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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한국의 '발렌베리 CEO'를 꿈꾸며[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세계 최고의 명문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발렌베리 가문'을 들 수 있다. 150여년 전통을 가진 발렌베리가의 매출은 130조원으로 스웨덴 GDP의 1/3 수준이다. 사업 분야는 '헬스케어-아스트라제네카·소비·감브로' '방위산업-사브' '통신-에릭슨' 등 전 산업군을 포함한다. 이 가문이 일류기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가 아닌 이념과 사상에 기인한다. 순이익의 상당수는 사회에 환원, 그룹 경영자는 오직 급여만 받고 별도의 이윤을 추구하지 않으며, 동반성장을 제1목표로 삼는다. '존재하되 드러내지 않는다'는 가문의 원칙은 오늘날 ESG 경영의 선구자적 발상이다. 후계자는 견제와 균형을 위해 2명을 뽑으며, 자력으로 명문대를 졸업,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실무 경험을 익혀야 한다. 최근 들어서는 국내 제약기업 오너가들도 이러한 철학을 도입·실천하며, 제2의 창업을 선도하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김정균(38) 보령홀딩스 대표는 김승호(91) 보령 회장의 외손자이자 장녀인 김은선(65) 보령홀딩스 회장의 장남으로 보령제약그룹을 1조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는 컨트롤타워다. 김 대표는 미시간대학교·중앙대학교대학원에서 산업공학·사회행정학 학·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4년 보령제약 이사대우로 입사, 전략기획·생산관리·인사팀장 등을 거쳐 2017년 보령제약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 경영총괄을 맡고 있다. 보령제약 재직 시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내부 경영체계 강화·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매출·수익성 개선에 기여했다. 또 보령홀딩스 경영총괄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자회사 보령컨슈머를 설립, 각 사업회사별로 이사회 중심 체제로 전환, 신속하고 투명한 의사 결정체계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기업가치 증대를 목표로 이사회 경영진 간 협업체계를 강화했다.백인환(39) 대원제약 사장은 전문약 위주의 기업 매출구조에서 일반약·건기식을 병합한 토탈헬스케어기업으로의 변신을 성공시킨 주역이다.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선대회장의 장손이며 2세인 백승호(67)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 2011년 대원제약 전략기획실 차장으로 입사한 그는 해외사업·헬스케어사업·신성장추진단 등을 거친 브랜드 전략 마케팅 전문가다. 백 사장은 마케팅본부장으로서 입사 당시 1개에 불과했던 매출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제품을 10개 가까이 늘리는 등 기업의 혁신 성장을 이끌었다. 내외부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헌신함은 물론 임직원 소통을 강화해 건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고 글로벌 투자와 신사업 발굴로 대원제약의 제2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창업주 고(故) 남상옥 회장의 손자이자 남영우(82) 명예회장의 장남인 남태훈(43) 대표는 64년 전통의 국제약품을 반석에 올린 리더다. 혹독한 경영수업을 성실히 수행해 내며 '도전정신과 배려'라는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국제약품을 R&D 강소제약으로 탈바꿈시켰다. '실천경영' '효율경영' '이익경영' '준법경영' '사회적 책임경영'을 5대 경영지표로 국제약품 백년대계를 설계하고 있다. 최근 성과로는 레바이아점안액2%(레바미피드) 식약처 허가 획득, 설파살라진·히알루론산 함유 안약 조성물 특허권(2017), 제약회사 최초 황사마스크 자동화라인 도입(2019), 고용노동부 강소기업 선정(2019) 등을 들 수 있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념을 적극 도입, 윤리적 사고·행동 수준을 한 단계 높임으로써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며, 임직원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김태훈(41) 아주약품 대표는 미시건대학교 세포분자생물학·다트머스대학교 MBA과정을 거친 헬스케어산업에 특화된 CEO다. 창업주 고(故) 김광남 회장 손자이자 김중길 전 대표 맏아들로 2014년 아주약품 부사장으로 입사, 주요 부서를 관장하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2020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고지혈증치료제 크레트롤정, 당뇨병성모세혈관장애치료제 도베셀정, 요로감염치료제 유로박솜캡슐 등을 차세대 성장동력원으로 집중 육성·성장 시키고 있다. 파이프라인 확장을 위한 투자의 귀재로 평가 받고 있는 김 대표는 비상장사로는 드물게 콤비타, 휴마시스, 아티아파마티칼, 엔솔바이오 등 벤처에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엘팜텍과 공동 설립한 오큐라바이오사이언스 안구건조증 신약후보물질 레코플라본 임상이 순항 중이며, 상용화가 기대된다.윤인호(39) 동화약품 총괄부사장은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입사해 ETC CNS1지점(부장)·전략기획실(부장)·생활건강사업부(이사), OTC총괄사업부(전무)를 거치며 착실히 경영수업을 쌓아왔다. 외유내강 스타일의 윤 부사장은 OTC사업부를 총괄하면서 체질 개선과 고도화를 이끌어냈다. 지난 5년 연 평균 10%대 OTC 부문 고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달성했다. 전략기획실을 이끌며 2020년 임플란트 전문회사 메디쎄이의 M&A를 주도, 사업 다각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최근 진행된 온코크로스와의 항암제 신규 적응증 발굴, 심플렉스와의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치료제 전문 기업 하이(HAII)에 대한 전략적 투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동화약품의 차세대 성장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우리나라 합성의약품 개발 역사는 6.25 전쟁을 겪으며 비약적 성장을 이뤄왔다. 격동의 시대에 태동의 근간을 두고 있지만 '인류건강' 이라는 제약기업 본연의 철학만큼은 그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투철했다. 국내 제약산업 1세대 거인으로 평가 받는 유한양행 창업주 고(故) 유일한 박사·약업보국의 사명을 완수한 고(故) 이종근 종근당 회장·살아있는 제약신화 강신호(96) 동아쏘시오홀딩스 명예회장은 미국·독일을 넘나들며, 제약강국 건설을 위해 한 평생을 불살랐고, 이제 그 희망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다. 제네릭·도입의약품 기반산업은 어엿한 국산신약 35호를 거느린 수준급의 제제개발 역량과 중량감을 갖추게 됐다. 지난 50년이 불모지 개척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담대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 새 시대-새 리더들의 'Korea Can Do!'의 저력과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2022-12-26 06:0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명분 없는 행정과 갑질[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제약업계에서 보건당국의 제네릭 약가 등재 절차를 두고 뒷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약가등재 과정에서 불필요한 생산실적 자료를 요구하면서 제약사들의 힘을 빼고 있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2020년 10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으로 제네릭과 같은 산정 대상 의약품도 약가 등재 시 건보공단과 협상 절차를 거쳐야 약가를 등재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신규 등재 제네릭은 생산·수입실적 자료를 제출해야만 약가 등재를 허용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건보공단은 제네릭 제품의 즉시 공급 가능 여부를 따져서 등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을 갖춘 의약품에 한해 급여목록 등재를 허용하겠다는 의도다.문제는 건보공단이 제약사들에 요구하는 생산 내역 자료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은 생산한 제네릭 의약품의 제조번호, 제조수량, 제조단위, 일련번호, 제조연월일, 사용기한, 제조지시기록서, 완제품시험승인성적서, 입고확인증 등을 제출해야 한다. 생산물량의 등재일 또는 허가변경일에 판매 가능한 재고 수량도 정확히 기재해야 한다. 생산 사실을 증명할 제품 사진도 제출 대상이다. 제품사진은 모든 제조번호, 대포장 상자 제조번호 확인이 가능한 사진, 제조번호 및 제품명 확인이 가능한 개별 제품 사진이 포함된다.생산한 재고가 사용기한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등재가 거부되기도 한다. 기존에 생산한 물량의 잔여 사용기한이 넉넉하지 않아 신속한 공급이 힘들다는 판단에 등재조차 허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제약사들은 보건당국이 근거도 부족하고 명분도 불분명한 규제로 사업 예측성을 떨어뜨린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약가 등재와 공급능력을 연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불만이다.사실 의약품 허가와 약가를 받고 난 이후 원활한 공급 여부는 시장에 맡기면 된다. 제약사 입장에선 “발매할 계획이 있어서 허가 받고 약가를 등재하는 게 당연한데, 약가등재를 위해 별도의 자료를 마련하면서 불필요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게 된다”며 불만을 호소한다.현실적으로 사용기한이 만료됐거나 만료가 임박한 제품은 요양기관에 공급 자체가 불가능한데 약가등재 시점에 보유한 재고의 사용기한을 문제 삼아 등재를 보류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이다. 제약사 입장에선 시장의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하면 되는데 약가등재를 위해 추가로 생산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 낭비를 초래한다. 제네릭의 경우 대체약물이 많기 때문에 특정 제품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선 혼란이 거의 없다. 수요가 쏟아지는데 재고물량의 사용기한이 얼마 안 남았으면 추가 생산에 돌입하면 된다.제약사들은 약가등재를 위해 추가 안정성 시험을 통해 이미 허가 받은 의약품의 사용기한을 연장해야 하는 상황도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다.보건당국의 제네릭 약가 등재 원칙을 적용하면 시중에 잘 팔리다가도 원료나 원가 문제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약가등재를 취소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의 장기화로 해열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보건당국은 오히려 약가를 인상시켰다. 제약사들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의 보험상한가가 최대 70원에 불과할 정도로 원가구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생산 증대에 난색을 보였고 정부는 이례적인 인상에 합의했다.퇴장방지의약품의 경우 제약사가 열악한 원가구조를 호소하면 약가를 올려주기도 한다. 퇴장방지의약품 관리제도는 환자들에게 꼭 필요한 의약품이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가 제약사의 생산·공급에 개입하는 정책이다. 다른 약물에 비해 가격이 낮아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거나 원가 압박으로 제약사가 생산·수입을 기피해 임상진료에 지장을 초래하는 의약품은 퇴장방지의약품으로 지정될 수 있다.약가등재 이후 판매하지 않은 제품은 자동으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제도가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 2007년부터, 최근 3년 간 보험급여 청구 실적이 없거나 생산실적 또는 수입실적이 2년 간 보고되지 않은 의약품을 보험급여 목록에서 삭제하고 있다. 2년 이상 판매실적이 없는 의약품은 사실상 더 이상 팔 의도가 없다고 판단,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다.보건당국이 제네릭 약가 등재 시 생산물량의 꼼꼼한 점검은 왜 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규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명분과 이유가 부족한 행정이 반복될수록 기업들로부터 ‘갑질하는 기관'이라는 오명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안 해도 되는 일을 왜 굳이 만들어서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거 말고도 시급한 일이 더 많을 텐데 말이다.2022-12-20 06:15:19천승현 -
[데스크시선] 공공심야약국에 대한 조악한 반대논리[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예산의 배정과 쓰임, 그 흐름에 따라 정부의 철학과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자원 배분의 효율화를 명목으로 국민들이 사실상 복지로 인식하는 보건의료 보장을 일부 축소하거나 의료민영화 혹은 영리화에 대한 노골적인 개방 시도, 안전보단 편의성을 중요 명제로 삼는 태도까지, 우리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도입 이후 수 많은 시도와 저항, 실패와 또 다른 역사적 시도를 반복해서 목도하고 있다.의료사각지대인 심야 시간대 의약품 안전 사용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공공심야약국사업도 마찬가지다. 보건당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해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재정당국의 눈초리는 따갑기만 하다. 지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당시 기재부 관계자는 복지부의 공공심야약국 예산 배정과 지원책에 대해 "민간기관(약국) 지원 근거를 만드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평가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기관의 절대 다수가 민간 기반으로 운영된다. 대학병원을 제외하고 국내 내로라하는 병원들과 대형약국에서부터 분업 외 지역 기관으로 지정된 약국에 이르기까지 민간이 아닌 곳이 거의 없다. 이렇게 공공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아예 없는 곳이 많은 탓에 그간 정부는 보건의료기관의 공공성 강화를 큰 정책 줄기로 잡아왔다.이번 공공심야약국 또한 전형적인 민간기관의 공공화 정책사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시작부터 심야 노동에 비해 약사 인건비 수준이 턱없이 낮았고, 참여 약국이 많지 않을까봐 정부와 약사회가 발 벗고 필요성을 강조하며 진행해온 공익사업이다. 민간에 공공성을 부여하면서 이끌어온 공공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민간기관에 지원 근거를 만드는 데 주저하는 건 발목잡기에 다름 아닐 뿐이다.평가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세부 논리도 문제다. 기재부 관계자는 실제 처방전이 필요한, 시급하고 응급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약이 얼마나 팔렸으며, 편의점 안전상비약과 관련해 접근성이 더 풍부한 곳에서 구입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심야약국은 단순히 심야에 의약품 매출을 더 올려보겠다고 만든 사업이 아니다. 보건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에 불을 밝혀 응급 환자가 올 경우, 그들의 상태를 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는 행위부터 간단한 의약품 투약으로 처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공공심야약국에 거는 기대와 가치를 단순히 약 판매로 수치화 하려는 시도는 매우 우려스럽고 위험하다.이미 시범사업으로 긍정적 반향을 불러일으켜 국회에서도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이 사업에 편의점 안전상비약으로 맞대응하며 발목을 잡는 건 난센스다. 주무 부처가 아닌 타 부처의 분절된 방향성과 철학이 약무정책에 연이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2022-12-13 20:14:24김정주 -
[데스크시선] 위드 코로나와 숙취음료 르네상스[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2년여 암흑기를 뒤로 하고 이제 사실상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회식문화 지형도도 상당 부분 변화를 가져 왔다. 이른바 '한자리에서, 한 가지 술로, 9시까지만'이라는 '119 술자리'가 대표적이다. 감염병 사태에 따른 술자리 문화의 변화는 숙취해소제 시장 외형에 직격탄을 날렸다. 2014~2017년 기준 숙취해소제 시장은 1300억·1350억·1560·1750억원 정도로 연평균 10%대 성장을 거듭했지만 팬데믹 이후 정체·감소 양상을 띠었다.그런데 올해부터는 침체일로였던 관련시장이 두 자릿수 성장이 유력시되고 있다. 현재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이 시장은 HK이노엔 컨디션 시리즈, 동아제약 모닝케어 시리즈, 그래미 여명808, 삼양사 큐원 상쾌환, 한독 레디큐, 제일헬스사이언스 디오니스, 동성제약 굿샷, 광동제약 헛개파워, 롯데칠성음료 깨수깡 등 줄잡아 20여 종이 넘는다. 이중 부동의 1위는 컨디션으로 올해 600억원 돌파가 예상된다. 2·3위를 넘나들고 있는 모닝케어 역시 300억원 상당의 외형 달성이 기대된다.액상 음료 위주의 숙취해소제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은 제품은 각각 2013·2014년 출시된 상쾌환 환제와 친환경플라스틱 소재 에코젠병을 선보임과 동시에 강황 성분(커큐민)을 강화한 레디큐가 대표적이다. 이후 각 기업들은 앞다퉈 디자인·제형 변경에 열을 올렸고, 액제·환제·과립·젤리 형태의 제품이 쏟아졌다. 상쾌환은 CF 모델에 톱스타 혜리를 기용하며, 시판과 동시에 빠른 시장 침투에 성공했다. 레디큐 역시 주스처럼 달콤한 맛과 간기능 개선·항산화 등의 효능을 어필하며 1년 만에 시장을 4% 점유, 기염을 토했다.후발주자들의 선전에 못지 않게 이 분야 리딩기업들의 수성전략도 지금까지 1·2·3위 자리를 내어주지 않은 복안으로 평가된다. 올해 출시 30주년을 맞은 숙취해소제 효시 품목인 컨디션 시리즈는 줄곧 시장 점유율 40~50%에 달하는 브랜드파워를 유지하기 위해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다. 그동안 컨디션은 오리지널 격인 액상형 음료 컨디션 헛개를 비롯해 컨디션 레이디, 컨디션 CEO와 젤리 타입의 스틱포 컨디션 그린애플맛·컨디션맛과 환제 형태의 컨디션환 등 6개 제품을 라인업했다. 제품용기에 변화를 주고, 제형 변경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특히 최근에는 걸그룹 아이오아이의 전소미를 간판 모델로 발탁하고, 지상파·케이블·유튜브 등 전방위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치며 MZ세대를 타깃으로 브랜드 확장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숙취해소제=간 기능 향상'이라는 판매 공식을 과감히 깨고 '영양제' 콘셉트를 도입한 점도 눈에 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면역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간 건강·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밀크시슬을 숙취해소제에 첨가함으로써 '숙취해소+면역력 향상'이라는 이중효과를 강조하고 있다.론칭 18년 차를 맞은 모닝케어도 리뉴얼 전략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모닝케어는 발매 2년 만인 2006년 140억 외형을 기록, 누적 매출 2000억원을 자랑하는 동아제약 효자 품목이다. 모닝케어의 블록버스터 숙취 음료 성장비법은 철저한 소비자 분석과 연구개발이다. 초기 라인업은 모닝케어 엑스(2012), 모닝케어 레이디(2013), 모닝케어 강황(2015) 등이다. 엑스는 온라인 쇼핑족을 겨냥, 레이디는 여성들의 주류 소비가 늘어나는 것에 초점을, 플러스는 간기능 보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 받았다.최근에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만든 신제품 모닝케어 강황도 선보였다. 기존 제품에 함유된 강황 성분을 10배 이상 증량하고 마름 추출물까지 첨가해 숙취해소 기능을 강화했다. 동아제약은 2020년 브랜드 리뉴얼을 진행해 깨질 듯한 숙취에 모닝케어H, 더부룩한 숙취에 모닝케어D, 푸석푸석한 숙취에 모닝케어S 등 3가지 차별화된 콘셉트로 신제품을 발매했다. 여기에 모닝케어 포장 용기를 숙취에 정확하고 빠르게 적중해 소비자의 숙취가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총알 모양으로 변경하며,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코로나19 복병에 이어 2024년 예정된 '숙취해소제 임상평가' 허들도 '제품력 입증과 실적 다지기'를 위한 피할 수 없는 관문이지만 대부분의 제품들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 유통 숙취해소제의 주성분은 헛개·아스파라긴산·나이아신 등으로 아세트알데히드의 양을 줄이고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줄여 숙취를 줄여준다. HK이노엔 컨디션·동아제약 모닝케어·한독 레디큐·롯데칠성음료 깨수깡 등은 식약처 가이드라인에 맞춰 인체적용시험을 진행, 효력시험을 정면 돌파하고 제2의 전성기를 대비할 계획이다.2022-12-07 06:00:26노병철 -
[데스크 시선] 성분명 처방과 국제일반명(INN)[데일리팜=강신국 기자] 대한약사회 최광훈 집행부가 지난 9월 배포한 약사정책건의서를 보면, 성분명 처방이 빠져 있다.약사회가 제시한 과제는 총 19개다. 이중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즉 대체조제 활성화와 특허 만료 의약품 제품명의 국제일반명(INN) 사용 원칙화가 포함돼 있지만 성분명 처방 도입은 없다.약사회는 INN이 성분명 처방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INN은 쉽게 말해 의약품 이름 작명법이다.타이레놀650mg서방정을 '얀센아세트아미노펜650mg'으로 이름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러나 약사들이 생각하는 것은 말 그대로 성분명 처방이다. 아세트아미노펜650mg으로 처방하면, 약사들이 약을 선택해 조제하겠다는 것이다.이렇게 되면 한 개 성분에 수십 가지 제네릭을 재고로 보유하지 않아도 되고, 환자들은 어느 약국에서나 손쉽게 조제가 가능해진다는 게 약사들의 주장이다.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최광훈 집행부의 내로남불이다. 최광훈 회장은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11월 1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약사회 대선 정책제안서에 한약사 문제, 성분명처방, 불용재고 문제 등은 왜 빠져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최 후보는 "약사들 초미의 관심사인 한약사 문제, 성분명 처방, 동일성분조제 활성화, 불용재고의약품 반품 문제 등은 어디에 있냐"며 "현 집행부 관심사에서 완전히 멀어졌는지 아니면 완전히 포기를 한 것이냐"고 되물었다.결국 최광훈 후보도 회장이 되고 보니 전임 집행부가 왜 성분명 처방을 넣지 않았는지 알았을 것이다. 국회, 정부, 지자체 정책 건의서로 활용될 자료집이기 때문에 직능 갈등이 첨예한 내용을 넣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당장 성분명처방을 도입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약사회장이 돼보면 더 잘 알게 된다.이렇게 약사회장 선거 공약만 남발됐을 뿐, 분업 이후 22년 동안 상표명 처방이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다르게 생각하면 INN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약사회가 INN 추진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2019년 라니티딘 사태였다.당시 이슈는 약을 회수해야 하는데 라니티딘 복용환자 144만명이 자신이 복용하는 약 중에 라니티딘 성분약이 포함돼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결국 큐란을 '일동라니티딘'으로 처방했으면 모든 게 해결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국민 불편, 사회적 여론, 정치권의 지원 등 여건이 충분했지만 이를 이슈화하고 공론화하지 못했다.INN이라도 되면 대체조제가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동라니티딘'을 '00라니티딘'으로 대체하면, 환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2022-12-04 21:13:00강신국 -
[데스크 시선] 환수협상이 타당한 정책인가[데일리팜=천승현 기자] 최근 보건당국이 제약사들과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스트렙토제제)의 환수협상 계약을 맺었다.스트렙토제제는 현재 식약처의 지시로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인데 환수 협상을 합의한 제품에 한해 1년 간 급여를 유지해주겠다는 내용이다. 제약사들은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가 실패하면 1년 간 처방실적의 22.5%를 건보공단에 반환하기로 약속했다.보건당국이 건강보험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심의 결과 스트렙토제제에 대해 급여적정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인 사정을 고려해 조건부 급여가 적용됐다.스트렙토제제는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제제)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된 환수협상 의약품으로 기록된다. 2020년 12월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콜린제제를 보유한 업체들과 '임상시험에 실패할 경우 처방액을 반환하라‘는 내용의 요양 급여계약 협상을 하도록 명령하면서 ‘환수협상‘이라는 정책이 등장했다. 콜린제제의 효능에 의구심이 제기되자 식약처가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재평가에 착수했고 여기에 보건당국은 돌연 환수협상이라는 안전장치도 내걸었다.제약사들은 환수협상 명령이 부당하다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도 결국 보건당국과 환수협상에 합의했다. 제약사들은 콜린제제의 재평가 임상 실패로 최종적으로 적응증이 삭제되면 식약처로부터 임상시험 계획서를 승인 받은 날부터 적응증 삭제일까지 처방액의 20%를 건보공단에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환수협상의 부당성을 따지면서도 협상이 결렬되면 급여 삭제로 인한 시장 퇴출이 걱정돼 울며 겨자먹기로 합의를 했다.제약사들은 환수협상에 대해 이상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식약처의 정식 허가를 받고 판매한 제품인데, 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이 목표에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판매를 부당 수익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임상재평가는 판매 중인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최신 과학기술을 기준으로 점검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임상재평가를 진행하는 기간에도 식약처의 허가가 유지되기 때문에 임상재평가 결과와 무관하게 판매는 적법하다.보건당국의 환수협상 명분대로 라면 그동안 임상재평가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수많은 의약품은 종전의 수익도 부당이익으로 간주돼야 한다. 제약사들이 임상재평가 실패로 환수협상에 따라 기존 판매액을 되돌려주면 환자들에게도 약값을 반환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존에 해당 약물을 복용한 환자들은 효과가 없는 문제의 약을 복용했다는 얘기가 된다. 오히려 정부가 문제의 약을 환자가 복용하도록 방치했다는 비난도 받아야 한다. 임상재평가 약물의 환수협상은 식약처 허가를 부정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보건당국은 내달부터 아세트아미노펜650mg의 보험상한가를 최대 77% 인상한다. 특정 성분 의약품의 보험약가를 일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정책이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수요 급증으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장기화하자 내린 대책이다. 제약사들이 원가구조가 열악해 생산 증대에 난색을 보이자 일괄 인상을 결정했다. 건강보험 재정 부담 가중이 걱정되지만 필수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 이례적인 정책적 판단을 내렸다. 아세트아미노펜의 약가 인상은 정부의 유연한 정책 판단의 결과로 박수 받을 만 하다.스트렙토제제의 경우 임상재평가 완료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스트렙토제제의 임상재평가 자료 제출 기한은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은 내년 5월, '발목 수술 또는 발목의 외상에 의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는 내년 8월이다. 급여재평가 결론을 내렸는데 임상재평가가 진행 중이어서 급여 삭제 결론을 내리기 어정쩡하면 급여재평가 결론 도출 시기를 1년 늦추면 된다. 적잖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환수협상을 강행하는 명분을 찾을 수 없다.아세트아미노펜 약가인상과 같이 유연한 정책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환수협상과 같은 이상한 제도는 왜 상식적이고 유연하게 펼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2022-11-26 06:17:03천승현 -
[데스크시선] AAP 매점매석 단속이 아쉬운 이유[데일리팜=김정주 기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감기약의 보험상한가 인상 조정이 현실화 단계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도매상과 약국가의 매점매속 단속을 예고했다. 통상 약가조정은 인하가 대부분이지만 특별한 상황에선 가격을 올려 조정을 한다. 이번 AAP 약가조정 또한 코로나19 재유행과 독감 동시 창궐에 따른 품절 사태 장기화를 막기 위한 인상 조치다.가격 인하가 주류인 조정 정책에서 인상을 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미리 대규모로 구매해 약가가 오를 시점까지 시장에 내놓지 않거나 소매 단계에서 팔지 않는 매점매석 행위다. 정부는 도매상과 약국이 이런 방법으로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행위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미리 차단에 나선 것이다.이러한 정부의 시각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당국은 복지위 소속 의원들의 질의에 감기약 품절이 비단 물량이 적어서가 아닌, 일부 유통과정에서 팔지 않아 흐름이 막힌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같은 이상한 유통 흐름은 심사평가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데이터와 청구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거나 교차 점검하는 방법으로 충분히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나온 진단일 것이다.그러나 12월 1일자를 목표로 한 약가인상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품절 현상은 아직도 전국 각지에서 고르게 발생하고 있다. 제품을 제대로 구하기도 힘든데 매점매석 단속을 강화한다고 으름장부터 놓는 것이 업체와 약국가 입장에선 황당하게 비춰질 뿐이다.정보센터에선 실시간 공급내역보고로 출하량과 주문처인 개별 요양기관 정보를 분석할 수 있고, 해당 요양기관 청구량을 통해 소매 판매량을 가늠할 수 있다. 즉 도매상이나 약국들이 과도하게 구매해 놓고 팔지 않는 수법으로 판매량을 조정하는 등 이상 행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전산 기술과 노하우는 오래 전부터 갖춰 놓은 것이다. 약국가 청구불일치 적발 기술 또한 여기서부터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정부와 당국은 징역이나 벌금, 업무정지 처분을 내세우며 업계와 약국가에 으름장 같은 단속강화 정책을 내세우기 전에, 이미 보유한 기술을 이용해 유통 병목을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그간 당국이 진단해 온 '과도한' '이상 유통 흐름'에 대한 기준을 데이터 교차분석으로 명확히 세우고 이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매점매석 예측을 향상시키는 방법, 문제 시 외부 정보 공개를 하는 방법, DUR 시스템 팝업이나 알리미 서비스 등 기존에 만들어 놓은 교정 또는 계도 시스템으로 경고하는 방법, 이후에도 계속될 경우 악성 업체·기관을 특별 관리하는 방법 등 강도 높은 경고책을 검토해볼 시간은 충분했다. 특히 품절약 대란이 비단 AAP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약제에 걸쳐 상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한 상황이다.약가인상이 현실화 돼 사실상 카운트다운을 앞둔 시점에 이르러서야 '적발되면 고발조치에 행정처분' 한다는 정부의 '해결책'을 살펴보면,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그 잠재적 원인은 현장 종사자에게 있다는 인식이 전반에 팽배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품절약과 약가 변동은 약국과 유통업계에 가장 큰 골칫거리다. 비단 AAP 유통 단속 뿐만 아니라 신속한 환자 투약을 도모하고, 현장 행정대란을 방지하고 투명한 유통과 비윤리적 행위에 대한 현장 자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더 큰 시각과 노련함이 필요하다.2022-11-18 18:48:02김정주 -
[데스크시선] 인구절벽과 백년대계 약가정책[데일리팜=노병철 기자] 국내 약가시스템이 방향타를 잃고, 또다시 출렁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당국이 현행 약가 참조국 A7(미국·영국·독일·스위스·이탈리아·프랑스·일본) 외 캐나다·호주 편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체·양상은 베일에 감춰져 있다. 추정컨대 당장 국내외 혁신신약 등재와 결부시키기보다는 약가 재평가 시 제외국 최저약가 확인 등에 참조할 공산이 크다. 캐나다·호주를 약가 참조국으로 포함할 경우 우려되는 부분은 턱없이 싼 약제가 많아 비교약제로 선택될 경우 원가 이하의 보험등재가 산출로, 출시 불가 사태 속출은 물론 기업의 영속성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다.보건당국의 캐나다·호주 약가 참조국 편입 목적은 결국 또다시 제네릭 약가인하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국감에서도 오리지널 대비 제네릭 약가 53.55% 산정 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당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간 제네릭 처방 금액은 9조원 정도이며, 20% 삭감했을 경우 1.5조~2조원 정도의 국민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를 가져온다는 억측에 가까운 주장이다. 또 우리나라 제네릭 약가가 OECD 국가 중 4위에 랭크돼 다소 높은 약가구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는 국민실질소득 및 건강보험체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단순 환율 비교에 따른 명목 약가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캐나다·호주를 약가 참조국에 편입시키겠다는 정책 발상의 또다른 허점은 이들 국가가 신약개발 선도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美 FDA 기준, 최근 5년 간 신약개발 건수는 미국 66개, 유럽 25개, 일본 6개 등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캐나다와 호주 역시 FDA의 신약허가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신약에 대한 우리나라의 약가산정 트랙은 제외국 약가 비교평가, 경제성평가, 대체약제가중평균가, 경제성평가면제 등 5가지로 대별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대체가능 비교약제는 약가인하를 위한 우려먹기 좋은 단골 테마다. 1/5 토막 약가가 즐비한 호주 약가를 참조할 경우 그 폐해와 심각성은 상상하기조차 싫다.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 재정 건실화를 위한 합리적 방향성과 건전한 고민은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를 보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2030년 10년 간 건강보험 수입·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7.2%·8.1%로 수지 역전 구조에 진입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80조9000억원이며, 증가율을 반영한 2030년도 예산은 150조6000억원에 달한다. 2021·2030년 지출액은 81조7000억원·164조1000억원이다. 이를 토대로 알 수 있듯이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8000억원을 기록, 2029·2030년은 각각 11조9000억·13조5000억원 마이너스 수지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하지만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는 '저출산 고령화'라는 국가 차원의 위기관리 실패에 있지 결코 국민과 제약바이오산업의 구조적 문제에 그 원인을 두고 있지 않다. 돌이켜 보면 지난 20년 간 보건당국의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방향성은 육성·발전보다는 규제·침익적 행정에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어 보인다. 지난 2000년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을 기점으로 2012년 일괄 약가인하 여파로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68%에 달한 제네릭 약가는 14.45% 인하된 53.55%로 떨어졌다. 2019년 '자체 생동·DMF 등록' 요건 충족에 따른 약가 연동제 여파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수익성은 향후 5~20% 감소될 것으로 관측된다.제네릭 약가 가산제 폐지에 방점이 맞춰졌던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도 토종제약기업에 많은 피해를 가져 왔다. 지난 2012년 일괄약가인하제도 시행과 함께 도입된 이 제도는 급격하게 약가가 인하되는 것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 노력에 따른 가치 반영을 목적으로 탄생됐다. 더불어 이 제도는 R&D 투자·제제 연구의 중요성을 각인시켜 국산 신약 개발을 유도해 온 순기능을 담당해 왔다. 하지만 제도 자체가 사실상 폐지 수순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정부의 포지티브정책만 믿고 그 길을 걸어 온 기업 입장에서는 좌절과 실망감만 남게 됐다.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의 3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7.59%다. 이를 10년 단위로 나눠서 살펴보면 1988~1997년 13.7%, 1998~2007년 5.45%, 2008~2017년 4.25%로 집계된다. 저성장 시점의 이벤트로는 1998년 IMF -4.1%, 2000년 의약분업 -5.9%, 2012년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일괄약가인하) -2.5% 등으로 대별된다. 여기서 생산량에 주목해보면, 1994년 GMP 의무화 제도 도입 전에 비해 이후는 2.3배 증가하고, GMP생산시설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7.41배 증가한 점도 특이점이다. 이를 유추해 보면 결국 제약바이오산업은 발전적 육성 기조에 따라 명운을 달리함을 알 수 있다.제네릭 난립, 품질 향상, 리베이트 척결, 건보재정 건전화. 보건당국이 줄기차게 주장하는 제네릭 약가인하 4대 당위성이다. 제네릭은 대한민국 제약바이오산업 100년사의 중심으로 30조 생산실적 중 당당히 점유율 30%를 차지하며, 국민보건 향상에 일익을 담당한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그 지위와 역할에 비해 박해에 가까운 대우를 받아온 게 사실이다. 제네릭을 기반한 제제연구 시스템 향상이 있었기에 제약주권 확립을 통한 K-바이오의 목소리를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외칠 수 있었다. 원료의약품·개량신약·혁신신약 신흥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도의 자생력 근간이 제네릭에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될 대목이다.국민건강보험 고갈 문제는 인구학적 접근, 즉 저출산 고령화에 원인을 두고 있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85, 서울시 합계출산율을 0.64 수준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미 멸절의 위기에 놓여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구절벽 현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2010년 노동인구가 2600만명, 2018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2800만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정점 이후 당장 올해부터는 35만명 정도가 생산가능 인구에서 빠져 나간다. 불과 7년 후인 2030년에는 충청남도 인구규모(233만명) 그리고 2032년에는 부산광역시 인구 수준인 333만명이 생산가능 노동시장에서 자취를 감춘다.2050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완전히 전환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때가 되면 국민건강보험이든 국민연금 할 것 없이 수급혜택·운용·존립 자체의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의 전신인 전국민의료보험제도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 이후 1988·1989년 농어촌·도시자영업 의료보험 확대 적용까지 12년에 걸쳐 완성된 사회보장제도이자 사회안전망이다. 탄생 당시인 1970년대 인구성장률은 2.18, 1990년대는 0.99로 2010년 0.5 보다 2배~4배 높았지만 2030년이 되면 -0.1, 2050년 -0.8, 2070년 -1.24로 국가소멸 단계에 진입한다. 합계출산율 1.3명 이하를 나타내는 초저출산율은 이미 2002년부터 시작됐다.인구절벽 원인으로 지적 받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지금 당장 체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방관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기업·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뼈를 깎는 마음으로 사회적 합일을 이룬 국민건강보험 정책을 탄생시키지 못하면 공멸이다. 지표로 볼 때 10·20년을 넘어 10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는 정해져 있다. 서울·대전·대구·부산·광주 등 거점지역 도시국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약바이오산업 전문지식·정보·이해도가 부족한 일부 국회의원의 '제네릭 약가 20% 삭감 논리'에 보건복지부가 우왕좌왕해선 안된다. 눈앞의 이익이 아닌 국가·국민·기업 모두를 살리는 백년대계 보험·약가정책에 온 힘을 기울일 때다.2022-11-17 06:00:00노병철 -
[데스크 시선] 22년째 그대로인 약국의 5개 행위[데일리팜=강신국 기자] 약국 수는 늘고 있는데 반해 환자 수는 줄었다. 그러나 약국이 청구한 금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건보공단과 심평원이 공동 발간한 2021년 건강보험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1년 약국 수는 2만3773곳으로 10년 전인 2011년 2만1079곳 대비 2694곳이 늘어 12.7% 증가했다.그러나 2021년 조제 청구건수는 4억2349만건으로 전년 4억3943만건에 비해 3.6%나 감소했다.청구건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던 2019년 5억1671만건과 비교하면 18%(9322만건)나 줄었다. 그러나 약값과 조제료를 포함한 약제비는 18조8550억원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약제비 중 조제수가 비중을 보면 2020년 22.2%에서 2021년 21.6%로 줄었다. 약제비 중 78.4%가 마진이 없는 약값이라는 이야기다.청구건수 감소는 코로나라는 대형변수가 원인이긴 하지만 약국 증가 수, 약제비 상승 폭과 비교하면 약국경영 지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고령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로 투약 일수, 즉 장기 처방이 늘어나고 있고, 고가약 처방이 늘어난 게 청구건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약제비가 상승한 원인이다.결국 5개 행위, 약국관리료,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의약품 관리료에 국한돼 있는 약국 행위에 대한 보상체계를 늘려야 할 시점이 됐다.가루약 조제수가가 반영되지 않아 약국 현장에서는 엄청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노동력이 더 투입되는데 같은 수가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여기에 91일 이상 장기 처방전 조제수가 개선도 필요하다. 91일 이상 장기 처방 비율을 보면 2012년 0.8%였지만 2021년 기준 2.6%로 늘었다. 10년 새 무려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91일 치를 조제하나 180일 치를 조제하나 같은 수가를 준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합리하다.아울러 DUR 수가, 포괄적 약력관리, 복약 순응도 모니터링 상담제, 다학제 만성질환 관리사업, 취약층 방문 약료 서비스 등 신상대가치 항목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약국 수가 인상 1등이라는 수치만으로는 타 요양기관에 지급되는 건보 재정을 따라잡을 수 없다.이명박, 박근혜 정부부터 문재인케어까지 비급여의 급여화는 지속해서 이뤄져 왔다. 결국 급여화를 통해 의료기관에 투입되는 건보재정이 늘어나다 보니 병원과 의원에 대한 수가인상 여력이 자연 소멸하는 셈이다.약국의 행위 유형이 단순하다 보니,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들어갈 여지가 없다. 결국 새로운 행위를 늘려야 한다.급여 항목을 늘리지 않으면, 조제건수는 주는데 약국 수와 약제비만 늘어나는 기현상을 해소하기 힘들다. 새로운 상대가치 항목을 개발, 적정 보상을 받는 기전을 확보하는 게 약국이 살 길이다.2022-11-13 20:22:15강신국 -
[데스크시선] 톡신 간접수출 합법성과 행정 착오[데일리팜=노병철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보툴리눔 톡신제제 간접수출 불법성에 대한 1심 법원·대법원의 입장과 해석은 뭘까. 현재 이와 관련해 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는 지난해 11월 식약처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서 쟁송을 벌이고 있고, 이달 초 허가취소 등 행정처분을 고지 받은 제테마·한국비엠아이·한국비엔씨 역시 동일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현재 심리 중인 사안에 대해 관할 법원은 중립·객관성 유지를 위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1심 판결을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 동일사안으로 진행된 수사 방향성과 법원의 판례를 놓고 이번 사안을 대입·재해석해 보면 해당 제약사의 결백·무고가 확실시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한결 같은 주장이다.우선 이와 관련한 판례를 살피기 전, 식약처가 말하는 간접수출 범위·기준을 보면 의약품의 수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약사가 수출을 목적으로 한 의약품을 국내 소재 무역업체에 수여하면 수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제약사가 의약품을 수출할 경우 무역업체에는 수수료만 지급하고, 전체 대금결제는 수입국 업체와 진행해야 합법이라는 의미다. 약사법 제47조제1항제1호는 '의약품공급자는 약사법령상 의약품도매상 이외에는 의약품을 판매(수여 포함)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계약서 등을 통해 제약사가 무역업체에 수출 의약품의 가격과 대행수수료를 모두 받고 판매했다면,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자에게 의약품을 판매한 행위로 위법이라는 것이 식약처의 입장이다.휴젤·파마리서치바이오·제테마·한국비엠아이·한국비엔씨 톡신 사태의 포인트는 약사법 제47조 판매와 관련된 조항을 수출에 결부시켜 위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느냐 인데, 과거 동일사안과 관련한 법원의 선고는 '그렇지 않다' '명백한 합법' 등으로 분명하게 선을 긋고 있다. 특히 개정 약사법에서는 수출에 관한 사항은 이미 대외무역법으로 이관한 바, 제조사는 수출업체에 공급한 의약품은 당연히 수출 목적에 기반을 둔 수출행위 그 자체로 봄이 타당하다. 더욱이 제조사·수출업체 간 교부된 외화획득용원료, 기재구매확인서, 영세율 세금 계산서 등의 확증적 보존자료가 있다면 내수판매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무역업체의 전량 수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라면 기소 자체가 무고에 해당된다.이렇듯 절차적 요건을 갖춘 의약품 간접수출의 합법성 선고 사례는 2017년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판결문의 주요 골자는 공소사실 기재 의약품을 양수한 수출업체는 그 중 일부를 중국에 수출했고, 나머지는 수사 당시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했다. 법원은 위와 같은 취득경위와 취득 이후의 정황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국내에서 판매할 목적으로 공소사실 기재 의약품을 취득했다고 보기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확정했다. 다시 말해 법원은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을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거해 무죄를 선고하고,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법 제58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무죄판결을 내렸다.대법원도 약사법상 판매와 수출의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면서, 수출은 판매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바리돈에프엑스 의약품 수출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에서 구 약사법(2000. 1. 12. 법률 제6153호로 개정 전) 제35조 제1항 소정의 판매는 국내에서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의약품을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를 말하고, 제3자인 무역업자 등을 통해 수여가 아닌 전량 수출 루트로 의약품을 다른 나라로 판매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아니한다고 명시(2001도2479 판결)한 바 있다. 또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따라 권익제한과 의무가 부과되는 침익적 행정처분은 상대방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 되거나 유추해석을 해서는 안된다고 판시, 이는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다.이번 톡신 사태의 출발점은 A톡신기업의 역가 조작 의혹·해당 기업과 무역업체 간 제품 수주와 관련된 금전소송 난타전 과정 중 익명의 무역도매상의 무고에 가까운 고발에 의해 확전된 것으로 관측된다. 당시 보건당국의 조사 초점은 수출용 톡신의 국내 판매 사실 확인에 있었지만 현재까지 확증된 증거는 없다. 무역업체가 일부 제품을 내수로 유통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업체에 대해 법이 허용하는 선에서 합당한 죄를 물으면 그만이다.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의 당해 사건 수사 후 식약처의 즉각적인 행정처분 역시 납득키 어렵다. 만약 중조단이 맡은 이번 사건이 컨트롤타워인 서울서부지검 이관 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날 경우, 그동안 발생한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는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2022-11-07 06:00:00노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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