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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왜 PM2000 데이터 제공을 계속했을까왜 약학정보원은 2013년 12월 서울중앙지검 압수수색을 받고도 IMS에 데이터 제공을 중단하지 않았을까?약정원 기소 이후 기자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만약 중단했다면 개인정보법죄 정부 합동수사단에서 약정원 현직 임직원들은 기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는데도 말이다.약정원과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약정원이 1차 검찰 조사 이후 IMS에 데이터 계속 제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먼저 1차 검찰 조사 결과, 약정원 현직 임직원은 기소되지 않았고, 정보를 제공받은 IMS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PM2000에서 수집된 데이터 제공은 검찰도 문제를 삼지 않았다는 것이다.두번째는 계약기간의 잔존이다. 2014년 12월 경 약정원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IMS와 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2015년에 IMS로 데이터가 전송된 것은 이전 계약에 근거해 제공된 것이다.약정원과 IMS과의 계약은 2010~2015년까지 지속되며 이후 쌍방간 문제제기가 없으면 동일한 조건으로 매 3년씩 자동 연장된다고 돼 있다.즉 계약을 파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IMS와 위약분쟁도 염두해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연간 수억원의 데이터 제공수입이 약정원과 PM2000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자원이라는 점도 쉽게 데이터 제공사업을 포기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결국 계약갱신이 이뤄졌다는 것인데 조찬휘 회장이 PM2000에 공지한 회원 담화문을 보면 재계약을 한적은 없지만 계약승계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했다.조 회장은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가 만연돼 있다. 약정원은 일체 IMS와 부정한 거래가 없으며 재계약을 한 적도 없다"며 "계약승계는 위약의 후폭풍을 염두에 둔 어쩔 수 없는 조치였음을 밝히며 현 집행부는 향후에도 계약의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말했다.1차 검찰조사의 IMS의 무혐의 결정과 계약기간 연장이 맞물리면서 데이터 제공을 계속했고 예상치 못한 합수단의 재조사로 사태가 일파만파 커져 버린 셈이 됐다.1차 검찰조사 이후 데이터를 제공한 약정원의 행보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2015-08-17 06:14:50강신국 -
[칼럼] 제약산업에 교훈주는 종근당의 '징비록'종근당 70년사를 담은 종근당 스케치. 기업의 잘못을 통렬하게 반성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얼마전 KBS 주말 사극 '징비록((懲毖錄)'이 막을 내렸다. 알려진 대로 징비록은 영의정이던 류성룡이 임진왜란 당시 잘못 대응했던 곳곳의 맥점을 고스란히 들춰 내일의 경계로 삼기위해 쓴 전란사다. 사람들은 너나없이 자랑을 떠벌리고, 자신과 관련된 잘못에는 입을 꽉 다무는 경향이 짙다. 통상 법인격인 주식회사들도 '깨알자랑'에 좀처럼 입을 다물줄 모른다. 기업들의 창간 00년사를 보자, 금세 확인된다. 기업史라기보다 그건 신화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개별 욕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돌아가는 조직이 극소수의 과거를 미화시키는데 천재성을 발휘하며 앞장서기 때문일 것이다.광복 70년 때문에 '70'이란 숫자에 눈길이 갔다. 자료를 찾아보다 종근당 70년사(2011년 발간)에 꽂혔다. 소설책 같은 판형이 우선 새로웠다. 통상 기업사는 딱딱한 양장본에 A4 크기 이상되는 게 대부분이다. 붉은 계열 혹은 검은 계열의 두꺼운 표지를 넘기고 나면, 참기름을 발라놓은 송편처럼 반질거리는 지질을 만나게 된다. 영락없는 창간 기념품이다. "돈 좀 썼겠는데" 하는 것으로 품평은 끝나고 별 의미없는 곳에 방치됐다 사라진다. 그러고도 별 아쉬움이 없다. 한데 '종근당 스케치'라는 제목이 붙은 종근당 70년사는 독특했다. 특히 177 페이지에 이르렀을 때 말이다.이 부분은 '2000 의약분업 현상'을 잘못 예측하고 스스로 비판하는 대목인데, 압권이다. 자기 종아리를 매섭게 회초리로 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될까. 종근당의 힘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종근당은 의약분업 준비 단계에서 일반적 예측을 후회한다. 당시 일반적 예측은 ▶(분업이 되면) 의약품 사용량이 줄고 제약시장이 30% 축소된다 ▶약효동등성이 입증된 제품만 대체조제가 허용되면 오리지널과 인기 브랜드만 살아 남는다 ▶제네릭에 의존해 온 중소 제약회사들은 존재기반을 잃어 결국 다국적제약과 대기업 제약사만 생존한다 ▶400여 제약사 중 50개 정도 기업만 살아남는다는 것들이다.오리지널 의약품에 유리하다는 예측만 빼고는 실상 모두 빗나갔다. 종근당 스케치는 이렇게 기록한다. "한미약품은 1990년대 20위권 밖이었는데 분업 시행과 함께 단번에 선두권에 끼었다. 약국 영업 위주던 한미약품은 분업 직전 영업인력을 대폭 확충해 의원시장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타이밍이 맞물려 의원시장을 가장 먼저 선점했다. 전문의약품과 의원시장에 대한 전략 부재했던 제약회사들은 모두 순위가 밀렸다." 당시 사장이었던 김정우 현 종근당홀딩스 대표도 "종근당의 기초는 정말 튼튼했는데...처방전이 제약업계 운명을 가르는 간단한 상황을 놓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며 회사의 착각을 크게 후회했다. "자신감과 자만의 차이였다"며 "아무리 강한 장수도 나쁜 전략에 버티지 못한 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회사는 돌아보았다.의원시장 선점한 한미약품의 성공도 적극 언급또다른 원인 분석은 더 대담하다. "의약분업이 종근당에게 지독하게 불리하게 작용한데는 창업 1세대의 경영철학과도 관계가 있었다"고 언급한다. 웬만한 기업에선 터브시되는 비판이다. 종근당은 유통은 도매상 등 유통 전문업체게 맡기고, 제약사는 좋은 약만 만들면 된다는 고촌(창업자인 고 이종근 회장) 경영철학이 기업구조로 내면화돼 병의원과 직거래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영업조직을 재정비해 병의원 시장에 드라이브를 건건 2004년부터였다. 잃어버린 3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근당은 일반의약품 수용 감소, 다국적사의 자사 품목 회수 등으로 인한 전문의약품 경쟁력 약화, 대규모 영업사원 이탈 등의 악재 때문에 한동안 고전해야 했다.통렬한 반성의 결과일까? 요즘 종근당은 과거 위용을 빠르게 되찾아가고 있다. 시청자들의 귓전을 때렸던 징징한 종소리를 곧 다시 울릴 태세다. 매출 규모로 어느 새 국내 5대기업의 자리로 다시 올라섰다. 신약개발 R&D를 대폭 끌어올리며 당뇨치료제 듀비에 등 국산 신약 2종을 냈으며, 지속적으로 연구력을 강화하고 있다. 사실 종근당 문화엔 고촌 이종근 회장부터 형성된 '도전적 DNA'가 자리잡고 있다. 겨우 의약품 흉내를 내던 1965년 대규모 합성공장을 짓고, 그것도 모자라 지금도 만만치 않다는 FDA 실사를 신청하고 1968년 승인 받았다. 필부필부의 개인사처럼 종근당은 잘나가던 시절도 향유했고 심각한 자금난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반성과 과감한 결단으로 조직정비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종근당이 자가비판했던 '의약분업 당시'는 국내 제약산업계에 있어 바로 지금일지 모른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대세가 되고, 해서 자기 품목을 갖고 있는 기업이 행세하며, 제네릭 약값이 뚝뚝떨어지는 현실 말이다. 입 달린 전문가들은 모두 총론적으로 제약회사는 연구개발이 미래라며 인하스 연구력이든, 오픈 이노베이션이든 다양한 형태의 신약개발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아득했던 바이오의약품 시대가 차근차근 더 현실로 다가오고 세계 곳곳에서 연구 아이디어로 무장한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국내 제약 발전사를 개별기업이 아닌 70년 통으로 보면 지금은 분명 의약분업처럼 드라마틱한 변곡점이 아닐 수 없다. 기업들의 용맹한 자기반성과 그로부터 냉철하고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광복 70년 대한민국의 과제엔 제약산업이 풀어야할 내용도 분명히 들어있다.2015-08-13 12:15:00조광연 -
[기자의 눈] 성희롱을 바라보는 제약업계 시선최근 중견 한 제약회사가 성희롱 사건으로 도마에 올랐다.신문 사회면 단신에 불과했던 이 사건은 가해 남성에게 소송을 제기한 여성피해자를 향해 회사가 조직적으로 퇴사압박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중파 TV에도 소개됐다.상부 지시에 의해 어쩔수 없이 피해자에게 모진말을 던졌다는 회사원들의 이야기가 전파를 타자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공분을 샀다.성희롱 문제가 비단 제약업계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글로벌을 향하는 국내 제약업체 입장에서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일년에 한두번 성희롱 교육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여성 인재들이 창의성과 능력을 발휘하기 위한 환경조성에 우리 제약업체들은 더 노력해야 한다.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국내 제약업체처럼 여성이 발붙이기 어려운 기업문화를 가진 곳도 드물다.최근 사석에서 만난 제약업체 홍보실 직원은 "남자들은 그냥 술로서 풀면 되는데, 여자들 문제는 복잡해서 경영진들도 여성 인력을 쓰기 꺼려한다"고 말했다.홍보업무를 대부분 여성인력이 보는 외국계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회사 홍보실에는 남성이 우세하다. 앞서 홍보실 직원의 이야기처럼 경영진부터 여성을 꺼린다.오랫동안 이어진 남성 중심의 수직적 위계 문화가 여성의 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성은 부하직원이며, 지시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경영진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양성평등 시대와 동떨어진 이러한 인식은 성희롱 문제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또 문제가 불거지면 덮고 쉬쉬하는데만 급급한 이유도 저런 위계 문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CEO들의 인식변화가 일단 시급하다. 여성 임원들을 적극 채용해 합리적이고 섬세한 능력이 회사경영에 녹아들수록 해야 한다.그리고 나서 임직원의 인식변화를 위한 교육과 계도에 힘을 써야 한다. 또 여성이 편하고 오랫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동등한 입장에서 남성과 경쟁을 하도록 해야한다.제약업계에 성희롱 문제가 터져나온게 이번만은 아니다. 개별 업체들의 변화도 요구되지만, 협회 차원에서 강력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협회 내 여성분과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이런 문제가 터질때마다 쉬쉬하고 넘어간다면 여성들과 국내 제약업체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2015-08-13 06:14:50이탁순 -
[기자의 눈] 정진엽 내정자, 청문회서 따져봐야국민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가 국내 방역체계를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또 서울 대형병원 중심의 의료이용 '쏠림현상'이나 간병문화 등을 바꾸는 보건의료체계 개혁의 단초이기를 희망한다. 이 것이 정부가 이번 사태로 고통받은 국민들에게 화답해야 할 메시지이다.시민사회단체, 소비자단체, 환자단체, 노동조합, 의료단체 등은 최근 이런 열망을 담아 '메르스 극복 국민연대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이들은 국내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감염병 예방과 관리를 위한 방역망을 제대로 구축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정부에 주문했다.또 대통령 직속 보건의료개선 특위를 즉각 구성해 보건의료개혁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라고도 했다.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인 정진엽 씨를 차기 복지부장관 후보자로 내정했다. 메르스 사태로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전문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점을 감안하면 17년만의 의사출신 후보자 내정은 놀랄 일은 아니었다.다소 의외의 인물이긴했지만 의료계나 시민사회단체 등도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이는 듯 했다.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채 며칠을 가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정 내정자에 대한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더니 급기야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지지유보'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정 내정자의 의료산업화 친화적인 행적들이 속속 알려지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더구나 원격의료 관련 특허를 여럿 건 보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면서 의구심은 더 커졌고, 급기야 현 정부가 원격의료를 위시한 주요 의료산업화 정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의사출신 인사를 차기 장관으로 기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이달 마지막 주로 예상되는 정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아마도 이런 우려와 의구심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정 내정자 지목이 우려처럼 의료산업화 기치를 한층 강화하기 위한 것인 지 현재로썬 알 수 없다.중요한 건 메르스 사태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국민들은 메르스의 교훈이 한국의 의료체계 개혁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는 데 있다.국회는 국민과 함께 정 내정자 지목이 이런 열망에 대한 화답인 지, 아니면 교훈으로부터 배우지 못한 '불통'인 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내 의료체계의 미래를 위해 이번 인사청문회가 중요한 이유다.2015-08-10 06:14:49최은택 -
연명치료 중단과 호스피스법 필요성대법원은 2009년 이른바 김할머니 사건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하는 최초의 판결을 선고한바 있다.그 이전까지는 환자의 사망을 돕는 의사들마저 형사처벌해 왔던 선례들을 감안하면 크나 큰 반향이라 아니 할 수 없고, 이제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죽음을 앞둔 환자가 자신에 대한 치료를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할 권리는 헌법상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및 자기결정권에서 도출되는 것으로 헌법상 기본권이라 하겠다.. 대법원은 김할머니 사건에서 연명치료 중단을 위한 두가지 요건을 제시하였다.첫째,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의사들의 소견, 진료기록 감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둘째,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환자 자신의 명시적인 치료중단의사 뿐만 아니라, 나아가 환자 자신의 명시적인 의사가 없더라도 여러 정황들을 참작하여 환자의사를 추정하여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까지 판시하였다. 이에 대하여는 대법원에서 조차도 타인에 의한 악용을 우려하여 반대하는 의견이 존재한다.누구나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하고도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생명일 것이다. 그런데도 환자 자신의 생명에 대한 치료중단 의사를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보아 추정한다는 것은 위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각박한 오늘날의 현실에 비추어 보면 비록 가족이라 하더라도 자신의 물질적 이해관계에 따라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짐작하고도 남는다.뿐만 아니라, 이처럼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하는 것조차도 허용되어서는 아니 될 것인데, 최근 논의들을 살펴보면, 추정적 의사를 넘어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대리의사, 즉 환자 자신이 아닌 타인이 대리하여 치료중단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사망과 관련하여, 환자 본인의 재산 처분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으로 엄격한 요식행위인 유언제도를 마련해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환자 자신의 생명과 직결되는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입법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또한 연명치료 중단과 연계해서 호스피스 내지 완화의료 제도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호스피스란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치료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배려하고 베푸는 활동을 의미하며 다른 말로 완화의료라고도 한다.죽음의 과정에 있어, 회복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접어들고 환자의 연명치료가 중단되면 필연적으로 연계되어야 할 제도가 호스피스라 하겠다.호스피스라는 용어가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이미 1963년 기독교를 중심으로 소개되어 그 무렵부터 최초의 호스피스 활동이 이루어져 왔다. 호스피스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1981년 호스피스법이 제정되었고, 대만의 경우 2000년 호스피스 완화법이 제정되어 올해로 벌써 15년이 지났다.이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는 2010년 암관리법 개정으로 말기암환자의 호스피스 내지 완화의료제도를 마련하였는데, 최초로 완화의료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으나, 그 대상이 말기암환자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많이 미흡하다 하겠다. 하지만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2015. 7.)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되었는바, 보다 쉽사리 접근할 수 있고 이용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누구나 한 번은 죽음을 맞이한다. 그동안 우리는 생명유지를 위해 끝까지 노력을 다하는 것만이 최선이라 생각해 왔고, 미덕이라 여겨왔다. 그러나 정작 환자 자신의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을 지나와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렀을 때 남겨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품위있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고, 신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는 것이 진정한 의사이고, 이에 대하여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가고 있으며, 대법원도 이러한 배경하에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연명치료 중단에 대하여 모든 요건과 자료를 제시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를 큰 기준으로 삼아 국민으로부터 민주적 정당성을 직접 부여받은 입법자의 입법을 통해서 체계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외국의 입법례를 거론 할 것도 없이,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때로 부터도 벌써 6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입법 공백상태에 있다.대법원 판결에만 의지하여 연명치료 중단제도를 시행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모법인 단일 호스피스법 내지 완화의료법을 제정하여 연명치료 중단의 요건들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아울러 동 법령에는 호스피스 제도에 대한 내용들, 즉 호스피스 요양기관, 인력구성, 건강보험 수가 적용의 규정들을 통일적으로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하겠다.2015-08-10 06:14:48데일리팜 -
[칼럼] 모연화와 황은경 약사 그리고 안티푸라민어릴 때 제일 힘겨웠던 것 중 하나는 약 먹는 일이었다. 고열 감기에 자주 걸려 끙끙 앓았는데, 거북등처럼 거친 손을 이마에 얹으셨던 아버지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나면 눈 앞엔 꼭 쌍화탕이 놓여 있었다. 뚜둑, 이내 뚜껑을 따선 "꿀꺽 마셔, 어서, 입떼지 말고, 단번에." 아버지 기대에 부응하려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애썼지만, 그때마다 거의 다마셨던 약을 토해냈다. 다 마시려나 기대했던 아버지는 화가 나 "못난 놈"이라며 이마를 쥐어 박았다. 아버지는 매번 쌍화탕을 사오셨다. 참 야속했다. 이젠 토하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쌍화차도 안 마신다. 보기만해도 참기 힘들었던 그 기묘했던 향과 맛들이 전자기기 회로처럼 일순간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뛰어다니다 엎어져 무릎이나 팔꿈치 부분을 흙바닥에 갈아버리는 날도 드물지 않았다. 찰과상이다. 다른 집 아이들은 소위 '빨간 약'을 발랐지만, '유한양행'에 대한 믿음이 크셨던 아버지는 혈장과 피가 스며나는 상처에 안티푸라민에이를 발라주셨다. 왠지 모르겠지만 꼭 '유한냐넹'이라고 발음했던 아버지는 "덧나지 않는데는 이게 제일이다"며 마무리했다. 따금거리고 화끈거려 입을 무릎 쪽에 가까이 대 후후 불어대고 그것도 모자라 책받침을 부채삼아 마구 흔들어 대며 팔팔 뛰었지만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난 좀 친절한 아버지가 됐다. 아이가 발작적으로 재채기를 할 때 항히스타민제를 건네주며 이런 저런 이야기까지 들려주니까. 똑똑한 엄마들을 위한 착한 약 사용설명서라는 부제가 붙은 '우리 아이약, 제대로 알고 먹이나요?(쌤엔파커스, 모연화 지음'를 내비게이션 삼아 말이다.스마트폰 검색기능도 있고, 약을 좀 아는 듯 해도 막상 소비자 입장에선 약은 늘 어렵다. 의약품을 훤히 아는 약사 눈엔 별것 아닐 수 있는 게 소비자들에겐 이 모양, 저 모양 궁금할 뿐이다. "약이 너무 센것 같아요" "부작용이 걱정돼 못 먹이겠어요" "병원에서 항생제를 너무 많이 줘요. 다 먹여야 하나요" "수입 영양제가 더 좋지 않나요?" 모연화 약사는 매우 단편적 정보에 기대 복약에 흔들리는 아이 엄마들을 위해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과 약사의 전문지식'으로 책을 썼다고 말한다. 그래서 일까. 모 약사는 엄마들의 궁금증을 기막히게 잘도 포착해 설명한다. 약 포장에 적힌 글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친절하게 소개하는가 하면, 어린이들이 자주 접할 수 밖에 없는 의약품들을 쉬 풀어 보여준다. 게중 백미는 '좋은 대학보내려면?'이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하는 이런 저런 소문같은 약에 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죄다 찾아냈다는 점이다. 해서 집안 약 서랍장에 이 책을 보관한다.모연화 약사의 책이 엄마들, 다시말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것이라면 황은경 약사의 책 '따라만 하면 달인이되는 황은경 약사의 나의 복약지도 노트(도서출판 정다와)'는 초보약사부터 베테랑약사까지를 겨냥한 복약지도 실전 노하우다. 약사들의 효율적인 약국업무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이 책은 그동안 만나 보았던, 소비자들의 궁금증에 최적화된 대답을 제시한다. 약사 독자가 목적성을 갖고 읽는다면 두 책의 목적지는 한 곳이다. 소비자는 궁금증을 어떻게 말하는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환자별 복약지도 편은 약사라면 일독이 필요할 것같다. 소비자인 필자가 보아도, 내 마음이 들킨것처럼 일치한다. "약사님 하나 물어봅시다"라고 시작하는 어르신들의 궁금증들은 약사 입장에선 가슴을 치고 싶을 만큼 답답할 것이다. 딱히 답변하기 만만치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서 이 책도 약장 서랍에 넣어 두었다.여름휴가를 맞아 한 여름밤의 꿈, 오이디푸스 왕,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처럼 부들부들한 책을 읽다가, 아이에게 항히스타민제를 찾아 주는 과정에서 두 책을 다시 만났다. 들여다보니 실용서도 참 재미있었다. 기상천외한 질문들이 난무하는 약국 환경에 있는 약사들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지 모른다. 한데, 이 책들은 어떻게 내 곁으로 왔을까? 가만보니 증정본이었다. 불현듯 저자들 계좌에 책값을 송금하고 싶어졌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지만 말이다.2015-08-06 12:14:52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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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국내 인재, 외자사 글로벌법인 나가자국내 제약산업은 글로벌 빅파마들이 군림하는 제약업계에서 뒤쳐져 있다. 자존심이 상해도 인정해야하는 사실이다.하지만 한국인은 그렇지 않다. 산업은 밀린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제약업계 종사자들의 능력은 빅파마의 중심을 휘젓고 있다. 우리나라 인력의 다국적제약사 글로벌법인 진출 소식은 더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닐 정도로 빈번하게 들려오고 있다.노바티스, 다케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GSK, MSD 등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다양한 질환 해외사업부의 임원으로 진출했다. 해외법인 지사장직에 오른 국내 인재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아태아지역 다국적사 지사는 한국인의 지배력이 급격히 상승했다.사실 불과 3~4년전만 하더라도 한국법인에서 직원을 본사나 해외법인으로 보내려고 하면 "비용 소모 및 리스크가 크다"라는 인식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로 본사에서 한국인 직원을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제약회사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그리고 더 많은 국내 제약업계 종사자들이 해외로 나가길 기원한다. 블록버스터 신약이 탄생하는 전체 프로세스 곳곳에 한국인이 배치되길 소망한다.산업 자체의 수준이 떨어진다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높은 수준의 기업에서 배우면 되는 것이다. 욕심을 좀 더 부리자면 글로벌 시장을 경험한 인재들에게 약간의 애국심을 기대해 본다.단기적인 성과를 바랄수는 없겠지만 빅파마를 경험한 인재들이 돌아와 국내 제약사로 집결해 머리를 맞댄다면 우리나라 제약산업의 놀라운 발전을 이룰수 있을 것이다.진입장벽이 높은 FDA, EMA 관문을 뚫고 세계 유수 의학박사들의 극찬을 받으며 해당 의약품 시장의 처방패턴을 바꿔버리는 국산 신약의 탄생이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님을 우리는 보여줄 수 있다.2015-08-06 06:14:50어윤호 -
[사설] 정 내정인, 보건-복지, 직능-산업 균형 잡길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정진엽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4일 내정됐다. 이로써 보건의료산업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지부, 건강보험공단(이사장 성상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손명세)의 수장이 모두 의사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이름하여 '의사 트로이카 시대'가 열린 셈이다. 벌써부터 의료계 안팎에선 '의사 호시절'이라는 말이 차고 넘쳐나는 상황이다. 해서 정 내정자에게는 어느 장관보다 더 보건의료체계를 구성하는 여러 직능과 관련 산업에 대한 균형 잡힌 바른 인식이 필요하다.정 내정자는 최우선적으로 메르스사태로 불거진 보건부 분리 독립론이나, 복수차관제의 필요성이 대두됐던 시대적 상황의 의미를 되새기고 심사숙고해 보아야 한다. 그도 이날 소감을 통해 "의료인인 제가 지명받은 건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복지와 함께 보건의료 체계를 더욱 발전시키라는 뜻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건과 복지를 나눠 생각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겠다는 의사로 읽힌 점은 다행이다. 그러나 균형감각이 한층 더 필요한 곳은 "보건의료체계 발전"이라는 말안에 포함돼 있는 디테일들이다.호시절을 맞았다고 말할만큼 의료계는 의사출신 장관 내정자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개원가는 노인정액제 등 30여개 아젠다를 놓고 진행하다 속도가 늦춰진 의정협의회 논의 재개를 통해 구조적으로 내재화된 묵은 숙제를 내놓을 태세다. 병원계도 만성적인 적자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제도의 개선을 주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원가와 병원가가 보건의료체계의 중추이긴 하지만 이 안에는 한의사직능, 치과의사 직능, 약사직능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어 자칫 의사트로이카 시대의 차별논란을 일으킬 공산도 크다. '내정자는 원격의료 추진론자' 같은 문제는 청문회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청문회 이전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편견없이 듣도 방향을 잡아야 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학습한 공공의료의 필요성도 돌아봐야 한다. 내정자는 규제 당국인 복지부가 관할하는 보건 부문에서 가장 취약한 곳인 보건의료산업계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제약산업을 필두로 의료기기산업이 소외되면 안된다. 두 산업은 어떤 산업보다 당국으로부터 수 많은 규제를 받는 곳이어서 성장, 발전에도 깊은 관심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마른 수건처럼 쥐어짠 과거를 답습하면 보건의료체계의 기반산업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실제 연금 전문가 출신이었던 문형표 전 장관이 신년사에서 조차 제약산업을 언급하지 않아 산업에 무관심했던 장관으로 기억되는 우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보건과 복지, 직능과 산업을 아우르는 식견은 그래서 필요하다.2015-08-05 12:14:53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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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사들은 왜, PM 2000을 애지중지하는가2000년 상반기 약국과 약사들은 밤낮없이 불안했다. 그 때까지 없었던 새 보건의료체계인 의약분업이 그해 7월 시행 예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의약품은 어떻게 들여놓고 관리하며, 병의원에서 처방이 나오게 되면, 어떻게 조제하고 기록했다가 조제료를 청구해야 할지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내지 못했다. "걱정말라." 이렇게 장담했던 젊은이가 있었다. 김대업 대한약사회 정보통신위원장이었다. 35~36세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는 약국관리, 의약품 정보, 조제료 청구를 한번에 할 수 있는 '팜매니저(PM) 2000'의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정확한 날짜는 흐릿하지만, 그해 초 봄인가? 김 위원장은 약사공론 기자라면 "두루 알아둬야 한다"며 팜매니저 최종 점검을 위한 위원회 워크숍에 초청했다. 강화도였다. 은근 봄 나들이를 기대했고, 장어구이도 떠올리며 입맛도 다셨다.속된 말로 이 날 그에게 질려 버렸다. 저녁 6시께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팜매니저 2000을 두고 토론을 거듭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마치 애국투사라도 된양 자부심으로 가득차 보였다. '토론의 내용을 이해 해야만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솔직히 지겨웠다. 팜매니저 2000은 이해 5월24일 공식 출시됐다. 대한약사회가 의약분업을 완벽하게 수용하겠다며 대전엑스포에서 연 '베스트파머시랠리 2000' 대회장이었다. 이곳에 참석했던 약사들은 행사장 곳곳에 설치된 컴퓨터에 신기해 하며 그곳에 깔린 PM 2000을 시연하며 의약분업 상황을 상상했다. 베스트파머시랠리는 다음 달 서울 워커힐 호텔로 이어졌다. 그리고 15년, 1만여 약국은 이 프로그램과 친구처럼 동행하고 있다. 약국문을 열고 닫는 건, PM2000을 시작하고 종료하는 것과 한가지다.이런 PM2000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안은 사용중단에 관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이 "병의원과 약국서 환자 진료·처방·조제 정보를 불법 수집해 제약사 등에 팔아 불법 이득을 취했다"고 밝히자, 보건복지부가 즉각 'PM2000의 사용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받았기 때문이다. 시도지부장들을 포함해 약사사회가 사용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하는 사이 정부는 사용중지 사전통지를 보냈다. 약사들이 무료로 쓰는 이 프로그램이 사용 중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약사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100억원 가량의 부담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1만개 약국이 월 평균 8만원의 사용료를 내야하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갈아탄다고 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PM2000은 이를 직접쓰지 않는 약국들에게도 혜택을 안겨줬다. 이 프로그램이 다른 프로그램의 사용료 인상을 억제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 프로그램으로 이사하는데 정신적 시간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그렇다면 복지부의 사용취소 조치는 합당한가. 한마디로 빈대잡겠다며 성급하게 초가삼간을 태우는 격이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환자 개인정보유출 여부다. 지금껏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은 밝혀지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법원의 판단을 앞두고 있는 사안이다. 유무죄가 가려진 게 없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한다면, 복지부의 행정조치는 사용 중단에 앞서 정보제공 사업에 대한 중단조치가 먼저일 것이다. 만약, 법원에서 검찰이 기소한 내용이 받아들여진다손쳐도 PM2000이라는 프로그램엔 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물건(PM2000)이 문제인가, 관리가 문제인가. 예컨대 시중은행에서 고객정보가 새 나갔다고 해당 프로그램을 중단시킬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지도 않았다. 문제를 찾아내 관리상 문제라면 이를 보강하고, 프로그램 자체에 헛점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게 합리적인 조치다. 사회는 이렇게 해결되는 것을 순리로 여긴다.특히 이번 사안이 돈을 벌기위해 환자의 정보를 팔아먹은 비윤리적 차원의 문제로 정형화돼선 안된다. 마치 '백화점 고객명단을 빼내 업자들에게 건당 몇십원씩 팔아 치운 행태'처럼 문제를 다뤄서는 안된다. 이번 사안은 변혁기에 나타날 수 있는 가치들의 충돌로 바라보는 게 더 타당할지 모른다.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와 빅데이터의 활용이라는 가치의 충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빅데이터를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수준에서 사회 경제적 발전에 활용하도록 공개하는 것처럼 PM2000과 IMS간 사업도 유사 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PM2000을 관리하는 약학정보원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낱알식별사업, 의약품 정보제공 등 공익적 성격의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중요한 건 환자 개인정보가 유출됐느냐 하는 점이다. 한데 이 점은 검찰과 약학정보원간 이견이 있는 상황으로 현재 법의 심판대 앞에 서있다. 해서 검찰조사 발표 직후 사용중단 검토는 성급하다. LTE급 대응보다 고민이 많은 행정 대처가 더 요구된다.2015-08-04 12:14:55조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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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개설·운영할 때 법적으로 유의할 점약국을 개설하고 운영함에 있어 법적으로 유의할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겠으나 위반 시 초래되는 결과의 경중을 따져보았을 때 특히 유의할 사항은 약사면허와 약국 개설자로서의 책임에 관한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할까합니다.첫 번째 사례는 복수의 약국을 개설·운영하여 약사면허가 취소된 사건입니다.약사법 제20조제1항에서는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1조제1항은 "약사 또는 한약사는 하나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다"라고 하여 약사라고 하더라도 복수의 약국을 개설할 수는 없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이를 위반하여 두 개소 이상의 약국을 개설한 약사에 대하여는 형사처벌과 행정제재가 법에 마련되어 있습니다. 형사처벌의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같은 법 제95조제1항제2호), 행정제재의 경우 면허취소라는 매우 강력한 행정처분이 부과되게 됩니다(같은 법 시행규칙 별표 3 참조).약사 A씨는 X약국을 개설하여 운영하여 오다가 개설명의자를 약사 B씨로 변경하고 자신은 다른 곳에서 Y약국을 개설하여 수 년간 운영하였습니다. A씨는 시간을 나누어 X약국에서도 근무하고 Y약국에서도 근무하는 방식으로 두 개 약국에서 근무하였으며, X약국의 개설명의자는 B씨였지만 실제 운영은 A씨가 계속하여 왔습니다.이후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에서 그와 같은 사실이 확인되었고, 약사면허취소처분이 부과되자 A씨는 이에 불복하여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 사건에서 A씨는 “대법원 1998. 10. 27. 선고 98도2119 판결에 따르면 자신은 약국을 중복개설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A씨가 원용한 대법원 판결은 “약사법에서 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약국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법의 취지는 약사가 의약품에 대한 조제·판매의 업무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약국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약사 아닌 자에 의하여 약국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데에 있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A씨는 X약국이 실질적으로 자신의 것이었더라도 약사인 B씨와 약사인 자신에 의해 관리되었고, 무자격자를 고용한 바 없으므로 중복개설 금지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약사법 제21조제1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2013. 3. 29. 선고 2012구합31496 판결에서 “다른 약사의 명의로 개설된 약국에서 자신이 직접 약사의 업무를 하거나 무자격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주관 하에 약사의 업무를 하게 한 경우에는 비록 그 개설명의자인 다른 약사가 새로 개설한 약국에서 직접 일부 약사의 업무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미 자신의 명의로 약국을 개설한 위 약사로서는 중복하여 약국을 개설한 경우에 해당한다”라고 하여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참고로 의료법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의사 1인이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약사법 보다 더욱 명백하고 강력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의료법 제4조제2항은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3조제3항에서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하여 (복수면허 소지자의 경우를 제외한) 어떠한 경우에도 복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음을 명백히 하였습니다.이 두 규정은 의료법이 2012. 2. 1. 일부개정되면서 마련되어 2012. 8. 2.부터 시행된 것으로서,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강력하게 금지하기 위해 이루어진 입법적 조치였습니다.행정법규 위반에 대하여 가하는 제재조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반자의 고의나 과실이 없더라도 부과되므로, 약국의 이전, 확장 등 경영상 변화를 모색함에 있어 약국 중복 개설 금지를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두 번째 사례는 약국의 실질적 개설자가 아니라 명의만 빌려주었을 뿐인 약사에 대하여 자격정지처분이 부과된 사건입니다.약사 C씨는 자신의 명의로 약국을 개설하였는데, 실질적으로 이 약국은 D씨가 소유하고 운영하였으며 C씨는 D씨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었습니다.그런데 D씨는 허위 원외처방전을 받아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으로 약제비를 거짓청구하는 위법행위를 지속했고, 이 사실은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에서 적발되었습니다. C씨의 주장에 따르면 D씨의 그와 같은 거짓청구 사실을 C씨는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약사법 제79조제2항제2호 및 약사법 시행규칙 별표 3에 따르면 약제비를 거짓으로 청구한 경우 최대 1년의 범위 내에서 약사자격정지처분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이 사건의 경우 약사 C씨에게 약사자격정지처분이 부과되었고, C씨는 자신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고 D씨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에 대하여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처분이라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하였습니다.이에 대하여 서울행정법원은 2013. 7. 19. 선고 2013구합5746 판결에서 “약사가 되려는 자는 약학사 학위를 취득한 후 약사국가시험에 합격하여 피고로부터 면허를 받아야 하고, 약사만이 약국을 개설할 수 있고, 약국개설 시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개설등록을 하여야 하며, 약사는 자신이 개설한 약국을 스스로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바,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약국의 실제 운영을 D가 하였고, D가 부당하게 약제비를 청구하였으며, 원고는 이에 관여한 바도 없고, 이를 알지도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약국의 개설자인 약사로서 이 사건 약국을 관리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이상 그와 관련된 행정상의 책임이 원고에게 부과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라고 하여 개설자 명의자인 약사 C씨에 대한 약사자격정지처분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이와 같이 약국을 개설·운영함에 있어서는 해당 약국에서 발생한 법 위반 사실에 대하여 궁극적으로 개설자인 약사 자신에게 책임이 귀속됨을 명심하여, 개설자 자신뿐만 아니라 소속 직원들의 업무 수행에 대하여도 주의를 기울여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2015-08-03 12:00:00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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