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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동반진단 의약품 허가와 표적·면역항암제해부병리 전공의를 시작할 때니 1995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유방암환자는 HER2/neu 유전자가 정상인 보다 특이적으로 많이 발현되고 이 유전자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가 개발 중이라는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다. 요즘에는 안젤리나졸리처럼 유방암을 발생시키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으면 미리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도 하지만 20여년 전 암특이적인 유전자 과발현이나 표적 항암제는 논문에나 나오는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과학의 발전속도는 빨랐다. 불과 3년이 지나지 않은 1998년 미국FDA는 HER2/nue만을 표적으로 하는 '허셉틴(성분명:트라스트주맙)'을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허가했다. 허셉틴은 암세포 표면에 있는 HER2/neu 단백질에 결합해 암세포 성장을 방해함으로써 예후가 좋지 않았던 HER2/neu 과발현 유방암 환자 생존기간과 완치율을 크게 높였다. 허셉틴이 의약품 패러다임을 바꾼 기념비적 제품으로 평가받는 이유다.'세계최초 표적항암제 허셉틴'은 시작에 불과했다. 암 발생 과정 중 발생하는 유전자 변이, 세포증식·전이와 면역반응 기전이 밝혀지면서 특정 지표를 표적으로 하는 항암제와 인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치료하는 면역항암제가 지속적으로 개발·허가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승인된 항암제 임상시험(251건)에서도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가 각각 114건(45.4%), 89건(35.4%)를 차지한다.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개발·허가가 증가하면서 특정 생체지표가 발현된 치료 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병리진단검사의 중요성도 높아졌다. 의료기관마다 치료대상 환자 선별을 위한 검사법과 판정 기준이 차이가 난다면 환자 치료에 직접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병리진단검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제품 개발단계부터 표준화된 시험법을 써 진단한 환자에서 약물 효과를 평가해야 한다. 즉, 제품 투여 전 정확한 환자 선별을 위해 짝꿍(companion)인 '동반진단기기(Companion Diagnostic)'가 함께 필요한 것이다. FDA는 2014년 "동반진단 의료기기 가이던스(In Vitro Companion Diagnostic Device, IVD CDx)"를 통해 의약품의 안전하고 유효한 사용을 위해 동반진단이 필요한 경우 허가된 의료기기를 사용하며 두 제품을 동시에개발하는 원칙을 제시했다. 또 동반진단 의료기기 사용 목적에는 함께 사용하는 의약품 제품명과 성분명을 모두 기재하도록 했다. 사진은 유방암 조직에서 HER2/neu 동반진단검사를 통해 양성(3 positive)으로 판독한 결과를 촬영한 것이다. 짙은 갈색으로 철조망 같이 생긴 형태가 양성으로 HER2/neu 유전자가 만들어낸 단백질들이 세포표면을 따라 위치하고 있다. (출처: Ventana PATHWAY anti-HER-2/neu (4B5) )식약처도 의약품과 동반진단기기 개발이 신속히 이뤄 질 수 있도록 2015년 '체외동반 진단기기(In Vitro Companion Diagnostic Devices)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이를 토대로 전 미국대통령 지미카터가 투여해 유명해진 면역항암제'키트루다(성분명 : 펨브롤리주맙)'가 허가됐다. 키트루다는 PD-L1 정량적 발현율이 50%가 넘는 비소세포암 환자에서 사용하며, 제품 사용 전 발현율 진단을 위해 식약처가 허가한 동반진단 의료기기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 약 15종의 유전자나 단백발현을 검사하는 동반진단 의료기기가 허가됐다. 또한 학계, 제약업계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전문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의약품 허가 시 동반진단에 대한 내용을 명확히 기재해 사용자 이해를 돕고 있다. 개발자를 위하여 동반진단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허가사항 기재 원칙을 제시하는 '동반진단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약품의 허가사항 기재 가이드라인'도 발간했다.아울러 의약품과 동반진단기기인 의료기기과 함께 허가되는 제품 특성상 신속한 허가를 위하여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그리고 의료기기 허가·심사 부서가 협력심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의약품 사용에 있어 동반진단 의료기기 사용은 많은 의미를 지닌다. 환자는 신뢰성 있는 검사 결과를 제공받아 효과적이면서 부작용이 적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의료인은 정확한 진단으로 효과없는 치료 노출을 줄이고 최선의 치료방법 선택이 가능해진다. 국가 역시 동반진단기기를 통한 선별 검사를 통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음으로써 비용-효과의 극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개발자에게도 임상시험의 목적에 맞는 환자를 선별해 약물 효과를 높임으로써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3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다. 유전자 검사 및 관련 동반진단 검사법은 다양한 첨단기술의 도입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동반진단기기 신속한 도입을 위한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아픔으로 고통받는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활발한 제품 개발을 촉진해 바이오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2018-07-05 06:23:47데일리팜 -
[기자의 눈]리피오돌, 우리에게 '게르베'는 없나간암색전술에 쓰이는 조영제 리피오돌을 구할 수가 없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가 아니라 제약사가 공급하지 않기 때문인데, 약가가 원인이다.약가 인상 상한가인 26만원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있는 환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참 황당해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리피오돌의 주인은 다국적사 '게르베'다. 1998년 게르베코리아가 설립돼 국내에서 조영제 등을 판매하고 있다. 리피오돌의 1998년 국내 약가는 8410원, 2012년에는 5만2650원이었다. 그리고 올해 게르베코리아, 아니 정확히 그 뒤에 있는 게르베 본사와 협상 중인 약가가 26만원대다.리피오돌은 양귀비에서 추출한 유기성 요오드 조영제로 마르쉘 게르베 박사가 1901년 처음으로 발견했다. 1926년 최초의 X-레이 조영제로 사용됐다고 한다. 이후 자궁난관과 림프 조영제 등으로 쓰이다 간암 조영제가 추가됐다.2014년 미국에서 희귀약 지정을 통해 2021년까지 독점권을 부여받았지만 국내에서는 특허권이나 별도 독점권이 없다. 단, 리피오돌 생산에는 원료인 '천연양귀비 오일'이 필요한데 현재 천연양귀비 오일을 제조하는 곳은 전 세계 단 두 곳으로 알려진다. 게르베와 게르베 자회사다.국내 마약법을 적용 받는 양귀비 과를 들여올 때 식약처 허가가 필요하다. 해당 종류는 파파베르 솜니페룸 엘(Papaver somniferum L.)과 파파베르 세티게룸 디시(Papaver setigerum DC.), 파파베르 브락테아툼(Papaver bracteatum) 등 3개다. 외에는 허가 없이 들여올 수 있다. 일부 지자체 축제에서 양귀비를 심어놓는 경우가 이런 예다. 원료만 있으면 누구나 국내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그럼에도 리피오돌에 쓰이는 양귀비를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게르베가 제조·생산하는 '천연양귀비 오일'이 국내에선 특허나 독점권이 없음에도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고, 단 26만원대 의약품에 자국민의 생명을 맡겨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다.우리에게 게르베 같은 전문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수 있다. 게르베는 조영제 전문 제약사다. 따라서 리피오돌같이 수요가 많지 않은 의약품도 꾸준히 생산해 온 것이다. 첫 발견부터 100년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그 가치가 높아진 것은 과학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쓰임새를 찾아낸 대가로 볼 수 있다.물론 기업의 최우선 목적이 이익을 내는 것임에도 인류애적 측면에서 '제약사' 기업 가치는 '건강'이다. 수요가 증가했다고 약가 인상을 빌미로 공급을 중단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다만 우리나라는 '제약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 1조원이 넘는 유한양행과 신약 기술수출로 국내 제약산업을 전세계에 널리 알린 한미약품이 있다. 바이오의약품 CMO와 개발 분야에서 전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도 있다.이제 우리에게도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제약사가 필요한 시기다. 국내사 대부분 고혈압, 고지혈, 당뇨 등 소위 돈이 되는 분야 의약품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예로 내분비순환기계가 있다.과연 국내 제약산업이 건강한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져야 한다. 팔과 다리는 얇은데 배만 나온 '비만형'은 아닐까. 제네릭만 만들어도 전문 분야에 특화된 제약사가 필요하다.정부 한 관계자는 "수익이 나오는 시장만 형성되면 국내 제약사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얘기한다.의약품은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 공공제약사 설립이나 필수의약품 공급 콘트롤타워에 대한 얘기가 몇년 동안 나오는 이유일 터이다. 정부의 선제적 개입을 주장하기도 한다.그러나 이런 방안들 모두 무너져 가는 단 하나의 다리를 받치기 위한 '버팀목'에 그칠수도 있다는 우려가 생긴다.신약만 많이 만든다고 제약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여러 분야에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진 제약사가 많다면 제 2의 리피오돌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국내 제약사들은 특정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건너지 않아도 소수를 위한 다리가 많이 있었다면, 우리 마을에 있는 단 하나의 다리가 무너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2018-07-05 06:23:13김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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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황당한 약사회의 SNS 선거운동 금지2018년 12월 01일. 대한약사회장 선거에 출마한 A후보의 지지자는 페이스북에 A후보의 선거 사무실 개소식 정보를 올렸다. A후보가 지시하지도 않았고 선거운동원도 아닌 지지자는 대한약사회장 선거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대한약사회가 대한약사회장-지부장 선거관리 규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즉 금지되는 선거운동에 전화방 운영, 자동응답시스템(ARS), 모사전송, 카카오톡 및 네이버 밴드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포함됐다.이를 위반하면 1차 경고와 후보자의 기탁금 3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대한약사회장 선거 기탁금이 2000만원 임을 고려하면 약 66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는 이야기다. 결국 SNS 선거운동 금지는 12월 대한약사회장-지부장 선거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선거제도개선특별위원회가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돈 안 드는 선거를 위해 선거규정을 개선한다고 하는데 그나마 비용이 절약되는 SNS 선거운동을 금지했기 때문이다.물론 SNS를 통한 거짓정보 양산, 명예훼손, 비방 등이 이뤄질 수 있지만 수차례의 직선제를 경험한 약사 유권자들은 거짓된 정보를 걸러낼 수 있는 정화능력이 있다. SNS를 통한 거짓정보와 상호비방 정보과 유통된다면 그 정보를 놓고 불법의 시시비비를 가려야지 SNS 자체를 선거운동 수단으로 금지하는 것은 악성 규제다.극단적으로 A후보와 B후보가 있다고 가정하자. B후보가 일반인이나 민초약사를 동원해 A후보의 SNS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A후보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셈이 된다.결국 처벌하기도 힘들고 실제 선거 과정에서 작동하기 힘든 유명무실한 규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규정에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밴드라고 규정한 것도 황당한 조항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은 특정해 지목하지 않았다. SNS의 개념을 확장하면 블로그도 금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후보자들의 IT를 통한 선거운동은 홈페이지 개설과 이메일 발송 외에는 방법이 없다.선거제도 개선과정에서도 이같은 우려를 제기한 위원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번 해보고 여의치 않으면 다시 규정을 손보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모양이다.시대의 변화를 반영해 스마트 폰을 이용한 온라인 선거를 도입한 선거제도개선특위가 앞뒤가 맞지 않는 SNS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안을 채택했다. 좀 더 면밀한 검토와 결정이 아쉬운 대목이다.2018-07-02 06:30:15강신국 -
[기자의 눈] 잡아도 교묘히 빠져나가 버리는 면대약국최근 한 인물로 면대약국 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됐다. 조세 탈루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검찰이 그가 지난 20년간 인천의 한 대형병원 문전약국 운영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조사중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후 언론은 물론 약사사회도 재벌자본의 불법 면허대여 약국 운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서울시약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어 약사면허 불법대여를 통한 재벌자본의 시장 유입을 강력 규탄하며, 검찰의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시약사회는 "면허대여의 문제는 일일이 단속하기 어렵고, 내부 고발이 거의 없고, 통상 논란의 이슈로 크게 부상하지 않는단 점에서 약사사회의 뿌리 깊은 악성종양과 같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자본맹신주의가 낳은 불법 면대약국을 발본색원할 수 있는 원천적 제도 도입 정부에 촉구했다.시약사회의 표현 그대로 면허대여 약국은 의약분업 이후 20여년간 약사사회에서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왔고 최근들어 정부도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황이다. 문제는 그간 별다른 증거 없이는 고발도, 수사도 어렵단 점에서 방치된 동안 그 수법은 더 교묘해졌고, 규모는 쉽게 손댈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다는 것이다.근래 서울 아산병원 인근 약국 4곳이 면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소환조사가 이막했단 소문이 돌면서 이들 중 한곳 약국은 이미 폐업해 다른 약사가 약국을 새로 개설했고, 또 다른 약국 역시 폐업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약사회가 보건소에 해당 약국에 개설 허가 보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건소는 면대 혐의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조사 기간 중 약국 폐업과 새 약사의 개설을 막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내부 고발이나 명확한 증거를 통해 면대약국이 수사 대상이 되는 것도 드문 일이지만, 고발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업자들은 약국을 폐업하고 잠적하는가 하면 다른 약사에 급매하는 수법이 공공연해지고 있다. 이 사이 재산을 은닉하거나 다른 사람에 증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보니 면허대여가 확인되도 그간 이익에 대한 환수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이렇다 보니 면대약국, 사무장병원 등 지급정지, 가압류 등을 관할하는 공단 측도 이들에 대한 행정처리 과정에 있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조사 결과 면대가 의심되면 최소한의 조치로 급여비 지급정지는 할 수 있지만, 현재 법으로는 이 마저도 다른 약사에 약국을 넘겼을 경우는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 더불어 가압류 등 체납처분 행정조치는 명백하게 법을 위반했다는 수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나 집행할 수 있다보니 약국을 폐업하거나 매매한 후 잠적하고, 재산을 은닉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란 것이다.일부 약사는 이번 조양호 회장의 면대개입 의혹이 음성적으로 방치돼 왔던 면대약국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 건강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병원, 약국을 단순 돈벌이 수단으로 만 여기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 약국에 대한 보건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수사 개시 시점부터 급여 정지는 물론 병원, 약국 매매 금지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2018-07-02 06:29:53김지은 -
[칼럼] 방문약료 기반 단골약국, 건강과 재정 보호를의료보험이 건강보험으로 바뀌면서 건강보험은 치료비라는 경제적 보장 외에 건강의 보장을 추구하여 왔다. 건강보장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의 하나로 고혈압과 당뇨를 포함한 만성질환자 등 건강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례관리 사업이 추진되었다. 최근 관심의 대상이 된 소위 '방문약료사업'도 공단이 추진해온 사업의 일부로 '올바른 약물 이용지원'을 위한 사례관리 사업이다.방문약료사업 등 사례관리 사업의 목적은 예방, 증진과 치료를 포괄하는 적정 의료로 국민의 건강을 효율적으로 보호하는 것이다. 방문약료사업은 필요한 약물을 적정 시기에 적정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하여 효과는 최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다.현재도 제도적으로는 DUR을 활용한 처방·조제와 복약지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 방법들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품에 대하여 일정 기간의 외래약품으로 제한되어 포괄적이지 못하고, 관리 주체가 분산되어 있어서 지속성과 일관성도 한계가 있다. 실질적으로는 약물 복(이)용 여부와 그 방법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실효성의 한계가 있다.올바른 약물 이용은 처방 시부터 복(이)용 시까지 모든 과정이 적정하여야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공단의 방문약료사업은 이러한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나 건강과 재정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보완이 요구된다.우선 대상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야 한다. 현재는 대상자들이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참여하기 보다는 공단의 권유에 따라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이다. 이 결과 참여도는 물론 사업의 효과도 반감된다. 따라서 대상자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분위기의 조성과 참여 유도 방법이 요구된다.다음으로 사업의 지속성과 일관성을 유지하여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은 거의 평생 약물을 복용하고 상태에 따라 수시 다른 약물도 복용하게 된다. 따라서 장기 복용 약물의 지속성과 상황에 따른 약물 이용의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현재의 4회 방문과 상담은 바람직한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끝으로 사업에서 공단의 역할을 재정립하여야 한다. 방문약료 등 사례관리 사업은 관리와 현장 활동으로 구분된다. 공단은 사업계획 수립, 대상자 선정·연계, 자발적 참여 유도, 사업 시행 과정과 결과의 적정성 평가 등 관리를 담당하고, 현장에서 대상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약사가 담당하는 것이다.이와 같은 방법을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 단골약국의 제도화이다. 모든 국민을 대상자로 할 필요는 없다. 공단이 기준과 원칙을 정하여 대상자를 선정하고, 선정된 대상자에게는 필요성과 이점을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경제적 인센티브 등도 제공하여야 한다. 약물의 적정 이용으로 건강과 재정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는 고려되어야 한다.단골 관계의 형성은 대상자가 약국을 선정하도록 하면 지속성과 효과성이 향상될 것이다. 서비스 내용은 모든 약물에 대하여 대상자의 상황을 고려한 포괄적인 사항을 포함한다. 방법으로는 대상자가 약국을 방문(전화)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대상자의 건강상태나 행태에 따라 약사가 대상자를 방문하는 것도 포함한다.단골약국 이전에 방문약료사업에 대해서 개인정보나 관련 인력 간 역할분담 등을 걸림돌로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해결 가능한 부분으로 장애 요인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단골약국이 제도화되고, 단골의사와 연계된다면 의사와 약사의 역할 분담과 연계로 국민의 건강과 재정 보호는 물론 관련 전문인력 간 협력을 통한 보건의료 성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시범 성격의 소극적 사업 보다는 필요한 대상자를 선정하고 단골약국을 제도화하여 약물의 올바른 이용이 실질적으로 구현되는 시점이 조기에 정착하기를 기대한다.2018-06-28 12:14:00데일리팜 -
[기자의눈]국산 신약, 투명한 데이터 공개 필요한 이유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수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국산신약 후보물질을 홍보하고 있다.하지만 관심을 갖고 물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면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이는 대다수 국내 제약사, 바이오벤처들의 임상(1상, 2상, 3상) 완료, 심지어 허가에 대한 보도자료에도 약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세부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다.'OOO 약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보였다.', '최초의 XXX암 치료제다.', '심혈관계 안전성을 확보했다.'내용은 매력적인데 근거를 안 보여준다. 몇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얼마만큼의 기간동안 연구를 진행했는지 그 결과, 비교군과 효능과 안전성 면에서 수치 상 어떤 차이를 보였는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좋은 약'이라는 회사 관계자의 코멘트가 약에 대한 설명의 전부인 사례도 있다.해당 회사에 추가로 자료를 요청하면 "시간이 걸린다", "지적 재산권이기에 내용 공개가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올때가 많다.연구 논문 전체를 달라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신약이 어느정도 고무적인지 가치를 가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 달라는 얘기다.썩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다국적제약사와 비교가 된다. 이들 회사는 보도자료에 단순 연구결과 소개를 넘어, 대조군에 비해 우월했는지, 동등했는지, 혹은 비열등했는지 정확히 기술한다. 특정 평가지표에서 수치 차가 있었을 경우 이것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인지 여부까지 포함돼 있다.과도한 데이터 설명으로 산만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는 다국적사들이 자료 배포 전 사내 메디칼 부서의 철저한 리뷰를 통해 의학적으로 모호하거나, 오해를 살 수 있는 표현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을 기원한다. 리베이트를 버리려 노력하고 R&D에 힘을 쏟는 최근의 모습에 감명도 받는다. 작지만 내실있는 바이오벤처에게 희망도 보인다.다만 명확함이 필요하다. 신약은 과학이다. 환자가 최종 소비자다. 국내사의 신약개발 성공례 자체가 고무적이다. 오픈하고 정당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IR(Investor Relations)만 신경 쓸때가 아니다. 주식 갖고 장난친다는 오명 역시, 리베이트의 굴레처럼 벗어야 하지 않겠는가?2018-06-28 06:30:10어윤호 -
[데스크시선] 헬싱키선언과 제약기업의 정보공개지난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된 세계의사회 총회에서 헬싱키선언이 채택됐다. 헬싱키 선언은 세계의사회가 규정한 윤리강령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연구에 대한 원칙을 담는다. 헬싱키선언은 임상시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준수해야 할 윤리원칙을 제시한다.헬싱키선언에는 연구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은 임상시험의 결과를 공개해야 하는 의무도 명시됐다. 객관적인 연구 수행과 함께 연구 결과의 공개도 중요하다는 취지다.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계획은 658건에 달한다. 평균적으로 하루에 2건의 새로운 임상시험이 시작된다는 의미다. 하루에 2건의 임상시험이 종료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이쯤에서 찜찜한 상상을 해본다. 과연 매일 쏟아지는 임상시험의 결과가 모두 공개될까. 긍정적인 결과만 발표된 것은 아닐까. 연구자의 의도에 맞춰 편향된 결론만 발표되는 건 아닐까.물론 많은 연구자나 기업들이 환자들에 최적의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양심에 따라 임상시험을 수행하고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하지만 기업이나 연구자들이 고의로 불리한 임상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은 늘 존재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06년 발표된 한 연구를 보면 1992년과 2002년에 발표된 542건의 정신과 약물 임상시험을 조사한 결과 제약사가 후원한 임상시험 중 78%가 해당 업체의 약에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이에 반해 독립적인 임상시험에서는 제약사 의약품에 긍정적인 결과가 48%에 불과했다.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실제로 수행된 임상시험과 결과가 발표된 임상시험 건수에 대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체감적으로 긍정적인 연구 결과에 비해 부정적인 연구 결과는 많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이다.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임상시험 중단현황 자료를 보면 2013년부터 2016년 6월까지 의약품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다고 보고한 건수는 총 166건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임상시험 계획은 총 2230건이다.제약사나 바이오기업들이 중도에 포기한 임상시험을 모두 정부에 보고했다면 국내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의 성공률이 90%를 웃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통상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성공률에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상시험에 실패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기업의 정보 공개에 대한 논란은 비단 임상시험에 국한되지 않는다.금융감독원이 최근 상장법인의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활동 및 경영상 주요사항의 경우 점검 대상 163곳 중 95.1%에 달하는 155곳이 기재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을 구분하지 않거나 신약개발 연구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을 기재하지 않는 사례가 많았다.이후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이 뒤늦게 사업보고서 정정 작업에 착수했다. 연구개발 활동과 계획, 경영상 주요 계약 등에 대한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 정보를 별도로 기재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일부 업체는 한 해 동안 투자한 연구개발비 중 정부보조금이 30%를 웃도는 경우도 있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에 상당 부분 쓰인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연구개발 정보 공개를 더욱 확대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제약기업들의 기업 활동을 공적인 영역으로 분류하는 시선이 많다. 국민들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이 개발한 많은 의약품은 건강보험이 적용돼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로 약값을 깎아주기도 한다.제약·바이오기업들의 정보 공개 확대가 더욱 시급한 이유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다. 아직도 많은 현장에서 실무자간의 은밀한 정보 공유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유 없이 치솟는 주가와 뒤늦게 공개되는 유리한 정보, 연일 치솟는 주가와 함께 뒤늦게 알려지는 합병 소식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땅을 치곤 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자본을 쥔 세력과 정보를 가진 기업 간 은밀한 작업이 펼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그나마 기업들의 정보 공개에 대한 인식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언제부턴가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임상 실패 소식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에 기재하는 정보도 많아지는 추세다.정부도 정보 공개 확대를 적극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임상시험 기록을 거짓으로 작성하는 사례에 대한 벌칙을 신설했고, 임상시험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하는 임상시험 정보 등록제도도 추진 중이다.궁극적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의식 변화가 절실하다. 아직도 많은 기업이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환자나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숨기는 것은 아닐까. 국민들이 낸 세금과 건보료를 사업에 활용하면서도 기업의 잇속을 챙기는 데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닐까. 의약품의 개발 단계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적극 알려왔던 정보가 어느 순간 사라지는 사례는 없었는지 되돌아 볼 때다.2018-06-26 06:15:12천승현 -
[기자의 눈] 늦은 밤 나홀로약국에 '도넛'이 필요하다전에 읽은 어떤 글에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도넛과 경찰관의 상관관계였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경찰관은 항상 백인에, 우람한 어깨와 잔뜩 나온 배를 하고는 경찰차에 기대 서서 도넛을 먹고 있는데, '미국 경찰은 왜 도넛을 많이 먹을까'가 그 글의 시작이었다.미국 70, 80년대 한창 패스트푸드 붐이 일 때, 많은 도넛 가게들도 함께 융성했는데 이들의 고민은 심야시간 치안이었다. 가뜩이나 넓은 땅에 개인이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미국 사회에서, 심야에 강도가 침입할 리스크를 안고 24시간 영업을 하려니 도넛가게 사장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민은 '어떻게 하면 경찰관이 가게를 더 많이 들르게 할 것인가'로 이어졌고, 몇몇 주요 도넛가게들이 경찰들에게 커피와 도넛을 무료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찰이 도넛가게를 들르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강도와 도둑은 조금씩 도넛가게를 멀리하게 되었단다.우리가 알 수 있는 표면적인 '도넛 마케팅 스토리'는 이렇게 위트있지만, 이런 스토리가 만들어지기까지 미국의 수많은 도넛가게 종업원과 사장은 심야 강도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가 현장에 있었다면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한 상황이 도넛가게에서 벌어졌을 거란 얘기다.그 참혹한 일이 최근 우리나라 포항에서 재연됐다. 심야도 아닌 주말 저녁 시간, 약사와 종업원이 함께 있었음에도 이들은 난데없이 침입해 칼을 휘두른 괴한에게 상처를 입었고 어린 자녀의 엄마였던 30대 종업원은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돈을 노린 강도도 아닌, 조현병 환자임이 유력하지만 절박했던 그 상황에 괴한을 제압할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심야에 문을 연 상점, 불특정 다수가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약국뿐 아니라 어디나 이런 범죄에 노출돼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치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은 물론 옳다. 그러나 심야에 문을 여는 약국처럼 여직원과 여약사 종사자가 많으며, 몸이 아픈 국민들에게 절실한 공간이 같은 위험에 노출돼있다면, 지금이라도 우리 상황에 맞는 '도넛'을 개발할 때다.약사회와 경찰청의 공조도 좋고, 경비업체와의 MOU 체결도 생각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도넛'처럼, 순찰을 도는 경찰이 한번이라도 더 들를 기회를 약국이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약국에 오는 경찰에게 무상으로 드링크를 제공하는 벤치마킹은 어떨까. 대관절 약국에서 일하던 직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약사사회가 이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심야시간 약국을 지키는 약사와 직원은 언제까지나 불안하고, 불안하고, 또 불안할 수밖에 없다.2018-06-25 06:29:30정혜진 -
[기자의 눈] CAR-T 강국, 중국이 전하는 메시지"당신의 암은 완치됐습니다." "그럴리가요, 다발골수종은 치료법이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니요, 당신은 완치된 것이 확실합니다."외신에서 전하는 다발골수종 환자 크레이그 체이스(Craig Chase, 57세)와 중국 암전문의의 대화다. 체이스는 중국 장쑤성인민병원에서 치료받은 최초의 미국인으로, #CAR-T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에 6주간 참여한 뒤 3년간 앓아온 다발골수종 완치 진단을 받았다. 체이스는 지난해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17)에서 다발골수종 환자의 반응률이 94%에 달한다는 난징레전드바이오텍의 발표를 접한 뒤 고심 끝에 중국 임상연구 참여를 결심했다고 한다. 체이스의 사례는 중국이 CAR-T 세포치료제 분야의 선두주자로 떠오르고 있음을 드러내는 예로 자주 회자된다.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중국에서 진행 중인 CAR-T 관련 임상건수는 116건으로, 미국(96건)과 유럽(15건)을 돌파할 정도로 최근 몇 년새 CAR-T 관련 임상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비교적 유연한 규제부터 저렴한 인건비, 정밀생산 분야 전문성 등을 고려할 때 미국보다 우위를 차지할 확률이 상당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2종이 미국에서 판매 중이지만, 아직까지 기술 초기단계여서 역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실제 존슨앤드존슨(J&J)의 계열사 얀센 바이오텍이 작년 말 레전드바이오텍과 CAR-T 치료제 공동개발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이후로는 상업적 성공에 대한 신뢰감도 쌓여가는 듯 하다. LCAR-B38M의 임상데이터를 접한 J&J의 피터 레보비츠(Peter Lebowitz) 박사가 "(데이터가)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하다. 블루버드바이오와 세엘진이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보다 우수해보인다"고 극찬했다는 후문도 있다.한 때 한국보다 한 수 아래 취급을 받았던 중국이 혁신적인 CAR-T 세포치료제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요소를 거론한다. 그 중 하나는 CFDA(중국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의 규제정책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최근 몇년간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약개발 승인절차를 개선하고 혁신신약에 대한 우선심사와 특허보상 등을 강화하는가 하면, 글로벌 제약사에서 근무하던 해외 인재들에 대한 적극적인 유치정책을 펼치면서 신약개발 업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레전드바이오텍을 필두로 우시바이오로직스,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 등 눈에 띄는 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한 건 꾸준한 투자와 지원정책의 결과물인 셈이다.최근 막대하게 유입되고 있는 해외투자금도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15억 인구에서 비롯된 저렴한 인건비와 신속한 피험자 모집요소가 더해졌을 때 중국의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갖는 잠재력은 상상하기 어렵다.국내 기업들이 5~10년 뒤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지 않으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CAR-T 치료제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군에서 혁신신약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개별 기업들에게는 남다른 혁신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용을 얻기 위한 노력이, 정부에게는 보다 유연한 바이오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2018-06-21 06:28:35안경진 -
[칼럼] 공동판촉 뛰어넘은 국내제약 R&D 협업 롤모델국내 리딩기업인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희귀질환치료제 공동개발 소식은 국내제약사 협업 방식이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시그널이다. 유한양행과 녹십자는 최근 희귀질환 치료제를 포함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두 기업의 R&D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MOU 체결 이후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한다. 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단계까지 협력 관계를 유지하지만, 임상 개발과 적응증 확장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한 만큼 추후 양사간 협업 시스템은 임상단계로 확대될 가능성을 남겨놓았다. '희귀질환치료제'라는 니즈를 갖고 있는 국내 상위제약사의 이번 결정은 제약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기업간 짝짓기는 코프로모션과 코마케팅이 주류를 이뤘다. 더 엄밀히 말하면 다국적사와 국내제약사 간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국내 상위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 간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코프로모션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영업력은 국내 상위제약, 제품력은 다국적사'라는 선입견은 오랫동안 코프로모션 형태가 고착화됐던 주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다보니 부작용도 속출했다. 다국적사의 '돈 되는' 제품을 가져오기 위해 제살깎기를 감수했던 국내 제약사들의 마진 전쟁은 제약산업의 흑역사였다.그러나 이번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R&D 협업 소식은 향후 제약사간 제휴 패러다임 변화와 협업 체계 다변화를 예고하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다행스럽게도 그간 제약사들의 손잡기는 진화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다국적사들은 차츰 국내 상위제약사만을 파트너로 선택하지 않고 의원영업에 강세를 보이거나, 특정질환군에 경쟁력이 있는 중견제약사들과 속속 제휴관계를 맺고 의원시장을 공략했다. 또 마케팅과 영업분야에서 국내사-국내사간 눈에띄는 코프로모션 계약들도 등장했다.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제약사들의 인식 전환이 한 몫을 했다. 쓸만한 제품을 개발한 이후 '나홀로 영업'을 고집했던 국내사들이 이제는 함께하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고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사들이 제네릭 위주의 제품개발 전략에서 탈피해 경쟁력있는 품목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국내사간 제휴 관계가 늘어난 주 요인이다.해서 유한양행과 GC녹십자의 희귀질환치료제 공동개발 MOU를 계기로 영업과 마케팅 분야에 집중됐던 제약사간 협업관계가 R&D 분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유한과 녹십자도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내 제약산업계의 오픈이노베이션 롤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일동제약 신약 ‘베시보’는 LG생명과학이 개발해 임상 2상이 완료된 B형간염치료신약을 일동제약이 가져와 임상 3상과 신약허가, 영업 마케팅을 전담한 의미있는 협업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제약협동조합을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는 중소형제약사들의 생산 및 연구개발 분야의 협력 체계 구축과, 국내제약사 간 영업 및 마케팅 분야 코프로모션, 다국적사의 국내제품 역 도입 계약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는 제약시장 흐름속에서 국내 상위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 움직임은 또 다른 성공스토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유한양행과 GC녹십자를 응원해야 하는 이유다.2018-06-20 06:30:15가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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