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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대생 김수정의 경험과 추억 그리고…[덕성약대 학생3명 미국 USC 임상약무실습 체험기] 지난 8월12일부터 23일까지 덕성약대 학생인 나 11학번 김수정, 12학번 김소현, 정예은 학생은 미국 임상약학을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학교측으로부터 미국의 명문 사립대학인 'USC(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임상약학을 공부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값진 기회와 일부 금액을 지원받아, 8월 12일 월요일, 드디어 2주간 실습이 시작되었다. 미국에서 임상약학(Clinical Pharmacy)이 많이 발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단지 그 표면적인 사실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기에 좀 더 그 내면을 속속들이 알고 싶었다. 또한, 6년제 약대 전환 후의 1회 입학생이자, 1회 졸업생이 될 나로서는 더욱 더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배워오고 싶었다. 한국 약학계와 약계사회는 아직 임상약학 도입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비록 많은 약대생 중 한 명일 뿐이지만 왠지 모를 의무감 같은 것도 들었다. 그렇게 들뜬 마음을 안고 우리들의 USC 임상실무실습은 시작되었다. 실습 내내 우리 덕성약대 학생 세 명 이외에 13명의 일본 도쿄약학대학 학생들도 함께했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의 일정은 Health Science Campus와 Main Campus 투어, 그리고 HIPAA교육이 주가 되었다. HIPAA란 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of Act의 약어로, 환자의 개인정보 및 인권 보호를 위한 미국의 법률로 보건의료인으로서 반드시 숙지하고 지켜야 하는 사항들이었다. 교육은 컴퓨터를 통해 개개인으로 이루어졌고, 각 챕터마다 테스트가 있어 일정 수준이상이 되어야 다음으로 통과할 수 있었다. 미국의 보건 및 의료계열 학생들은 입학하자마자 이것들을 반드시 익혀야 한다고 했는데, 이러한 것들이 미국의 임상약학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또한 USC 약대 학생들의 student life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진행되었는데, 한국과 다른 점이 많아 매우 흥미로웠다. OSCE (Objective Structured Clinical Examination)이라는 오럴 테스트가 존재했는데, 학생들이 주어진 환자의 질환과 상황에 맞도록 직접 복약지도를 하고, 교수들이 그것을 점수화하여 평가 하는 시험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매우 떨리고 힘들지만 재미있기도 하고 유익하다고 하였다. 또 재학 중에 총 1000시간 동안의 실습을 해야 하는데, 한국의 6년제 약대생처럼 1년 동안 이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틈틈이 시간을 내서 해야 한다는 것이 달랐다. 며칠 후에는 반대로 USC학생들과 교수님, 일본학생들에게 우리나라 6년제약대 시스템과 약대 생활 및 덕성약대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할 기회도 주어졌다. 그 후 4일간은 USC 약학대학의 교수님인 Dr.Wincor의 Depression과 Insomnia에 대한 강의와 그에 대한 Case Study가 이어졌다. 학교 수업에서 작성해보았던 SOAP Note도 영어로 작성해 보고, Dosage regimen도 직접 결정하고 발표해보았으며, 영어로 복약지도도 해보았다. 다른 것들은 학교에서 배운 적이 있어 별로 어렵지 않았으나, 별로 경험이 없는 복약지도를 영어로까지 하려니 매우 어렵게 느껴졌다. 우리나라 약대에서도 처음엔 어렵겠지만 조금씩 수업 중에도 여러 상황에 맞는 체계적인 복약지도를 연습하도록 기회를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실습 프로그램 중 단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Clinical site tour'였다. 학교 내 병원의 '외래약국', '암 센터 병동약국', '수술환자 병동약국'을 차례대로 돌아보았는데 임상약학이 얼마나 굳게 자리 잡았는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약사는 거의 조제 업무를 하지 않았고, 조제는 대부분 Technician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처방전검토 및 조제감수 등의 약사의 역할은 한국과 비슷했으나, 초기 진단을 제외한 환자의 상태 체크 및 약물 처방과 변경이-의사에게 통보할 필요도 없이-모두 약사의 권한 아래에 있는 것이 한국과 확연히 다른 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사법상 불법인 많은 것들이 미국에서는 약사의 권한이었다. 또한 의사가 약에 관한 모든 것들은 약사에게 상의하였고, 회진도 함께 돌면서 환자를 직접 만나고, 약사가 모든 Dosage regimen을 결정하며 약물 모니터링도 실시하였다. Community Pharmacy의 투어 기회도 주어졌는데, Community Pharmacy에서 혈압 및 콜레스테롤, 혈당 스크리닝 및 상담이 가능하다는 점과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약을 배달 해 준다는 점이 한국과 달랐다. 병원이나 보건소에 가지 않고도 약사가 직접 flu shot과 vaccine을 주사 할 수 있다는 것도 다른 점이었다. 하지만 환자가 그 약국이 아닌, 다른 약국에서 이전에 조제하여 복용한 약물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약물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 예방 시스템'은 우리나라가 'DUR제도' 실시로 인해 훨씬 발달한 것 같았다. 수업이나 투어 후 저녁에는 USC측에서 마련해준 Evening activities로서, LA Dodgers 경기 응원도 갈 수 있었고, 탁 트인 Hollywood Bowl에서 클래식 음악도 감상할 수 있었다. 그 이외의 시간과 주말에는 개인적으로 친구들과 LA와 그 근교의 여러 명소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그렇게 바쁜 일정 속에 2주가 지나가고, 드디어 오지 않을 것 같았던 아쉬운 실습 마지막 날, 수료증을 받는 순간이 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들었던 Wincor교수님과 USC약대 학생들, 일본 약대 학생들과 이별이 너무 아쉽기만 했다.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 뒤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14시간 동안, 수 없이 쌓인 핸드폰 속의 사진첩을 보며 꿈만 같았던 지난 2주를 되돌아 보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경험과 추억을 얻었으며, 떠날 때와는 또 다른 약대생으로서 사명감이 들었다. 임상약학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미국으로부터 좋은 점을 많이 배워서, 한국만의 독자적인 임상약학이 굳게 뿌리 내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첫 6년제 약대 졸업생으로서 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2013-09-03 12:24:50데일리팜 -
영업사원 좀 그만 괴롭히자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제약 영업사원들은 괴롭다. 정부의 의사 소환 리베이트 조사로 거래처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는데, 회사의 실적 압박은 여전하다. 잘나가는 '영업왕'들이야 시기와 상관없이 승승장구한다지만, 대다수의 영업사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 중견 제약사들의 구조조정 움직임은 확대되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처럼 ERP가 존재하지 않는 국내사들의 감원은 잔인하다. 일부 제약사들은 실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일부 영업사원에게 퇴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연차수당을 빼버린 것이다. 또 몇몇 회사들은 느닷업이 실적이 좋지 못한 개원가 영업사원을 병원으로, 병원 영업사원을 약국으로 보낸다. 얼마 못가 강제 이동을 당한 영업사원들은 회사를 그만두기 시작한다. 각자에 맞는 변화를 견디지 못하는 나약함 때문에 그런 것일까? 리베이트가, 쌍벌제가, 약가인하가 발품을 팔며 현장을 뛰어온 영업사원들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애초에 다가올 시대를 보고 자체 제품력을 갖추지 못한 제약사들로 인해 발생한 산물들이다.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영업사원들도 충분히 알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 감원은 어쩔수 없는 선택인 것도 맞다. 하지만 고민과 보상이 있어야 한다. 조금 능력이 떨어진다고 사지로 내몰지는 말아야 한다.2013-09-02 06:30:00어윤호 -
웨일즈 사태는 식약처 관리부실의 총체한국웨일즈제약이 반품된 의약품의 유통기한을 조작해 재판매했다는 식약처의 발표는 약업계에 충격을 줬다. 회사 전품목 회수라는 초유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위해요인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모르는 만큼 국민의 안전을 위한 식약처의 결정은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아쉬운 대목은 식약처가 사전에 인지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식약처가 경찰의 수사내역를 듣고 그제서야 조치하는 바람에 전품목 회수라는 혼란을 가져왔다. 만약 식약처가 위해요인 발생지점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제거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됐다면 지금같은 국민들의 불안감도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의약품 안전관리가 고유 업무영역인 식약처가 경찰보다 늦었다는 자체만으로 큰 구멍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업체가 속이면 단속이 어렵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효능이 없거나 부작용이 큰 의약품을 업체가 속이면 유통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인가?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의약품이 생산·유통되고 소비되게 하는 게 식약처의 몫이다. 반품된 의약품의 처리 역시 시스템으로 정해놨다. 식약처는 그 시스템대로 업체가 정확히 진행하는지를 점검해 사전 유통을 차단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웨일즈 사태는 사전점검은 이뤄지지 않았고, 유통도 못 막았다는 점에서 식약처의 부실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부실의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식약처가 너무 안일했거나 점검구조가 정상적이지 않았을 것으로 추론된다. 어찌됐든 식약처 잘못이며, 반성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반성은 커녕 사후관리로 자기 일을 다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재발 방지책 수립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으며, 업체 잘못만 부각한 채 식약처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 같다. 타이레놀 사태와 마찬가지로 불량약 유통에 대한 사과나 반성의 목소리가 없다.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만큼 무엇이 잘못됐는지 인력과 관리체계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선진기관을 목표로 삼는 식약처라면 여론이 들끓고 정치권이 지적한 후에야 부랴부랴 개선방안을 짜는 유아적인 행태는 이제는 없어야 한다.2013-08-29 10:06:13이탁순 -
브라질 독사가 인류에게 준 선물미겔 온데티(Miguel Ondetti)는 아르헨티나의 한 대학에서 박사과정으로 화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운좋게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스퀴브 (Squibb)사의 아르헨티나 지사에서 연수할 기회를 갖는다. 연수 기간동안 수행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게 되자 스퀴브사는 그를 정식 연구원으로 채용하였다. 그는 식물에서 약리활성이 있는 알칼로이드를 추출하는 일을 하게 된다. 3년후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스퀴브사 본사의 연구소장이 아르헨티나 지사를 방문하였을 때 그를 만나보더니 미국 본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초청하겠다고 제안한 것이었다. 당혹스러운 제안이었다. 왜냐하면 당시 치과의사였던 부인이 치과의원을 열기 직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틀동안 고민하던 젊은 미겔 부부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일단 잡기로 했다. 치과는 훗날에 다시 돌아와 언제든 열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1960년, 미국 뉴저지의 스퀴브사 연구소에 합류한 미겔은 소화기관에서 작용하는 펩타이드를 합성하는 일을 맡게 된다. 당시에는 업계전반에서 펩타이드가 유력한 신약 타깃으로 각광 받을 때였다. 1968년 새로 부임한 연구소장은 새 과제로 심혈관계 치료제 개발을 주창하였고 미겔도 그 일에 투입되었다. 당시 스퀴브사는 고혈압 치료제로서 ACE(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저해제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브라질에 서식하는 독사의 독에angiotensin I이 angiotensin II로 전환하는 것을 차단하는 펩타이드가 들어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브라질의 원시 종족들이 사냥할 때 화살촉에 발라 사용하던 뱀독은 혈압을 떨어뜨리는 작용이 있었던 것이다. 미겔은 브라질 사웅파올로에서 보내온 뱀독에서 ACE 효소를 차단하는 펩타이드를 추출하기 시작했다. 뱀독에는 다양한 펩타이드가 가득 들어 있었다. 각고의 노력끝에 그는 아미노산 9개 짜리 펩타이드에서 활성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는 그 구조를 분석하고 화학적으로 다량 합성해 낸다. 스퀴브사는 곧바로 이 펩타이드를 가지고 임상실험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이 주변에 퍼지기 시작했다. 순환기 질환을 다루는 모든 임상의사들은 물론 업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이 임상실험에 주목했다. 왜냐하면 고혈압 치료제로서 renin-angiotensin계의 역할을 처음으로 검증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펩타이드가 경구제가 아닌 주사제라는 것이 문제였다. 분자량이 커서 위장관에서 흡수가 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 곧 미겔은 구조를 조금씩 바꾸어 위장관에서 흡수가 될 수 있는 펩타이드를 찾아 나섰으나 성과가 없었다. 일단 분자량이 작아야 할 것 같았으나 그가 만든 저분자 물질들은 모두 활성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스퀴브사는 주사제로는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임상시험을 취소하였다. 그리고 후속 약물의 개발까지 포기하기에 이른다. 미겔은 실망했다.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었을 뿐이지 연구의 방향은 제대로 잡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곧 미겔에게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항생제 개발 연구를 이끄는 일이었다. 펩타이드 분야에서 꽤 명성을 얻은 그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조치였다. 회사를 떠날까도 고민했다. 그렇지만 항생제 연구도 험난하지만 꽤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어 보였기에 그냥 회사에 남기로 했다. 항생제 개발 연구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미겔의 머릿속에는 ACE 저해제에 대한 생각이 머물러 있었다. 이미 스퀴브사가 보유하고 있던 2000 여개의 화합물을 모두 테스트해 보았으나 약효가 있는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1년쯤후 그는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 데이브 쿠시먼(Dave Cushman)이 건네는 논문을 받아 들었다. 데이브는 미겔이 합성하는 펩타이드마다 그 활성을 평가해주던 파트너였다. 그 논문에서는 carboxypeptidase라는 효소의 저해제로 benzyl succinate를 언급하고 있었다. 데이브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하여 ACE효소 역시 carboxypeptidase 효소처럼 그 중심에는 아연 금속이 박혀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미겔은 그 견해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ACE 효소를 저해하기 위해서는 아연 금속에 제대로 결합하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지금까지 매달렸던 전략을 바꾸었다. 우선 논문에 나온carboxypeptidase 저해제를 구해서 ACE 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지 평가해 보기로 했다. 물론 회사의 지휘라인과는 상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지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호기심을 실현해 보고자 하는 열망이 다시 불타 올랐다. 다행히도 각 연구원들에게 다소의 융통성이 부여되었기에 그런 결심이 가능하였다. 미겔은 뱀독의 펩타이드 연구를 통해 ACE 효소에 친화성을 갖기 위해서는 화합물의 한쪽 끝에는 아미노산인 proline 이 붙어 있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첫 화합물로 benzyl proline을 만들었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데이브에게서 활성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그 활성은 매우 약했지만 특이적으로 ACE에 결합하는 것 같다고 했다. 첫 실험이 비교적 좋게 나온 셈이었다. 이제부터는 구조의 기본 틀은 유지한 채 잔가지를 조금씩 바꾸어 가면서 활성을 테스트 하기로 했다. 그런 노력으로 100 여개의 화합물을 만들었다. 그 정도 개수면 충분했다. 왜냐하면 그는 어떤 구조의 화합물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ACE 효소에 함유된 아연 금속을 겨냥해 티올 (-C-SH)을 도입한 화합물에서 강력한 활성이 나왔다. 분자량(217)이 작은데다가 마침 경구 흡수도 잘 되었다. 고혈압 치료제의 새로운 시대를 연 captopril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1975년의 일이었으니 그가 ACE 분야에 전념한 지 8년만에,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시 매달린 지 1년 반만에 얻은 성과였다. 결과를 정식으로 회사에 보고했을 때 경영진이 흥분하며 열광했음은 물론이다. 스퀴브사는 전속력으로 임상시험을 추진했다. 이윽고 1981년에 FDA로부터 신약으로서 승인을 받게 되었다. Captopril의 탄생은 신약개발의 역사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먼저, renin-angiotensin 계를 차단하면 혈압을 정상혈압으로 떨어뜨릴 수 있음을 최초로 입증한 사례이다. 이뇨제 외에는 변변한 치료제가 없어서 고생하던 당시의 고혈압 환자들에게 새로운 해결책을 안겨 준 셈이다. 요즘 고혈압 치료제의 대세가 된 sartan 시리즈가 탄생한 것도 captopril의 성공에서 유래한 것이다. 또, captopril은 분자 구조와 약효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여 신약개발을 이룬 최초의 사례이다. 논리적인 접근으로 약물 분자를 이루는 각 치환기의 역할을 이해한 후 최적의 약효를 갖는 분자구조를 찾아낸 것이다. 이제 분자구조-약효 상관관계를 살피는 일은 오늘날의 신약개발 현장에선 보편적인 접근법이 되었다. 끝으로, best in class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즉, captopril은 피부발진과 쇳가루 맛이 나는 단점을 지니고 있었는데 분자내에 티올 그룹을 함유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티올 그룹을 함유하지 않은 enalapril이 Merck사에 의해 탄생하였고 captopril보다 상업적으로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First in class 로 탄생한 신약이라도 약점이 노출되면 언제든 best in class 전략으로 개발된 약에 의해 주도권을 뺏길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겔이 연구자로서의 과학적 호기심을 포기하지 않고 마침내 captopril을 발견해 낸 것은 한국의 신약연구환경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가 창의력과 집중된 노력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는 연구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의 제약기업들의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연구원 규모에 비해 과제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방대한 과제들을 운영하다 보면 소속 연구원들은 목전에 있는 업무에만 급급하게 되어 깊이 있는 연구를 하기 어렵고 창의력을 발휘할 여지가 줄어든다. 경쟁력 있는 과제에만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연구원들이 전문성을 더 쌓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면 좋겠다. 또한, 지위에 관계없이 누구나 연구 아이디어를 내고 존중받으며 그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부여하면 어떨까 한다. 이런 시도를 하다보면 first in class이든 best in class이든 혁신신약이 나올 수 있는 연구환경이 더 빨리 만들어지지 않을까? 브라질 독사의 독이 인류에게 큰 선물이 된 것은 창의적인 아이디어, 자발적인 연구,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유연한 연구문화에서 비롯되었음을 기억해야 겠다.2013-08-29 06:30:20데일리팜 -
산야초효소가 아니라 산야초설탕절임이다지난해부터 몸에 좋다는 효소 광고들이 일간신문에 전면광고로 등장하더니 얼마 전에는 TV 프로그램에까지 선보인 것을 보면 효소 열풍이 꽤나 거센 모양이다. 필자가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청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자칭 '효소 명인'이 등장해 마치 요리강습을 하듯이 산야초와 설탕을 '1대1'에서 '2대1' 사이의 비율로 넣고 수 개월간 숙성시켜 효소를 담그는 방법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했다. 산야초의 종류에 따라 설탕의 비율과 숙성기간이 다르기 때문에 다년간의 경험이 필요하단다. 잘 숙성된 산야초효소는 혈액순환을 도와주고,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어 거의 만병통치에 가까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에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인체를 비롯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수천 종류 이상의 효소들을 체내에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많은 종류의 효소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수천 가지의 효소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수천가지의 화학반응에서 촉매로 작용한다. 화학반응과 효소의 관계는 자물쇠와 열쇠의 관계와도 같다. 하나의 효소는 짝이 맞는 하나의 화학반응의 촉매로는 작용하지만 제 짝이 아닌 다른 화학반응에 대해서는 전혀 활성이 없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판매하는 소화제 알약에는 아밀라아제(amylase), 프로테아제(protease), 리파아제(lipase)가 들어 있는데, 이 효소들은 각각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분해시키는 작용을 한다. 아밀라아제는 탄수화물을 분해시키는 활성이 있지만 지방이나 단백질 분해에는 전혀 활성을 나타내지 않는다. 또한 탄수화물이 분해되어 만들어진 포도당은 여러 경로를 거쳐 에너지로 바뀌는데, 이런 과정에도 여러 효소들이 관여한다. 생명을 유지하려면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필요한 양만큼 계속 만들어져야 되기 때문에 이런 성분들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정밀한 조절작용이 필요하다. 이런 조절작용의 균형이 깨질 때 질병이 발생한다. 피부세포나 머리카락을 보면 세포의 성장과 사멸이 쉬지 않고 일어남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적혈구, 백혈구, 뼈를 비롯해 몸의 모든 세포들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수명이 다하면 사멸한다. 세포 성장의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지나치게 빨리 자라면 암이 발생하게 된다. 이와 같이 건강한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천가지의 화학반응이라는 '자물쇠'가 필요하고, 이런 수천가지의 '자물쇠'를 열기 위해서는 수천가지의 '효소'라는 '열쇠'가 필요해진다. 이렇게 생물체에 존재하는 수천 종류 이상이나 되는 효소의 종류와 기능을 밝히고자 연구하는 학문이 '효소학(enzymology)'이다. 세계적으로 효소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수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학술지도 다수 발간되고 있다. 특정 효소를 지칭할 때는 그 효소의 고유한 이름과 관여하는 반응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현재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효소제품'들 중 건강증진 효과가 증명된 것은 하나도 없다. 당연히 식약처의 건강보조식품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시중의 효소제품들 중 어떤 효소가 얼마나 들어있는지 표기한 제품은 하나도 없다. 설사 효소가 들어있다 하더라도 아밀라아제가 미량 들어있는 정도로서 이는 알약 소화제에 들어있는 양의 수천분의 1에 불과한 양이다. 이런 제품들이 건강증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산야초와 설탕을 '1대1'로 섞어주면 설탕농도가 50%나 되어 발효가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유산균도 거의 없다. 잘 익은 김치 1그램에 8억의 유산균이 들어있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자명하다. 그러므로 '산야초효소'라고 하지 말고 '산야초설탕절임'이라고 해야 맞다.2013-08-26 11:42:42데일리팜 -
정부 정책에 관심 없어진 약사들일반약 편의점 판매로 아픔을 겪었던 약사사회에 재분류 파도가 몰아치고 있다. 120mg 이상 슈도에페드린이 함유된 일반약이 전문약 전환 위기에 놓여있고 피임약과 스테로이드 외용제 재분류를 위한 연구도 정부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박카스 의약외품 전환부터 일반약 편의점 판매 등 태풍을 만났던 약사사회는 재분류 논의에 무뎌진 것처럼 보인다. 에페드린 함유 일반약의 전문약 전환 추진에도 대한약사회는 성명 한 장 발표하지 않았다. 아직 구체화되거나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 해도 식약처 중앙약심에 안건이 상정된 것만으로도 충분한 이슈인데도 말이다. 서울지역의 한 분회장은 "상비약 편의점 판매라는 큰 이슈를 겪고 나니 약사들도 정부 정책에 관심이 없어지거나 둔감해 지고 있다"며 "특히 청구 불일치 사태를 보면서 생긴 정부에 대한 불신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분회장은 "한약사가 약국을 개설한 모든 일반약을 팔고 있는데도 복지부가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대한약사회 정책은 물론 복지부 정책에도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약사사회를 위협하는 정책이 나와도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한약사 일반약 판매, 일반인 약국 개설, 의약품 재분류, 의료계의 선택분업 주장 등 약사사회를 위협하는 정책이 이슈화될 경우 약사사회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2013-08-26 06:30:01강신국 -
경영진이여, 품질은 지키고 탐욕은 버려라식품의약품안전처는 21일 검증절차 없이 의약품 유통기한을 조작, 판매한 혐의로 한국웨일즈제약의 전 품목에 대해 판매금지와 강제회수 조치를 내렸다. 조치대로라면 제약사상 전대미문의 충격적 사건이다. 만약 유통기한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국민의 건강권은 물론 대한민국의 의약품 안전시스템을 정면으로 비웃고 우롱한 시대의 사기극으로 기록될 것이다. 진심으로 이 회사가 조작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사실로 밝혀진다면 식약처는 취할 수 있는 모든 행정적 조치를 단행, 제약산업계에 일벌백계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유통기한 조작이 고약한 건 경영진부터 말단 작업자까지 집단적 공모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이다. 내부고발이 없으면 결코 밝혀 낼 수도 없다. 그 만큼 악성이란 말이다. 또 고약한 건 약사법으로 이중 삼중 둘러싸인 의약품 안전성 검증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든다는 점이다. 동물실험, 임상시험, 생물학적동등성 시험 등 의약품 개발단계서 입증해야만 하는 유효성(Efficacy)과 안전성(Safety) 검증 과정은 물론 공장 밖으로 나가 안전하고 유효하게 쓰여질 수 있는지에 중요한 안정성(Stability) 입증 시스템 등 모든 과정을 유통기한 조작은 그야말로 한순간 '꽝'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사건은 일괄 약가인하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GMP 공장을 신축하고, 우수한 생산인재를 양성해 품질 높은 의약품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체 산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품목별로 GMP를 입증하고, 생산 밸리데이션 확증을 위해 3배치나 시험생산하고 있는 국내 전체 제약산업계에 대한 모독이나 다름없다. 특히 이같은 사건은 개별 기업들이 글로벌로 진출하는데 크게 도움을 줄 PIC/s의 가입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보면 훼방꾼이나 다름없다. 국내 제약업계는 모두 이번 사건을 다시한번 제약회사의 소명과 품질에 대한 '한없는 욕심'을 되새기고 충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회사 전체 시스템이 품질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올해 회수조치된 어린이용 타이레놀 현탁액, 락테올 등 유산균 제제, 함량 부족 등 품질의 문제로 처분 받은 사례 등 정도가 다를뿐 웨일즈라는 특별한 한 곳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엔 아직 국내 제약산업계엔 미진한 부분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품질은 작업장의 작업자들보다 오너와 최고경영진의 제약산업과 의약품에 관한 철학에서부터 확보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책임있는 최고위 경영진들은 품질은 어떤 경우에도 지키고, 소소한 탐욕은 과감하게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자세로 재무장해야 한다. 웨일즈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고, 일부의 문제로 외면하거나 '우리는 잘하고 있겠지'하며 안일하게 있다가는 회복하기 어려운 사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품질 확보는 기계 장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 만큼 최고위 경영진으로부터 말단 작업자까지 연중무휴 깨어있어야 한다.2013-08-23 12:25:00데일리팜 -
이름 바꾼다고 다 해결될까요?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은 둔갑술의 귀재다. 상황에 따라 사람으로도 변하고 바위로도 변한다. 손오공은 72가지 둔갑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둔갑술이 능통하다 보니 상황대처 능력도 탁월하다. 그렇다면 손오공이 바위로 변했을때 그것은 바위일까? 손오공일까? 이것은 현상과 본질의 문제다. 사람들은 현상을 보고 판단하지만,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질을 제대로 인식하고 꿰뚫고 있느냐다. 제약단체 양대산맥인 제약협회와 KRPIA의 이름 바꾸기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는 협회 이름인 한국명에 '다국적'을 빼기 위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제약협회는 제네릭, 복제약이라는 이름에서 탈피하기 위해 13일부터 좋은 우리말 용어 공모전을 전개하고 있다. 두 단체의 명칭 변경 검토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부문이다. KRPIA(Korean Research-based Phamaceutical Industry Association)의 영문명 그 어디에도 다국적이라는 이름은 찾아볼수 없고, 이름 자체가 다국적제약사만의 단체라는 인식이 강해짐으로써 충분히 부담을 가질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Research-based에 걸맞는 명칭을 사용해 변화를 시도하겠다는 KRPIA의 노력은 인정할 만 하다. 제약협회의 제네릭 이름 바꾸기 공모전은 더욱더 명분이 좋다. 그동안 전문언론은 물론 복지부나 식약처 등 정부기관조차도 카피약 이미지가 강한 복제약이라는 이름을 써왔던 만큼 후발의약품 이미지 개선을 위한 명칭변경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리고 좋은 이름이 뽑혀서 국내 개발 의약품이 제대로 대접받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명칭변경에 앞서 '현상' 보다는 '본질'에 충실한 선행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KRPIA는 영문명인 'Research-based'에 어울릴수 있는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 다국적제약사들이 연구개발에 기본을 둔 국내생산기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임상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연구소가 국내에 있는지 되묻고 싶다. 다국적제약사의 현 주소가 수입과 유통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명칭변경만으로 인식 개선이 가능하냐의 문제다. 또 제네릭 명칭 변경에 앞서 국내제약사들이 제대로 제네릭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했느냐 되묻고 싶다. 혹시 값싼 원료를 더 선호하거나 GMP투자에 제대로 노력했는지 되묻고 싶다. 국내 상당수 국내 제약사들이 품질좋은 제네릭 의약품 개발 보다 영업력에만 몰입하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다. 현상 보다 본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야만 명칭이 바뀌었을때도 누구나 인정하고 박수를 쳐줄수 있기 때문이다. 손오공이 탁월한 둔갑술을 가졌으면서도 꼬리를 제대로 감추지 못해 요괴들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 예화는 2013년 현재 제약업계가 경청할 이야기이다.2013-08-22 06:30:02가인호 -
정부, 약사·한약사 갈등 조정 대책있나1993년 한의사와 약사간 한약분쟁이 발발한지 20년 만에 유사하지만 그 성격은 다소 다른 약사와 한약사간 또다른 분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권이 개입돼 있는 직능간 분쟁은 조정도 매우 어렵고 사회적 파장 역시 적지 않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된다. 한의사와 약사간 분쟁의 출구 전략으로 출현한 한약사가 분쟁의 당사자로 떠올랐다. 일반의약품 판매권을 두고 약사와 한약사가 현장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 갈등 양상은 정부의 첩약급여화 시범사업과 맞물려 한의사-약사-한약사간 더 복잡하고 미묘한 이해관계를 만들 것으로 예상돼 향후 사회적 분쟁거리를 예비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정부는 과연 한의사, 약사, 한약사가 이해관계는 물론 직능 자존심까지 어우러져 야기할지도 모르는 사회적 분쟁에 대비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해 약사와 한약사간 갈등 조짐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근원적이유는 한방분업 등 한방정책에 대한 정부의 뚜렷한 소신이나 비전이 없다는데 있다. 현행 건강보험 체제를 기축으로 삼으면서 상대적으로 한방에 무관심 했기 때문이다. 한의사와 약사간 한약분쟁이 일었을 때 한방분업이라는 해법을 마련하고, 만만치 않은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며 2만3000여명의 약사들에게 한약조제권을 부여하는 한편 한약사제도를 도입해 최소 1600명 이상 한약사가 배출되도록 정부는 한방분업을 외면해 왔다. 약학대학과 한의과대학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3개 대학에 설치된 한약학과에서 매년 120명씩 배출되고 있는 한약사들은 소위 '100방'에 갇혀 직능적, 직업적, 신분적인 보장이 없는 가운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제약회사 안전관리자로, 독자적인 한약국 개설자로 다양한 방면에서 오직 혼자 힘으로만 삶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방분업이 지체되고, 이들의 숫자가 늘어날 수록 내재된 갈등은 점차 폭발력을 키울 수 밖에 없다. 약사들도 한약분쟁의 마뜩치 않은 산물로 손에 쥔 한약조제권도 무용화된데다, 독점적 권리라고 믿었던 일반의약품 판매부문에 한약사들의 진출이 반가울리 없을 것이다. 갈등과 분쟁의 조건이 더 무르익고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정부는 더이상 나몰라라 외면만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부터라도 한의사-약사-한약사간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2013-08-20 06:34:51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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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품대금 결제기한 입법이 필요한 이유우량거래처는 공급자에게 특혜를 받고 싶어한다. 마진율을 높게 요구하거나 할증으로 열개를 받으면 한 두 개 더 얹어 받는다. 결제를 일찍 해주는 조건으로 일부 금액을 면제받는 일도 적지 않다. 이른바 '갑을관'계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주에게 행사했던 과도한 '밀어넣기'가 올해 상반기 사회적 이슈로 떠으로면서 '갑을관계'의 폐해가 도마에 올랐다. 야당은 '을 지키기법'을 잇따라 발의하기로 했다. 의약품산업계에서는 의약품 공급자와 구매자인 제약·도매업체와 요양기관 사이에서 이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특히 병원은 '갑 중의 갑', '슈퍼갑'으로 통한다. 도매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의 평균 약품대금 결제기한은 7개월이 조금 넘는다. 최근 조사에서는 의약품을 입고하고 세금계산서를 두 달 후에 발행해 공식적인 결제기한 이외에 2개월을 더 누리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병원 76%는 결제기한에 대한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기간을 정해 공급업체에 통보한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일이 생긴다. 병원은 결제대금 지연을 통해 약 73억원의 금융이자를 이득으로 챙긴다. 반면 도매업체들은 지급보증 등을 위해 300억원 이상의 지급수수료를 부담한다. 전형적인 갑을 간 불공정거래 행태다. 이 것이 의약품산업계의 '갑의 횡포'이기도 하다. 병원협회와 도매협회는 최근까지도 오제세 보건복지위원장이 대표발의한 약품대금 결제기한 의무화 법을 놓고 대안을 모색해 왔다. 병원계는 그러나 의무입법 대신 자율권고로 논란을 매듭짓고 싶어한다. 반성도 없다. 수가체계를 문제 삼고, 병원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스스로의 문제를 을에게 전가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나 죄책감조차 없다. 그러면서 앞으로 병원이 결제기한 단축을 위해 노력할 테니 덮고가자는 것이다. 도매업계 입장에서는 황당하기만 일이다. 국회에서도 오 위원장 법안에 대한 공감대가 적지 않다. 입법이 최선은 아니다. 그렇다고 의약품 거래관계를 왜곡하는 이런 관행을 놔둘 수 도 없다. 확장하면 비상식적인 결제기한 장기화는 리베이트의 한 유형으로도 볼 수 있다. 결제기한 의무입법은 이런 면에서 불공정을 제어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입법적 노력이다. 병원계가 의무화를 용납하지 않아 입법이 힘들어진다면 건강보험공단이 약품비를 직접 의약품 공급자에게 지급하는 '직불제' 도입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정의다.2013-08-19 06:30:01최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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