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사를 찾으시나요?
닫기
2025-12-20 01:54:25 기준
  • 제약
  • #제품
  • 공장
  • 비만
  • #침
  • 비대면
  • 신약
  • #실적
  • GC
  • #데일리팜
팜스터디

[데스크시선] 역사에 남을 제약CEO를 희망한다

  • 노병철
  • 2019-12-30 06:15:10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세계 4대 해전인 '살라미스해전(기원전 480)·칼레해전(1588)·한산대첩(1592)·트라팔가해전(1805)'의 공통점은 뭘까. 시대적 배경과 인물은 각기 다르지만 용(勇)과 지(智)와 덕(德)을 겸비한 최고지휘관이 치밀한 전략을 구상하고, 휘하 보좌진들의 조언을 적극 작전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순신 장군은 한산대첩에서 수적 열세에도 지상전의 전유물로 여겼던 학익진으로 일본군을 섬멸하는 전공을 세웠다. 트라팔가해전에서 영국 넬슨 제독은 프랑스-스페인 연합 함대를 궤멸시켜,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계기를 이끌어 냈다.

반면 일본이 독점자본주의(제국주의)를 표방하며 일으킨 '진주만공습(1941)·미드웨이해전(1942)'은 이와 반대되는 최고지휘관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 볼 때, 진주만공습은 성공한 작전일 수 있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공격 자체가 전함과 전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본토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한 미국의 저력을 정확히 간파하지 못했다. 만약 진주만 1차 폭격 후 그 즉시 유류저장소와 도크를 겨냥한 2차 공격을 감행했다면 태평양전쟁의 승패는 가늠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군사역사학자들의 지배적 의견이다.

흔히 군대의 사령관과 기업의 CEO는 동일선상에 놓여 비교되곤 한다. 모든 권한과 의사결정의 최고 결정권자이자 모든 책임을 지고 문책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제약기업 CEO를 대면하고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한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기업의 명운은 최고경영자의 철학과 이념과 사상에 따라 그 진폭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철학·이념·사상'은 한마디로 생각과 행동 그리고 언어구사로 보면 이해가 쉽다.

실례로 A제약사 회장은 아침 6시 30분 출근 후 매일 30분 간 독서 명문장 사경을 한다. 벌써 20년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심으로 마음공부에 임하고 있다. A 회장의 집무실을 방문해 보면 그동안 그가 작성한 사경 연습장 수십권이 책장에 꽂혀 있다.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로 부하 직원을 대하는 그의 언행 또한 귀감이 됨은 말할 나위 없다. 물론 매출액 향상이 최우선 목표였겠지만 전국 각 지점 영업사원과 함께 100대 거래처 병의원을 5개월 동안 동행 방문한 일은 지금도 이 회사의 전설로 남아 있다. 실제 당해 연도 매출은 30% 성장했다.

B바이오기업 회장은 매주 아침 5시, 1시간 가량 회사 인근 산을 오른다. 해발 300m가 채 안되는 야산이지만 그가 매일 같이 등산을 하는 이유는 회사를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성장키 위한 꿈을 가다듬기 위해서다. 아울러 B회장의 경영신념은 '직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발전한다'로 살뜰히 직원들을 챙기고 있다. 연말이면 전직원에게 친필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는 이벤트나 트렌디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한다. 종업원 수가 100명이 되지 않는 소규모 기업이라 가능한 일이기도 하지만 직원들의 사기는 그 어느 제약사 보다 높다. 이 기업은 임직원이 하나 돼, 최근 코스닥 입성에 성공했다.

반면 C제약사 대표이사는 말 바꾸기 선수다. 항상 연초 또는 일상다반사로 직원들에게 성과금 지급을 약속한다. 실적 우수 영업사원에게 연간 초과이익 분배금(PS), 특별기여금, 생산성 격려금(PI) 지급 등등을 외치며 매출 성장을 독려한다. 처음 1~2년은 약속 금액의 50%만 지급했지만 이제는 말만 근사할 뿐 실천은 사라진지 오래다. 직장인에 대한 회사차원의 보상은 '때에 맞는 승진과 연봉 인상'이다. 이 제약사 임직원들은 C 회장의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기 일쑤가 됐다. 열심히 땀흘린 직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탐욕에 쩔어 혼자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이직률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D바이오기업 대표의 배임횡령은 곪아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만성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D대표는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며, 펜트하우스에서 호의호식하고 있다. 회사 재무상태는 백척간두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해외 출장은 퍼스트 클래스와 비즈니스석만 고집한다. 물질 하나만 있으면 기술 특례로 코스닥 진입이 쉬운 법의 사각지대가 만들어낸 귀태(鬼胎)임이 분명하다. 사실 글로벌 임상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이 회사의 신약 후보 물질 자체도 크게 부풀려져 확대 해석했거나 사기라고까지 평가하고 있다.

강신호(93)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과 윤영환(86) 대웅제약 명예회장이 제약업계 큰별로 평가 받고 있는 이유는 외형 1조원대 기업 오너라서가 아니다. 직원들에게는 '이익 분배의 공평성과 신의'를 다함은 물론 대외적으로는 장학사업과 환우 돕기 등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재를 등용하고 관리함에 있어서도 눈앞의 이윤이 아닌 능력을 믿고 기다려 준 미덕과 넓은 도량의 소유자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흔히 직장 생활은 전쟁터라고 말한다. 전장에서 장수에게 은혜를 입은 졸(卒·병사)은 그를 위해 초계와 같이 목숨을 던진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고경영자의 덕이 그토록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 해주세요.
  • 댓글 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운영규칙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