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선] 사라지는 의약품과 규제 학습효과
- 천승현
- 2023-07-04 06: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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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허가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판매 실적도 없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사라지는 의약품이 크게 눈에 띈다. 지난 5월 1일 의약품 322개 품목이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삭제됐는데 2019년과 2020년 허가 제품이 총 221개로 68.6%를 차지했다. 급여삭제 의약품 3개 중 2개는 허가받은 지 4년에도 못 미치는 신제품이라는 얘기다.
대부분 미생산·미청구 의약품의 급여 삭제다. 보건당국은 최근 2년 간 보험급여 청구실적이 없거나 3년 간 생산실적 또는 수입실적이 보고되지 않은 의약품에 대해 급여목록에서 삭제한다. 제약사가 자체 역량을 투입해 신제품을 허가받고도 판매하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상한 현상이다.
급여삭제 의약품은 대형제약사에 비해 중소·중견제약사 제품이 많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의약품 1164개 품목이 미생산·미청구로 인해 급여목록에서 제외됐는데, 중소·중견제약사 제품의 비중이 매우 컸다. 중소·중견제약사들이 2019년과 2020년에 허가받은 제품이 판매도 하지 않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기현상이 반복해서 연출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들이 제네릭을 허가받기 위해 투입한 수수료와 인건비 등이 허공으로 사라지면서 사회적으로 적잖은 비용 낭비가 발생한 모양새다. 정부의 규제 변화에 따라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사회적 비용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과 2020년은 유례 없이 많은 제네릭 허가가 쏟아진 시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는 2018년 1562개에서 2019년에는 4195개로 2배 이상 급증했다. 2020년에는 2616개로 2년 전보다 67.5% 늘었다. 월별 허가 전문의약품 건수를 보면 2018년 월 평균 130개를 기록했는데 2019년에는 월 평균 350개로 치솟았다. 2019년 5월에는 한 달 동안 허가 받은 전문약이 584개에 달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네릭 의약품의 허가가 폭증했다. 2018년 불순물 발사르탄 파동 이후 정부가 제네릭 규제 강화를 천명했고 2019년과 2020년 중견·중소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무제한 위수탁을 활용해 제네릭을 최대한 장착했다. 이후 판매실적 없이 3, 4년이 지나면서 미생산·미청구 의약품이라는 이유로 급여목록에서 사라지는 낭비가 반복되는 셈이다.
2019년과 2020년 허가받은 제네릭이 기업간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한 현상이다. 2020년 7월 약가제도 개편 이후 제약사들간 최고가 제네릭을 사고 파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약가제도 개편으로 도입된 계단형 약가제도에 따라 기등재 동일제품이 20개가 넘을 경우 후발주자로 진입하는 제네릭은 약가가 15% 낮아진다.
약가제도 개편 이전에는 시장 진입 시기와 무관하게 제네릭은 최고가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새 약가제도 도입 이후 신규 등재 제네릭의 가격은 턱없이 떨어지는 구조가 됐다. 신규 제네릭의 저가 등재로 시장 진입을 주저하던 제약사와 제도 개편 이전에 최고가로 등재했지만 판매 계획이 없는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비싼 제네릭 제품들이 양도·양수를 통해 활발하게 거래되는 기현상이 연출됐다. 정부의 규제 변화가 초래한 이상한 제네릭 거래 현상이다.
물론 제도의 빈틈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제약사들의 욕망에 펼쳐지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이 비용 낭비를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혼란의 원인을 제공한 정부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지난 3~4년 전 정부가 제네릭 허가와 약가제도에서 아무런 정책 변화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소모적인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욕심과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 무능의 합작품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시장은 영리하다. 정부는 제도 변화를 추진하기 전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예측하고 점검해야 한다. 정부 정책이 시장을 더욱 교란시킨다는 걸 인지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학습효과라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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