? 없다면, 유사한 적응증으로 확대하거나 우월한 마케팅 조직을 활용하는 등의 전략으로 뒤늦은 시장진입에 대한 불리함을 만회할 수 있는가?새로운 타깃을 찾아 first-in-class신약을 만드는 일에는 언제나 커다란 리스크가 따른다. 따라서 아직 글로벌 제약사와 같은 연구환경을 갖추지 못한 한국의 대부분 제약사들이 best-in-class 전략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앞서 개발되는 경쟁약과의 시간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제때에 개발동향을 파악하고 연구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경험 부족에서 나오는 시행착오를 줄이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 한국의 제약사들은 개발 중간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에 라이센싱아웃을 목표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라이센싱의 성사 가능성을 높이려면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 사항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새로운 타깃의 약, 즉 first-in-class 신약을 선호하고 있으며, 혹 기존의 타깃에서 개발된 신약일 경우엔 경쟁약과 시간 격차가 적은 약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된다. 한국의 제약사들이 개발중인 자신들의 약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빠르기나 품질 개선에 집중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환영받는 신약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2013-11-11 06:43:32데일리팜 -
의약외품 유통관리 이대론 안된다가정상비약 편의점 판매 시행, 약 없는 드럭스토어 개설과 맞물려 의약외품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하지만 정작 의약외품의 주요 유통채널이자 판매처였던 약국가는 심기가 불편하다.일부 제약사들은 편의점 판매와 시작된 의약외품 시장 확대와 더불어 자사 유명 일반약 품목을 유사한 성분, 함량, 패키지 등을 내세운 의약외품을 출시해 일반 마트와 편의점, 슈퍼 유통에 나서고 있다.이에 더해 일부 회사는 의약외품에 일반약으로 오인될 수 있는 과장된 광고 문구를 사용, 약으로 오인될 가능성을 주고 있어 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의약외품의 명확한 허가 기준이나 규제책 등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의약외품들은 일반약보다 '느슨한' 규제를 이용해 일부 표시기재와 다르거나 과장된 효능·효과 등을 광고하는가 하면 일부 제품은 일반약보다 더 높은 성분이나 함량에도 불구하고 외품으로 분류돼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약국을 넘어 일반 마트와 편의점, 슈퍼 드럭스토어까지 의약외품 유통 경로가 다양화 된 만큼 제품은 더 다양하게 출시, 유통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그 속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는 제품들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들로 확대 될 수 있는 문제이다.이 같은 제품들이 일반 편의점과 드럭스토어, 온라인몰 등에서 무방비로 유통될 경우 의약품과 혼돈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곧 오남용 우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의약외품에 대한 식약처의 명확한 허가 기준 마련과 더불어 현재 출시된 제품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더불어 확실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2013-11-11 06:24:04김지은 -
정부, 저가구매제 집착 버려야제약업계의 탄식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정부가 지난 2년 간 유예했던 시장형실거래가제도를 다시 시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유예기간동안 정부는 제도 폐지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조짐은 제약업계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제도 취지는 좋다. 의약품 실거래가를 파악해 유통 투명성을 확보하고 보험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것.하지만 제도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했다. 유통 투명성을 보장하지도 못했고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효과도 미미했다.이런 연유로 관련 단체 대부분은 이 제도의 시행을 반대하고 있는 입장이다.제약업계는 물론이거니와 약사회, 도매협회 등도 폐지를 주장하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병원들이 이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고 하지만 대형병원에 인센티브가 편향적으로 집중돼 대다수 병원들은 별다른 혜택을 못 봤다.제도의 가장 큰 수혜자가 돼야 할 국민들에게도 딱히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시민단체조차도 시장형실거래가 제도가 합법적인 리베이트 창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서다.국민들조차 이 제도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여전히 부작용보다는 순기능을 역설하고 있다.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관련 단체의 의견은 중요하다. 제도가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를 명백히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하지만 이 제도는 의약단체 상당수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열지 않고 있다.귀를 열고 의견을 듣는다면 얻을 수 있는 답은 명백하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한 때다.2013-11-07 06:58:14최봉영 -
'시장형실거래가' 최소한 유예돼야 한다한국제약협회가 6일 개최한 '시장형 실거래가 토론회'는 예상대로 '기찻길'이었다. 그동안 이 제도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몸으로 경험했던 제약업계, 도매업계, 대한약사회는 일제히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정부는 권순만 교수 용역연구(심평원 발주)의 논리와 결과에 의지한 채 역기능과 순기능 측면이 함께 있다고 방어하며 이 제도 부활 가능성에 대한 여운을 남겼다. 비록 정부 관계자가 "각계 입장을 충분히 수용하겠다"고는 했지만 제약계 관계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결론부터 말해 정부는 이 제도를 즉각 재시행해서는 안되며, 장기 검토과제로 돌려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왜냐하면 이 제도의 유일한 수혜자인 대형병원 중심의 병원계를 제외하면 핵심 이해당사자인 제약업계, 도매업계, 약사회가 모두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민단체까지도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으면서 일부 대형병원에만 수익을 몰아주는 제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면 정부가 고집만 피울 일은 아니다.다시말해 제약업계 등의 극심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단 시행했다가,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2년 가량 유예됐던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원천부터 다시 연구돼야 옳다. 이 제도를 통해 구현하려는 정책 목표가 병원들에게 이익을 주려는 것인지, 아니면 합리적 약가인하기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명확한 목표부터 재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제도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진행된 정부 발주 연구가 있다면, 이 제도로 인해 큰 피해를 본다는 측에 미치는 영향력까지 고려된 균형잡힌 연구가 필요하다.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는 서둘러 마쳐야만 하는 미션이 아니라 향후 10년, 20년 그 이상 보건의약계의 질서를 구축할 제도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연구와 전문가 토론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많은 문제로 인해 2년 잠자고 있던 제도를 당장 재시행할 이유는 없다.2013-11-07 06:24:52데일리팜
-
공공기관서 확인한 약사 역할과 미래[한국보건의료연구원 인턴십 체험기]인제대 약대 박지혜씨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 삼성에서 6년간 근무하던 중 뒤늦게 약사로서 제2의 인생을 꿈꾸며 인제대 약대에 입학했다. 어렸을 때 꿈이기도 한 약사로서 일을 하면 전문직으로서 나의 역량을 좀 더 넓게 펼칠 수 있고, 또한 가깝게는 가족에서 넓게는 지역사회에서 이웃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그 역할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다.이번 여름방학 동안 인제대 약대 classmate와 같이 서울에 위치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National Evidence-based Healthcare Collaborating Agency, 이하 NECA)에서 1 개월간 공공기관 실무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약사로서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약사가 어떤 영역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참에 NECA에서 실습을 하게 되어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다.NECA는 보건의료기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근거를 창출하여 보건의료분야의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보건복지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NECA에는 여러 부서가 있는데 우리는 1 개월 동안 4개부서(연구기획단-의료기술분석실-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보건서비스분석실)에서 각각 1주일씩 실무실습에 참여했다.NECA에서 실무실습은 연구기획단 업무부터 배우기 시작하였다. 연구기획단의 여러 가지 업무 중 우리는 연구주제 수요조사에 참여했다. NECA에서는 대국민을 비롯하여 대학, 학회, 의료기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연구주제를 제안 받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보건의료 분야의 사회적 의제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공익적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연구주제 수요조사를 실시한다.대표적 과제로 글루코사민 제제가 골관절염에 대한 예방효과가 불확실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여 국가적 비용 부담이 큰 글루코사민 제제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했다. 또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의 처방양상 및 안전성(2012)' 등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재정립하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성과확산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있다. NECA에서는 보건의료 관련 다양한 주제에 대해 원탁회의, 리플릿, 학술지 등의 방법으로 연구 성과를 홍보 및 확산을 하고 있다. 이중에 우리는 실무실습생으로서 약물관련 주제에 관한 성과확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공직약사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어느 정도 체득 할 수 있었다.의료기술분석실과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에서는 우리나라 의료시장에 도입되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국민에게 사용될 때, 그 기술이 안전하고 유효한지를 의학 및 과학 문헌을 통해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한다. 또한 그 결과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해를 증진시키는 활동을 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권 보호 및 의료기술평가에 관한 보건의료 정책수립에 일조하는 역할을 한다.의료기술분석실과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에서는 체계적 문헌고찰(Systemic Review) 실무교육 및 실습을 할 수 있었다. SR에 대해서는 사회약학 시간에 문헌 연구방법 중 한가지로 익히 들은 바는 있었지만, 이번 실습을 통해 SR이 무엇이고 주제에 관한 여러 가지 논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분석 방법임을 구체적이고 실무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특히 이들 부서에서는 유전자 신의료기술과 같이 전문성을 띈 분야에 관해 약사로서 의료기술 및 신의료기술을 판단하고 업무를 수행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공직자의 자세를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이를 통해 우리가 졸업 후 공직 및 공공기관에서 일할 때, 공직약사의 역할과 책임감, 그리고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상상해 볼 수 있었다.보건서비스 분석실에서는 근거중심 보건의료로서의 성과연구(outcome research), 경제성 분석을 통한 보건의료분야에서 비용산출, 보장성 강화를 위한 예방의료서비스의 우선순위 등을 개발한다. 성과연구란 실제 인구집단에서 이루어지는 일상진료 환경에서 노출 또는 치료의 성과를 평가하는 연구로서 이를 활용하여 임상진료지침을 개발하고, 진료의 질을 평가하며 효과적인 치료를 파악할 수 있다.또 경제성 분석 및 예방의료서비스의 우선순위 개발과 같은 업무에서는 학교에서 배운 과목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약료경제학, 예방약학, 의약정보학 시간에 배웠던 코호트 연구와 같은 연구설계방법과 의약품 경제성 평가 방법 등에 관해 학습이 되어있었기 때문에 NECA에서 실무실습을 함에 있어서 더 많은 것을 숙지할 수 있었고, 약학도로서 배운 과목들이 실제 실무 현장에서도 사용된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7월 한달간의 실무실습기간은 NECA의 역할과 업무를 경험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예비약사로서 NECA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약사의 역할의 중요성과 그 책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해주신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2013-11-05 11:30:00데일리팜 -
불매운동? 소비자가 누군데?의사들은 불매운동을 좋아한다. 이제 제약사의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 기다렸다는 듯이 이 단어는 따라 나온다.'소비자층이 특정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특정 상품의 구매를 거부하는 운동'. 불매운동의 정의다. 불매운동의 주체를 '소비자'로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누구인가? '욕망의 충족을 위해 재화를 써서 없애는 행위를 하는 사람'이다.큰 착각을 하고 있다. 의약품의 소비자는 의사가 아니다. 의사가 욕구(치료되길 원하는 마음)를 위해 재화를 들여 의약품을 구매하는가? 의약품의 소비자(구매자)는 당연히 환자다. 애초에 불매운동 운운할 자격이 의사들에게는 없다. 이 글을 보고 "백신이나 수액제는 직접 구매한다"라고 말하는 의사가 있을까 걱정까지 된다.처방권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 맞다. 그러나 분야의 특성상 이는 다른 권리와 다르다. 국민이 건강을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의사들에게 위임한 것이다. 제약사를 상대로 한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라고 주어진 권리가 아니다.동아제약의 동영상 촬영이 리베이트인지 몰랐을 수도 있고 대웅제약의 홈페이지가 불법인지, 아닌지 아직 모른다. 그런데 억울함을 표하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꺼내는 것은 주제넘는 행위며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행위임을 의사들은 알아야 한다.불매운동의 대상 제약사 약이 꼭 필요한 환자가 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일부 의사들은 해당 제약사는 제네릭 중심이라 얼마든지 대체할 약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오리지널이 있고 수많은 제네릭이 있는데 그 약을 굳이 써 온 당위성은 무엇인가?화이자의 영업사원이 SNS로 의사 뒷담화 글을 올렸을 때도 불매운동 얘기는 나왔다. 이 회사가 제네릭사는 아니다. 또 이제껏 거론됐던 회사들에 신약이 없는 것도 아니다.리베이트가 제약업계와 의료계 내 오랜기간 만연해 온 '악습'인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것이 약제비 거품의 큰 원인으로 작용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쌍벌제를 내놓았다.확실한 것은 어느순간 국민들 사이에서 의사는 이미 '제약사 돈 받아먹는 사람'으로 치부되고 있다. 불매운동까지 더해져 더욱 더 국민들을 실망시키지는 말자.한 가지 더. 규정에 대해 비판을 가할 자격은 규정을 지켜온 사람에게 있다. 규정을 지키지 않아 벌이 내려졌을 때는 반성하고 벌을 받는 것이 우선이지 불만을 토로하고 따지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는 얘기다.2013-11-04 06:24:02어윤호 -
[칼럼] 원격진료 거울 앞에 선 '노환규와 조찬휘'[장면 1] 정부 주도로 안전상비약 편의점 판매가 추진되던 과정서 의료계는 "(편의점 판매가) 안전한 의약품 사용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정부를 거들었다. 이 때 약사회를 중심으로 한 약사 사회는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감정에 분노하고 괴로워했다.[장면 2]2013년 초. 새 단체장에 뽑힌 노환규 의사협회장과 조찬휘 약사회장은 각자의 회관이 위치한 서초동과 이촌동을 오가며 의약상설협의체 구성을 협의하는 등 한껏 화해무드를 조성했다. 의약 관객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둘의 연애'를 지켜봤다.[장면 3] 떡 선물을 하며 살갑게 지내던 醫藥은 약국의 청구불일치 문제로 다시 견원지간으로 돌아갔다. 노환규 회장이 페이스북에 청구불일치 문제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표명하자, 이에 질세라 조찬휘 회장도 맞 받아쳤다. 밀월은 싱거웠다.[장면 4]2013년 10월. 정부는 의사와 환자가 원격진료 시대를 열겠다며 관련한 입법예고안을 냈다. 노환규 회장은 이날 긴급기자 회견을 열어 원격진료 허용 법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다. 노 회장은 원격진료가 문제인 점을 조목조목 말했다. 그 중 흥미로운 대목은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이 사라질 것'이라는 부분이다. 정책 시행의 영향과 결과를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일이지만, 동네의원과 약국이 의약분업 아래서 공동 운명체라는 인식은 원격진료라는 거울에 비춰진 새삼스러운 결과물이었다.2013년 현재 醫와 藥 사이에 가로막힌 가장 험준한 산맥은 약사회가 주장하고 의료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분명 처방'일 것이다. 하지만 의약이 공동운명체라는 관점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근원적 해법의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바로 지역처방목록 제출이다. 원체 많은 의약품이 유통되는 상황에서 지역 의사회가 지역 약사회에 처방목록을 제시해 이를 공유하면 처방과 조제가 원활해 질 수 있었고, 오늘 날처럼 대체조제 확대나 성분명 처방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붉히는 일은 훨씬 줄었을 지 모른다.실제 약국들이 대체조제 확대나 성분명처방을 주장하는 건 의약품의 선택권을 누가 갖느냐 같은 추상적 영역 다툼에 있지 않다. 이보다 매우 현실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바로 재고약 처리 문제다. 약국들은 처방이 나와 준비해 둔 의약품이 재고로 쌓여 매년 도매상과 제약회사를 대상으로 반품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치를 떨고 있다. 그러다보니 제도적 장치를 주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셈이고 그게 바로 성분명처방이다.지역처방목록은 다른 말로 의약 동반자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처방목록을 둘러싼 협의가 전국 곳곳에서 원활하게 이뤄진다고 가정하면 서로를 적으로 삼아 손가락질 하는 이상현상은 현저히 줄어들었을지 모른다. 외곽에서 보면 둘, 다시말해 동네의원과 동네약국은 어쩌지 못하는 동반자가 맞는데 정작 서로는 그걸 모르는 듯 보인다. 동반자 인식이 확산되었다면 '내가 너의 잘못을 고쳐주마'라는 식의 고발전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의약분업 과정에서 이해관계로 의심과 약심이 틀어졌다면, 원격진료는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상생의 터를 닦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원격진료는 의원은 물론 약국의 미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환경변화다. 실상 의와 약이 서로를 째려보며 비난을 하고, 상대를 탓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지 않은가. 세링게티에 건기가 찾아와 호수가 마르기 시작한 것처럼 의와 약에도 위협적인 자본의 논리가 스며들고 있다. 제한적이라는 원격진료는 그 전주곡일지 모른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서 의와 약은 경쟁재가 아니라 상호 보완재다. 보건의료체계의 프레임이 바뀌는 구도에서 경쟁을 통해 얻는것보다 보완을 통해 대응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 질 것이기 때문이다. 서비스 선진화 방안도 둘 앞에 공히 놓여 있다.2013-10-31 12:24:50조광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