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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약사 많은 일 하는데 고객, 왜 고마워 안할까모연화 약사약국 경영과 약료 실현 [1] 서비스 가치 탐구와 언어화약국은 소매업이다. 소매업은 상품 혹은 서비스를 전달하여 이윤을 남기는 행위를 근간으로 둔 유통 비즈니스를 일컫는다. 약국을 개업한다는 것의 의미는 이러한 소매업을 통해 이윤을 남기는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약국은 이러한 비즈니스 구조를 가진 소매업이라 규정짓는데 있어, 다른 소매업과 차이를 갖는다. 필자는 '인적요소를 통해 생성되는 고객 중심의 가치' 가 차이의 핵심이라 생각한다.약국에는 '인적요소'인 '약사'가 존재한다. 그리고 '약사'는 고객 중심의 '약료'를 실현하는 것을 업의 본질로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학교를 비롯한 약업계는 약사의 70%가 근무하는 약국, 고객 접점에서 약료를 행하는 약국에 대한 폭넓은 탐구 및 평가를 실시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약사의 고객 중심 서비스의 가치, 약국 약사가 실현하고자 하는 '약료' 에 대한 정확한 정의는 체계적으로 정의되지 않고 있다.세계인의 위키피디아에 존재하는 약료의 정의를 살펴보자 "Pharmaceutical care is the direct or indirect responsible provision of drug therapy for the purpose of achieving the elimination or reduction of a patient's symptomatology; arresting or slowing of a disease process; or preventing a disease or symptomatology. The mission of the pharmacist is to provide pharmaceutical care. Pharmaceutical care is the direct, responsible provision of medication-related care for the purpose of achieving definite outcomes that improve a patient’s quality of life." 핵심은 다음과 같다. 약사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명백한 결과를 목적으로 환자의 약물 관련 문제에 대한 예방 및 해결은 물론 약리적 치료의 최적화를 통해 고객 및 환자의 건강을 관리한다.무슨 말이냐면, 약사는 약의 전문가로서 약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을 넘어, 정보를 이용하여 사람을 돌보고, 그 결과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약료'를 목표로 가진 직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간 고객 중심의 약료를 적절하게 정의하고, 약료 중심 서비스를 개발하기 보다는, 통상적인 '조제', '복약' 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왔다.고객은 언어와 가치로 서비스를 인지한다. 행동이나 행위의 따뜻함이 언어 이상일 것 같지만, 고객 중심의 언어로 표현되지 않으면, 고객은 그 서비스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실제 조제 및 투약이라는 단어로만 인지되는 약국 안에서 사실 우리는 환자를 위해 많은 일을 한다. 그런데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는다. 서운해 하지 말고, 반성해야 한다. 루틴한 일상 속에서 행해지는 서비스를 세세히 나누고 가치평가 후 언어화 하지 않은 우리의 책임이 크다. 예를 들어 보자. 고객이 약국에 처방전을 들고 들어온다. 건조한 표정의 약사가 처방전을 스윽 보는 그 순간, 약사는 '처방감사'를 행한다. 의사의 처방을 리뷰하며, 용량, 용법, 적절한 약물 선택, 금기, DUR 등 다양한 것들을 살핀다. 입을 열어 '고객님 처방의 용량과 용법이 맞는지 감사하는 중입니다' 고 알리지 않는다. 감사를 통해 걸러지는 처방 에러는 의사에게 전화로 전달되고, 수정된다. 약사는 수정된 처방전을 입력함으로써 ‘감사 후 처방수정’ 행위는 기록되지 않는다. 행위 가치를 알리지 않았고, 기록하지 않았고, 그 가치를 탐구하여 이론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은 인지하지 못한다.약사가 투약을 한다. 고작 하루 세 번 이라고 말하더라. 라는 말로 대변되는 약사의 복약지도 역시 지금껏 폄하 되어 왔다. 하루 몇 번 이라는 말이, 약의 복용에 있어서 폄하될 만한 말인가 생각해 본다. 약의 용법/용량을 정확히 지도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복약순응도를 높이기 위한 가장 중요한 행위는 용법, 용량을 정확히 전달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그 대면 순간의 가치를 알리지 않은 덕에, 약사의 입을 통해 나오는 설명은 그저 그런 말로 들릴 뿐이다.약사를 통한 영양 물질 상담 역시, 그 가치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은 대표적 서비스이다. 약사는 다양한 제약회사와 거래를 하며, 그 제약회사의 다양한 제품을 '고객중심'의 시각으로 평가한다. 이 제품이 어떤 고객에게 도움이 될지, 이 성분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신제품으로 나온 것들은 어떤 것이 개선되어 있는지 살핀 후, 약국에 들여 놓는다. 그리고 고객과의 상담은 고객이 복용하는 약물, 기저 질환, 불편한 증상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핀 후, 적절한 제품을 '큐레이팅' 하며 진행된다. 어떤 소매업에서도, 이러한 지식 기반의 건강상담을 실행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고객은 약사의 상담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가 그 차이를 탐구해 언어화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위에서 살펴 본 감사, 투약, 상담 뿐 아니라 '현장'에서 실행되는 다양한 서비스는 다양한 이유로 제대로 연구되지도, 그 가치를 언어화 하지도 못했다. 그 결과 약사, 약국의 Core-value (핵심가치) 는 제대로 고객에게 인식되지 못했고, 약국은 그저 돈이 오가는 소매업으로만 인지되었다. 우리는 고객 접점의 약사와 약국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탐구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오직 ‘고객 접점’에서 필요가 '인식' 되는 직업만이 살아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약사라는 업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2017-09-02 06:14:54데일리팜 -
[사설] 몹시 어리석은 경남도 행정심판위의 심판병원의 연장선에 있는 편의시설에 "약국 개설을 허용해 달라"는 민원인의 심판 청구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경상남도 행정심판위원회의 판단은 숲은 간과한 채 나무만 들여다본 것으로 몹시 어리석다. 한 나라 보건의료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의약분업제도의 정책 철학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자체 행정심판위가 이토록 국가 정책의 뿌리를 뒤 흔들어도 좋은지 의문이 든다.경남도 행정심판위는 지난달 30일 오후 3시 나라의 정책에 전혀 합목적적이지 못한 심판을 했다. 경상대병원의 소유인 건물에 약국이 들어서도록 허용한 것인데, 이 심판은 창원시 경상대병원에 머물지 않고 전국병원으로 번질 공산이 크고 보건의료 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다시말해 이번 심판은 제2, 제3의 경상대병원이 출현을 위해 길을 터준 것이나 한가지다.의약분업의 정신이란 대체 무엇인가. 단적으로 말해 의약품의 처방(의사)과 조제(약사)를 분리해 놓는 것이다. 효과와 부작용이 함께 있어 양날의 검으로 불리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되도록 하려면 처방과 조제가 한 몸이 되어서는 안된다. 따라서 우리나라 의약분업은 기관분업이라고도 불린다. 외래환자가 병원안에 있는 약국(일명 원내약국)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위해 처방과 조제에 관해 병원(의원)과 약국을 따로 떼어놓는 것도 바로 그때문이다.병원과 편의시설 사이에 도로가 있다고 해서, 편의시설의 임대권을 제3자에게 넘겼다고 해서 편의시설이 병원소유가 아닌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약국개설을 허용한 이번 심판은 그동안 환자편의를 내세워 병원약국이 외래환자 처방을 조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병원계에 잘못된 시그널을 전달해줄 우려가 크다. 의약분업은 태생부터 '불편함'을 전제로 한 제도다. 환자들의 편리성만 고려한다면 이 제도는 성립될 수 없다. 환자 안전성을 핵심가치로 둔 제도다. 그래서 인체에 투여되는 의약품의 쓰임이 바로되도록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분리한 것이고 상호감시하도록 한 것이다.이번 심판은 행정소송에서 반드시 바로 잡혀야 한다. 전국의 크고 작은 약사단체들이 이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가운데 창원시약사회가 31일 창원지방법원에 '창원경상대병원 약국개설등록 수리절차 금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행정소송 준비에 나선 것은 당면한 지역의 문제를 넘어 의약분업의 근간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적절하다. 정책의 주무당국인 복지부 역시 이 문제를 좌시해서는 안될 것이다.2017-09-01 06:14:54데일리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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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초보 영업팀장의 징크스' 탈출법'제약산업계 중간관리자인 영업팀장과 지점장들은 부단한 자기계발과 교육을 통해 리더로 만들어진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신임 지점장들의 한결 같은 고민이 있다. 바로 '통솔력을 어떻게 배가시키느냐'를 두고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사례를 취재 현장에서 적잖게 만난다.팀원들의 성향은 각양각색이다. 이리저리 머리만 굴리고 매일 핑계만 대는 팀원,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안하는 팀원,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그저 자기 일만 하는 팀원, 아부만 하는 팀원 등등. 그들의 고민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업무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지시하는 과단성 부족을 어떻게 뛰어 넘을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싸맨다. 이처럼 성향이 다른 십수명의 팀원을 하나의 목표로 결집하고, 성과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물론 이런 문제는 지점장 발령 후 6개월여의 허니문기간이 지나면 대부분 극복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보직 해임되는 케이스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최소 15년 이상 업무에 매진하며 제약영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지점장 위치에 올라 괄목할 실적을 내기도 전에 낙마의 고배를 마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사 차원의 체계화된 리더십 교육도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부단한 노력과 담금질이 먼저다.리더십의 요체로 평가받는 손자병법과 군주론을 살펴보자. 장수는 부하 장졸을 사랑으로 대하되 예하 지휘관들의 눈치를 살피거나 심약한 모습을 보이면 군기가 서지 않고, 군주는 집정 초기 각료들에게 업무 분량을 적게 주다 갈수록 폭증시키면 불만이 반역으로 돌아온다는 손무와 마키아벨리의 말에 수긍이 간다. 내성적 성격의 신임 지점장이라면 저서 속 문구를 새겨 볼 필요가 있다. 팀장, 지점장, CEO를 막론하고 리더라면 자신이 권한과 책임을 자진 최고지휘관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지시하고, 판단해야할 리더가 선택장애로 다수결로 모든 결정을 내려서야 되겠는가.강한 정신력을 길렀다면 다음은 팀원과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조직을 하나로 묶는 작업이 중요하다. 조직관리론의 기본은 직위를 이용한 권위·강압적 자세가 아닌 공감의 언어와 배려, 공평한 태도, 눈치와 촉을 들 수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역량이 조금 부족한 팀원에게도 믿고 일을 맡기고, 업무의 가치를 느끼고 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상황 체크도 안하고 잘못된 결과만 보고 팀원을 질책하는 것은 방임이다. 업무를 마친 후 잘한 점과 잘못한 점을 알려줘야 시행착오의 반복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느낌과 감으로 팀원의 상황을 간파하고 감정싸움을 피하는 것도 전력 손실을 막는 중요 덕목이다.지점 매출액 증대는 지점장 지상 최대의 목표이자 책임이다.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조건은 리더십 역량이다. 다시 말해 그 위치를 감당할 그릇이 되느냐다. 팀원 시절에는 처방 실적 초과 달성만 하면 인센티브와 승진이 보장된다. 하지만 지점장이라는 별을 달게 되면 평가항목이 늘어난다. 프리젠테이션 능력, 조직 관리 및 기획력 등등이 대표적이다.지점의 수장이 바뀌면 조직원들도 술렁이기 마련이다. 좋니 싫니 뒷담화도 무성하다. 단기적으로 매출이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이 같은 현상은 신임 지점장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팀장과 팀원이 서로를 맞춰가고 알아가는 과정으로 누구나 겪는 일이다. 사자는 자기가 사자임을 알았을 때 비로소 밀림의 왕자로 태어난다. 신임 지점장 역시 자신이 지휘권을 가진 리더라는 점을 깨닫고 스스로 단련해 간다면 '초보 팀장 징크스'를 훌훌 털고 비상하지 않을까.2017-09-01 06:14:53노병철 -
백신허가 이노베이션, 사다리 걷어차기 vs 올라가기백신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이노베이션은 필수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노베이션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나 생산단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임상, 인허가,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소홀하게 다룰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수가 있다.연구와 생산에 국한시킨 관련된 기술개발에서의 측면만 보더라도 백신분야는 크게 4회 혹은 5회의 혁신이 있었다.첫 번째, 1930년대에 근대적 의미의 백신제조기술이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병원체를 분리하여 배양하고 정제와 불활화를 시켜 주사하는 방식이 이 때에 정립된 것이다. 지금도 접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DTP, BCG, 소아마비, 플루, 공수병 백신 등이 여기에 속한다.두 번째 기술적 혁신은 1980년대 유전자재조합기술의 등장을 꼽을 수 있는데, 이 기술로 B형간염백신이 개발되었으며 자궁경부암백신, 비세포성 백일해(acellular pertussis), Lyme병 백신개발의 기초가 되었다. 이 재조합기술은 백신보다는 항체의약품개발에 더 결정적인 공헌을 하였다.세 번째는 약 십년뒤인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나온 접합기술이다.이는 바이러스백신보다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디게 이루어지던 세균백신 분야에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되었다. 오랜기간 세균의 외피를 이루는 폴리사카라이드는 항체형성의 걸림돌이었는데 그 이유는 폴리사카라이드에는 항체가 잘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세균의 외피를 이루는 폴리사카라이드와 단백질을 접합시키는 접합기술(glycoconjugtion)이 나오면서 개발된 백신이 헤모필러스 인플루엔자 b형백신(Hib), 폐렴구균백신(PCV), 뇌수막구균백신(Men ACWY), GBS, S. aureus등이다.네 번째가 바로 최근 2010년대에 나온 reverse vaccinology라는 기술로 병원체의 유전체정보를 통해 병원체중 항원성 및 면역원성이 있는 단백질만을 발굴해내 불필요한 단백질을 빼고 항원결정기가 있는 단백질만을 골라 백신을 제조한다는 콘셉트다. E coli에 발현시켜 항체를 만든후 bacteriocidal effect가 있는 단백질을 선택하는 방식이다.이후의 차세대 기술은 reverse vaccinology에서 진일보한 structural vaccinlogy(구조단백질을 밝혀 항원을 디자인하는 것), synthetic biology(인공세포에 필요한 유전자를 넣어 합성), adjuvant(면역보강제사용)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여기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 백신의R&D활동은 근래에 들어 특히 매우 활발한 편으로 보이나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reverse vaccinology, 구조생물학, 시스템생물학과 같은 최신기술을 백신설계부터 적용하려는 시도는 매우 미진하다. 이뿐만이 아니고 동물실험 및 임상시험 관련 기술기반도 선진국에 비해서는 매우 취약한 편이다.지난한 의약품개발 과정에서 화룡점정의 단계는 역시 허가를 받는 일이다. 모든 백신은 신제품 프로세스를 따라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백신은 최종적으로 야외에서의 효능평가(efficacy)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신제품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다국적회사들의 오랜 기간의 논리가 되었다.이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후발주자로 백신을 개발하는 회사들은 효율적인 방어논리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process makes the product.따라서 모든 백신은 신제품이며 WHO를 비롯한 세계적인 권위의 규제기관들은 규제기관의 당국자들이 모든 백신을 신제품으로 간주하고 리뷰할 것을 권했다. 이 도그마는 대단히 권위적이었으므로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미개인 취급을 받았다.한국돈으로 몇천억에서 1조원가량이 들어가는 efficacy가 부담이 되어 중간에 개발을 포기하는 회사가 생겼다. 돈도 돈이지만 실패했을 때의 중압감으로 차라리 포기하자는 쪽으로 선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변화의 조짐은 엉뚱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화이자의 pcv가 7가에 이어 13가가 전세계적인 블록버스터가 되면서 16가, 20가하는 식의 혈청형 늘리기를 통한 개발이 다국적 백신제약사를 중심으로 불기 시작했다.그런데 공교롭게도 여기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었다. 어느 회사든 백신개발계획에 efficacy study는 없었다는 점이다.그리고 한국에서 줄기차게 주장하던 백신개발에서 efficacy study의 중요성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Immunological correlation of protection(ICP)가 그 자리를 대체하더니 상관관계만 입증을 하면 굳이 돈들고 시간들어가는 efficacy할 필요없이 면역원성에서 비열등만 보이면 이 데이터로 갈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이 주장은 WHO가이드라인이 지난 연말 완성이 되면서 논리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금년 식약처주최의 GBC행사에서는 지난해 행사보다 더 진화한 논리가 도입되었다. 앞으로는 efficacy data 없이 면역원성만 가지고 허가를 하는 adaptive licensure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영국에서 1999년 C형뇌수막염(MenC)백신허가에 처음 도입된 제도로 허가당국과 백신제조사가 협력한 일종의 맞춤형허가의 의미라는 설명이었다.허가전 안전성 유효성 심사에서 문제가 없어서 출시된후 장중첩으로 시장에서 철수한 로타쉴드에서 배운 교훈으로 허가전 철저한 검증보다는 대신 백신출시후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백신의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논리의 개발인 셈이다. 물론 없던 논리는 아니다. 온고이지신을 연상케 하는 논리의 개발이었다.기억이 맞다면 의료기기의 인허가 라식의 전단계인 엑시머레이저의 허가를 연간 200명으로 시작해서 몇해에 걸쳐 파이로트 수술을 거친후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후에 인원수를 제한하지 않는 사실상의 허가를 해준 적이 있다.1998년 로타바이러스 위장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인 로타쉴드가 개발되어 시판되었다. 나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었으나 허가 이전에 진행되는 임상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빈도수가 낮은 이상반응은 발견되기 어려웠다. 로타쉴드의 경우 시판후 전체 인구집단에 노출되자 나타난 치명적인 이상반응이 장중첩(intussusception)이었고 결국 전체의 백신물량이 리콜되어 사실상 판매는 중단되고 말았다.로타쉴드의 건과 기존의 입장을 바탕으로 발표자는 허가당국은 기존의 템플릿을 바꾸지는 말고 때에 따라서 전향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무리를 했다. 소름이 끼치는 결론이었다. 아래 쪽 사다리는 걷어차겠지만 위쪽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내가 계속 써야겠다는 뜻이었다.2017-08-30 12:15:00데일리팜 -
[데스크 시선] 잊혀진 화상투약기와 법인약국 정책달라져도 이렇게 달라질 수있을까?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수없이 반복됐던 서비스산업선진화와 보건의료 규제완화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자취를 감췄다. 보건의료 전문언론들 사이에서도 요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쓸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지난 정부에서는 상비약 편의점 확대, 법인약국의 또 다른 이름인 브랜드약국 도입, 원격의료, 조제약 택배, 화상투약기 등의 이슈들이 약사사회를 편치 않게 했다. 보건의료를 공공의 영역이 아닌 민간의 서비스 영역으로 본 지난 정부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정책들이었다. 즉 규제완화를 모토로 한 신자유주의 경제 철학이었다.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영역을 없앤(규제완화) 약육강식의 세계다. 호랑이와 토끼를 같은 우리에 넣어 놓겠다는 것인데 그래야 토끼도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움직여야 체질이 강화된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호랑이는 대자본이 되고 토끼는 중소자영업과 중소기업이 될 것이다. 승자는 정해져있는 셈이다.김동연 부총리 체제의 기획재정부에서 서비스산업선진화법 입법 이야기나 보건의료 분야 규제완화 등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모두 이명박,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아젠다들이었다.현 정부에서는 공유경제 등 신 유형 서비스의 활성화 및 서비스업의 고부가 가치화를 위한 종합대책인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을 11월 공개하겠다는 게 전부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사람 중심의 경제구현, 일자리 창출에 경제 정책의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특히 서비스 산업 선진화 대책이 나와도 보건의료 분야는 제외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으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 핵심 정책은 이미 공개가 됐다. 보건의료를 시장의 논리가 아닌 공공의 영역으로 묶어두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요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쓸게 없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게 나쁘지도 않다는 생각이 든다.2017-08-28 06:14:55강신국 -
[기자의 눈] 감춰진 병원약사 전문성, 몰라봐 미안"병원약사들도 점점 지상으로 올라갈 때가 됐어요. 제반 상황들 때문에 병원 약국들이 지하에 있다지만, 이제 약사들은 지상에서 환자를 만나고 의사, 간호사들과 소통해야 할 시대가 왔습니다."대표적인 국립대병원인 서울대병원 약제부가 병원 약사들의 역할을 알리겠다고 나섰다. 그간 환자 안전과 약료 서비스 개선을 위해 해왔던 끊임없는 연구와 실무가 제대로 부각되지도, 인정되지도 않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는 것이다. 약제부는 다음 주에 열릴 '환자 안전과 병원약사의 역할'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외부 홍보 활동으로 관련 정책 개선에 일조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보통 '약사'라고 하면 우리가 쉽게 접하고 소통하는 개국가 약사들이 자리해 있기 마련이다. 수년간 보건의료계 전문언론에서 약국 담당 파트를 맡아왔던 기자 역시 그렇게 생각해왔던 게 사실이다. 인식이 그렇다보니 그간 병원 약사들이 해오고 있는 역할과 노력들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약사 대표 단체인 대한약사회 조차 개국 약사들에게 초점을 맞춰 모든 교육과 제도, 정책 개선에 있어 사실상 병원약사들은 뒷전에 있을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다.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던 사이 대형 병원들의 의료 서비스 강화와 더불어 병원 약국, 그리고 약사들의 약사 직능, 약료 서비스도 한층 성장해 있었다. 이미 지하를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와 많은 환자를 만나고 전문의, 간호사 등 타 보건의료인들과 소통하며 영역을 넓혀오고 있었다. 각 질환과 특정 분야별로 약사가 투입돼 다학제 팀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고, 나아가 의사 처방에 직접 관여하거나 진료 전 약사가 먼저 사전 상담을 진행하는 상황이 됐다.물론 일부 대형병원에 한정된 이야기 일수 있다. 중소병원들은 여전히 인력난과 저수가로 약사는 기본 업무인 조제와 투약에만 집중돼 있을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년 100여명씩 배출되는 전문약사만 봐도 알 수 있듯 병원약사들은 지하에서 지상을 꿈꾸며 끊임없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서울대병원 약제부 관계자는 기자와 대화 중 "대표 국립대병원이니 우리가 나서면 조금이나마 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움직이게됐다"면서도 "혹시 이런 활동이 대한약사회나 의료계 등 주변에 불편을 끼칠까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약사의 당연한 책무인 약료 서비스 향상과 직능 확대를 위한 도전이 혹여 타 직능, 심지어 같은 약사들에까지 거북할 수 있겠단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하는 혈실은 아쉬운 대목이다. 서울대병원의 이번 활동이 병원약사의 역할을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전체 약사 직능의 발전, 사회적 인식 변화에 이바지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2017-08-24 12:14:53김지은 -
[데스크시선] '스마트공장과 수탁경쟁' GMP 두얼굴야누스(Janus)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문(門)의 수호신이다. 야누스는 로마신화의 유일한 신으로 두 얼굴을 지닌 모습에 빗대어 이중적인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최근 제약기업 GMP는 4차산업혁명과 더불어 놀랄만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생산인력 비중이 높았던 제약공장 인력풀의 경우 이젠 품질관리 인력 비중이 생산직을 앞서고 있고 상당수 기업들은 '스마트'를 지향하는 GMP 시설을 구축해놓고 있다. 스마트공장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변화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GMP 전문가들은 생산자동화는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GMP 수준도 업그레이드 됨에 따라 생산인력 대비 품질인력 초과 현상은 계속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실제 대웅제약이 2100억원을 투자한 충북 청주시 오송공장은 '사물인터넷'이 적용되는 공장으로 무인 자동화로 공정+시스템이 알아서 판단하고 작동한다. 한미약품이 1500억원을 투자해 경기 화성시에 준공한 GMP는 미FDA GMP규정에 준하는 스마트공장이다. 혼합부터 과립, 타정 작업이 '원스톱'으로 연결된다. 유나이티드제약도 세종시에 기존 공정 대비 생산능력(CAPA)이 4배 이상 늘어난 '스마트공장'을 가동 중이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건조부터 혼합, 타정, 선별 작업까지 자동적으로 진행되는 획기적인 제조공장이다. 제일약품도 최첨단 글로벌 스마트 공장을 지난해말부터 본격 가동하고 있다.제약기업의 자동화공장은 앞으로도 줄을 이을 것이다. 또 글로벌 진출을 위한 GMP 업그레이드도 꾸준하다. cGMP의 경우 LG화학, 종근당바이오, 한미정밀화학 등이 원료분야에서,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이 완제부문에서 GMP를 이끌고 있다. 삼천당제약, 태극제약, 신풍제약, 한미약품, 한국파마, 태준제약, 동국제약, 동화약품 등은 EUGMP를 인증받았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공히 상당부문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하지만 여전히 국내 GMP는 두얼굴을 갖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여전하다 보니 품질관리 인원 확보가 어렵고, 등록 등을 위한 서류작업 폭증은 품질 불신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cGMP 열풍과 함께 너도나도 참여한 대규모 제약공장은 낮은 가동률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상당수 제약사들이 수백억원대에서 천억원대를 훌쩍 넘는 시설투자를 진행했지만 예상외로 공장 가동률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이같은 흐름 때문인지 수년전부터 제약업계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의약품 계약생산 대행기업) 사업은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공동생동 규제 개선과 항생-항암제 별도 생산 법제화 등은 수탁시장 과열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미 수탁 사업을 활발히 전개해왔던 상위기업들의 시장 수성과 신규 수익 창출을 노리는 중견제약사들의 가세로 수탁 물량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여전하다.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가격과 품질'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불행히도 제약기업들은 수탁을 유치하기 위해 가격을 내려야 했고 이는 제약사별 덤핑 경쟁으로 변질돼 버렸다. 또 품질관리 허점을 노출시키는 제약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제약GMP는 스마트와 선진화로 가고 있는데, 제약 수탁사 환경은 개선점이 너무도 많아 보인다. 공장 대형화가 낳은 비극이다.해서 제약기업들은 건전한 수탁경쟁을 다함께 만들어 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 품질, 가격, 시설 등 3박자를 갖추기 위한 제약공장들의 노력이 절실하다. 제약 공장 QC·QA 인력 교육과 관리도 시급하다. 선진 GMP 구축은 이뤄지고 있지만 이에 따른 문서작성, 품질관리가 뒷걸음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국내 GMP 공장들이 수탁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세부적인 품질관리부터 개선해 나갈때 비로소 글로벌 시장 진출과 스마트 공장 정착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2017-08-23 06:14:54가인호 -
[기고] 오바마케어를 배워야 할 과학기술정책 3가지문재인케어가 연일 화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2/3가 찬성한다고 답변할 정도로 국민의 지지도가 높은 정책이다.반면, 야당에서는 구체적 재원조달방안 마련 없이 건강보험의 보장성만 강화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거세고, 의료계에서는 저수가 구조에서 비급여마저 없어지면 수익하락이 불가피할거라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내심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잘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클 것이다.7년전 오바마케어 법안이 통과될 당시 미국의 상황은 더 혼란스러웠다. 약 100년간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고 했지만 공화당과 이익단체들의 로비로 번번히 실패한 전국민 의료보험제도 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그동안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약 4,700만명의 미국인을 건강보험에 가입시키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미의회예산국은 오바마케어 세액공제 비용만 10년간 1조 1000억달러, 메이케이드 확대비용은 7,100억달러로 추산한 바 있어 공화당에서는 오바마케어를 ‘재난’이라고도 부르며 강하게 비판하였다.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바마 정부는 다양한 비용 절감 메커니즘과 세수입 확대 정책을 추진하였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과학기술적인 측면에서도 3가지 핵심 정책을 병행하였다. 첫째, 의료정보의 디지털화이다.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대책 중 하나로 ‘건강정보기술법(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for Economic and Clinical Health, HITECH) Act’을 시행하면서 전자건강기록 시스템 도입으로 인한 건강정보의 상호운용성을 위해 300억달러를 투입하였다.또한, 미국의료보험관리기관(CMS)와 보건부 산하 국가의료정보화국(ONC)의 EHR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기관의 EHR 도입을 활성화하려고 하였다. 일단, 디지털화한 의료정보를 빅데이터화 한다면 의료기관의 의료의 질을 측정하기 용이해질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R&D를 통해 의료의 질, 안전성,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아울러, 의료의 질을 정확히 측정하고 비교해야만 오바마 케어에서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책임의료조직(ACO) 제도의 추진도 가능하다. ACO란 특정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의료의 질과 경제적 성과를 공동으로 책임지는 의료공급자 네트워크를 말한다.둘째, 의료기술의 최적화이다. 2010년 오바마 케어법에 근거하여 의료기술의 비교효과연구 등의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감독하는 독립된 비영리조직인 환자중심성과연구소(PICORI)를 설립한다. 미 정부는 PICORI에 연간 약 5,000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며, 의료기술의 효과와 위험을 비교하는 근거를 생성함으로써 의료비를 절감하고 의료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오바마 전대통령은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비교효과연구는 빨간약에 비해 같은 효과를 갖지만 저렴한 파란약을 환자가 바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비교효과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셋째, 의료기술혁신의 촉진이다. 오바마 정부는 2016년 12월 21세기 치유법안을 가결시켰다. 이 법안은 정밀의료, 재생의료, 뇌연구 등에 10년간 48억달러의 R&D 지원, 바이오의약품, 혁신적 의료기기, 융합제품 등 혁신적 의료제품의 인허가 규제 개혁, 건강정보의 공유를 장려함으로써 첨단의료기술들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오바마 정부에서는 오바마 케어로 전국민의 의료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자칫 위축될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법의 개발을 촉진하고 이에 대한 접근성이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우리나라에서도 각기 분야에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책은 파편화되어 있고 투자도 부족하며 성과도 미흡하다. 의료정보의 디지털화 분야는 민간중심으로 추진되어 데이터간 상호운용성이 어렵고,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플랫폼도 없으며, 한때 가장 앞서 있던 EHR 보급률조차도 미국에 뒤쳐지고 있다.최근,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경우 관계부처 합동으로 추진전략을 마련한 일은 고무적이다. 다만,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범부처 차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다음으로, 의료기술의 최적화 분야는 매년 100억원 남짓 투자되고 있는 복지부의 ‘국민건강임상연구사업’이 유일하나, 그마저도 2017년에 종료된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후속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중이라고 하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희망한다.마지막으로 의료기술혁신의 촉진 분야는 아직까지 기술공급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혁신시스템 차원의 접근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R&D 패러다임은 기초, 응용, 개발과 같은 고전적 단계별 연구방식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중심으로 한 통합적인 네트워크 연구방식으로 이미 전환되었다.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과기정통부(기초연구), 복지부(응용연구), 산업부(개발연구)와 같은 부처별 역할분담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게 못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 모두 머리를 맞대고 곰곰이 생각해 볼 문제다.2017-08-23 06:14:54데일리팜 -
[칼럼] R&D 꽃이 피어난 화단엔 'R&D영업' 있다배노을 비앤피코리아 대표누군가 나에게 "제약업계에서 무슨 일을 하십니까?"라고 물어보면 나는 서슴지 않고 매일 매일 거절당하는 일을 하고 삽니다"라는 답을 주곤 한다. 매일 매일, 매 순간 끊임없이 제안하고 거절당하는 감정노동, 즉 제약영업을 한다는 것이다.거절당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전화를 걸어서 거절당하기로 하고 서신(우편, 이메일)을 보내고 기약 없이 답을 기다리다가 거절당하기도 하고, 만나자고 하고 만나서 거절당하기도 한다.(물론 만남 자체를 거절당하기도 한다.)예전에 중외제약, 한미약품을 다닐 때도 그 회사의 제품과 기술을 해외에 판매하는 일을 주로 했고, 창업한 이후에는 국내 보건의료 기업의 제품의 해외 제약 및 의료회사에 소개하여 팔거나, 반대로 해외제약 관련사의 제품을 한국제약사에 소개하여 파는 일도 해오고 있다.제약회사에서 영업사원은 의약분업 전인 1990년대에는 DM(Detail Man)이라고 불리우기도 했으나 의약분업이 시작된 2000대부터 보험약가를 받는 처방의약품(Prescription Drug, ETC Drug)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MR(Medical Representative)또는 SR(Sales Representative)이라는 호칭이 쓰이게 되었다.우리나라 제약산업의 성장사를 살펴보면 6·25전쟁이후 태동기(1950~60)에는 우선 의약품 자체가 부족하여서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였으며, 병원이나 약국의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의사나 약사, 기타 유사 의료인이 약을 갖고 다니면서 팔기도 했다. 오랜 역사의 동화약품, 유한양행이나 중외제약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인 기업이고, 일본이나 미국에서 통관을 거친 수입의약품 또는 미군부대 제품이 암시장에 나오면 바로 동나기도 했다.1970년대 들어서면서 의료보험제도(1977)가 도입되어 국가의료 재정이 생기고 한미약품(1973년 창립) 같은 국내 토종 신생 제약사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는데, 규모가 영세하였지만, 복제의약품을 조금씩 만들고 조제하면서 수입 대체 효과도 거두기 시작하였다.1980년대 들어서는 물질특허제도가 도입(1987)되면서, 제약회사들이 단순히 카피 유사제품만 만들다가 본격적으로 연구소를 만들기 시작하고 특허에 대한 대비도 하게 된다. 이러던 제약회사는 1990년대들어서 큰 변화를 맞이하는데 바로 의약분업제도(1999)의 도입이다. 기존에 약국영업(OTC) 위주의 영업에서 병원처방영업(ETC)으로 패턴이 변동되었고,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회사는 고성장을 시현하고, 피동적으로 안이하게 대응한 회사는 역성장 및 부도등의 된서리를 맞게 된다.이러한 새로운 의약품분업환경 하에서 제약 영업사원의 역량이 중요시 되었다. 한미약품 같은 회사는 Amlodipine의 염변경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회사 영업력을 총 집중하여 제네릭으로 오리지널(Pfizer, 노바스크)의 매출액을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기도 하여 업계를 놀라게 하면서, 현재 비약적 성장의 R&D기반을 이때에 마련하기도 하였다.제약업계는 1990~2000년대의 성장기를 거치면서 2010년대 들어 포지티브시스템 도입과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 등으로 드디어 R&D와 글로벌(수출)에 의한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맞이하게 된다. 전에는 없던 R&D 전문기업이 생기기 시작하고, 내수에만 의존하던 제약기업이 다국적 기업 및 일본 제약기업과 기술이전 계약 및 완제품 수출 등으로 활발한 교류를 하게 된다.제약산업은 대표적인 지식 R&D 사업이어서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그만큼 많은 리스크(Risk)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큰 규모의 수출, 라이센싱 계약이 맺어지면 해당회사의 주가가 폭등하기도 하는데 보통 이런 경우 R&D 개발자에게 그 공로가 전달되는 것이 대부분이다.여기서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큰 의미에서 '제약영업(국내판매, 해외수출, 라이센싱, 사업개발)' 담당자의 피땀어린 노력이다.'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제약회사에 R&D라는 많은 크고 작은 구슬들이 있지만, 이러한 구슬을 예쁘게 닦고 꿰어서 보기 좋게 어울리는 사람(파트너 회사, 처방의사)에 파는 사람들은 바로 제약 영업사원들인 것이다.이들은 오늘도, 병의원, 약국, 도매상, 학회 현장에서, 해외 출장지에서, 한여름의 무더위에도 양복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제품 브로슈어와 샘플을 들고 수많은 거절을 당하며, 회사를 대표하여 때로는 휴일도 없이 격한 육체노동과 감정노동의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패잔병 또는 부상병이 되거나 심한 경우 전사하여 제약영업의 전투 현장에서 잊혀지기도 한다.제약사는 이 부상병들을 후방으로 후송하여 다시금 영업현장에서 싸울 수 있도록 몸(영업원의 체력)과 마음(감정노동의 상처) 그리고 머리(제품지식)를 치료해 줄 필요가 있으며, 최전방 영업현장에서 피흘리며 싸우는 영업원들이 실적이라는 승리를 거두도록 후방 지원사격(새로운 파이프라인 개발 학술 임상결과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2020년을 바라보는 국내 제약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R&D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 R&D의 산물을 회사 이익을 실현하는 사업의 결과물인 매출로 만드는 인력은 바로 제약영업인들이라는 생각을 이 시대의 제약 경영인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제약 R&D와 영업은 제약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쌍두마차이며, 이 두 바퀴가 조화롭게 잘 굴러서 대한민국 글로벌제약사의 탄생이 조만간 이루어지기를 조심스럽게 기대해본다.마지막으로 이른 무더위와 장마에 고생하는 대한민국 제약영업인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한다.필자 배노을 대표는 중외제약, 한미약품 등에서 근무하였고 제약무역 컨설팅업 포함 제약산업에 약 18년 간 종사하면서 현재 제약 원료 소싱 및 해외 제약 설비, 제약 수출입 컨설팅 등을 주 업무로 하는 비엔피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다.2017-08-21 06:14:52데일리팜 -
[기자의 눈] 문재인 케어와 의사 소신진료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를 위한 30조6000억원 예산 투자를 골자로하는 '문재인 케어'에 본격 시동이 걸렸다. 운전대는 문재인 대통령을 필두로 보건복지부가 잡았다. 보건의료계는 정부 운행코스에 일단 몸을 맡기는 형국이 됐다.이번 정책에 특히 반발이 큰 집단은 의사들이다. 특히나 팍팍한 경영 속 대형 의료기관들과 레이싱을 지속해 온 중소병원이나 동네 의원 소속 의사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 공약집에 비급여의 급여화를 토대로한 보장성 강화가 적혀있었지만 이번처럼 과감하게 가속페달을 밟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메디컬 푸어를 없애겠다는 정부 정책에는 공감하지만 적정 진료수가를 보장하고 죽어가는 1차의료를 살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힘써달라는 게 의사들의 입장이다. 운전대를 잡은 복지부는 이번만큼은 의사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미 국내 의료전달체계는 동네 의원과 2차 의료기관을 통과하고 초대형 병원에 집중하는 현상이 자리잡았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환자가 쏠리는 편중현상도 수 년째 반복되고 있다.다소 비싸더라도 고품질 진료를 받길 원하는 환자들은 문재인 케어가 발효되면 기존보다 값싼 돈을 내고 같은 수준의 혹은 더 고품질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로선 기쁜 일이지만 가뜩이나 의료기관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시달려온 의사들은 환자와 함께 웃음짓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환자들이 동네의원이나 중소병원을 외면할 확률이 커지는 이유에서다.빅5 대학병원 마취과 소속 의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면 의사들은 수술재료를 값싼 중국산으로 바꾸는 유혹이 커질 것"이라며 "의사 소신대로 환자를 치료하고 싶지만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반비용을 값싼 제품으로 변경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의사는 "특히 마취과는 대부분이 비급여인데다 다양한 진료과목 수술에 빠지지 않는 필수과 진료"라며 "환자에게 더 좋은 품질의 수술재료와 진료를 하고 싶어도 행위 때마다 적자가 눈에 보이게 되면 소신진료는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어떤 정책이던 찬반이 공존하고, 정책 시행에 따른 명암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중증질환에도 돈이 없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겐 햇빛을 선사하겠다는 게 문재인 케어 골자다. 강렬하게 들이칠 햇빛만큼 맞은편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질 수 밖에 없다. 자칫 보건의료인들에게 드리워질 그림자를 옅게 만들어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 가능한 보장성 강화를 실현시키는 일. 문재인 케어가 반드시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숙제다.2017-08-17 06:14:53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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