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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앞에 특허권 무의미...치료제 공동개발해야"[데일리팜=정혜진 기자]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신물질 개발은 물론, 보유하고 있는 후보물질까지 끌어다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없는지 검토 중이다.이 가운데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목할 만 한 입장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에 필요한 특허를 모두가 공유해 개발을 앞당기자는 한 국가의 의견을 수용한 것이다.남희섭 변리사치료제 개발에만 성공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상황에서, WHO의 결정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실제 파급효과는 있을까. 의약품 특허 전문 남희섭 변리사(54, 지식연구소 공방 소장)는 전세계 분위기를 전하며 "의약품 개발에 있어 공유와 공동개발 개념을 도입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WHO의 결정은 코스타리카 정부의 의견 제안에서 시작됐다. 코스타리카 보건부 장관과 대통령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특허 등 모든 수단을 연구자들이 공유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을 WHO에 보냈다. 지난달 23일의 일이다.나흘 뒤 WHO는 언론브리핑에서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모든 국가와 사람들이 공평하게 공유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며 먼저 의견을 제안한 코스타리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사실상 의견을 수용한 셈이다.남 변리사는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과 맞물려 많은 국가와 단체들이 '특허 풀(pool)'에 찬성 의견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와 영국, 유럽연합 등이 WHO 발표 후 특허 풀 찬성 또는 참여 의사를 잇따라 밝히고 있고, 참여하겠다는 민간단체와 연구소도 늘어나는 추세다.코로나19라는 위급상황에서 전세계적으로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특허권은 잠시 내려놓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다.WHO가 밝힌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특허 풀 수용 입장(출처: WHO 홈페이지) "특허 풀이라는 개념이 새로운 건 아닙니다. MPP(Medicines Patent Pool)라는 플랫폼인데, 2000년대 중반에 시민사회 제안으로 조직됐죠. 출발은 소외질병(Neglected Diseases) 치료제 개발이었습니다. 제약사들이 소외질병 치료제 특허를 가지고 있으면서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의약품은 생산하지 않은거죠. 일종의 시장 실패 현상인데, 이들의 특허를 풀에 태우고 공동관리하면서 제네릭을 저렴하게 만들어 쓰게 하자는 아이디어로 MPP가 탄생했습니다."이번 특허 공유 역시 이 MPP를 확대해 활용하자는 생각이다. 풀에 태울 만한 정보는 코로나와 관련된 특허는 물론 자료독점권에 관한 권리, 영업비밀이나 노하우, 진단장비와 기계의 설계도면(저작권)까지 포괄적이다. 치료 뿐 아니라 예방, 진단까지 아우르는 장치인 셈이다.남 변리사는 "MPP 참여 입장을 밝힌다고 당장 그 안의 모든 특허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우선 각 단체와 국가가 입장을 밝히는 단계로, 이 다음에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조율되고 실행될 것"으로 내다봤다.남 변리사는 코로나 MPP에 참여의사를 밝히면 WHO와 회원국 또는 공공연구기관, 민간제약사들이 MOU 체결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 안에 어떤 권리를 포함시킬 지는 차차 논의단계를 거쳐야 한다.앞으로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방대한 과정이 남았지만 이미 의미는 크다. 전세계적으로 '의약품 개발과 특허 공유' 시도 자체가 처음있는 일이기 때문이다.MPP(Medicines Patent Pool) 홈페이지 "전례는 없습니다. 비슷하게는 신종플루 시기에 타미플루 생산이 부족하니 각 국가에서 생산할 수 있게 하자는 '강제실시' 의견이 제기됐지만 시행되지 않았죠. 국가와 단체, 의회 다수가 특허 풀에 찬성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최대 민간보험사 아흐메아(ACHMEA)는 자산운영 투자사들에게 '코로나 대응에 국제협력이 필요하니, 관련 특허에 과도한 비용을 책정한 제약사엔 투자하지 말라'고도 발표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지금은 모두가 특허 풀에 찬성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죠."만약 이번 세계적인 시도가 실제 치료제 개발 작업까지 이어진다면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남 변리사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팬데믹 상황을 포함해 의약품 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그는 의약품 개발이 점차 자료 기반 독점체제로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의약품 개발 경쟁이 심해진다는 건 중복투자와 낭비의 다른 말"이라고 했다. 과잉경쟁과 과도한 비용 지출이 과잉보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고, 환자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으로 비효율적인 방식이라는 지적이다.남 변리사는 이어 "신약 개발 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를 이용한 코로나 치료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렘데시비르를 가진 길리어드 등 기존 제약사들도 자사 특허를 풀에 넣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우리나라 정부도 MPP 참여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오는 5월 온라인으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시아 대표로 기조연설을 요청했죠. 문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MPP 참여를 언급한다면 이 기류가 더 확산될 겁니다. 이제는 우리끼리, 따로따로 개발해서 의약품을 개발하던 시대에서 같이, 함께 연구하자는 쪽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위기이지만, 의약품 개발 공유라는 차원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봅니다."2020-04-23 06:12:10정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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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 신약, 평가방식 바꿔서라도 반드시 도입 필요"[데일리팜=어윤호 기자] 항생제 내성 문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공표한 세계적 보건이슈이다.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해 최근 의료관련 감염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는 카바페넴 내성 녹농균을 새로운 항생제 연구 개발이 필요한 최우선 순위 병원균 중 하나로 지정했다.대안은 있다. 우리나라에도 '저박사(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도입됐으며 그외 차세대 항생제들도 식약처 승인을 준비중이다.문제는 보험급여다. 항생제 신약이 기존 올드드럭과 비교해 비용효과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고 약물 특성상, 임상적 우월성 입증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얼마전 정부가 문제 해결 방안을 내놓았다.경제성평가로 약제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어렵지만 보험급여의 필요성이 있는 항생제와 같은 약물에 대한 세부 기준 신설 및 관련 기준 재정비가 이뤄진 것이다. 다만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행정예고 이후 시행까지, 아직 과정은 남아 있다.데일리팜은 항생제 보건경제평가의 세계적 권위자, 아드리안 토우즈(Adrian Towse) 영국 보건경제연구소 교수를 만나, 항생제 신약의 가치평가 방안에 대해 들어 봤다.-새로운 항생제의 개발과 도입이 항생제 내성균의 위협을 해결하는데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나?항생제 스튜어드십(stewardship)과 감염관리 조치는 중요하지만, 이를 개선하는 것 만으로는 항생제 내성균 감염 확산을 막을 수 없다. 기존 항생제로 감염을 치료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항생제 신약이 없다면 세계는 보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전에 치료 가능했던 감염으로 인해 사망할 뿐만 아니라, 치료되지 않는 감염의 위험으로 인해 많은 일상적인 수술(고관절 치환술, 항암화학요법 등)이 점점 더 위험해질 것이다.WHO는 전 세계적으로 기존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내성 문제를 해결하는 신약에 대한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대형 제약사들이 항생제 사업을 포기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항생제 개발은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항생제는 약가가 낮고 판매량이 적다. 의료 시스템은 기업들에게 가격과 판매량이 더 높은 다른 종류의 치료제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굳이 항생제 개발에 투자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영국 정부는 지난 해 7월 세계 최초로 항생제에 대한 새로운 지불 모델을 발표했다. 도입 배경과 기대되는 성과 등 이 모델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부탁한다.영국은 다음과 같은 2개의 중요한 요소를 포함한 모델을 현재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먼저 항생제 가치 산정에 대한 다른 접근방식이다. 이 경제성 모델은 위에서 언급한 OHE 보고서와 영국 정부의 EEPRU(Policy Research Unit in Economic Evaluation of Health & Care Interventions) 보고서(보고서 다운로드 링크)에서 제시된 요소를 포함하는 확대된 가치산정 방법에 대한 접근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이 모델은 내성균 전파 방지에 대한 이점을 평가사항에 포함하고 있다.또 다른 계약방식은 새로운 항생제의 전체 사용량 자체는 매우 적을 것이고, 동시에 신약이 적절히 사용되는 것을 저해하는 높은 가격은 피하기 위해 '구독 모델(subscription model)'이라는 계약 모델이 사용된다. 여기에는 항생제 사용량과 관계 없이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여 사용 가능하게 하는 데에 대한 대가로 매월 적정 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이 포함된다.-한국의 신약 가치평가는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과 비용효과성을 중요시하는데, 항생제 신약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HTA 요소는 무엇이 있는가?항생제 신약의 경우, 대부분의 가치는 감염을 다른 환자 또는 시민에게 전파하지 않고 기존 항생제를 더 오래 동안 보존하는 데 있다.경제성 평가는 임상적 우월성에 대한 증거를 찾지만, 항생제 신약 임상시험은 항생제 신약 임상시험은 현실성과 윤리성 두가지 이유로 비열등성을 입증하는 임상실험으로 실시될 수 밖에 없다.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된 환자를 찾아 모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윤리적으로 감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있는 환자에서 치료가능성을 보이는 증거가 있는 약제를 보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2020-04-20 06:12:39어윤호 -
간호사 출신 건보공단 직원, 이제는 웹툰 작가로최서정 대리 [데일리팜=이혜경 기자] "요즘 모두가 힘든 세상이잖아요. 인터뷰를 계기로 모든 사람들한테 응원을 남기고 싶어요. 저 처럼 그림을 전문적으로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용기를 내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어요."최서정 건강보험공단 창원진해지사 대리는 지난 2월부터 네이버 도전만화를 통해 '시시하고 소소한 이야기(https://comic.naver.com/challenge/list.nhn?titleId=741479)'를 연재하고 있다. 자신의 반려묘인 시시와 소소한 일상을 다룬 4~6컷의 웹툰이다.웹툰 1편을 완성하는데 까지 매일 퇴근 후 짬짬이 낸 시간과 주말을 꼬박 합쳐 3일 정도 필요하단다. 하지만, 최 대리에게 이 시간은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라고 한다.많은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건보공단 지사 근무는 그만큼 직원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기로 유명하다.최 대리는 대학교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2013년부터 1년 6개월 가량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2016년 상반기 건보공단에 요양직으로 입사했다.현재 창원진해지사에서 주로 장기요양기관 관련 민원처리와 장기요양 대표자와 종사자 직무교육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임상현장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시절을 거쳐 건보공단에 입사할 때까지만 해도 최 대리는 어릴적 꿈이었던 그림을 취미 생활로만 즐겨야 했다.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최 대리보다 6살 어린 막둥이 동생 최서영 씨가 권유하면서 부터다.최 대리가 네이버 도전만화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연재하고 있는 웹툰 "중·고등학교 시절 진로를 정할 때 그림을 그리고 싶었어요. 하지만 순수미술만 인정 받던 시절, 1남 3녀 중 둘째인 제가 미대를 선택하기엔 부담감이 있었죠. 대신 막내 동생인 서영이가 미대를 진학했어요."최 대리는 미대 출신의 막내 동생 도움을 받아 아이패드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언니가 그림을 그리면, 동생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더 멋진 작품을 완성시켜줬다.그렇게 두 자매는 캐릭터 제작 도전부터 웹툰 그리기까지 여러 작품을 함께 제작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과 스티커 제작, UCC 공모전 등에 참여해 6번의 수상기록도 갖고 있다.하지만 주업무 시간을 쪼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 콘티를 짜고 캐릭터를 만드는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좋아하는 일이라 열심히 했어요.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도 그렸고, 캐릭터를 만들어 카카오톡에도 보내봤죠. 조금 힘들어 쉬어야 겠단 생각이 들면, 동생이 꾸준히 3년 이상은 해야 한다며 용기를 줬어요."최 대리가 키우는 반려묘(왼쪽)와 동생(사진 오른쪽)의 모습이다. 웹툰작가로서 최 대리는 목표는 웹툰으로 그리고 있는 반려묘 시시의 이야기를 책으로 내는 것이다.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면서 본인의 업무인 장기요양과 웹툰을 엮어 국민들이 장기요양보험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역할도 하고 싶단다.최 대리는 업무 이후 개인 시간을 쪼개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이에요. 현장에서 민원을 해결하는 업무를 하다보니 국민들의 어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죠. 이런 상황에 사생활과 관련된 인터뷰가 부담스럽기도 했어요."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의 1/3이 폐업을 한다는 뉴스부터 일자리가 끊겨 실업급여를 신청해야만 하는 국민들까지.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코로나블루'라는 신종어가 생길 정도다."이러한 상황에서 사람들한테 응원의 목소리를 남기고 싶었어요. 저에게 그림은 꿈에 불과했어요. '나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에 머물러 있던 꿈에서 한걸음 내딛어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죠. 모든 사람들의 꿈이 이뤄지길 희망합니다."건보공단과 콜라보한 업무매뉴얼 만화 1편2020-04-16 11:22:53이혜경 -
'압축 알고리즘' 연구하던 약사, 청구SW 새 도전김정훈 바이너리랩 대표 [데일리팜=김지은 기자]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이 많았어요. 약대 졸업 후에는 IT와 약사로서의 이력이 접목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왔고요. 그 과정이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약사와 IT업체 회사 대표. 어울리지 않을 법한 두 개의 ‘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 바이너리랩 김정훈 대표(43·서울대 약대)다.김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약사보다는 IT 개발자란 말이 더 어울릴 법하다. 어려서부터 컴퓨터 만지길 좋아했다는 그는 약대에서도, 졸업 후에도 관련 분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도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약대 출신으로 보건학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SW융합학 공학 석사를 취득한 것도 이례적이지만 대학 졸업 후의 행보는 약사의 삶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압축알고리즘 분야에 빠져 관련 연구를 지속하는가 하면 컴퓨터 회사를 비롯해 의약품정보를 IT와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섭렵했기 때문이다.그러는 동안에도 데이터를 축소하는 작업인 압축 알고리즘 분야에 대한 김 대표의 목마름은 계속됐고, 동료 약사들과 뜻을 모아 스타트업 회사를 창업했다. 그것이 지금 그가 운영 중인 현재의 바이너리랩의 전신이다."압축알고리즘을 계속 연구하다 보니 개인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이미 많이 나와 있는 거대한 자료를 압축하는 것 보단 작은 메시지나 정보를 축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죠. 관련 특허도 30여건 보유하게 됐어요. 알고리즘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Sensors라는 SCI 급 저널에 초음파영상 압축관련 1저자로 논문을 게재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업무제휴 제안도 받았고, 여러 국가 과제도 수주해 진행했고요. 당시에는 뜻을 함께 한 동료 약사들 덕에 재미있게 연구에 빠져 살았던 것 같아요.”그러던 중 문득 그가 연구한 분야를 약국에 적용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가 수년간 연구한 압축알고리즘을 약국에 연계하는 방안은 의외로 가까운데 있었다.약국에서 사용하는 2D바코드나 전자처방전에 그가 그간 연구해온 압축알고리즘을 적용시킨, 고밀도 QR코드를 심는 방안이다. 이를 약봉투에 적용한다면 약사는 더 많은 정보를 환자에 제공할 수 있고, 환자는 시간이나 장소의 제한 없이 복약관리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저도, 함께 해온 동료들도 약사인 만큼 우리의 이력을 살려 약국 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해보자 했어요. 그렇게 바이너리랩은 약국정보화 회사로 탈바꿈했고요. 그러던 중 운이 좋게 옵티마에서 수년을 걸쳐 자체 개발한 약국 청구 프로그램도 인수하게 된거고요.”김정훈 대표와 바이너리랩 창업부터 함께 한 김태오 약사(왼쪽에서 네번째). 가장 왼쪽의 신경철 개발이사를 비롯한 바이너리랩 직원들. 바이너리랩은 처방전과 약봉투, 전자처방전용 고밀도 압축 바코드 QR2x 개발사로서 1차 전자처방전 시범사업 참여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최초로 약봉투 QR과 어플리케이션을 연동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지난해에는 약국 청구 프로그램 옵티팜을 옵티마체인으로 부터 완전히 인수해 현재 운영,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그간 옵티마 회원 약국이 사용 대상이었지만 인수 후에는 전체 약국으로 대상이 확대된 상황입니다. 기존 청구 프로그램도 있지만, 옵티팜은 KIMS와 처방점검 서비스를 독점 제휴해 의약품 처방 감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게 차별점입니다. 청구 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에는 자체 개발중인 신장애, 간장애 환자별, 적용증별 처방 용량점검 서비스도 보완해 진행할 예정입니다. 약학데이터 베이스를 계속 구축하고 발굴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지능형 환자 맞춤형 약물정보 제공, 머신러닝에 기반한 약국재고관리 시스템 개발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옵티팜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고, 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청구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꿈도 있다.이를 위해 더 많은 약사가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도록 최근에는 큰마음을 먹고 이벤트도 기획했다."프로그램이란 것이 연구나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 역시 중요한 부분이더라고요. 그래서 많은 약사님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인지하고 사용해 보셨으면 하는 마음에서 옵티팜에 신규 가입하는 약국에 PC나 노트북을 무상 증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약국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계속 개발하고 또 연구할 예정입니다."2020-04-08 16:20:43김지은 -
메디포럼제약, 매출 퀀텀점프...개발팀 전략 살펴보니신미리내 부장 [데일리팜=노병철 기자] 메디포럼제약(박재형 대표이사 부회장)이 제2의 창업을 각오로 경영/영업방식 체질개선을 통해 퀀텀점프를 예고하고 있다.메디포럼제약의 지난해 매출액은 360억원으로 전년대비 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2018년 -58억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안정적 성장 원인은 과거 CMO가 중심이던 비즈니스 구조에 CSO 영업방식을 도입하면서 전문약 매출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그 결과 상장제약사 중 성장률 1위를 달성할 수 있었다.구성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지만 외형 수직 상승 1등의 숨은 공신은 개발학술팀의 파이프라인 확장에 기인하고 있다.신미리내(38) 메디포럼제약 개발학술부장이 말하는 신성장동력은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다.신미리내 부장은 “치매, 파킨슨병 중심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전략을 세우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자체적인 연구 프로젝트 외에도 외부 연구 기관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도 많아서, 곧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2015년 입사 당시만해도 이 제약사의 전문의약품 품목수는 61개 품목에 불과했지만 개발학술부의 꾸준한 노력으로 2019년 12월 기준 117품목으로 늘었다. 수익구조가 낮은 일반의약품의 매출이 전문의약품의 매출로 전환되면서 실적뿐만 아니라 수익구조도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매출증대를 위한 신규품목 허가도 중요하지만 품목갱신제도를 통한 기허가 품목 갱신 즉 품목허가 사후관리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입사 후 2년간은 기허가 품목 관리에 집중, 기존 매출을 형성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고, 이후 2년은 CSO 영업으로 전환하는 회사의 방향성에 맞춰 전문의약품 파이프라인 구축에 노력했습니다.”특히 영업부서와의 적극적인 팀워크는 ‘제품=매출 신장’으로 이어지는 핵심요건으로 평가되는데, 신 부장은 이런 연결고리를 더욱 견고히 다져 회사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성공적 협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직급에 국한하지 않고 상호 간 배려와 인정 그리고 아낌없는지지와 커뮤니케이션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업부, 기획실과 거의 매일 회의를 진행했고,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았습니다. 상호 이견이 발생하고 서로 오해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대화하면서 모두가 내 부서가 아닌 회사를 위한 방안을 찾았기에 지금의 메디포럼제약이 될 수 있었다고 봅니다.”다음은 신미리내 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메디포럼제약, 사명이 생소하다. 회사 소개를 간단하게 부탁한다.=2019년 11월에 메디포럼이 과거 씨트리를 인수하면서 상호를 메디포럼제약으로 변경했다. 상호 뿐 만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큰 변화가 있었는데, 과거 CMO가 중심이던 비즈니스 구조에 CSO 영업방식을 도입하면서 전문약 매출 중심으로 체질 개선했다. 그 결과, 2019년 제약사 중 실적 성장률 1위를 기록하는 기념비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연구 개발 분야도 치매, 파킨슨병 중심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에 특화된 전략을 세우고, 파이프라인을 구성하고 있다. 자체적인 연구 프로젝트 외에도 외부 연구 기관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도 많아서, 곧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최근 실적뿐만 아니라 수익구조도 비약적으로 개선됐다. 경영진은 개발부의 공로를 크게 강조했는데, 개발부의 어떠한 공헌 때문인가.=회사의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개발부 업무의 방향성을 완벽하게 일치시킨 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2015년 11월에 입사했다. 그 당시 메디포럼제약 전신인 씨트리는 전문의약품 61품목으로 영업을 하고 있었으며, 어느 중소제약사든 마찬가지겠지만 팀원의 교체가 가장 빈번한 부서였다. 제약회사에서 개발부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매출증대를 위한 신규품목 허가도 중요하지만 품목갱신제도를 통한 기허가 품목 갱신 즉 품목허가 사후관리 역시 매우 중요한 개발부 업무라 생각한다.입사 후 2년간은 기허가 품목 관리에 우선 집중, 기존 매출을 형성하고 있는 전문의약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고, 이후 2년은 CSO 영업으로 전환하는 회사의 방향성에 맞춰 전문의약품 파이프라인 구축에 노력했다.그 결과 전문의약품 품목수가 기존 61품목에서 2019년 12월 기준 117품목으로 증가했으며, 수익구조가 낮은 일반의약품의 매출이 전문의약품의 매출로 전환되면서 실적뿐만 아니라 수익구조도 비약적으로 개선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메디포럼제약 개발부의 주요 업무와 팀원 등 부서 소개를 부탁한다. 메디포럼제약 개발부가 타제약사 개발부와 차이점이 있다면.=대부분의 중소제약사는 업무별 부서를 모두 갖추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메디포럼제약의 개발부는 타 중견 제약사보다 많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신규 품목의 허가 및 기허가 품목의 관리 뿐만 아니라, 임상 및 생동시험, 약가관리, 영업지원, 안전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팀장을 제외한 팀원은 총 3명이며, 이 중 2명은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 따라서 초기에는 개발업무에 대한 업무 숙련도 및 부서역할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한 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 개발 실무와 팀원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팀원들은 열정적으로 Followership을 발휘해 주었고, 함께 근무한지 5년 차가 된 지금 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들이라고 자부한다.팀장에게 필요한 훌륭한 팀원의 조건은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서로에 대한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마인드를 갖추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디포럼제약의 개발부는 지난 4년간 그러한 신뢰를 통해 구축되었으며, 그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있는 팀이다.-최근 발매한 신제품이 굉장히 많다. 4명 밖에 안 되는 인원으로 대형 제약사보다 많은 제품을 출시한 원동력은 무엇인가.=최근 2년 동안 허가받은 전문의약품은 56품목이다. 회사가 CSO 영업으로 전환하는 시점에 전문의약품의 품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전문의약품 파이프라인을 갖춰야 했다. 이로 인해 지난 2년간 야근이 잦았지만 누구 하나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즐겁게 일했으며, 우리가 받는 품목수가 증가하는 만큼 회사가 성장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 확신 하나로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과거의 개발부는 회사의 주요 전략과 밀접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부서는 아니었다. 회사가 필요한 업무를 지원하는 부서의 성격이 강하다 보니, 조직의 중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가 사실상 어려운 점이 있었다.그러나, 적극적인 소통으로 회사의 전략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시작하니 일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팀장인 나의 업무 방식이 바뀌니 자연스럽게 팀원들도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최근 팀원들은 본인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납득해야 본인의 최선을 다하는 성향을 보인다. 결국, 팀장의 리더십은 반드시 팀원들의 Followership이 전제가 될 때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개발부와 영업부가 협업이 되지 않는 제약사가 많다. 영업부와 협업하는 노하우를 공유해 달라.=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간단하다. 내 부서를 넘어 회사 전체를 보면 된다. 올해로 제약회사 개발부 15년 차다. 그동안 거쳐 온 제약사들에서 팀원의 눈높이로 경험했던 부서 이기주의를 내가 팀장이 된다면 꼭 타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2018년에 팀장이 되고 가장 먼저 노력한 일도 부서간의 소통이었다. 2018년은 메디포럼제약이 CSO 영업으로 막 전환을 시작한 해이기도 했다. 따라서 영업부, 기획실과 거의 매일 회의를 진행했고,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상호 이견이 발생하고 서로 오해하는 일도 있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피하지 않고 마주보며 대화하면서 모두가 내 부서가 아닌 회사를 위한 방안을 찾았기에 지금의 메디포럼제약이 될 수 있었다고 본다.아직 팀장으로서 부족한 점이 많다. 지금과 같은 협업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건, 직급에 국한하지 않고 저를 개발부서장으로 인정해주며 신뢰와 지지를 아끼지 않은 유관부서 임원분들 및 팀장들 덕분이라 생각한다.-최근 공동 생동 규제나 단계적 약가인하 등 인허가 관련 규정이 급변하고 있다. 개발부 수장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많은 제약사들의 상황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월말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이 일부 개정되었고, 오는 8월 1일까지 급여목록에 등재된 제품은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 대상이 된다. 이에 유예기간으로 주어진 3년동안 대형제약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기허가 품목들의 자사제조 전환을 계획할 것으로 짐작된다.메디포럼제약은 지난 2년간 전문의약품 pipe line 구축을 위해 달려왔고, 앞으로는 변화되는 규정에 맞춰 매출성장과 수익구조의 건전성을 위해 옥석을 가릴 계획이다. 또한, 매출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고 자사제조 전환으로써의 가치가 높은 품목들에 대해 3년간 자사제조 전환을 진행하고자 한다. 이미 2019년 하반기부터 자사제조 전환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며, 유관부서들의 협조 덕분에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그리고 메디포럼제약의 미래를 위해 자사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제품군 개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제네릭에 국한하지 않고 개량신약으로도 시야를 넓히고 있다.-국내 제네릭 시장을 고려할 때, 현재의 제네릭 규제안이 품질 관리와 개선이라는 목적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추가로 제안할 더 나은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2018년 발사르탄 NDMA 검출로 인해 촉발된 규제로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및 안전성 확보를 위해 제도를 개선한다고 한다. 그런데 NDMA가 제약사의 품질 관리 이슈인지는 견해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약사는 식약처의 허가를 득해 제조 및 품질 관리하고 적합한 제품에 한해서만 시장에 유통한다.위탁제조 제네릭이 많아서, 또는 제네릭 제조회사의 품질 관리미흡만으로 촉발된 사건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전공정 위탁생산 제네릭도 대부분 CTD대상으로, 예전 위탁제조 제네릭 허가방식인 허여서가 아닌 서류검토를 거쳐 제네릭 허가를 받고있다. 즉, 동일한 CTD서류가 식약처로부터 2~3중으로 검토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미 제네릭 허가가 철저히 관리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기때문에 생동의 직접 진행 여부, 1개 생동시험 자료로 최대 4개 품목만 허가하는 것으로 품질 및 안전성 확보된다는 것에는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제네릭 의약품의 품질 및 안전성 확보는 이미 식약처에서 철저히 하고 있음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또한 앞으로 강화할 완제의약품 및 원료의약품의 유전독성 불순물 및 완제의약품의 금속불순물 안전성 입증자료 제출 의무화, 의약품 제조공정등 관리 강화, 전문의약품 허가 후 변경관리 심사 강화 등 단계적인 품질강화 시스템을 통해 더욱 철저히 관리될 것이라 기대된다.2020-04-06 06:20:16노병철 -
"네이버 약사 지식인 1위, 전문가의 사명감이죠"정일영 약사. [데일리팜=정흥준 기자] 네이버 지식인 약학 분야에서 약사로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사람은 총 301명.이중 약 5만 1300건으로 압도적인 답변수를 기록하고 있는 약사가 바로 정일영 약사(58‧충남대 약대)다.네이버는 답변 채택수 등을 고려해 활동하는 지식인들에게 총 19개의 등급을 제공하는데, 정 약사의 경우 두 번째로 높은 등급인 ‘수호신’이다.2014년 12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누적 답변수는 5만건을 넘었으며, 네이버는 정 약사의 활동으로 4만 5000여명이 도움을 받은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올해 2월에는 명예의 전당 채택왕 TOP 100위 안에 들어가는 등 최근까지도 왕성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일반인들에게 약에 대한 정보를 주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는 정 약사에게 지난 6년간 대중들과 소통한 이유와 그동안 느낀 점에 대해 물었다.정 약사는 "대한약사회에서 2014년 지식인 활동을 할 약사들을 모집하는 걸 알게 돼 신청하면서부터 시작하게 됐다"면서 "기존에도 언론을 통해서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약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걸 즐겨했다"고 말했다.이어 "약에 대한 사람들의 궁금증은 본인이 먹고 있는 약이 무슨 약인지부터, 이미 복용한 약의 부작용을 물어보는 질문까지 다양하다"면서 "초창기엔 병의원과 약국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한정된 정보를 보고 답변을 줘야한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했다.하지만 약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정보들을 알려주고, 사람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 더욱 사명감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었다.정일영 약사를 지목해 질문을 남기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정 약사는 "대부분 모든 약사들이 상담을 해줄 수 있는 수준의 질문들이다. 나는 단지 1인약국을 운영하며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일부 모르는 내용들이 있으면 의료진들에게도 물어봐서 답변을 달아주고 있다. 활동 약사 중에는 논문까지 찾아보는 훌륭한 약사들이 많다"고 말했다.정 약사는 "약국 경영상엔 도움이 되지 않지만,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상담 노하우가 생긴다"면서 "더 많은 약사들이 참여해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혹시라도 틀린 정보를 줄 수 있다는 걱정보다는 시공간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면 약사로서의 위상 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정 약사의 경우 질문자들이 정 약사를 직접 지명해 의약품 관련 질문을 남기는 경우들도 상당수다.정 약사는 "생각보다 간단한 질문들이 정말 많다. 짬이 날 때마다 조금씩만 소통을 해도 좋다"면서 "물론 약국에서 직접 물어보고 상담을 받는게 최선이겠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궁금해한다.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도 약사로서 할 수 있는 공적인 역할이라고 본다"면서 앞으로도 힘이 닿는데까지 계속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2020-04-01 18:49:24정흥준 -
“로펌의 제약업계 진출, 이제 첫 걸음 뗐을 뿐”[데일리팜=김진구 기자] 로펌의 존재감이 최근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부쩍 커졌다. 몇몇 업무는 로펌을 통하는 것이 프로세스로 굳어진 정도다. 김앤장, 광장, 율촌, 충정, 엘케이파트너스 등이 앞 다퉈 헬스케어 분야에서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이다.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곳을 뽑으라면 법무법인 광장이다. 헬스케어팀 구성원 면면을 봤을 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김앤장과 함께 업계 1·2위를 다툰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이형근 법무법인 광장 헬스케어팀 대표변호사.24일 서울 중구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헬스케어팀을 이끌고 있는 이형근 대표변호사(51)를 만났다.법조계에선 이미 M&A 전문가로 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인수·합병·분할·매각을 담당했다. 헬스케어 영역으로 한정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젠의 삼성바이오에피스 합작설립이 그의 손을 거쳤다.그에게 너무도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로펌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토록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나 더 확장할 것인지 물었다. 그는 “이제야 팀으로서 완성도가 갖춰졌다. 본격적인 활동은 지금부터”라고 답했다.사실 그가 광장에 입사한 1994년(당시 한미법률사무소)에도 헬스케어팀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다만 당시엔 M&A·소송·특허이슈 등 전통적인 분야를 다뤘다.“광장의 덩치가 커지면서 헬스케어 업무가 많아졌다. 특히 보험등재·신청 쪽에서 고객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결국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급여·약가·규제 분야 비즈니스를 확대했다.”이 연장선상에서 광장은 최근 몇 년간 매우 공격적으로 인재를 영입했다. MA계의 실력자로 꼽히던 변영식 전 아스트라제네카 상무와 김성주 전 노바티스 이사가 광장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강경수 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실장과 이욱 전 심평원 차장, 한영섭 전 식약처 과장이 광장에 합류했다. 그에 앞서선 임채민·손건익 전 보건복지부 장차관이 고문으로 위촉됐다. 이로써 변호사·전문위원 등으로 구성된 50여명의 광장 헬스케어팀이 갖춰졌다.이에 질세라 다른 로펌들도 경쟁적으로 인재영입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앤장에선 이경호 전 복지부 차관, 전만복·박용현 전 복지부 실장, 김인범·양준호 전 식약처 과장, 이병일 전 심평원 실장 등을 일찌감치 영입했다. 율촌에선 최희주 전 복지부 실장과 류양지 전 복지부 과장, 김성진 전 식약처 과장을 영입했다.“꽤 오랜 기간 변호사 중심에서 벗어나 오랜 실무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영입하려고 기획했다. 아마 업계 최초가 아닐까 한다. 전문가 영입의 효과는 기대이상이었다. 고객 만족도와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이제는 어느 정도 팀이 꾸려졌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에서 톱이라고 자신한다.”팀으로서 완성도를 이제야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광장은 M&A, 소송, 특허이슈, 컴플라이언스 등 전통적인 업무에 약가와 규제 관련 업무까지 사실상 전 헬스케어 분야를 다룰 수 있게 됐다.“다양한 업무 가운데 앞으로 더 집중하고 싶은 분야는 약가와 규제 쪽이다. 우리가 컨설팅해주는 개별회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제도적인 측면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급여와 약가는 국민건강과도 직결된다. 사실 약가 관련 규정은 변호사인 내가 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규제가 산업을 이끈다고 하는데, 그 기준이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조금 더 명확하고 친절했으면 한다.”국내제약사와 바이오벤처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사실 광장의 주요 클라이언트(특히 약가분야)는 주로 외국계제약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국내사가 신약 라인업을 갖추고,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덩달아 이들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최근 국내사의 덩치가 커졌다. 기존엔 제네릭과 영업 위주였지만, 최근엔 신약을 개발하고 글로벌 진출을 모색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신약 개발경험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우리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최근 국내사들로부터 문의가 부쩍 많아졌다. 바이오벤처 일도 돕고 싶다. 이들의 주요계약(M&A·투자·펀딩) 중 상당수는 불합리하게 작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마지막으로 장기 비전을 물었다. 예상과는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대형로펌이라면 왠지 실적과 순위경쟁을 우선시할 것으로 예상했던 터다.“헬스케어 분야에서 독보적인 1등이 되고 싶다. 그 전에 독보적으로 행복했으면 한다. 우리 헬스케어팀 식구가 다른 곳보다 독보적으로 행복했으면, 그리고 우리와 함께 일하는 고객들이 독보적으로 행복했으면 한다. 독보적인 행복이야 말로 숫자로는 따질 수 없는 진정한 1등의 가치라고 생각한다.”2020-03-26 06:15:00김진구 -
"신약 개발 노하우 총집결…차별화된 CRO 자신"[데일리팜=이석준 기자] 신약 개발에 성공하려면 우선 가능성 높은 후보 물질을 찾아야한다. 다만 '후보 물질 발견=신약 개발 성공'은 아니다. 신약이 되기 위해서는 수차례 임상 증명이 필요하다.신약도 다같은 신약이 아니다. 어떤 데이터를 보유했는지가 클래스를 결정한다. 최초 신약(first in class), 계열 내 최고 신약(best in class) 등 명칭이 붙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좋은 데이터는 최적의 임상 디자인을 만나야 가능하다. 쉬운 임상은 성공해도 데이터 가치가 떨어지고 고난이도 임상(헤드 투 헤드 등)은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의 상황과 회사 능력 등을 고려한 맞춤형 임상 디자인이 필요하다.2017년 설립된 디티앤씨 자회사 '디티앤사노메딕스'는 신약 임상(특히 3상 설계) 및 허가에 강점을 둔 CRO(임상시험수탁기관)로 평가받는다. 신생 CRO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12건 이상의 3상 시험을 수주받아 진행중이다.디티앤사노메딕스는 최근 조두연 부사장이 합류하면서 인적 라인업에 무게를 더했다.조 부사장은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임상약리학자이다. 분당차병원 글로벌임상센터장 출신이기도 하다. 의약품 개발 설계부터 처방까지 다방면 경험이 풍부하다.조 부사장은 "의약품 개발은 결국 end-user(의사)를 고려한 컨셉트를 잡고 3상-2상-1상 임상시험 및 비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며 "디티앤사노메딕스는 디티앤씨 그룹과 시너지를 통해 좋은 CRO 업무를 자신한다"고 강조했다.다음은 조 부사장과의 일문일답.조두연 디티앤사노메딕스 부사장. 신약 개발은 크게 연구단계, 개발단계, 상품화단계로 나뉜다. CRO 영역은 개발단계다. 디티앤사노메딕스는 디티앤씨알오와 CRO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두 회사의 역할 구분과 시너지는 어떤가.디티앤사노메딕스와 디티앤씨알오는 임상시험과 비임상시험으로 업무 구분을 할 수 있다.디티앤사노메딕스는 1상 중 항암제 및 새로운 물질 신약개발에 관여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하는 2상, 3상을 맡고 있다. 디티앤씨알오는 실험실 단계 물질 선택, 제조 및 품질관리 방법 확립, 비임상시험 실시, 생동 및 일반 1상까지 수행한다.일반적으로 비임상시험,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기관들은 따로 있다. 해외도 비임상-임상시험을 한번에 제공할 수 있는 CRO는 극소수에 불과 하다. 그렇다. 디티앤씨바이오그룹(디티앤사노메딕스, 디티앤씨알오)은 제약 및 의료기기 인허가 및 임상시험을 그룹 내에서 진행할 수 있다. 시간과 비용 절감은 물론 같은 로드맵을 보여 줄 수 있는 부분이 타업체 대비 차별성이다.디티앤사노메딕스만의 또 다른 차별성이 있다면.원스탑 서비스 뿐만 아니라 제약 및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오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다수 근무한다. 이들 노하우를 바탕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 준다.또 다른 장점은 전문성과 소통이다. 이곳 임원들은 15년 이상 다양한 질환 치료제 개발 및 인허가 경험을 가진 베테랑들이다. 성공한 제품도 있지만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치료제 및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상의 임상시험 전략 및 운영을 수행하고 있다.디티앤사노메딕스는 신생CRO다. 외부에서 회사 가치를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일종의 평가 지표가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누구와 손을 잡았는지다. 파트너를 보면 디티앤사노메딕스의 능력도 간접 평가할 수 있다.프로젝트 수행 전에 비밀유지 계약이 이뤄줘 어느 기업과 어떤 업무를 하는지는 말하기 어렵다(웃음). 다만 신생 CRO에게 3상 등 회사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를 맡기기는 쉽지 않다. 고객친화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초기 임상시험 및 3상 임상시험 문의가 많아지고 있고 현재까지 12건 이상의 3상 임상시험을 수주 받아 진행 중에 있다.임상 시험에서 중요 요소를 꼽자면.준비된 물질(제품), 좋은 연구자, CRO를 3대 요소로 본다. 디티앤사노메딕스는 고대의료원 3곳 (안암, 구로, 안산)과 전략적 파트너쉽을 구축해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수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인을 모집해 초기 다국적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디티앤사노메딕스는 임상시험 수탁기관이지만 전기 전자 인증 및 IT 기술에서 최고기업인 디티앤씨 자회사기도 하다. 전통적인 임상시험 CRO 서비스 외에도 IT기술을 접목해 기존 CRO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서비스 등을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해외 사업은 어디까지 진행됐는가.해외 Local CRO들과 연합해 아시아와 유럽 각 9개국, 북미(미국, 캐나다)에서 임상시험 및 인허가를 진행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를 구축해 놓고 있다.올해 중순쯤 해외 파트너 CRO들과 국내 심포지엄 등을 준비 중이다. 고객들에게 제품 개발 단계에서 글로벌 수준의 개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실용적인 주제로 심포지엄 개최할 예정이다.분당차병원 임상시험센터장 등 의사 출신이다. 경력을 어떻게 사업과 연결시킬 계획인가. 특히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가.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임상약리학자로 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 환자 진료에 15년 이상 시간을 쏟았다.의약품 및 의료기기 개발은 결국 end-user(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처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지부터 컨셉트를 잡고 3상-2상-1상 임상시험 및 비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국내 여건상 의사들과 제약 및 의료기기 개발자 간 개발 전략을 논의하고 설정하는 자리가 흔하지는 않다. 지난 15년 간의 환자진료 경험 및 초기 임상시험 개발 연구자 입장에서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2020-03-20 06:15:49이석준 -
1972년 창업한 한신의 정도경영..."화합만이 돌파구"[데일리팜=정혜진 기자]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종합도매업체의 설립자, 도매업계 원로이자 큰 형님, 유통협회와 도매업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조언자.약업계 3개 단체가 제정한 '대한민국 약업대상' 1회 수상자에 유통업계 부문 수상자에 선정된 진종환 회장(81)의 별칭들이다. 전과 같았으면 유통협회 정기총회에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화려한 시상식이 열렸겠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정기총회도 행사도 취소된 상황. 지난 10일 협회 관계자만 참석한 조촐한 시상식이 열렸다.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진 회장은 "유통업계에 훌륭한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데도 부족한 제가 큰 상을 받게 되어 송구하고 감사할 뿐"이라고 멋쩍어했다.진 회장에게 도매업계란 회사를 창업하고 발전시킨 곳, 가정을 이뤄 가족을 부양하고 아들에게 후임을 물려준 터전이다. 그에게 그 간의 시간과 사건에 대해 들었다. 인자한 표정과 겸손한 말투가 주변인들이 '큰형님'이라 부르는 이유를 짐작케 했다.진종환 회장 -수상을 축하드린다. 약업계 3개 단체가 제정한 큰 상의 1회 수상자다. 서울에서 제일 오래 종합도매을 운영했다고 준 상 같다. 1972년에 설립한 도매가 없으니 말이다. 내가 협회장일 때 제약협회장이 강신호 회장, 약사회장이 故김명섭 회장이다. 김 회장 후임이 김희중 회장이고. 그 당시 고생한 사람들에게 주는 상인 것 같다.-49년 간 쉬지 않고 일해왔다. 지금도 회사에 출근하는지. 시대변화에 잘 대응하는 젊은 세대가 회사를 경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2012년에 아들 진재학 대표이사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지금은 일체 관여하지 않는다. 아들도 내가 관여하지 않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지금은 2선으로 물러나 가끔 조언하는 정도다. 건강 유지 차원으로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지만, 임직원이 일하는 모습을 둘러보고 일찍 퇴근한다. 여가시간에는 산책과 독서를 한다. 은퇴한 업계의 지인들과 만나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처음 한신약품을 개업했을 땐 어땠나. 의약분업은커녕 의약품 유통이란 개념도 희미했을 것 같다. 처음 이 업을 시작할 때는 전국에 병원도매가 1~2곳 뿐이었고 전부 약국 대상 종합도매였다. 의약분업 전이었으니 약국이 의약품 공급의 유일한 통로였다.그 당시 70년 대엔 가짜약이 엄청 많았다. 테트라사이클린, 클로로마이신 등 이름만 단 가짜약이 판을 쳤다. 제약사가 가짜약을 만들어 유통시키던 시절이다.한신약품은 지방거래도 많이 했는데, 시골에 5일장이 열리면 약국·약방 진열장이 싹 비었다. 사람들이 약이라고 생긴 건 싹 다 쓸어가 약사들이 '약만 보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 때는 약이 귀해 약 자체를 구해서 보내주는 게 어려웠다.지금은 우리나라가 의약품 제제도 세계적인 수준 아닌가. 한 해 몇백억 원어치 약이 폐의약품으로 버려지고 있다. 그것도 진짜약들이. 격세지감을 느낀다.-협회장 활동도 오래 했다. 협회 일은 어떻게 시작했나. 72년 창업 후 바쁜 날을 보냈다. 자연스레 같은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분도 만들어졌다. 당시 서울에는 종오회, 한남회, 동성회 3개 모임이 있었다. 도매업체가 많이 몰린 종로, 영등포, 신설동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들이다.그 무렵 서울에는 67개 도매상이 있었는데 종로5가에만 38개 업체가 있었다. '종오회' 멤버가 서울지부 회원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영향력이 컸다. 우리끼리도 친해 매일 만나고 단합도 좋았다. 서울지부가 종오회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79년 종오회 회장을 맡았는데, 자연스럽게 81년 서울지부 회장을 하게 됐다. 연임을 거쳐 87년부터 91년까지 중앙회 회장을 했다. 2년 임기이던 시절 연임한 결과다.-당시 협회의 주요 회무는 어떤 것들이었나.제약사 난매 문제였다. 의약분업 때, 의약품 매입 계약을 해놓으면, 약을 서너번 받고 그 다음날부터는 10~15%씩 고정적으로 약 값이 떨어졌다. 제약사가 일단 도매에 팔았으니 나머지를 시중에 싸게 팔고 다른 도매에 더 싸게 팔고 하니 시중가가 저절로 하락한 것이다.그러다 보니 약을 받는 약국들도 약 가격을 덤핑하려 했다. 어음을 주려는 데도 있었다. 거래하기 힘들고 중간에서 입장이 난처했다.특히 인기품목인 삼진제약 게보린, 조선무약 청심원, 바이엘 아스피린 등이 심했다. 결국 제약사가 가격관리를 안 하니 생기는 문제였다. 제약사에 약 유통가를 관리해달라고 협회가 매일 요청하는 게 일이었다. 제약사만 잘 관리하면 난매는 발생하지 않는다. 도매협회가 이사회를 열면 대응방안으로 지불거절, 판매중지, 단체 반품하자는 얘기들이 매일 나왔다.-지불거절, 단체 반품이라니, 지금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지금에 비해면 도매업체가 힘이 있던 시절이다. 종오회만 해도 행사를 하면 제약사들 찬조가 줄을 이었다. 지나고 보니 늘 그래왔지만 영업 환경이 갈수록 척박해져 지금은 다들 힘들게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다.특히 전국약국 유통망을 책임지는 종합도매는 피로도가 현저하다. 지금 종합도매가 서울에 5~6개만 남았다. 한신, 원진, 보덕, 신덕, 백광, 서울팜 정도다. 이 업체들이 제일 고생한다. 구색과 서비스를 백제·지오영 만큼 갖추면서 시장을 따라가야 하니 말이다. 이 업체들에 상을 줘야 한다. 어디 서울만 그런가. 종합도매가 전국 200여개였는데, 이제 규모 갖춘 업체는 20여 곳에 불과하다. 오죽하면 한 길만 바라보던 많은 업체들이 도산과 정리를 선택했겠나.한신약품 연혁 -의약품 유통에도 여러가지 제도가 도입되면서 도매업체에게 쉽지 않은 환경인 건 분명하다.최근 10년 간 보아도 일련번호 제도 도입, 마약류 통합관리 시스템 홍보, 유통체계 선진화 등 많은 제도가 도입되고 그에 따라 환경이 완전히 바뀌었다.마약류 오남용과 불법 유출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망 구축은 우리 사회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안전하고 투명한 의약품 유통 과정을 위한 일련번호 제도도 마찬가지다.하지만 초기에는 많은 난관과 저항이 있지 않았나. 업체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장비와 인원 등, 많은 투자를 해야 했다. 지금은 정착되고 있어 대한민국 의약품 유통체계가 선진화되는 데 큰 역할을 한 건 분명하지만 과정은 고통스러웠다. 특히 전체 제약사의 2만 여개 의약품을 다 구비해야 하는 종합도매의 경우는 입·출고 관련 업무 시간이 대폭증가했다.도매업체가 이런 고통을 감내했기에 의약품 생산부터 소비까지 이력 추적이 가능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한민국 제약 및 보건 산업에도 도매업체의 투자와 노력이 귀중한 도움이 됐다고 자부한다.-제도 가운데 아쉬운 점은 없었나.일련번호 제도다. 최종 요양기관인 병원·약국의 병행 관리가 동반되지 않으니 반쪽짜리 미완의 제도로 전락할까 하는 우려감이 있다.물론 약국이 제약사별, 도매상별로 약을 구분해 매입 정리를 한다는 게 현실적으론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한 해결책 없이는 오히려 제약사의 반품 거부 빌미로 남용된다. 실제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안타까울 뿐이다.-그럼에도 도매업체 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그렇다. 제가 협회 일을 할 때 전국 회원사가 360개였다. 협회 가입률이 거의 100%에 달하던 시절이다. 당시 협회 이사회에서 10년 후를 목표로 도매 수를 100개로 줄여 건전유통 체계를 만들자고 결정했다. 시설평수를 661㎡(200평)으로 제한하는 방법이 거론됐다. 30년 전 200평이면 지금 기준으로 6600여㎡(2000평) 규모다. 그런 도매 100개면 우리나라 유통에 문제가 없다고 보았다.하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교수들 모셔 자문받고 국회에도 노력했으나 약사법에 올리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30년 전에 100개면 충분하다 봤는데, 지금은 오히려 난립하고 위수탁까지 활성화돼 3000개가 넘는다 하지 않나. 그 속에서 한신약품이 살아남은 건 천운이다 싶으면서도 품목도매 위주로 활성화되는 건 우려가 된다. 이제는 수습할 방법이 없다.-공적도 있을텐데, 자랑한다면. 의료기관은 의약품 도매업 개설하지 못한다는 걸 약사법에 올리느라 1년 여를 고생했다. 그 때 규제를 만들지 않았다면 지금 병의원들이 하나씩 도매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건 꼭 했어야 할 일이라고 본다.-전직 협회장이자 고문으로서 심정이 잘 느껴진다.협회의 회원사 가입률을 보면 걱정이 된다. 도매허가가 3000개 나갔는데, 가입률은 현저히 떨어지지 않았나. 말이 안된다. 지금 협회는 3000개 업체를 대변할 수 없다. 조선혜 회장과 집행부들이 고민이 많을 것이다. 현명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협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이라 보는가.회원사를 위해 정부와 소통하고 의견을 개진해 영업환경을 잘 만들어가야 한다. 회원사들도 협회와 화합해 힘을 합쳐야 제약사로부터 불이익을 막아내고 유통수수료 인하에도 대응할 것 아닌가. 지금은 수수료도 안나오는 형편이다. 다국적사 의약품 시장점유율 50%를 넘었는데 이대로 가면 우리나라 제약산업 전체가 힘들어진다. 걱정되는 건 이런 도매업계 상황을 대변할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종합도매들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위상을 키워나가야 한다. 팀웍이 중요하다. 이대로 가면 모두 고사한다.-개별 도매업체들도 해야할 역할이 분명하지 않나.그렇다. 절대적으로 상생적인 관계 구축, 파트너로서의 협력자, 동반자적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제약사와 종합도매 간에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거래가 자리잡아야 한다. 제약사는 적정한 유통 수수료를 인정하고 지불해야 한다. 구색을 갖춰야 하는 도매업체 특성을 이용해 낮은 수수료로 편승하려는 일부 제약사 행태는 재고돼야 한다.아울러 도매업체도 시장질서에 반하는 행위를 삼가고 제약사와 정부의 정책 이행에 협조하는 등 서로 간에 보람 있는 결과 도출에 힘써야 한다.도매업체도 공공재란 의약품의 유통을 책임진다는 사명감과 긍지를 가져야 한다. 단순한 약품 배송이 아닌 정보와 경영 도우미 역할까지도 할 수 있어야 한다.-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은. 계속 강조하지만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대형 업체와 중견 업체 모두 한 몸으로 시장에서의 조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각자 업체마다 규모에 따른 역할이 있다고 본다. 서로 건전한 경쟁을 통해 유통 질서를 회복해야 빠른 사회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경자년 한 해 우리 업계의 더 큰 발전을 기도한다. 진종환 수상자 주요 경력 및 수상내역 1979년 경희대학교 경영행정대학원 수료 1972 한신의약품판매 개업 1981 서울시의약품도매협회 회장 1985 의약품성실조합 부조합장 1987 한국의약품도매협회 회장 1991 한국의약품도매협회 고문1985 국무총리 표창 1988 재무부장관 표창 1988 서울특별시장 표창 1991 국민포장 1994 보건사회부 장관 표창 2010 건강보함심사평가원 감사패2020-03-16 06:13:57정혜진 -
"코로나 극복 최우선...대구는 반드시 해낼겁니다"이재태 센터장(자료: 경북대병원) [데일리팜=안경진 기자] "치료기간동안 의료진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으나 처음이라 부족한 면이 많았습니다. 퇴원 후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모두 힘을 합하여 코로나19를 빨리 퇴치합시다."8일 경북대병원 코로나 19 대구1 생활치료센터를 떠나 집으로 향하는 퇴소자들에게 1건의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이재태 센터장(경북대병원 핵의학과 교수)이 보낸 퇴원 축하 메시지다. 간결한 문구지만 의료진들을 믿고 감염병과 맞써 싸워준 환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대구1 생활치료센터는 이날 24명의 퇴원자를 배출했다. 대구시 소속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환자 138명이 입소한지 일주일여 만에 여성 환자 10명, 남성 환자 14명이 1,2차 검체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 센터장을 비롯한 의료지원단은 연일 감염, 사망소식 만을 접해온 전 국민들에게 '전염병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할 수 있게 됐다며 환호했다.이 센터장은 9일 데일리팜과 전화 인터뷰에서 "비록 몸든 고되지만 대구 시민들과 전 국민들의 성원에 하루하루 감사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면서 "반드시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라고 말했다.생활치료센터는 감염병이 대규모로 발생하는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병원이 아닌 시설에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을 수용해 치료를 시행하고, 호전이 되면 가정과 사회로 복귀시키는 제도다. 경북대병원은 지난 2일 중앙재해대책본부의 협조를 받아 대구시 중앙교육연수원에서 경증 환자들의 치료를 전담할 코로나 19 대구1 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나라에 생활치료센터를 도입한 첫 사례다. 병상 부족으로 자가격리 중 숨지는 환자 사례가 발생하자 정부가 내린 특단의 조치다.전국 최초로 문을 연 대구1 생활치료센터에는 이 센터장과 의사, 약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지원단 외에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환경부, 결창철, 소방청, 대구시, 중앙교육연구원 등 정부기관 지원인력까지 100여 명의 인원이 동원된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 출신으로 임상과 행정 경력을 두루 갖춘 이재태 교수가는 생활치료센터 운영 결정 직후 센터장직을 자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19' 발생이 집중되면서 의료기관에서 수용 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데 따른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행보다.대구1 생활치료센터의 군인방호복 교육 장면(자료: 경북대병원) 이 센터장은 "대구 경북 지역에 지역사회 감염 환자가 급증하면서 많은 시민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고립감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도움이 될만한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생활치료센터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밥값은 하지 않겠나 싶어 덜컥 지원했다"며 수줍게 웃었다.전국 각지에서 일상을 포기하고 대구 경북지역으로 달려오는 자원봉사자들과 몸을 아끼지 않은 채 헌신하는 동료 의료진들에 비하면 나서기조차 민망하다는 겸손의 표현이다.이 이사장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대구1 생활치료센터를 뒤로 한채 이날 오후부터 경북대 기숙사에 마련된 두 번째 생활치료센터에 투입됐다. 경북대병원은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 요청으로 대구2 생활치료센터를 열어 490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대구2 생활치료센터는 개소 첫날 병상이 부족한 대구·경북지역 경증환자 193명을 먼저 입소시켜 치료를 시작했다. 9일 오전 10시 기준 대구1 생활치료센터에서는 129명, 대구2 생활치료센터에서는 369명의 경증 코로나19 환자가 격리 중이다.이 이사장은 "대구 지역 모든 시민들은 감염병 극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반드시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말 것이다"라며 "이번주는 어느 때마다 중요한 시기다. 믿고 격려해달라"면서 코로나 극복을 자신했다.2020-03-10 06:10:18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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