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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시선] 불신 자초한 K-제약바이오[데일리팜=천승현 기자] 바이오기업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올해 들어 상장 문턱을 넘은 바이오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상장을 신청한 업체도 크게 줄었고 게다가 상장 신청 계획을 변경하거나 철회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매년 수십개 바이오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한 것과 대조적이다.불과 얼마 전만 해도 투자업계에서는 바이오기업의 상장은 희소식이었다. 대어급 바이오기업이 계속 쏟아졌다. 상장 바이오기업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 대비 2배로 결정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따상’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상장 직후 연이어 주가가 치솟으며 조 단위 시가총액을 형성하는 기업이 속출했다. 그야말로 바이오기업의 흥행불패 시대가 계속되는 듯 했다.그러나 최근 들어 바이오기업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상장에 성공했더라도 주가가 공모주를 하회하는 현상도 부쩍 많아졌다.상장을 준비 중인 바이오기업들은 이러한 위축된 투자심리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신약 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바이오기업 입장에선 주식시장 상장은 꼭 필요한 연구비 조달 창구다. 상장에 실패하면 임상시험 차질로 신약 개발 확률은 더욱 떨어지고 우수 인재 이탈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개발 속도가 매우 중요한 신약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상장 계획 차질로 기업의 존폐마저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최근 바이오기업 투자 위축은 전반적인 국내 주식시장 부진과도 무관치는 않다. 하지만 기존에 상장한 기업들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놓으면서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많은 바이오기업들은 기술특례 상장을 통해 주식 시장에 입성했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현재 수익성은 낮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심사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지난 2005년 12월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기술특례로 상장한 바이오기업은 100개를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기술수출 상장 바이오기업 중 신약의 상업화 성과를 낸 업체는 크리스탈, 코아스템, 안트로젠 3곳 뿐이다. 크리스탈은 지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소염진통제 ‘아셀렉스’의 시판 허가를 받았다. 코아스템과 안트로젠은 각각 줄기세포치료제 '큐피스템'과 '뉴로나타알주'의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다만 3개 업체가 내놓은 신약 제품들은 아직 상업적 성공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물론 일부 기업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 성과를 내기도 했고, 현재까지 순조롭게 신약 개발이 진행되며 성공에 조금씩 근접하기도 한다.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대다수 바이오기업들은 신약 성과가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안타깝게도 역사가 100년 넘는 전통 제약사를 포함해 수많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신약을 배출한 경험은 아직 없다.단지 신약 성과가 부진하다는 사실만으로 비판 받을 필요는 없다. 그동안 바이오기업들이 실체보다 부풀려서 장밋빛 비전을 제시하면서 정작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분위기가 확산되며 투자자들의 불신도 커진 듯 하다.많은 바이오기업들은 신약 개발 초기 단계인데도 마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것처럼 홍보했다. 결국 검증의 시간이 다가오면서 임상시험에 실패했거나 허가가 불발됐을 때에도 마치 실패가 아닌 것처럼 포장하려는 기업들도 숱하게 등장했다.상장을 통해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만으로 많은 바이오기업들은 마치 성공을 보장 받은 것처럼 우쭐대는 모습도 보였다. 투자기관들조차 바이오기업의 신약 개발 응원보다는 적당한 수익률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목표가 뻔히 보이기도 했다.지난 2년 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많은 바이오기업들이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고 개발 단계마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장밋빛 희망을 제시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시대가 저물고 있는데도 딱히 눈에 띌만한 성과는 아직 없는 실정이다.지금도 바이오기업들이 자사의 신약 성과를 부풀리면서 홍보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들 때가 많다. 기업 내에서는 “데이터가 안 좋아서 허가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결론을 내놓고도 상장을 위해 많은 투자자들이나 환자들을 현혹시키는 의심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신약은 과학의 영역이다. 극단적인 장밋빛 기대감이 회사의 비전이 될 수는 없다. 최근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를 향한 불신을 스스로 자초한 건 아닌지 성찰이 필요할 때다.2022-06-13 06:16:52천승현 -
[데스크시선] 견(犬)옥고의 탄생과 신시장 개척[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일부 제약기업들이 펫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개척의 깃발을 올린 이유는 관련 시장의 기하급수적 성장에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2027년에는 6조원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말 그대로 반려, 즉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도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의약품·건기식'의 '동물의약품·사료' 변형 제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도 있다.국내 시장에서 뿌리내림도 그렇지만 해외시장의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 단연 으뜸은 중국이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대도시에서 기르는 애완동물 수는 1억 마리 이상이며, 강아지 5300만·고양이 5000만 마리 정도로 추산된다. 인구 15억명의 대국이다 보니 애완동물 시장 규모도 최고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중국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38조원(사료시장 21조원)에 달하며, 이는 우리나라 의약품 생산실적보다 10조원 가량 많은 수치다.주사제·항생제·구충제 등 수의사의 전문 진료·처방용 동물의약품 진출 기존 제약사 외에 최근 야심차게 인수공통 의약품·영양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곳은 동국제약·광동제약·일동제약 등을 들 수 있다. 일반의약품·건기식의 동물용 의약품 및 사료 전환 제품은 일명 휴먼 그레이드 원료와 휴먼 그레이드 제조시설에서 생산돼 사람이 복용해도 무방할 정도의 품질력을 확보하고 있는 부분이 눈에 띄는 특징이다.동국제약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 동물용의약품 치주질환치료제 캐니돌정을 출시했다. 캐니돌은 500억대 블록버스터 일반약 잇몸치료제 인사돌의 펫전용 제품이다. 이 제품은 생약성분인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후박추출물을 함유, 성분 구성은 인사돌과 대동소이하다. 옥수수불검화정량추출물은 잇몸뼈 형성 촉진과 치주인대 강화 작용을 돕고, 후박추출물은 잇몸병을 유발시키는 치주병인균에 대한 항균·항염효과가 입증됐다.미국수의치과협회(AVDS) 자료에 따르면 생후 3년 이상인 반려견의 80%가 치주질환을 경험하며, 치아 관리만 잘 해줘도 수명이 20~30%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펫사료협회 조사결과에서는 질병 치료를 위해 동물병원에 방문한 원인으로 구강 질환이 2위를 기록했다. 캐니돌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치주질환으로 내원한 반려견 40마리에 대해 스케일링 직전과 스케일링 이후 4·8주에 각각 치은지수·출혈지수 임상지표가 개선됐다.광동제약도 이달 초 200억대 자양강장 일반약 경옥고 브랜드를 애견 제품으로까지 라인업을 확장시켰다. 반려견용 영양제 견옥고 활은 동물용 배합사료로 허가·등록됐으며, 펠릿 형태로 의약품 특유의 향을 차폐시켰다. 주요 성분은 가수분해오리, 숙지황·복령 혼합농축액, 고구마, 홍삼농축액골드케이디 등이 들어간다. 이중 엠에스엠, 글루코사민, 숙지황은 반려견의 관절·연골 건강에, 진세노사이드 Rg1, Rb1, Rg3는 면역 기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반려 인구 1500만 시대, 펫 의약품·식품(사료) 생산·유통 제약기업들이 인간과 반려견이 함께 행복한 라이프를 설계해 나가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점은 박수 받을 만하다. 광동제약의 경우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국내 4성 이상급 호텔과 제휴해 펫어메니티로 제공하는 등의 활동을 전개해 펫프렌들리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아울러 유기견센터 봉사활동을 펼치는 등 선진적 반려문화 정착을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하지만 펫 시장 진출 성공을 위한 면밀한 SWOT 분석과 통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수험생·여성·노약자 등의 대표 자양강장제 경옥고를 유머가 가미된 '견옥고'로의 리브랜딩은 신제품 각인효과·일시적 노이즈를 펼치기에는 손쉬운 마케팅 기법이지만 자칫 카니발라이제이션(자가잠식)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경옥고 자체가 공진단 다음의 하이엔드급 일반약인 점을 감안하면 기존 충성고객에 대한 무례로도 여길 수 있다.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400만원을 넘어서고, G7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양적 엥겔지수가 아닌 질적 엥겔지수로의 전환도 눈 여겨 볼 대목이다. 상당수 반려인들은 유기농 위주의 강아지·고양이 식이습관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화학첨가물이 함유된 저가 제품은 자칫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할 확률도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비만·체중관리는 애견·애묘인의 주요 관심사인 만큼 이를 해결할 묘수를 찾는 것도 숙제다.'원 소스 멀티 플레이 PM 기용'도 금기다. 몇몇 제약사들은 기존 일반약 PM에게 동물약(사료) 마케팅 업무까지 떠넘기고 있다. 약국과 동물병원·인터넷몰 영업 환경이 엄연히 다름을 인정하고 관련 전문 PM을 위시한 팀 구성은 기본이다. 눈높이에 맞는 목표 매출 설정도 중요하다. 시장의 팽창성과 자사 제품의 점유율 증가는 별개 문제다. 신사업의 성패는 시대를 읽는 CEO의 안목과 과감하면서도 합리적인 투자에 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한 영업의 정석이다.2022-06-07 06:10:05노병철 -
[데스크 시선] 약사회 집행부의 소통 부재[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윤석열 정부가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화상투약기 규제샌드박스 허용 논의 등 약사사회는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여기에 국무조정실도 규제혁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밝혀, 편의점 업계가 요구하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대한약사회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약사회는 이미 대면 투약 수호와 화상투약기 저지를 목표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이쯤에서 지난 28~29일 양일간 열린 대한약사회 전국 임원 분회장 워크숍으로 시간을 되돌려 보자.약사회는 이날 회무추진 방향, 정책현안 토론을 메인 코너로 잡았다. 정책현안 토론 이슈를 보면 ▲한약사 문제 대응 및 한약제제 활성화 방안 ▲비대면 진료와 약배달 플랫폼 대응 ▲안전상비약 제도 현안 ▲건기식법 개정 대응과 소분사업 정책 ▲불법·편법 약국개설 근절 ▲의약품 사용오류 예방을 위한 방안 등이었다.주제도 최근의 이슈를 망라하고 있었고 담당 임원들은 차례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약사회 임원들의 일방적인 정책 설명만 있었고 이에 대한 전국 지부 임원, 분회장들과의 소통은 이뤄지지 않았다. 질문조차 받지 않았고, 정책 방향에 대한 전국 임원들의 생각이나 의견도 듣지 않았다.시간에 쫓기다 질의를 받고 토론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도 핑계다. 시간이 없다면서 약사회 현안과 큰 연관이 없는 외부인사 특강에 1시간 넘게 할애한 것을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할 것인가?플랫폼과 약 배달, 화상투약기 해결을 위해 비대위까지 구성한 약사회라면 전국 임원들과 분회장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회무 방향을 설득하는데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어야 했다.워크숍에 참석한 한 분회장의 말을 들어보자. "질의할 것도 궁금한 것도 많은데 마이크 한번 잡지 못했어요. 29일 오전 행사에서 기대했지만 경품추첨만 하고 끝났지요. 토론의 기회가 전혀 없었어요.""과연 약사회가 비대위 운영체제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배달앱과 약 배송으로 불안해하는 회원약회원 약사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지방의 분회장 말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소통과 토론 부재, 현안 대응에 앞서 약사회가 시급히 해결 해야할 과제다.2022-05-31 00:03:14강신국 -
[데스크시선] 간호법 제정에 대한 시대적 단상[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간호법 제정을 둘러싸고 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관련 법률안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통과에 환영 입장을,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날치기·단독처리'를 주장하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간호법은 공청회와 네 차례 법안심사소위 과정을 거치며, 당초 법률안보다 순화·조정돼 최종 채택되더라도 후폭풍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간호법 제정까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만이 남은 상태다.10여년 다툼을 벌여 온 민감한 사안이지만 상임위 통과라는 7부 능선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사협회는 "간호법이 독립법으로 제정되면 직역 간 상호협력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고, 결국 의료 현장은 불법 파업으로 얼룩지고 원팀 의료행위는 사라질 것"이라며 저지와 투쟁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간호조무사협회도 "간호법 적용 대상이 지역사회로 확대되면 장기요양기관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응급구조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도 고유 업무영역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최근 의사협회 측은 간호법에 대해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에 신속 안건으로 강력 협조 요청을 진행했다. 세계의사회는 즉각 반대 의사를 표하고 의료계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세계의사회는 간호법 제정 시도가 최선의 진료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이며, 팀 기반 의료를 훼손하고 와해시킨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의협의 자구책에 국회는 일정 부분 화답해 지난 9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간호법에는 의료계가 우려했던 몇몇 독소조항이 대부분 삭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여야가 합의한 안에는 먼저 간호법을 특별법으로서 지위를 부여하는 조항이 삭제되어 간호법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될 수 없도록 했으며, 간호사의 업무와 관련해 '지도 또는 처방 하에'에서 기존 의료법을 인용한 대로 '의사의 지도 하에'로 수정돼 있다. 또 간호종합계획-간호정책심의위원회-간호사 등 실태조사가 삭제되고,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적용하게 했으며, 표준근로지침 관련 규정과 의료기관의 책무(간호사 확충 관리책임자 선임 등) 규정 또한 삭제된 점은 의협 집행부를 포함한 각 시도지부의 전방위 설득과 논리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이와 함께 요양보호사의 업무, 무면허 간호업무 금지 등, 업무거부 금지 등, 간호기록부 및 면책사유 등, 전자의무기록의 작성 등 금지, 정보누설금지, 태아 성 감별 행위 금지 등과 같은 문제되는 내용 제15조~제21조항 또한 삭제됐다. 그렇지만 의협 측은 원안과 달리 사실상 대폭 수정된 형식적 법안이 되었다 할지라도 보건복지위 전체회의 논의와 의결을 절대 용납하지 않고 끝까지 철회를 위한 강경노선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러한 의협의 의지는 지난 22일 열린 '간호법 규탄 전국 의사 궐기대회'를 통해 실천령을 천명했다.이와는 반대로 간호협회는 새롭게 제정 예정인 간호법은 특정 직역단체에 특혜를 주는 법률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우리 사회가 직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하고 있다. 빠른 고령화, 치매환자 증가에 따라 보건의료 환경은 질병예방과 만성질환관리 중심으로 변하고 있고, 학교·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요양시설 등 지역사회 곳곳에서 전문 간호서비스를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고조되고 있으며, 이런 변화에 대응하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려면 새로운 간호정책의 체계적 정립이 절실한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때문에 간호협회는 인력 부족·업무 가중 악순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독립적인 간호법의 탄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간호사를 포함한 5대 의료인(의사·치과의사·한의사·간호사·조산사)이 의료법이란 하나의 법안에 묶여 있어 의사·의료기관 중심적 성격이 짙은 게 사실이다. 간호협회가 제안한 간호법의 주요 내용은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5개년 마다 종합계획 수립, 환자 안전을 위한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개선 기본 지침 제정, 재원 확보방안 마련, 간호사 인권침해 방지조사·교육의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1951년 국민의료법 제정 당시 의사는 5000명, 치과의사는 800명, 한의사는 1600명, 간호사는 1700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의사는 13만명, 치과의사는 3만2000명, 한의사는 2만6000명, 간호사는 46만명에 달한다.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 수는 OECD 평균 8.9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3.8명에 불과하다. 40대 이상 간호사 비율은 미국 70%, 한국 30%로 숙련된 간호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간호서비스의 질·환자 안전을 향상시킬 체계적 법률안을 원하는 간호협회의 주장도 일정 부분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그렇다면 독립적인 간호법 제정과 관련한 해외 사례는 어떨까. 일각의 우려처럼 의료법에서 간호법을 분리하면 보건의료체계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논리도 있지만 해외 90개국에서는 이미 간호법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의사법·간호법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본·대만 등 60개국은 의사법·치과의사법·간호법 등을 각각 분리해 법률로서 직역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간호법은 이미 필요성과 효과가 입증된 세계 공통의 보편적 입법체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특히 이번 논란의 강 대 강 입장의 핵심은 의료법 상 간호사 업무범위 규정과 독립법안 분리를 기폭제로 또 다른 의료직역단체의 개별법안 마련 봇물 여론 형성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범의료인력에 대한 각각의 법률안 당위성이 형성될 경우 의사를 중심으로 한 기존 원팀시스템 붕괴는 보건의료 맏형 격인 의협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은 아니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범위인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와 '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의 수정이 바로 그것이다.간호법이 제정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 의무배치로 경영난이 가중되고, 간호조무사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도 과도한 확대 해석으로 보인다. 간호법안에는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사 의무배치 조항이 없고, 간호조무사 업무 규정도 현행을 유지된다. 간호조무사 정원에 관한 고시 중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의 정원을 간호조무사로 충당할 수 있게 한다는 부분도 그대로 유지된다. 다시 말해 신설법안은 진료·처방-의료행위의 주체 변경과 축소가 아닌 전문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법률안 발의 관계자들의 입장이다.'나는 동등한 지위에 있을 그의 자손을 나의 형제처럼 여기고, 조건이나 보수 없이 그들에게 이 기술을 가르치겠노라'고 맹세한 히포크라테스 선서. 그리고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할 것'이라고 선언한 나이팅게일 선서. 의사로서 간호사로서 첫 발을 내디딜 당시 자신 뿐 아니라 환자와의 약속이자 인류애에 대한 맹약이다. 간호법 제정을 앞둔 산통의 시기, 업권 수호가 아닌 공생의 발전은 물론 미래세대를 위한 이념 확립과 화합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2022-05-26 06:15:25노병철 -
[데스크 시선] 부당한 리베이트 의약품 처벌의 그림자[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의약품에 대한 약가인하나 급여정지 처분이 연이어 내려지고 있다.리베이트 행위 발생 시점이 길면 10년 이상 지난 제품들의 처분이 뒤늦게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과거 보건당국이 내린 약가인하 또는 급여정지 처분에 대해 제약사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소송이 끝나자 다시 처분이 집행되는 형국이다. 보건당국의 약가인하 등 처분에 제약사들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처분이 다시 정지되는 현상도 부쩍 눈에 띈다.최근 리베이트 의약품에 내려지는 약가인하 등 처분은 이미 문제 노출로 폐지된 제재라는 이유로 제약업계 불만이 거세다.리베이트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처분 역사는 10년 남짓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리베이트 의약품의 보험상한가를 최대 20% 깎는 리베이트 약가연동제를 운영했다.약가연동제는 법원에서 연이어 제동이 걸렸다. 제약사들이 제기한 처분 취소소송에서 특정 거래처에 제공한 리베이트 행위만으로 해당 의약품 약가를 일괄 인하하는 것은 무리한 행정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예를 들어 특정 거래처에서 1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기했는데 약가를 20% 인하해 제약사들에 수백억원 손실을 유발하는 것은 과도한 처분이라는 이유에서다.결국 재판부는 "약가인하의 전제가 된 조사대상 요양기관, 리베이트 액수, 처방총액 등은 리베이트 약가인하 연동제를 그대로 적용할 만한 최소한의 표본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결했다.복지부는 2014년 7월부터 리베이트 급여정지 처분을 시행했다. 일명 ‘리베이트 투스트라이크 아웃제’라고도 불리는 이 제재는 리베이트 금액에 따라 해당 품목의 보헙급여를 단계적으로 중단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적발된 리베이트 규모가 1억원 이상일 경우 해당 의약품의 보험급여가 1년 동안 중단된다. 5년 이내에 또 다시 적발되면 영구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처분 기준도 운영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노출되면서 폐지됐다.2017년 4월 글리벡의 과징금 처분이 결정적인 폐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초 노바티스의 42개 품목이 급여정지 대상이었지만 복지부는 ‘가브스’ ‘트리렙탈현탁액’ ‘글리벡’ ‘온브리즈’ 등 33종의 급여정지는 과징금 551억원으로 대체했다. 당시 복지부는 “불법 리베이트 대상 약제에 대해 원칙적으로 급여정지 처분을 하되 동일제제가 없는 경우 등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글리벡의 경우 동일 성분의 제네릭이 판매 중인데도 급여정지 처분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약물의 특성에 따라 처분 기준이 달라지는 형평성 문제를 노출했다는 지적이 거셌다.결국 리베이트 의약품 급여정지 처분은 2018년 9월부터 약가인하와 급여정지를 혼합한 새로운 제재로 대체됐다.리베이트 의약품의 품목 별로 부당금액(리베이트)을 기준으로 약가 인하율이 결정된다. 리베이트 규모가 ‘500만원 이상~1000만원 미만’일 경우 해당 의약품 보험상한가는 1차 위반 1%, 2차 위반 2% 인하된다. 리베이트 규모가 1억원 이상인 의약품은 1차 위반 20%, 2차 위반 40%의 약가인하가 적용된다. 퇴장방지의약품, 희귀의약품, 저가의약품은 약가 인하 처분 대상에서 제외된다. 동일 의약품이 3번째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급여 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리베이트 규모에 따라 500만원 미만은 급여정지 1개월, 1억원 이상은 급여 정지 1년 처분을 받는다.문제는 최근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의약품에 내려지는 약가인하나 급여정지 처분은 이미 폐지된 제재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위법 행위 발생 시점 당시 운영됐던 처분기준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폐지된 제재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각한 문제 노출로 폐지된 처분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 여부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더욱이 처방의약품의 급여정지는 기간과 상관없이 제약사들에 심각한 손실을 유발한다.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면 환자들이 약값을 모두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들이 처방 의약품을 바꿀 수밖에 없다.해당 의약품을 복용 중인 환자들의 불안감이 가중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환자 입장에선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는 의약품의 처방을 다른 제품으로 바꾸면 불안감이 커질 수 있고 환자의 건강권마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결코 리베이트 의약품의 처벌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문제 노출로 폐지된 처분기준이 자꾸만 소환되는 어정쩡한 상황이 정말 문제 없는지 정부도 진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2022-05-20 12:10:36천승현 -
[데스크시선] ESG경영과 제약기업 혁신시대[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지속가능경영 척도로 활용되는 ESG가 헬스케어산업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용어로 기업활동의 부가적 수단이 아닌 생존 필수요건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2021년 ESG 등급 평가에서 제약바이오기업 중 최상위 수준인 S·A+를 획득한 곳은 전무하며, A~C 등급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바이오기업 중 종합평가에서 A 등급을 획득한 곳은 일동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한미사이언스 등 14개사다.등급은 S(탁월), A+(매우 우수), A(우수), B+(양호), B(보통), C(취약), D(매우 취약) 7단계로 나뉜다. 평가 분야는 E(환경)-'환경경영·환경성과·이해관계자 대응', S(사회)-'근로자·협력사 및 경쟁사·소비자·지역사회', G(지배구조)-'주주권리보호·이사회·감사기구·정보공개·최고경영자·보수·위험관리·감사기구 및 내부통제·정보공개 등이다. 평가절차는 기업 관련 공시자료를 토대로 1차 평가 실시 후, 기업 피드백 및 이사회 인터뷰 절차를 통해 평가결과의 정합성을 제고한다.정부의 ESG 도입의 실천적 목표는 건전한 사회적 기업 육성에 그 방점이 모아져 있지만 지표 자체가 다소 추상적 개념을 포함하고 있어 이를 처음 접하는 기업들은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기관의 3000개 이상의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해 K-ESG 이행과 평가의 핵심·공통사항 61개를 도출했다. 기업과 평가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진단항목별 추가설명, 용어정리, 참고자료 등을 최대한 자세히 서술한 점이 주목된다.진단 세부 항목으로 환경분야(E)는 환경경영 목표 수립, 재생 원부자재 비율, 온실가스 배출량,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폐기물 재활용 비율, 환경 법·규제 위반 등 17개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사회분야(S) 문항은 신규 채용, 정규직 비율, 결사의 자유 보장, 여성 구성원 비율, 산업재해율, 협력사 ESG 지원 등 22개로 구성됐다. 지배구조 분야(G)는 이사회 내 ESG 안건 상정, 사외이사 비율, 대표이사 이사회 의장 분리, 배당정책 및 이행, 감사기구 전문성 등 17개 문항이다.특히 전문가들은 성공적 ESG 구축을 위해서는 모범기업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경우 ESG 평가 지표 중 하나인 ISO26000에 집중하고 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정도경영 실천을 위해 1.2톤 이동식 약국 '봉사약국 트럭'이나 임직원의 걸음 수 만큼 기부하는 'FUD:D' 캠페인,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 '평화의 숲' 조성사업, 친환경 포장재 확대 등을 들 수 있다. 또 기업의 방향성을 임직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13개 그룹사 대표로 구성된 '사회책임협의회'를 운영 중이다.JW그룹도 지난해부터 그룹사 대표, 집행위원 등 13명으로 구성된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ESG 정책과 경영의 주요 사안에 대한 검토와 의사결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JW그룹은 ESG경영의 전사적 확산을 위해 임직원 실천 프로젝트인 JW 그린 캠페인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일회용품 퇴출과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운동이다. 탄소중립과 관련해서는 매달 첫째 주 금요일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하는 JW타워 차 없는 날을 시행, 걸음 수에 따라 기부금을 내는 임직원 걸음 기부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환경경영 국제표준 ISO14001를 획득한 일동제약은 제품의 포장 재질·재활용 등급을 표시한 그린에코 패키지를 도입, 친환경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일동제약은 송파재단을 설립하고 장학사업과 교육기관, 학술단체를 지원해왔다. 이와 함께 서울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사과박스를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부산 등을 순회하면서 사회공헌활동을 펼친 점 등은 사회 분야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일동제약은 UN 소개 우수사례 국제 친환경 인증(GRP)에서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AA+ 등급을 받기도 했다.종근당은 환경 보호를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실천하고 있다. 종근당은 제약업계 최초로 환경경영시스템(ISO14001)과 에너지 경영시스템(ISO50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45001) 등을 인증받았다. 지난해에는 사업장 내에 에너지모니터링 시스템인 FEMS(공장 에너지관리 시스템)와 태양광 발전 설비를 도입했다. 올해부턴 사업장 내 안전보건실을 신설하고 근로자들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했다. 현재 종근당은 화학물질 노출 수준을 법적 기준보다 15%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다.대웅제약의 생산시설은 환경(E), 보건(H), 안전(S) 경영시스템의 국제표준인 ISO14001(환경경영시스템)과 ISO45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 글로벌 수준의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생산시설임을 공인 받았다. 매년 해당 분야 관리 목표를 수립하여 제조공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화학물질 통합 관리시스템을 통한 중대재해 예방, 멘토링∙건강검진 등을 통한 근로자 건강 관리, 안전보건 가이드북 제작 및 교육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관련 법령 및 인증 기준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ESG는 비용이 아닌 투자다. 아직 헬스케어산업에서 ESG에 대한 실천적 의지를 적극 펼치고 있는 기업은 대형사에 편중된 경향이 짙다. 이는 오너가 판단하기에 즉각적인 매출 기여도가 낮을 것이란 근시안·구시대적 경험 오류에 기인한다. 하지만 에자이 사례에서 증명됐듯 ESG 활동은 PBR(주가순자산비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직간접 외형 확대 순기능을 가진다. 다시 말해 '당장 필요 없는 일' '돈 먹는 하마'가 아닌 'ESG 투자=기업 유무형 자산 증가'라는 명백한 인과관계 창출이라는 최고경영자의 마인드 변화가 ESG 경영 구축의 처음과 끝이다.2022-05-09 06:06:20노병철 -
[데스크시선] 약사·한약사, 일반약 공생 해법은[데일리팜=노병철 기자] 만약 솔로몬왕과 알렉산더대왕이라면 한약사 일반약 판매 논란의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찾았을까. 한 아이를 놓고 자신이 친모라고 주장하는 두 여성에게 솔로몬왕은 아이를 칼로 잘라서 반반 나눠 가지라고 명했다. 아이의 죽음을 두려워한 친모는 친권·양육권을 포기함으로써 진실의 승리와 세기의 명판결을 이끌어 냈다. 알렉산더대왕은 영원히 얽혀 있어 절대 풀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를 일말 망설임 없이 자신의 보검으로 단칼에 베어버림으로써 복잡성의 난제를 단순의 일괄타개 미학으로 승화시켰다.최근 서영석 의원이 발의한 '약사·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면허범위 내로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약업계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한약사 일반약 판매에 대한 직능 간 불협화음은 1994년 한약사제도가 탄생하면서 이미 예고된 분란의 씨앗이다. 당시 한의사와 약사의 한약조제에 대한 주도권 다툼에서 보건당국이 중재안으로 약대에 한약학과를 신설함으로써 일촉즉발의 한약분쟁은 불씨를 남긴 채 그렇게 덮였다. 이러한 졸속 수습과 미봉책의 결과는 29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과연 약사법 개정만이 30년 동안 해묵은 한약사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책일까 하는 부분이다. 현행 약사법은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범위에 관해 각각, 약사(藥師)란 한약에 관한 사항 외의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한다)를 담당하는 자, 한약사란 한약과 한약제제에 관한 약사(藥事)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구분하고 있다. 반면 의약품 조제에 관해서는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 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는 명시적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이렇듯 의약품의 판매에 대해서는 각각의 면허범위에서 판매해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음으로 인해, 각 조문 간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약사 및 한약사가 각각 면허범위 외 의약품을 판매하는 행위에 대하여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이 죄형법정주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견해가 있다. 이에 약사법에서 양·한방 이원적 체계를 바탕으로 약사·한약사 업무 범위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판매행위에 있어서도 각각의 면허범위에서 이를 수행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이 이번 약사법 개정 취지다.다시 말해 현행 약사법 제50조3항 '약국개설자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이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를 '약국개설자는 면허 범위 내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 없이 일반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다'로 개정해 판매 범위권자를 구체적으로 설정해 한약사의 일반약 판매를 원천 차단함에 개정 목적이 있는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처벌(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 및 행정처분(업무정지·등록취소·면허취소‧자격정지)의 근거가 더욱 명확해 질 수 있다.하지만 이번 약사법 개정과 관련, 주무 부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대한약사회·대한한약사회 그리고 간접적 연관관계에 놓여 있는 대한한의사협회 및 지방자치단체인 광주광역시의 의견 조회 입장은 판이하게 다른 점이 주목된다. 우선 개정에 찬성표를 던진 단체는 대한약사회가 사실상 유일해 보인다. 규제·관리·감독처인 보건복지부는 신중검토라는 다소 모호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대한한약사회·대한한의사회·광주광역시는 모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로써 개정 찬반에 대한 현재 스코어는 5 대 1로 반대여론이 우세하다.복지부는 약국개설자인 약사·한약사가 각각 면허범위 내에서 약사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것에는 공감하나, 한약분쟁 과정에서 한방원리에 전문성이 있는 인력을 양성하고자 한약사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고려해 면허범위와 한약(제제)분류의 적절성에 대한 합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규정이 형사처벌, 허가취소·업무정지 등 불이익 처분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이다. 행정·입법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유추 해석됨에 대한 최대한의 객관적 태도를 보이겠다는 의미로 관측된다.대한약사회는 의약품 판매 행위에 있어 각각의 면허 범위 내에서 수행하도록 하는 개정안의 내용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나아가 향후 약사는 약국을, 한약사는 한약국의 명칭으로 개설토록 하는 약사법 개정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며, 한약사 일반약 판매에 대해 한 치 물러섬이 없음을 천명하고 있다. 최광훈 대한약사회 회장 역시 선거공약으로 이와 관련한 약사법 개정 추진을 약속한 만큼 국회뿐 아니라 임기 내 다양한 각도에서 한약사 일반약 판매 저지 압박카드를 쓸 것으로 점쳐진다.대한한약사회는 이번 개정안이 제50조 제3항 개별조항의 취지는 무시하고 단순히 약사법 제2조 제2호에 규정된 한약사 정의조항을 면허범위로 강제 적용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률 개정 시 전국 800여 곳의 한약사 개설약국은 폐업할 수밖에 없고, 약국에서 일하는 수많은 한약사가 직장을 잃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한 개정안에 따를 경우 한약제제의 범위가 축소·한정될 수 있어 한의약 육성법에 의한 현대적 개념의 한방의약품 개발에 심각한 퇴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대한한의사협회는 약사(藥師)업무에 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는 것은 의료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 의약품 분류체계는 한약사만 취급할 수 있는 의약품, 약사만 취급할 수 있는 의약품이 구분되어 있지 않다. 주성분이 양약인 의약품에 한약이 포함돼 있거나 주성분이 한약인 의약품에 양약이 포함되는 경우 면허범위 구분만으로 의약품을 취급하기 어렵다. 한약·생약제제와 한약·한약재·생약 등의 범위·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약품이라는 수단으로 면허범위를 구분하는 것은 시대착오라는 견해다.광주광역시는 개정안에 따를 경우 약사는 한약제제를 포함한 모든 일반약을 판매할 수 있지만 한약사는 판매하는 의약품에 제약을 받아 양·한방의 이원적 체계 구축이라는 법률개정 제안이유와도 배치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일반의약품은 안전·유효성이 확보된 의약품으로, 약사법 제44조의2호에 따라 소정의 교육 수료만으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이루어지는 현실에서 전문 약학 교육을 받은 한약사가 일반약을 판매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약국개설자의 일반약 판매 가능이라는 기존 약사법 입법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입장이다.먼저 개정안과 같이 일반약 판매를 약사‧한약사의 면허‧업무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약사‧한약사의 정의에서 구분하고 있는 한약제제의 명확한 분류가 선행됨이 원칙이다. 현행 약사법상 한약/한약제제에 대한 법적 정의는 마련돼 있으나, 의약품 분류 체계에 있어서는 일반약‧전문약으로만 구분돼 있을 뿐, 모든 의약품을 한약제제와 비한약제제(양약제제)로 분류하는 체계는 정립돼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약 판매권한을 약사‧한약사 각각의 면허범위 내로 제한할 경우 그 시행에 상당한 혼란·진통은 불을 보듯 뻔하다.당초 한약사제도 탄생 배경은 한의사·약사 간 한약 조제권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것으로 한방의약분업 시행이 전제조건이었다. 하지만 아직 분업은 이루어지지 못한 채, 직능 갈등만 지속되고 있다. 따지고 보면 한약사 일반약 판매 논란과 지엽적 법률개정은 한방분업·통합약사라는 역사적 대업의 잔가지에 불과하다. 당·정·민 삼위일체 사회적 합의를 얻지 못한 설익은 방법은 또 다른 파국을 부를 수 있다. 이번 사안은 국민 보건향상·직능발전·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숙고·소통·화해의 첫 삽을 뜨는 노력이 급선무다.2022-05-02 06:1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규제 다 푼다는 윤 당선인과 비대면 진료[데일리팜=강신국 기자] "풀수 있는 규제 다 풀겠다. 정부는 세금만 받으면 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0일 전주 국민연금공단을 방문해서 한 발언이다.윤 당선인은 이날 "기업이라는 건 주인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기업이 크면 주주도 돈을 벌고 거기 근로자들도 함께 행복하다"며 "그래서 제가 임기 중 첫째 정책 방향은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푼다는 것"이라고 말했다.덧붙여 "우리 국민이든 기업이든 외국인이든 해외기업이든 우리나라에서 맘껏 돈 벌수 있게 해주고 저희는 세금만 받으면 된다"며 "그렇게 안전망을 구축하고 복지정책을 펴면 된다"고 밝혔다.이에 앞선 18일 장예찬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산하 청년소통 태스크포스(TF) 단장은 서울 강남구 닥터나우 본사에서 열린 '비대면 진료 혁신 스타트업 간담회'에서 "규제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줄면 안 된다"며 "코로나 유행이 끝나도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시사한 것인데 보건의료관련 분과도 아닌 청년소통TF가 비대면 진료 문제에 개입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국민의 건강보다는 청년들의 취업과 스타트업 보호가 더 시급하다고 본 것인데 우려 스러운 대목이다.새 정부의 정책기조가 규제개선과 친 시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대면 진료도 규제개선 과제로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약육강식의 세계와 비슷한 신자유주의 노선이 다시 부활하는 셈이다. 쉽게 말해 우리의 경제체계가 동물원이라면 신자유주의는 동물원 울타리를 없애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사자는 힘 없는 토끼를 쉽게 사냥할 수 있다. 울타리에 갇혀 있던 토끼도 잡히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살아남기 위한 부단한 노력으로 토끼의 체질도 개선되고 사자도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더 노력한다는 게 신자유주의 노선이다.그러나 토끼는 고단하다. 잠도 못자고 경계를 서야 한다. 이에 사자와 토끼가 서로 잘 수 있게 칸막이를 만들어 놓은 게 규제다.거시적으로 보건의료, 미시적으로 비대면진료도 마찬가지다. 국민의 건강을 우선에 놓고 환자, 의사, 약사, 업체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칸막이도 쳐야 한다. 보건의료는 영리보다는 국민 건강이 우선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2022-04-24 20:59:05강신국 -
[데스크시선] 간접수출 논란과 의문의 완패[데일리팜=노병철 기자] 팩트와 진실 사이, 법조문의 해석과 적용에 따른 단순 착오일까. 아니면 오판 여부에 관계없이 초월적 지위를 등에 업은 행정 강행인가. 벌써 해가 바뀌고, 사건 발생 5개월이 지난 보툴리눔 톡신 간접수출 논란에 대한 업계의 만감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11월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 6개 톡신 제제가 국가출하승인 미검수·무역업자를 통한 전량 수출의 위법성을 들며 허가취소·판매정지 처분을 내렸다. 앞서 2020년에는 메디톡스에 대해서도 해당 이유를 적용해 같은 행정조치를 취한 바 있다.그런데 여기서 고무적인 부분은 최근 식약처가 수출용 생물학적 제제에 대한 국가출하승인 면제를 적극 인정하는 분위기로 돌아선 점이다. 약사법 시행령 제53조 및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를 보면 국가출하승인의약품을 판매하려는 자는 식약처장의 출하승인을 받아야 하나, 수출을 목적으로 수입자가 요청한 경우 국가출하승인이 면제된다. 국가출하승인제도의 안정적 시행을 위한 질문집(FAQ·2012. 6)에서도 수출용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하고 있다. 당연론적 사실관계에 식약처도 한발 물러선 것이다.하지만 무역업자(수출대행사)를 통한 전량 수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위법성을 강조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달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식약처가 말하는 간접수출 범위·기준은 의약품의 수여에 국한돼 있다. 다시 말해 제약회사가 수출을 목적으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의약품을 국내 소재 무역업체에 수여하면 수출이 가능하다. 여기서 수여란 수수료를 뜻한다. A국내사가 의약품을 수출할 경우, 중간책인 B무역업체에는 수수료만 지급하고, 전체 대금결제는 수입국 업체와 진행해야 합법이라는 의미다.약사법 제47조제1항제1호는 '의약품공급자는 약사법령상 의약품도매상 이외에는 의약품을 판매(수여 포함)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예외 조항으로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해 수출절차를 대행하려는 자의 경우 동법동항 제2호와 약사법 제32조 및 별표1호의2제14호에 따라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는 자가 아니더라도 의약품을 수여할 수 있다. 만약 계약서 등을 통해 제약회사가 무역업체에 수출 의약품의 가격과 대행수수료를 모두 받고 판매했다면,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한 행위로 위법이라는 얘기다.아울러 식약처가 근거로 제시한 대법원 판결(2011도6287)을 보면 판매의 범위에 수여가 포함돼 있고, 수여를 무상으로 의약품을 양도하는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언뜻 여기까지만 놓고 살펴보면 식약처의 법 해석과 적용 그리고 주장이 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번 이슈·논란에서 놓쳐선 안 될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가 있다. 바로 이미 약사법에서는 수출에 관한 규정을 대외무역법으로 이관해 이를 규제할 법적 구속력을 상실한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와 법조계의 한결 같은 견해다.구약사법 제34조는 의약품 수출입업을 별도로 규정하면서, 의약품 수출입업 허가를 받은 자가 의약품을 수출입 하고자 할 때에는 품목마다 보건사회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구약사법 시행규칙 제20조 제1항은 의약품 수출품목 허가를 받고자 하는 자는 화환수출신용장사본, 수출대금입금증명서, 수출계약서를 첨부하여 보건사회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까지 규정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의약품 수출에 대한 규제는 1991년 약사법개정을 통해 전면적으로 폐지됐다.당시 개정이유는 의약품 등을 수출입 하고자 할 때에 대외무역법에 의한 무역업 허가와 약사법에 의한 수출입업의 허가를 이중으로 받도록 되어 있는 제도를 국제무역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개선하기 위해 의약품 등의 수출입업 허가제를 폐지하고, 의약품의 수출에 대해서는 대외무역법의 절차를 따르도록 했다. 따라서 간접수출의 중요 역할자인 국내 무역업자를 의약품 취급자가 아닌 자에 대한 의약품 판매로 본 법 집행 역시 상위법 우선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우선 대외무역법에 따른 간접수출이 약사법 상 판매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인데, 의약품 등의 수출은 약사법 적용범위가 아니다. 약사법 제2조에서 약사(藥事)란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조제·감정·보관·수입·판매[수여 포함]와 그 밖의 약학기술에 관련된 사항을 말한다. 이는 1991. 12. 31 개정시 '수출입업 허가제'를 폐지하면서 수출을 삭제함에 따른 결과다. 때문에 현재 식약처장 고시 등에 따른 수출용의약품에 대한 품목허가는 약사법에 근거한 식약처장의 허가업무(약사법제31조)가 아닌 행정적 지원(서비스)업무라고 봄이 타당하다.덧붙여 약사법에서 판매에 해당되지 않는 수출을 하위 시행령에서 판매로 단정함은 수출을 공익 목적으로 보는 등의 상위 법률 입법 취지에도 어긋난다. 약사법에서 별도의 규제 근거도 없이 간접수출의 행태를 하위 시행령에서 수여로 국한함으로써 수출대행 수수료의 수수만 가능하도록한 점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실정법과 대법원 판례를 고려할 때, 법률적 제한 근거가 없다. 때문에 그간 규제 사례도 없었던 '수출을 목적으로 제조한 의약품의 간접수출'에 대한 이번 식약처의 행정조치는 위법의 소지가 높다.전반의 대법원 판결(2017. 5. 31. 선고 2017두30764/2016. 11. 25. 선고 2015두37815)도 업계·법조계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침익적 행정처분은 수익적 행정처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거나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므로 헌법 상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그 근거가 되는 행정법규를 더욱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 또 행정처분이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되거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판시하고 있고, 이는 대법원의 확립된 태도다.약사법은 의약품의 수출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이 아니라는 특이점을 가진 법령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약사법은 수입과 판매는 약사(藥事)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반면, 수출은 약사(藥事)의 범위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약사법 제5장은 의약품 등의 제조 및 수입 등이라는 표제 하에 의약품제조업(제1절), 의약품수입업(제2절), 의약품판매업(제3절)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을 뿐, 의약품의 수출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규정하고 있지 않은 부분은 약사법의 개정연혁을 통해 충분히 확인된 내용이다.대법원도 약사법상 판매와 수출의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면서, 수출은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바리돈에프엑스 의약품 수출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에서 구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5조 제1항 소정의 판매는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말하고, 제3자인 무역업자 등을 통해 수여가 아닌 전량 수출 루트로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판매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1도2479 판결)내용을 종합해 보면, 무역대리상에게 수출 대상 의약품들을 양도하는 것은 국내 판매행위에 해당치 않고, 약사법 위반이 아님이 명확하다. 기업 수출 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도 대외무역법 시행령 제2조 제11호·대외무역관리규정 제25조 제1항 제3호 나목에 근거해 간접수출이 정부가 인정하는 수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톡신뿐 아니라 국내 상당수 케미칼 전문약 역시 간접수출 방식의 무역형태를 띠고 있는 현 시점에서 가장 올바른 판단은 소송 강행이 아니라 행정집행 오인의 인정과 사과가 아닐까.2022-04-19 06:10:05노병철 -
[데스크 시선] 준비된 R&D 역량과 문샷[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는 최근 발간된 ‘문샷’이라는 책을 통해 화이자의 숨가빴던 코로나19 백신 개발 여정을 소개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결정부터 임상시험, 대규모 생산, 운송까지 모든 단계가 불가능에 가까운 험난한 모험이었고 준비된 R&D 역량과 냉철한 판단으로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내용이다.2020년 4월 화이자 연구진들은 2021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시험까지 마치는 공격적인 계획을 공유했다. 하지만 앨버트 불라 CEO는 직원들에게 “너무 늦습니다. 올해 10월까지 백신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내년까지 수천만 회가 아니라 수억 회를 접종할 수 있어야 합니다”라며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당길 것을 주문했다.전 세계가 100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상황에서 단순히 CEO의 과감한 추진력만으로 성공적인 결과가 도출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축적한 R&D 역량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졌던 모험을 성공적 결과로 이끌어냈다.화이자는 2년 전 독일의 바이오엔텍과 제휴를 맺고 mRNA 기술을 활용한 독감 백신 개발을 추진해왔다. 당초 화이자 연구팀은 아데노바이러스, 재조합 단백질, 접합, mRNA 등 다양한 백신 플랫폼을 고민하다 mRNA 방식이 코로나19 종식에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다.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모험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화이자는 바이오엔텍에 선금으로 7200만달러(약 870억원)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5억6300만달러(6800억원)를 추가로 지급하기로 약속했고 바이오엔텍의 주식 일부를 1억1300만달러(1400억원)에 매입했다.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은 모든 개발비와 상용화에 따른 이익을 절반씩 나누기로 합의했지만 화이자가 개발비 전액을 먼저 부담하기로 했다.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실패로 돌아가면 모든 손실은 화이자가 책임지지만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면 바이오엔텍이 백신 상용화로 얻은 이익에서 부담해야 할 개발비를 추후 화이자에 되돌려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화이자는 전사적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률과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후보물질을 대상으로 동시다발로 임상시험을 진행했고 개발에 착수한 지 269일 만에 첫 접종까지 이뤄내는 쾌거를 거뒀다.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도전을 본래 달 탐사선 발사를 뜻하는 문샷으로 비유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역사상 가장 위대한 도전으로 평가받을 만한 모험이었다는 뜻이다.결과적으로 화이자의 무모한 도전은 실적으로 보상받았다. 지난해 화이자의 글로벌 매출은 813억달러(약 97조원)로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만으로 44조원을 올렸다.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보다 2배 가량 많은 금액이다. 화이자 한국법인의 매출은 2020년 3919억원에서 지난해 1조6980억원으로 4배 이상 치솟았다.화이자 뿐만 아니라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다국적제약사들도 높은 실적을 실현했다. R&D 역량을 금전적 성과로 보상받은 셈이다.국내에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오랜 백신 개발 노하우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매출이 9290억원으로 2020년 2256억원보다 4배 이상 뛰었다. 영업이익은 378억원에서 4742억원으로 12배 이상 치솟았다.코로나19 백신 수탁생산 사업 호조로 기록적인 성장세를 나타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계약에 따른 원액 및 완제 생산과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에 따른 원액 생산이 성장을 견인했다.SK바이오사이언스는 2008년부터 총 4000억원을 투입해 백신 개발을 진행했다. 2012년 경북 안동에 2000억원을 투입해 건설한 백신공장 엘하우스(L HOUSE)가 SK케미칼의 차세대 백신사업 핵심 기반시설이다. 엘하우스에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대상포진백신을 포함해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18년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직후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이후 연거푸 백신 수탁 생산을 따냈다.삼성바이오로직스도 출범 이후 왕성한 투자로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구축했고 다국적제약사의 항체 치료제 뿐만 아니라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수탁 생산하는 성과도 얻었다.물론 국내 기업들은 화이자, 모더나 같은 경이적인 성과에는 못 미치지만 준비된 바이오의약품 제조 노하우로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공급에도 기여하고 실적으로도 보상받았다.아직도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신약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제약사와는 축적된 R&D 역량과 자본의 격차도 크기 때문에 단숨에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른다. 물론 운도 따라야 한다. 다만 묵묵히 R&D 역량을 확대하면서 효율적인 투자를 단행한다면 언젠가 국내 기업도 문샷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희망해본다.2022-04-18 06:15:27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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