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김민건 기자] "5월에 난다는 발표가 계속 미뤄져서 사실 마음을 비우고 있었어요. 어느 날 우승 메일을 받았을 때는 정말 '심쿵'하는 줄 알았어요. 발표 명단 번호가 우리팀이 아니면 어쩌나하는 걱정마저 들 정도로 믿기지 않았어요." 지난 6월 2일 국제약학대학생연합(IPSF)이 개최한 온라인 제약산업대회 인허가(RA) 부문 우승팀이 발표됐다. RA부문은 이 대회 첫 공식 경쟁 종목에 올랐지만 국내 약대생 5명이 1회 우승자가 됐다. 주인공은 한국약학대학생연합(KNAPS) 활동으로 친구가 된 신재연(26·가천약대 5년), 백지민(24·가천약대 5년), 서금조(25·이화약대 4년), 이정아(29·덕성약대 5년), 이상민(26·경희약대 6년) 씨다. 최근 서울 목동의 한 카페에서 팀장으로 대회에 나섰던 신 씨를 만났다. 그는 대회 우승 소식을 들은 주변 친구와 학교 교수진들로부터 축하인사를 받으면서도 믿기지 않는다며 "얼떨떨하다"고 했다. .
(왼쪽부터)신재연, 백지민, 이상민, 이정아, 서금조 씨G7 제약선진국 허가 과정 분석, 현지화 전략 구성 올해 대회는 전세계에서 몰린 총 165개 팀, 900여명이 제약산업 R&D, 마케팅, 생산, 인허가(RA) 등 분야에 참여했다. 국내 제약사인 파마리서치프로덕트가 후원사로 참여하며 RA부문이 신설됐고 41개팀 200명의 약대생이 경쟁했다. RA부문은 리안점안액의 글로벌 진출 허가 전략을 짜는 경쟁이었다. 4주간 준비 기간을 거친 이들은 첫 단계로 허가 기반을 마련할 국가를 선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기반으로 다른 3개국에서 허가를 받겠다는 전략이었다. 신 씨는 "첫 허가를 받을 국가를 선정하고 어떤 나라로 진출할지 결정하는데 제일 많은 시간이 걸렸다"며 "제약선진국 G7을 먼저 조사한 다음 국내와 비슷한 허가체계를 가진 국가를 공략해야 허가 절차 단축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며 타 팀과 차별화하는 전략 구성에 공을 들였다고 했다. 고심 끝에 나온 전략은 리안점안액이 국내에선 일반의약품으로 허가됐지만 이에 앞서 주성분인 리보뉴클레오타이드(RNA)가 각막재생용 주사제 성분의 전문약으로 DMF 등록이 된 것을 공략하자는 것이었다. G7 조사를 통해 전문약으로 허가된 경우 일반약으로 허가받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을 파고든 것이다. 리안점안액은 해외 허가나 DMF 등록이 되지 않은 조건이었기에 먼저 전문약으로 허가받자는 전략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신 씨는 "규제당국은 사용 이력이 없는 품목을 허가할 때 일반약으로는 잘 해주지 않는 것을 알았다"며 "전문약으로 허가를 받아 의약품 안전성을 축적, 일반약까지 확대 허가를 받아낸다는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IPSF가 개최한 온라인 제약산업대회 RA 부문 경연 모습5명이 한 몸처럼, 숨은 우승 비결은 팀워크 대회 우승을 위한 허가 아이디어는 사실 하나의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신 씨는 모든 팀원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회 기간이 중간고사와 겹쳤기에 다들 공부하기에도 바쁜데도 흔쾌히 참여하겠다고 해 고마웠다"며 "대회에 자기 능력의 100% 이상을 쏟아 부었고 다재다능한 능력을 가진 팀원을 만난 것이 행운이어서 너무나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실제 모든 팀원이 얼굴을 마주보고 회의를 하기도 힘들었던 만큼 팀원별로 전담 분야를 정해 허가서 분석, 제안서 제출, PPT·영상 제작까지 책임지기로 했다. 특히 PPT 화면을 스크린에 띄우는 방식으로 발표하려고 했지만 크로마키 합성 기법을 할 수 있게 된 행운도 따랐다. 바로 팀원 중 한 명이 전문가 수준으로 영상편집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신 씨는 "영상편집에 공을 들여야 했지만 장소 섭외부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며 "발품을 팔아서 좋은 조건의 스튜디오를 찾았고, 우리 팀에 영상편집 능력이나 워드 작성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 있던 것 또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미래에는 규제과학 전문가를 꿈꾸며..."RA부문 우승 전통 이어가길" 신 씨는 많은 약대생들이 자신들의 뒤를 이어 RA분야 우승을 이어가는 전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전했다. IPSF 대회에서 중동 지역 팀은 조제상담 우승자를 매년 배출할 만큼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어서다. 신 씨는 "우리나라도 RA쪽에서 우승하는 전통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올해부터 KNAPS가 산업약학대회를 열기로 한 만큼 세계대회가 부담스럽다면 먼저 국내 대회에서 경험을 쌓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권했다. 신 씨도 앞으로 미FDA나 유럽EMA처럼 국내 허가 업무를 체계적으로 만드는 규제과학 전문가를 꿈꾸고 있다.