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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시루 유통업계, 대안은 결자해지뿐"

  • 데일리팜
  • 2016-04-11 12:14:50
  • 류충열 초당대 (전)겸임교수

도매유통업계가 반세기만에 큰 소망을 이루었다. 50년 전 의약품 시장에서 100%였던 도매 유통비중이, 1965년1월 DSC(Dong-a Sales Circle)의 일격에 허무하게 무너지기 시작한 후, 1993년 24.6%로 바닥을 찍고, 제도(종병 직거래 금지 및 의약분업 등) 등에 편승하여 2014년에 87.3%까지 회복됐다는 점에서 그렇다.(도협30년사, 성실신고회원조합결산자료, 완제의약품유통정보통계집 참고)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지금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넘쳐나는 업체(일반종합 專業도매, 이하 같음)들로 인해 주체를 못하고 있다. 유통시장의 규모는 유한(有限)한데 신생 업체들이 끝없이 도매업계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몫의 쟁탈전이 달궈진 불판 같다.

업체 수, 현황을 들여다보면 끔찍스럽다. 2000년 이전에는 거의 10년 가까이 약 400처 내외에서 안정(신생과 퇴출 업체 수 비슷함)돼 왔지만, 2001년에는 그 해에만 무려 304처나 폭증되면서 업체 수가 일거에 725처로 수직상승 됐다. 그 여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은 줄곧 연평균 85처씩 순증(신생-퇴출)됐으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은 증가 수가 갑자기 년 13처씩으로 뚝 떨어지더니, 2015년에는 다시 84처로 급증하면서 2011년 이전 수준(85처)으로 다시 회귀됐다.(이상 유통협회 자료 참고). 이런 롤러코스터(roller coaster)식 우여곡절(迂餘曲折)을 겪으면서 업체 수가 작년에는 1,701처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0월엔 13처, 11월은 11처, 12월에는 16처의 도매 업체들이 생겨났으니 금년에도 족히 120여 곳(신생 약140처, 퇴출 약20처)은 더 불어나지 않겠는가.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2008년1월15일부터 시행된 물류 위수탁 제도의 활용이 그동안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근자들어 부쩍 활성화되고 있는데다, 금년 12월30일부터 이 제도에 따라 물류를 위탁하는 도매업체의 경우 약사채용 의무마저 면제되므로, 앞으로 도매 업체들의 증가 폭이 더더욱 커질 것은 분명하다. 부풀어진 고무풍선이 임계점을 넘으면 찢어지듯, 도매 업체 수의 종점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3,000처일까, 5,000처일까? 아니면 그 이상일까.

독보적인 세계 제1위의 거대한 의약품시장을 자랑하는 미국의 도매 업체 수가 고작 20처에 불과하고, 캐나다가 25처, 세계 제2위의 이웃 일본이 144처(2013년 기준 75처), 유럽 맹주들인 영국이 11처, 프랑스 7처, 스페인 58처, 이탈리아 133처 그리고 남미의 인구 2억 브라질이 228처에 불과하다('한국경제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P211, 이지호 지음, 북포스 발행, 2010. 2.26. 참고). 이들 국가들과 비교해 볼 때,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 수가 얼마나 많은 것인지 짐작하고도 남지 않는가.

그러면, 왜, 최근 15년 동안 도매 업체 수 급증과 그 증가폭의 변화가 널뛰기식으로 요동쳤을까?

의약품도매상 시설(창고와 영업소)면적에 대한 규제와 폐지(완화)의 반복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00년 이전, 창고(264제곱미터, 약80평)와 영업소(33제곱미터, 약10평)의 시설 규제가 엄존하고 있을 때는 업체 수가 오랫동안 별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2001년1월1일부터 그 시설기준의 규제가 철폐된 후, 급증추세가 10여 년간 이어지다가, 그 창고면적 규제가 국회에서 의원입법으로 2012년3월30일부터 다시 종전처럼 부활(80평)되자 그 때부터 2014년까지 3년간은 업체 수 증가 폭이 급락되더니, 작년(2015년)1월28일부터 창고면적 규제가 대폭 완화(50평)되면서, 기다렸다는 듯 업체 수 증가가 2011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창고면적을 규제하면 도매 업체 수 증가폭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규제가 풀어지면 다시 급등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정부나 국회가 의약품도매상의 창고면적과 관련된 제도를, 그토록 종잡을 수 없게, 규제한 것을 폐지했다 다시 규제했다가 곧 대폭 완화하는 등, 4번씩이나 갈팡질팡 변경했을까?

물론, 이유나 명분이 없을 리가 없다. 모두가 그럴듯하다. 처음 규제는 정부당국의 의지, 그 다음 폐지는 다수 중소 도매업체들의 민원, 재 규제는 국회의 뜻, 그리고 최근의 완화는 유통협회의 건의에 의해 그렇게 됐다. 2000년 이전의 규제(창고80평, 영업소10평)는 정부당국이 후진적인 국내 도매유통업계를 의도적으로 선진화(대형화)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런데 이 규제는, 결국 창고 실면적 80평 이상이 필요치 않은, 업체 수 측면에서 도매업계의 절대다수(95.6%, 심평원)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 업체들(연매출 500억원 미만)의 민원 제기로 완전히 폐지됐다. 민원의 명분은 ‘창고와 영업소의 크기를 제도로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자유 시장경제의 원리에 부합치 않고 또한 정부당국의 규제개혁 시책방향에도 어긋나는 것이니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것을 국회가 또 재 규제(창고만 80평)한 것은 규제 폐지 후 도매업체들이 폭증하면서 유통질서가 극도로 문란(1원 투찰 등)해지자 이를 막기 위한 대책 차원이었고, 곧이어 이 규제를 다시 대폭 완화(50평)한 것은 창고 80평 재 규제가 중소형 업체들에겐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이므로 완화시켜야 한다는 유통협회의 강력한 건의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필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업계 사정을 잘 모르는 분들은 그 어느 누구나 ‘의약품 도매업계가 그토록 수익성이 좋은가? 창고면적 규제 하나 풀렸다고 너도나도 앞 다퉈 그 곳으로 몰려들게.’라는 의문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창고 규제가 풀린 2001년 이후, 업체 초과밀로 인해 경쟁이 극열해지면서, 이익도 거의 내지 못하는 심각한 레드오션(red ocean)이 돼 버렸다. 비좁고 한정된 시장에 ‘일반종합 전업(專業) 도매업체’만도 1,700처가 넘으니 경쟁이 오죽 치열할까. 보험약가가 몇 천원, 몇 만원하는 약을 예사로 밥 먹듯 1~2원 등 초저가로 투찰하는 업계가 됐다. 요즘도 어떤 형태건 리베이트 없인 장사하기 힘들다고들 한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 비율이 1% 간당간당하고 반품 받아 창고에 쌓아둔 미해결 불용재고를 차감하면 그 순간 적자(赤子)라 하소연한다.

이런 이전투구(泥田鬪狗) 벌어지는 곳에 용감하게 뛰어드는 분들은 대체 누굴까, 어느 분들일까? 그런데 이분들은 다름 아니라 거의 모두가, 도매업계가 그러한 곳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제약업체(일부 도매업체)에서 줄곧 몸담아왔던 영업 관리자 분들이라 하면, 믿을 분이 몇 분이나 있을까? 그렇다면 왜 이분들은 그런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먹잘 것도 별로 없는 불구덩이 의약품 도매업계의 문을 그렇게도 끊임없이 두드리고 있는 걸까.

경험상 추리컨대, 분명 속사정이 있을 법하다. 현실적으로 45~60세쯤이면 퇴직(정년)할 수밖에 없는, 약국과 병의원을 누비고 다녔던 숱한 영업전문가들이 평생 몸 받쳤던 직장을 떠난 후, 준비 없이 맞이하는 100세 시대의 긴 여생을 위해, 그동안의 풍부한 경험과 탄탄한 기반 등을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가 의약품 도매사업 이외에, 또 무엇이 있겠는가. 게다가 많은 분들이 가족들의 생계 문제 해결도 시급할 터인데 이것저것 요모조모 따져 볼 겨를이나 있겠는가. 이것이 도매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면서도 제약업계를 떠난 영업 간부들이 속속 그 곳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지금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를 보면 진짜 콩나물시루나 진배없다. 업체들이 초만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작 도매유통업계는 태연자약(泰然自若)한 것 같다. 업체 과밀을 우려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전해지는 것은 겨우 회원 가입이 잘 안돼서 제도적으로 무임승차하는 비회원 수만 늘어난다는 걱정뿐이다(D팜 J기자 16.2.18.기사 등 참조). 혹시, 이미 도(道)를 깨쳐서 그런 것일까. 등잔 밑이 어두워 잘 안 보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공생(共生)할 수 있는 무슨 묘책이라도 있어서일까. 이것도 아니라면 이미 엎질러진 물, 속수무책(束手無策)이라서 그런 걸까.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업체 초만원 사태가 무슨 대수라도 되느냐라는 생각에서 그런 걸까. 그래도 전문 언론들이 먼저 문제의 심각성을 눈치 채고 경고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 ‘창고면적 규제 완화하니 도매업 신청 다시 우후죽순, 작년 창고면적 165㎡로 완화, KGSP 신청 수 예년 수준 회복(16.2.18. D팜, J기자)’, ‘의약품유통업계 시장 혼탁 우려 증폭, 작년 110개 신규 업체 영업…12월 무려 16곳 심사 최다(16.2.4. 일BS, K기자)’, ‘도매업계 위기라는데 업체 수는 2천 곳 넘어, 품목영업 업체 설립영향(14.8.14. Y업, K기자)’등등.

요즈음, 창고면적 규제와 도매업체 수 증가 관계를 보면, 세상에는 참 공짜가 없구나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업계가 그렇게도 고대(苦待)하던 창고면적 규제가 철폐(완화)됨으로써, 중소 도매 업체들은 그만큼의 불필요한 창고 면적 축소로 적지 않은 금전적 이득을 봤지만, 한편으론 수많은 경쟁자들을 불러들임으로써, 늘어난 경쟁자들 때문에 매출이라는 총수익이 감소되고, 경쟁심화로 영업비용 증가(거래조건 악화)라는 손해까지 발생되는 혹독한 대가를 치루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볼 때, 비록 부질없고 결과론(結果論)적인 사고(思考)이긴 하지만, 창고면적에 대한 '규제(規制) 그리고 비규제(非規制)' 이들 둘 중, 중소 도매업계는 어떤 전략적 선택이 보다 더 이득이었을까. 규제(80평)라는 고통을 감내하는 대가로 경쟁자 진입을 막는 것이 더 좋았을까, 아니면 현실처럼 규제 폐지에 따른 창고면적 감소의 이득 쪽을 선택한 것이 그래도 더 옳았을까? 창고면적 감소로 얻어지는 이득은 고정적이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체감(遞減)되는 것인데 대해, 지속적인 경쟁자 급증세로 인한 매출 감소 및 증가되는 영업비용은 갈수록 더더욱 가중(加重)되는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어떠한 선택적 판단이 더 유리했을까?

어찌됐든, 의약품 도매유통업계는 오늘의 업체 초만원 사태를 그냥 모르는 척 계속 방치해서는 절대 안 될 것 같다. 내버려두면 머지않아 폭발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난 16년간(2000년~2015년) 시행착오(試行錯誤)를 거치면서 효과가 입증된 진입 규제(창고 80평 이상) 말고는, 달리 뾰족한 해결 방책이 안 보이니 어쩌랴.

어떤 분들은 불쑥, 일본처럼 인수합병(MnA, 이하 합병)하는 방법도 있지 않느냐 하겠지만, 동의하지 않는다. 합병은 정부당국과 협회와 업계 등이 바라거나 강제로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다. 될 일 같았으면 벌써 됐다. 일본 의약품도매업계의 합병 역사와 그 결과를 보면, 누가 시킨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합병을 함으로써, 1973년 797처에서 2013년 75처로 도매업체들이 감소됐다(약사핸드북, 일본 지호우社). 하지만 왜 우리는 그들처럼 잘 안 되는지, 우리의 기업 풍토와 문화 및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의 특수한 현실 등을 깊이 파악하고 연구한 후 그런 주장을 했으면 한다.

때문에 이젠, 초과밀이라는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은 도매유통업계 스스로가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경쟁원리에 따라 신생과 퇴출의 반복을 통해 자연적으로 감소되기를 기다리는 방법, (2) 도매유통업계의 참신하고 유능한 인적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국내외의 사례에서 기발한 묘책을 찾아보는 방법, (3) 국내 유통업계의 과거 사례에서 지혜를 새롭게 얻는 방법, (4) 의약업계와 연구소 및 학계 등을 대상으로 초과밀 질환 치료용 처방전을 공모(公募)하는 방법 및 (5) 기타 등이 있지 않을까?

연매출 1,000억 원대 이상의 대형 도매업체들은 신생 도매업체 증가로 인한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다. 그들과 경쟁관계에서 아웃사이더(outsider)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500억 원 미만의 중소 도매유통업체들은 직격탄을 받게 돼 있다. 신생 업체들의 경쟁 사거리(射距離)안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약품 중소 도매유통업계는 업체 수가 더 늘어나기 전에 하루빨리 현명한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심은 대로 거둘 것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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