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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역사에 남을 제약CEO를 희망한다[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세계 4대 해전인 '살라미스해전(기원전 480)·칼레해전(1588)·한산대첩(1592)·트라팔가해전(1805)'의 공통점은 뭘까. 시대적 배경과 인물은 각기 다르지만 용(勇)과 지(智)와 덕(德)을 겸비한 최고지휘관이 치밀한 전략을 구상하고, 휘하 보좌진들의 조언을 적극 작전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대첩에서 수적 열세에도 지상전의 전유물로 여겼던 학익진으로 일본군을 섬멸하는 전공을 세웠다. 트라팔가해전에서 영국 넬슨 제독은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궤멸시켜,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계기를 이끌어 냈다. 반면 일본이 독점자본주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일으킨 '진주만공습(1941)·미드웨이해전(1942)'은 이와 반대되는 최고지휘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진주만공습은 성공한 작전일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격 자체가 전함과 전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본토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미국의 저력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다. 만약 진주만 1차 폭격 후 그 즉시 유류저장소와 도크를 겨냥한 2차 공격을 감행했다면 태평양전쟁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군사역사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흔히 군대의 사령관과 기업의 CEO는 동일선상에 놓여 비교되곤 한다.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모든 책임을 지고 문책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제약기업 CEO를 대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업의 명운은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이념과 사상에 따라 그 진폭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철학·이념·사상'은 한마디로 생각과 행동 그리고 언어구사로 보면 이해가 쉽다. 실례로 A제약사 회장은 아침 6시 30분 출근 후 매일 30분 간 독서 명문장 사경을 한다. 벌써 2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심으로 마음공부에 임하고 있다. A 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해 보면 그동안 그가 작성한 사경 연습장 수십권이 책장에 꽂혀 있다.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로 부하 직원을 대하는 그의 언행 또한 귀감이 됨은 말할 나위 없다. 물론 매출액 향상이 최우선 목표였겠지만 전국 각 지점 영업사원과 함께 100대 거래처 병의원을 5개월 동안 동행 방문한 일은 지금도 이 회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실제 당해 연도 매출은 30% 성장했다. B바이오기업 회장은 매주 아침 5시, 1시간 가량 회사 인근 산을 오른다. 해발 300m가 채 안되는 야산이지만 그가 매일 같이 등산을 하는 이유는 회사를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키 위한 꿈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아울러 B회장의 경영신념은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발전한다'로 살뜰히 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연말이면 전직원에게 친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이벤트나 트렌디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한다. 종업원 수가 100명이 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는 그 어느 제약사 보다 높다. 이 기업은 임직원이 하나 돼, 최근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C제약사 대표이사는 말 바꾸기 선수다. 항상 연초 또는 일상다반사로 직원들에게 성과금 지급을 약속한다. 실적 우수 영업사원에게 연간 초과이익 분배금(PS), 특별기여금, 생산성 격려금(PI) 지급 등등을 외치며 매출 성장을 독려한다. 처음 1~2년은 약속 금액의 50%만 지급했지만 이제는 말만 근사할 뿐 실천은 사라진지 오래다. 직장인에 대한 회사차원의 보상은 '때에 맞는 승진과 연봉 인상'이다. 이 제약사 임직원들은 C 회장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일쑤가 됐다. 열심히 땀흘린 직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탐욕에 쩔어 혼자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이직률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D바이오기업 대표의 배임횡령은 곪아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만성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D대표는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며, 펜트하우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회사 재무상태는 백척간두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해외 출장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석만 고집한다. 물질 하나만 있으면 기술 특례로 코스닥 진입이 쉬운 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귀태(鬼胎)임이 분명하다. 사실 글로벌 임상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 회사의 신약 후보 물질 자체도 크게 부풀려져 확대 해석했거나 사기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강신호(93)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과 윤영환(86)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제약업계 큰별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는 외형 1조원대 기업 오너라서가 아니다. 직원들에게는 '이익 분배의 공평성과 신의'를 다함은 물론 대외적으로는 장학사업과 환우 돕기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재를 등용하고 관리함에 있어서도 눈앞의 이윤이 아닌 능력을 믿고 기다려 준 미덕과 넓은 도량의 소유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직장 생활은 전쟁터라고 말한다. 전장에서 장수에게 은혜를 입은 졸(卒·병사)은 그를 위해 초계와 같이 목숨을 던진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고경영자의 덕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2019-12-30 06:15:10노병철 -
[데스크 시선] '깜깜이 정부 정책' 신뢰도 없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올해 국내 의약품 산업은 1년 내내 불순물 리스크로 홍역을 치렀다. 작년 여름 발사르탄에서 시작된 불순물 파동은 라니티딘, 니자티딘까지 이어지며 수많은 의약품의 판매가 중지됐다. ‘발암물질’이라는 오명을 쓰고 엄청난 양의 의약품이 회수됐고, 제약사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불순물 의약품 후속조치는 제약사들에겐 공포나 다름없었다. 제약업계에서는 발사르탄부터 니자티딘까지 모두 국내 조치가 강경했다는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발사르탄은 유럽에서 회수 소식이 나오자 해당 업체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 즉각 판매중지 조치를 내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5년 1월부터 문제의 원료를 한번이라도 사용한 완제의약품은 모두 판매를 중지시켰다. 문제없는 제품도 회수되면서 손실이 커졌고 혼선도 확대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불순물 함유 발사르탄 의약품은 국내와 미국에서 모두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국내에서 라니티딘은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 수거 검사를 거쳐 전 제품 판매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해외에서 라니티딘 전체를 퇴출하지 않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회수를 진행했다.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은 지난달 "라니티딘에서 검출된 NDMA의 유해성은 구운 고기나 훈제 고기를 먹었을 때 노출되는 수준과 비슷하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니자티딘제제는 13개 제품의 판매중지가 이뤄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회수 명령을 받은 제품은 아직 없다. 주로 생산된지 오래된 제품이 회수 대상으로 분류됐는데, 문제없는 제품도 판매를 중지하면서 제약사들의 희생을 강요했다는 불만이 또 다시 빗발쳤다. 현재 식약처는 당뇨치료제 메트포르민의 불순물 함유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싱가포르 보건부(HSA)는 지난 4일 최근 현지에서 판매 중인 메트포르민제제 46개 품목을 조사한 결과 3개 제품을 회수했다. 일일허용치 이상의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가 검출됐다는 이유에서다. 발사르탄, 라니티딘, 니자티딘 등과는 달리 메트포르민 조사는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식약처는 메트포르민의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지만 아직 수거 검사를 진행하지 않았다.식약처는 올해 안에 메트포르민의 NDMA 시험법을 마련한 이후 수거검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식약처는 지난 13일 제약사들에 ‘메트포르민염산염’ 성분 함유 의약품의 생산내역과 사용 원료의약품 계통조사 자료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제약업체들은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 국내에 들여온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메트포르민의 완제의약품은 국내에 수입된 적이 없다. 하지만 해당 제품에 사용된 원료의약품의 국내 유입 여부에 대해 식약처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발사르탄 사례에 비춰보면 해외에서 불순물로 회수된 제품과 동일한 제조소 원료의약품을 사용한 제품은 국내에서도 판매가 중지돼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메트포르민제제와 동일한 원료의약품이 국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되면 판매중지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 해외에서 회수된 원료의약품과 동일 제조소 제품이 국내에 유입됐더라도 수거 검사를 통해 후속조치를 취하는 게 합리적이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문제가 된 제조번호만 선별적으로 회수하는게 타당하다. 이미 발사르탄 파동에서 겪은 교훈이다.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내린 과감한 정책은 오히려 불안감을 부추겼다. 많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했다. 만약 식약처가 국민 불안감 확산이나 과거 정책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두려워 투명한 정보 공개를 꺼린다면 더욱 실망스러울 것 같다. 과거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진화된 정책을 펼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그땐 왜 그랬어야만 했는지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성할 줄 아는 ‘쿨’한 정부를 보고싶다.2019-12-23 06:10:41천승현 -
[데스크 시선] 문재인 정부의 원격의료 딜레마[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오는 19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원격의료가 포함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부 경제지 등에서는 정부가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는 원격의료를 구체화하기 위해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포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기재부는 즉각 해명자료를 내어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준비중에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대한상의를 중심으로 한 경제단체는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주요 경제입법 과제로 꼽고, 정부부처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최근 '신산업 규제트리와 산업별 규제사례' 보고서를 통해 원격의료를 도입하려면,개인정보보호법·의료법·약사법 모두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약사법을 개정해 온라인을 통한 약 처방과 배송까지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격의료의 경우 원격진료와 더불어 의료기기 판매사업, 의약품 제조·배송, 건강관리서비스, 개인질병정보를 활용한 보험상품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신규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게 경제계의 분석이다. 경제계의 원격의료 주장이 계속되는 이유도 곱씹어 봐야 하지만 우회적인 정부의 원격의료 도입 추진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정부는 이미 규제특구를 지정해, 제한적인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강원도가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됐지만 참여를 결정한 의료기관이 아직 1곳에 불과해 현장의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만약 원격의료가 본궤도에 오르면 조제약 택배배송을 막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거동불편자가 병원에 가기 힘들어 원격진료를 했는데 약 조제는 직접 처방전을 출력해 약국으로 가라고 하면 동의할 환자가 몇명이냐 있겠냐는 것이다. 의약계의 갈등 과제인 원격의료, 투자개방형 영리법인, 조제약 택배이슈 등도 모두 의료가 산업의 대상이냐 아니면 공공재의 성격으로 봐야 하나의 충돌에서 불거진 이슈들이다. 보건의료의 영역에 산업정책 수혈이 필요하지, 아니면 정부의 규제 속에서 공공의 역할에 더 많은 비중을 둘지는 찬반이 너무 팽팽한 의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부도 쉽사리 원격의료 카드를 꺼내들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 의료는 딜레마다. 보건의료정책에서 의료는 산업화 대상이 아닌 공공성을 우선해야 하다는 기조가 분명한데, 경제단체나 경제관료의 눈에는 의료야 말로 돈이 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19일 발표되는 경제정책방향에 원격의료가 언급될지 아니면 기존대로 규제특례 시범사업 형태로 그칠지, 주목해볼 필요가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9-12-15 22:41:24강신국 -
[데스크시선] 기등재약 사후평가 필연성과 과제[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사회보험으로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강화될 수록 재정 지출 효율화와 지불에 있어서 가치 판단은 매우 중요한 정책적 과제가 된다. 그 중 의약품은 보장성과 함께 무게추도 변화해왔다. 과거 네거티브 리스트제도 하에서 의약품 보험등재 가치는, 더 많은 약제를 등재시켜 국민들이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방점을 뒀었다. 당연히 업계는 시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품목허가에 중점을 두었고 당시 보험은 허가 상황에 큰 영향을 받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포지티스 리스트로 보험 정책이 바뀌면서 무게 추는 빠르게 전환됐다. 제네릭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이 약이 건강보험 재정으로 구매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동일성분, 동일제제, 동일함량 약제라도 보험에선 같은 가치를 지니는지 끊임없는 의문부호가 생겨났다. 이 것은 세계적인 흐름으로서, 인구구조와 질병구조, 재정구조, 사회적 양상이 변화하는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 이 흐름 속에서 정부도 기업도 복잡다단해졌다. 정부의 심사와 평가 구조는 세밀해지고 까다로워졌으며 이에 맞춘 제약기업들은 제조공정과 R&D, 마케팅과 유통에 이르까지 더 많은 노력과 자본을 투입해야 했다. 선별등재제도, 기등재약목록정비, 약가 일괄인하, 제네릭 약가개편 등 약가 사후관리를 관통하는 수 많은 제도들이 이를 방증한다. 보험 진입 문턱을 낮춘다면 당연히 수반되는 사후관리 강화인 셈이니 두 개의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을 것이다. 최근 정부와 보험당국은 또 다시 약제 사후평가 방책을 내놨다. '의약품 사후평가 기준 및 방법 마련안'이 그것인데, 아직 관련 위원회에서 확정하진 않았지만 공청회를 열어 일부를 꺼내보인 것이어서 전체 방향성과 맥락으로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을 파악할 수 있다. 사후평가는 크게 재정기반과 성과기반 평가로 나뉘는데, 임상적 유용성에 방점이 찍혔다. 재정기반 사후평가는 제외국 가격비교 재평가와 등재년차 경과 약제 재평가, 성과기반 사후평가는 문헌기반 재평가와 임상 현장에서 나타나는 RWE 기반 재평가로 구분된다. 이에 대해 제약계는 사후관리 기전이 있는 상태에서 또 다시 재평가를 하는 데 대해 이중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재평가는 결국 보험약가를 떨어뜨리거나 하향조정하는 결과로 실현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2011년 시범사업 형식으로 마무리 했던 기등재약목록정비 이후 등재된 약제에 대해선 가격적인 사후관리 이외에 별 다른 기전 없이 약제등재 제도가 이어져 왔다. 그런 의미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기반으로 한 종합적이고 상시적인 약가제도체계를 갖추는 이 작업은 보험자와 가입자, 지불자와 환자의 측면에서 보험약제 신뢰성을 대폭 향상시키는 동시에 선별목록제도를 완성하는 의미가 있다. 이 흐름이 필연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방향이라는 데까지 인식이 따라왔다면, 우리는 앞으로 전개될 방향에서 간과해선 안 될 이면을 넘겨 살펴야 한다. 환자와 가입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무엇이 고가약인가'에 대한 정의, 고가약과 희귀질환약, 항암제가 이 제도 안에서 실제로 'and'로 적용될 지 'or'로 적용될 지를 판단하는 실효성 예측, 콜린알포세레이트와 같이 RCT(무작위 임상)가 어려운 약제 특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여기에 현행 사용량-약가연동제도나 사전약가인하제도처럼 기존 사후관리와 중복되는 부분이 생길 경우 사회적 합의 부분을 비롯해, 제외국 가격비교 시 실거래가 파악의 어려움, 'efficacy(효능)'과 'effectiveness(효과성)' 안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제약산업계와의 갈등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많은 전문가들이 좋은 제도는 '간단명료'와 '보편타당' '예측가능성'을 전제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런 좋은 제도 뒤에는 합리성과 수용성을 고려한 정교함이 치열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2019-12-09 06:14:21김정주 -
[데스크시선] 20초 종합예술, CF에 대한 단상[데일리팜=노병철 기자] TV CF광고는 상업성을 떠나 종합예술로 평가받는다. 모델과 배경음악, 슬로건, 스토리, 장소 등 5대 구성요소의 어우러짐은 때론 영화나 다큐멘터리 그 이상의 재미와 감동, 흥미 그리고 여운을 남길 때가 많다. 광고계에서 말하는 역대 빅히트작은 '또 하나의 가족, 삼성' '사랑해요, 엘지' 'KTF 쇼를 하라, 쇼!' 등이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제작한 3분 다큐 형식의 실향민이 이북의 고향을 자동차를 타고 가상현실로 경험하는 영상은 광고를 넘어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그런데 CF 제작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바로 투자 대비 수익이다. 소비자로 하여금 탄성과 박수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그 광고를 보고 구매로 이어져야 한다. 제작비를 포함해 연간 50억원을 쏟아 만든 광고영상임에도 10억원의 매출을 발생시켰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본 셈이다. CF 제작비 중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부분은 모델 캐스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A급 배우의 출연료는 7~10억원을 호가한다. 그 밖의 A·B·C등급은 수천만원부터 수억원 정도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무조건 유명 모델을 기용한다고 해서 그 광고가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십 수년 전, 국내 모기업들은 세계적인 여배우 기네스 팰트로, 맥라이언, 드류 베리모어를 전격 발탁해 소비자로 하여금 이목은 끌었지만 기대와 목표치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반면 천호식품과 여명808은 그에 비해 저렴한 CF 제작비를 들이고도 빅히트 상품 반열에 오른 좋은 실례다. 때문에 제약바이오업계 일반의약품·건강기능식품·음료 담당 PM들은 한정된 마케팅비용으로 최적의 CF광고를 탄생시키기 위해 에이전트와 머리를 맞대고 브레인스토밍을 거듭한다. 과거 20~30년 전, CF 모델 선정 트렌드는 은막의 스타와 탤런트가 주를 이뤘다. 지금도 이 같은 움직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다만 특이점이 있다면, 아이돌 가수를 전격 기용해 1020세대 젊은 팬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해 폭발적 매출을 올리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드링크류 제품에 원더걸스, 소녀시대, 미쓰에이 수지 등을 기용해 브랜드 이미지와 실적을 퀀텀점프 시키기도 했다. 당초 일각에서는 마케팅비용 과다 지출로 실패를 점치기도 했지만 해당 제약사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출시 2년 만에 250억원 외형으로 성장해 첫해 매출의 5배를 넘겼고, 지금은 1000억원대 블록버스터 드링크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경향과 시도는 경남제약 비타민C 레모나가 리딩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9월경 방탄소년단(BTS)과 광고계약을 맺고, 12월 초중순 CF를 온에어 할 계획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레모나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BTS 멤버의 얼굴과 레모나 제품이 함께 인쇄된 홍보포스터는 물론 개별 제품(하트캔60포, 드링크, 20포 포장)이 출시도 되기 전에 품절사태를 예고할 정도다. BTS팬들은 SNS를 통해 '약국에서는 레모나만 확보해 주세요. 매출은 저희가 책임집니다' 라는 식의 문구와 구호로 그야말로 '전투적 구매'를 준비 중이다. 말 그대로 초대박이다. 이런 기세가 1년 간 지속된다면 전년도 더블 매출인 400억원 돌파도 유력해 보인다. 레모나 마케팅 전략의 핵심은 활기찬 에너지를 상징하는 노란색을 전면 사용해 존재감과 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 젊은 소비층이 선호하는 모델을 시의적절하게 기용하는데 방점이 맞춰져 있다. 2012년에는 가수 아이유, 2014년에는 김수현 레모나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여 중국과 동남아권 팬들의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광동제약 비타500으로 촉발된 제약업계 초호화 아이돌 CF 캐스팅이 경남제약 레모나로 이어져 매출 순기능의 일등공신으로 자리잡고, 이 시대 새로운 특화 트렌드로 확장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2019-12-02 15:15: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제네릭 품질향상' 외치는 정부의 궤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몇 년 전 한 다국적제약사가 국내 시장에 제네릭을 출시하면서 ‘고품질’을 표방한 적이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엄격한 생산관리와 제품 모니터링, 품질보증 시스템 등을 기반으로 품질 좋은 제네릭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당시 이 소식을 접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심사 담당 과장은 “제네릭 제품의 품질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일축했다. 제네릭이 허가받으려면 원료의약품부터 완제품 제조시설까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또 오리지널 의약품과 약물 흡수 속도와 농도 등이 동등하다는 점을 입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야 한다. "정부가 정한 기준을 모두 통과해 판매허가를 받은 제네릭 제품들은 품질이 동등하다고 봐야한다"는 설명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제네릭 허가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식약처는 지난 18일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전공정 위탁제조 제네릭의 허가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위탁제네릭 허가심사자료 중 면제됐던 GMP평가자료와 기준 및 시험방법 자료 등을 제출해야 허가를 내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식약처가 제네릭 규제 강화 배경에 대해 ‘고품질 제네릭’을 언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개정 규정의 규제영향분석서를 보면 제네릭 규제를 강화하는 항목마다 “제네릭의약품의 품질 향상을 통해 '고품질'의 의약품 제공하고 의약품 유통의 건전성을 제고해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제네릭 규제 강화로 고품질 제네릭 공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도다. 이는 제네릭 제품마다 품질의 차이가 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식약처의 엄격한 허가절차를 통과했다면 품질은 동등하다”라는 기존의 시각과 배치되는 견해다. 식약처 허가를 받았더라도 품질 낮은 제네릭도 있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과연 허가 기준 강화 내용이 품질 향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도 애매하다. 위탁제네릭의 GMP 평가자료 제출은 이미 식약처가 검증한 적이 있는 자료를 다시 내라는 의미와 같다. 위탁제네릭의 GMP평가자료 제출은 불과 5년 전에 사라진 제도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의약품을 생산하는 모든 공장은 3년마다 식약처가 정한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의약품 생산을 허용하는 내용의 ‘GMP 적합판정서 제도’를 시행했다. 이때 허가용 의약품을 의무적으로 생산해야 하는 규정이 완화됐다. 적합판정서의 유효기간내에 있는 제조소에서 GMP 실시상황 평가에 관한 자료를 적합판정서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GMP 적합판정서 제도’ 도입으로 품질관리 강화 기반을 마련했고, 검증받은 시설에서 허가용 의약품의 적합 판정을 내린 상황에서 위탁제네릭의 GMP평가자료를 또 다시 받는 것은 중복 규제라는 판단에 내린 조치였다. 하지만 5년만에 이미 검증한 GMP자료를 허가 때마다 제출토록 하는 것이 제네릭 품질향상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현재 추진 중인 공동생동 규제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지난 4월15일 위탁(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시 시행 1년 후에 원 제조사 1개에 위탁제조사 3개까지만 허가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된다. 생동성시험 1건당 제네릭 4개까지 허가를 내준다는 뜻이다. 이후 3년이 지나면 위탁생동이 전면 금지된다. 고시 시행 4년 뒤에는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1개의 제네릭만 허가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4년 뒤에는 똑같은 제조시설에서 만든 동일한 제품도 생동성시험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같은 제품에 대해 생동성시험을 별도로 진행하는 것이 ‘고품질 제네릭’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 위탁제네릭의 허가심사 규제 강화는 과학적 판단에 따라 면제해준 서류를 제네릭 진입 장벽을 높이기 위해 다시 제출하라고 규정을 변경하는 것이다. 제네릭의 품질 향상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식약처의 제네릭 규제 강화의 목표는 뚜렷하다. 제네릭 난립이 심각하기 때문에 허가 장벽을 높여 시장에 유통되는 제네릭 개수를 줄여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전 제조공정 위탁제네릭의 범람이 시장 난립의 원인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제네릭 난립은 정부의 허가 규제 변화가 기폭제로 작용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차라리 정부 정책이 제네릭 난립을 부추겼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책기조를 바꿀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보이는 게 낫지 않을까. 규제 내용과 연관없는 ‘품질 향상’이라는 명분은 오히려 산업 현장에서 혼선을 유발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물론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정부가 규제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정책에 대한 명확한 명분과 근거를 제시해야 기업들도 믿고 따라올 수 있다. 정부가 명분없는 정책을 양산하고, 손바닥 뒤집 듯 정책기조를 바꾸면 신뢰도는 추락할 수 밖에 없다.2019-11-25 06:10:52천승현 -
[데스크 시선] 씁쓸한 약사회 파견 대의원의 위임장[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한약사회 정관에 '위임장'이라는 게 있다. 대한약사회 대의원들이 대의원총회에 참석할 수 없을 때 제출하는 것이다. 대의원총회가 전체 대의원의 과반수 이상이 출석을 해야 회의가 성립되기 때문에, 혹시 과반수 이상의 대의원이 출석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만들어 놓은 게 위임장이었다. 현재 대의원은 416명이다. 대의원 중 209명이 참석해야 회의가 성립된다. 만약 200명만 참석을 하게 되면 성원이 되지 않기 때문에 9장의 위임장이 필요하다. 회의 성원에만 영향을 줬던 위임장이 앞으로는 '의결정족수'에도 포함되도록 정관 개정이 추진된다. 약사회 정관규정개정특별위원회가 '대의원이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 위임장을 의장에게 제출할 수 있으며, 이때 의사정족수 산정에는 재석으로 포함하되 의결에 있어서는 실제 재석한 대의원들의 총회 표결 결과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정관 개정안을 공개했다. '정관 개정, 기본재산의 처분, 불신임에 관한 사항은 위임할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아 놓았지만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의원은 회원을 대신해 약사회 회무와 예산이 잘 집행 추진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즉 회원들이 대의원에게 약사회가 회무를 잘 하고 있는지 보고 오라고 위임을 한 것이다. 그러나 총회 성원이 되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위임장이 도입되고, 아울러 의결정족수를 맞추기 위해 위임장을 표결 결과에 동의한 것으로 정관을 개정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관개정특위도 오죽했으면 의결정족수에 위임장을 포함시키려고 했을까? 총회가 개회되고 시간이 흐르면 하나둘씩 회의장을 빠져 나가는 대의원들이 눈에 띈다. 결국 폐회가 임박하면 의결정족수 확보가 어려워지게 되니 궁여지책으로 위임장을 의결정족수에 포함 하자는 안이 나온 것이다. 이미 회원들의 위임을 받은 대의원들이 의결권을 다시 위임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예 대의원을 그만두는 게 낫다. 불가피하게 참석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매달 있는 총회도 아니다. 1년에 딱 한번 열리는 게 정기 대의원총회다. 임시 총회를 제외하면 3년의 대의원 임기 중 딱 3번만 대의원총회에 참석하면 된다. 의사협회는 대의원 위임장이라는 게 아예 없다. 과반이 참석하지 않으면 회의는 열리지 않는다. 의사협회 관계자는 "대의원은 지역 회원의사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인데 위임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의협 정관에 위임제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국민을 대표해 의회에 나간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위임이라는 제도 차제가 없다. 결국 대한약사회 파견 대의원들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정관 개정을 통해 위임장을 의결정족수에 포함시키려는 이유는 알겠지만 대의원들의 참석과 원활한 회의 진행,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대안 제시없이, 무작정 위임장을 의결정족수에 포함하려는 것은 '대의원제도'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대의원총회 전자투표기 도입, 명패를 이용한 대의원 지정석 도입,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당연직 대의원 정리 등이 필요해 보인다. 1년에 한번하는 정기 대의원 총회가 의결정족수가 부족해 안건 심의를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2019-11-17 22:07:24강신국 -
[데스크시선] 무용지물 대체조제, 정책의지는 어디에[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부 또는 산하기관이 어떤 제도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정책 의지와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엿볼 수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는 정책은 그 내용을 되도록 더 많이 확산시켜 공론화 하고, 될 때까지 하겠다는 의지를 연거푸 드러내는 반면, 그렇지 않은 제도는 사실상 냉동고 한 켠에 존재감도 없이 자리한 얼음과 같다. 그래서 사실상 사문화된 정책들은 정부의 의지 또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국정감사를 포함해 국회가 해마다 하는 대정부 질의에는 대체조제 저조 문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편이다. 의약분업 초기 건강보험 재정 파탄 이후 정부는 나라의 환자, 질병구조 변화와 연관지어 끊임 없이 약품비 비중에 관심을 둬왔다. 30% 문턱에서 약값을 절반 가까이 걷어내는 '의약품 가격정책 및 약가제도 개편(약가 일괄인하제도)'를 단행한 것도 이 흐름 안에 있다. 고가 신약의 출현과 희귀질환까지 확대되는 보장성강화정책, 까다로운 경제성평가와 근거중심, 환자 중심의 약값 절감은, 각론을 떠나 보험선진국으로 향하는 우리의 당연한 궤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연구자나 학자들이 말하는 약품비 절감의 방법론을 훑다보면 빠지지 않는 게 있다. 이 대체조제 활성화다. 보험선진국 사례들을 살피더라도 공급의 단계에서 볼 때, 정부가 제약사 약품 상한가를 관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체조제 또한 비용절감의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2010년에 건보공단과 의병협이 진행했던 2011년도 병의원급 수가협상 부대합의조건에 약품비 절감 사항이 들어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속한 일부 시민사회단체에선 짧은 기간 '벼락치기' 이행을 한 것을 감안할 때 유의미한 약품비 절감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원내 약품비 절감을 원외로 확장하는 것 중 대표적인 행위가 바로 대체조제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4월 발표한 '제1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안)'에 현재 무용지물인 처방조제 약품비 절감 장려금제(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제도)를 연중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국감에서 보건복지위원회의 질의에는 조금 다른 답변이 있었다. 정부는 서면답변을 통해 "의사와 약사 간 논의가 필요하다" "의약사 뿐만 아니라 국민 인식 등 사회전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또 내놨다. 다만 "지역사회 내 의약품 사용에 불편을 방지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내용을 덧붙였다. 심사평가원 또한 "사후통보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예년과 다를 바 없는 답변에 그쳤다. 현장에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고민하면서 국민인식 개선을 선도해야 할 정부와 하위기관의 답변이 매번 똑같다보니 이제 지겨워지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직능·직역간 갈등이니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어 난감하다'로 읽히는 뉘앙스에서 우리는 앞서 언급했던 정부의 정책의지가 현재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약사사회는 국제일반명처방 등 대체조제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해외정책을 연구하고 토론한다. 이런 기전을 도입하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현재 있는 제도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의지는 보여줘야 한다. 최근 심평원이 공개한 11월 기준, 약국 저가약 대체조제 장려금 지급 품목은 1만1384품목으로, 올해만 1464품목이 늘었다. 달마다 급여 등재약의 수가 조금씩 편차를 보이지만 규모 면으로 볼 때 2개 중 1개 이상은 대체조제가 가능하거나 장려금을 받을 수도 있는 약제들인 것이다. 1%도 채 되지 않는 대체조제율에 단순히 외형만 늘려서는 정책 의지를 누구에게도 입증하지 못할 것이다.2019-11-11 22:14:55김정주 -
[데스크시선] 글로벌 꿈 실현한 'K-유산균'의 교훈[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사업으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뭘까. 천부적 재능? 아니면 리더십과 인맥? 끈질긴 노력과 과단성? 아니면 이도저도 다 필요없고, 오직 운칠기삼? 아마도 앞서 언급한 모든 요건이 필수불가결 사항일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올곧은 철학과 신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여기서 말하는 이념과 사상은 임직원의 의견과 상황적 변수를 배제한 일명 오너 특유의 옹고집이 아니다. 작게는 회사 발전을 위한 그리고 크게는 인류 생명을 위한 큰 걸음, 다시말해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 사상에 저변을 두고 있음을 일컫는다. 아울러 사업가는 '수완'이 있어야 기업의 외형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 남들과 똑같은 방법으로는 말그대로 '그만그만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원주민에게 운동화를, 알래스카 에스키모에게 냉장고를 팔 수 있는 기지가 있어야 세계로 뻗어 나가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말이 쉽지 탁월하면서도 스마트한 역량을 발휘하며, 글로벌 진출에 앞장서기란 결코 만만치 않다. 일부 대기업 계열사 제약기업들도 10년 전 미국 등 선진시장 현지화 전략에 열을 올렸지만 사실상 사업을 철수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현지화에 실패한 원인은 한가지다. 투자 대비 이익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천문학적 자금이 확보된 대기업마저도 글로벌 진출이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에 중견기업은 아예 엄두도 못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1995년 설립된 당시 무명기업 쎌바이오텍은 달랐다. 내수시장 확보가 아닌 글로벌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 시장 제패라는 원대한 비전을 가지고 일찍부터 세계화에 눈을 돌렸다. 세계화의 필수조건은 기술력과 제품력을 기반으로 한다. 정명준 쎌바이오텍 대표는 유산균이 살아서 소·대장까지 전달될 수 있는 듀얼코팅기술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글로벌 건강기능식품 1등 기업 암웨이 납품권을 따내며 브랜드 가치를 급상승시켰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창업 10년 만인 2006년, 유산균 종주국 중 한곳인 덴마크에 쎌바이오텍 인터내셔날 판매법인을 설립해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형적 측면에서 쎌바이오텍 보다 훨씬 큰 국내 토종제약사와 해외 유수의 유산균제제 생산·판매기업도 이루지 못한 일을 보란듯이 해낸 것이다. 쎌바이오텍은 국산 유산균제 최초 수출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현재 약 36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수출액은 200억원 상당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덴마크 판매량은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지만 유산균 종주국에서 경합을 벌이며 거둔 매출액임을 감안하면 국내 실적 5000억원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치다. 이 같은 해외 진출 성공에 힘입어 2017년 프랑스법인도 설립됐다. 쎌바이오텍의 덴마크 진출 성공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는 단순히 매출에 방점을 두지 않는다. 덴마크 취업시장은 독특한 구조를 띄고 있다. 2년 간 한기업에서 근무하고 퇴사하면 1년 연봉이 지급되는 사회보장제도 때문에 본토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기업 역시 인재양성이 어렵고, 적재적소에 맞는 인재를 구하기도 어렵다. 쎌바이오텍 일부 임원들은 정명준 대표에게 덴마크 현지법인 포기 권유도 많았지만 그만의 뚝심과 신념으로 후발주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줬다. 첨단 기술력과 시대적 가치·철학을 가진 쎌바이오텍과 토종제약사들이 세계적 유산균기업 크리스찬 한센을 넘어 초일류 프로바이오틱스 생산기업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해 본다.2019-11-04 06:15:27노병철 -
[데스크 시선] '예측할 수 없는 정책' 신뢰 얻을수 없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국내 의약품 산업은 참 우여곡절이 많았다.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라는 불순물이 의약품 원료에서 검출됐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후 1년이 지나도록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의약품의 불순물 검출은 돌연 ‘제네릭 난립’ 문제로 불똥이 튀었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논리지만 “제네릭이 너무 많아 불순물 검출로 교환·재처방하는 제품도 많았다”라는 명분하에 제네릭 개수를 줄이기 위한 규제 정책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네릭 허가 규제를, 보건복지부는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을 각각 들고 나왔다. 식약처는 지난 4월15일 위탁(공동)생동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시 시행 1년 후에 원 제조사 1개에 위탁제조사 3개까지만 허가받을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된다. 생동성시험 1건당 제네릭 4개까지 허가를 내준다는 뜻이다. 이후 3년이 지나면 위탁생동이 전면 금지된다. 고시 시행 4년 뒤에는 1건의 생동성시험으로 1개의 제네릭만 허가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지난 7월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제네릭 제품은 생동성시험 직접 수행과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대비 53.55% 상한가를 유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간다. 기등재제네릭의 경우 3년 이내에 생동성시험과 원료의약품 등록 요건을 충족하면 상한가 53.55%를 유지할 수 있다. 새 약가제도 시행시기는 2020년 7월부터다.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직접 진행한 제네릭만 허가를 내주고, 생동성시험을 진행하지 않은 제네릭의 약가를 깎겠다는 내용이 규제의 핵심이다. 제네릭 허가와 약가 규제 모두 개정안이 예고된 이후로 아직 구체적인 시행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 의약품의 품목허가·신고·심사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은 지난 6월14일까지 의견 수렴을 마쳤다. 하지만 행정예고 이후 4달 가량 지났는데도 아직 고시 시행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일부개정안은 지난 9월2일 의견수렴 기간이 완료됐지만 아직 공포되지 않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약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제네릭 규제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라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온다. 제약사들은 위탁 방식으로 허가받은 제네릭의 약가인하를 회피하기 위해 생동성시험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약가재평가 공고가 나지 않아 생동성시험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업체가 많다고 한다. 정부의 제네릭 규제 방침이 전해진 이후 제약사들은 집중적으로 제네릭 허가를 받았다. 허가와 약가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가급적 많은 제네릭을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지난 1년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네릭이 새롭게 허가와 약가를 받았다. 아직도 매달 수백개의 제네릭이 시장에 새롭게 진입한다. 정부의 제네릭 규제는 아직 확정되지도 않았는데도 제약사들은 “이미 웬만한 제네릭은 모두 허가받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네릭 난립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강구했지만 오히려 제네릭 난립은 더욱 극심해졌다. 정부 정책이 시행되기도 전에 정책 목표 달성이 힘들어진 상황이 됐다. 정부 정책은 실효성 뿐만 아니라 예측 가능성도 매우 중요하다. 언제 어떤 정책이 시행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관련 종사자들도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새로운 규제의 타당성이나 제네릭 난립 현상에 대한 적절성에 대해서는 논외로 치더라도, 정책의 시행일정은 투명해야 한다. 사건과 사고는 예측할 수 없더라도 정책은 예측이 가능하도록 운영돼야 한다. 예측 가능성이 신뢰의 기본이다.2019-10-28 06:10:11천승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